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플라이(No Reply) - Road

'제 17회 유재하 가요제' 수상으로 알려진 '노리플라이(No Reply)'의 데뷔앨범 'Road'.

2008년 3월 앨범에 앞서 싱글 '고백하는 날'을 발표하였지만, 큰 인상을 주기에는 힘든 '무난함'의 인상이 강한 곡이었습니다. 더구나 같은 무대에서 수상을 했던 '오지은'이, 가요제에서는 순위는 더 낮았지만(노리플라이는 은상, 오지은은 Heavenly라는 밴드로 동상) 더 큰 주목을 받으면서, 결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수 많은 밴드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싱글로부터 약 1년후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에서 '타루'와 함께한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탁월한 감각을 들려줌으로서 발매될 데뷔앨범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데뷔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첫 싱글 이후 약 15개월이라는 긴 간격을 두고 발매된 데뷔앨범이기에, 더구나 발매전부터 소속사의 광고가 대단한 편이었기에, 오히려 우려가 되었습니다. 홍대에서 공연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무너져버리는 밴드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죠. 과연 노리플라이도 그렇게 사라지려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맑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끝나지 않은 노래'는 첫 곡으로서 절묘함을 담고 있는 트랙입니다. 우선 제목부터 마지막 곡의 제목으로도 어울릴 법하지만,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시작'을 연상시킵니다. 지금까지의 인디음악들을 뛰어넘겠다는 자신감(혹은 오만함)이 담긴 제목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깔끔한 팝락 사운드는 앨범 전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시야'는 도입부의 두드러지는 베이스와 피아노 연주에서 'coldplay'의 곡을 연상시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트랙입니다. 타이틀 곡 '그대 걷던 길'은 노리플라이의 서정성이 잘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스트링이 참여한 첫 트랙으로, 전반적인 무난함 때문에 타이틀 곡으로 아쉽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내서 다른 트랙을 타이틀 곡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더 좋은 트랙들이 있으니까요.

보컬 '권순관'의 가창법은 몇몇 면에서 '이승환'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는데, 바로 'World'에서 그 인상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가사에서부터 웅장한 스트링과 코러스의 편곡까지 매우 이승환의 곡들을 연상시킵니다. '뒤돌아 보다'는 화려헀던 앞 트랙과는 달리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는 조용한 트랙입니다. 바로 유재하 가요제에서 노리플라이에게 은상을 안겨준 곡이기에, 탁월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렉트로니카와 조우한 'Fantasy Train'은 밴드 노리플라이의, 팝과 락에만 국한되지 않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흐릿해져'는 타이틀 곡보타 더 뛰어난 감성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소중한 기억들이 점점 흐려져가는 안타까움을 보컬의 울림과 적재적소의 스트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그 멜로디'는 본인의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오지은'의 또 다른 모습에 더 눈길이 가는 트랙입니다. 동상이었지만 은상보다 더 떠버린, 같은 소속사(해피로봇) 오지은의 지원사격은 노리플라이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재밌습니다. 째즈를 차용한 라운지는, 노리플라이에게나 오지은에게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되는데, 두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상당히 괜찮은 하모니를 이끌어냅니다. 라이브로 들으면 또 어떨지 가장 기대되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Violet Suit'는 역시 같은 소속사 '나루'가 함께한 트랙입니다. 노리플라이보다 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나루의 영향인지, 앨범 수록곡들 가운데 제목처럼 가장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앨범 제목과 같은 'Road'는 진중해진 보컬이 눈에 띄는 트랙입니다. 그 진중함 덕분에, 조금은 '마이언트메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마지막 '바람은 어둡고'는 앞서 언급한 '흐릿해져'와 함께 타이틀 곡보다 더 뛰어난 곡으로 꼽고 싶습니다.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제목은 어쩐지 낯설지 않습니다. 쓸쓸함한 마음을 흔드는 스산한 바람은 분명 어두우니까요.
 
앨범은 전체적으로 한 곡 한 곡 건너뛰고 들을 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같은 소속사로 선굵은 인상의 오지은이나 소속은 다르지만 해피로봇을 통해 앨범이 유통되는 '발랄함과 유쾌함의 대명사', '페퍼톤스'를 생각했을 때 밴드 고유의 색은 부족한 느낌입니다..(물론 오지은은 자체제작 1집의 성공으로 해피로봇에 입사했고, 페퍼톤스는 EP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요.) 90년대 거장들의 영향이 느껴지는 '웰메이드 가요'의 무난함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무난함 덕분에 이 앨범만으로는 이 밴드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노리플라이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오래도록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두 세 트랙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무난함을 유지하며 크게 다르지 않은 각 곡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하구요.

하지만 오지은, 한희정, 요조, 타루 등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홍대 앞을 벗어나 더 많은 대중을 향한 활약이 돋보이는 최근 언더그라운드씬에서, 깔끔하고 완성도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노리플라이'의 등장은, 메탈이나 펑크처럼 강한 음악을 즐겨듣지 않는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오랜만에 들을 만한 남성 보컬 밴드의 등장이기에 반갑습니다. '단지 팝(Just Pop)'이지만 그것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승화시켰던 '마이언트메리'처럼 밴드 '노리플라이'만의 고유의 색을 찾아가는 것이 이 밴드에게 남은 과제라고 생각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6/21 22:47 2009/06/21 22:47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 - 2009.06.21

대중에게는 '이블데드' 시리즈보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더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신작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

조조할인에, 예스24 할인권을 이용해서 매우 저렴하게 보았습니다. 한국의 대중에게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성공으로 유명해졌지만, 어느 정도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샘 레이미'라는 이름은 액션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이 아닌, B급 호러 영화의 명작 '이블데드' 시리즈의 감독으로 잘 알려있습니다. 그런 그 감독이 다시 B급 공포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영화사 로고부터, 영화 타이틀까지 'B급의 향기'로 시작합니다. 정말 어떻게 보면, 하찮은 계기로 저주를 받게되는 여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적절한 특수효과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마지막 반전은 예측하기 너무나 쉬웠기에, 아마도 B급 영화이기에 그랬겠지만, 엔딩은 조금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화면을 적절히 이용한,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들과 은근히 시원한 여주인공의 액션 장면은 '재미'로서의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영화 '드래그 미 투 헬', 별점은 4개입니다.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을 보니 '샘 레이미(Sam Raimi)'와 성이 같은 이름들이 보이더군요. 시나리오를 같이 쓴 '이반 레이미(Ivan Raimi)'는 아무래도 형제같고, 영화 속에 등장한 두 사람은 부모님이라고 생각되네요.

2009/06/21 15:20 2009/06/21 15:20

그 간격

번개가 치는 날

번개의 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얼마의 간격을 두고 소리가 귀에 닿게 된다.

이 빛과 소리의 간격은

빛과 소리의 전달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그럼

한 사람의 마음이

먼저 그 사람의 행동과 표정으로 나타나고,

그 다음 그 마음이 전해지기까지는

얼만큼의 간격이 필요한 것일까?

2009/06/21 01:56 2009/06/21 01:56

Dawny Boom Live (한희정 단독 공연) in 6월 20일 SoundHolic

장마의 시작이라는 '비오는 토요일', 홍대앞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한희정의 "Dawny Boom Live".

사운드홀릭은 제가 홍대 라이브클럽들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았던 클럽이기도 합니다. 작년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이 마지막이었고 최근에 홍대역 출구 근처에서 그야말로 '홍대 정문 앞'으로 이전 하였더군요. 지난달 쇼케이스 공연 때 티케팅을 시작하는 5시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더니 입장번호가 40번대여서, 이번에는 한 시간 일찍 약 4시경 도착하여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입장번호 5번을 획득, 가장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운드홀릭은 이전하였지만 분위기는 이전 홍대역 앞 분위기 그대로인 느낌이었습니다. 단지 넓어져서 마치  '확장판'같았다고 해야겠네요.

 입장은 6시 30분경에, 공연은 거의 7시에 맞춰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루싸이트 토끼'였습니다. 약 5개월만에 하는 공연이라고 하고, 2집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나름 만담 듀오인 루싸이트 토끼는 역시 누군가의 압력(?)으로 만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첫 곡은 '비오는 날'이었는데, 딱 날씨에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밴드의 가장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봄봄봄'과 2집에 수록될 예정인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루싸이트 토끼도 자주 공연했으면 좋겠네요.

지난 쇼케이스 때는 멋진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지만, 이번 단독 공연 때는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모자까지 매치하면서 마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모습같았어요. 산책, 러브레터 등 지난 공연 때와 들었던 곡들을 다시 들려주었어요. 몇 곡이 지나고 갑자기 그녀를 제외한 모든 세션들이 퇴장을 하더군요. 마치 마지막 곡을 하고, 그녀는 그냥 앵콜까지 하고 가려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키보드 쪽에 세팅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바로 그녀의 '절친', '네스티요나'의 '요나'가 등장하였습니다. 언젠가 공연에서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할지도 모른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성사되었지요. 두 사람은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곡은 영화 'Sound of Music'의 수록곡으로 유명한 곡인 'My favorite things'였습니다, 요나의 목소리로 듣는 이곡은 역시 상당히 음침하고, 마치 금지된 탐욕을 바라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비가 되면서 한희정의 목소리는세상에 바라는게 거의 없는듯한 목소리로 들렸어요. 두 번째 곡은 바로 '멜로디로 남아'로 EP에서 같이 불렀던 '김종완'은 상당히 귀가 간지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지만, 거의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이 지나고 막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끝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바로 단지 '1부'가 끝났을 뿐이었죠. 1부, 2부로 나뉘어져있는 공연, 상당히 오랜만이라고 생각되네요. 기억에는 아주 오래전에 예전 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 정도가 생각나구요. 인터미션 동안 스크린에서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배경음악으로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미리듣기 형식으로 들려주었습니다.

2부는 'Acoustic Breath'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역시 싱얼롱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공연의 커버곡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더 넓은 연령대를 겨냥한 그녀의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바로 첫 번째 커버곡은 '심수봉'의 '미워요'였습니다. 구성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중년이 넘어선 그녀는 트로트 가수가 되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쌩뚱맞은 두 번째 커버곡은 어린이 층과 아직 그녀를 모르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노린 '추억의 만화주제가 메들리'였습니다. 바로 '날아라 슈퍼보드', '아이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로 제 나이 주변의 연령층이라면, 특히 국민학교 세대라면(졸업은 초등학교로 했을지라도 입학은 국민학교로) 기억할 만한 만화들이었습니다.

앨범과 EP 수록곡 몇 곡이 지나고 또 하나의 깜짝 커버곡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힙합 듀오 '듀스'의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는 '여름안에서'였습니다. 듀스의 앨범은 2집과 리믹스, 그리고 3집을 CD로 소장하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어쿠스틱 버전은 색다르면서도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팬으로서 그녀와 새로운 '공감의 끈'을 연결한 것같은 기분이었구요. 마지막 곡은 나무였고, 앵콜 시간에는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8월, 방학이 끝나기전에 다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네요. 앵콜의 마지막은 아련한 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려주었습니다.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참 빠르게 지나간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허망해진다는 그녀의 말처럼 공연 내내 즐거웠지만, 참 빠른 시간은 역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본 팬들은 그렇게 허망하지 많은 안을듯합니다. 재밌고 풍성한 공연, 그리고 그녀와의 공감,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얻어가는데 허망하다면 뮤지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콘서트는 음반과는 다르고, 특별하기에 찾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특별한 것은 가끔씩 즐길 수 있어야 그 특별함이 바래지지 않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연 사진과 동영상(앵콜곡 세 곡 포함)은 loveholic.net에 올릴게요.

2009/06/21 01:27 2009/06/21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