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연못 <7>

소녀가 창백하고 신비한 여인을 따라
얼음궁전에 들어가 잠이 든 이후로
얼어버린 호수와 호수 주변 마을에서
어느 누구도 소녀를 볼 수 없었어.
소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소년 조차도.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었지.
소녀가 신비한 여인을 따라서
북쪽 호수와 북쪽 나라에 사는 사람,
그 어느 누구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얼음궁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말야.

소녀가 모습을 감춘 뒤로는
북쪽 호수에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몰랐어.
눈발은 점점 거새지고 더욱 추워졌지.
북쪽 호수 주변은 어떤 사람도 살 수 없는
녹지 않는 눈으로 뒤덮인 하얀 황무지가 되어갔어.

숲과 호수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던
호수 주변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북쪽보다 따뜻하고 살기 좋은 남쪽으로
먼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지.

소년은 호주와 호수 주변 곳곳에
사라진 소녀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어.
그리고 소년의 가족도 마찬가지로
남쪽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지.

남쪽으로 떠나기 전 날, 다른 날처럼
열음연못 주위에서 소녀를 찾던 소년은,
호수에서 본 적 없었던 하얗고 날카로운 윤곽을 보았어.
하지만 그 윤곽에 가까워질 수록
눈보라와 바람은 더욱 거세서 결코 다가갈 수 없었지.
소년은 취위 속에서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지.

소년은 어렴풋한 꿈을 꾸었어.
소녀가 소년을 원망하는 꿈을 꾸었어.
소녀의 눈물이 많아질 수록
소녀의 울음소리가 커질 수록
눈발은 점점 커졌고, 바람은 점점 세졌지.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소년은 꿈을 기억하지 못했어.

눈보라의 추위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소년은
몇 일이 지나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 눈을 떴어.
소년을 찾던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
소년은 그 하얀 윤곽에 대해 야이기했지만,
어느 누구도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어.

단지 어느 노파가 한 마디를 했을 뿐이야.
"수 백년전, 아마 내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 세대 즈음에
북쪽 산맥 마을에서 한 소년가 사라졌고,
또 누군가가 그런 윤곽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지.
하지만 이제는 확인할 수도 없는 전설일 뿐이야."

소년과 소년의 가족은 마을을 떠났어.
소년은 눈으로 덮인 얼음길을 달리는 마차위에서
예전에는 호수였던, 눈보라치는 얼음연못을 바라보았어.
눈보라는 점점 거세져서 북쪽나라를 삼키고 있었지.
이후로 누구도 소녀과 소년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고,
북쪽나라에는 언제나 눈이 내리는 긴 겨울이 시작되었지.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까?
꽁꽁 얼어버린 호수 한가운데 얼음연못은
그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얼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까?
소녀가 길고 긴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소녀는 어느덧 창백하고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fin.
2009/07/30 23:20 2009/07/30 23:20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

'파스텔뮤직'의 7주년 기념이 될 만한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

2006년 'Cracker : for a bittersweet love story'를 시작으로 2007년 '12 songs about you', 2008년 'We will be together : Pastel season edition'과 '사랑의 단상 chapter 1' 그리고 2009년 초 '사랑의 단상 chapter 2'까지 양질의 컴필레이션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이 또 새로운 컴필레이션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라는 긴 제목의 컴필레이션을 선보입니다. 사실 '스위트피(Sweetpea ; 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전격 발매 되면서, 소속 뮤지션들의 탈퇴 및 이적으로 상당히 조용했던 '문라이즈(Moonrise)'의 합병, 그리고 합병 이후의 이런 행보는 예상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파스텔뮤직이 문라이즈에게 어떤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왕자 혹은 피터팬을 떠올리는 소년의 감수성을 담은 스위트피의 음악은 소녀적 감수성을 지향하는 파스텔뮤직과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스위트피'에 이어 '캐스커(Casker)'의 영입이 이어지면서(사실 시간적으로 어떤 사건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디씬의 두 전설적 존재를 통한 '더욱 튼튼하고 독보적인 입지'와 더욱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캐스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합니다.(어떻게 생각하면, 스포츠로 말하자면  '악의 축'이네요.)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가 총 5장의 CD 가운데 4장은 이미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 성격이었고 나머지 한 장이 신곡을 수록한 컴필레이션이었듯이, 이번 앨범도 비슷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3장의 CD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도 2장은 문라이즈를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이고 나머지 한 장은 문라이즈의 음원들을 현재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앨범입니다. 5주년 기념 앨범과 다른 점이라면, 리메이크 앨범만 따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공개된 CD 프린팅 이미지가 재미있는데, 소년과 소녀가 함께 왈츠를 추고 있습니다. 소년은 문라이즈, 소녀는 파스텔뮤직이겠죠. 왈츠는 두 레이블의 합병을 의미하고, 봄의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이겠구요.

'아스피린 소년'은 원래 '전자양' 1집의 곡으로 파스텔뮤직의 기대되는 유망주 '이진우'가 부릅니다. 원곡의 어쿠스틱한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진우의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5월에 발매된 '미스티 블루'의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을 피쳐링하면서 들려주었던 저음의 보컬과는 다른 음색이라 의외입니다. '재주소년'이 부르는 '농구공'은 신곡입니다. 문라이즈 소속으로 3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현재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활동하기에 문라이즈의 리메이크를 하는 일이 어색하였을지모 모릅니다. 두 레이블을 이어주는 밴드이기에 더욱 의미 깊기도 합니다. 어쩐지 제목과 어린시절의 설렘을 노래한 가사에서 '이승환'의 '덩크슛'을 생각나게 합니다.

본인의 음반에 국한되지 않고 피쳐링 및 OST 참여를 통해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만능보컬 '타루'는 '스위트피' 2집의 'Kiss Kiss'를 부릅니다. Kiss Kiss 자체가 스위트피가 일본 원곡을 리메이크한 경우이기에 스위트피의 Kiss Kiss에 제한되지 않고 더 자유롭게 리메이크할 수 있었고, 그 적임자는 역시 타루라고 생각됩니다. 원곡이 너무 좋지만, 역시 만능보컬 타루답게 자신의 색깔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더멜로디'시절부터 들려준 좋은 영어 발음은 곡에 대한 집중을 높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감초같은 현악과 어우러진 탁월한 감정 표현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1집을 발표하고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Epitone Project'는 '델리 스파이스' 5집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이진우와 조예진(from 루싸이트 토끼)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곡 가사의 배경이 되는 일본 만화 '아다치 미츠루'의 'H2'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히로'와 그 친구 '히데오'의 삼각관계를 염두하지 않았나 하네요. 여성의 목소리로 듣는 '고백'은 색다르면서 정말 '애니메이션 주제가'같은 느낌이네요.
 
'짙은'이 리메이크한 '동물원'은 지금은 밴드 '마이언트메리(My Aunt Mary)'로 더 유명한 밴드의 리더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 'Thomas Cook'의 곡입니다. '마이엔트메리'의 느낌이면서도 더 차분한 분위기로, 짙은이 들려주었던 차분하면서도 사려깊은, 그런 짙은 감수성과 닿아있습니다. 짙은이 '파스텔뮤직의 마이언트메리'가 되기를 바라는 레이블의 바람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소식이 없어서, 파스텔뮤직 소속인지도 잊고 있었던 'Cloud Cuckoo Land'도 '스위트피' 2집의 '돌이킬 수 없는'을 다시 부릅니다. 스위트피의 세 번째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던 '캐스커'는 바로 그 세 번째 앨범 수록곡 '떠나가지마'를 들려줍니다. 2007년 말에 발매된 앨범의 리메이크는 의외이기도 합니다.

Sentimental Scenery는 이미 요조가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재주소년 3집의 'Sunday'를 리믹스하여 들려줍니다. 이미 앞서 '고백'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조예진의 '루싸이트 토끼'는 스위트피의 '오, 나의 공주님'를 다시 부릅니다. 다소 엽기적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면서 사랑의 잔인한 진실(?)을 알아가는 가사는 씁쓸합니다. Epitone Project가 다시 한번 이진우와 함께한 '기도'는, 지금은 시류에 편승하듯 여성보컬(Whale)을 영입하여 'W & Whale'로 더 잘알려진 'W'의 곡입니다. '플럭서스뮤직(Fluxus music)'으로 이적하기 전, 전신인 'Where the story ends'로  발표한 데뷔앨범 '안내섬광'의 수록곡으로 부제로 'Hommage to 윤상'이 붙어있는 곡인데, 지금 모습과는 다르게 앞선 두 장의 앨범(특히 안내섬광)에서는 '윤상 스타일'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윤상 스타일을 추구하는 Epitone Project이기에 'W'의 곡을 선택한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선 '고백'에 이어 '기도'에서도 이진우와의 궁합은 좋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인 타루와 Sentimental Scenery의 프로젝트를 강렬히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진우와 Epitone Project의 남성 듀오도 기대해봅니다.

의외의 인물 'Slow 6'가 델리 스파이스 2집의 '종이비행기'를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문라이즈와도 관련이 없어보이는 Slow 6의 등장이라 당혹스럽니다. 그런데 이름을 가리고 들어보면 가창법이 '어른아이'를 연상시킵니다. 미세한 발음이나 호흡이 너무나 흡사해서 이름을 가린다면 '어른아이'가 부른 곡으로 음성 변조로 남성처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법합니다. 요조는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한 'Sunday'에 이어, 다시 재주소년의 1집 수록곡  '귤'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라이브레코딩같은 도입부가 재밌고, 'I am ready'라는 너무 노골적인 발음은 당황스럽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을 너무나 시적으로 그려내는 '재주소년'의 곡을 요조만의 매력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얼굴인 '메리클라이브'는 첫인상부터 '새될 법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전자양 2집 수록곡의 '당분인간'을 부릅니다. 잘난 척하고 우쭐해하는 모습을 비꼬는 듯한 가사와 언어유희가 재밌습니다. 마지막은 '파니핑크'가 담당합니다. 스위트피가 3집에서 'Toy 유희열'과 함께한 '기도'를 다시 부릅니다. 어찌된게 파니핑크는, '사랑의 단상 chapter. 1'에 수록된 'River'에 이어, 정규앨범보다 컴필레이션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타루가 부른 Kiss Kiss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작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어찌보면, 문라이즈에 대한 오마쥬라고 하지만, 사실 '김민규'에 대한 오마쥬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바로 그 자신인 스위트피와 그가 리더인 델리 스파이스의 곡이  14곡 중 절반인 7곡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흔하지 않은 컨셉에 쉽지 않은 시도', 홍보력의 부재로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잊혀질 수 있었던 좋은 곡들에 새로운 색을 입혀 다시 소개하려는 시도는 현존하는 인디레이블 가운데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시도이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모습이 파스텔뮤직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지만 미스티 블루, 한희정, 어른아이 등이 참여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물론 세 팀은 5월에 앨범을 발표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겠지만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7/27 21:04 2009/07/27 21:04

황경신 - 그림같은 신화

작가 황경신이 쓴 그림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그림같은 신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꾼은 작가 이윤기일 것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고전으로 생각되는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은 번역자이기도 한 이윤기는, '신화를 읽는 12가지 열쇠'라는 주제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4권까지 펴내기도 했죠.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에세이 형식의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쓰기도 했죠.

'페이퍼'로 유명한 작가 '황경신'이 바로 이 신화에 도전했습니다. 그냥 신화가 아니고 '그림에 깃든 신화의 꿈'이라는 주제로 말이죠. 하지만 그림 작품에 촛점을 맞추지 않고, 화가들의 단골 주제가 되는 신화 속의 인상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에 관련된 그림들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에로스와 프시케'라던지, '비너스의 탄생', '피그말리온'같이 신화에 관심있는 이야기라면 모를 수 없는 이야기죠. 그 '모를 수 없다'는 단서 때문에 신화 서적을 몇권 읽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은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문적인 신화 이야기뿐 이윤기와는 다르게, 이야기 자체의 전달 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작가의 느낌들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신화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하는 접근이기에, 어떤 점에서는 신화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들에게는 더 어려운 접근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건 속의 조연이나 그림을 그린 작가에도 시선을 주어, 단순히 신화에 국한 되지 않고 작품과 작가에까지 알 수 있는,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두가지 코드인 '그리스 로마 신화'와 '크리스트교' 가운데 전자를 폭넓게 이해하는 썩 괜찮은 교양서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짙게 느껴지는, 작가의 페미니즘적인 성향이 싫지 않다면, '페이퍼'에 실린 그녀의 글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 되겠습니다.(사실 이런 점에서 신화에 대한 지식이 많이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랑, 욕망, 슬픔,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각각 네 가지 이야기씩 총 16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신화적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유명한 명화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을 얻고 교양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변함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너스의 탄생'이 가장 인상적이더군요. 비너스(아프로디테)는 바로 사랑의 여신으로 물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랑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다죠. 신화 속에 녹아있는 옛사람들의 삷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재미와 더불어 신화를 읽는 가치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은 보편적인 것이기에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문화 유산이구요.

2009/07/27 11:17 2009/07/27 11:17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1 : Drift in 7월 19일 상상마당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1주일 남겨둔 지난 주말, 금토일 3일 연속 홍대 공연 출동으로 전야제가 아닌 '전주제(前週祭?)'를 지냈다고 하겠습니다. 일요일, 그 3일 연속 출동의 대미는 바로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Mint Festa(민트 페스타)'의 21번째 이야기(Vol. 21), Drift였습니다. '굴소년단', '오지은', '요조', '해오', 'Alice in Neverland(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라인업은 초호화이자 제가 보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을 모아 놓은 라인업이었구요. 라인업이 좋아서 아주 빨리 예매를 완료했는데, 초대권을 얻을 기회가 있어서 사실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죠.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오후 4시의 이별(http://loveholic.net/46)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굴소년단 - 초록빛의 방(with 진영)(http://loveholic.net/49)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Welcome to Festa(http://loveholic.net/50)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진공의 밤(http://loveholic.net/53)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슈팅스타(http://loveholic.net/57)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요조 - 꽃(http://loveholic.net/61)

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2009/07/23 17:43 2009/07/23 17:43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in 7월 18일 클럽 빵

금요일 보다 비가 덜 내린 7월 18일 토요일, 오랜만에 홍대 '빵'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6월 6일에 있었던 '인디 루트 페스타' 이후 처음 가는 빵은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이렇게 네 팀의 공연이 잡혀있었습니다. 공연 시작은 7시 30분이었고 빵에는 약 1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미리 들어온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될 때 즈음부터 슬슬 사람들이 들어와서 약 20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피카'가 오프닝을 담당했습니다. 로로스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그녀 많은 세계를 들려주었죠. 가사가 거의 다 영어고 한국어 발음도 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목이나 가사는 거의 모르겠더군요.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직업으로 학원 강사(아마도 영어?)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많나 봅니다. 제도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이어서 남성 5인조 '폰부스'가 등장했습니다. 언젠가 온라인 음반샵에서 앨범이 발매된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이들의 곡을 들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빵에서 공연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나 봅니다. 추구하는 장르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펑크로 들리는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관객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세 번째는 '미내리'가 등장했습니다. 미내리의 전신인 밴드 '페인트 박스'를 공중캠프에서 처음 본 때가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그 때와는 보컬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베이시스트는 한때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황규성'군이 담당하고 있고 드러머는 '오!부라더스'의 드러머였고 최근에는 '플라스틱 피플'과 함께하는 '오주연'군이었습니다. 상당히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기한 활동 중단 중인 '그림자궁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이 홍대로 이사오기 전부터 빵과 함께했던(그 시절에는 멤버가 조금 달랐지만) 데미안은 이제 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제가 이 밴드를 처음 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하는 빵 밴드는 데미안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하네요. 오래전부터 느껴온 점이지만, 데미안 멤버들 사이에는 정말 끈끈하고 진득한 뭔가가 있나봅니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데미안이 세 번째고 미내리가 마지막이지만, 지난 번에 두 밴드가 같이 공연했을 때 데미안이 먼저해서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1집 'Onion Taste'를 발매하고 2006년 11월의 고별 공연이 마지막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인데, 그 동안 상당히 많은 곡을 만들었나 봅니다. 'Wolf', 'I becone to you', 'fucking umbrella', 'Vintage Dance' 등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습니다. 'Wolf'의 인상은 강렬했고, 'Vintage Dance'는 제목처럼 댄서블하여 데미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쯤 이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낼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찾는 (특별한 행사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가 아닌) 빵 정규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가고 싶지만, 시간이 될지. 또 라인업이 저랑 맞을지 모르겠네요.

공연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역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7/22 01:40 2009/07/22 01:40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 in 7월 17일 2nd Floor

엄청난 폭우가 내리던 2009년 7월 17일 금요일 홍대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오랜만에 공연 소식을 알린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2nd Floor(http://2floor.co.kr)'라는 카페에서 열린 공연이었고, '옥상달빛'이라는 여성 듀오와 함께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7시부터 입장이고 8시부터 공연 시작이라는데 처음 가보는 곳이라 좀 서둘러 갔습니다. 자세한 약도는 못보고 '상상마당' 근처라고만 알고 찾아보기로 하였죠.

하지만 상상마당 빌딩 근처를 몇 바퀴 돌았지만 '이층집(2nd Floor)'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빗발은 점점 굵어져서 바지는 물론 단화까지 완전히 젖어서 양말까지 물에 빠진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7시가 넘었는데도 이층집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혹시나 해서 상상마당 옆 길을 건너서 롤링홀 쪽으로 향해 보았습니다. 비도 너무 많이 내리고, 못찾으면 그냥 갈 생각이었죠. 그러나, 롤링홀 쪽으로 가는, 주차장 길 오른쪽에 바로 이층집이 보이더군요. 반갑게 들어가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첫 손님이었나 보더군요. '옥상달빛'은 리허설 중이었구요.

공연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넓지 않은 카페의 자리들은 대부분 주인을 찾았습니다. 관객들은 대부분 옥상달빛을 보러온 듯했고, 역시 이 여성 듀오를 보러온 '올드피쉬'의 'Soda'씨도 만났답니다.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이하 복숭아)'는 옥상달빛의 리허설이 다 끝나고 도착했고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간단한 세팅 후 복숭아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Chocolate Queen'과 'Sad stroy girl'이라는 신곡들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가 수년 째 밀고 있는, 오랜만에 들어서 정겨운 '코끼리송'도 역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Holy star'라는 만든지 얼마 안된 곡도 처음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멘트로 아기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멘트 능력치가 감소된 모양이었습니다. 코끼리송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두 곡 '우리의 기억은 저편에 숨어서'와 '멜로우씨잔혹복수극'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엉클(Uncle)'을 할 때는 '옥상달빛'의 템버린 세션을 빌려서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멜로우씨잔혹복수극'이나 '엉클'은 복숭아 혼자서 하면 맛이 안나고, '어배러투모로우'시절처럼 추임새와 템버린이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옥상달빛'의 공연은 갑자기 생긴 '다음주에 결혼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볼 수 없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빵'에서도 공연을 하는 밴드이고 동영상을 보니 상당히 괜찮더라구요. 다음에 꼭 볼 기회가 있겠죠.

사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네요.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07/20 00:29 2009/07/20 00:29

츠지 히토나리 - 우안 <2>

'좌안', '우안'의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오래 읽은 마지막 '우안' 2권.

결론은 마리의 이야기 '좌안'이 성장연애소설이었다면, '우안'은 성장, 초능력, 심령, 종교에 미스터리까지 결합된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겠다. 마리와 큐, 두 사람 인얀의 연결고리는 중요하지만 역시 큐의 이야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비오면 생각나는 파전'처럼 큐의 인생에서도 가끔식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할까? 물론 파전보다야 중요한 존재이지만.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의 가족말고 화가 '시즈오'가 중요한 조연으로서 마리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부각되어, 어린시절 마리의 오빠이자 큐의 친구인 '소이치로'만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후반부에는 언급도 없어서 좀 아쉬웠다.

'좌안'에서 거의 편지로만 만날 수 있었던 큐이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역시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의문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큐와 네네의 연이은 교통사고는 과연 우연이었을지, 프랑스의 초능력 연구소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큐의 제자 소노 분도의 과거와 큐가 목숨을 구해준 슈켄사의 이야기 등등...

나약한 여자이지만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였고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가는 마리에 비해, 염동력, 예지력, 공중부양 등 강력한 초능력에 건장한 신체를 가졌지만,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나약한 의지 때문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깨닭음을 원하지만 스스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어쩌면 그의 게으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기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그렇게나 타락할 수 있었는지, '좌안'의 마지막 모습과 '우안' 1권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나 이상했는데, 그렇게나 영특한 그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반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구도자 같았던 그가 알콜중독자가 되는 모습은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아미와 사키를 통해 마리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그래도 해피엔딩. 확실히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2009/07/17 11:10 2009/07/17 11:10

흐른 - 흐른

밴드 '로로스'로 더 유명한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 Movement)'의 유일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흐른'의 1집 '흐른'.

홍대 클럽 '빵'을 중심으로 하던 '흐른'은 남성 그리고 밴드가 위주였던 레이블 'TuneTable Movement'에 합류하여 2006년 EP '몽유병'을 발표하고 늦은(?) 나이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어느새 귀국하여 약 2년 반이 지난 2009년 3월 정규 1집 '흐른을 발표했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떨어진 잉크가 퍼지는 듯한 그림의 자켓으로 그녀의 음악활동의 이름인 '흐른'을 표현하고 있는 1집은 그 내용면에서도 일맥상통하여, 전작인 EP '몽유병'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EP와 1집 사이에 있었던 유학을 통해 느낌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첫곡 "Don't feel sorry"는 영어 가사의 곡으로 나름 유학파이자 페미니즘 성향의 그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P '몽유병'에 이어지는 그녀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더불어 EP 수록곡 '몽유병'의 당돌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내 빵을 뜯었나"는 제목에서 유명한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빵'이라는 단어에서는 어떤 '정치적 색'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예상외로 디스코풍의 전자음이 등장하면서, 흐른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누군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네요.

"다가와"는 EP의 '스물일곱'과 마찬가지로 가사에서 흐른의 소박하지만 솔직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연주에서도 그녀다운 편안함이 지배합니다. 봄에 발매되었지만, 가사에서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생각되고, 요즘같은 여름밤에 듣기 좋네요. "어학연수"는 실제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녀가 타지에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Wake Up in the Morning"은 애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사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확신시켜주는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는 마지막 트랙인 "Autumn Mix"와 비교하며 들으면 재밌습니다. Summer Mix가 댄서블한 빠른 템포와 시원한 전자음으로 여름을 노렸다면, Autumn Mix는 느린 템포의 넉넉한 밴드 사운드로 가을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 "산책"과 "Global Citizen"은 삶과 세상에 대한 사색이 짙게 느껴지는 트랙들입니다. "산책"은 버려진 기타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Global Citizen"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순들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종족분쟁의 케냐와 캐냐산 커피, 기아의 잠비아와 옥수수를 먹여 키운 소고기 햄버거라는 잊고있던 자본주의의 모순들은 직시하게 합니다. 적당히 댄서블한 사운드에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직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가사가 익살스러우면서도 아프게 와닿습니다. 앞선 두 곡 "누가 내 빵을 뜯었나"와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와 같이 빠른 템포는 세 곡을 연작 같이 느껴지게 합니다.

이어지는 세 곡은 '빵'에서 솔로 뮤지션으로 공연하는 그녀를 느끼게 해주는 트랙들입니다. 가사에서 사랑과 배려, 그리고 하얀 거짓말이 떠오르는 곡 "할 수 없는 말"은 둘이어서 더욱 외로울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그녀의 울림 때문에 아름다운 트랙입니다. "그렇습니까"는 EP 수록곡 '거짓말'의 연장선 위에 있는 조심스러운 사랑 노래입니다. 아니, 그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솔직하지 못한 '그녀의 노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지만 결론은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는 것인가 봅니다. "Song for the Lonely"은 'Sarah McLachlan'의 'Angel' 조용하지만 굳건한 위로와 지지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세 곡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울림은 아마도 가장 가장 '흐른'다운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숨겨진 야심작이었던 앨범 '흐른'은 그 야심만큼 곡 자체의 탁월함 뿐만아니라, 연주를 담당한 세션들에도 각자의 밴드 활동으로 실력을 입증받은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뮤지션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이라고 치면 '후보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믹싱 및 마스터링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문외한인 저에게도 느껴지는 소리의 질은 아마도 튠테이블 무브먼트를 통해 발매된 음반들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속사 튠테이블 무브먼트와 음반 배포를 담당한 '파고뮤직'의 빈약한 홍보 능력 때문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비단 앨범 '흐른'과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디씬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인디씬에서도 요 몇년 사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메인스트림과 마찬가지로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홍보력이 비중이 점점 커지는 듯하여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홍보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7/15 23:41 2009/07/15 23:41

노리플라이(No Reply) 1집 Road 발매 기념 공연 in 7월 11일 SoundHolic

2009년 7월 11일 홍대 앞에 위치한 클럽 '사운드홀릭(SoundHolic)'에서 얼마전에 데뷔앨범 'Road'를 발표 한 노리플라이(No Reply)'의 1집 Road 발매 기념 공연이 있었습니다. 노리플라이는 보컬과 키보드를 담당하는 '권순관'과 기타를 담당하는 '정욱재'로 이루어진 남성 2인조 밴드입니다. 제 17회 유재하 가요제(혹은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뒤돌아보다'로 은상을 차지했고 해피로봇 레코드에 입사하여 1집을 발매하게 되었죠.

상당히 인기가 있는지 공연 티켓은 현장 판매 없이 예약 판매로 모두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번 공연을 초대로 보게되었는데, 초대이기 때문인지 입장번호가 200번이 넘어가서, 좌석은 약 200개이기에 스탠딩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거의 맨 뒤쪽의 의자에 앉을 수있어서 그나마 덜 불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정된 7시가 조금 지나서 1집의 첫 곡인 '끝나지 않은 노래'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싱글 수록곡 'Boy', 컴필레이션 '강아지 이야기'의 수록곡 '강아지의 꿈', 1집 수록곡 'Road'가 이어졌습니다. 큰 인기를 얻어 싱글로 발매되었던 '고백하는 날'을 부를 때는 게스트 '나루'의 난입이 있었습니다.

그의 게스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1집을 같은 소속사에서 먼저 발매했기에 선배이자, 정욱재의 동네 친구라는 '나루'는 노리플라이 1집에서 함께한 'Violet Suit'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리플라이와 세션들의 퇴장이 있었습니다. 따지자면 그 순간이 1부의 마지막이었다고 할까요? 나루는 '강아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컴필레이션 '고양이 이야기'의 '연극'을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곡들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곡이라네요.

이어서 두 번째 게스트로 '오지은'이 등장했습니다. 오지은은 노리플라이와 같은 유재하 가요제에서 노리플라이의 은상보다 밑인 동상을 차지했었죠. 하지만 노리플라이가 앨범 1장을 낼 동안 2장을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지은은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MR과 함께 그녀의 2집 타이틀 곡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 를 들려주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공연이었는데, 기타를 연주하지 않고 노래만 하는 모습은 그녀의 1집 발매 기념 공연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만 하는 그녀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저질(?) 손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노리플라이가 다시 세션들과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1집에서 오지은과 함께 헀던 '오래전 그 멜로디'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1곡만 같이하는 점은 아쉬웠는지, 오지은 2집 수록곡이자 제목이 너무 긴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지은의 가창력은 좋았지만, MR을 사용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무대 매너는 역시 서툰 노리플라이와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차이 때문에 게스트인 오지은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구요.

오지은이 퇴장하고 본격적인 2부가 시작되었고 그 시작은 지금의 노리플라이를 있게 한 곡 '뒤돌아보다'였습니다. 이어지는 '솔로 타임'은 두 멤버가 각자 솔로로 노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권순관은 그의 키보드와 함께 1집 수록곡인 '흐릿해져'를 멋지게 불렀습니다. 이 곡은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정욱재는 과연 어떤 곡을 부를지 궁금했는데, 그는 밴드의 곡이 아닌 유명곡을 불렀습니다. 바로 'Knockin' on heaven's door'였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곡었고 너무나 유명한 뮤지션들이 커버곡으로 많이 불렀기에 아쉽게도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데뷔앨범의 타이틀 곡인 '그대 걷던 길', 전철을 타면서 느낀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Fantasy Train'이 이어졌고, 공연의 마지막 곡은 앨범에서 가장 화려했던 'World'로 스트링이 없어도 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역시나 앵콜 요청이 있었고 아마도 이 밴드의 최고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컴필레이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을 들려주었습니다. 분위기는 고조되어 모든 관객이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깜짝 게스트로 이 곡을 같이 불렀던 '타루'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타루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야'를 끝으로 공연은 끝났습니다.

상당히 많은 곡들이 지나갔지만 공연시간인 예상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첫 공연은 아니었겠지만,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라는 거창한 제목 때문인지 모두 긴장을 했고, 눈에 보이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아쉬운 점은 그 긴장 때문인지 노래와 더불어 공연의 중요 요소이고, 앨범만 듣지 않고 공연을 찾게되는 요소인 '공연의 여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멘트에서는 많이 부족헀습니다. 그래서 게스트가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구요. 앨범 수록곡들은 탁월했지만, 더 오래 사랑받는 밴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그 곡들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그 여백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 노리플라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9/07/13 01:22 2009/07/13 01:22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with 한희정, 타루) in 7월 10일 구로아트밸리

7월 9일~11일까지 구로에 위치한 '구로아트밸리'에서 '2009 구로아트밸리 인디락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있습니다. 왜 거창하냐면 '인디락 페스티벌'이지만 공연 기간은 한 곳에서 딱 3일이고, 게스트를 제외한 정식 참여 밴드는 총 8팀(게스트 포함 10팀)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에서 느껴지는 '성대함'같은 것되는 당연히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3일의 공연 가운데 가운데,  7월 10일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 주제는 '설레임의 상실'로 참여 밴드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두 밴드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이고 게스트로 역시 같은 소속의 '한희정'과 '타루'가 참여했습니다. 특히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는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 가운데 최근 가장 소식이 뜸했던 밴드들로 두 밴드 모두 올해 5월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지만 공연 소속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두 밴드의 오랜만의 공연 소식만으로도 상실된 설레임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시작 예정 시간인 8시가 조금 지나 시작된 공연은 첫 번째 게스트인 '한희정'의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6월의 단독 공연에 이어 7월의 게스트 출연으로, 최근 그녀의 음악 행보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자주 공연을 하는 '한희정'은 공연 첫 곡으로 나쁘지 않은 1집 수록곡 '우리 처음 만난 날'로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푸른새벽 시절에도 만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입담이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점점 능청스러워지는 그녀의 멘트와 무대 매너는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냈습니다. 이어 새 EP '끈'의 수록곡인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연달아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앞선 두 공연에서 첼로를 비롯한 세션들과 함께했던 '러브레터'는 오직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기타연주로만 들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담백하면서도, 울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녀는 방학이 끝나가는 8월에 또 단독 공연이 예정입니다.

이어 두 번째 게스트가 아니라 '미스티 블루'의 보컬 '정은수'가 키보드 세션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사계절 연작 EP 시리즈 가운데 5월에 첫 번째로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의 첫 번째 보컬곡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를 들려주었습니다. '한희정'과 '정은수'가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2006년 5월에 있었던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하네요.  약 3년만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미스티 블루', 이어 1집 수록곡인 '화요일의 실루엣'과 'Daisy'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두 곡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의 곡들입니다.

이번 EP에 참여한 파스텔뮤직의 유망주 '이진우'가 등장하여 EP에 수록된 듀엣곡 '4월의 후유증'과 커버곡으로 'Radiohead'의 'No surprise'를 들려주었습니다. 낮은 톤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사가 잘 안들린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역시 EP 수록곡인 '동경 센티멘탈 클럽'을 들려두었는데, 이 곡은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미스티 블루의 팬클럽 이름을 이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바꾸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외에도 보사노바풍의 반(半)트롯트 'Cherry', 조금 밝은 분위기 '초컬릿', 'Spring fever' 등 1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모든 곡이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앵콜곡으로, 준비되지 않은, 미스티 블루의 곡 중 가장 밝은 곡인 '날씨맑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사계절 EP 연작 가운데 두 번째인 '여름의 온도'가 열심히 작업중에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EP가 나오고 네 번째 EP의 발매가 임박했을 때 즈음에는 정식 단독 공연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게스트 '타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앵콜곡 '날씨맑음'은 그 발랄함 때문인지 타루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죠. 굽이 높은 하이힐까지 신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첫 번째 곡으로 제목 미상의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연인의 다툼을 노래한 곡인데, 지금까지 솔로로서 들려준 곡들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공연 당일의 그녀의 생일이었다고 하며, 능청스러운 멘트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생일은 정말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곡은 그녀의 첫 EP 수록곡인 'Love today'와 'Yesterday'였고 역시 탁월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8월 경에는 그녀의 첫 앨범이 발매되고 쇼케이스도 있을 예정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어른아이'의 무대였습니다. 이제는 원맨 밴드인 '어른아이'는 각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마치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같은 분위기로 이끌어갔습니다. 너무 힘든 일상생활을 노래한 'B Tl B Tl'이 첫 곡이었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sad thing'이 이어졌습니다. '상실'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설레임의 상실'에서 그 상실과 더불어 얼마전 있었던 사고를 떠올리며 공연 셋리스트에 추가되었답니다. 2집 수록곡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 민들레의 심정과 그에 대한 위로를 노래한 '민들레'를 들을 수 있었고, 2집 발매이전에 먼저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동명의 시에서 가사를 가져온 'Annabel Lee'는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1집 수록곡들 많이 들려준 '미스티 블루'와는 다르게 새로 발매된 2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바보같은 사랑'을 노래하는 'Fool'과 오케스트라 편곡이 너무나 힘들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You'와 마지막 곡으로 '서성이네'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앨범처럼 매우 조용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공연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요즈음 그녀가 연습중이라는 커버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약 100분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약 150분(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상당히 긴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스탠딩이 아니었기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소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명은 아쉬웠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는 붉은 조명을 얼굴로 받아 달구어진 강철처럼 '달구어진 얼굴'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전까지 종종 있었던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은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2008년 1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은 마치 '파스텔뮤직 레이블 공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앨범을 발표한 세 팀과 곧 발매 예정인 한 팀(타루), 총 네 팀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파스텔뮤직의 2009년 한 가운데 서있는, 레이블로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합니다. 홍대에서도 이런 푸짐한(?)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2009/07/11 14:30 2009/07/11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