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길고 길었던 1년간의 여정,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계절 연작 EP의 네 번째,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

우선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친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 '경훈'과 '은수'에게 박수치고 싶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작년 초에 계획되었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1년 사계절을 관통하는 음악 작업을 무사히 끝내고 네 장의 EP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이 전대미문의 프로젝트와 함께한 지난 약 1년의 시간 동안 참으로 수고 많았습니다.

지난 세 장의 EP들이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발매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이하 겨울은 봄의 심장, 혹은 겨울 EP)'은 2월 즈음에 발매될 것으로 생각되었으니, 실제 발매된 3월은 이미 봄이어서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봄을 의식한 듯한 부제 '겨울은 봄의 심장'은 그 '늦음'에 대한 항변으로 보이네요.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EP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미 2006년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을 통해 겨울의 느낌을 물씬 담아냈던 미스티 블루이기에, '겨울은 봄의 심장'은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긴 여정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인트로 성격의 '봄의 심장'은 마치 카세트테잎을 거꾸로 감아서 재생했을 때 들었을 법한 소리들로 시작됩니다. 가사를 통해 반복되는 'how'는 토로의 어려움을 노래합니다. 곡 전반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는 미스티 블루가 음악으로 참여했던 '베스트극장'의 단막극 '동쪽 마녀의 첫번째 남자' 테마곡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곡의 앞 부분은 거꾸로 감아서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망각 [Oblivate]'는 이 EP가 겨울을 표방하듯, 앞선 '봄의 심장'과 이어지는 지독한 쓸쓸함으로 시작합니다. 만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겨울의 이미지처럼 '어둠'과 '무덤'이라는 단어는 '기억의 죽음', 즉 제목 그대로 '망각'을 그려냅니다.

보컬 없이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밴드 음악들 가운데 일부를 '슈게이징(shoegazing)'이라고 부르는데, 다분히 '슈게이저'라는 제목은 이 슈게이징에서 차용한 'shoegazer'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기에 '슈게이저'는 조근조근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가 담겨있는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차분하지만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져서 미스티 블루다운 달달한 쓸쓸함을 들려줍니다.

'조와 울'은 텅빈 공간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공허한 슬픔을 노래합니다. 겨울 EP를 만드는 동안 두 멤버가 얼마나 많은 우울을 겪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행복하니?'라고 묻는 가사와 샘플링하여 수록한 울음소리에서 그 슬픔은 극명해집니다.

'On And On'은 미스티 블루답지 않게도 대부분 영어 가사에 더구나 라킹(Rocking)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어쩌면 슬픔을 넘어선 분노가 이런 사운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낮잠'은 놀랍게도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초로 베이스 '경훈'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말랑말랑한 멜로디들을 잘도 만들어내는 그의 작곡 능력과는 다르게, 그의 음성은 차운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는 겨울 EP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쓸쓸히, 조근조근 읊조리다가 한 순간에 폭발하는 보컬과 사운드는 어떤 시에서 노래했던 '찬란한 슬픔의 봄'을 연상시킵니다.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라고 차마 끝내지 못한 여운은 어떠한 말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담아냅니다. 너의 심장에서 나의 심장으로... 마음과 마음이 끈이 끊이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쓸쓸합니다.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겨울 EP를 통해 약 1년에 가까운 미스티 블루의 긴 여정은 막을 내립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활기 넘치는 봄이 아닌, 겨울의 쓸쓸함을 가슴에 담은 슬픔의 봄을 위한 겨울은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해석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안타깝게도 미스티 블루의 마지막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제 미스티 블루의 음악들은 음반들로 만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겨울 EP가 그렇게도 서럽게 슬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 미스티 블루...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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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7 13:07 2010/06/17 13:07
Posted by b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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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z

    오늘 타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미스티블루의 새로운 음악은 들을수 없게 되는거겠죠?..... ~_~

    2010/06/20 12:08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2. 오랜만의 리뷰로군요.
    바쁘셨나봐요..

    마지막 공연이 너무 좋아서 더 아쉬워지는 미스티블루입니다 ㅠ_ㅠ;

    2010/07/05 12:54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잘 지내시죠?저는 그냥 그럭저럭 살고있어요~ㅎㅎㅎ

      2010/08/21 23:41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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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의 끝에 발매된 '페퍼톤스(Peppertones)'의 세 번째 정규 앨범 'Sounds Good!'.

데뷔 EP 'A Preview(2004)'로 'the Next Big Thing'이라고 칭송받았던 남성 듀오 '페퍼톤스'는 등장 당시 인디씬에서는 '파격'이라고 할 수 있어습니다. 당시 가요계서도 흔하지 않았던 EP로 등장하였던 점, '객원보컬'을 전격 채용한 점, 뭔가 심오하거나 무게감 있는 음악을 지향하던 많은 인디밴드들과는 다르게 가볍고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려준 점 등이 그러했죠. EP로 쌓아놓은 큰 기대 속에 발매된  1집 'Colorful Express(2005)'는 기대를 뛰어넘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가까운 앨범이었고, 2집 'New Standard(2008)'는 객원보컬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하여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절반의 성공'에 가까운 앨범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신선했지만 'the Next Big Thing'라는 수식어는 어느덧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걸출한 밴드의 등장으로 페퍼톤스에게는 무색하게 된 2009년의 말미에, 이 남성 듀오는 세 번째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Sing!'은 시원하게 질주하는 느낌으로 앨범을 엽니다. 페퍼톤스다운 시원한 상쾌함은 1집의 'Ready, Get set, Go!'를 이어가는 이 트랙에서 새로운 객원보컬 '이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Victory'는 역시 발랄함을 이어갑니다. 2집에서 객원보컬로 합류한 '현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곡이죠. 각종 전자음보다는 밴드 연주가 중심이된 평이한 트랙입니다.

2집에서 'Drama', 한 곡에만 객원보컬로 참여함으로서 입지가 확연하게 줄었던 'deb'은 이번 앨범에서도 'Ping-Pong', 이 한 곡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탁구를 소재로 친구들 사이에서 불붙은 '한판 승부'을 노래하는 가사는 치열한 '자전거 경주'로 얼룩진 1집의 'Bike'와도 닮아있습니다. '지금만큼만은 친구든 뭐든 아무 상관없어'라는 가사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욕이 느껴지지 않나요?

'공원여행'은 마치 실제로 거리를 걷는듯한 기분을 들게합니다. FPS(1인칭 슈팅 게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현민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친절한 안내때문일까요? 묘사적인 전달 때문에, 또 여행을 주제로 했기에, 1집의 'Fake Traveler'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Salary'는 2집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연진'을 다시 만나는 곡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월급날'의 즐거움을 신나는 탭댄스가 떠오로는 째즈풍으로 그루비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런 그루비함은 지금까지 페퍼톤스의 느낌과는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오네요.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은 이선이 보컬을 담당한 곡으로 1집의 '세계정복'을 생각나게 합니다. '새벽열차'는 deb과 더불어 EP시절부터 함께해온 정다운 목소리의 주인공 '연희(WestWind)'를 들려줍니다. 이 두 곡에서는 이전 앨범들과는 다른, 3집에서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가사'인데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이전까지는 페퍼톤스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니까요.

이어지는 세 트랙은 페퍼톤스의 두 멤버, '사요'와 '노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들입니다. 2집에서 두 사람을 목소리를 상당히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다시 객원보컬들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지만, 두 사람의 보컬에 대한 욕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나봅니다. 사요가 부르는 '작별은 고하며'는 왠지 마지막 트랙이어야할 법한 제목입니다. 노쉘이 부르는 'Knock' 역시 앞선 트랙과 마찬가지로 무난하지만, 평화로운 서정성이 매력적입니다.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겨울의 사업가'는 본인들의 꿈을 노래하는 트랙이 아닌가 합니다. 12월에 이 앨범을 발매한 두 사람이 바로 음반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겨울마다 음반을 내려나요? 하지만 사실 '겨울의 사업가'는 여러모로 Wham의 명곡 'Last Christmas'를 떠오르게 합니다. 남성 2인조라는 점과 겨울 노래라는 점 뿐만 아니라, 곡의 분위기나 사운드, 그리고 튠을 적절히 사용한 보컬까지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겨울의 사업가라는 제목은 이 곡이 겨울마다 두 사람에게 돈을 벌어다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제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세 번째 정규앨범인만큼, 사운드의 양적인 면에서는 1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농밀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들이 EP에서 들려주었던 그 재기발랄함에 걸었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페퍼톤스가 걸어온 모습은 조금 아쉽습니다. 사운드의 질적인 면에서는 그 기대를 채워주고 있지 못하니까요. 별점은 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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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0 01:23 2010/02/20 01:23
Posted by b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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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뷰 잘 봤습니다.
    전 그냥 여자보컬 곡이 좋네요 ^^

    근데 Westwind는 연희양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0/02/22 18:47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아 글쿤요~!! ㅋㄷ 연희였근영..ㅋㅋㅋ
      잘 지내시나요?

      2010/02/22 20:10 [ Permalink : Modify/Delete ]
  2. 저는 뎁을 좋아해서 페퍼톤즈 EP앨범이랑 1집 앨범을 더 좋아했었는데. 새 앨범도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2010/03/16 11:45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EP만한 앨범은 나오기 힘들듯하네요..ㅠ,.ㅜ

      2010/03/21 11:20 [ Permalink : Modify/Delete ]
  3.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10/03/17 19:54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안녕하세요~
      이 공연 저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사람이 엄청나게 몰릴듯~!!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매진은 아닌듯한데 저는 고민중이에요~!^^
      날도 풀려가고 이제 슬슬 나가보고 싶은데 말이죠~!!
      어제는 황사가 엄청 심하더니 오늘은 날이 맑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0/03/21 11:23 [ Permalink : Modify/Delete ]
  4. 흐음.. 사실 이 앨범..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orz
    반성하고 다시 들어봐야겠군요.. 2집도 사실 ... 끈덕지게(?) 듣진 못했어요.

    제가 ... 딱 한번 듣고 좋아했던 팀들이.. 사실 아주 드물기때문에 그런걸까요? 아니면 초기앨범들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ㅎㅎ

    2010/03/22 23:28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초기앨범들이 너무 좋았었죠..ㅠ,.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면도 있구요..ㅠ,.ㅜ

      2010/04/10 18:04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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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정규앨범 'Polyesther Heart', 이후 약 1년만에 다시 찾아온 '캐스커(Casker)'의 겨울 선물 'Your Songs'.

'Fragile Days', '정전기'같은 어쿠스틱 친화적인 곡들을 여럿 선보인 '캐스커'가, 올해 8월에 디지털 싱글로 선보인(역시 어쿠스틱 친화적인) '향'이 담긴 EP 'Your Songs'로 찾아왔습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지만 절대 어렵지 않은, 보컬 '융진'의 고품격 분위기와 어우러진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캐스커이지만, 그 음악의 완성도에 비해 대중의 관심은 정말 '잔인할 정도'로 낮은게 현실이었습니다. (뭐, 그렇기에 저와 같은 사람들이 찾아서 음반 리뷰를 쓰고 있겠지만요.)

첫곡 '창밖은 겨울'은 앨범의 시작부터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트랙입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드템포에 일렉트로닉 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무엇보다도, '현실'과 '꿈'으로 구분되는 이중적인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현실 부분의 가사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 '그대는 어디에'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친구를 만나고 너의 자리는 없다고 스스로 다짐도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서글프지만 담담하게 노래하는 '현실 부분'은 차분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삽입되는 꿈 속에서 만나기를 바라는 '꿈 부분'에서는 템포는 빨라집니다. 그리고 차마 현실에서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꿈에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현실과 다르게 서글프게 들리지 않고, 소박하게 바람을 노래합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거리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너의 자리는 없다고 했지만 흘린 눈물처럼 쓸쓸함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 밤에는 잠들지 못합니다. 꿈에서라도 주인공은 어느정도 위로를 얻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쓸쓸함이 잠 못이루게 하는 것일까요?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생각하기 전에 노래는 시선을 '창 밖의 겨울'로 옮겨가며 끝납니다. 24일 저녁과 25일 저녁 사이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의 가사는, 짧지만 상당한 여백으로 여운을 남깁니다. 독백과도 같이 감정의 변화를 예측할 만한 장치들이 많지만, 직접적으로 감정을 언급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그렇고, 특히 마지막 가사 '힘없이 창문을 열면 겨울'은 '여백의 미'의 절정으로 다분히 '열린 결말'입니다. 창 밖에 '너'가 서있었을지, 아니면 주인공은 창 밖 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보면 그냥 그대도 쓸쓸했을지, 또 아니면 아니면 '겨울의 축복'이 주는 위로로 안정을 찾았을지.

'밤의 이야기'는 동양의 밤을 일렉트로니카로 표현하고 있는 트랙입니다. 신서사이저의 음색이나 피아노 연주, 마지막 박에 강조를 둔 세박자와 같은 '동양의 밤'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은 여러 크로스오버/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연장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스커는 '답습'에 그치지 않고 캐스커만의 색채를 입혀서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냅니다.

아주 깊은 밤, 하늘에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둥근 달이 떠있고, 그 달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주인공인 서있습니다. 청명한 신서사이저는 밝은 달밤의 이미지와 고즈넉이 쓸쓸한 주인공의 심상도 같이 들려줍니다.  '쿵쿵짝' 세박자에서 '쿵쿵'을 담당하는 에그쉐이크 소리는 발자국 소리를, 간간히 저 빠르게 흔들리 에그쉐이크 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연장시킵니다. 낭창낭창하게 부르는 '융진'의 목소리는 그런 고즈넉한 달밤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한 편의 시조 낭송처럼 들립니다. 여러 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그려낸 동양적 이미지는 서양인이 바라봤음직한, 실크로드 끝에 존재하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도시나 한국의 단청이나 중국의 경극처럼 화려한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캐스커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화려함과는 먼, 어두운 달밤과 여백이 존재하는 담백한 수묵담채화라고 해야겠습니다.

앨범 제목과도 같은 'Your song'은 앞선 두 곡과는 다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오토튠의 힘으로 변화된 목소리가 그렇고. 역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간접적으로 감정했던 두 곡과는 달리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감정이 그렇습니다. Your song이라는 제목에서 '너의 이야기'를 노래할 법했지만, 사실 가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가득 차있습니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바로 Your song인가봅니다.

이어지는 '향(Alternate Ver.)'는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트랙으로 음원이 아닌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은 팬의 마음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사랑의 동상이몽과 이별 후에 그가 남긴 '향'을 노래하는 이 곡은 아늑한 느낌의 제목처럼 가장 어쿠스틱한 소리와 감성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지난 '향' 디지털 싱글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그런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려서 더욱 살려서 '향(Acoustic Ver.)'이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되어있습니다. '향'이 가사부터 소리의 요소요소가 좋은 곡이어서 어쿠스틱 버전도 큰 기대를 했지만, 사실 조금 아쉽습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은 더욱 충만해졌지만, 어쿠스틱 버전만의 그 이상을 기대했기에 아쉽다고 할까요? 더 욕심을 내어 보컬을 '융진'이 아닌 객원보컬을 기용해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 곡에서 만큼은 융진의 보컬도 좋지만. '한희정'같은 조금 매마른 느낌의 보컬이었으면 또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어쿠스틱 버전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디지털 싱글로 기대했던 어쿠스틱 공연을 이렇게 음원으로 실연가능함을 확실하게 들려주고 있고, 최대한 조근조근한 융진의 보컬과 캐스커(이진오)의 코러스는 그윽한 향을 더욱 짙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간곡한 호소같은 융진의 목소리와는 달리, 한희정이 불렀다면 더 처절하게 들려주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트랙들은 캐스커 본연의 일렉트로니카에 좀 더 충실한 두 곡으로, 4집 'Polyester heart'에 실리지 못한 후보곡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듭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브라스가 흥을 돋우는 'Let it shine'은 EP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댄서블한 트랙입니다. '녹턴'은 약 50초의 짧은 연주곡으로 이어지는 'Pluto'의 전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luto'는 향의 어쿠스틱 버전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트랙으로 앨범 'Polyesther heart'에 수록된 동명의 곡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곡 모두 '녹턴'과 '너와 나'라는 피아노 연주의(너와 나에는 더 불어 두 사람의 짧은 가사가 있지만) 전주곡을 갖고있다는 점이 그렇고, 어떤 트랙들보다도 귀에 감기는 트랜스한 연주 위로 흐르는 이별 후에 되묻는 형식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차가운 소리들이지만 그 속에서 온기를 놓치지 않는, 캐스커식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는 요소들로 가득하죠.

'Pluto'라는 제목 선택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Pluto, 플루토'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죽음의 신'의 로마식 이름(그리스식은 '하데스')이자,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분류되다가 퇴출되어버린 비운의 '명왕성'의 영어 이름입니다. 가장 처음 가사가 '버려지기 전부터 보이지 않던 별'입니다. 지금의 명왕성의 처지를 가장 잘 의미하고 있는 구절이 아닐까 하네요. 태양계에서도 거의 최외곽에 위치하기에 지구에서는 관찰하기 힘들고(보이지 않던), 결국 행성의 지위를 잃은(버려지기 전부터) 명왕성이니까요. 그리고 그 의미가 죽음의 신, 끝을 의미하기에 '이별 노래'의 제목으로도 적절합니다.

'Your Songs'라는 왠지 푸근하면서도 서글픈, 양가감정의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청자인 우리를 위한 곡들로 채워진 앨범임을 암시할 지도 모릅니다. 두 남녀가 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는 간결한 자켓의 일러스트도 그렇구요. 이번 EP는 캐스커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작심하고 준비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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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9 14:50 2009/12/19 14:50
Posted by b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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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세 번째'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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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23:10 2009/11/2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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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뮤지션이 유난히 많은 '파스텔뮤직'의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 2집 'a little sparkle'.

2007년 12월에 발매된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은 그 녹록하지 않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11월과 12월은 유명 뮤지션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발매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루싸이트 토끼의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내부에서도 기대작들 사이에 끼인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앨범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달 앞선 같은해 11월에  두 장의 기대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3집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와 '요조'와 함께한 앨범 "My name is Yozoh"이, 같은 12월에는 '스위트피(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이듬해 1월에는 '인디씬의 블럭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앨범 "We will be together"이 연이어 발매되었기 때문이죠. 축구판에서 빅클럽에서 영입된 스타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처럼 말이죠.

하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는 루싸이트 토끼의 선전은 파스텔뮤직으로서도 중요한 기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당시 파스텔뮤직의 대표주자들은 대부분 자체 발굴한 유망주가 아닌, 타 클럽(타 레이블)에서 성공을 거두고 영입된 스타들이었으니까요. '스위트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푸른새벽(그리고 한희정)',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은 '파스텔뮤직판 갈락티코'의 구성원들은 한 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스텔뮤직에 영입되었으니까요. 물론 '루싸이트 토끼'에 앞서 '더 멜로디'가 엄청난 기대를 모았고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장의 정규앨범을 마지막으로 장렬하게 '산화'해버리고 말았습니다.('바이에른 뮌헨'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처럼.) 그렇기에 자제 발굴 유망주들이 당당한 주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후보를 전전하다가 사라지는 일처럼, 괜찮은 음악에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여타 '순수 파스텔뮤직산 1집 앨범들'처럼 2집은 '기약없는 약속'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하지만, 루싸이트 토끼는 당당한 스타팅 멤버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교체 선수로 얼굴을 보이면서 입지를 확보하고 이제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 가운데  장르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음악색을 보인 루싸이트 토끼의 1집은, 음악적 온도에서도 파스텔톤의 스카이블루(서늘함과 시원함)와 역시 파스텔톤의 핑크(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적절히 배합된, 천상 파스텔뮤직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집에서는 그 균형잡힌 색채가 어떤 변화를 혹은 진화를 들려줄지 궁금했었죠. 최근 드디어 '타루'와 '요조'를 비롯한 파스텔뮤직 자체 발굴 유망주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Senstimental Scenery와 에피톤 프로젝트는 분명 인디씬에서는 '유망주의 나이'이지만 '초특급'인, '초특급 유망주'이기에 갈락티코 2기로 하죠. '호날두'와 '카카'처럼.) 그럼 이제 '파스텔뮤직의 대런 플레쳐(?)'가 될 수 있을지, 루싸이트 토끼의 두 번째 이야기를 살펴보죠.

앨범으로 들어가기 전에, 앨범 제목부터 살펴봅시다. 'a little sparkle'이라는 제목은 단어의 선택이나 의미면에서 상당한 고뇌가 느껴집니다. 1집의 제목이 'twinkle twinkle'이었던 점을 생각하고, 두 제목을 붙이면, 'twinkle twinkle little sparkle'은 Rap의 한 소절처럼 라임이 맞아들어갑니다. 그리고 1집은 '반짝 반짝'이고 2집은 '작은 불꽃(섬광)' 정도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적으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첫 곡 '생일'은 1집에 이어 나이에 비해 노숙한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앞으로 맞이 할 생일보다 지난간 생일이 저점 많아져도, 첫눈에 반했던 그 예쁜 손이 점점 변해도 같이 있어줄게'는,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생일에 나올 말이라기 보다는 청혼하면서 나올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재주소년'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히 사춘기의 풋풋하고 예민한 감성을 노래하는데에 반해, 공연에서 '여성판 재주소년'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이 밴드는 더 어린 연배임에도 더 노숙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설렘이 아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에, 그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합니다.

'바보마녀의 하루'는 만화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보사노바풍의 트랙입니다.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연상되는 가사는, 슬며시 미소짓게 만들면서, 그래도 두 사람의 본래 나이는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손 꼭 잡고'는 이미 여러차례 공연을 통해 소개된 트랙입니다. 어쿠스틱으로만 들을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단촐한 곡으로만 들렸었는데, 앨범에서 들으니 그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현악 편곡으로 두드러지는 '강약약 중강약약'의 3박자(혹은 빠른 6박자)는 왈츠의 강점을, 살려 꼭 잡은 손의 따뜻함과 설렘을 온전하게 전합니다. 하지만 방정맞지 않은 조예진의 음성은 '내숭 뒤에 숨겨진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부족함 없이 그려냅니다. '봄봄봄'을 이어가는 이 곡은,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싸구려 가요들과는 다르게, '파릇한 새내기'의 소녀적 감성을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해야겠어요. 19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앞선 세 트랙이 포근한 핑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서늘한 스카이블루의 분위기가 '나에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집 비운의 타이틀'인 '12월'의 맥은 간결한 사운드에서, '수요일'의 맥은 쓸쓸한 독백으로 가득찬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Driving'은 가사에 등장하는 '도시의 밤'처럼, '12월'의 차가운 도시적 감수성을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곡 마지막 음의 불협화음도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B.I.S.H'는 제목의 의미부터가 궁금해지는 트랙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bish'는 속어로 '실수' 혹은 '잘못'을 뜻합니다. 철자 사이에 위치한 점은 그 뜻과 더불어 숨겨진 뜻이 있음을 암시하지 않을까요? 곡 전반을 아우르는 처절함은, 1집의 토끼 시리즈 '북치는 토끼'와 '토끼와 자라'처럼 잔혹동화의 이미지를 이어갑니다.

'Letter to Arctic', 즉 '북극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하프물범'은 딱 모 포털 사이트의 웹툰 '그린 스마일'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아기 '하프물범'이고, 배경은 '북극'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맞다면 두 사람도 그 웹툰을 보고 이 곡을 쓰게 되었겠죠? 부분별한 수렵으로 물범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더 먼거리를 헤엄쳐야하는 북극곰이 익사하고 있는 북극의 이야기들...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쓰고 있고 잘 보존하여 돌려주어야할 '행성 지구(Planet Earth)'를 우리는 너무 방만하게 이용하고 있지않나요? 그냥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날이 다른 지구 모든 생명체에게 '해방의 날'이 아닐까요? 망설임과 설렘의 추억을 노래하는 '잊혀진 이야기'는 반어법의 제목과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의 제목을 보면, 12월에 발매되어 철지난 타이틀이 되어버린 비운의 타이틀 '12월'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2집은 10월에 발매된다는 강점을 살려, 작정하고 겨울 시즌을 노린 트랙들임을 알 수있습니다. 'Christmas Carol'은 그 단순명확한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득찬, 흥겨운 트랙으로, 내내 기타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멤버 김선영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부제로 '제1탄 크리스마스 트리의 신비한 힘'이 달려있어 제2탄을 찾아보지만 이어지는 'Christmas Next Day'에서도, 앨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3집에 대한 복선일까요? 그렇다면 '제2탄'은 혹시 '산타클로스의 새까만 음모(혹은 음흉한 속셈)'이 되려나요? Christmas Carol의 다음이기에 'Christmas eve'가 아닌 'Christmas Next Day'가 된 트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하고 실패한 뒤의 착찹함을 노래합니다. 24일에 잠들에서 26일에 일어나는 '회피기동'을 실행한 '솔로부대의 허탈감'을 노래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어떤 솔로의 노래(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패러디로, 수많은 버전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음)'를 해주면 어땠을까요? 솔로부대를 '사병(이것도 패러디)'으로 거느릴 기회였는데.


"어떤 솔로의 노래" 보기



마지막 트랙 '손'은 앨범 타이틀 '손 꼭 잡고'의 '또 다른 부분'이자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꼭 잡고'난 뒤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그 두 마음이 통한 뒤 펼쳐질 이야기들이 '손'에 담겨있습니다. '루싸이트 토끼의 범주'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연주는 진취적이며, 어쩐지 '피터팬'이 '웬디'에게 처음 손을 내밀며 '네버랜드'로 날아가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시에 피터팬에게 작별을 고하게 '현실(Londun)'으로 돌아와 어른이 된 웬디가 그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도요. 대반전처럼요. (그리고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Sweetest loser'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루싸이트 토끼의 2집 'a little sparkle'을 살펴보았습니다. 1집과 마찬가지로 난잡하지 않은 다양함 속에서 역시 밴드 본연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돌파(=화려한 연주실력)'나 '강력한 골 결정력(=강렬한 임팩트=앨범 판매를 위한 한 방)'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탄탄한 실력과 쏠쏠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이 다른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과는 차별화된 루싸이트 토끼의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하네요. 이제 감독님(사장님)이 한 번 더 밀어주셨으니 '포텐 폭발'할 때입니다. 루싸이트 토끼!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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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2 00:36 2009/10/22 00:36
Posted by b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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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시 공놀이 좋아하시는군요 ^^

    리뷰 잘봤습니다.
    조만간 쇼케이스도 하겠지요? 기대됩니다.

    2009/10/22 12:41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숲의 큐브릭에서 하지 않을지? GMF 후 2주후쯤 하지 않을까요?.ㅎ

      2009/10/23 01:19 [ Permalink : Modify/Delete ]
  2.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9/10/23 07:05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3.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10/01/25 10:41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저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듣고 쓴 리뷰입니다.ㅠ,.ㅜ

      2010/02/01 00:17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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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로 전국민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원더걸스'가 해외활동으로 조용한 상황에서도, '2NE1', '소녀시대', '카라'를 비롯하여 '애프터스쿨'까지 가희 걸그룹 전성시대라고 할 수있는 요즈음, 상대적으로 (아니 상당히)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4minute(포미닛)'은 그 혼란 속에서도 첫싱글 'Hot Issue'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합니다.

'원더걸스'의 전멤버 '현아'를 이용해 '전멤버 마켓팅'은 어느 정도 유효하기도 했겠지만, 사실 상당히 짜증나는 마켓팅이었습니다. 그리고 '2NE1'과 '애프터스쿨'의 사이에 있을 법한 의상과 마찬가지로 아류 정도로 들리는 싱글 'Hot Issue'때문에 '아류 걸그룹' 정도로 생각되어 큰 관심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Hot Issue는 4minute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미흡했기에,  4분 안에 모든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겠다는 당찬 의지가 담겨있는 그룹의 이름은, 단지 4분 후에 잊혀질 그룹의 이름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정규앨범보다는 미니앨범을 발표하여 반응을 살피는, 현 가요계의 미니앨범 열풍에 편승하여 발표된 미니앨범 'For Musik'은 4minute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호의적으로 돌릴 만큼 놀랄만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앨범의 intro라고 할 수 있는 'For Muzik'은 걸그룹의 곡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유로댄스와 디제잉으로 치장한 클럽음악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Muzik에서도 유로댄스와 디제잉의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디제잉에서 사용되는 각종 FX와 오토튠의 사용으로 클럽음악으로 가볍게 몸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Hot Issue'에서도 클럽사운드의 경향이 이어지지만 보컬과 랩이 더 두드러지며, 일렉트릭 사운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첫 싱글이었음에도 앨범 수록곡들 가운데 완성도는 가장 떨어지게 느껴지네요.

'What a girl wants'는 너무나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한, Backstreet Boys, N-sync, Briteny Spears로 대변되는 Jive Record의 댄스팝을 생각나게 하는 점이 너무 좋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토튠이 난무하는 곡들이 많은데, 그 시절에 사용되었던 정도로 오토튠을 절제하고, 댄스 장르에서는 후크송이 대세인 상황에서 경쾌한 멜로디로 진행되기에, 불과 10년 전이지만,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게 합니다. 90년 대말에 등장한 SES나 Baby Vox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소녀 취향의 귀여운 가사도 여기에 일조합니다.

'웃겨'는 다시 클럽사운드에 충실하면서도, 경쾌하고 쉬운 가사와 재밌는 후렴구 덕분에 상당한 중독성을 발산하는 트랙입니다. 유로댄스 사운드를 기반으로하는 '안 줄래'는 What a girl wants와 맥을 같이 하는 전형적인 댄스팝 트랙입니다. 'Hot Issue (신사동호랭이 Remix)'는 remix를 통해 원곡의 둔탁한 느낌은 감소하고 유로댄스 사운드의 강화로 좀 더 클럽음악다운 사운드롤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멤버들의 연령대가 1990년에서 1994년까지 최근 걸그룹 가운데서도, 거의 최소 평균 연령을 보여주는 '최연소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걸그룹의 사운드는 범상치 않습니다. 작정하고 클럽음악을 만들려고 했는지 어린 연령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가볍지 않고 상당히 무게감 있는 일렉트릭 사운드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어떤 걸그룹보다도, 성별을 떠나 현재의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도,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에서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도 클럽음악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더불어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보컬 능력과 이런 사운드를 이끌어낸 프로듀서의 역량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많은 댄스 걸그룹들이 빠지기 쉬운, 섣불리 어설프게 발라드에 도전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 점도 미덕입니다. 그야말로 '댄스'라는 장르의 흥겨움과 기본에 충실한, 대중가요로서는 상당히 오래 제 플레이리스트에 머물 만한 앨범입니다. 4minute의 For Muzik,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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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02:18 2009/08/2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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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허민'의 세 번째 앨범 'Blossom'.

2006년 발매된 '허민'의 데뷔앨범 'Vanilla Shake'는 1990년대 가요적 화법을 통해 아야기하는 그녀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앨범이었습니다. 여성 보컬이라는 잇점과 피아노라는 그녀의 악기에 스트링을 적절히 사용하여 정말 잘 만들어진 가요들을 들려주었구요. 하지만 2007년 발매된 그녀의 두 번째 앨범 '피아노로 그린 일기'는 그런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기보다는 실망이 큰 앨범이었습니다.

1집의 장점이었던 1990년대 가요적 화법은 약해졌고, 정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다운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1집에서 만들어놓은 그녀의 음악세계와 달랐고, 그녀가 활동했던 밴드 (1집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Vanilla Shake'와도 달랐습니다. 그리고 앨범 수록곡들 내에서 일관성의 부족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은 정규앨범의 이름보다는 '소품집'이라고 불렀어야 옳았을 법했습니다. 물론 1집의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의 화법을 잇는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같은, 좋은 트랙이 있었지만 2집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보통 1집 리뷰를 쓴 뮤지션들은 계속 리뷰를 이어가게 되는데 허민만큼은 2집을 건너뛰었죠.) 그리고 연주곡들을 제외한다면 보컬곡이 많지 않았던 점도 음반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에서 들려주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그녀의 능력에 다시 관심이 가더군요. 화려하거나 뛰어난 가창력을 들려주지는 않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정말 '오랜된 연인에 듣고 싶은' 목소리의 색과과 그 안의 울림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1집과 2집 사이의 간격, 약 20개월 만큼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세 번째 앨범의 제목인 'Blossom'은 '꽃', 특히 '활짝 핀 꽃'을 의미하고, 청춘 혹은 전성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앨범 제목에서 그녀의 욕심 혹은 포부가 느껴지지 않나요? 조금은 대담하게도 느껴지는 제목의 앨범 'Blossom'을 살펴보죠.

'My Little Cat'은 오르골 느낌나는 키보드와 실로폰 소리가 어우러져 오프닝으로 알리는 시그널 송 느낌의 트랙입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아련한 하모니카 소리와 여성 보컬의 잇점을 최대한 살린,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기분 좋은 꿈처럼 펼쳐집니다. 이어지는, 제목이나 뮤직비디오 속 모습에서 다분히 애니메이션 토토로가 떠오르는 '고양이버스'는 타이틀 곡으로 가장 대중적인 색깔의 트랙입니다. 1990년 가요에서 들었을 법한 멜로디의 흥겨움에서 충분히 대중적이지만 그녀의 화법은 언더그라운드 음악만의 매력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교가 없어도 담백한 허민의 목소리에서 오히려 진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희망찬 가사에서 앨범 제목 'Blossom'처럼 '인생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청춘에 대한 예찬이 느껴집니다.

'봄이 오면'은 앞선 두 곡과는 달리, 다분히 1990년대 가요의 화법을 들려준 1집의 연장선 상에 있는 트랙입니다.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고, 고즈넉이 풀어나가는 가사가 그렇습니다. '연인이 되어볼까'는 기타 연주와 함께하는 허민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트랙입니다. 목소리와 더불어 그녀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의 비중을 상당히 줄었기에 그렇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섹소폰과 함께하는 어쿠스틱 무대가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제목에서부터 알콩달콩함이 느껴지는 '100일쏭'은 그녀가 부른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과 비교하며 들으면 재밌는 트랙입니다. '100일쏭'은 제목 그대로 연애 초기의 설레임과 수줍은 바람을 담은 가사에 적당히 애교가 곁들여진 그녀의 목소리로 노래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에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정 오래된 연인에게 이야기하듯,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깃들어 있었고 마치 '그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 법한 통찰력이 느껴졌습니다. 100일쏭의 그녀는 오래된 여인에게 하고픈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은 그녀의 밴드 'Vanilla Shake'의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었던 곡으로 드디어 앨범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로 뮤지션 '허민'과는 다르게 밴드 Vanilla Shake는 상당히 그루브한 곡들을 들려주었는데 이 곡에서도 그 경향이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사랑은 했는지' 역시 밴드 시절 그녀가 들려주었던 곡으로, 다분히 1집의 연장선 상에 있는 트랙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커다란 공백 위를 흐르며 마음의 공명을 만들어 냅니다. 개인적으로 1집의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 2집의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을 잇는 '허민표 발라드'라고 부르고 싶네요.

"I'm lost"는 1집 수록곡으로 새롭게 편곡되어 3집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1집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여유로워지면서도 좀 더 감성 표현에 능숙해진 그녀의 목소리에서 '관록'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보너스 트랙 '바다에게'는 첫 곡 My little Cat처럼 봄의 이미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봄의 기운은 혹시 이번 3집이 원래는 봄에 나왔어야할 앨범이 아니었나 하네요. 어떤 사정으로 연기된 것은 아닐까요?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서 봄바다, 해변으로 몰려오는 파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너무나 아쉬웠던 2집과는 달리 이번 3집에서는 1집보더 폭넓은 음악적 색을 보여주면서도 '허민' 고유의 매력을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TV 프로그램 출연을 시작으로 음악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활동을 시작한 그녀, 좀 더 활발한 활동으로 그녀의 음악이 좀 더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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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00:38 2009/08/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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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 부른 곡에 거의 피쳐링 수준의 비중을 보인 'Lollipop'은 논외로 하더라도, 'Fire'는 '2NE1'에 대한 기대를 생각했을 때 많이 아쉬운 곡이었습니다. 상당히 혼잡한 곡의 구성도 그렇지만, 마치 어설프게 번안해 놓은 번안곡의 가사처럼 말 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도, 공감할 수 없는 가사는 끔찍했죠.

하지만 '1st Mini Album'을 발표하면서 타이틀 곡으로 미리 공개된 "I don't care"에서는 180도 달라진 2NE1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I don't care는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레게 리듬만큼, 모든 점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트랙으로 확실히 전달되는 가사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젠 상관 없어!'라고 외치며 쿨한 모습을 보이려다가 남자 울리는 'bad girl'이 될 거라고 삼천포로 빠지는 부분입니다. 리더 'CL'을 위해 억지로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사 전개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으로, 사실 가사 전달 보다는 순간적인 느낌에 의존하는 '인스턴트 음악' 정도로 만들 생각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곡이 아깝습니다.

지난 2NE1에 대한 혹평에서 언급했던 '소녀시대'와 비교한다면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소녀시대가 귀엽고 공감할 만한 가사와 강한 중독성의 'Gee'로 '국민 걸그룹' 수준의 인기를 누리다가, 후속 앨범의 '소원을 말해봐'가 마치 Fire처럼 어슬픈 번역서처럼 별 내용(을 알수) 없는 가사로 롱런하지 못하고 반짝 인기에 그친데 반해서, 2NE1은 그와 반대로 I don't care로 확실한 비상을 보여주었으니까요.

"In the Club"은 제목처럼 가벼운 클럽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으로 그다지 빠르지 않은 템포 때문에 현란한사이키 속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가는, 남녀의 진한 댄스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I don't care에 이어서 이별에 관한 가사이지만, 전곡이 '쿨하게 끝내자'는 느낌이었다면, 이 곡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도 'one night stand'를 즐기겠다는 당참을 들려줍니다. 오히려 bad girl이 되겠다는 CL의 랩의 이 곡에 들어갔어야 어울렸을 법하네요.

역시 가벼운 클럽 사운드를 이어가는 "Let's go party"는 도입부가 재밌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일어, 프랑스어가 들리는데 모두 마지막 '우리 파티가자', 바로 Let's go party를 여러 외국어로 말하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I don't care의 자포자기와 In the club의 복수에 이어 진정한 '클럽걸'로 태어난 진화된 여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곡은 'One night stand를 위한 유혹곡'처럼도 들립니다.

"Pretty Boy"는 2NE1의 데뷔곡 Fire의 강렬한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진화된 모습을 들려줍니다. 타이틀 곡임에도 보컬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I don't care와 Let'sgo party, 그리고 메인보컬 박봄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In the club와는 다르게, Pretty Boy에서는 박봄, 다라, 민지, CL 모두 개개인에게 잘 어울리는 위치에서 최고의 팀웍을 보여줍니다. 다른 걸밴드와 차별화되면서도 2NE1만의 매력이 확실하게 녹아있는 트랙이라고 하고 싶네요.

"Stay together"는 같이 머물자는 '연애와 화해'라는 곡입니다. 주인공이 원하는 '그'가 I don't care하는 '그'인지 Let's go party해서 In the club에서 만난 Pretty Boy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바로 앞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Pretty Boy때문에, (끌리지 않는 Fire와 Lollipop을 제외하고라도) 가벼운 발라드 느낌까지 드는 이곡은, 사실 이 앨범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곡입니다. 지금까지 당당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사랑에 애걸하는 모습이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대한민국에 출현했던 어떤 걸그룹들과는 다른,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고 대중적 지지도 확보한 2NE1이기에 다음 앨범은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같은 소속사 YG의 빅뱅과 G-dragon이 지속적으로 표절 논란이 이어지면서 불미스럽고 향후 상당히 위태로운 방향에 우려가되는데 2NE1만은 그런 논란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Fire가 어설프고 몸에 작아서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면, 드디어 몸에 잘 맞고 게다가 잘 어울리는 옷을 찾은 2NE1입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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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20:33 2009/08/2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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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뤼르맨

    공감을 쌔리고 갑니다.

    2009/09/14 23:30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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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멜로디' 출신의, 무지개빛 보컬 '타루(Taru)'의 1집 'TARU' 전격 발매!

깔끔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더멜로디'였지만, '더멜로디'는 별로 정감이 가지 않는 밴드였고 그 시절의 타루에게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않았습니다. 밴드의 목소리자 얼굴이라고 할 수도 있을 타루는 '프론트 우먼'으로서 보다는 단지 악기와 비슷한 '보컬리스트로'서 존재하는 분위기였고, 무대를 이끌어나갈 역량도 부족한 모습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더멜로디의 음악도 이쁘지만 향기 없는 꽃같은 느낌이었구요. 하지만 더멜로디의 해체 이후 '타루'라는 솔로 뮤지션으로 다시 출발하여 2008년에 발표된 미니앨범 'R.A.I.N.B.O.W'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미니앨범에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Sentimental Scenery'가 작곡 및 프로듀싱에 참여하였고, 이후 이동통신사인 LGT의 전용폰 CF 삽입곡(Bling Bling)과 거대 게임기업 EA의 모바일 게임 주제가(시간의 날개) 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고 타루는 보컬로서 역량을 오르막은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정규 1집은 그 '환상의 짝궁'이라고 할 수 있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일본의 인디밴드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니앨범의 수록되었던 곡 'Yesterday'가 바로 타루를 위해 Swinging Popsicle이 선사한 곡이었고, 더 시간을 되돌린다면, 2008년 초에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과 함께 그들의 곡을 우리말로 부르기도 했었기에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의 조우는 낯설지 않습니다.

첫곡 'Night Flying'은 Swinging Popsicle의 곡답게 신나는 기타연주로 문을 여는 트랙입니다. 가벼운 팝락 사운드드의 활주로 위로 이륙을 시작하는 '타루호'에 승선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야간비행'을 뜻하는 제목 때문에, 훗날 타루가 라디오 DJ를 하게 된다면 시그널 송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귀에 익은 사운드로 시작하는 '세탁기'는 바로 Swinging Popsicle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Snowism'의 번안곡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인연의 얼룩을 세탁기로 세탁하는 모습처럼 말끔히 지우자는 가사는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가 썼다고 하네요. 미니앨범에서 타루가 좋아하는 곡인 '미스티 블루'의 '날씨맑음'을 리메이크해 불렀던 점을 생각한다면, 타루와 미스티 블루의 돈독한 관계를 유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앨범 발표와 함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된 '연애의 방식'은 노래하는 타루만큼 발랄하고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여러 드라마의 OST로도 목소리를 들려준 그녀이기에, 이 곡이 청춘연애물의 삽입곡으로도 잘 어울릴 만합니다. 제목이 '연애의 방식'이기에 서로 다른 연애의 방식 때문에 겪는 갈등들을 이해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제목부터 눈에 익은 'Sad Melody' 역시 Swiniging Popsicle이 불렀던 곡입니다.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의 보컬 '미네코'가 우리말로 번안한 가사로 들려준 일이 있었는데,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같은 가사라고 생각되네요. 원곡이 상당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편곡이 달라지면서 그 무거움은 덜해졌습니다. 하지만 타루만의 색깔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모 핸드폰 CF의 모토가 생각나는 'Talk & Play'는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인 '나루'가 참여한 트랙입니다. 흥겨운 펑키 사운드, 시원한 타루의 보컬, 그리고 당찬 가사에서는 상당히 대중가요의 색이 짙게 느껴집니다. 스트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기타팝 'Just Go'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의 색이 짙은 트랙입니다. Night Flying이 에니메이션의 오프닝 송이라면, 이 곡은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엔딩송으로도 어울리겠습니다. 그 만큼 만화적 감수성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Night Flying에 이어 달리는 트랙인 '쥐色 귀, 녹色 눈'은, 오해하기 쉬운 제목만의 발음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그에 못지 않게 비판적인 가사를 노래합니다. 심오한 제목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을 다르게 표현한 제목일지도 모르죠.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참여한 '내일이 오면'은 화려하면서도 복고적인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에서 입을 맞추었던 그들이기에 호흡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달짝지근하지만 달콤하지만은 않은 가사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운 키덜트들과 저물어가는 20대의 어딘가에 서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법합니다. 이어지는 'Daydream'은 요즘 대세인 오토튠을 적절하게 이용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백일몽' 혹은 '헛된 공상'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행복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 헛된 기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Slow star'는 Swinging Popsicle이 불렀던 일본 게임 주제가로, 발을 구르며 흥얼거릴 만큼 흥겨움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진한 쓸쓸함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Don't Let Me Down'이어 'Yesterday'의 새로운 버전으로 앨범은 끝납니다. 보너스트랙이자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Sentimetal Scenery와 함께한 '시간의 날개'는 이미 온라인 싱글로 공개된 곡이지만 반갑습니다. 제목처럼 상쾌하게 날아오르는 타루의 시원한 목소리가 빛나는 트랙이죠.

홍대 인디씬을 넘어서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사운드와 목소리를 들려주는 타루 1집은, 그래서 '상당히 대중적'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타루를 모르는 사람들도 흥겹게 즐길 만한 트랙들로 가득하구요.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그녀의 가창력도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정규 1집으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타루만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보입니다. 같은 소속의 요조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판으로 1집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좀 더 자신의 색을 보여주었던 점을 생각했기에, 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았습니다. 물론 모든 뮤지션이 싱어송라이터가 될 이유는 없지만, 앨범 'TARU'는 목표가 되는 도약점이 아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R.A.I.N.B.O.W'에 잇는 또 다른 발판처럼 보입니다. 짙은 Swining Popsicle의 색은 역시 같은 소속의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최경훈이 다른 보컬과 함께 'Belle Epoque'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이 Swinging Popsicle의 Belle Epoque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요.

아직 타루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던지는 1집이라고 하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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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7 16:40 2009/08/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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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월 5일 타루 새 앨범 발매기념 공연이 있습니다. 상상마당에서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해요~ www.pastelmusic.com

    2009/09/01 13:13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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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커(Casker)'는 이준오와 융진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니카 밴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융진을 만나기 전부터 음악에 몸담아온 이준오의 음악적 이름이기도 합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묘사되는 '캐스커'의 음악은, 본격적으로 보컬(융진)과 함께한 두번째 앨범 'Skylab'부터 확연히 그런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Skylab'은 지금까지 총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캐스커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구요. 최근의 경향은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기 보다는 '기계심장을 가진 아날로그 음악'이라고 바꾸어야 할 정도로 서정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캐스커의 음악적 흐름 속에서 '향'이라는 디지털 싱글이 발표되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업자 '카브리엘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코코 샤넬(Coco Avant Chanel)'을 국내 개봉과 함께 공동 프로모션 성격의 곡으로, 팬들에게는 팬서비스같은 트랙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곡의 완성도가 단지 '프로모션을 위해 급조된 곡'이라던지 '팬서비스' 수준으로 보기에는 만만치 않습니다.

'캐스커표 기계음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탱고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무곡에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이 융합되어 발전했다는 탱고의 기원처럼, 고달픈 운명을 걸어온 민족들의 민속음악처럼, 비애가 담긴 선율은 차가운 기계음악을 너무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그리고 향수에 빠져들게 하는 아코디언 연주가 더해져 최고의 서정미를 뽑내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세션의 이름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에서 키보드, 피아노, 아코디언 등 건반악기를 담당하는 '최진경'의 이름이 보입니다. 사실 캐스커와 마찬가지로 탱고를 지독히 사랑하는 'Alice in Neverland'의 또다른 멤버 '조윤정'이 바이올린 세션으로 캐스커의 앨범과 공연에서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밴드의 교감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Alice in Neverland의 앨범에서도 캐스커와 이준오의 이름을 볼 수 있으니까요.

캐스커의 음악에서는 꾸준히 '이별이 남기는 마음의 혼돈'을 전하는 트랙들이 많았죠. 가사는 없었지만 앨범 'Skylab'의 'Fragile day'에서 형용하기 힘든 세상에 혼자라는 감정을 세심히 그려내는듯 했고, 본격적으로 '관계'에 대해서 노래한 앨범 'Between'에서는 보사노바를 차용한 '정전기'로 인연에 대한 '비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관계'에 대해 더욱 고찰했던 최근의 앨범 'Polyester heart'에서는 '빛의 시간'을 통해 빛 속에서 산란하는 듯한 공허함을 들려주었고, '만약에 혹시'에서는 잔잔한 수면에 비친 아스라한 저녁 노을같이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그려냈습니다. 이 곡들 모두, 흔한 대중가요처럼 '이별의 슬픔을 토해내기'보다는 이별이 남기는 감정들을 정갈하지만, 금속성의 빛깔이 아닌 사람 살냄새나는 음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트랙들 가운데 '빛의 시간'을 제외하면,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에그 쉐이커 등 그야말로 '어쿠스틱 음악'을 위한 악기들의 소리가 풍부했기에  어쿠스틱 음악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캐스커의 음악을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부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구요. 너무 돌아왔는데, '향'도 아코디언과 기타 연주를 통해 아날로그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오르골 소리를 연상시키는 실로폰 느낌의 소리가 아련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그리고 그 완성도는, 슬프게도 네 번째 앨범의 어느 트랙보다도 빼어날 정도이구요.

가사도 음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바보다, 느리다, 더디다, 모자르다'같은 랩에서 라임같은 반복과 '무너져 내린', '다시 한번'의 반복은 가사와 그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장을 '다'로 마치는 단정적인 어법은 초라해지는 모습 앞에 의연해지려는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 음악'이 아니라 '피멍든(혹은 찢어진)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비애가 담겨있습니다.

단지 한 곡일 뿐이지만, 지난 캐스커의 행보와 캐스커가 들려주는 소리의 경향을 생각하게 하는 놓치지 아까운 곡 '향'입니다. 또 그렇기에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으로 10월에 예정되어있는 캐스커의 공연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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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15:50 2009/08/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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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흐음... 반드시 들어봐야겠군요 +_+

    2009/08/21 23:36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꽤 좋은 곡입니다~ 앨범으로 구할 수 없는게 아쉬울 정도!!

      2009/08/23 11:56 [ Permalink : Modify/Delete ]
  2. 퍼가요!

    2009/08/22 22:30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3. 최근에 캐스커 EP앨범에 어쿠스틱 버전이 수록되었는데, '향'이라는 곡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트랙이었습니다. 본문에도 쓰셨듯이 애초에 '향'이라는 곡을 금속성의 빛깔이 아닌 사람내음이 나는 음악을 염두해 두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요.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캐스커의 팬으로서 많은 부분 동감하고 갑니다 : ) 아, 그리고 저는 캐스커의 슬픈 음악의 계보를 (1집제외하고) '어느날 Pt1. - 정전기 - 아무도 모른다 로 엮어보았어요. 물론 Fragile Day 도 놓칠 수 없는 곡이지만요 : )

    2009/12/06 01:05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안녕하세요~!! 싸이 타고 오셨군요!! 캐스커 이번 EP 리뷰도 준비중이랍니다. 캐스커 24일 공연도 있는데 고민되네요~!!
      다음 탐음매니아상은 캐스커가 받았으면 좋겠어요.ㅎㅎㅎ

      2009/12/06 18:19 [ Permalink : Modify/Delete ]
  4. Lucida

    헐...싸이타고 안왔습니다.-_- 구글 검색에 '캐스커 - 향'이라고 치면 바로 첫 페이지에 나오던데요...알고보니 탐매 분이셨군요ㅎㅎ 그것도 몰랐네요 근데 탐매 누구신지 모르겠네요-_-;; 어쨌든 저도 다음(이번?) 탐음매니아상은 꼭 캐스커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

    2009/12/10 19:47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아 싸이뮤직노트 남기셨길레 싸이인줄!!ㅎㅎ
      구글 검색으로 오셨군요~!!
      캐스커가 꼭 받아야죠.ㅎㅎ
      음악노트제목이 이 홈페이지 주소랑 비슷한 제목을 쓰고 있습니다.ㅎㅎ

      2009/12/11 02:41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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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을 통해 2007년 1집을 발매한 'Donawhale(도나웨일)'은 밴드 이름부터가 독특한 밴드입니다. Dona는 '귀부인'이라는 의미하고, Whale은 바로 '고래'이나 '고래 부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동요 '코끼리 아저씨'에소 코끼리 아저씨에 반해 결혼한 바로 그 고래 아가씨가 결혼해서 '고래 부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이지만) 여성형의 밴드 이름처럼 여성 프런트우먼(유진영)을 내세우고 있기에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스텔뮤직 뮤지션들처럼, 하드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만 생각하면 큰 착오라고 하겠습니다.

첫곡 'Close your eyes'는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로서는 상당한 무게감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정말 파스텔톤의 동화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밴드들과는 달른, '선이 굵은' 음악을 한다는 첫인상입니다. 도시적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과 몽환은 표현하듯, 기타줄 뜯는(?) 소리는 달리는 차창으로 비치는 도시의 네온사인 같습니다. 'Hole'은 첫곡보다 무게감은 조금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의 속도가 더해진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Why don't you fly with me'는 마음의 텅빈 공간(hole)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도나웨일의 공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기도 합니다.

앞선 두 곡이 '무거움'이 었다면, 'Foolstar'에서 마음을 눌러왔던 무게감은 사라지고 애상적인 감정이 흘러넘치기 시작합니다. 울먹이는 듯한 보컬과 멜로디를 차지한 키보드 연주의 변화도 그런 감정의 흐름에 일조하구요. 'fool'과 'star'를 합친 제목은 빌어도 빌어도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별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을지도 모르죠.

'Echo'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에코 이야기'처럼  하나의 진정한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메아리로만 남는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의 선율은 그림 한 폭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량한 걸음걸음의 비애는 눈물이 되고, 떨구는 눈물은 땅으로 흩어져 메아리로 울려퍼집니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차마 흩어지지 못하고 공허한 안개로 주변을 배회합니다. 'Echo'에 이어 역시 동양적 심상을 담고 있는 '비오는 밤'은 연주곡으로 감상에 젓기에 충분합니다. '비'와 '밤'이 어우러지면 누구나 감상에 젓어들겠지만,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그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A spring day'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크래커'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이 곡이 이후에 발매된 도나웨일의 1집을 모습을 대표하는 곡으로 생각했었는데, 앞선 곡들을 보면 큰 오산이었죠. 가볍고 나른한 느낌은 '파스텔뮤직풍'이면서도 이 앨범 속에서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Running'은 앞선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인, 어쿠스틱풍의 트랙입니다. 무섭게 질주할 듯한 첫 인상의 제목과는 다르게 노래는 가벼운 발걸음의 느릿한 완주같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 때문에 Hole과 더불어 기억에 남았던 곡이기도 합니다. Picnic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Picnik'에서도 느릿한 어쿠스틱의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아카시아'는 친근한 꽃이름이, 다시 강렬해진 연주로 인해 낯설게 들리게 하는 트랙입니다. 수미상관을 노린 것인지 이 트랙을 시작으로 강렬함과 무게감은 초반 트랙들과 닿아있습니다. 추억이 담겨있는 낡은 상자에서 찾아낸, 빛바랜 아카시아 꽃잎에서 느껴지는 그 추억의 무게처럼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마지막 두 곡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트랙들입니다.

'Feb'는 '시린 겨울 끝'이라는 가사처럼 겨울의 끝자락 2월(February)을 의미하는 제목의 트랙입니다. 차마 놓을 수 없어, 보낼 수 없어 잡고 있는 끝자락처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You're so beautiful"이라는 단순한 가사가 묘한 중독성으로 입가를 멤돕니다. 마지막 '꽃이피다'는 앞서 언급한 '코끼리와 결혼한 고래'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아도 좋을 트랙입니다. 코끼리와 고래의 사랑, 각각 육지와 바다에 구속되어 사랑하지만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숙명의 쓸쓸함이 이 노래에서 느껴집니다. 그 슬픔은 꿈에서나마 웃음지을 수 있을까요?

여성 프런트의 밴드임에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파스텔뮤직다운 색깔을 놓지 않는 '도나웨일'은 '파스텔뮤직판 네스티요나'라고 부를 만큼 닮은 구석을 보여줍니다. 네스티요나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점과 홍일점 유진영이 네스티요나의 요나처럼 대부분의 작곡과 키보드, 피아노를 담당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도나웨일의 데뷔앨범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상당히 길었던 준비기간은 공연활동을 오랜시간 중단시키면서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불안한 보컬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차가 상당히 큰 곡들 사이의 분위기가 앨범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시키지 못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한 곡씩 보았을 때 상당히 좋은 곡들을 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들려준 유진영의 목소리에서는 불안함이 대폭 감소했기에 조만간 발매 예정인 두 번째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하게됩니다. 별점은 3.5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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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23:38 2009/08/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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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 100% 팝,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두 번째 이야기,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

미스티 블루가 지난 5월에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이어, 약속대로 여름을 맞아 약 3개월만에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를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봄 EP가 독특하고 중의적인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 EP도 마찬가지입니다. 'Sentimental Storytell(h)er'는 괄호안에 들은 'h'을 무시한다면 '감성적인 이야기꾼'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h를 괄호 밖으로 빼내면, (문법에는 어긋나지만) 'Sentimental Story tell her', 바로 감성적인 '이야기가 그녀에게 말하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커버의 일러스트는 역시 여전히 독특합니다. 얼핏 본 첫 인상은 어두운 푸른색 계통 때문인지, 마치 현상되기 전의 필름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답게 장식된 모자를 쓴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이고, 그 여자아이는 손으로 모자를 잡고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등장은 '역시 미스티 블루'라고 하겠습니다. 또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때문인지, 여름바다의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첫 곡 'Picnic'은 이 여름 EP가 봄 EP와는 다르면서도 연장선에 있음을 알리는, 모순적인 오프닝 트랙입니다. 도입부의 '알람이 나를 깨우며'는 멜로디는 봄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의 일부분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징글거리는 기타 소리는, 이제는 아득한 데뷔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에서 들을 수 있었던 발랄함을 예고합니다. 사실 제목부터 발랄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빨간 벽돌집 바이엘'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취자들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트랙입니다. 제 어린 시절, 바로 '피아노 학원' 열풍이 불던 그 시절, 피아노 입문생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바이엘이 들은 피아노 가방' 소절이나, 모 피아노의 CM송을 연상시키는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소절이 그렇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두 멤버도 염두해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관람했던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전'에서 본 유명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주택가는 대부분 빨간 벽돌의 이층집 주택들이이기도 했지요) 'Picnic'에서 미심쩍었던 발랄함을 확인시켜줍니다.

'Moderate Breeze'는 우리말로 '산들바람'의 하나인 '건들바람'을 의미합니다. 건들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새파란 바다가 닿아있는,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걷는 상상을 해보세요. 바람에 흔들리는 가사들은 바람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듯한 붓터치로 그려진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알맞은(moderate) 세기의 바람인 건들바람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를 생각하면 ('날씨맑음'만큼이나) 너무 발랄했던 '빨간 벽돌집 바이엘'의 분의기를 환기시킵니다.

'여름, 행운의 지휘'는 여름 EP의 타이틀 곡답게 가장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고민을 던지고, 운명을 이기고, 사랑을 기다리는 진취적 분위기와 소녀같은 설램을 노래한 가사는 데뷔앨범의 '일요일의 오디오'가 생각납니다. 밝은 분위기를 더 빛내주는 브라스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수록곡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을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두 곡 모두 8월을 위한 곡들입니다. 봄 EP가 역시 데뷔앨범 수록곡들인 'Spring Fever'와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의 연장선이라면, 여름 EP는 바로 '일요일 오디오'와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의 연장선이 아닐까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을 EP는 제가 데뷔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곡인, 'Daisy'와 '화요일의 실루엣'의 연장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겨울 EP는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수록곡인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의 연장선이라면 좋겠구요.

'빗방울 연주'는 미스티 블루의 보사노바에 대한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데뷔앨범의 'Cherry'에서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으로 애절한 신파극 'Cherry'를 그려냈던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은 여름의 온도에 힘을 얻어 편안하게 즐길만한 보사노바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내리는 여름날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들으면 참 좋겠습니다.

'Slow days'는 독특한 컴필레이션 앨범 'Siamese Flowers'에 수록된 곡으로, 'Siamese Flowers'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묻혀버리기에는 아까운 곡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되어 반갑기까지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음악치고 날카로운 연주와 강한 보컬을 들려주면서도, 미스티 블루다운 감수성을 들려주는 곡이기에, 또 다른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에 수록된 '여름궁전'과 더불어 정규앨범에서 보았으면 했던 곡이었지요.

마지막 곡 '여름 몽상'은 이번 EP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여름 몽상'이라는 제목으로만 봐서는 '여름궁전'의 후속편일 법하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보컬과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연주, 열기가 식어가고 바람이 점점 서늘해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분위기는 완연히 '미스티 블루표'입니다. 여름이 끝나가면 여름의 열기가 만들어낸 그 몽상들도 끝이 나겠죠.
 
'봄의 언어' 발매 이후 여름 EP의 알려진 부제는 '여름의 온도'였는데 '여름, 행운의 지휘'로 바뀌었네요. '봄의 언어'가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수록곡과 같은 제목이었는데, 여름 EP도 수록곡 제목으로 맞추려고 그랬을까요? 봄과 여름, 두 조각이 공개됨으로서 큰 퍼즐의 절반이 공개되었습니다. 완성될 그림이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네 장의 EP 후 나올 2집은 더욱더 궁금해집니다. 연작 EP의 베스트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만드려나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곡들이 담기려나요? '여름궁전'이나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그 때 즈음에는 수록되겠죠? 봄보다 더 즐길 만한 여름을 들려준 '미스티 블루', 가을과 겨울이 더욱 기대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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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5 00:07 2009/08/05 00:07
Posted by b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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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범 발매되었다는 소식만 알고 있었는데,
    리뷰 읽으니까 빨리 들어보고 싶네요.

    2009/08/05 14:14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14일 정식 발매이지만 4일자로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는 다 올라왔더라구요!!

      2009/08/05 15:21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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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의 7주년 기념이 될 만한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

2006년 'Cracker : for a bittersweet love story'를 시작으로 2007년 '12 songs about you', 2008년 'We will be together : Pastel season edition'과 '사랑의 단상 chapter 1' 그리고 2009년 초 '사랑의 단상 chapter 2'까지 양질의 컴필레이션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이 또 새로운 컴필레이션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라는 긴 제목의 컴필레이션을 선보입니다. 사실 '스위트피(Sweetpea ; 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전격 발매 되면서, 소속 뮤지션들의 탈퇴 및 이적으로 상당히 조용했던 '문라이즈(Moonrise)'의 합병, 그리고 합병 이후의 이런 행보는 예상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파스텔뮤직이 문라이즈에게 어떤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왕자 혹은 피터팬을 떠올리는 소년의 감수성을 담은 스위트피의 음악은 소녀적 감수성을 지향하는 파스텔뮤직과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스위트피'에 이어 '캐스커(Casker)'의 영입이 이어지면서(사실 시간적으로 어떤 사건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디씬의 두 전설적 존재를 통한 '더욱 튼튼하고 독보적인 입지'와 더욱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캐스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합니다.(어떻게 생각하면, 스포츠로 말하자면  '악의 축'이네요.)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가 총 5장의 CD 가운데 4장은 이미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 성격이었고 나머지 한 장이 신곡을 수록한 컴필레이션이었듯이, 이번 앨범도 비슷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3장의 CD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도 2장은 문라이즈를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이고 나머지 한 장은 문라이즈의 음원들을 현재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앨범입니다. 5주년 기념 앨범과 다른 점이라면, 리메이크 앨범만 따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공개된 CD 프린팅 이미지가 재미있는데, 소년과 소녀가 함께 왈츠를 추고 있습니다. 소년은 문라이즈, 소녀는 파스텔뮤직이겠죠. 왈츠는 두 레이블의 합병을 의미하고, 봄의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이겠구요.

'아스피린 소년'은 원래 '전자양' 1집의 곡으로 파스텔뮤직의 기대되는 유망주 '이진우'가 부릅니다. 원곡의 어쿠스틱한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진우의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5월에 발매된 '미스티 블루'의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을 피쳐링하면서 들려주었던 저음의 보컬과는 다른 음색이라 의외입니다. '재주소년'이 부르는 '농구공'은 신곡입니다. 문라이즈 소속으로 3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현재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활동하기에 문라이즈의 리메이크를 하는 일이 어색하였을지모 모릅니다. 두 레이블을 이어주는 밴드이기에 더욱 의미 깊기도 합니다. 어쩐지 제목과 어린시절의 설렘을 노래한 가사에서 '이승환'의 '덩크슛'을 생각나게 합니다.

본인의 음반에 국한되지 않고 피쳐링 및 OST 참여를 통해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만능보컬 '타루'는 '스위트피' 2집의 'Kiss Kiss'를 부릅니다. Kiss Kiss 자체가 스위트피가 일본 원곡을 리메이크한 경우이기에 스위트피의 Kiss Kiss에 제한되지 않고 더 자유롭게 리메이크할 수 있었고, 그 적임자는 역시 타루라고 생각됩니다. 원곡이 너무 좋지만, 역시 만능보컬 타루답게 자신의 색깔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더멜로디'시절부터 들려준 좋은 영어 발음은 곡에 대한 집중을 높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감초같은 현악과 어우러진 탁월한 감정 표현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1집을 발표하고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Epitone Project'는 '델리 스파이스' 5집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이진우와 조예진(from 루싸이트 토끼)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곡 가사의 배경이 되는 일본 만화 '아다치 미츠루'의 'H2'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히로'와 그 친구 '히데오'의 삼각관계를 염두하지 않았나 하네요. 여성의 목소리로 듣는 '고백'은 색다르면서 정말 '애니메이션 주제가'같은 느낌이네요.
 
'짙은'이 리메이크한 '동물원'은 지금은 밴드 '마이언트메리(My Aunt Mary)'로 더 유명한 밴드의 리더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 'Thomas Cook'의 곡입니다. '마이엔트메리'의 느낌이면서도 더 차분한 분위기로, 짙은이 들려주었던 차분하면서도 사려깊은, 그런 짙은 감수성과 닿아있습니다. 짙은이 '파스텔뮤직의 마이언트메리'가 되기를 바라는 레이블의 바람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소식이 없어서, 파스텔뮤직 소속인지도 잊고 있었던 'Cloud Cuckoo Land'도 '스위트피' 2집의 '돌이킬 수 없는'을 다시 부릅니다. 스위트피의 세 번째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던 '캐스커'는 바로 그 세 번째 앨범 수록곡 '떠나가지마'를 들려줍니다. 2007년 말에 발매된 앨범의 리메이크는 의외이기도 합니다.

Sentimental Scenery는 이미 요조가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재주소년 3집의 'Sunday'를 리믹스하여 들려줍니다. 이미 앞서 '고백'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조예진의 '루싸이트 토끼'는 스위트피의 '오, 나의 공주님'를 다시 부릅니다. 다소 엽기적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면서 사랑의 잔인한 진실(?)을 알아가는 가사는 씁쓸합니다. Epitone Project가 다시 한번 이진우와 함께한 '기도'는, 지금은 시류에 편승하듯 여성보컬(Whale)을 영입하여 'W & Whale'로 더 잘알려진 'W'의 곡입니다. '플럭서스뮤직(Fluxus music)'으로 이적하기 전, 전신인 'Where the story ends'로  발표한 데뷔앨범 '안내섬광'의 수록곡으로 부제로 'Hommage to 윤상'이 붙어있는 곡인데, 지금 모습과는 다르게 앞선 두 장의 앨범(특히 안내섬광)에서는 '윤상 스타일'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윤상 스타일을 추구하는 Epitone Project이기에 'W'의 곡을 선택한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선 '고백'에 이어 '기도'에서도 이진우와의 궁합은 좋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인 타루와 Sentimental Scenery의 프로젝트를 강렬히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진우와 Epitone Project의 남성 듀오도 기대해봅니다.

의외의 인물 'Slow 6'가 델리 스파이스 2집의 '종이비행기'를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문라이즈와도 관련이 없어보이는 Slow 6의 등장이라 당혹스럽니다. 그런데 이름을 가리고 들어보면 가창법이 '어른아이'를 연상시킵니다. 미세한 발음이나 호흡이 너무나 흡사해서 이름을 가린다면 '어른아이'가 부른 곡으로 음성 변조로 남성처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법합니다. 요조는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한 'Sunday'에 이어, 다시 재주소년의 1집 수록곡  '귤'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라이브레코딩같은 도입부가 재밌고, 'I am ready'라는 너무 노골적인 발음은 당황스럽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을 너무나 시적으로 그려내는 '재주소년'의 곡을 요조만의 매력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얼굴인 '메리클라이브'는 첫인상부터 '새될 법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전자양 2집 수록곡의 '당분인간'을 부릅니다. 잘난 척하고 우쭐해하는 모습을 비꼬는 듯한 가사와 언어유희가 재밌습니다. 마지막은 '파니핑크'가 담당합니다. 스위트피가 3집에서 'Toy 유희열'과 함께한 '기도'를 다시 부릅니다. 어찌된게 파니핑크는, '사랑의 단상 chapter. 1'에 수록된 'River'에 이어, 정규앨범보다 컴필레이션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타루가 부른 Kiss Kiss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작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어찌보면, 문라이즈에 대한 오마쥬라고 하지만, 사실 '김민규'에 대한 오마쥬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바로 그 자신인 스위트피와 그가 리더인 델리 스파이스의 곡이  14곡 중 절반인 7곡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흔하지 않은 컨셉에 쉽지 않은 시도', 홍보력의 부재로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잊혀질 수 있었던 좋은 곡들에 새로운 색을 입혀 다시 소개하려는 시도는 현존하는 인디레이블 가운데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시도이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모습이 파스텔뮤직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지만 미스티 블루, 한희정, 어른아이 등이 참여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물론 세 팀은 5월에 앨범을 발표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겠지만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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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21:04 2009/07/27 21:04
Posted by bl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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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Umter27

    검색으로 우연히 들렀다가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ㅎㅎ
    근데 윤상 을 유상으로 쓰신부분이 있네요.

    2009/08/01 21:34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앗 그런 오타가 있었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2009/08/02 03:15 [ Permalink : Modify/Delete ]
  2. 정순용" 이에요 정용순 아니라 ㅋㅋ 개인블로그인가요. 글이 아주 좋으네요.

    2009/08/03 18:37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아 그렇군요!! 여행가기전 급하게 썼던 글이라 역시 오타가 많네요. 감사합니다^^

      2009/08/03 19:08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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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로로스'로 더 유명한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 Movement)'의 유일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흐른'의 1집 '흐른'.

홍대 클럽 '빵'을 중심으로 하던 '흐른'은 남성 그리고 밴드가 위주였던 레이블 'TuneTable Movement'에 합류하여 2006년 EP '몽유병'을 발표하고 늦은(?) 나이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어느새 귀국하여 약 2년 반이 지난 2009년 3월 정규 1집 '흐른을 발표했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떨어진 잉크가 퍼지는 듯한 그림의 자켓으로 그녀의 음악활동의 이름인 '흐른'을 표현하고 있는 1집은 그 내용면에서도 일맥상통하여, 전작인 EP '몽유병'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EP와 1집 사이에 있었던 유학을 통해 느낌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첫곡 "Don't feel sorry"는 영어 가사의 곡으로 나름 유학파이자 페미니즘 성향의 그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P '몽유병'에 이어지는 그녀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더불어 EP 수록곡 '몽유병'의 당돌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내 빵을 뜯었나"는 제목에서 유명한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빵'이라는 단어에서는 어떤 '정치적 색'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예상외로 디스코풍의 전자음이 등장하면서, 흐른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누군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네요.

"다가와"는 EP의 '스물일곱'과 마찬가지로 가사에서 흐른의 소박하지만 솔직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연주에서도 그녀다운 편안함이 지배합니다. 봄에 발매되었지만, 가사에서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생각되고, 요즘같은 여름밤에 듣기 좋네요. "어학연수"는 실제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녀가 타지에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Wake Up in the Morning"은 애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사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확신시켜주는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는 마지막 트랙인 "Autumn Mix"와 비교하며 들으면 재밌습니다. Summer Mix가 댄서블한 빠른 템포와 시원한 전자음으로 여름을 노렸다면, Autumn Mix는 느린 템포의 넉넉한 밴드 사운드로 가을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 "산책"과 "Global Citizen"은 삶과 세상에 대한 사색이 짙게 느껴지는 트랙들입니다. "산책"은 버려진 기타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Global Citizen"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순들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종족분쟁의 케냐와 캐냐산 커피, 기아의 잠비아와 옥수수를 먹여 키운 소고기 햄버거라는 잊고있던 자본주의의 모순들은 직시하게 합니다. 적당히 댄서블한 사운드에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직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가사가 익살스러우면서도 아프게 와닿습니다. 앞선 두 곡 "누가 내 빵을 뜯었나"와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와 같이 빠른 템포는 세 곡을 연작 같이 느껴지게 합니다.

이어지는 세 곡은 '빵'에서 솔로 뮤지션으로 공연하는 그녀를 느끼게 해주는 트랙들입니다. 가사에서 사랑과 배려, 그리고 하얀 거짓말이 떠오르는 곡 "할 수 없는 말"은 둘이어서 더욱 외로울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그녀의 울림 때문에 아름다운 트랙입니다. "그렇습니까"는 EP 수록곡 '거짓말'의 연장선 위에 있는 조심스러운 사랑 노래입니다. 아니, 그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솔직하지 못한 '그녀의 노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지만 결론은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는 것인가 봅니다. "Song for the Lonely"은 'Sarah McLachlan'의 'Angel' 조용하지만 굳건한 위로와 지지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세 곡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울림은 아마도 가장 가장 '흐른'다운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숨겨진 야심작이었던 앨범 '흐른'은 그 야심만큼 곡 자체의 탁월함 뿐만아니라, 연주를 담당한 세션들에도 각자의 밴드 활동으로 실력을 입증받은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뮤지션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이라고 치면 '후보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믹싱 및 마스터링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문외한인 저에게도 느껴지는 소리의 질은 아마도 튠테이블 무브먼트를 통해 발매된 음반들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속사 튠테이블 무브먼트와 음반 배포를 담당한 '파고뮤직'의 빈약한 홍보 능력 때문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비단 앨범 '흐른'과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디씬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인디씬에서도 요 몇년 사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메인스트림과 마찬가지로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홍보력이 비중이 점점 커지는 듯하여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홍보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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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5 23:41 2009/07/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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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유재하 가요제' 수상으로 알려진 '노리플라이(No Reply)'의 데뷔앨범 'Road'.

2008년 3월 앨범에 앞서 싱글 '고백하는 날'을 발표하였지만, 큰 인상을 주기에는 힘든 '무난함'의 인상이 강한 곡이었습니다. 더구나 같은 무대에서 수상을 했던 '오지은'이, 가요제에서는 순위는 더 낮았지만(노리플라이는 은상, 오지은은 Heavenly라는 밴드로 동상) 더 큰 주목을 받으면서, 결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수 많은 밴드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싱글로부터 약 1년후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에서 '타루'와 함께한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탁월한 감각을 들려줌으로서 발매될 데뷔앨범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데뷔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첫 싱글 이후 약 15개월이라는 긴 간격을 두고 발매된 데뷔앨범이기에, 더구나 발매전부터 소속사의 광고가 대단한 편이었기에, 오히려 우려가 되었습니다. 홍대에서 공연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무너져버리는 밴드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죠. 과연 노리플라이도 그렇게 사라지려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맑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끝나지 않은 노래'는 첫 곡으로서 절묘함을 담고 있는 트랙입니다. 우선 제목부터 마지막 곡의 제목으로도 어울릴 법하지만,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시작'을 연상시킵니다. 지금까지의 인디음악들을 뛰어넘겠다는 자신감(혹은 오만함)이 담긴 제목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깔끔한 팝락 사운드는 앨범 전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시야'는 도입부의 두드러지는 베이스와 피아노 연주에서 'coldplay'의 곡을 연상시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트랙입니다. 타이틀 곡 '그대 걷던 길'은 노리플라이의 서정성이 잘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스트링이 참여한 첫 트랙으로, 전반적인 무난함 때문에 타이틀 곡으로 아쉽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내서 다른 트랙을 타이틀 곡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더 좋은 트랙들이 있으니까요.

보컬 '권순관'의 가창법은 몇몇 면에서 '이승환'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는데, 바로 'World'에서 그 인상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가사에서부터 웅장한 스트링과 코러스의 편곡까지 매우 이승환의 곡들을 연상시킵니다. '뒤돌아 보다'는 화려헀던 앞 트랙과는 달리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는 조용한 트랙입니다. 바로 유재하 가요제에서 노리플라이에게 은상을 안겨준 곡이기에, 탁월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렉트로니카와 조우한 'Fantasy Train'은 밴드 노리플라이의, 팝과 락에만 국한되지 않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흐릿해져'는 타이틀 곡보타 더 뛰어난 감성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소중한 기억들이 점점 흐려져가는 안타까움을 보컬의 울림과 적재적소의 스트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그 멜로디'는 본인의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오지은'의 또 다른 모습에 더 눈길이 가는 트랙입니다. 동상이었지만 은상보다 더 떠버린, 같은 소속사(해피로봇) 오지은의 지원사격은 노리플라이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재밌습니다. 째즈를 차용한 라운지는, 노리플라이에게나 오지은에게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되는데, 두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상당히 괜찮은 하모니를 이끌어냅니다. 라이브로 들으면 또 어떨지 가장 기대되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Violet Suit'는 역시 같은 소속사 '나루'가 함께한 트랙입니다. 노리플라이보다 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나루의 영향인지, 앨범 수록곡들 가운데 제목처럼 가장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앨범 제목과 같은 'Road'는 진중해진 보컬이 눈에 띄는 트랙입니다. 그 진중함 덕분에, 조금은 '마이언트메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마지막 '바람은 어둡고'는 앞서 언급한 '흐릿해져'와 함께 타이틀 곡보다 더 뛰어난 곡으로 꼽고 싶습니다.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제목은 어쩐지 낯설지 않습니다. 쓸쓸함한 마음을 흔드는 스산한 바람은 분명 어두우니까요.
 
앨범은 전체적으로 한 곡 한 곡 건너뛰고 들을 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같은 소속사로 선굵은 인상의 오지은이나 소속은 다르지만 해피로봇을 통해 앨범이 유통되는 '발랄함과 유쾌함의 대명사', '페퍼톤스'를 생각했을 때 밴드 고유의 색은 부족한 느낌입니다..(물론 오지은은 자체제작 1집의 성공으로 해피로봇에 입사했고, 페퍼톤스는 EP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요.) 90년대 거장들의 영향이 느껴지는 '웰메이드 가요'의 무난함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무난함 덕분에 이 앨범만으로는 이 밴드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노리플라이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오래도록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두 세 트랙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무난함을 유지하며 크게 다르지 않은 각 곡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하구요.

하지만 오지은, 한희정, 요조, 타루 등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홍대 앞을 벗어나 더 많은 대중을 향한 활약이 돋보이는 최근 언더그라운드씬에서, 깔끔하고 완성도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노리플라이'의 등장은, 메탈이나 펑크처럼 강한 음악을 즐겨듣지 않는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오랜만에 들을 만한 남성 보컬 밴드의 등장이기에 반갑습니다. '단지 팝(Just Pop)'이지만 그것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승화시켰던 '마이언트메리'처럼 밴드 '노리플라이'만의 고유의 색을 찾아가는 것이 이 밴드에게 남은 과제라고 생각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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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1 22:47 2009/06/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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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잘 봤습니다.^^ 코멘트를 하자면 노리플라이의 'Violet Suit'는 노리플라이 멤버인 정욱재군의 곡으로, 나루님의 영향이 아니라 정욱재군이 추구하는 락킹한 음악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2009/09/14 14:09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bluo

      아 그렇군요! 앨범 주문해놓고 음원으로 들으면서 쓴거라서 작곡자가 누군지 확인은 못했네요.^^;

      2009/09/14 15:44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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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의 마스코트 '뎁(deb)'의 홀로서기 1집 'Parallel Moons'.

2008년 3월에 발매된 '뎁'의 데뷔앨범은 여러모로 '묘한' 앨범이었습니다. 같은 소속사(카바레 사운드)이고,뎁과 함께 유명해진 '페퍼톤스'의 2집 'New Standard'도 같은 2008년 3월에 1주일 차이로 발매된 점이 그렇습니다. Parallel Moons가 2008년 3월 18일에 발매 되었고, 페퍼톤스 2집이 1주일 뒤인 3월 25일에 발매되었습니다. 또, 페퍼톤스의 EP와 1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뎁의 비중은 2집에서는 크게 줄어서 페퍼톤스 2집과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타이틀부터 독특한 'Parallel Moons', '평행하는 달들'은 평행우주를 떠올리게 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독특함을 보여준 그녀의 개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평행 달들처럼 그녀도 평행우주 다른 편에 존재하는 또다른 그녀와 교신중일지도 모르죠. 그 교신 내용들을 살펴보죠.

첫곡 'Scars into Stars'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인 앨범의 시작을 들려줍니다. 괴기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가사는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었던 그녀의 정신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이상한 서커스가 펼쳐지는 놀이동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Golden Night'는 페퍼톤스의 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팝-락 넘버입니다. 흥겨운 베이스 라인에 키보디와 미디 사운드, 적당한 발랄함과 희망으로 가득찬 느낌은 역시 '페퍼톤스의 뎁'답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페퍼톤스 2집의 'Drama'와 비슷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유쾌함으로 이어지는 'Astro Girl'은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그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astral'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astro는 바로 astral에서 왔을 것이라고,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추측해봅니다. '길거리의 불량소녀 뎁'하면 떠오르는 아코디언도 적재적소에서 빛이 납니다.

'일랑일랑'은 탱고풍으로 역시 아코디언이 멜로디의 주가 되는 트랙입니다. 흥겨운 리듬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애수가 느껴집니다.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탱고, 많은 민속음악들에는 각 민족의 애수가 담겨져있는데, 그래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앞선 '일랑일랑'에서도 느껴지던 점이지만 '도파민'에서는 확연히 '성인 취향'으로 넘어갑니다. '페퍼톤스의 뎁'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당황할 수도 있는 변화입니다. 그리고 절절한 애수는 지속됩니다.

베이스가 인상적인 째즈풍의 '9세계'에서 길거리 소녀는 어느 째즈바의 보컬로 변신해있습니다. '치유서커스'에서는 아슬아슬한 곡예사가 됩니다. 흔들리는 느낌의 오르간 소리는 불안감을 더해줍니다. 제목만큼이나 화려하게 시작하는 '야간개장', 하지만 째즈풍으로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놀이동산의 두근거림을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성인 취향에서 잠시 길거리로 빠져나오는 출구를 찾은 기분입니다.

다시 상쾌한 느낌의 '푸른 달 효과'를 지나 앨범의 후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꽃'이 이어집니다. '얼음성'의 화려함은 '야간개장'과 닮아있습니다. 동양적인 서정성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미로 숲의 산책'은 마지막 곡답게 한적하고 무난하게 진행됩니다.

앨범을 살펴보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묘합니다. 처음 네 곡은 페퍼톤스의 뎁에서 솔로 뮤지션 뎁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반가운 트랙들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트랙들은 혼란에 빠뜨리며, '혹시 이런 음악이 진정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더불어 혼란스러운 트랙 구성은 한 곡 한 곡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합니다. 앨범이라는 테두리 혹은 주제 안에서 모인 곡들이 아닌, 지금까지 뎁의 단독 작업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전반부의 트랙들이 들려주는 그녀의 모습은 작업중이라는 2집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게 합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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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00:28 2009/06/1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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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발표되었고 2008년 파스텔뮤직을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Ephemera'의 세 번째 앨범 'Monolove'는 앨범의 완성도 면에서 분명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앨범입니다. 더구나 정식발매와 함께 이전 앨범 수록곡들 중 2006년 국내에 소개된 베스트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던 트랙들을 보너스로 포함한 2CD 사양으로 발매되었습니다.

'Ephemera', 사전적 의미는 '하루살이' 혹은 '순식간, 덧없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노르웨이의 여성 삼인조 밴드는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혹시 몇몇 CF에 삽입된 그녀들의 음악을 들려준다면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작품 '상실의 시대'의 원래 제목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노르웨이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입니다.

실로폰 소리로 시작되는 'Chaos'는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어 제목처럼 혼란스러운 작은 마녀들의 실험실을 연상시킵니다. 이어지는 'On the surface'는 결국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후회가 담겨있지만 서글프지는 않습니다. 'City light'는 제목처럼 도시의 밤거리를 연상시킵니다. 붉은 신호등은 초록 신호등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지나갑니다. 도시의 불빛 아래서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Leave it at that'은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소녀를 연상시키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정적으로 가득한 카페를 소란스럽게 혹은 즐겁게 뒤집어놓으려는 야심이 느껴진달까요. 'Thank you'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인도해주는 지난 사랑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왠지 서글픈 현악 연주와 더불어 'You left your footprints in the snow'라는 구절이 가슴에 절절히 닿습니다.

자신을 위해 웃어달라고 노래하는 'Put-om-smile'과 용기를 북돋는 조언같은 'Dos and don'ts'를 지나면 신나고 힘찬 발걸음같은 'Paint your sky'가 귀를 즐겁게 합니다. 역시 좌절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될 기사를 들려줍니다.
 
박수소리와 우쿨레레가 흥겨운 'Dead against plan'에 이어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Monolove'가 흐릅니다. monolove라는 단어는 사전에도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monologue가 독백을 의미하듯 mono가 '홀로, 혼자'를 의미하기에 '혼자하는 사랑', '짝사랑'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고통과 아름다움, 좋음과 나쁨같은 사랑의 모순된 감정들을 노래하는 가사에 공감합니다.

마지막 세 트랙은 '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들입니다. 'Call me home'은 바람들이 주문처럼 들리는 곡이고, 'End'는 사랑의 끝에서도 그대를 믿는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like a tongue stuck on a frozen iron bar'같은 가사는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만큼 공감이 갑니다. 철막대기는 아니더라도 여름날 아주 차가운 하드바에 혀가 붙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식하지 않을까요?  그대와 함께 '영원한 끝(forever end)'을 바라는 마음은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 'long'은 사랑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밴드의 이름처럼 한순간 덧없이 지나가겠지만, 그럼에도 소중하고 공감할 만한 '소녀적 감수성'을 들려주는 앨범 'Monolove', 수록곡 한 곡 한 곡이 유리병에 든 형형색색 여러가지 맛의 알사탕만큼 달콤하고 소중합니다. 더불어 앨범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보너스 CD에 수록된 곡들도 Ephemera답게 흥미롭고 소소한 소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시련을 당한 친구에게 진실된 위로를 노래하는 'Air'는 강력 추천 트랙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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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6 15:32 2009/06/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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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후의 결실, '해오'의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

'데뷔앨범'이지만 사실 '해오'는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올드피쉬'(현재는 Soda 혼자 활동 중인)의 초창기 멤버로 올드피쉬가 가장 좋았던 시기의 음반들, EP '1-3(2004)'과 1집 'Room. Ing(2005)'에 참여하였습니다. 올드피쉬의 1집 제작을 끝으로 해체하였고 소식을 들을 수 없다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지금은 사라진 '밀림닷컴'에서 '옐로우 마요네즈(yellow mayonaise)'라는 이름으로 올린 데모곡을 통해서 였습니다. 음반을 제작해도 될 정도로 많은 곡들이 올라와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음반으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2009년 '해오'라는 낯선 이름의 뮤지션을 온라인 음반샵을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록곡 리스트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이었습니다.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제목은 밀림닷컴에 올라왔던 데모곡과 동일한 제목으로 그 독특함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본명이 '허준혁'인 '해오'는 아마도 성씨 '허'를 영어로 'Heo'로 표기하고 그 발음이 '해오'일 수 있기에, 지금의 '해오'라는 별명을 쓰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앨범 'Lightgoldenrodyellow'의 첫인상은 역시 '시티팝'입니다. 쓸쓸한 도시인의 감성이 절절히 담겨있다고 할까요? 길고 톡특한 제목의 첫 곡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에서부터 그러한 감성은 뚜렷합니다. 특별한 클라이막스 없이 슬로우 템포로 흘러가는 잔잔함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깜빡이며 점멸하는 가로등처럼 편안합니다. 제목은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의 허황된 꿈이야기 같습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하듯, 금붕어는 민물고기로 바다를 꿈꾼다고 하여도 바다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문명 속에서 지친 도시인이지만 도시라는 문명을 벗어나서는 결코 살 수 없습니다. 바다로간 금붕어는 어떻게 되었길레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요? 혹시나 죽지않고 용궁에서 용왕을 만나 호사를 누리고 있을까요? 일장춘몽(一場春夢)만 같습니다.

기계음처럼 변형된 목소리의 울림이 인상적인 'UFO'에서도 그런 일탈의 꿈은 계속됩니다. 결코 만날 수 없을 UFO가 그 덧없음을 이미 단정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가사 '나 여기 있어'에서 그 만큼의 간절함이 밝은 후광에 휩쌓인 뚜렷한 형체처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한 번 즈음은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법한 제목의 '오후 4시의 이별'은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수필같은 곡입니다. 익숙함의 상실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익숙함이 사라진 시간 또한 어쩐지 익숙합니다. 사랑도 이별도, 도시인에게는 모두 고독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도시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하는 사랑은 '고독의 출구'가 아닌 '고독으로의 입구'이고, 이별은 그 가면을 벗고 익숙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도시의 고독이란 들판을 버리고 도시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원죄일까요?

'작은 새'는 시종일관 무거운 평정을 유지하는 이 앨범에서 몇 안되는 밝은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고, 사랑 이야기로서는 용기 없는 우회적인 고백입니다. 새의 날개를 빌어 꿈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작은 새'로 한정지음으로써 현실에도 타협하는 느낌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작은 존재일뿐이니까요.

담담한 이별을 노래하는 '작별'은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심상이 담겨 있는 트랙입니다. 맑은 날 해질 무렵의 공기처럼 알 수 없는 그리움은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갑니다. '비'에는 애써 쿨한 척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La Bas'는 프랑스어로 '그곳으로'라는 뜻으로, 프랑스어 제목은 익숙한 현실에서 이방인이 된듯한 낯선 기분을 표현한다고 생각됩니다. '기차 기나던 육교'는 한 편의 그림일기같은 트랙입니다. '건네지 못한 이야기'은 '작은 새'에 이어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트랙입니다. 긴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기쁨의 순간들은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눈 덮인 밤'은 보사노바 뮤지션 '소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고요한 밤 소복히 내리는 눈처럼 피아노 연주는 은은합니다. 해오와 소히, 두 사람의 화음은 잊혀진 이야기들을 떠오르게할 것만 같은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곡이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죽어서 나무가 되고 그리움이 되는 상당히 슬픈 이야기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 노래가 됩니다.

'내 작은 방' 역시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던 잔잔함은 현악과 합세하면서 절정에 이르고, 그리움은 단순히 방구석의 지질한 감정이 아닌,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추억의 향연이 됩니다. '푸른 밤, 푸른 잠'은 시티팝다운 마지막 보컬 트랙입니다. 도시인의 하루를 마감하는 밤과 잠이지만 꿈을 통한 또 다른 일탈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소박한 사치인 꿈을 통해서라도 도시인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연주 트랙 '눈 내리다'는 올드피쉬의 EP '1-3'에 히든 트랙으로도 실렸던 곡입니다. '눈 덮인 밤'의 intro로 쓰였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 13트랙으로 55분에 이를 정도로 짧지 않은 앨범이지만, 한 번 듣기 시작하면 건너뛰는 트랙없이 끝까지 듣게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과 탄탄한 완성도에서 그런 매력이 나오지 않나 합니다.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운 없는 해오의 보컬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으로서의 공감대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도시인의 꿈과 고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슴 한 구석에 잔잔한 공명이 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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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6 10:46 2009/06/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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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악과 관련된 생활이신가요? 더 파악하기 위해 하루에 몇개씩의 님의 포스트 정독중입니다. *^^*

    2009/06/06 11:47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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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와 '푸른새벽'의 히로인 '한희정', 솔로 1집 발표 후 약 10개월만에 EP '끈' 전격 발표.

'더더'와 '푸른새벽'이라는 경력으로 수식되었던 '한희정'은 작년 7월에 발매된 솔로 1집 '너의 다큐멘트'로 그녀의 경력들과는 다른 상큼한(?) 모습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녀의 1집이 결코 나쁘지 않은 음반이었지만, '푸른새벽'시절 공연때마다 비좁은 '빵'을 가득 메웠던 팬들의 귀를 만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쿠스틱 여전사(혹은 여신)'였던 그녀에게 밴드 사운드와 샤방함은, 물론 공연장에서는 좋았지만 방에서 듣기에는, 명곡 '스무살'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이질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앨범의 키워드는 두 개입니다. 앨범의 타이틀 '끈'과 '어쿠스틱'입니다. 앨범 자켓에서 그녀가 잡고 있는 실뭉치, 바로 '끈'이며, 수록곡들을 들어보니 아마도 '인연의 끈'을 의미한다고 생각됩니다. '어쿠스틱'은 말 그대로, 기타와 함께하는 '어쿠스틱 여전사(혹은 여신)'으로 돌아온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감격의 앨범 '끈', 시작합니다.

'어쿠스틱'을 표방하고 나섰기에 첫 곡의 제목은 'Acoustic Breath'입니다. 환경소음이 지나간 후 시작되는 기타 연주와 그녀의 목소리, 너무나도 기다렸던 신선한 어쿠스틱의 느낌입니다. 더불어 '끈', 그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기위해 그녀의 기타와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아침 공기처럼처럼 상쾌하지만, 무거운 한숨처럼 서글픔이 묻어있습니다. 과연 그녀가 기다리는 '너'는 그곳에 있을런지요.

이어지는 '러브레터'는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역시 그녀와 기타의 조합, 거기에 새로 합류한 첼로는 서글픈 심상을 대변합니다. 조근조근 키보드 소리는 눈앞을 흐리는 눈물처럼 아롱거립니다. 앞선 Acoustic Breath의 자신의 '기다림의 자세'에 대한 노래라면, 러브레터는 '너에 대한 바람'을 노래합니다. 결국 보내지 못할 편지는 놓쳐버린 끈처럼 아프기만 합니다. 제가 '푸른새벽'이 아닌 '한희정'으로서 그녀에게 기대하던 모습, 바로 이곡에 담겨있습니다.

'끈', 제목 그대로 인연의 끈에 대해 노래합니다.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추억처럼 이야기하지만 마지막은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만'은 1분 30초 정도의 짧은 곡으로 공허한 어리광같은 곡입니다.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그녀의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던 곡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천진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인상적입니다. 천진하게 부르지만 가사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놓쳐버린 끈에 대한 아픔이 숨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흐드러지게 핀 꽃들처럼 환하게 웃을 수 밖에 없겠죠. 너무 기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을 수 밖에 없겠죠. 추억은 추억으로. 그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추억이 소중한 그 만큼,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 추억에 대한 예의일테니까요.

'멜로디로 남아'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이번에는 밴드 'Nell'의 '김종완'과 함께합니다. 이미 놓쳐버린 끈에 이제 미련은 남아있지 않나봅니다. 미련들은 모두 눈녹듯 사라지고, 인연에 초연해진 마음은 끈의 그림자를 멜로디로 승화시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의 불협화음은 귀에 거슬립니다. 차라리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버전으로 수록되었다면 더 좋았을 법하네요. (절대 질투하는 건 아닙니다.)

'끈'에서 받침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 '끝'이라는 아픈 단어가 되어버립니다. 어쩌면 '끈'의 양쪽을 잡고 있는 '두 사람(二)'에게는 결국 '끝(ㄴ + 二 = 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끈이 결국 '헛된 꿈'이었다고 새침하게 말하는 목소리에서, 이제서야 어떤 그림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시 '어쿠스틱 여전사(혹은 여신)'로 돌아온 그녀, 게다가 그녀에게 기대하던 아름다운 곡들과 함께하는 그녀,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1집이 세련되고 멋지지만 어딘가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어색한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면, 드디어 이 앨범에서 두 어깨에 힘을 빼고 그녀에게 잘 어울리고 편안한 옷을 찾은 느낌입니다.

Acoustic Breath는 어쩌면 그녀의 이런 모습을 기다려온 팬들을 위한 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러브레터는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의 기타와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언제까지나 귀기울이고 있을테니까. 언제까지나 음악과의 끈을 놓지말아주세요. 반대편에서 그 끈을 꼭 잡고 있을게요. 별점은 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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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20:56 2009/05/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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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 'B TL B TL' 이후 약 2년 반만에 새앨범 'Dandelion'으로 찾아온 '어른아이'.

2집의 타이틀 'Dandelion'의 의미는 '민들레'입니다. 자켓을 보면 여러 손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수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자켓 디자인에 참여한 작가의 별명이 '꽃도둑'이라고 하니 재밌습니다. 1집 'B TL B TL'은 타이틀처럼 비틀비틀거리는 슬픔으로 가득찬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괜찮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비내리는 날 정도가 아니면 즐겨듣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2집에서도 과연 그럴지 살펴봅시다.

첫 곡 'Annabel Lee'는 파스텔뮤직 홈페이지에서 미리듣기로 짧게 공개되어 많은 기대를 모은 트랙입니다. 가사는 '우울과 몽상'으로 유명한 '애드거 앨런 포우'의 동명의 시를 인용했습니다. 1집의 첫곡 'B TL B TL'을 기억하시나요? 그 곡에서 시작과 함께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이 곡에서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가사에  'a kingdom by the sea'가 등장하기 때문이겠죠. 해변을 거닐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느릿느릿 읊는 목소리는 세상 풍파에 초탈한 느낌입니다. 파도소리와 함께 끝날 것만 같았던 곡은 파도에 무서지는 물거품처럼 슬픔이 서려있는 목소리로 여운을 남깁니다.

'행복에게'는 지금까지의 '어른아이'의 곡답지 않게 밝은 제목과 그 만큼 밝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하니, 지긋이 기다리면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오겠죠. 이 앨범을 관통하는, '어른아이의 변화'를 알리는 곡이 아닌가 하네요.

'민들레'는 이 앨범 타이틀 'Dandelion'과 같은 제목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다시 피어나는 민들레의 질긴 생명력을 노래합니다. 앞선 두 곡과는 보컬의 음색이 다릅니다. Annabel Lee가 두성의 느낌이었다면, '행복에게'는 가성이었습니다. 이 곡은 육성 정도가 되려나요? 그 토닥여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아스라이 들려오는 오보에(?) 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음색이 또 다른 'Fool', 보고싶은 얼굴을 우연히 보았을 때 느낄 법한 감정들, 생각해두었던 말들은 사라지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쩔수 없다고 내게 말하지만, 어쩔수 없다면 내게 말하지마!'라는 상당히, 아니 너무나 긴 제목의 이 트랙은 상쾌하게 질주하는 기분이 들게합니다. 'Miss'는 제목처럼 그리움에 대한 곡으로, 전작의 'Sad thing'처럼 간단한 가사의 반복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반복은 끝없이 울려퍼져 마치 출구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게합니다. '그리움'이라는 미로에요.

'아주 아주 슬픈꿈', 제목만으로는 상당히 슬픈 곡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멜로디는 슬프기보다는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앨범 전반적으로 밝아진 분위기이고, 1집의 슬픔이 주체할 수 없어 쓰러질 정도의 무게였다면 2집에서의 슬픔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여서 한 때의 감기처럼 지나가버리는 느낌입니다. '서성이네'는 groovy한 기타연주가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You' 화려한 현악 편곡으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트랙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 결국은 바로 '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여기까지 들었다면 확실히 느꼈겠죠? 어른아이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쿨한 멋에 취해있던 모던락 소녀가 봄 바람에 이끌려 어여쁘게 꾸밀줄 하는 숙녀가 되어가는 것일까요? 늦은 사춘기일까요?

마지막 곡이라고 할 수 있는 'I Wanna B'는 이제 'You'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꺼내는 트랙입니다. 간결하지만 뭔가 깜찍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1집에서 이런 상큼한 곡이 있었던가요? 'Annabel Lee(single version)'은 파도소리가 빠진 버전입니다.

'Dandelion'의 꽃말은 '신탁', '사랑의 사도', '사랑하는 그대에게' 등 여러가지가 있답니다. '어른아이'에게 신탁이라도 내려졌을까요? 1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상쾌하고 상큼한 느낌들, 어떤 뮤지션들의 어떤 변화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을 수 있지만 어른아이의 이런 변화들은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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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14:01 2009/05/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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