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 (Elysium) - 2013. 9. 3.

'디스트릭트 9(District 9)' 한 편으로 SF 영화 매니아들을 사로잡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 '엘리시움(Elysium)'.

닐 블롬캠프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디스트릭스 9'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SF 영화로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꽤 잘 짜여진 사실성과 개연성으로 전세계 SF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새로운 SF 거장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더구나 결말에서는 후속편을 강하게 암시하였기에, '디스트릭트 10'을 기다리는 SF 매니아들은 상당히 많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 9의 후속편은 없다'고 선언했고, 그의 차기작으로 밝힌 '엘리시움'이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이번 엘리시움의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의 미국 'LA'의 모습은 전작의 배경이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외된 계층이 살아가는 빈민가, 슬럼가의 모습은 매우 닮아있어서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기에도 충분합니다. 이런 열악환 환경을 그려내면서 역시 전작처럼 계층간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 또한 비슷합니다. 다만 전작이 '가난한 난민 외계인과 부유한 지구인'사이에서의 갈등은 한 지구인이 겪는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류 계층사이의 갈등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그려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경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hand-held camera의 시각으로 움직임을 쫓는 장면들이나, SF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첨단 무기와 장비들 역시 엘리시움이 디스트릭트 9과 땔 수 없는 연관성을 느끼게 합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지구인과 외계인의 갈등을 통해 인류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면, 엘리시움에서는 그런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아가 그 격차에 따른 '건강와 의료'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주인공 맥스(맷 데이먼)을 포함해서 영화 속 LA의 빈민들이 엘리시움에 가고 싶은 이유도 바로 생명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 문제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화된 몇몇 나라들에서 빈부 격차에 따라, 생명 유지의 기본이 되는 '의료 서비스'에서도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가 던지는 생명과 희생의 메시지는 그럴싸 하지만, 개연성에서는 부족합니다. 영화 속 복선들로 결말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점도 아쉽습니다. 100여분이라는 조금 부족했는지, 막판에는 성급하게 결말로 달려가는 기분입니다. 엘리시움 내에서의 알력 싸움이나 등장 인물들의 갈등에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점은 뭔가 빠진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샬토 코플리'가 악역으로 등장하면서 변신을 꽤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는 악당 두목보다는 두목의 끈질긴 수하('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타스크림'정도)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액션 스타가 된 '맷 데이먼'은 무난했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조디 포스터'의 비중이나 분량은 '용두사미'가 되어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맥스(Max)와 프레이(Frey)가 어린시절, 프레이가 맥스의 손에 그려준 그림(?)에서 두 사람의 이니셜 F+M은 결국 Female과 male, '모든 인간' 의미한다고 생각되네요. 어린 맥스에게 뿌리를 잊지 말라고 말한 늙은 수녀의 모습은, 그들의 근원인 지구를 천대하며 살아가는 엘리시움의 거주자들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과학기술을 지배의 수단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충고와도 같이 들립니다.

2013/09/05 15:48 2013/09/05 15:48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후기 -해외편-

- the Polyphonic Spree

기타,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기본 밴드 구성에, 브라스와 현악, 그리고 코러스까지 더해져 무려 14명이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만으로도 뭔가 압도적인 느낌의 'the Polyphonic Spree'. 그런데 이 밴드 원래 멤버가 20명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밴드란다. 14명이면 대다니 조촐하게 무대에 올랐다고 해야할까? 멤버 대부분이 거의 비슷한 의상을 입고 그 규모에 맞는 빵빵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교회 성가대' 혹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생각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Hold me now' 이 곡에서 압권이었는데, 상당히 감동적이면서도 선동적인 '떼창'을 부르는 곡이었다.

- Cat Power

안산까지 온 이유들 가운데 하나인 'Cat Power'. 사실 아는 곡은 영화 'My Blueberry Nights'의 OST 수록곡 'the Greatest' 뿐이지만 라인업에 올라온 그녀의 이름을 보는 순간 꼭 라이브를 보고 싶어졌다. 아는 노래들은 없었지만 공연은 좋았다. 1995년에 데뷔했다는데, 그 연륜에서 느끼지는 원숙함과 구성진 보컬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에게 할당된 시간은 너무 짧았고, 꼭 단독공연으로 내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녀와 함께한 대부분이 여성인 투어 밴드도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으로 무대 매너도 너무 좋았다.

- Vampire Weekend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보게된 밴드 'Vampire Weekend'. 밴드 이름만으로는 무시무시한 메탈이나 하드코어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상당히 말큼한 옷차림으로 올라온 이들은 모두 뉴요커로, 뉴욕에서 결성된 밴드란다. 경쾌한 음악에 독특한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랩의 음악적 요소를 더하는 라임처럼, 보컬을 가사 전달과 더불어 좀 더 악기처럼 사용한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는 'Step'이라는 곡이 가장 인상적.

- the XX

빅탑에 오른 Vampire Weekend에 이어 그린스테이지에 오른 'the XX'. 오히려 'Vampire Weekend'라는 이름에 잘 어울릴 만큼 모두 검은 의상으로 맞춰입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멤버 구성도 독특했는데, 보컬/기타를 담당하는 여성 멤버와 보컬/베이스와 디제잉을 하는 두 남성 멤버들로, 그들의 음악처럼 '미니멀'했다. 남녀가 주고 받는 보컬과 음악, 그들의 무대 의상과 조명까지 상당히 잘 짜여진 쇼를 보는 보는 기분이 들었다. 첫 날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을지.

- the Cure

첫 날의 헤드라이너, 1979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아직까지 활동중이니 브릿팝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만한 'the Cure'. 리더 '로버트 스미스'도 여장한 변태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그 시절에는 섹시 스타였단다. 놀라운 점은 오래된 밴드이고 오래된 음악인데도 전혀 '올드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점.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모던락/팝락 정도의 느낌이 나는 곡들을 주구 장창 들려주었다. 30년을 기다렸다는 팬들이나 30년동안 에너지를 유지하는 밴드나, 모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무대였다.

- Prisciilla Ahn

록페스티벌에서 들려주기에는 잔잔한 곡들이지만, 한국계 아티스트로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들려주었기에 꼭 보고 싶었던 그녀. 그녀 역시 이번에 안산까지 오도록 만든 이유였다.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최근 상당히 자주 내한하고 있는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최근에 발표된 3집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을 들려줬고, 한국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단독 공연으로 꼭 다시 보고싶다.

-Steve Vai

거장 기타리스트 Steve Vai. 광기어린 속주같은 건 보지 못했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 만으로 때로는 구슬프게, 또 때로는 매혹적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원숙한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2013/08/23 11:16 2013/08/23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