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0월 11일 cafe Veloso

5시 폰부스와 한음파 공연에 이어서 8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5시 공연과 마찬가지로, 바로 하루 앞서 있었던, 인디씬의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여파인지 예약이 매진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리는 거의 차더군요.

민홍형과 은지누나 두 사람만의 공연이고 더구나 '단독공연'에 가까웠기에,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죠. 소규모의 1집 시절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 그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할까요?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예정되어있던 넉넉한 공연 시간을 어떻게 꾸려갈 지도 궁금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긴 편은 아니고, 만담이 폭발하는 두 사람이 아니기에 많은 곡들이 기대되었죠.

공연의 시작은 바로바로 'Hello'였습니다. 바로 1집의 첫 곡이기도 하죠. 너무나 너무나 오랜만에 듣게되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소규모를 지켜봐온 관객들이라면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벨로주는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1집의 히트곡 'So Good-bye'였습니다. 담담히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가 될 법한 말을 전하는 가사는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으니 더욱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낭독의 발견' 순서. 얼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두 사람이 준비한 특별한 순서였죠. 첫 번째로 낭독한 책은 바로 '대성당'이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라는 작가의 소설로 얼마전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표한 '김연수' 작가가 번역을 담당한 소설입니다. 자칭 '연빠' 은지누나의 입김으로 낭독하게 되었죠. 낭독 순서는 총 세 번있었는데, 아마도 모두 은지누나의 책들이었을겁니다.

이어서 어떤 앨범들에도 수록되지 않은 '신곡'들이 이어졌습니다. 1집과 2집 사이 즈음의 감수성들이 담겨있는 '별'과 '바다와 국화'는 모두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곡들로 'So Good-bye'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분명히 빠져들 곡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독특한 제목과 소규모다운 흥겨움이 느껴지는 '안녕 슈퍼맨'이 이어졌죠. 두 번째 낭독은 '정한아' 작가의 단편집 '나를 위해 웃다' 가운데 '휴일의 음악'이었습니다.

이어서 '2집 퍼레이드'로 세 곡이 이어졌습니다. 2집 수록곡 가운데 신파적 요소가 돋보이는 '고양이 소야곡', 너무나 단순한 가사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사랑' 그리고 '고양이 소야곡'과 더불어 '동물 시리즈'이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라서 너무 신나는 '두꺼비'였습니다. 보통 '두꺼비'에서는 후렴구를 따라하게 마련인데, 이날의 무서운(?) 관객들은 공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무소음 모드에 너무도 충실했습니다. 두 사람의 한 음절 한 음절, 한 음 한음에 놀랍도록 집중했다고 할까요? 1부의 마지막은 새로운 '동물 시리즈'인 'Bugs fly again'이었습니다. 영어 가사지만 단순한 가사가 웃음짓게 만드는 곡이죠.

약 10분의 휴식이 있은 후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시작은 신곡의 연속으로 시작되었고 첫 곡은 '던져지는 돌'이라는 제목의 곡이었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던져지는 돌같아서 그런 제목이 붙었다나요? 이어 '이런 찰나'와 '착각'이 이어졌습니다. '착각'은 지난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로, 소규모의 색깔보다는 민홍형의 솔로 프로젝트 '민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객과 함께 즉흥적으로 라임(?)을 주고 받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 낭독은 '김중혁' 작가의 단편 소설집 '펭퀸 뉴스' 가운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아'였습니다. 앞선 두 낭독과는 다르게,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하여 삼촌과 조카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민홍형은 바리톤은 삼촌으로서 괜찮았고, 은지누나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 좋았죠.

역시 지난 공연들에서 들었던 신곡 'TV에 나온 사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TV에 나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종종 그리고 최근 TV를 통해 얼굴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네요. 이어 3집 수록곡으로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가 이어졌습니다. 점점 작사에서 민홍형을 압도(?)하는 은지누나의 탁월한 가사가 좋은 곡이죠.

공연의 마지막은 신곡 두 곡, '개나리 본부'와 'Diamond Book'이었습니다. '개나리 본부'는 단순하고 천진한 가사가 재밌는 곡으로, 선정성으로 찌든 요즘 노래들에 개탄하여 만든 곡으로 무료 배포할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 'Diamond Book'은 금강경에서 얻어온 제목으로 영어 가사이지만 '너는 새이고, 나는 바람이다'하는 명상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사는 '노장사상'이나 '도교'의 느낌도 나더군요.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2집의 인기곡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총 1시간 30분이 넘는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숨막힐 듯한 몰입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충분한 곡 수와 많은 신곡들,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진행으로, 이날 벨로주를 찾은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겠죠.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4집을 빨리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런 좋은 공연들로도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1집 시절의 느낌도 참 좋았구요.

일부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18 12:24 2009/10/18 12:24

폰부스 & 한음파 acoustic set in 10월 11일 cafe Veloso

여러 밴드들의 어쿠스틱 공연이 열리는 'cafe Veloso(벨로주)',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알게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되다가 일요일에만 공연을 위한 공간이 된다는데, 출연 밴드들도 좋았지만 사진 속에서 꽤나 분위기 있어보이는 모습에 끌렸죠. 하지만 일요일에만 공연이 있기에, 최근 일요일에 바빠서 Veloso에 찾아갈 인연이 생기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지난 11일 바로 오랜만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단독 공연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정식으로 말하자면 '단독 공연'이하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다른 밴드 없이 소규모 혼자 하는 공연이니 단독 공연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또 부를 말이 없네요.

마침 일요일에는 5시와 8시 두 개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8시였고, 5시는 '폰부스'와 '한음파'의 공연이었죠. 두 밴드 다 '빵'에서 알게된 밴드들로 차분한 모습의 Veloso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인데, 5시에는 acoustic set으로 Veloso에 어울리게 꾸며질 예정이었죠. 8시 공연만 예약해두었지만, 공연 당일 바로 일요일 아침에 5시 공연이 매진되지 않아서 예약해버렸죠. 사실 5시와 8시 공연을 다 예약해서 보면, 기본적으로 공연당 하나씩 제공하는 1 free drink coupon을 하나 더 받을 수 있어, 총 3병의 맥주를 마실 수 있기에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일찍 도착한 Veloso의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첫 번째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폰부스와 한음파 중, 척 보기에도 멤버들이 더 어려보이는 폰부스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두 밴드가 각각 45분씩 공연하기로 예정되어있었죠. 5인조로 알고 있는데 무대에는 3명의 멤버, 보컬 한명 과 기타리스트 두 명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전 빵에서 보여준 뭔가 요란한 모습과는 다른, 차분하게 앉아서 공연을 시작했죠. 그렇게 한 곡을 들려주고는 나머지 두 멤버,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도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acoustic set이라고 해서 unplugged에 가까운 모습을 기대했지만, 역시 모든 멤버가 총 동원되다보니 그런 느낌은 힘들었습니다. 하긴, 보통 4~5인조 락밴드가 unplugged에 가까운 소리를 내려면, 다른 멤버들은 쉬고 보컬과 리드기타만 공연을 해야할테니까요.

아직 두 번째 만남이라 이 밴드의 곡들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It is your mind'와 역시 기억나지 않는 커버곡을 한 곡들을 수 있었죠. 커버곡은 분명 카툰밴드 'Gorillaz'의 곡은 아니었지만, Gorillaz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밴드의 데뷔앨범 타이틀이기도한 'Got a chance'는 흥겨우면서도 쉬운 멜로디 그리고 가사로 후렴구는 따라부를 수 있더군요. 그리고 뭔가 뭉클한 사연이 담겨있을 법한 가사의 '꿈이 춤을 추도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로큰롤의 느낌이 나는 연주는 상당히 흥겨워서 앉아 있는 보컬은 마치 뛰고싶어 안절부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멘트는 아쉬웠지만, 성장이 기대되는 밴드 '폰부스'였습니다.

약 10분의 휴식이 지나고, 지난 '빵' 공연에서 '마두금'의 선율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한음파'가 등장했습니다. 역시 마두금은 보컬의 옆자리에 가지런히 앉아있었고, acoustic set이라니 왠지 마두금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더군요.

'소용없는 얘기'같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기에 음원으로 들을 수 없는 노래도 있었지만, 지난주 '빵' 공연을 보고 음원으로 살짝 복습(?)을 하였기에 노래들이 좀 더 익숙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셋리스트도 한 장 획득하였기에 곡들도 기억할 수 있었죠. 'Pure'라는 곡을 시작으로 매미의 울음 소리를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매미'가 이어졌죠. '매미'라는 곡에서는 현기증이 느껴지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 탈진하기 직전에 걷는 이미지가 떠오른달까요? 퇴폐적인 느낌이 강한 '독감'은 이제 원곡처럼 '네스티요나'의 '요나'와 함께하는 공연이 보고 싶어지더군요.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은 '소용없는 얘기'라는 곡도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들려주었던 곡들과는 다르게 모던락의 느낌이 나기에, 그 '가벼움'때문에 실리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acoustic으로서는 더 할 나위없이 좋은 곡이었어요. 커버곡이 한곡 있었고, 담긴 독특한 분위기의 초대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앞선 폰부스도 그렇고, 한음파도 그렇고 모두 남성 멤버이기에 그 땀냄새를 환기시켜주는듯, 지난번 '도나웨일'의 게스트로 등장했던 '황보령'의 밴드 'SmackSoft'의 미녀 멤버가 등장하여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코디언은 마두금의 연주와 어우려져, 불안함과 퇴폐적인 불온함이 짙게 담긴 공기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빵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엇던 'Sleep in'에서도 마두금의 매력은 이어졌습니다. 이어 제목처럼 신나는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이 이어졌죠. 마지막 곡은 당연히 기다렸던 '무중력'이었고 acoustic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acoustic이라 마두금의 선율에 더 집중할 수 있었서 좋았죠. 멘트처럼 악기의 소음들이 서로를 가려주는 공연과는 다르게, acoustic이기에 적나라했습니다. 이 날 멘트는 거의 베이시스트가 담당했는데, 보컬이 요즘 멘트에 슬럼프가 있다나요. 두 사람이 주고 받으면 더 재밌을 법했습니다. 예상보다 5분 정도 일찍 시작한 공연은
역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끝났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한음파는 '연인'을 비롯한 준비된 두 곡을 들려주고 공연을 마쳤습니다.

지금을 쓰고 있는 시점에 알게 되었는데, 두 밴드가 괜히 같이 공연한 것이 아니고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군요. 그래서 이 공연 전에도 또 다음에도 같은 무대에 서는 공연들이 있었고, 예정되어있더라구요. 한음파는 정규앨범은 겨우 1장이 나왔지만 밴드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인지 acoustic set에서도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두 밴드다 종종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충동적으로 예약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공연이었습니다.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15 01:11 2009/10/15 01:11

내 사랑 내 곁에 in 2009. 10. 09

'CGV 영등포'에서 타의로 보게 된 '내 사랑 내 곁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 별 기대를 안하기 잘 한 영화였다. 시작부터 유치 풀풀 풍기는 대사들로 시작하여 결국 신파로 막을 내리는 그저그런, 아니 이제 한국영화에서도 꽤 괜찮은 작품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평균을 깎아먹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장준혁', '강마에'를 그럴싸하게 소화해낸 배우 '김명민'의 권위적인 느낌의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 동정심을 유발해하여 눈물샘을 자극해야할 환자의 목소리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보다는 오히려 웃음보를 자극하더라. 다행히 '하지원'의 연기는 이제 발연기를 확실히 벗어났고,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의 연기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인은 은근히 귀엽더라.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가 재활의학과 영역의 질환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의사로서 합병증 예방을 위한 보존적 치료 외에는 질환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질환이라 조금 답답하기는 헀다. 결말은 너무나 뻔했고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궁금했는데, 병원 생활을 그린 부분은 그나마 괜찮았달까.

귀에 익은 가요들을 사용하여 배경음악으로 풀어낸 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드라나마나 TV용 영화가 아닌 극장용 영화에서 오리지널 스코어가 빈약한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하지원이 부른 '내 사랑 내 곁에'를 삽입한 점은 너무나 아쉬웠다. 나중에 음원으로 한 몫 잡아보려고 했던 것일까?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가창력이 아닌 하지원의 목소리가 장의를 치루는 그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너무 노골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상조회사들이 난립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상조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2시간 여의 '상조회사 광고'같은 느낌도 들었다. 제 2의 '너는 내 운명'을 노렸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대 실패. 다행히 미칠 듯한 졸음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별점은 3점. 
2009/10/10 22:48 2009/10/10 22:48

데미안, 한음파, 로로스 in 10월 2일 클럽 빵

2009년 10월 2일,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자 '추석' 전날 홍대 인근에 위치한 클럽 '빵'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사실 금요일은 빵의 정기 공연이 있는 날로 별로 특별할 것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추석 연휴에 펼쳐지는 공연이라는 점만으로도 공연하는 밴드들에게나 관객들에게나 설명하기 힘든 특별함을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가위에 인디밴드 공연'은 충분히 특별하지 않나요?

공연은 7시 30분 시작이었고 부랴부랴 달려간 발걸음은, 제 시간에 만난 버스와 급행열차 덕분에 대략 50분 정도 일찍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연휴 때문인지, 홍대 인근이 모습은 낯설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지만 많은 음식점,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아서 마치 새벽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쓸쓸함을 더했죠. 처음 도착했을 때는 기대보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어서, 역시 썰렁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7시 30분이 되기까지는 여유가 있었지만 10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날도 싸늘하고 밖이 어둡고 해서 리허설을 들으며 지하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30분이 가까워져서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밖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나봅니다. 다행히도 빵의 좌석들은 거의 다 찼으니까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쓸쓸한 홍대의 빵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가장 쓸쓸한, 홍대의 살풍경을 보여준 날이었으니, 이날 빵에 온 사람들은 홍대에서 가장 쓸쓸한 사람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순서는 '데미안 더 밴드(Demian the band)'였습니다. 빵의 초창기인 2001년부터 빵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데미안은 2002년 말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라인업으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돋보이지는 않지만 꾸준한, '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최근에는 다른 클럽들에서도 종종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 특별한 공연을 위해서 연휴의 첫 날을 희생했습니다. 첫 곡은 지난 빵 공연에서 처음 만났던 곡 'Wolf'였습니다. 제목처럼 보름달 밤에 외로이 울부짖는 늑대가 떠오르는 도입부 기타연주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에 굴하지 않고 들판을 신나게 질주합니다. 이어지는 곡은 처음 듣게되는 곡으로, 제목에서 언어유희가 느껴지는 'Your god forgot'이었습니다.

세 번째 곡은 이 밴드의 1집 수록곡이기에 가장 익숙한 'Challenger'로 유일하게 간간히 싱얼롱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그루비하고 보컬과 코러스의 어우러짐이 인상적인  'I become to you'에 이어 역시 언어유희스러운 제목의 'Everybody's every part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두 곡은 지난 공연으로 친숙해진 'fuckin' umbrella'와 'Vintage dance'였습니다. fuckin' umbrella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반복적인 기타리프와 후렴구는 인상적입니다. Vintage dance는 댄서블한 리듬에 독특한 소리의 타악기(?) 덕분에 뇌리에 박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7년까지의 음악활동을 정리한 1집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신곡들은 더욱 댄서블한 느낌이 강합니다. 음악활동의 후반전를 보내고 있는 데미안의 행보를 기대해보죠.

두 번째 밴드는 빵 공연 일정표에서만 보았던 이름 '한음파'였습니다. 밴드 이름이 과연 무슨 뜻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장발의 보컬을 프런트 맨으로 하고 말 머리가 달린 독특한 현악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 밴드의 음악은 더욱 궁금했습니다. 첫 곡은 몽환적인 느낌으로 시작하는 '초대'였습니다. 이 밴드의 앨범을 찾아보니 앨범에서도 첫 곡으로, 앨범이나 공연이나 시작으로 알리며 청자를 한음파의 음악세계로 '초대'하기에 적절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어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이라는 긴 제목의 곡이 멘트 없이 이어졌습니다. '초대'보다는 한음파의 음악색을 더 잘 알리는 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하드락 사운드를 기반으로 메탈처럼 강한 연주를 감미한 이 밴드의 지향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장발의 보컬에, 제 귀에는 (좀 더 부드러워진) 'Nickelback'의 'Chad Kroeger' 정도가 연상되는 음색에서 알아차려야했습니다.

그루비한 느낌의 '매미'에 이어 이 밴드의 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무중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곡에서 보컬이 준비했던 '말 머리가 달린 현악기'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검색을 통해서 알아보니 이 현악기는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이라고 합니다. '하아!'라는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악기 위에 달린 '말 머리'를 의미하는 '마두(馬頭)'일 테니,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한 이름이니까요. 집시 음악처럼 유목 민족의 애환이 담겨있을 법한 마두금의 연주와 함께 흐르는 하드락 사운드는, 제 귀를 새로 깨우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대체적으로 '여성보컬은 우호감 남성보컬은 비호감'이라는 일종의 편식적으로 음악 감상을 하고 있고, 하드락이라는 장르 자체는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즐겨듣지 않는 장르이지만, 이 곡 '무중력'만은 묘한 마력을 갖고 귀를 열게 했습니다.

'독감'이라는 곡은 퇴폐적인 느낌으로, 앨범에 참여한 '요나'의 이름을 보면 왜 그런지 끄덕일 만했습니다. 마지막 두 곡은 '독설'과 '참회'였는데 순서가 재밌습니다. 독설을 내뱉고 참회한다는 의미의 순서였을까요? 앨범에서도 마지막 두 트랙이 이 곡들이지만, 순서는 참회 다음 독설로 공연과는 반대더군요.

마지막은 앞선 두 밴드 데미안과 한음파 모두 멘트 중에 덕분에 객석이 가득 찼다고 언급하기도한, 슈퍼밴드 '로로스'였습니다. 등장은 했지만, 독특한 밴드 구성과 관객을 압도하는 사운드를 위해서 인지, 세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긴 기다림 끝에 '로로스표 사운드'는 시작되었습니다. 첫 곡은 바로 너무나 장대해서 EP 'Dream(s)'에도 세 트랙으로 잘라서 수록되었던 'Dream(s)'였습니다. 장장 17분에 이르는 시간 동안 Dream(s) 1과 2를 들을 수 있었죠. 너무나 길고 변화가 많은 곡이라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곡을 듣고 있자면 인류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느낌입니다. 선사시대를 시작으로 문명의 시작과 고대와 중세를 거쳐 전체주의와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혼란의 시대와 파멸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인류를 거쳐, 지구가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비극의 미래로 끝이 납니다. 인류의 어긋난 꿈처럼 말이죠.

한바탕 '꿈'이 지나간 후에는 (사실 짧지 않지만 비교적) 짧은 곡들이 이어졌습니다. 마법사를 만나기 전까지 쓸쓸한 신데렐라(혹은 동물들을 만나기전 콩쥐?)의 쓸쓸한 모습을 노래하는 듯한 'She didn't go to the party', 한 폭의 동양화 혹은 시조 같이 '정중동'의 심상으로 가득한 '방안에서'가 이어졌죠. 메인보컬 및 키보드 '도재명'이 고릴라 인형을 보고 만들었다는 'My cute gorilla'는 싱글에 수록되었었지만 1집에는 빠졌던 곡으로, 그래서 그런지 참 오랜만에 라이브로 듣게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의 속주는 새로웠구요. 예정된 마지막 곡은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였습니다. 역시 서정적으로 분위기 잡는 곡인데, 도입부부터 실수로 그 분위기는 조금 어긋나버렸죠. 5분 가까이 되는 곡이지만, 다른 곡들이 길어서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준비된 앵콜로는 앨범과는 색다른 느낌의 '비행'이었습니다. 그런 라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색다름이 바로 공연장을 찾게하는 매력 포인트겠죠? 한 곡이 더 준비된듯 했지만 악기의 문제로 공연을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방안에서',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과 더불어 로로스의 초기 3대 서정곡이라고 할 수 있는 'It's raining'을 들을 수 없었던 점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미 준비된 곡들도 대단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시작에 홍대에서 가장 쓸쓸한 사람들이 모인 공연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 가장 즐거운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공연이라고도 해야겠네요. 인디음악을 사랑하고 공연장을 즐겨찾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추석 전날 빵을 찾기 어려웠을텐데, 그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을 배불리 들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짧은 연휴가 무척이나 아쉽지만, 세 밴드의 멋진 음악 선물에 그나마 아쉬움을 조금은 잊을 수 있는 밤이었습니다. 10월 2일의 밤, 빵을 찾은 모든분들이 좋은 꿈을 꾸셨겠죠?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2009/10/06 00:33 2009/10/06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