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인연이란

한 이파리 위에 떨어진 두 빗방울 같은 것은 아닐까?

언제 미끄러질 지도 모르고 아슬아승하게 올라서있는 빗방울들

미끄러지고 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기약없는 약속이 될 지도 모르지만

강을 따라흘러 바다로, 바다에서 다시 하늘로 그렇게 돌다가

그 두 방울이 다시 한 이파리 위에서 만날 날

그 날이 찾아오는 것..

그것이 인연이 아닐까?
2003/04/02 23:05 2003/04/02 23:05

꽃에 관한 시3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살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2003/03/26 23:04 2003/03/26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