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과연 국민의 건강에 진정 관심이 있는 것일까?

오늘 뉴스를 보니 일부 국공립 병원에서 시행해오던 "포괄수가제"를 강제적으로 전국에 모든 병원에 확대 시행한다고 하여 말이 많습니다. '의사협회(의협)'은 일방적인 시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반대측에서는 의협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괄수가제에 포함되는 질환은 7개 질병군이며, 제왕절개와 충수돌기염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계는 "정해진 수가 안에서 진료 및 치료를 하려면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충수돌기염 같이 이미 너무 낮은 수가때문에 수술 자체만으로 병원에서 손해를 보기 쉬운 질환을 포괄수가제로 묶는다면, 병원이 자선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존재하는 민간 병원과 그 병원들의 병상점유율이 80%를 넘는 민간에 의존하는 의료 체계인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제한한다는 자체부터가 말이 안되긴 합니다. 의료비로 악명이 높은 미국도 국공립 비율이 50%가 넘습니다.) '건강보험공단(건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정부 및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것을 너희들이 왜 반대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수가 자체가 적정하지도 진료 기준이 교과서적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비교는 "현재 수가를 선진국과 비교하여 GNP 대비 적정한 수가로 올려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모습과는 너무나도 상반됩니다. 교과서대로 진료를 해도 과잉진료라고 삭감을 하고 이미 터무니 없이 낮은 수가를 포괄수가제로 묶는 다는 것은, 진료권 탄압 및 포퓰리즘적인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혹은 의사 그만 두라는 의미일까요?

포괄수가제와는 별도로 '건보'와 '심평원'은 언론사들을 통해 매년 'XX 수술 잘 하는 병원' 등을 발표하고는 합니다. 특정한 수술을 해서 완치하거나 생존율이 높은 병원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수술 잘 하는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잘 못하는 병원에는 삭감을 한다고 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이 의사와 병원들만 압박하여 의료비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XX 수술 잘하는 병원'에는 맹점이 분명있습니다. 수술을 얼마나 잘하는 지는 '수술 성공한 수'를 '수술 시행한 수'로 나눈 퍼센티지(%)로 평가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여기에는 통계의 약점이 존재합니다. 암을 예로 들면, 같은 이름의 암이라도 하더라도 그 한 종류의 암에는 수 많은 등급과 상태(stage와 grade)가 존재하며, 그 등급과 상태에 따라 수술 성공율과 생존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등급이나 상태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연령이나 체력, 기존의 합병된 질환 등에 따라 수무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여 그 성공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병원이나 의사가 조금은 (나쁜 마음을 먹고) 수술 잘 하는 병원이 되고 싶다면, 암의 등급이나 상태가 좋지않거나, 수술하더하도 환자의 기본 상태가 좋지않아서 수술을 하더라도 그 성공율이 높지 않은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만 골라 수술한다면 성공율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합니다. 아예 위험한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수술 시행한 수'에 포함되지도 않으니까요. 건보나 심평원의 평가 기준으로는 30% 확률로 성공하는 경우들을 열심히 수술해서 40% 성공하는 병원보다, 80% 확률로 성공하는 경우들만 수술해도 70% 밖에 성공하지 못하지는 병원이 (어처구니 없게도) 더 'XX 수술 잘하는 병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XX 수술 잘 하는 병원' 선정이나 '포괄수가제'의 시행 목적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건장 증진'보다는 '건강 보험 지출 억제'에 촛점이 맞춰졌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공단의 인력 감축이나 '의약분업'때문에 불필요한 과잉 지출을 막을 생각은 없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가장 손쉬운 '의사와 의료계를 압박'하여 줄이겠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여지가 있습니다.
'수술 잘 하는 병원'도 그렇지만 '포괄수가제'의 시행으로 질병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수술을 하더라도 합병증이 많이 생길 확률이 높은 환자들은 본이 수술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수술받기 더욱 더 어려운 시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수술했다가는 수술 잘 하는 병원이 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포괄수가제'로 받는 수가 안에서 치료를 해야되는 상황에서는 괜히 수술을 했다가 합병중이 생기면 병원의 손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질병이란 시시각각 상태가 변합니다. 충수돌기염은 수술하지 않고 놔두면 충수돌기가 터져서 복강 안에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이 될 수 있고 복막염으로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포괄수가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아직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또 가정을 해봅시다. 충수돌기염은 포괄수가제의 제한을 받지만 복막염은 그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당연히 환자가 젊고 안전한 경우라면 충수돌기염 수술은 대부분 안전하게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가 많고, 많은 나이 때문에 증상 발현이 늦어서 염증이 생긴 충수돌기가 터지기 직전이라면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괜히 위험한 수술을 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합병증과 골치 아픈 의료 소송을 감수하느니, 최대한 항생제 치료 등 내과치료를 하고 만약 터져서, 전혀 다른 질병인 '복막염'이 될 경우에 수술을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XX 수술 잘 하는 병원'이라는 병원의 명성과 '포괄수가제'를 피해서 병원의 제원적인 면에서 이득이 될 테니까요.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국공립 병원이나 자선사업을 하는 병원이 아니고서야 의학적으로도 성공율이 높지 않거나, 병원을 유지하는데에 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경우라면 과연 위험을 감수할 병원이 있을까요?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가 민간 병원의 운영에 지원을 하기보다는 의료비 지출의 감축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으로서 손해보지 않는 길을 선택한 병원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결국 위험이 높은 환자는 기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요즈음처럼 의료 소송이 더욱 많이 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안전한 길을 택하게 되겠지요. 과연 건보와 심평원은 국민 건강 증진에 진정 관심이 있는 것일까요?
또 일부 사람들은 포괄수가제의 강제 시행에 민간보험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괄수가제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감소할 수도 늘어날 수도 있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줋어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에서 민간보험사들의 이익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이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 것은 곧 개인이 건강보험과는 별도로 계약한 보험금(암보험, 실비보험 등등)으으로 운영되는 민간보험사들의 지출이 줄어드는 일이며, 이는 민간보험사들의 이익 증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가정'일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미 FTA'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광우병 문제'같이 "만약에..."라는 최악의 가정을 염두하고 반대했던 경우처럼, 이 경우에도 최악의 가정을 생각하지 않아야 할까 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대형병원과 민간보험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12/05/29 18:17 2012/05/29 18:17

쑈쑈쑈나른쑈 in 5월 12일 bookcafe IDEE

올해부터는 작년까지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지만, 직장 때문에 거주지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수도권에 거주할 때는 말로만 들었던 '지방민(?)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홍대 근처 클럽에서 공연을 볼 시간이 있고, 입장료를 지불할 돈도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공연 자체에 드는 시간과 비용보다 클럽에 가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커서 볼 수 없는 설움이죠. 보통 한 달에 한 번정도 집에 가기에 그때나 클럽을 찾아볼까하고 있었는데, 현재 거주지에서 서울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대전'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얼씨구나! 올 봄의 첫 인디공연은 대전에서 보기로 결정하고 재빨리 예매를 하였습니다.

5월 12일, 기다리던 공연날이 찾아왔고 공연은 비교적 늦은 오후 8시 시작이었지만 주말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일찍 자가 운전으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교통 체증도 없어서 여유롭게 도착하였고, 미리 알아둔 무료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북카페 이데(IDEE)'를 찾아 걸었습니다. 대전을 두 번정도 잠깐 방문한 적이 있지만, 번화가 쪽에는 처음이라서 조금 헤매다가 찾을 수 있었고, 가져간 책과 넷북을 들고 '이데' 근처 공원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데'에 자리잡고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밝은 밖에 비해서 책을 읽기에는 조금 어두워 보였기에 근처 조광이 좋은 카페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연 시간이 1시간 반정도로 다가왔고, 이데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두 사람이 도착해있었습니다. 오늘 공연의 제목은 '쑈쑈쑈나른쑈'로 문화예술 월간지인 '월간 토마토'의 창간 5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였습니다. (잡지는 볼 수 없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페이퍼'나 '클럽 빵'에서 볼 수 있었던 '보일라'와 비슷한 성격의 잡지가 아닐까 합니다.) 홍대에서는 카페에서 공연하는 일이 이제는 흔한 일이기에 1층 북카페 안에서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있나 둘러보았는데, 놀랍게도 공연장소는 바로 그 건물의 옥상이었습니다. (그 건물은 바로 '월간 토마토'의 사옥이었고 북카페 이데는 토마토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가까워지면서 리서헐하는 동안 밖았던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공연을 보기위해온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뭐, 옥상의 공연 공간이 넓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대전이고 해서 공연홍보가 덜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전히 어두워진 8시가 되었을 때, 다행히도 자리에 앉은 사람은 20여명 정도로, 넓지 않은 옥상 공연장을 넉넉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옥상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공연에서는 근처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경찰이 찾아오기도 한다는데, 공연 제목인 '쑈쑈쑈나른쑈'처럼 관객을 나른하게 만드는 소규모의 노래가 민원이 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언제였는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지난 공연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 1월..헉!) 두 사람이 주는 아우라는 기억 속의 마지막 공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음반으로는 나오지 않았고,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헀던 동요앨범의 곡들(룰루랄라, 개나리 본수, 숲...)을 중심으로 컨셉앨범 '일곱날들'의 수록곡(물고기종, 할머니...)과 정규앨범의 몇 곡들(ladybird, 두꺼비)로 공연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언제 발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신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약 1시간20분 가까이 알차게 진행되었지만, 대전 관객들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는지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고, 결국 무려 세 곡의 신청곡을 앵콜로 들려주었습니다.

포근하면서도 조금은 서늘하고 흥겨우면서도 조금은 나른한 '쑈쑈쑈나른쑈'는 아직은 쌀쌀한 봄의 밤을 물들이며 낮잠처럼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주변 주민들에게 소규모의 노래라면 소음이 아니라 흥겨운 자장가(?)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언제 다시 두 사람의 공연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홍대 클럽에서 만나겠죠? 민홍은 '단편숏컷'이라는 매우 독특한 이름의 프로젝트로 앨범을 준비중이고 그 이름으로 공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공연 전에 '월간 토마토'와 인터뷰도 있었는데 내용은 바로 월간 토마토에 실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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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3:17 2012/05/29 03:17

Hee Young(희영) - 4 Luv

EP 'So Sudden' 이후 1년에만 다시부는 봄바람, 'Hee Young(희영)'의 첫 full-length 앨범 "4 Luv"

2011년 뉴욕(Ner York) 브루클린에서 파스텔뮤직을 통해 한국으로 날아온 'Hee Young(희영)'의 EP "So Sudden"은 뉴욕 출신답게 세련되면서도 감성적인 소리로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인디음반의 한계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연하게도 그녀의 EP를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full-length 앨범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했죠. 그리고 해가 바뀌어 EP "So Sudden"으로부터 약 1년이지난 2012년 5월,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그녀의 첫 full-length 앨범 "4 Luv"가 찾아왔습니다. 평소 즐겨찾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그녀의 새 앨범 예약판매를 보고 즐거우면서도 두 가지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앨범 자켓에 떡하니 드러낸 그녀의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4 Luv"는 조금은 노골적인(?) 제목이었습니다. EP에서 간결한 일러스트로만 옆얼굴을 비추었던 점을 생각하면, 또 "So Sudden"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앨범 제목을 정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대담한 변신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녀의 그런 변화는 앨범의 완성도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지만, 아주 조금은 안좋은 방향의 가능성에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첫곡 '4 Luv'는 어쩐지 정겨운 소리를 들려주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4 Luv(for love)'라는 제목만 봐서는 핑크빛 노래가 될 법도 한데, 가사를 보면 '사랑을 위하여'가 아니라 '사랑을 향하여'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기에 그런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Hey, how are you? It's been so long"라고 홀로 나즈막히 되뇌는 듯한 후렴구에서는 그리움과 완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납니다. 하지만 그 탄식은 처절한 비탄라기보다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들판에 누워 잠깐 찾아온 단잠 속에서 꾼 조금 슬픈 꿈처럼, 미풍에 실려오는 포근한 봄의 기운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곡으로 Hee Young, 그녀는 친절하게도 넌지시 청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앨범은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며,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이라고.

'Knew Your City'는 뉴욕(New York)에서 활동하는 그녀의 언어유희가 녹아있는 제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점멸하는 신호등만이 길을 밝혀주는 뉴욕 밤거리의 밤안개를 뚫고 방황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자,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조지아(Geogia)와는 다르게 번잡한 뉴욕의 군중 속에서 느꼈을, 그녀의 '완벽한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노래하는 곡이랄까요? 그런 점에서 "Knew Your City'라는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에게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필연적인 고독에 대해 알라고)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Buy Myself A Goodbye"는 이미 파스텔뮤직에서 작년에 발표했던 "사랑의 단상 chapter. 3 : Follow You Follow Me"에 수록되어 친숙한 곡이네요. 그녀의 노래들이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지만, 이 곡은 그 상처들에 대한 치유의 노래입니다. "풀을 태우고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는 농작물 배제에 비유한 이별의 과정은 매우 참신합니다. 지난 EP에서부터 느꼈던 점이지만, 그녀의 가사 속에는 전원 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인지, '일상생활 속 자연과학'적인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데 바로 이 곡에서 정점이 아닐까 합니다. 가타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오밀조밀 소리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라면, 드럼의 큰 북이 내는 무거운 묵직함은 누군가를 마음 밖으로 밀어냈지만 (가사처럼)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쳤지만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가야할 때 마음에서 전해지는 먹먹함으로 들립니다.

트랙 순서에는 4번과 5번은 우리말 버전이지만, 저는 뒤에 위치한 영어 버전 트랙들을 끌어와서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상처들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과 위트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바로 "Lonely Like Everyone"이 그렇습니다. "everyone, two, three, four"라는 에드립은 순간 당혹감을 주면서도 곧 그녀의 위트에 미소짓게 됩니다. 이어지는 "Big Knot"에서 제목 처럼 큰 매듭(knot)을 만들어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가사는 그녀의 재치를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big knot이나 뒤에 가사에서 등장하는 anchor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연의 끈'과 어떤 점에서 닮아있어 가슴 시리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Fly Lo Fly Hi"는 좋은 곡들이 가득한 이 앨범에서도 특히 귀와 마음을 사로 잡는 곡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기타와 현악의 강물 위로 물안개처럼 퍼지는 아련한 그녀의 목소리는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숨이 막힐 만큼의 그리움과 간절함의 공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구나 '나'와 '그녀'를 대조하는 가사나 "4 Luv"의 탄식의 가사는, (아마도 북미의 정서에서는 보편적인 표현 방법인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랑에 빠졌던 미국 대중음악의 '그녀들'의 화법과 많이 닮아있어, 더욱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제부터 락킹한 두 곡이 이어지는 첫 곡인 "Sally Mason"은 그녀가 읊조리는 이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부터가 궁금해지는 곡입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이 이름의 주인공은 'University of Iowa'의 여성 학장의 이름입니다. Hee Young, 그녀가 왜 이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답답함을 호소할 가상의 누군가를 대신해서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됩니다. "Let Me In"에서는 직접적으로 '너'에게 직접  비참함을 토로합니다. 나긋나긋한 시작과 탄식이 폭발하는 후렴구의 대비는 그녀가 '너'에게 느끼는 일종의 양가감정이 표출되는 것일까요?

기타와 현악이 울창한 숲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Winter Road"는 매우 사색적인 분위기로, 사랑하는 사람과 온종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에 대한 노래가 아닐까합니다. "Call Your Name"은 중복되는 곡들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바로 앞선 곡까지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가득찼다면 이 곡은 다릅니다. 꿈을 꾸는 듯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로 Hee Young과 함께하는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해지네요.  꿈 꾸는 듯한 사랑에서 깨어나지 않려는 간절함이 'anchor'같은 단어 선택에서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꿈을 꾸는 듯 잔잔한 피아노 연주'처럼 가사 속 상황자체가 '자각몽' 속의 일처럼 들려서 듣는 이에게는 서글픔이 더합니다.

앨범 "4  Luv"가 담고 있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10곡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백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탁월한 멜로디, 진솔함이 묻어나는 가사는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담백한 매력의 목소리를 빛나게하고 봄날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어떤 곡에서도 감정 표출에서 과잉되지 않은 목소리나 연주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미덕입니다.

그녀의 노래들은 미국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녀의 음악적 배경에는 사춘기 시절을 보낸 조지아(Georgia)주에서의 시간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조지아주는 바로 미국 컨트리(Country) 음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내슈빌(Nashville)이 주도(미국 주의 수도)인 테네시(Tennesse)주의 바로 동남쪽에 붙어있기에, 컨트리 음악의 영향을 충분히 받았을 법합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 4~5년 동안 제가 가장 즐겨들었던 앨범이 'Michelle Branch'와 그녀의 친구 'Jessica Harp'가 결성한 컨트리 듀오 'the Wreckers'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와 미국을 뒤흔든 컨트리 아이돌 'Taylor Swift'의 두 장의 앨범 "Fearless"와 "Speak Now"였네요.) 그녀의 음악을 컨트리라는 장르라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타와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여러 현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컨트리 음악의 특색은 녹아있습니다.

'Hee Young'은 활동 영역에서 해외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앨범도 영어 앨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했기 때문인지 우리말 버전의 곡이 중간에 들어있습니다. 우리말 버전을 마지막에 넣었던 EP와 다른 점인데, 개인적으로 우리말 버전을 중간에 넣은 점은 이 앫범의 유일한 아쉬움이자 단점입니다. 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그녀의 독백같은 노래를 수입반이 아닌 정식발매반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음반 시장을 생각한다면 행운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노래들로 찾아올지 기대가 되며 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그녀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진 듯하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예스24에서 예약판매로 구입을 했는데, 위드블로그 리뷰에 당첨되어서 CD가 2장이 되었네요. 이미 CD는 잘 받아서 듣는 상황에서 신청한...


2012/05/27 03:53 2012/05/27 03:53

로버트 A 하인라인 - 스타쉽 트루퍼스 & 조 홀드먼 - 영원한 전쟁

최근 2년 가까이는 큰 일이 없음에도 자잘하게 바빠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나마 읽었던 책 가운데 기억나는 책은 SF(science fiction) 소설의 거장들이 쓴 두 권의 책이다. 한 권은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이 썼고 우리나라에는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스타쉽트루퍼스'이고, 다른 한 권은 역시 뛰어난 작가이지만 우리나라의 SF 저변은 약하기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이다. 두 소설 모두 SF 소설답게 우주여행과 외계인과의 조우/전쟁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두 소설이 각각 집필되었던 시대적 배경의 차이만큼이나 매우 편예 첨예하다.

세계 곳곳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2차 세계 대전'에 해군으로 복무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시각이 녹아든 '스타쉽 트루퍼스'는 애국주의적인 입장에서 독자로 하여금 국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우주해병대의 현실적이면서도 멋진 활약에 푹 빠져들었는데, 우주전쟁에 대한 낭만에 빠져든 어린 시절이 있었던 성인 남자라면  충분히 피를 끓게할 매력과 흡인력을 갖고 있다. 더불어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문화현생이 되기도 했던 '스타크래프트(Star craft)'와 스타크래프트에 앞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워게임(war game)인 '워해머 4000K(Warhammer 4000K)'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명분없는 전쟁이자 미국이 처음으로 패배했던 전쟁인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녹아든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은 오해와 탐욕이 만들어내는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전쟁이 투입되기도 전에 준비 과정에서 부터 훈련병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훈련 환경과 위험한 장비들부터 세세히 설명하는 모습은 '스타쉽 트루퍼스'보다 더욱 현실감 있는 묘사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스타쉽 트루퍼스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는 말은 아니다. 스타쉽 트루퍼스도 역시 현실적인 SF를 보여준다.) 하지만 전쟁 자체 보다도 훈련병으로 시작하여 전쟁의 진행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령까지 진급하는 주인공 '만델라'의 눈으로 전쟁을 통해 피폐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훈련과 우주여행, 그리고 전쟁의 과적에서 목숨을 잃는 수많은 동료들의 모습, 전투에서 살아남고  부당하게 늘어난 복무기간까지도 마치며 살아서 지구에 돌아가지만 지구에서는 이미 잊혀져간 사람이 된 퇴역병들의 상황과 그 들이 적응하기에는 사회로부터 너무 멀어져버린 시간은 재입대라는 절망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모습은 일관적으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순정적이게도, 우주여행이라는 시간의 상대적 흐름 덕분에 지구 시간으로 10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그 끈을 놓치않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주인공 '만델라'와 그의 짝 '메리게이'의 모습에서 이해와 사랑이 인류가 스스로 구원하고 구원받는 길임을 이야기한다. (SF 전쟁 소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과 북이 분열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어떤 시각이 옳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두 소설 속에서 외계인의 침략에 굴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처럼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말처럼 아직도 약육강식인 국제사회에서는 힘을 갖추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미비한 SF 저변 덕분인지, 두 책은 아쉽게도 절판이 되어버린 상황으로 중고시장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두 책과 마찬가지로 '행복한책읽기'라는 출판사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여러 해외 SF 소설을 소개했는데, SF 소설이 돈이 되지 않는지 거의 대부분 절판이 된 상태이다.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이제는 구할 수 없어서 아쉽다. 여러 SF 거장들의 책들이 원서가 아닌 우리말로 변역되어 활발하게 소개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2012/05/24 00:37 2012/05/24 00:37

Sentimental Scenery -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껍질을 깨고 일어나, 잠든 겨울을 깨우는 'Sentimental Scenery(센티멘탈 시너리)'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Harp Song & Sentimentalism"과 "Soundscape"로 서정적인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었던 '센티멘탈 시너리'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스페셜 앨범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첫 두 앨범 사이에 2년 정도의 간격이 있었기에 Soundscape 이후 약 10개월만에 발매된 이 앨범은 센트멘탈 시너리의 음악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겨울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따근따근하게 배송된 앨범을 받아들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독특한 일러스트입니다. 지난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그래픽 아티스트인 Marumiyan'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화사했던 지난 두 앨범과는 다르게, 하얀 바탕 위로 그려진 섬세한 소묘와도 같은 검은 풍경은, '겨울'을 떠올리면서도 현실이 아닌 희미한 꿈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낯섬과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제목이 우리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즈음이 될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일 수도 있겠네요.

연주곡으로만 채워진 이 앨범을 여는 'November'는 제목에서부터 겨울의 시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Olafur Arnald'의 곡이 떠오리기도 하는 피아노 연주와 서정적인 현악은 짧지만 겨울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합니다. 센티멘탈 시너리를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겠지만 다른 예명으로 뉴에이지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한다면,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징조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November'가 뉴에이지였다면 이어지는 'View'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포스트 락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피아노,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 기타 및 드럼 등 다채로운 악기로 꾸려가는 사운드는 북유럽 겨울의 숲을 담은 사진에서나 봤을 법한, 광활한 설원과 그 설원에 맞닿아 펼쳐진 눈 덮인 침엽수림의 광경(View)을 보는듯 합니다. 유명한 곡인 'First Noel'은 첫 곡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되는 트랙으로 파스텔뮤직의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lonely Christmas & happ new year'로 이미 소개가 되었었죠.

'Beautiful Dream'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상당히 진취적인 인상을 주는 곡입니다. 피아노 연주와 밴드 연주가 어우러진 소리는 기존 센티멘털 시너리의 곡들과 그나마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지만, 'Steve Barakatt'과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있는 '크로스오버'적인 시도에 더욱 가깝습니다. 이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밝은 곡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꿈'은 로맨틱한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꿈'에 이어지는 곡은 공교롭게도 '무의식'을 뜻하는 'Unconscious'입니다. 배경음악으로 흐를 법한 어느 째즈곡처럼 조용하지만 오밀조밀하고 흐르는 진행은 수면주기 가운데 REM 수면기에 볼 수 있는 안구의 빠른 움직임(Rapid Eye Movement)처엄 느껴집니다.

'These Moments'부터 'Snowy Field'까지 일련의 곡들은 어느 영화 속 장면들의 배열같은 느낌을 줍니다. 멜로영화의 가장 중요한 한 장면 뒤로 흐를 법한 'These Moment'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날 헤어진 옛연인은 수 년이지나, 그 길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여 걸으며 스쳐가지는 그 순간, 그날의 벚꽃 대신 눈이 내리고 담담한 애절함으로 두 사람을 감싸고, 찬란했던 시간들은 두 사람만의  기억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애절함은 아롱아롱 눈물이 되고 또 다른 두 사람만의 기억이 됩니다. 언제쯤 '이 순간들'은 끝이 날까요? 또 언제쯤 '이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까요? 듣고 있노라면 감상적이면서도 정적인 상상과 의문을 갖게 됩니다.

장면을 바꾸어 '9 Hours'는 막연히 떠나는 '9시간의 운전'과 같은 곡입니다. 지평선과 맞닿아 한없이 이어지는 길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적막한 풍경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White Out'은 기억을 찾아 무작정 떠난 여행의 끝에서 반겨주는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과 같은 적막한 기쁨이라면, 'Snowy Field'는 그 눈발이 지나간 후 펼쳐진 설원의 신비함을 맑고 투명하게 그려냅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반어적으로 시작의 이미지와 닿아있는 제목의 'Genesis'입니다. 6분이 넘는 곡으로  'View'처럼 포스트 락의 색채가 짙은 곡인데, 피아노와 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어우려저 만들어내는 소리는, 밤하늘을 수놓은 수 많은 별들과 그 별들이 펼쳐져있는 우주를 보는듯한, 찬란하고 장엄한 풍광을 만나게 합니다. 또 이 앨범은 이 곡으로 끝이지만 아직 젊은 센티멘탈 시너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행보를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을 위한 이미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제목 그대로 세상 다른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미쳐 펼쳐내지 못했던 매력 혹은 마력이 담긴 앨범이자 센티멘탈 시너리가 추구하는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지금까지 들려주지 못했던 곡들을 담은 소품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Sentimental Scenery라는 껍질에 가려져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들이 이제 그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징조일까요?  그리고 저에게는 끝과 새로운 시작이 교차하는 겨울의 끝을 함께했던 앨범이기에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당연히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다른 장르로도 왕성한 그의 활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2012/05/18 03:42 2012/05/18 03:42

잊고 있었던 '인디 인 더 시티 3(Indie in the city 3)'의 공연후기

내가 언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보았던 적이 있던가? 2011년 11월 29일과 30일, 무려 이틀 연속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고도 공부 때문에 후기를 미루고 미루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벌써 거의 6개월 전의 일이네. 뭐, 정식으로 말하자면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은 아니었고, '예술의 전당' 건물에 딸린 '푸치니 바(Puccini Bar)'에서의 공연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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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ccini'는 아시다시피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이고, 귀에 익은 작곡가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근래까지 생존(1858~1924년)했던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런 작곡가의 이름을 딴 푸치니 바는 와인과 가벼운 요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평소 독서, 음반, 영화 예매등 나의 문화 지출에소 큰 소비처인 '예스24'의 이벤트 당첨으로 예술의 전당 기획 공연 '인디 인 더 시티(Indie in the city)'의 세 번째 공연을 이틀동안 관람할 기회를 얻었고, 이틀 모두 찾아갔다.

 첫 날은 여성 듀오, '트램폴린'의 공연이었다. 트램폴린의 공연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역시나 이번 공연에서도 차효선의 독특한 댄스를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좁은 무대와는 다르게 더욱 자유로운 그녀의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그 곡을 들을 수 있어 좋았던 공연이었다.

다음 날은 혼성 듀오, '야야'였다. 두 밴드는 파스텔뮤직의 신인으로 트램폴린은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앨범이 2집이었고, 야야의 드러머 '시야'는 '네스티요나'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니, 둘 다 '중고신인'이라고 해야하나? 데뷔앨범에서 들려준 '시대극'같은 음악에 공연이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여성 보컬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귀폭'같은 무대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흥겨운 집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락 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밴드였다고 할까?

6개월이 지났고 봄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공연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각종 페스티벌의 난무로 어느 공연을 가야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요즘, 그런 단촐한 공연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2012/05/13 23:01 2012/05/13 23:01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최악의 "2012 태안 튤립 꽃 축제"

화창한 5월의 주말, 수년 전부터 꽃 축제로 소문이 자자한 충남 태안 안면도의 "2012 태안 튤립 꽃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가정의 달이라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여, 서둘러 아침 일찍 출발을 하였고 9시가 조금 넘어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9시 15분 경) 이미 주차장에는 상당한 수의 차가 보이고 있었죠.

주차장 근처에는 야시장을 보는 듯한 각종 요식업자들의 천막으로 눈을 찌뿌리게 하였지만, 그래도 봄 나들이라는 기분으로 생각보다는 비싼 '성인 입장료 9000원'을 지불하고 입장을 했죠. 입장하면서 펼치진 광경은 역시 기대대로 노랗고 붉은 튤립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입구 근처의 튤립들은 4월 22일부터 시작한 이 축제를 생각했을 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상태였고 사진 속에 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형형색색으로 갖가지 모양과 색을 갖은 튤립들을 돌아보면서 '참 엉망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튤립의 각종 품종을 전시한 곳에는 잘려나갔는지 꽃을 거의 볼 수 없는 품종들도 있었고 성한 품종들도 원형탈모처럼 곳곳이 시들어버린 품종이 많았습니다. 또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무성의한 관리로 인한 소실에 눈이 찌뿌려졌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던 축제이기에 지평선을 가득 메울 법한 튤립의 벌판을 기대했지만, 그 규모에 있어서도 서울 시내에서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9000원의 본전이 절로 생각날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둘러보아도 1시간 남짓이면 둘러볼 수 있는 규모는 같은 가격이만 2시간은 눈이 즐거운 영화와 비교할 수 밖에 없었고,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꽤 떨어진 충남 태안에 오기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차비 혹은 연료값)을 생각한다면 왜 9000원이나 되는 입장료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넓지도 않은 공간을 튤립으로 채우지 못해서 한쪽에는 유채꽃이 들어서 있었고, 공룡전시관 같은 쌩뚱맞은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나친 홍보비로 실제 행사는 부실해 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축제를 연 영농조합이 단지 '영리'를 위해 연 축제가 아닐까 하는 정황은 이 뿐만 아닙니다. 이 축제가 끝나고 6월 말부터는 같은 자리에서 백합 축제가 열리고 9월에는 또 다른 꽃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평소 꽃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묻고 싶습니다. 진짜 튤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튤립의 꽃이 시들면 그 자리를 엎고 다른 꽃을 옮겨심어서 축제를 열까요? 진정 튤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땅에서 일년을 바쳐 식물을 기르고 가꿔서 축제를 열어야하는 것 아닌지요? 그리고 정당한 입장료를 받는 '축제'라면 행사 마지막까지 꽃들의 수준을 완벽하게 유지하거나, 혹은 완벽하게 유지할 수 없다면 행사를 그렇게 유지할 수 있는 기간으로 한정해야하지 않았을까요? 문외한이 보기에 이건 '축제'가 아닌 그저 '허접한 튤립 품종 전시회'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벌이는 축제들의 고질병이라고 보이는 행사와 관련된 적절한 연계 상품(?)의 부제도 아쉬웠습니다. 출구를 나오면서 화분들을 팔고 있었지만, 튤립과는 상관없이 허브와 같은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는 화분들이 었고, 튤립 한 송이나 튤립으로 만든 이차 가공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이 축제가 급조된 행사임을 방증하는 또 다른 증거가 아닐까요?

지방자치제를 시행하면서 지자체들은 어처구니 없는 축제들을 남발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꾸려지는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데, 이 축제는 관광객 유치라는 실적에 눈이 먼 지자체와 영리에 눈이먼 조합의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합니다.

2012/05/07 13:37 2012/05/07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