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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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 커리어를 시작한 어떤 가수는 시간이 지나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도 하고, 어떤 싱어송라이터는 파격적으로 댄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제 소개할 싱어송라이터 해오(Heo, 허준혁)는 그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2009년 발표했던 첫 정규앨범 "Lightgoldenrodyellow"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의 새 앨범 "Structure"을 발표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 자켓부터 그런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데, 해오의 지난 활동 이력을 되돌아본다면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올드피쉬(Oldfish)'의 멤버로서 본격적으로 인디씬에 뛰어든 그의 경력에서, '일렉트로닉'은 항상 함께 해온 장르였다.

솔로 뮤지션 '해오'로 활동하기 전, '올드피쉬'시절부터 그가 EP까지 발표했던 또 다른 이름 'yellowmayonaise'까지 포괄적으로 정리했던 그의 데뷔앨범은 '일렉트로닉을 살포시 머금은 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데뷔앨범이 발표된 2009년과 두 번째 앨범이 나온 2014년 사이의 5년을 살펴보면, 지난 앨범처럼 새 앨범 'Structure'도 어느 정도 '정리'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인다. 데뷔앨범이 나온 2009년에 그는 다른 이름으로 EP 하나를 발표했다. 바로 'DJ Gon'과 한 프로젝트 '스타쉽스(Starsheeps)'로 발표한 "Luna"이다. (이 프로젝트에 그는 기타리스트 'Mayo'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는데, 'yellowmaynaise'에서 가져온 별명으로 생각된다.) 이 EP는 그가 2009년 이전부터 일렉트로닉 씬에 대한 관심과 활발한 교류를 알려주는 점이다. 앨범 발매일을 보면 해오 1집의 발매일이 2009년 1월 15일이고 EP "Luna"의 발매일이 2009년 2월 16일로 고작 1개월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실제로 2009년에 그는 인디씬에서는 싱어송라이터 '해오'로, 클럽씬에서는 기타리스트 'Mayo'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스타쉽스의 작업이나 그가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TV Yellow' 활동은 EDM과의 접점으로 볼 수 있는데, 새 앨범 "Structure"는 EDM뿐만 아니라 IDM과 포스트록까지 아우르는 소리들을 담고 있다. '일렉트로닉'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한 장르로 볼 수 있는데, 앨범 "Stucture"도 그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트랙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함은 '난잡함'이 아니라 어떤 응집력을 갖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면 제목처럼 어떤 Stucture를 완성해가는 앨범이다.

'기초적인 소리'를 의미하는 듯한 제목의 intro인 'Sound of A'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기본인 전자음들로 풀어나간다. 이어지는 'Luna'는 앞서 언급했던 프로젝트 '스타쉽스'의 EP "Luna"에 수록되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춤추기 좋은 EDM이었던 스타쉽스 버전과는 다르게, 느린 템포로 진행되면서 마치 '디스토피아적이고 황량한 꿈'처럼 들린다. '달' 혹은 '달의 여신'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달의 기운을 받았는지, 굉장히 섹시하게 들리는 해오의 보컬은 상당히 농밀한 섹시함을 숨기고 있다.  'Word of Silence'는 제목과는 다르게 다소 소란스러운데, 몽환적인 여성 보컬과 타격감이 살아있는 드럼 연주가 두드러지는 트랙이다.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앨범 자켓처럼 어두운 분위기인데, 반어적으로 제목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는 'Good day'도 제목과는 다르게 어둡고도 몽환적이다. 'Reckless'는 아무래도 'Moby'의 곡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트랙이다. 음성변조부터 군더더기 없고 경쾌한 진행 등 여러 점에서 그렇다.

지난 앨범과의 접점을 억지로라도 찾으라면 'All the things are passing by', 이 곡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전자음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기타 반주로 이끌어가는 점에서, 일렉트로닉 성향이 짙은 이번 앨범보다는 지난 앨범에 가깝게 들린다. 제목과 가사에서는 인생에 대한 소탈한 깨닮음이 느껴지는데, 1집도 그렇겠지만, 이 앨범이 발매되기까지도 순탄하지 않았음을 예상하게 한다. 'Ride the Wave'는 보컬을 거의 알아들 을 수 없기에, 연주 위주로 진행되는 드림팝 넘버라고 할 수 있겠는데, 높낮이 변화하며 반복되는 파도같이 부드러운 완급조절로 4분이 넘는 시간을 흡인력있게 이끌어 간다. 이어지는 'Hard to Keep'은 러닝 타임이 11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온라인 음원으로는 한 곡으로 판매되었지만, CD에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수록되었다. 파트 1이 '차가운 일렉트로니카'라면, 파트 2의 전반부는 그의 기타와 록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파트2 후반부의 크로스오버를 지나면 파트 3는 앞의 두 파트가 만난 '정반합'의 경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매우 긴 곡이지만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도 한 곡으로서 일관성을 잃지 않아서, 11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곡처럼 들리면서 동시에 한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 점은 비단 이 곡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이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리들이 모여서 구조(structure)를 완성해간다. outro 'in sight of light'는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의 긴 터널' 같았던 이 앨범을 갈무리하는 트랙이다. 제목처럼 다소 밝은 분위기인데, 마치 어떤 소리들을 거꾸로 재생할 때처럼 독특하게 들린다.

공감할 만한 감성적 가사와 어렵지 않은 멜로디를 들려주었던 그의 첫 정규앨범은 비교적 대중성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일렉트로닉으로 가득한 두 번째 앨범에서는 그 대중성과는 멀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지난 앨범 "Lightgoldenrodyellow"가 '탁월한 감성'을 들려준 앨범이었던 반면, 이번 앨범은 대중성은 줄었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했다는 그의 이력을 고려한다면,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ambient와 같은 장르를 들려주지 않을까?"라고 재밌는 상상해본다. 별점은 4.5개.
2014/03/06 02:17 2014/03/0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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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19일 이틀간 '비트볼 레코드'의 연말정산파티 '내일은 비트볼'이 '라이브 클럽 SSAM'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8일에 있었던 '진짜 진짜 좋은거야'에 다녀왔습니다. '해오', '훈', '여노', '얄개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라인업으로 사실은 오랜만에 '해오'의 공연을 보기위해 찾았습니다. 몇 주전 다른 밴드의 객원기타리스트로 보기는 했지만, 최근 클럽공연을 거의 안하는 해오이고, 해오로서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했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금은 걱정이 되었죠. 그리도 '쌤언니(가칭?)'는 반갑게 웃어주셨고, '해오'는 오프닝만 한다고 하여 아쉬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역시 오프닝으로 '해오'가 등장하였습니다. 날이 추워서 인지, 이틀간 열리는 레이블 공연에서 다음날은 'TV yellow'의 객원으로 또 와야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은 그는 세 곡을 들려주고 내려갔습니다.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La Bas', '오후 4시의 이별'이 그곳들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롤리팝뮤직'의 소개글을 인용하여, '그저 그런 소속사에서 앨범을 발매하여 반응을 못 얻은 홧병'을 이겨내고 내년에는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럽 공연을 통해서요.

이어 깜짝 게스트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바로 '대니얼 권'으로 이번 연말정산파티의 웹홍보물에서 앨범을 발매가 함께 홍보되었던 뮤지션이었습니다. 발매 앨범들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느 비트볼 레코드이기에 이런 조금은 소극적인(?) 홍보는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자작곡인지 카피곡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감성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목소리가 좀 더 허스키했다면 좋았텐데, 그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아, 더 허스키했다면 제이슨 므라즈의 느낌이 났었으려나요.

이어서 본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본 공연의 첫 번째는 '훈'이라는 남성 솔로였습니다. 원맨 밴드의 공연이라면 응당 기타나 키보드가 함께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찌된 일인지, 훈은 달랑 마이크만 들고 등장했습니다. '플레이걸'에 이어 또다른 신선한 체험이었다고 할까요? 그는 MR에 맞추어 보컬로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발음도 힘든 '한국형 남성판 Bjork'이라도 해야할까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맞춰 단순하지만 상당히 난이도있는 보컬을 들려주는 모습은 참신했습니다. 음의 높낮이 변화는 마치 오토튠으로 변화시키는 느낌이 들었구요. 라이브 클럽이 아닌, 클럽에서 DJing과 함께 한다면 더 멋진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어 역시 처음 보게되는 '여노'라는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노'는 유명 째즈기타리스트 '조연호'의 원맨밴드라는군요. 여노는 드러머, 베이시스트 외에도 키보드와 DJ(?)와 등장했고 맥북을 무려 3대나 볼 수 있어, 마치 '장비만 좋은 직장인 밴드'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장비들은 모두 충실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위한 도구들이었습니다. 지난 SSAM 공연(All tomorrow's parties, ATP)에서 보았던 'TV yellow'나 이날의 '훈', '여노'처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음악들이 '비트볼 레코드'의 레이블 색이 아닐까 하네요. '꿈의 전쟁'과 '신경증'을 시작으로, 마침 공연 당일 발매되었다는 1집의 수록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지난 ATP 공연에서 보았던 '얄개들'이었습니다. 의상이나 음악모두 80년대 느낌이라고 했는데, 첫곡 '청춘만만세'를 시작으로 다시 80년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춘만만세는 어느 부분에서는 영화 '칵테일'의 주제곡인 'the Beach boys'의 'Cocomo'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어요. 20년지기 동네친구들이라는 밴드 멤버들이기에 '얄개들'이라는 다소 촌스럽게 들리는 밴드이름을 선택할 수 있었겠죠? '플레이걸'도 그렇고 비트볼 레코드의 또 다른 코드는 바로 '복고'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바로 지난 ATP 공연 때 게스트로 처음 보았던 '3호선 버터플라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보컬 '남상아'는 '엘리펀트 808' 이름의 솔로 프로젝트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공연에서 보였던 외국인 키보드 세션은 보이지 않았고 정규 멤버 네 명만이 등장하였죠. 10주념 기념 EP를 얼마전에 발표하였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견고한 노련함이 느껴졌습니다.(특히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방파제'와 '무언가 나의 곁에'시작으로 EP의 신곡과 지난 곡들이 어우러진 공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정규 셋리스트로 7곡을 들려주었고, 이번 공연의 마지막이자 그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당연한 앵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10년이나 된 노장 밴드임에도 보컬 '남상아'를 비롯한 멤버들은 전혀 기대를 안했었는지, 수줍게 좋아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공연을 모두 보고 싶었지만, 다음날은 또 다른 공연을 보기로 예정되어있기에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내일은 비트볼'이라는 공연 제목처럼 2010년에는 더 힘차게 도약하는 비트볼 레코드를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2009/12/24 02:17 2009/12/2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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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로 유명한 'Miller'에서 주최하는, 7월의 마지막 날 밤에서 8월의 첫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 'Miller Fresh M - Stage 1'에 다녀왔습니다. 'Miller Fresh M'은 단순히 제품의 홍보를 위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실력있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과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선정하기 위한 competition의 목적도 겸하고 있고, 이 선발과정은 1회에 그치지 않고 총 3회에 걸쳐 이어질 것이기에 뒤에 'Stage 1'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최종 선발된 팀은 내년 3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윈터뮤직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다고 하네요.

제가 관심있던 것은 미술작품보다는 역시 '음악'이었고 '맥주'였습니다. 더불어 올해 초에 한번 우연히 지나가다 본 일이 있는,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건물인 Platoon Kunsthalle의 내부 모습도 궁금했죠. 입장은 7시 30분부터 시작이었지만, 무슨 문제인지 지연되었고 사람들이 모두 입장하기 까지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2천명 내외의 사람들이 초대되었고, 19세 미만은 입장불가였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죠.

저와 일행들은 상당히 빨리 입장해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면서 Kunsthalle의 내부도 구경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부에는 전시공간과 작가들을 위한 작업공간, 그리고 Bar와 Room까지 있었고, 옥상에는 바베큐 파티가 가능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공연과 디제잉을 위한 무대가 상당히 넓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한, 각종 장비들을 설치할 부스가 양측에 있는 점이 눈에 띄였습니다.

1~2시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좁지 않은 Kunsthalle는 사람으로 가득찼고, 유명 디자이너 '하상백'이 등장하여 진행을 시작했습니다. 총 8팀의 공연이 준비되어있었고, 첫 팀으로 'Mindbusters'라는 팀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했기에, 그리고 도수나 낮은 맥주이지만 점점 인지능력을 조금씩 잠식해 갔기에, 다른 한 팀을 제외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이기도 했습니다. 멋진 디제잉에 맞추어, 그리고 맥주의 알콜에 힘입어 약 2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너무 덥기도 하여 밖으로 들락날락하다가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보았던 '해오'씨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했더니, 놀라면서 혹시 공연하는 것 알았는지 묻더군요. 전혀 몰랐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Starsheeps'라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의 멤버였고, 안내물을 보니 'mayo'라는 이름이 Starsheeps의 멤버로 있었습니다. '해오'이전에 'Yellowmayonaise'로 솔로활동을 시작한 그의 또 다른 예명이었죠. 그리고 바로 이 팀이 그 날 가장 기억에 남는팀이었습니다.

네 번째 정도로 등장한 Starsheep는 다른 팀과는 차별화된, Mayo의 기타(일렉트릭 & 어쿠스틱)연주가 어우러진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그때까지도 뜨거웠죠. 하지만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2차례 정도 음악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하여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덟 팀 가운데 네 팀이 진출하는 Stage 2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렇게 Starsheep의 차례가 끝나고 해오씨와 그리고 일행들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음에 나온 팀들은 전혀 관심 밖이더군요. 게다가 시간이 상당히 늦어져 대중교통의 막차시간의 압박과 열기를 뿜어낸 사람들이 삼삼오오 밖에서 담소를 나누러 나갔기에, 초반과는 다르게 조금 한적해진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유명 DJ 'DJ Krush'의 등장으로 다시 한바탕 뜨거워졌습니다. 8 팀의 공연이 끝나고 축하무대로 등장한 그는 역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과는 다른 차원의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디제잉에 문외한인 저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고 매끄럽게 들릴 정도 였으니까요. 그렇게 새벽은 지나갔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쉽게 경험하기 힘든, Kunsthalle의 훌륭한 시설과 무대 그리고 뮤지션들의 좋은 음악, 그리고 맛있는 맥주 Miller가 겯들어진 멋진 밤이었습니다. 다음 Stage가 기대되네요.

사진은 http://loveholic.net 에서 보실 수 있어요.

참가팀들의 음악은 밀러 홈페이지 http://www.miller.co.kr/miller_fresh_m/miller_fresh_m/miller_fresh_m.asp 에서 감상하실 수 있어요.

2009/08/13 21:21 2009/08/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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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1주일 남겨둔 지난 주말, 금토일 3일 연속 홍대 공연 출동으로 전야제가 아닌 '전주제(前週祭?)'를 지냈다고 하겠습니다. 일요일, 그 3일 연속 출동의 대미는 바로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Mint Festa(민트 페스타)'의 21번째 이야기(Vol. 21), Drift였습니다. '굴소년단', '오지은', '요조', '해오', 'Alice in Neverland(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라인업은 초호화이자 제가 보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을 모아 놓은 라인업이었구요. 라인업이 좋아서 아주 빨리 예매를 완료했는데, 초대권을 얻을 기회가 있어서 사실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죠.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오후 4시의 이별(http://loveholic.net/46)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굴소년단 - 초록빛의 방(with 진영)(http://loveholic.net/49)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Welcome to Festa(http://loveholic.net/50)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진공의 밤(http://loveholic.net/53)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슈팅스타(http://loveholic.net/57)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요조 - 꽃(http://loveholic.net/61)

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2009/07/23 17:43 2009/07/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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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후의 결실, '해오'의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

'데뷔앨범'이지만 사실 '해오'는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올드피쉬'(현재는 Soda 혼자 활동 중인)의 초창기 멤버로 올드피쉬가 가장 좋았던 시기의 음반들, EP '1-3(2004)'과 1집 'Room. Ing(2005)'에 참여하였습니다. 올드피쉬의 1집 제작을 끝으로 해체하였고 소식을 들을 수 없다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지금은 사라진 '밀림닷컴'에서 '옐로우 마요네즈(yellow mayonaise)'라는 이름으로 올린 데모곡을 통해서 였습니다. 음반을 제작해도 될 정도로 많은 곡들이 올라와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음반으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2009년 '해오'라는 낯선 이름의 뮤지션을 온라인 음반샵을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록곡 리스트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이었습니다.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제목은 밀림닷컴에 올라왔던 데모곡과 동일한 제목으로 그 독특함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본명이 '허준혁'인 '해오'는 아마도 성씨 '허'를 영어로 'Heo'로 표기하고 그 발음이 '해오'일 수 있기에, 지금의 '해오'라는 별명을 쓰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앨범 'Lightgoldenrodyellow'의 첫인상은 역시 '시티팝'입니다. 쓸쓸한 도시인의 감성이 절절히 담겨있다고 할까요? 길고 톡특한 제목의 첫 곡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에서부터 그러한 감성은 뚜렷합니다. 특별한 클라이막스 없이 슬로우 템포로 흘러가는 잔잔함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깜빡이며 점멸하는 가로등처럼 편안합니다. 제목은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의 허황된 꿈이야기 같습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하듯, 금붕어는 민물고기로 바다를 꿈꾼다고 하여도 바다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문명 속에서 지친 도시인이지만 도시라는 문명을 벗어나서는 결코 살 수 없습니다. 바다로간 금붕어는 어떻게 되었길레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요? 혹시나 죽지않고 용궁에서 용왕을 만나 호사를 누리고 있을까요? 일장춘몽(一場春夢)만 같습니다.

기계음처럼 변형된 목소리의 울림이 인상적인 'UFO'에서도 그런 일탈의 꿈은 계속됩니다. 결코 만날 수 없을 UFO가 그 덧없음을 이미 단정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가사 '나 여기 있어'에서 그 만큼의 간절함이 밝은 후광에 휩쌓인 뚜렷한 형체처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한 번 즈음은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법한 제목의 '오후 4시의 이별'은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수필같은 곡입니다. 익숙함의 상실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익숙함이 사라진 시간 또한 어쩐지 익숙합니다. 사랑도 이별도, 도시인에게는 모두 고독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도시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하는 사랑은 '고독의 출구'가 아닌 '고독으로의 입구'이고, 이별은 그 가면을 벗고 익숙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도시의 고독이란 들판을 버리고 도시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원죄일까요?

'작은 새'는 시종일관 무거운 평정을 유지하는 이 앨범에서 몇 안되는 밝은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고, 사랑 이야기로서는 용기 없는 우회적인 고백입니다. 새의 날개를 빌어 꿈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작은 새'로 한정지음으로써 현실에도 타협하는 느낌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작은 존재일뿐이니까요.

담담한 이별을 노래하는 '작별'은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심상이 담겨 있는 트랙입니다. 맑은 날 해질 무렵의 공기처럼 알 수 없는 그리움은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갑니다. '비'에는 애써 쿨한 척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La Bas'는 프랑스어로 '그곳으로'라는 뜻으로, 프랑스어 제목은 익숙한 현실에서 이방인이 된듯한 낯선 기분을 표현한다고 생각됩니다. '기차 기나던 육교'는 한 편의 그림일기같은 트랙입니다. '건네지 못한 이야기'은 '작은 새'에 이어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트랙입니다. 긴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기쁨의 순간들은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눈 덮인 밤'은 보사노바 뮤지션 '소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고요한 밤 소복히 내리는 눈처럼 피아노 연주는 은은합니다. 해오와 소히, 두 사람의 화음은 잊혀진 이야기들을 떠오르게할 것만 같은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곡이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죽어서 나무가 되고 그리움이 되는 상당히 슬픈 이야기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 노래가 됩니다.

'내 작은 방' 역시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던 잔잔함은 현악과 합세하면서 절정에 이르고, 그리움은 단순히 방구석의 지질한 감정이 아닌,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추억의 향연이 됩니다. '푸른 밤, 푸른 잠'은 시티팝다운 마지막 보컬 트랙입니다. 도시인의 하루를 마감하는 밤과 잠이지만 꿈을 통한 또 다른 일탈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소박한 사치인 꿈을 통해서라도 도시인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연주 트랙 '눈 내리다'는 올드피쉬의 EP '1-3'에 히든 트랙으로도 실렸던 곡입니다. '눈 덮인 밤'의 intro로 쓰였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 13트랙으로 55분에 이를 정도로 짧지 않은 앨범이지만, 한 번 듣기 시작하면 건너뛰는 트랙없이 끝까지 듣게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과 탄탄한 완성도에서 그런 매력이 나오지 않나 합니다.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운 없는 해오의 보컬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으로서의 공감대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도시인의 꿈과 고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슴 한 구석에 잔잔한 공명이 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6/06 10:46 2009/06/06 10:46
와이우

음악과 관련된 생활이신가요? 더 파악하기 위해 하루에 몇개씩의 님의 포스트 정독중입니다. *^^*

bluo

정독이라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