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머문 자리에

사랑을 하고 이별은 하고 또 다른 사랑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해.

'사랑이 머문 자리에 그 사랑이 지나면 무엇이 남는 것일까?'

사랑 후의 사랑.

'지금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고 지난 사랑은 가짜였을까?'

늘 그렇게 궁금했어.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겠어.

사랑, 사랑, 사랑.

어느 하나의 사랑도 그들에게는 모두 진짜 사랑이었을 것이고.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우리 마음의 나이테가 하나 정도 늘어나겠지.

그렇게,

사랑이 머문 자리에.
2010/10/05 09:42 2010/10/05 09:42

우리가 만나는 날에는

밤새 그치지 않을 것만 같던 폭우가 내리다가도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면 맑은 하늘이 찾아오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결코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고민들이 어어지다가도
그 때가 되면 모두 다 눈녹듯 녹아 사라지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걱정마, 모두 다 잘 될 거야'
서로에게 밝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너와 나,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그렇게 '우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나는 날에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2010/10/05 09:40 2010/10/05 09:40

10월의 질식

어느덧 2009년에게도 시월이 찾아왔어. 해는 짧아지고 밤공기는 점점 싸늘해지고 있어.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조금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밤공기를 쐬면서 생각이 났어. '미스티 블루'의 'Daisy'가.



유난히 무표정한 차갑게 무관심한 시월의 밤
두 손 모아 그린 원 가득, 그 안에 시린 널 따스히 담아
내게만 보이지 않는지, 우울한 밤하늘 그곳엔
그토록 헤매였던, 보고팠던 그댈 닮은 별들 볼 수 없었어


짙어지는 가을, 특히 시월의 밤공기에는 어떤 마력이 있나봐. 너무 차갑지 않고 피부로 느껴지는 그 딱 알맞은 서늘함과 가슴 깊게 들어마시면 느껴지는 그리움 가득한 가을밤의 향기는 숨이 멎게해.



내 맘은 점점 시들어버려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향해도
입가에 맴도는 그리운 이름 하나, 부를 수 없는


아직도 기억해 내 안의 너의 모습
시간의 영원 속에서 미소짓는 듯
매일 난 꿈을 꿔 항상 같은 얘기 똑같은 눈빛으로


그런데, 그런데 그리울 이름, 그리울 얼굴이 없는데도 그리움이 생겨나는 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내가 가진 그리움은 너무 막연한 그리움이어서, 마치 밤하늘에 빛나는 별 하나에 살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처럼 막연해.

인간은 본연 외로운 존재라고 했나? 결국 홀로 태어나 홀로 죽음을 맞이하니.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삶처럼,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그리움도 인간 본연의 속성이 아닐까?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느 누구도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본연의 그리움을 품고 있지 않을까?

맑은 밤하늘, 마른 가을의 공기의 향기는 그렇게 숨을 멎게 해. 사색에 빠져들게 해.

2010/10/05 09:31 2010/10/05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