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 2014. 7. 16.

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의 후속편이 '마블(Marverl) 히어로' 라인업이 빠져있는 7월을 틈타 개봉했습니다. 전작은 아주 오랜만에 갔었던 종로 '서울극장'에 보았기에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리부트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데, 꽤 성공적인 리부트로 평가받은 전작 덕분에 제작이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혹성탈출'이라는, 국내에 수입되면서 원작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이 제목을 처음 붙인 사람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제목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까지는 한국판 제목 '혹성탈출'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혹성' 이나 '탈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너무나 엉뚱할 따름입니다.
 
전작에 이어 주인공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이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중간계 시리즈의 '골룸'과 영화 "킹콩" 속 '킹콩'으로 '괴수 전문 배우' 혹은 '모션 캡쳐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보다도 '앤디 서키스, 그를 위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수 많은 유인원들이 등장하는 만큼 어떤 영화보다 그의 '모션 캡쳐'의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유인원 '시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인 만큼 풍부해진 표정과 내면 연기까지 모션 갭쳐에 관한 그의 연륜과 내공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류 수준의 문명을 이뤘던 오리지널 시리즈의 유인원들과는 다르게,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는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족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영특했던 시저와는 다르게 다른 유인원들의 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보이지는 않고, 전작으로부터 약 1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이룬 수준은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더구나 전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던 시저가 유인원 무리를 이끌고 산속으로 은둔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소수가 살아남은 인류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갈등은 시작됩니다.

인류와 평화를 지키려는 온건파 '시저'와 전쟁을 통해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코바'의 대립은 미국의 남북전쟁(Civil War)를 연상시킵니다. 더구나 시저가 그의 이름(Caesar)처럼 심복 코바에게 배신 당하는 모습은, 결국 유인원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고 '인류의 역사'를 반복하리라고 예상하게 합니다. 코바의 반란을 수습했지만, 이제 시작된 전쟁은 멈출 수 없다는 시저의 마지막 대사는 3부작의 마지막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리고, 유인원들의 지도자로 복귀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시저를 뒤로하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착한 사람 '말콤'의 모습은,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로 떠오르는 유인원과 역사의 뒤로 사라지는 인류를 대비시키는 듯하여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02 20:22 2014/08/02 20:22

홍성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을 돌아보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홍대 죽돌이 생활'을 청산한 나오게는 그때부터 작년까지 새로운 음악을 접할 방법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 혹은 온라인샵을 통한 음반구매 정도였다. 하지만 가히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새롭고 취향을 만족하는 음악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 듣거나 구입하는 음원과 음반의 절반 이상은 기존에 들었던 뮤지션이나 밴드의 후속 앨범이나 꽤 연관성이 강한(같은 레이블이라거나, 탈퇴/해체 후 만든 앨범이라거나)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오랜만에 찾은 음악 페스티벌인 "안산 벨리 록 페스티벌"은 음악적 견문을 넓혀주는 꽤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내 '음악감상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까? 온라인만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와 레전드에 대한 예우, 그리고 페스티벌 문화까지 "페스티벌의 매력"를 발견한 점은 큰 수확이었다.

사실 수 년동안 홍대 라이브클럽 공연을 봐왔던 입장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각종 페스티벌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물론 음악팬의 입장에서야 티켓 하나로 2~3일동안 평소 보고 힘들었던 수 많은 밴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홍대 클럽들과 '밥그릇 싸움'처럼 되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약간의 비약을 더해서 '현재의 의료 시장'에 비유하자면, '소규모 의원들(=홍대 라이브클럽들)'과 '대형 병원들(=각종 페스티벌)'이 경쟁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클럽들이 동네 의원들처럼 '적당한 진료비에 각각의 전문 분야의 질환을 하나씩 치료해주는 격'이라면, 페스티벌은 거의 모든 전문과을 진료하는 대형 병원이면서 의료 시장과는 다르게 '(다른 의미의 '포괄수가제'로서) 몇 배 비싼 진료비에 일괄적으로 모든 질환을 치료해주는 상황'이라는 할 수 있다. 페스티벌이 많아지면 (금전적 이유 및 접근성 등에 의해) 아무래도 클럽 쪽의 인구가 페스티벌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의료시장'과는 다르게 '라이브클럽 문화'는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공통적으로 소비되는) '인디음악'를 지탱하는 밑거름으로, 스포츠의 '유소년 시스템'에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밥그릇 싸움이 지속되면 결국 '인디음악'의 기반인 라이브클럽이 흔들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음악시장 전체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마치 '유럽 축구'에서 유소년 시스템이 약한 리그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한 비슷한데, 유럽 통합으로 국경이 희미한 유럽 축구에서는 '자본력'으로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하지만, 경계가 '대한민국'으로 명확하게 한정적이고 그 기반도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본력이 아무리 커봐야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물론 자금력에 따라 섭외하는 해외 뮤지션들의 (개런티와 비례하는) 인지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외의 라인업을 채우는 국내 뮤지션들은 사실 '돌려쓰기(혹은 돌려막기)'로 여러 페스티벌에 겹치기 출연이 허다한 상황이다.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페스티벌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고, 작년이 그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 페스티벌들의 경쟁이 뜨거웠는데, '펜타포트'에서 분리되었던 '지산 밸리'가 다시 '안산 밸리'와 '지산 월드'로 분리되어, 세 페스티벌이 라인업 경쟁을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휴유증으로 슬그머니 '안산 밸리'와 '지산 월드'가 취소되면서 '공멸' 양상을 보여줬다. 어쩌면, 부지 마련부터 막대한 홍비 비용까지 '과도한 몸집 부풀리기'와 개런티만 천정부지로 올리는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라인업 경쟁까지, '치졸한 밥그릇 싸움'의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올해 7월의 '홍성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는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원래 작년에 가평의 자라섬에서 열렸던 페스티벌을 홍성으로 옮겨왔는데, 지역 축제와 결합하여 '음악 페스티벌'의 또 다른 대안으로 보였다. 홍성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고기/돼지고기'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이자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로서, '소통'과 '실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다. 우선 지역 축제로서 지자체와 협력하여 기존 시설인 '대학교 인조잔디 구장'을 부지로 사용하여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편안한 관람을 위한 실속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3일의 축제 기간 동안, 하루의 라인업을 한 레이블에 온전히 할당하면서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섭외 개런티도 상당히 절감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비용 절감은 '(예매 기준으로) 1일권 2만원'이라는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음악성을 인정받은 레이블들을 섭외해서 '음악 페스티벌'로서의 '안정성'과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실속'을 모두 잡았다고 하겠다. 참여 레이블 입장에서도 '레이블 콘서트'를 겸하는 '레이블 홍보'의 무대로서 꽤 괜찮은 페스티벌이 아니었을까?

다만, 서울에서는 조금 먼 '충남 홍성'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홍보가 부족했을까? 꽤 괜찮은 라인업과 저렴한 티켓 가격을 생각한다면 관람객이 많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 축제와 결합한 페스티벌의 첫 걸음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펜타포트와 안산 밸리의 '진흙탕'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인조잔디 구장'은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교통/숙박 및 기타 부대 시설을 확충하고, 라인업을 늘려서 오후 3~4시나 되어야 시작했던 공연을 조금 더 당긴다면 더욱 알찬 페스티벌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2014/07/29 01:49 2014/07/29 0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