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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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맞으며
몇 일 전, 출근길 버스안에서 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5000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 '신종플루'로 인해 난리도 아니죠. 5000명, 물론 적은 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수 개월동안 사망자 수가 5000명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세계적으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될까요? 하루에 5000명은 충분히 넘지 않을까요? 지구상에 기아로 인해 하루 세 끼를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10억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극심한 기아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만 보더라도 기아로 하루에 5000명은 충분히 죽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나, 기아로 인한 사망자 수에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습니다. 신종플루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교통사고와 기아로 목숨을 잃은 수는 최소 수백배는 될텐데 말이죠.
물론 기아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일이 아니기에 무감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나라도 좁은 국토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차와 그로 인한 교통체증과 에너지 낭비, 그리고 매일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483명이라고 합니다. 8월 중순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30여명의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한 현재까지 약 2개월 반의 시간이 흘렀는데, 올해도 그 추세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신종플루 사망자의 약 3배에 가까운 100명은 되지 않을까요? 무려 3배나 위험한데도 우리는 3배나 난리법석이지는 않습니다. 당장 모든 자동차들을 격리수용하고 자동차들에게 기름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조취를 취하고 있지도 않구요.
여기에는 어떤 경제 논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동차는 이제 현대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자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과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거대 석유자본들(원유 생산부터 정유까지 담당하는 모든 기업들)의 검은 손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반대로 유독 신종플루에 난리법석인 언론들에는 신종플루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드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검은 손이 닿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검은 손은 언론의 입을 막고, 또 다른 검은 손은 언론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요?
정말 그렇다면 그 뒤에 숨어있을 '자본주의라는 논리' 때문이겠죠. 자본주의의 힘으로 우리는 더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고, 더 긴 수명을 누릴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하고 있나요? 자본주의 논리로 지구 반대편에서는 기아가 발생하고, 기아가 없는 곳에서는 교통사고와 같은 또다른 위협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 우습게도 고도로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보다 소위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더 높은 행복지수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가 미래에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까요? 우리의 마음을 더 배고프게 만들게 행복보다는 욕심으로 가득차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매년 국민의 행복지수와는 전혀 비례하지 않는 '경제 성장율'과 '경상수지 흑자'만을 떠들어대는 언론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경제 성장만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나요? 더 행복해지고 있나요?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상당히 많아보이지만, 실상 기존의 독감(플루)도 보고되고 통계화 되어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전세계적으로 보면 신종플루 사망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신종플루 백신의 충분한 임상 시험 기간을 거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구요.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를 보고 우리는 원하지 않았던 제품을 소비하게 되듯, 전세계 언론을 통한 '신종플루 광고'를 보고 우리는 또 다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의사들마저도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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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Breeze Stage in 10월 24일~25일 GMF 2009
이동하면서 잠깐 본 밴드들 빼고, 전곡을 감상한 밴드들은 이 틀 동안 모두 5팀이었습니다. 24일 '오지은', '스위트피'였고 25일 '짙은', '장기하와 얼굴들', 'Maximilian Hecker'였죠.
'Loving Forest Garden'에서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Mint Breeze Stage'에서는 '홍대 마녀' '오지은'의 순서가 예정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부터 우려되었던 점은 그녀의 음악이 이렇게나 큰 무대에 어울리냐였습니다. 오히려 방금 있었던 Loving Forest Garden이 그녀의 음악에는 더 어울릴 법했으니까요. '그대'를 시작으로 '익숙한 새벽 3시',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등 잔잔한 곡들로 채워나간 그녀의 공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밝은 대낮의 넓은 무대 위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오후 3시를 오전 3시의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라고 불평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이 다행히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진공의 밤'을 시작으로 그녀를 마녀로 만드는 곡들인 '화'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죠. 다음날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 명약관화했던, 인디씬의 원로밴드 '언니네 이발관'이나 신인밴드들 가운데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리플라이' 공연에 자리가 부족했던 점을 생각했다면 역시 무대 배치는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소속사와 GMF의 기획사가 같은 계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분히 '오지은 밀어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같이 더 인지도있고 연륜있는 밴드가 더 작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의혹은 더 클 수 밖에 없었죠.
이어 델리스파이스의 리더이자, 인디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위트피(김민규)'의 무대였습니다. 세션들과 함께 등장했는데 그 세션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라이즈 연합군'혹은 '문라이즈 잔당'이라고 해야할까요? '문라이즈'의 대표이자 뮤지션인 '스위트피'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유일한 소속 뮤지션인 남성 듀오 '재주소년'의 두 사람이 기타와 코러스로 등장했고, 다른 한 명의 기타 세션은 바로 '슬로우 쥰'이었습니다. 스위트피와 재주소년같이 말랑말랑한 남성보컬의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죠. 또 독특한 점이 '스위트피'의 순서였지만 '문라이즈 연합군'이라고 언급했듯이 새로운 컨셉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스위트피는 자신의 곡들 '섬', '오! 나의 공주님' 등을 들려주었는데 비단 스위트피의 곡들 뿐만 아니라 재주소년의 곡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피가 부르는 재주소년의 곡이 아니라, 바로 재주소년의 목소리로요. 두 멤버가 각각 부른 '미워요', '귤'이 기억에 남네요. '스위트피'에게 배정된 시간을 문라이즈 연합군이 공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방식은 바로 25일에 예정되어있는 '재주소년'의 순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역시 문라이즈 연합군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깐 이틀 동안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문라이즈 연합군 공연'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재주소년의 입장에서는 다음날은 또 어떻게 꾸려나갈지 살짝 걱정이되기도 하더군요.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님이 번다'고 사장님(스위트피)의 횡포가 아니었을지요?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마지막 곡은 주옥같은 스위트피의(스위트피도 카피한 곡이기는 하지만) 'Kiss Kiss'였습니다. 화창한 가을날, 재주소년과 스위트피, '어린왕자 연합군'의 소소하고 수줍은 공연이었죠.
그렇게 24일은 'Loving Forest Garden'과 'Mint Breeze Stage'를 돌아다니다가 끝이났습니다. 25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올림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3시에 예정되어있는 '짙은'은 순서를 맞춰 Mint Breeze Stage에 입장해서 스탠딩 존에 들어갔지요. 이 날 짙은의 무대는 아주 특별했는데, 바로 짙은의 파스텔뮤직 입사 즈음에 군입대를 한 다른 멤버 '윤형로'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짙은'을 보컬 '성용욱'의 원맨 밴드로 알고 있지만, 보컬 성용욱과 기타리스트 윤형로의 듀오랍니다. 세션으로는 계속 공연을 도와주고 있는 첼로리스트 '성지송'과 '타루'의 '음악적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가 눈에 띄었습니다.
'Secret', 'December', 'Feel alright' 등 지난 단독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을 좀 더 꽉찬 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에 발매된 EP 수록곡 'Rock Doves'는 두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들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짙은의 주목같은 히트곡(?) '곁에'였습니다. 두 멤버가 함께 선 모습은 팬들에게는 아마도 큰 선물이었을 듯합니다.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겠군요.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순서였습니다. 올해 어떤 페스티벌이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섭외 1순위 인디밴드답게, 세팅시간동안 사람들은 속속 모여들어서 스탠딩 존은 거의 가득 찼고, 이 밴드의 인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잖어', '정말 없었는지'같은, 장기하의 표현에 의하면 축축 처지는 노래들로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미미 시스터즈'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페스티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있었나 봅니다. 결국 미미 시스터즈도 합류했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등을 들려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이때 돗자리에 누워 가을날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Maximilian Hecker'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일 년에 한 번 씩은 꾸준히 방문하는 그는 올해는 GMF에서 볼 수 있게되었죠. 밴드와 함께했는데,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GMF 공연을 갖게된 것이더군요. 우리나라를 경유해서 중국에 갈 예정으로 그곳에서는 수 차례 공연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이제는 나이를 속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리고 감성적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와 그의 밴드는, 다섯 번 째 앨범이 발매된 만큼, 그 앨범의 수록곡들("The space that you're in", "Misery", "Miss underwater", 'Snow white" 등)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3집의 수록곡들도 몇 곡 들을 수 있었습니다. 'Summer days in bloom', 'Anaesthesia' 등이었고 저는 나즈막히 싱얼롱할 수 있었습니다. anaethesia의 허밍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서정적이고 조용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그이기에 스탠딩 존에 서서 즐기는 사람들보다, 잔디에 앉아 즐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페퍼톤스'를 보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더구나 다음날 출근해야한다는 '직장인의 비애'를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Mint Breeze Stage 사이에 본 'Cafe Blossom House'의 두 뮤지션은 마지막 포스팅으로 하도록 하죠. 그러고보니 'Club Midnight Sunset'을 결국 25일에 잠깐 드른 것 외에는 제대로 본 뮤지션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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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Forest Garden in 10월 24일 GMF 2009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동안 열린 'Grand Mint Festival 2009(GMF 2009)'는 2007년부터 시작된 GMF의 세 번째 행사로, 드디어 저도 3년만에 GMF에 참가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24일 날씨도 좋은 토요일 11시 30분 경 일행들과 티켓팅 부스에서 만나 티켓딩, 팔찌 착용, 성인인증까지 마치고 '대망의 GMF'로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티켓팅부터 상당히 지체되고 더구나 팔찌를 티켓과 따로 배포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오프닝은 건너뛰고 벽 넘어로 간간히 들리는 '줄리아 하트'의 노래를 듣다가,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가 아닌, 'Loving Forest Garden'으로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가 저에게는 첫 번째 순서였죠. 동그란 무대를 가진 Loving Forest Garden은 Alice in Neverland를 위한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비좁은 라이브 클럽의 무대와는 다른 동그란 무대는 악기 배치도 좋아 보였구요. 바이올린의 '조윤정'을을 중심으로 하여, 뒷 쪽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키보드 및 아코디언의 '최진경', 기타 '염승재', 베이스 '박진우', 드럼 '백선열'로 둘러싼 배치는 몰입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이 밴드 음악의 바탕을 만드넨 네 명이 뒤쪽에 위치하고, 방점을 찍는 바이올린이 중앙에 위치하였기에 그런 효과가 나타났겠죠? 베이시스트 박진우의 착한 입담은 여전해서 수록곡들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약 40분간 들려준 음악들은 공연 시간이나 곡 구성에서 '민트 페스타'의 셋리스트와 유사했습니다. 2집의 첫곡이자 축제(GMF)의 시작을 'Welcome to Festa'를 시작으로, GMF의 초대장과 같은 '바람을 타고 온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잠수부의 운명'은 제목에 담긴 사연이 궁금했었는데, 나름대로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그리고 축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esta in Neverland'와 '토리의 춤'을 연이어 들을 수 있었죠.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역시 탱고의 매력이 살아있는 '네버랜드 횡단열차'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 '질주 본능'은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상쾌하게 달렸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리쉬의 절정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첫 번째 앨범에 이어 성공적인 두 번째 앨범을 보여준 Alice in Neverland 조만간 또 단독 공연이 있나봅니다. 다음에는 꼭 단독 공연도 보도록 해야겠어요.
Alice in Neverland가 끝나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 'Mint Breeze Stage'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중에 마침 Lasse Lindh의 마지막 곡 "C'mon through"가 흐르고 있더군요. 돗자리에 앉아서 본 메인 스테이지의 뮤지션들은 '오지은'과 'Sweet Pea(스위트피)'였습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죠.
다시 돌아온 Loveing Forest Garden은 '전제덕'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전제덕'에게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뒤에 이어 '한희정', '장윤주' 그리고 '요조'로 이어지는 여성 뮤지션 삼단 콤보를 보기위해서 미리 자리 확보를 위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Loving Forest Garden이 열린 무대 자체가 수용인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때문이었습니다. 1천에서 1천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무대인데, 그 자리에 올라오는 뮤지션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GMF라는 이 특별한 축제를 생각했을 때는 너무 부족한 자리였거든요. 첫 날과 마찬가지로 둘 째 날에도 역시 메인 스테이지만큼이나 라인업이 좋았기에 지속적으로 만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첫 날에는 전제덕을 시작으로 약 4시간 이상 Loving Forest Garden 안에 있어 몰랐지만, 아마도 역시 만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은 공연을 못 보았을 겁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유명한 '전제덕'이었지만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뒤에 서있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세션 밴드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는 피아노처럼 홀로 완전한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부족한 악기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열정이 담긴 연주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John Lennon'의 'Imagine'에서는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러야할까요?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이어졌던 그의 노래는,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장애를 뛰어넘은 역경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담긴 목소리였습니다.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한희정'은 지난 단독 공연 'DawnyRoom Live'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죠. 무려 6년만에 꺼내든 일렉기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모습은 6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했고, 그녀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들처럼 그녀가 GMF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공연을 기다렸는지, 세팅으로 배정된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시작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안녕~!"
첫 곡은 늘 그렇듯 첫 곡다운 제목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요즘 자주 보게되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매 공연마다 처음 만나는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이어 귀엽지만 잔인한 '브로콜리의 멘트'가 인상적인 '브로콜리의 잔인한 고백'이 이어졌죠. 밴드 버전에서도 '귀염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빨리 수록되기를 바라는 곡 '우습겠지만 믿어야할'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밴드버전으로 들으니 더 호소력있으면서도 섹시하게(?) 들리더군요. '멜로디로 남아'가 지나가고 1집의 수록곡들이 주르륵 이어졌습니다.
가증스러운(?) 느낌의 '드라마', 나즈막하고 오롯한 외로움이 담겨있는 '나무'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re'가 이어졌습니다. 기타대신 미니키보드(?)를 연주하며 요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흐르는 그녀의 외침을 들을 수있었죠. 역시 최근 자주 듣는 '산책'에 이어 're'와 마찬가지로 밴드로 들어야 제맛인 '잃어버린 날들', 그리고 싱얼롱을 위한 곡 '휴가가 필요해'까지 펼쳐졌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인 DawnyRoom Live와는 차별화를 두기위한 전략인지, EP의 어쿠스틱을 위한 곡들 'acoustic breath', '러브레터',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들을 수 없었죠. 마지막 곡은 EP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끝'이었습니다. 조만간 있을 공연에서 또 만나요.
한희정의 공연이 끝나고 약간의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나간 수 만큼 들어와서, 많은 인파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장윤주'였기 때문이었을까요? '파스텔뮤직의 두 여신' 사이에서 탑모델이었던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키보드 연주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연주곡 'Martini Rosso'에 이어 모델로서 그녀의 파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파리에 부친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데뷔앨범에서 인기곡 중 하나죠. 그리고 그렇게도 라이브로 듣고 있었던,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알게해준 바로 그 곡, 'Fly away'가 기타연주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자칭 '강남 엣지녀'인 그녀의 뮤지션으로서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앨범을 딱 한 장 발표한 그녀이기에 약 40분이라는 공연시간동안 그녀의 모든 곡들이 펼쳐졌습니다. 훌쩍 떠나는 꿈과 같은 'Dream', 조만간 다가올 쓸쓸한 늦가을을 고즈넉이 노래하는 '11월', 밴드로 준비했지만 세션들이 혼자하라고 해서 혼자한다는 '옥탑방'이 이어졌죠. 모델로서 성공을 거둬 현재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그녀겠지만, 왠지 유명인사가 되기 전 '배고픈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곡들이었습니다. 곡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연가(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싱얼롱 타임이 있었죠. 이어 GMF에 혼자 왔을 수많은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는 'Love Song', GMF가 열린 즐거운 '오늘'에게 노래하는 듯한 '오늘, 고마운 하루', 봄의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 'April'가 이어졌죠. 노래로 느껴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왠지 '나른한 고양이'같은데 그런 느낌이 잘 이어지는 세 곡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곡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기 고백적이면서도 당당한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29'이었습니다. 앨범이 발매된지 이제 1년이 되었다고 하니, 아마 지금은 30으로 바꾸어야하지 않을지요? 홍대 인근에서 자주 공연해서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곡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였으면 좋겠네요.
이어 장윤주도 인정한 강북의 '홍대 여신' '요조'의 순서였습니다. 그녀의 순서가 되니 사람들은 더욱 많아져, 무대 바로 앞 좌석이 없는 바닥에도 몇 겹으로 둘러앉은 인파를 보면서 그녀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했습니다. '내가 노래할게'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기타와 키보드 세션 두 명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퍼커션 세션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빠지게 되었다네요. 첫 곡은 'My name is Yozoh'와 더불어 그녀의 자기소개서같은 곡 '슈팅스타'였습니다. '아뵤~' 이어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는데, 그녀의 멜로디언 연주와 더불어 기타와 키보드가 함께하는, 퍼커션이 빠진, 연주는 멜로딕하면서 지난 공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공연 내내 '퍼커션이 빠진 소리의 빈자리'를 걱정한 듯하지만, 그 빈자리는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모닝스타'가 지나고, 또 커버곡 한 곡조를 뽑았는데 역시나 그녀의 아끼는, 손대면 베일 듯한 콧날의 소유자, 'Jason Mraz'의 "I'm yours"였습니다. 물론 이 곡도 염장곡이었죠. '숨바꼭질'에 이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의 무대에 선 그녀의 아쉬움이 조금 느껴지는 'Sunday'의 '일부 Saturday version'도 들을 수 있었죠. 장윤주의 '29'에 이어, 원곡과는 다르게 그녀의 현실이 반영된(현실에 맞게 변형된) 가사 '29살의 길을 걷고 있어'에서 그녀의 현실(?)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9라는 숫자가 단지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그녀의 '미간 잡기'도 볼 수 있었죠. 지난 단독 공연에서 새로 선보인 아이템 '템버린'이 그녀의 허벅지를 아프게했던, 이쁜 가사의(하지만 역시 염장이 장난아닌) 'Love'이어졌죠. 그러고 보니 요조의 곡들은 가사가 참 야한 듯, 언젠가 그녀의 말처럼 '음란가수 요조'를 새삼 다시 느끼게되었구요. 소규모의 그림자가 담겨있는 '그런지 카'가 준비된 마지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답게 앵콜 요청이 있었고 그녀는 잡으면 큰일 날 기타를 잡고 한 곡을 뽑았습니다. 지금까지 염장지르던 곡들을 한 방에 물리쳐버린 곡, 바로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가 바로 앵콜곡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연인들이 부러웠어요.
요조 다음 순서는 바로 '조원선'이었습니다만, 저를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기다리지 않고 밀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원선도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디음악 애호가들의 저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요조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보았다는군요. Loving Forest Garden에서 하루동안 본 5팀의 공연만으로도 이틀치의 GMF 티켓가격의 본전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글들로 GMF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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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7(Windows 7) 런칭 파티에 다녀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블로거 선정 기준'을 알 수는 없으나, 선물 때문에 수 많은 블로거들이 응모했을 이벤트에 초대되었다니 왠지 뿌듯했고, 그 선물에 기뻤다. 선물은 바로 'Windows 7 ultimate version'이기 때문에!
하지만 파티 장소는 좀 멀었다. 무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Melon AX'. 지하철을 타고 시작 시간인 7시가 되지 않아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울 만한 밥이 아닌, 과일과 빵 등이 들어있는 '간단한 요기' 정도의 양이었다.
Melon AX 안에서는 MS의 파트너사들(Intel, AMD, NVIDIA, TG 삼보, LG, SAMSUNG 등)의 제품 전시와 각종 이벤트가 1층에서 있었다. 2층에서는 블로거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진짜 파워블로거'들과의 간담회(?)가 펼쳐지고 있더라. '판도라 TV'에서 런칭 파티를 생중계한다더니 정말 하고 있더라. 어쩌다가 리포터와 인터뷰까지 하게되어 얼굴이 팔렸다.
7시 50분부터 본 프로그램 시작. 그전에 초대 메일처럼 DJing session이 있었지만, 장소나 무대장치부터 그냥 BGM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아쉬웠다. 정말 'Party'를 기대했는데, 사실 '설명회'였달까? MS의 임직원들, 파워블로거들이 무대로 등장하여 Windows 7의 장점을 정말 알기 쉽게 설명 및 시연해주었다. 아, 진행은 개그맨 '변기수'가 등장하여 정말 아주 거친 입담을 들려주어 즐거웠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예고된 축하공연 'F(x)'의 무대. LG CYON의 CM송인 'Chocolate Love'와 '라차타'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걸그룹의 곡은 현재로서는 이 두 곡이 전부이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몇 일전 DMA에서도 딱 두 곡을 들을 수있었지. 왠지 점점 더 정이가는 걸그룹이랄까? 후속곡도 기대중!
하지만 더 엄청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노트북 추첨의 시간. 총 네 명이 무작위로 선정되었는데, 두 사람이 미리 갔는지 안 온 것인지 행운을 차버리고 말았다. 두 사람의 재추첨은 조금 어처구니 없게도 가장 평범한 이름을 진행자가 불러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와서 갖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 이름은 될 리가...
모든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출구에서 기다리던 Windows 7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32비트 버전이라 64비트를 위해 RAM를 업그레이드한 내 컴퓨터에서는 모든 성능을 끌어올릴 수가 없겠다. 한글판도 아니고 영문판이라 더더욱 아쉽지만, 그래도 직접 구입하기 어려운 가격의 '정품'을 얻었다는 점이 어디인가.
파티를 기대했는데, MS 측의 준비나 참석자들이나 파티에는 역부족. 그냥 '시연회'라고 하지.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 고마워. 이제 정품 윈도우7 쓸게. 그리고 지금까지 미안했어.(의미심장, 이 글을 보고 있는 우리 대부분 모두가 그럴 듯?)
사진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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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싸이트 토끼 - a little sparkle
여성 뮤지션이 유난히 많은 '파스텔뮤직'의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 2집 'a little sparkle'.
2007년 12월에 발매된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은 그 녹록하지 않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11월과 12월은 유명 뮤지션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발매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루싸이트 토끼의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내부에서도 기대작들 사이에 끼인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앨범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달 앞선 같은해 11월에 두 장의 기대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3집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와 '요조'와 함께한 앨범 "My name is Yozoh"이, 같은 12월에는 '스위트피(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이듬해 1월에는 '인디씬의 블럭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앨범 "We will be together"이 연이어 발매되었기 때문이죠. 축구판에서 빅클럽에서 영입된 스타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처럼 말이죠.
하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는 루싸이트 토끼의 선전은 파스텔뮤직으로서도 중요한 기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당시 파스텔뮤직의 대표주자들은 대부분 자체 발굴한 유망주가 아닌, 타 클럽(타 레이블)에서 성공을 거두고 영입된 스타들이었으니까요. '스위트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푸른새벽(그리고 한희정)',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은 '파스텔뮤직판 갈락티코'의 구성원들은 한 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스텔뮤직에 영입되었으니까요. 물론 '루싸이트 토끼'에 앞서 '더 멜로디'가 엄청난 기대를 모았고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장의 정규앨범을 마지막으로 장렬하게 '산화'해버리고 말았습니다.('바이에른 뮌헨'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처럼.) 그렇기에 자제 발굴 유망주들이 당당한 주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후보를 전전하다가 사라지는 일처럼, 괜찮은 음악에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여타 '순수 파스텔뮤직산 1집 앨범들'처럼 2집은 '기약없는 약속'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하지만, 루싸이트 토끼는 당당한 스타팅 멤버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교체 선수로 얼굴을 보이면서 입지를 확보하고 이제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 가운데 장르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음악색을 보인 루싸이트 토끼의 1집은, 음악적 온도에서도 파스텔톤의 스카이블루(서늘함과 시원함)와 역시 파스텔톤의 핑크(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적절히 배합된, 천상 파스텔뮤직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집에서는 그 균형잡힌 색채가 어떤 변화를 혹은 진화를 들려줄지 궁금했었죠. 최근 드디어 '타루'와 '요조'를 비롯한 파스텔뮤직 자체 발굴 유망주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Senstimental Scenery와 에피톤 프로젝트는 분명 인디씬에서는 '유망주의 나이'이지만 '초특급'인, '초특급 유망주'이기에 갈락티코 2기로 하죠. '호날두'와 '카카'처럼.) 그럼 이제 '파스텔뮤직의 대런 플레쳐(?)'가 될 수 있을지, 루싸이트 토끼의 두 번째 이야기를 살펴보죠.
앨범으로 들어가기 전에, 앨범 제목부터 살펴봅시다. 'a little sparkle'이라는 제목은 단어의 선택이나 의미면에서 상당한 고뇌가 느껴집니다. 1집의 제목이 'twinkle twinkle'이었던 점을 생각하고, 두 제목을 붙이면, 'twinkle twinkle little sparkle'은 Rap의 한 소절처럼 라임이 맞아들어갑니다. 그리고 1집은 '반짝 반짝'이고 2집은 '작은 불꽃(섬광)' 정도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적으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첫 곡 '생일'은 1집에 이어 나이에 비해 노숙한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앞으로 맞이 할 생일보다 지난간 생일이 저점 많아져도, 첫눈에 반했던 그 예쁜 손이 점점 변해도 같이 있어줄게'는,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생일에 나올 말이라기 보다는 청혼하면서 나올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재주소년'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히 사춘기의 풋풋하고 예민한 감성을 노래하는데에 반해, 공연에서 '여성판 재주소년'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이 밴드는 더 어린 연배임에도 더 노숙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설렘이 아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에, 그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합니다.
'바보마녀의 하루'는 만화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보사노바풍의 트랙입니다.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연상되는 가사는, 슬며시 미소짓게 만들면서, 그래도 두 사람의 본래 나이는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손 꼭 잡고'는 이미 여러차례 공연을 통해 소개된 트랙입니다. 어쿠스틱으로만 들을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단촐한 곡으로만 들렸었는데, 앨범에서 들으니 그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현악 편곡으로 두드러지는 '강약약 중강약약'의 3박자(혹은 빠른 6박자)는 왈츠의 강점을, 살려 꼭 잡은 손의 따뜻함과 설렘을 온전하게 전합니다. 하지만 방정맞지 않은 조예진의 음성은 '내숭 뒤에 숨겨진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부족함 없이 그려냅니다. '봄봄봄'을 이어가는 이 곡은,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싸구려 가요들과는 다르게, '파릇한 새내기'의 소녀적 감성을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해야겠어요. 19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앞선 세 트랙이 포근한 핑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서늘한 스카이블루의 분위기가 '나에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집 비운의 타이틀'인 '12월'의 맥은 간결한 사운드에서, '수요일'의 맥은 쓸쓸한 독백으로 가득찬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Driving'은 가사에 등장하는 '도시의 밤'처럼, '12월'의 차가운 도시적 감수성을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곡 마지막 음의 불협화음도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B.I.S.H'는 제목의 의미부터가 궁금해지는 트랙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bish'는 속어로 '실수' 혹은 '잘못'을 뜻합니다. 철자 사이에 위치한 점은 그 뜻과 더불어 숨겨진 뜻이 있음을 암시하지 않을까요? 곡 전반을 아우르는 처절함은, 1집의 토끼 시리즈 '북치는 토끼'와 '토끼와 자라'처럼 잔혹동화의 이미지를 이어갑니다.
'Letter to Arctic', 즉 '북극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하프물범'은 딱 모 포털 사이트의 웹툰 '그린 스마일'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아기 '하프물범'이고, 배경은 '북극'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맞다면 두 사람도 그 웹툰을 보고 이 곡을 쓰게 되었겠죠? 부분별한 수렵으로 물범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더 먼거리를 헤엄쳐야하는 북극곰이 익사하고 있는 북극의 이야기들...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쓰고 있고 잘 보존하여 돌려주어야할 '행성 지구(Planet Earth)'를 우리는 너무 방만하게 이용하고 있지않나요? 그냥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날이 다른 지구 모든 생명체에게 '해방의 날'이 아닐까요? 망설임과 설렘의 추억을 노래하는 '잊혀진 이야기'는 반어법의 제목과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의 제목을 보면, 12월에 발매되어 철지난 타이틀이 되어버린 비운의 타이틀 '12월'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2집은 10월에 발매된다는 강점을 살려, 작정하고 겨울 시즌을 노린 트랙들임을 알 수있습니다. 'Christmas Carol'은 그 단순명확한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득찬, 흥겨운 트랙으로, 내내 기타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멤버 김선영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부제로 '제1탄 크리스마스 트리의 신비한 힘'이 달려있어 제2탄을 찾아보지만 이어지는 'Christmas Next Day'에서도, 앨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3집에 대한 복선일까요? 그렇다면 '제2탄'은 혹시 '산타클로스의 새까만 음모(혹은 음흉한 속셈)'이 되려나요? Christmas Carol의 다음이기에 'Christmas eve'가 아닌 'Christmas Next Day'가 된 트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하고 실패한 뒤의 착찹함을 노래합니다. 24일에 잠들에서 26일에 일어나는 '회피기동'을 실행한 '솔로부대의 허탈감'을 노래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어떤 솔로의 노래(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패러디로, 수많은 버전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음)'를 해주면 어땠을까요? 솔로부대를 '사병(이것도 패러디)'으로 거느릴 기회였는데.
"어떤 솔로의 노래" 보기
마지막 트랙 '손'은 앨범 타이틀 '손 꼭 잡고'의 '또 다른 부분'이자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꼭 잡고'난 뒤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그 두 마음이 통한 뒤 펼쳐질 이야기들이 '손'에 담겨있습니다. '루싸이트 토끼의 범주'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연주는 진취적이며, 어쩐지 '피터팬'이 '웬디'에게 처음 손을 내밀며 '네버랜드'로 날아가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시에 피터팬에게 작별을 고하게 '현실(Londun)'으로 돌아와 어른이 된 웬디가 그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도요. 대반전처럼요. (그리고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Sweetest loser'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루싸이트 토끼의 2집 'a little sparkle'을 살펴보았습니다. 1집과 마찬가지로 난잡하지 않은 다양함 속에서 역시 밴드 본연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돌파(=화려한 연주실력)'나 '강력한 골 결정력(=강렬한 임팩트=앨범 판매를 위한 한 방)'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탄탄한 실력과 쏠쏠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이 다른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과는 차별화된 루싸이트 토끼의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하네요. 이제 감독님(사장님)이 한 번 더 밀어주셨으니 '포텐 폭발'할 때입니다. 루싸이트 토끼!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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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팬미팅 in 10월 19일 클럽 타
조금 일찍 도착한 홍대의 거리는, 그야말로 상당히 쌀쌀해서 초겨울의 날씨였습니다. 팬미팅은 7시 30부터 시작예정이었는데, 당첨자 확인 및 입장을 동시에 7시에 시작하기에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입장 티켓을 받은 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팬미팅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입장 후 30분의 기다림이 지나고 팬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준 예스24 관계자분의 안내가 지나고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비춰졌죠. 요조나 한희정의 단독공연때도 그렇고, 요즘 '파스텔뮤직'이 영상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 속에는 동대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팬미팅이 열리는 클럽 타까지 들어오는 타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이 올라가고 타루와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 '오박사(오수경, 밴드 1984 소속이기도 함)'가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팬미팅에 응모한 사연들 중 '타루와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은?'에 대한 대답들이었습니다. 재치있는 대답부터 장황한 대답까지 여러 글들을 타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퀴즈 시간이 이어졌고, EA에서 협찬한 USB 메모리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잘 모르고 있었던 타루에 대한 사실들 알게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박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되었구요. 이어 이어진 질문 시간에서는 재미를 붙인 오박사의 계속된 질문 뽑기로 상당히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들이 나왔구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어쿠스틱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팬미팅의 시작에 앞서 예고한 셋리스트대로 곡은 진행되었습니다. 오박사의 키보드에 연주에 맞춰 코 앞에 앉은 타루는 "Don't let me down"를 불렀습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곡들이 있는데, 이 곡도 그렇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팬미팅 시작에 앞서 상영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타루가 홀로 부르는 '내일이 오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기타세션도 등장하였고, 화려한 분위기의 앨범 버전과는 달리 소박한 어쿠스틱에서는 좀 더 가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내내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된 팬미팅에 실망했는지, 타루는 좀 더 편한 분위기를 갖도록 유도했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가장 앞 줄에 앉은 한 팬은 미리 준비해온 김치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그녀 앞에 풀어 놓기 시작했죠. 막X리까지 등장하여 마치 타루를 앞에 두고 제사를 치루는 장면같았달까요?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가장 슬픈 곡이라고 할 수 있는 'Sad melody'를 부르다가 그만, 먹는 모습에 타루의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죠.
팬미팅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팬클럽에서 추첨된 인원이 아닌 대형사이트에서 추첨으로 선정된 인원이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타루의 열렬한 팬이 아닐 수 있기에 프로답지 못한 그녀의 첫인상에 큰 기대가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실수 때문인지, 팬미팅 시작부터 내내 타루 옆에 있었던 오박사는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어진 '연애의 방식'과 '풍경은 언제나'는 깔끔히 마무리되었고, 앵콜곡으로 '사랑의 찬가'가 이어졌습니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이어졌고, 남은 사인회를 뒤로 하고 금토일 그리고 월요일로 이어지는 외출의 피로 누적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의 소득이 있었지만, 진행 상 많이 아쉬운 팬미팅이었습니다. 편안한 만찬은 공연 중이 아닌, 공식적인 순서가 모두 끝나고, 혹은 편안한 사인회 즈음에 시작했어야 좋았을텐데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좋지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한 팬미팅이었다고 할까요? 걱정과 우려로 편안한 어쿠스틱이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린 상황은 다시 없도록 해야겠구요.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즐겁게 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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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District 9) in 2009.10.18.
뉴스와 인터뷰, 그리고 자료화면을 교차편집한 전반부는 시사회 후기들처럼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공에 나타난 엄청난 우주선, 그 우주선을 타고온 외계인은 지구침공이나 우주정복이 목적도 아니었고 압도적인 초능력 시범이나 과학기술을 전수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굶주림에 허덕이는 난민에 불과했죠. 그리고 그들은 요하네스버스의 외계인 난민촌인 '디스트릭트 9(9 구역)'에 거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지구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외계인들의 거주구역은 그대로 슬럼화되면서 외계인의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나이지리아 갱들까지 등장하면서 주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아공의 국민이 아닌 외계인이기에 남아공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 불가능해지자 세계연합의 대리자로서 다국적기업 'MNU'가 외계인 난민촌을 요하네스버스 외곽의 '디스트릭트 10'으로 백만이 넘는 외계인의 이주를 집행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죠.
핸드헬드카메라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내면서도 이 신비로운 '외계인'의 실체(?)를 밝히는데 게으르지 않습니다. MNU가 세계 2위의 무기제조업체라는 점과 외계인들이 자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야기 퍼즐의 조각은 완성되죠. 신비한 무기와 그것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의 움직임, 음모의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나요?
하지만 영화는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초점의 중심을 정의로운 요원이 아닌, 하루아침에 MNU의 직원에서 지명수배자로 전락한 주인공 '비커스'의 입장에서 풀어나갑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의 처절한 투쟁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죠. 소시민으로서 거대한 시스템(정부, 국가, 혹은 다국적 대기업)에 대항한 투쟁은 이미 여러 영화들에서 그려져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외계인'이라는 SF 소재가 결합되면서 이 영화를 특별하고 화려하게 합니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같았던 영화는 액션 영화로 녹아듭니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심하니 그만하도록 하죠.
지구인 주인공 비커스와 외계인 주인공 '크리스토퍼'의 신뢰는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보았던 SF 영화 한 편을 떠올립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우주전쟁으로 시작되는 영화인데, 지적 생명체가 없는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조종사와 외계인 조종사가 서로 적이었던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도와가며 행성에서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외계인은 지구인과는 다르게 남성과 여성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자웅동체로서, 자식을 남기고 죽게되고 지구인 주인공이 그 자식을 아들로서 키운다는 내용이었죠.
영화의 절정에서 외계무기들의 실전 시범(?)에서 보여준 성능은 통쾌하더군요. 그 대상이 누구냐에 관계 없이요. 그리고 큰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혹시나 가능하다면 후속편을 기다리게 합니다. 물론 나온다면 통쾌한 대학살극(?)이 되겠죠.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언론의 삼위일체가되어 진실을 은폐하고 한 개인을 억압하는 현실은 왠지 남의 이야기같지 않습니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깊은 여운과 많은 생각할거리를 남긴 영화 '디스트릭트 9' 별점은 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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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보자, '숲의 큐브릭'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음반들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파스텔뮤직의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멋진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네."라고요. 아마도 날씨가 좋은 날 햇살이 잘 드는 1층 혹은 2층의 카페에서였을 거에요. 저만 그런 생각을, 그런 꿈을 갖았던 것은 아니었나봐요. 물론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루어졌으니까요. 바로 '숲의 큐브릭'으로요.
'숲의 큐브릭'은 그야말로 '파스텔뮤직'에서 직영(?)하는 공간입니다. 약도는 파스텔뮤직 블로그(http://pastelmusiclife.tistory.com/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직접 잠깐 찾아갔던 '숲의 큐브릭'을 살펴보죠.
숲의 큐브릭은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상상마당 근처에 위치하게 있어요.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닌, 그 옆골목에서 조금 더 들어간 조금 외진 구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처음가는 발길에 찾기 힘들겠지만, 다행히도 한 번에 기억될 만한 표지가 사람들을 맞이해주네요.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어요.)

누구냐 넌?
건물로 가까이 접근하면 숲의 큐브릭은 햇살이 잘 들 법한 1층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죠. 가까이 가보죠.

부엉이 + 원숭이 = 부엉숭이?
지하에 위치한 숲의 큐브릭을 발견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녀석입니다. 숲의 큐브릭 공식 마스코트라고 할까요? '부엉이'와 '원숭이'의 합체 '부엉숭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림풍이 왠지 어린시절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일본만화의 한 컷같은 느낌이 들어요. '숲의 큐브릭'이 일본어로 써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요. 이제 내부를 둘러보죠.
'숲의 큐브릭' 내부의 전경들입니다. 아직은 정식 개장이 아니라 그런지 휑한 느낌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저 말고 두 사람이 있었는데 곧 나가더군요. 홀의 중앙에 아무것도 없어서 썰렁했죠. 작은 공연장일 뿐만 아니라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의 역할도 하기에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해 보았어요.
'아사히 생맥주' 한 잔(6000won)과 '숲의 샐러드(8000won)'이었죠. 아사히는 약 400cc 정도가 글라스에 담겨나왔고, 기본 안주로 프레즐처럼 생긴 과자가 나왔습니다. 숲의 샐러드는 소개글이 재밌어서 시켜보았죠. 부담스러운 소스보다는 야채와 치즈로 이루어져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는, 내용물에 충실 샐러드였고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가볍게 맥주 한 잔에 샐러드 한 접시, 14000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 주말의 가벼운 휴식을 위해 지출하기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기대 속에 개장한 '숲의 큐브릭', 아직은 뭔가 빠진 느낌입니다. 파스텔리언들의 아지트가 되지에는 아직 부족한 느낌입니다. '숲의 연주회' 벽화(?) 앞 의자들은 테이블에 비해 높아, 혹은 테이블이 너무 낮아, 술을 마시고 샐러드를 먹기에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더불어 아무리 좋은 블로그 툴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포스트들이 실하지 않으면 방문자를 늘릴 수 없듯, 숲의 큐브릭에도 '실한 포스트'와 같은 알찬 내용물이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음반과 음원 그리고 공연, 즉 소프트웨어만를 제작해온 장인 '파스텔뮤직'에게 '숲의 큐브릭'이라는 공간은 하드웨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하드웨어를 가꾸고, 그 안을 채울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일, 파스텔뮤직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파스텔리언들의 멋진 아지트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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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오-크의 시대다' in 10월 16일 V-hall
'청포협'은 붕가붕가 레코드 초기 시절, 처음으로 12트랙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4인조 남성 포크 팀으로 '청년실업'과 더불어 이제는 공연을 보기 힘든 밴드이고, 청포협의 1집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은 이제 구하기 힘든 희귀음반이되었습니다. 더구나 청포협의 네 사람이 함께 한 무대에서 공연한 역사가 없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하겠습니다. 2005년에 발매되었으니 4년 만에 진정한 음반 발매 콘서트를 연다고 할까요? 이제는 구할 수 없는 1집을 대신해서, 공연에 온 사람들에게 한정적으로 4개의 트랙을 선곡한 미니앨범을 판매한다고 하니, 1집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금요일 오후 8시에 시작으로, 비교적 늦은 시간에 시작된 공연은, '청포협'의 한 명이자 잠정적으로 해체한 밴드 '그림자궁전'의 리더였던 '9'의 새로운 밴드 '9와 숫자들'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9와 숫자들'로 그동한 멤버 교체가 있었고 한창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귀에 익은 '말해주세요'가 첫 곡으로, '솔로 9'로서 보여주었던 포크적 감성이 이어지는 곡입니다. 이어 압구정(?)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오렌지 카운티', 유치하면서도 사뭇 진지한 가사와 상당히 철학적인 제목의 '그리움의 숲'이 이어졌습니다. 게스트로서는 상당히 긴 공연 시간을 보냈는데, 특별한 이벤트로 도서 증정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Sugar in my life'로 역시 솔로 9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9의 얼굴들'의 음악적 이미지는 인디팝-락의 감성을 이어가면서도, 세련된 화법이라기 보다는 80년대 음악이나, 80년대 이전의 미국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인디음악의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자궁전에서는 서브보컬이었던 9가 메인보컬을 담당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모습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현재 멤버는 초기 멤버라고 할 수있는 홍일점 여성 드러머 7, 어리지만 뛰어난 음악 센스를 갖고있다는 키보디스트 8과 '로로스'에서 빌려온 베이시스트 1, 기타리스트 6, 그리고 보컬 및 기타의 9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게스트 공연에 이어 붕가붕가 레코드 소속 밴드들의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순서는 바로 이름으로만 들었던 '불나방 스타 소시지 클럽'이었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름을 패러디했다는 소문이 있기에 상당히 분위기 있는 음악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기대는 등장에서부터 무너져내렸습니다. 바로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한 6인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각각 병아리 감별사(보컬), 스키강사(멜로디언), 3천년 정통의 중국 발맛사지사(베이스), 4대강 공사장 인부(퍼커션), 태릉인(드럼), 그냥 외국인(기타)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장은 단지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습니다. 현 가요계의 세태를 비꼬는듯, 동종 업계 음악들의 무단 샘플링으로 얼룩진(?) 곡 '아으어우아으아'는 너무 얌전한 곡이었습니다. '원더기예단'이라는 곡에 이어 만화주제가풍의 '마도로스 K의 모험'이 이어졌고 '다음 시간에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익숙한 동요 '악어떼'를 재구성하여 '사회의 폭력'에 대해 노래하는 '악어떼'에서는 떼창 시간이었죠.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독수리'와 앵콜곡이자 랩이 가미된 '석봉아'를 들으면서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붕가붕가 레코드가 이끌어가는 새로운 혼합 장르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처음 보게되기를 기대했던 팀은 '청포협'만이 아니었고 바로 두 번째 메인인 '청년실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이제는 록큰롤 스타가 되어버린 장기하가 몸담었던 밴드로 더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청년실업의 음악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근간이 될 만한 소리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장기하 외에도 두 멤버는 '목말라'와 '이기타'였는데 이기타는 과거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와 함께 '프리마켓' 공연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청년실업'이라는 밴드 이름다운 곡 '쓸데없이 보냈네'로 시작되었습니다. 허무한 하루를 한탄하는 듯한 이기타의 탄식 혹은 울부짖음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이제 한 사람은 로큰롤 스타가 되었고 다른 두 사람도 나름대로 직업이 있기때문에 '청년실업'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모순이 되어버렸고, 목말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바로 '청년취업'이 아닌 '청년시럽'이었죠. 언어유희로 한국어의 묘미라고 할까요?
헤어진 애인을 냄새를 통해 회상하게되는 웃지못할 비극을 노래하는 '냄새나요', 진지한 나레이션이 인상적인 '착각', '장기하와 얼굴들'이 불러 더 유명해진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까지 한 곡 한 곡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점을 찍은 곡은 바로 앵콜곡이었습니다. 그 전에 원래 준비했지만 하지 못하게된, 이기타가 만든 비운의 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나코에서 생긴 일'이라는 곡으로 이기타 솔로로 들을 수 있었고, 데모로 듣고 좋지 않았다던 장기하의 뒷수습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앵콜곡은 바로 '포크레인'이었습니다. 음악장르를 뜻한느 '포크(folk)'와 식사도구인 '포크(fork)'의 같은 발음과, 비를 뜻하는 '레인'을 더해 건설기계인 '포크레인(굴삭기)' 혹은 '포크음악의 비'를 뜻하는 '포크레인'의 언어유희를 펼쳐나가는 곡입니다. 이기타와 장기하가 주고받는 딴지는 또다른 묘미였죠. 장기하는 과거의 후덕함을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포협'의 무대였습니다. 청포협 혹은 '관악청년포크협의회'는 '9', '치기 프로젝트', '그린티바나나', '언팩트그레이'이로 4인조 밴드로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인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을 발표하고 '치기 프로젝트(이후 '도반', 현재 '생각의 여름'으로 활동)'의 군입대로 네 사람의 함께 무대에 오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세 사람도 거의 함께 공연하지 못하고, 자주 둘둘 짝을 의루어 공연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죠. 저는 프리마켓에서 9와 그린티바나나가 '청포협'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더불어 2000년 이후의 홍대 앞 인디씬의 역사에서 족적을 남길 만한 두 밴드, '그림자궁전'과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각각 9와 그린티바나나)를 배출했다는 점만으로도 청포협의 의미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청포협을 그렇게 기다리던 이유는 그 의의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청포협의 이름을 걸고 그들이 들려준 음악들은 추억으로 묻혀두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치기 프로젝트'의 '습기'를 시작으로 4년을 기다려온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치기 프로젝트의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9는 일렉기타를, 다른 세 사람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앉아있었죠. 치기 프로젝트의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9의 일렉기타와 다른 두 사람의 코러스가 돕는 형식이었고, 다른 곡들에서도 한 멤버의 곡을 다른 세 멤버들이 돋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어 '그린티바나나'의 타이틀곡 '꽃무늬일회용휴지'가 이어졌습니다. 90년대 가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답게 이 밴드 음악의 근간이 느껴지는, 가요에 가까운 대중적인 포크음악이 그린티바나나의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목에서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청승이 조금 느껴지지 않나요?
드디어 '언팩트그레이'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게되었습니다. 현재 장르는 제 각각이지만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계속가는 세 사람과는 다르게, 대기업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그의 오랜만에 공연이기에 더욱 특별했죠. 그의 첫 곡은 바로 '내 모습'이었는데, 그린티바나나와 마찬가지로 90년대 가요에 가까우면서도, 그린티바나나보다는 좀 더 세련된 서정성이 더 두드러지는 점이 언팩트그레이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청포협 멤버로 화장실이 급했던 '9'의 곡이 두 곡 이어졌습니다. 9는 다른 세 멤버와는 다르게 좀 더 거친 포크음악을 들려주는데, 본인의 과거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좀 더 진정한 포크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합니다.여백의 미가 강한 음악이 9의 매력이구요. 유명한 동요 '과수원길'이 첫 곡이었는데 중간에 그린티바나나의 돌발행동 때문에 진지한 분위기는 폭소로 물들었고, 덕분에 따라부르기 시간이 별도로 이어졌습니다.
9의 두 번째 곡은 '간격은 여전히 한 뼘'으로 가사보다 한숨같은 허밍에 더 많은 의미(제목같은 두 사람 사이의 간격)가 느껴지는 곡이죠. 그린티바나나의 감미로운 포크+발라드 '4', 얼마전에 '생각의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치기 프로젝트의 앨범 타이틀 곡 '말'이 이어졌고, 마지막 곡은 정말 꿈만같았던 네 사람의 무대를 대변하는 듯한 언팩트그레이의 '꿈만같던'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앵콜곡이 이어졌죠. 무려 두 곡이나! 8090세대를 위한 두 곡이었는데 한 곡은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싱얼롱을 위한 적절한 배려였죠. 하지만 두 번째 곡은 바로바로 '공일오비'의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이건 싱얼롱도 싱얼롱이지만, 이 곡은 '눈물'과 '마지막'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나 합니다. 정말 눈물 흘릴 뻔 했으니까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그 노랫말처럼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이름을 건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포협과 우리들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한 뼘'이니 어떤 '말'보다 강한 그들의 음악, '4' 사람의 모습으로 '꿈만 같던' 공연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리고 희귀반 청포협 1집을 들고가서 네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1집에서 특별히 선곡한 미니앨범을 두 장 입수하였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청포협이 일 년에 한 두번, 혹은 한 계절에 한 번 정도는 공연을 하고 가끔 음반도 내서 주머니의 총알들을 빼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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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최근 약 2 달동안은 책을 잡아도 끝까지 읽기가 어려웠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읽으려고 잡은 책도 몇 페이지를 읽고나면, 덮어놓고 다시 펴 읽게되지 않았달까? 정말 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나? 그러다가 요즈음 몇일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효과인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않기만 하면 스르르 눈이 감기던 습관이 조금은 줄어들어서, 앞부분을 읽다가 그만두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2009년 3월에 발매된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책을 사고 있는 유일한 외국 작가다.(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랬었지만 이제는 식었달까?) 원래는 진작에 읽었어야했지만, '좌안'과 '우안' 시리즈에 밀리다보니 10월까지 오게되었다. 9월 말에 앞부분을 조금 읽었다가 덮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은, 이제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인지 기대에 비한다면 실망스러웠던 '좌안'과는 달리, 언제나 마음에 들었던 앞던 단편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좋았다. 그녀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들의 근본을 찾을 수있다고 할까? 목욕을 좋아하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찾는 재미를 좋아하는 그녀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녀 본인의 투사라고 확인할 수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 좋아하는 색들, 좋아하는 소품들... 좀 더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취하기 부족하지 않은'이 아닐까한다? 그녀의 전형성에 면역이 생긴 독자라도 그녀의 매력에 다시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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