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또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늘의 해는 오르막을 지나고
내리막으로 내려오고 있었어.
하지만 소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소녀는 조금 춥고 피곤했지.
어느덧 해는 저물어가고
밤의 추위가 찾아오기 시작했어
여인은 소녀에게 말했어.
"오늘은 오지 않으려나보네."
하지만 소녀는 더 기다려보기로 했어.
해는 사라지고 달이 떠올랐어.
하지만 소년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
소녀는 추위에 지쳐갔고
그 모습을 본 여인은 말했어.
"근처에 내 집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으련?"
사실 소녀는 얼음연못 근처에서
어떤 집도 본 일이 없었어.
더구나 호수가 꽁꽁 얼어있을 뿐
따뜻한 계절에는 물이었으니
집이 있을 수가 없었지.
하지만 추위와 배고픔은
소녀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어.
그리고 여인은 말했어.
"내 집에서 쉬다가 다시 나와서 기다리렴."
소녀는 여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지.
소녀가 본 여인의 집은 놀라웠어.
태어나고 호수 근처에서 자라온 소녀였지만,
소녀를 기다리고 있던 집은
소녀가 근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궁전이었지.
겉보기에는 차가운 얼음궁전이었지만
궁전의 내부는 따듯하고 아늑했고
은은한 불빛과 달콤한 향기가 흐르고 있었어.
하지만 궁전의 하인들은 여인과 마찬가지로 창백했지.
소녀는 여인과 함께 성대한 식사를 했어.
소녀는 너무나 배가 고팠기고
음식들은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는
소녀의 인생에가 가장 맛있는 요리들이었어.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소녀는
아무 의심 없이 먹기 시작했어.
소녀는 알고 있었을까?
음식을 먹을 수록 그녀의 피부는 점점
얼음궁전의 여인처럼 창백해져 갔고,
그녀의 눈빛은 몽롱하게 변해갔어.
식사를 마치고 여인은 말했어.
"소년은 오지 않을꺼야. 평생 원망하렴, 아가."
놀랍게도 소녀는 "네, 엄마. 이제 좀 자야겠어요."라고 대답했어.
소녀의 눈은 이미 촛점을 잃었고,
그녀의 피부는 눈처럼 창백했어.
그리고 소녀는 여인의 품에서 눈을 감았어.
소녀가 잤던 어떤 잠보다도 긴,
아주 아주 긴 잠에 빠져들었어.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Search Results for '2009/07'

13 items
얼음연못 <6>
- Posted at
- Last updated at
- Filed under 그리고하루/at the moment
-
- Tag
- 얼음연못
다시 첫번째, 그리고 그 날들(박지윤 콘서트) in 2009년 7월 4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7집을 낸 가수가 첫번째 콘서트라니, 조금은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박지윤은 아이돌 가수로서 발라드로 시작해서 댄스가수로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긴 공백기간동안 음악이 아닌 연기 등으로 외도를 했었죠.그녀는 13년이나 되는 그녀의 음악인생에서 처음으로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앨범으로, 앨범 제목부터 '꽃, 다시 첫번째'로 지었습니다. 음악인생에서 다시 태어난 그녀,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첫번째 콘서트도 이루어졌습니다.
뮤직비디오 혹은 단편영화같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첫 콘서트는 이번 앨범의 세 곡 '봄, 여름 그 사이', '4월 16일', '잠꼬대'를 연달아 들려주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지금까지도 댄스가수의 이미지가 강한 그녀였지만, 상당한 라이브 실력이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가수 13년에 당연한 모습일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이번 콘서트에 대한 준비는 가창력 뿐만 아니라 여러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커버곡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레이첼 야마가타'의 'Over and Over'를 들려주었고 예전 인기곡인 '소중한 사랑'과 'Steal aw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발표곡인 '그대 지금'과 '봄눈'이 이어졌습니다.
2년전부터 기타를 연습했다는 그녀, 기타와 함께 두 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한 곡은 영화 'Once'의 수록곡이었고 한 곡은 유명곡인데 제목을 모르겠네요. 다시 예전 인기곡인 '가버려', '아무것도 몰라요'를 능청스럽게 불렀고, 각각 4, 5, 6집의 인기곡인 '성인식', '난 남자야',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는 메들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데미안 라이스'의 'I remember'와 이벤트와 함께한 'All you need is love'가 이어졌습니다.
다시 그녀의 노래들 '그대는 나무같아', '난 사랑에 빠졌죠', '돌아오면 돼'를 들려준 후 마지막은 바래진 곡(?)인 '바래진 기억에'과 마지막 곡으로 앨범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괜찮아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세션들이 모두 퇴장하고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은 한 명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이 흐르고 관객들의 박수와 앵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다시 등장한 그녀는 멋지게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데뷔곡 '하늘색 꿈'과 그녀의 최고의 인기곡 '환상'이었습니다. 환상을 라이브로 들으니 물론 정말 환상적이었구요.
그녀의 가창력 뿐만아니라, 4인조 밴드 세션과 더불어 '피아노 4중주'(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으로 MR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곡들은 이 구성에 맞게 편곡하여 들려주었고 적절한 음향효과까지 사용되어 정말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더불어 배경으로 오프닝과 배경으로 사용된 영상과 조명효과에서도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모양의 음악을 이제서야 시작했다는 그녀, 이 길은 그녀를 대중에서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게 할 수도 있고, 예전만큼의 인기를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많은 가수들이 결국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요즈음, 그녀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음악들을 하고 오랜동안 그 음악들을 팬들과 함께하는 '뮤지션 박지윤'이 되었으면 합니다.
촬영은 금지라서 공연 중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공연장 로비에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몇 장 담았습니다. http://loveholic.ne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Posted at
- Last updated at
- Filed under 어떤순간에/from live
-
- Tag
- 박지윤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Transformers : Revenge of the Fallen) - 2009.06.28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개봉한 '트랜스포머'의 두 번째 이야기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감독과 배우들의 방문부터 말이 많았지만 개봉 첫 날 대략 50만이라는 대단한 관객을 모은 2009년 최대 기대작이기에, 일요일 아침 8시 조조상영이었지만 거의 빈자리가 없는 상영관은 역시 '트랜스포머'였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마이클 베이 감독'이라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조합이었지만, 전작은 모든 남성들 마음 속의 '소년'을 깨울 만한 작품이었죠. 더구나 로봇들만 치고 받는 싸움이 아니라, 일본 용자물처럼 남자 주인공과 로봇의 우정을 그려서, 마징가 시리즈부터 선라이즈의 각종 용자물을 보고 자란 중년부터 청소년까지의 남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을 법합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작년 최고의 작품이었던 '다크나이트'가 그 속설을 깨버렸지만, 영화계에서는 그래도 아직도 믿을 만한 말이고, '트랜스포머'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 스케일은 커졌지만 두근거리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요?
전반부의 '옵티머스 프라임'의 3 대 1 전투씬과 몇몇 씬을 제외하면, 수 많은 로봇들이 수 많은 장면에 등장해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인상적인 씬은 없습니다. 외계문명과 고대문명의 조우를 바탕으로한 액션에 코믹의 요소까지 첨가하려던 노력은 오히려 CG 낭비라고 생각되며 내용전개를 황당하고 산만하게 합니다. '샘(샤이아 라보프)'과 '미카엘라(메간 폭스)의 모험'은 우연과 행운으로 가득한 롤플레잉 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차라리 진중하고 비장한 전개가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에 어울릴 법한데 말이죠.
'제트파이어'와 합체한 '옵티머스 프라임'은 가장 멋지고, 흡사 일본의 용자물 '가오가이거'를 연상시킵니다. 그 멋진 모습을 길게 볼 수 없다는 점은 참 아쉽습니다. 황금빛 사막을 배경으로 한 차량과 로봇, 그리고 전투는 역시 '마이클 베이'다운 화면을 보여줍니다.(영화 초반에는 그의 또다른 작품의 포스터도 등장하죠.)
북미에서 개봉 첫 주(수요일~일요일)에 제작비인 2억달러를 달성해버린, 2009년의 '괴물'은 이미 후속편이 예정되어있나 봅니다. 3편에서는 1편의 두근거림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별점은 3개입니다.
- Posted at
- Last updated at
- Filed under 타인의취향/Movie&DVD
-
- Tag
- 트랜스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