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 2014. 3. 29.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첫 번째 페이즈(phase)를 화려하게 장식한 '어벤져스(the Avengers)'의 영웅들 가운데 '캡틴 아메리카'는 확실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 영웅입니다. '반신반인'인 데미갓(Demigod)으로 신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하는 '토르'나, 명석한 두뇌와 엄청난 재산 물려받은 '엄친아'로 태어나 양심적인 이성과 본능적인 명예욕이 뒤엉킨 '아이언맨', 그리고 역시 뛰어난 과학자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이성'과 '파괴적인 동물적 본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헐크'과 비교해보면, '캡틴 아메리카'는 상당히 평면적인 인물에 가까워 보입니다. 능력 면에서도, 대단한 과학자인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와 비교하면 지적 능력은 일반인 수준이고, '반신반인 토르'나 '태양계 최고의 근육, 헐크'에 비교하면 육체적 능력도 현실에도 존재하는 '조금 강한 지구인 수준' 정도로 평범해 보입니다. 만화 '드래곤볼'의 지구인 최강 '크리링'정도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힘들이 난무하는 히어로 무비 '어벤져스'에서 그는 다른 의미로 '밸런스'를 파괴하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처럼 그가 상징는 '냉철한 정의'와 '뜨거운 애국심'은 현대사회에서 다소 흐릿해진 '고전적 가치'들입니다.

하지만 정의와 애국심은 아직도 유효한 가치들이자 인류를 위헙하는 위기 상황들에서 더욱 빛나는 가치들이기에, '공통의 위험'에 대항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어벤져스를 묶는 구심점으로서 '캡틴'인 그의 묵직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현실적인 능력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원작 마블 코믹스의 온 우주를 넘어 평행 우주까지 확장되는 '마블 유니버스'와는 다르게, 기술적인 측면에서 영상으로 적절히 표현가능하고 원작 코믹스를 모르는 일반 영화 관객들도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안전장치'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작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는 부제처럼 '어벤져스'의 예고편 정도로 보일 만큼 아쉬움이 컸습니다. '토르 : 천둥의 신(Thor)'도 마찬가지여서, 두 영화는 '어벤져스' 결성을 위해 급조된 느낌이 다분했습니다. 그래서 두 영웅의 후속편들은 '어벤저스'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각자의 스토리 라인을 이끌어가는 점이 중요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군인 출신인 '캡틴 아메리카'는 '쉴드(S.H.I.E.L.D)'의 요원으로 그 연결끈을 놓을 수 없는 존재이고, '어벤져스' 이후에도 개별적인 영화로 소개되지 않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와 '블랙 위도우' 등의 요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영화 속에서 '쉴드'라는 조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고려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조 루소'와 '안토니 루소' 형제가 감독한 '캡틴 아메리카'의 두 번 째 극장판 영화는 '어벤져스의 예고편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단독 영화로서는 실망스러웠던' 전작의 그림자를 지워내는 멋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돌아왔습니다. 부제 '윈터 솔져'처럼 캡틴 아메리카가 북극에서 냉동 상태가 되기전 잃어버린 동료 '버키 반즈'가 '윈터 솔져'로 돌아오는 내용이지만, 두 옛 동료의 대결이 전부인 영화는 아닙니다. '쉴드' 안에 숨어든 적의 비밀 조직 '히드라'의 음모와 맞서 고군분투하는 쉴드의 멤버들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마블 히어로 무비 가운데는 가장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보여줍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의 대결과 쉴드와 히드라의 대결이 동시에 그려지면서, 130분 정도로 짧지 않은 상영 시간동안 느슨해지는 부분 없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스크린을 화려한 볼거리로 채우는 어벤져스 동료들(아이언맨, 헐크, 토르)과는 다르게, 방패 하나와 육체만으로 승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마블판 본 아이덴티티(Bourne Identity)'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맨손 격투의 화려함이나 영화의 짜임새는 '본 시리즈'를 따라가려면 아직은 부족하지만,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디즈니(Disney)'의 계열사로서 관람 등급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마블 스튜디오'로서는 발전된 모습입니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는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정의'와 '애국심', 그리고 '우정'을 상징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묵직함을 연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이제는 '닉 퓨리'가 아닌 다른 역할을 생각할 수도 없는 '사무엘 L. 잭슨'은 '안대'가 아닌 '선글라스'를 쓰고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 집니다. '어벤져스'에서 '호크 아이'와 러브라인이 있을 듯했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호크 아이가 없는 이번 영화에서는 캡틴과 러브라인의 기류를 형성합니다. 블랙 위도우의 '바람기'가 '어벤져스2'까지 이어져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어벤져스' 속 본부로 등장하면서 수난을 겪었던 '헬리캐리어'가 이번에는 3대나 등장하지만, 제대로 활약을 하기도 전에 모두 격침되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다음 페이즈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본명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언급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2014/04/03 02:28 2014/04/03 02:28

진주의료원 폐쇄와 허울만 좋은 관치의료의 예견된 실패

작년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는 '공공의료의 죽음'이라며 수 많은 뉴스들의 제목을 장식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는 게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진주의료원 운영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고, 더불어 현재 한국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사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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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홈페이지 폐쇄 전에 캡쳐해둔 의료원의 '인력 현황'입니다. 숫자를 자세히 보면 이상합니다. 왼쪽 총 인원(계)은 244명이라는데, 왼쪽에 인원을 모두 더해보면 344명이 되어 계보다 딱 100명이 많습니다. 진주의료원이 200병상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간호직 184명'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아 보입니다. 간호직에서 100명을 빼면 양쪽의 수치가 같아지는데, 84명을 184명으로 잘못 기재한 점은 뭔가 이상합니다. 실수가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생각됩니다.

진주의료원의 적자보다 이상한 점은 의료원의 인력 구성이었습니다. 국내 일반적인 병원의 인력구성에서 '의료직(의사직+간호직)'의 비율은 보통 60% 정도인데, 진주의료원은 50%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간호직 인원이 84명이 맞다면 의사직 21명과 더한 105명이 되고 이는 244명의 43%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료원 및 병원의 본질적인 기능은 '의료 서비스'입니다. 그 의료 서비스를 최전방에서 담당하는 '의료직'이 43%라는 점은 진주의료원이 방만하게 경영되었다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노조가 인사에도 개입하였다고 하는데, 그 개입이 이런 비정상적인 인력 구성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 차례의 경영 평가에서 문제점들이 지적되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의료원 폐업이 발표되면서 노조 측에서 잘못을 숨기기위해 저런 '어설픈 조작'을 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대부분이 '만성 적자'라고 합니다. 몇몇 의료원이 흑자를 냈지만, 지방의료원 전체의 누적적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방의료원 만성 적자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분명히 진주의료원의 비정상적인 인력 구성같은 '방만한 경영'일 수 있습니다. 의료원의 인건비 지출은 민간 병원 대비 150% 수준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지방의료원 운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의료원들조차도 적자에 시달린다는 점은 '방만한 경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의료원이 '건전한 경영'에도 적자라면 의료원의 수익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의료원들이 민간병원들과는 달리,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건강보험 급여항목' 위주로 진료 및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급여항목 위주의 진료만으로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현실은 의료 수가가 잘못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건강보험 급여항목의 수가는 원가 대비 70% 수준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원가에 미치는 못하는 급여 항목의 수가는 급여 항목을 처방하면 할 수록 의료원/병원은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민간병원의 경우 비급여 항목 및 병실료 등 다른 수입원 확충과 비정규직 채용 등의 인건비 절감으로 그 적자를 극복하지만, 상대적으로 비급여 항목 처방이 힘들고 인건비는 많이 지출하는 의료원에서는 그 적자를 메꿀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방의료원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의료원들의 만성 적자는 누구의 잘못일까요?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하여 수 많은 정치인들의 복지를 강조하면서 그의 하나로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통한 건강보험 의무가입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는 단일화된 체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출마자들이 선심쓰듯 언급하는 공약이 '공공의료 강화'이고, 건강보험에 가입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의료'입니다만 대한민국에 진정한 공공의료가 있을까요? 한 국가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볼 수 있는 지표인 '국공립 의료기관 비율'이나 '국공립 병상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직접 느끼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의 국공립 의료기관 비율은 6% 수준이고 병상비율은 10% 수준입니다. 그 수치가 무슨 의미인지 관심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이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즐겨 사용하는 'OECD 국가들'의 병상 비율의 평균인 75%에 비교한다면 기껏해야 1/7 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와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체코는 91%, 스페인은 74%이고,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멕시코도 65%입니다. 우리가 '의료 지옥'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놀랍게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25% 수준입니다. 그런데 2014년 현재의 국공립 병원 비율과 국공립 병상 비율은 약 10년 전과 다른 없는 비율입니다. 한국전쟁 직후보다도 낮은 수치일 수도 있습니다. '전쟁후 복구'라하면 보통, 관공서와 도로/수도 같은 사회 기반시설 확충, 그리고 학교/병원 같은 교육복지 시설 확충이 떠오릅니다. 한국전쟁이 휴전한지 60년이 지났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도 '전쟁후 복구중'입니까? 두 지표들만 보면 우리나라 정부는 '한국전쟁 후에 의료시설 확충을 위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공공의료는 건국 이래로 없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낮은 국공립 병상 비율이 무슨 의미냐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모두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데 낮아서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겠죠. 문제는 우리나라의 90%넘는 민간의료 자원들이 정부와 건보공단에 의해 거의 독점적으로 아니, 독재적으로 지배당하는 현실에 있습니다. 정부와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의료 수가를 거의 일방적으로 책정해왔습니다. 매년 물가 인상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율이 계속되면서, 급여 항목이 원가 대비 70%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언제나 국민에게 '복지'를 운운하면서 복지를 위한 지출은 아끼고 싶은 정부, 그리고 선거철이면 '공공복지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그 강화를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재원 확보(세금 인상과 건강보험료 인상)는 표심에 눈이 멀어 말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수십 년의 기만이 지금 한국 의료의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이 선진국 수준이고 선진국보다 더 좋은 의료 체계를 갖고 있다고 자랑스워하지만, 이는 희생으로 만들어진 허울 좋은 위상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의 대부분을 지탱하는 민간병원들은 급여 항목 진료로 발생하는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인건비 절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의료인의 과도한 업무 강도와 특히 전공의 착취로 이어졌습니다. '병원의 착취와 의료진의 희생' 없이는 병원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공기업식의 운영으로는 병원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민간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역설에서 알 수 있습니다. 위선적인 노동계는 세계화에 맞춰 주당 '40시간 근무'를 외치지만, 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의료계의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주당 40시간은 커녕 주당 80시간은 기본이고 대부분은 10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임금도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 수준으로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 제도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위태롭게 유지되었지만, 의료계와 의사들에게 쌓은 불만은 점점 폭발에 가까워졌고 문제점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낮은 분만 수가로 산부인과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방에서 '모성사망율'이 증가하는 상황은 그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는 독점적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도입한 국가들에서 독과점은 또 다른 죄악입니다. 물론 의료부문에서는 다르게 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독점은 높은 국공립병원 비율일 앞세운 독점이 아닌,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독점이라는 점입니다. 90%가 넘는 민간 의료 자원을 거의 강제적으로 억압하여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 '관치의료'의 현실입니다. 이는 분명 반자유주의적이고 반시장경제적입니다. 기업으로 예를 들면, 한 기업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가장 강력한 의결권을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최대주주는 말 그대로 기업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업을 우리나라 의료 체계로 보면 '지분 비율'은 '의료기관 비율'이 됩니다. 그런데 5% 수준의 지분(병원)을 가진 주주인 '정부'가 '의료체계'라는 기업에서 95%의 지분을 가진 '민간병원'을 지배하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 상황은 적은 지분으로도 대기업을 지배하는 소위 '재벌'들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현재의 독재적이고 착취적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그 사유재산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를 존중하는 '상식적인 자유시장경제적이고 자유민주주의적인 사고'으로 본다면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그리고 그 비정상과 불합리는 누군가에 의해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의료영리화를 허용하려는 '정부', 건강보험을 사보험으로 대신하려는 '대기업들', 우리나라 의료 시장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외국계 자본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는 독재에서 벗어나려는 '의료계와 의사들'까지 수 많은 상황들은 결국 의료민영화와 의료영리화를 향하고 있습니다.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을 휘두르던 재벌들의 입지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보다 더 빨리 정부와 건보공단은 '의료 체계'에서 영향력을 잃을 것입니다. 낮은 국공립 병원 비율과 낮은 국공립 병상 비율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다분히 위헌의 소지가 높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위험을 받고 민영화와 영리화의 수순인 '선택지정제'로 바뀌게 된다면,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공공의료'로서 건강보험으로 강제 지정할 수 있는 병원과 병상이 각각 6%와 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강제 가입'으로 유지되었던 국민건강보험도 자연히 '선택 가입'으로 바뀌게 될 수밖에 없고, 건강보험으로서의 입지도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의 수가는 지금까지 쌓였던 불만히 한꺼번에 폭발하듯 상당히 오를 수 밖에 없고, 결국 미국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로 병원의 문턱을 넘을 수도 없게 될 가능성이 급니다. 우리 정부가 60년동안 공공의료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가를 국민들이 받게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재 정권에서 시작되었고, 독재가 끝난 뒤에도 민주주의의 지도자들이 악용하여 '의료 시장에 대한 독재적 억압'은 이제 황혼에 있습니다. 국내 의료 시장 관한 여러 수치들과 통계들을 본다면, 민영화와 영리화는 이제 빠르냐 느리냐의 문제이지 막을 수 없는 '예정된 결론'으로 보입니다. 국민으로서 묻고 싶습니다. 한국전쟁 후 6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준비했습니까? 기나긴 관치의료의 실패 뒤에는 우리가 '의료 지옥'이라고 부르는 미국보다 더 무서운 지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 독재의 권좌에서 끌어내려져 단두대로 향하기 전에, 정부와 건보공단이 스스로 몸을 낮추어 양보하고 타협할 기회를 놓친다면, 혹독한 대가가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2014/03/26 15:20 2014/03/26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