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 18회부터 '싸이월드'와 함께 해온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21번째 본선 무대가 2010년 11월 20일, 작년과 같은 장소인 한양대학교 백남 음악관에서 펼쳐졌습니다.
총 10팀이 영광스러운 본선 무대에 올랐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6개 부문(작곡상, 작사상, 연주상, 가창상, 싸이월드음악상, 대상)에 대한 수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작년 본선 수상자들의 음반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또 다른 수상자들을 만난다는 점이 어색합니다. 하지만 과거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음반이라는 결과로 나오기까지, 수상 후에도 짧게는 2~3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작년 수상자들에 대한 기다림은 아직 이르겠죠. 그 기다림을 대신해 줄, 아니면 또 다른 기다림을 불러올 노래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 2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수상곡들을 살펴보죠. 소개 순서는 '순위'와는 무관합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홍보하는 곡들을 자주 접할 수 있죠. 그 멜로디를 평가하는 '작곡상'의 수상자는 남성 솔로 뮤지션 '김선욱'입니다. 기타 한 대와 어우러진 남성의 목소리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무난한 구성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가 그의 기타와 함께 들려주는 '길'은 기승전결의 구성이 뚜렷한 곡입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향하는 '90년대 즈음의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주는 가요'에 부합되지요. 그 기승전결 속에서 완급조절을 하는 기타연주보다 더 귀를 사로잡는 점은, 사실 '가사'입니다. 작곡상을 받은 곡에서 가사타령이 좀 우습지만, 진취적이고, 다분히 '삶에 대한 투쟁적'이라고 들릴 수도 있는 가사는 소위 '랩을 포함하는 힙합음악'에서 들었을 법합니다. 가사의 시작이 모두 명사(아침, 기차, 스무 살 역)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전리품'부터 '타협', '싸움'이나 '절대 가치' 등 보통 가요에서 들을 수 없던 단어들의 선택에서도 그렇습니다. '거라고, 남더라도', '모를 뿐, 바랄 뿐'이나 '나이, 묻지, ~는 지, 있을지'과 같이 다분히 라임(?)을 맞추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구요. 포크를 가장한 힙합이라고 할까요? 힙합 스타일로 리믹스되어도 재밌을 법하네요.
음원으로만 음악을 감상하다고 공연장을 찾았을 때, 그 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은 아마 아름다운 연주일 겁니다. 그 연주를 평가하는 '연주상'의 수상자는 혼성 4인조 '새의 전부'입니다. 피아노와 신디사이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젬베로 이루어진 이 4인조의 수상곡은 '흙에서 묻고 웃자'입니다. 구성악기에 젬베가 있는 점에서도, 제목에 '흙'이 들어가는 점에서도 '제 3세계 음악', 소위 '월드뮤직'의 향기가 예상됩니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화로운 농촌 마을의 풍경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의 북소리만큼이나 젬베의 푸근한 소리는 이른 아침 논두렁을 걷는 농민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을 그려냅니다. 기타 연주는 그 논 주위를 굽이굽이 사행하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맑은 피아노 소리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만들어내고 신디사이저는 자욱한 안개가 되어 공간을 채웁니다. 하지만 어떤 악기보다 인상적인 악기는 바로 여성 보컬의 목소리입니다. 가사를 풀어내는 목소리는 노래라기 보다는 악기에 가까운 소리가 되어 어우러집니다. '슬픔도 미움도 흙에 묻고...'라는 가사에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인 '한(恨)'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들이, 이 팀의 이름 '새의 전부'라는 이름처럼, 하늘을 나는 새의 눈에서 제 3자의 시각으로 그려집니다.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가창상'의 수상자는 남녀 혼성 2인조 'F#m7'입니다. 이름이 독특한데 포털 검색을 해서 찾아보면 어려운 운지법으로 악명이 높은 기타 코드 가운데 하나랍니다. 어려운 코드를 능숙하게 연주하듯, 실력을 뽑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남녀 혼성 2인조라는 점과 남성이 보컬을, 여성이 피아노를 담당하는 점은 작년 이 상의 수상자들과 일치합니다. 멋들어진 보컬의 목소리는 'Brown eyed soul'의 '정엽'이 떠오릅니다. '나의 일상'이라는 제목은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떠올리게 하구요. 피아노 연주위로 흐르는 그의 목소리는 멋진 째즈바의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합니다. 가창상을 받는 것은 당연했구요.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가사를 평가하는 '가사상'은 여성 솔로 뮤지션 '이경원'이 수상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남녀 각각 솔로 뮤지션은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올해는 '작곡상'과 '작사상'을 가져갔네요. 떡파는 할머니의 모습을 수필처럼 그려낸 가사는, 간결하지만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호소력이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할머니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떡 사이소, 떡 사가소'라는 소절은 짧지만, 굽이굽이 굴곡진 할머니의 긴 하루, 긴 인생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올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본선에 오른 팀은 10팀이고 상은 6개 부문이지만 수상팀은 5개에 불과했습니다. 왜냐하면, 동시 수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인기상'에 해당하는 '싸이월드음악상'과 으뜸에게 주어지는 '대상'이 혼성 3인조 '하늘'에게 돌아갔습니다. 하늘은 여성보컬 겸 피아노, 남성보컬 겸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젬베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작년 대상 수상팀 '둘이서 만드는 노래'도 젬베가 있었고 올해 '연주상'을 받은 '새의 전부'도 젬베가 포함되어 있는데, 인기상과 대상을 거머줜 이 팀에도 젬베가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실력을 기준으로 수상이 되었겠지만, 혹여나 '젬베=수상'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듭니다. 밴드 이름과 동일한 수상곡 '하늘'의 피아노, 기타, 그리고 젬베가 어우러진 연주는 다분히 '월드뮤직'의 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밝고 진취적인 분위기는 '두번째 달'이나 'Alice in Neverland'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월드뮤직의 바탕에 남녀가 주고 받는 보컬과 가사의 자연친화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은 역시 'Bard'의 음악이 떠오릅니다. (Alice in Neverland와 Bard는 모두 두번째 달에서 분리된 밴드들입니다.) 작년 대상팀 역시 월드뮤직의 색채를 띠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로써 심사위원들의 기호가 노출된 건 아닐까 합니다. 대상을 위한 어떤 공식이 말이죠. 분명히 듣고 좋고 잘 만들어진 곡으로 인기상을 받기에 충분한 흡인력을 갖고 있지만, 대상으로서는 아쉽고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하지만 작사, 작곡, 연주, 가창의 모든 면을 보았을 때, 월메이드 가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수상하지 못한 입상팀들의 곡들도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요소에서 충분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점, 기성 가요와는 다른 출전팀만의 매력이 부족한 점이나 확연한 인상을 줄 만한 임팩트가 부족한 점 등이 아쉽습니다. 이상으로 모든 수상곡을 살펴보았습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의 이미지가 강한 점은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뮤지션들을 꾸준히 배출하지 못하는 점도 그렇구요. 무엇보다도 과거보다 줄어든 수상의 메리트(대표적으로 상금의 감소)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생업과 음악을 병행하는 숨은 고수들에게 출전 동기로서 부족해 보입니다. 일회성의 상금 지급으로 그치지 않고, 보다 지속적인 지원이 그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음반제작 지원과 같은 후속 조치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전문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등용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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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작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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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프니 메이어 - 이클립스 (Eclipse)
이 시리즈의 앞선 두 권, '트와일라잇(Twilight)'과 '뉴문(New moon)'의 분량도 적지 않은 편인데, 이 시리즈는 뒷 쪽으로 갈 수록 점점 분량이 많아진다. 이클립스는 뉴문보다, 마지막인 브'레이킹던(Breaking Dawn)'은 이클립스보다 분량이 많다. 그만큼 읽는데 더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
뱀파이어보다 더한 탐욕의 '벨라'는 이번에는 어처구니 엄청 우유부단으로 독자를 짜증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뱀파이어가 되려는 욕망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에드워드)와 늑대인간(제이콥) 사이에서 우유부단과 둘을 모두 소유하려는 욕심은, 내가 읽었던 어떤 소설의 주인공보다도 멍청하고 파렴치하며 분노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진짜 그런 인간이 존재한다면 '재앙'이나 다름 없겠지.
뉴문이 완결된 이야기가 이니라고 했는데, 그 이야기의 완결은 이클립스에서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달(뉴문; new moon))으로 등장한 늑대인간 제이콥의 사랑이 '벨라의 태양' 에드워드를 가려서 일식(이클립스; eclipse)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말이다. 광기와 관련있고 늑대인간의 전설과도 닿아있는 달이기에 에드워드의 호적수로 등장한 늑대인간 제이콥은 새로운 달(뉴문)이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들은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판타지 소설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충분히 예측할 만한 전개(동맹)는 뻔하지만 나름 재미있다. 큰 이야기 하나는 마무리 되지만, 볼투리가의 재등장과 에드워드와 벨라의 계약은 마지막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제이콥의 시각으로 본 이야기는 외전을 예고한다. 이미 적으로 등장한 '브리'의 이야기로 '브리 태너'가 발매되었고, 작가가 작업 중단으로 선언한 ' 에드워드의 시각으로 본 트와일라잇 사가' 미드나잇선(Midnight Sun)'이 있는 점으로 볼때, 이 매력적인 늑대인간들의 이야기는 외전으로 충분하다.
브레이킹던은 어떤 의미의 제목일까? 이제 트와일라잇 사가의 마지막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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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팬미팅 in 11월 11일 클럽 타
팬미팅의 시작은 7시 30분부터였고 입장은 7시에 시작이었기에, 클럽 타 앞에 넉넉히 도착한 저는 근처 라멘집 '하카다 분코'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클럽 타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타에서는 리허설하는 소리가 들렸고, 식사를 하고 돌아왔음에도 줄을 서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7시가 가까워져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비도 내리고 번개도 치는 날이라서 혹여나 팬미팅을 포기한 당첨자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 7시 즈음에는 꽤 줄의 길이가 길어졌죠. 간단한 신분증 확인 후 입장이 시작되었고 가장 먼저 입장을 한 저는 맨 앞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를 볼 기회를 얻었죠.
드디어 팬미팅이 시작되었고 스크린이 올라갔습니다. 한희정의 사상 첫 팬미팅은 그녀의 새 EP에 실린 '어느 가을'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팬미팅이 시작되었죠. '더더 밴드'를 시작으로 '푸른새벽'을 거쳐 솔로활동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이런 팬미팅은 놀랍게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인디뮤지션들이 팬미팅을 가질 기회가 없기는 만찬가지겠죠.
이번 EP '잔혹한 여행'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팬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질문에 대한 대답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팬미팅 답게 그녀의 '첫사랑'과 '첫입맞춤'에 대한 이야기도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팬미팅을 놓친 팬들은 땅을 칠 만했죠. 추첨을 통해 세 명의 팬에게는 그녀가 직접 빼빼로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들인데, 그녀는 지구 멸망에 대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담으로 1시간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연 공연시간이 시작되었죠. 이번 EP는 '한희정 밴드'로서 밴드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이번 팬미팅 무대에 올라선 그녀는 혼자였습니다. 오랜만에 솔로 뮤지션 '한희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우리 처음 만난 날'은 팬들과 함께했고, '솜사탕 손에 핀 아이', '잔혹한 여행'으로 팬미팅은 끝났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팬미팅이었고, 그녀의 두 장의 EP '끈'과 '잔혹한 여행'에 자필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홍대 나들이였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팬미팅 영상은 예스24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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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소년 - 유년에게
감성 모던 포크 듀오 '재주소년'의 네 번째 정규앨범 '유년에게'.
사실 '파스텔뮤직' 합류 이전의 재주소년은 저에게 관심 밖이었습니다. '재주소년?, 재주를 넘는 소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성보컬을 편애하고 해외보다 국내 남성보컬은 더더욱 관심이 없는 제 음악적 취향에서 '소년(국내 남성보컬)'은 당연히 가까워질 수 없었죠. 하지만 '스위트피(김민규)'와 함께 파스텔뮤직으로 영입되고,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주소년'의 음악을 엿볼 수 있게 되었죠. 신곡 '농구공'과 요조가 다시 부른 '귤', 두 곡을 통해서 재주소년에 대한 다시 보게 되었죠. 90년대 가요에 대한 향수 느껴지는 '농구공'에서는 이승환의 '덩크슛'이 생각나기도 했고, 요조가 재주소년과 함께 다시 부른 '귤'에서도 새콤달콤한 귤처럼 상큼했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노래로 풀어나가는 재주소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정규앨범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재주소년은 '박경환'과 '유상봉', 남성 이인조의 모던 포크 듀오입니다.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이 밴드가 처음 '문라이즈레코드'로 데모 테잎을 보냈을 당시 제주도에 있었는데 제주도 소년을 의미하는 '제주소년'이라고 노골적으로 이름을 짖기는 민망해서 살짝 바꾸어 '재주소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소년에서 이제는 청년이 된 재주소년이 들려주는 유년에 대한 오마쥬, '유년에게'가 시작됩니다.
첫 곡 '밤새 달리다'는 오래된 카세트 테잎을 듣는 기분이 독특한 인트로로 시작됩니다. 가사는 상당히 자전적이면서도 은유적인 느낌의 가사입니다. 두 사람이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달려온 길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고 해야겠네요. '밤새 고속도로를 달린다'라고 상쾌한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조금 비틀어 보면 두 남자가 '밤새 술로 달린다'라고 생각해도 무방할까요? 술로 밤을 지새우며 지난 시간에 대한 대화가 펼쳐질 지도 모르죠. 어떻게 달리든, 밤새 달려온 그 끝에서 유년에 대한 향수가 펼쳐집니다.
'소년의 고향'은 그 유년에 대한 향수를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제목 그대로 고향에 대해 노래하고 있고 이 밴드의 이름의 유래가 된 '제주'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경환이 시작한 제주 이야기는 시작되는 노래는 왠지 구수한 느낌의 상봉이 들려주는 부산 이야기로 잠시 눈을 돌립니다. 다분히 회상적인 앨범의 분위기에 이 곡도 일조하면서 두 멤버의 출신에 대해 엿볼 수 있죠.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하며 제주도의 명승지를 소개하는 가사는 마치 제주도 관광을 홍보하는 CM송처럼 들립니다. 제주도 관광 공사는 재주소년을 섭회하지 않고 뭐하고 있나요?
'미운 열두살'은 경쾌한 멜로디와 재밌는 가사가 절로 미소를 만드는 트랙입니다. 열두살 여동생의 이야기를 오빠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가사는 여동생을 둔 오빠라면 한 번 즈음은 경험해 보았을 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합니다. 천방지축 여동생이지만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담아내는 가사는 평범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재주소년 음악의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째즈풍의 분위기있는 연주와 흥겨운 가사의 묘한 어울림은 이 곡의 매력을 더합니다.
앨범 제목과 동일한 '유년에게'는 유년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밤새 달리다'에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기상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지만, 이 곡에서는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으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봐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유년에 대한 그리움이 평온한 수면 위의 물결처럼 잔잔하게 퍼져갑니다.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미리 공개되었던 '농구공'은 90년 대에 대한 향수가 가득히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필자나 재주소년의 두 멤버와 같이 20대 후반의 남자라면 겪였을 이야기들이 담겨있죠. '패닉'의 '달팽이'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이 곡은 '농구'라는 소재난 슬픈 사랑 이야기를 주로 이야기하는 가요와는 다르게 밝은 가사는 '이승환'의 '덩크슛'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농구라는 소재는 90년대를 한국 소년 만화계를 휩쓸었던 '슬램덩크'의 향기도 담겨있습니다. 가수와 만화가가 되겠다는 두 친구도 바로 90년 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만화'와 '가요'에 대한 그리움을 슬며시 드러내구요. 간결한 기타리프는 코트 위를 가르는 드리블 소리와 겹쳐집니다. 바로 '이것이 웰메이드 가요'라고 불러도 될 만큼 짜임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 동안'은 성장기의 마지막을 노래하는 트랙입니다. 출생(소년의 고향)을 시작으로 유년기(유년에게)와 소년기(미운 열두살)를 지나 청소년기(농구공)를 거친 화자는 사춘기의 마지막을 지납니다. 잔잔한 기타 연주와 함께 가슴아픈 풋사랑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아려한 그리움과 함께 울려 퍼집니다. 남성 듀오가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서정성을 바로 재주소년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파스텔뮤직에서는 남성 뮤지션과 여성 뮤지션의 코라보레이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손잡고 허밍'도 그런 정책(?)에 따라 '요조'와 함께하는 트랙입니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사랑노래이기에 풋풋한 연애감정에 슬며시 미소짓게 만듭니다. '봄이 오는 동안'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고, 드디어 봄이 와서 '혼잡고 허밍'을 하나봅니다. 따뜻한 봄날의 밤에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연인과 함께라면 꼭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네요.
'Beck'은 '포크 듀오' 재주소년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믹싱의 연주곡입니다. 제목처럼 뮤지션 'Beck'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하네요.
'비밀의 방'은 몽환적인 소리로 가득한 트랙입니다. 꿈 속에서 들여오는 듯한 목소리와 기타 연주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비밀의 방'이라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느낌의 제목과 의미심장한 가사는 11월 27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해체를 하는 밴드의 미래와 맞물려서 곱씹어 보게 합니다.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숨겨진 바다', '머나먼 바다'는 이 밴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를 연상시킵니다. '지쳐있는 내가'는 재주소년으로 서 지금까지 온 두 멤버가, '잠시 지켜만 볼게'는 재주소년의 기약 없는 휴식이 대응됩니다. '비밀의 방',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지금껏 미뤄온 각자의 길에 대한 이야기겠죠. 의미를 생각하면 다분히 쓸쓸합니다. 하지만 이 곡에서 그런 쓸쓸함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재주소년의 끝을 안타까워하는 청자의 마음이 그런 쓸쓸함으로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쓸쓸함보다는 희망이 담겨있는 목소리의 '비밀의 방', 이 앨범 최고의 트랙으로 꼽고 싶습니다.
'머물러줘'와 '솔직, 담백'은 모던 포크 듀오답게 포크에 충실한 트랙들입니다. 연인에게 속삭이듯 수줍게 고백하는 모습들이 떠오르네요. 마지막 '춤추는 대구에서'는 앨범에서 가장 락킹한 트랙입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인 대구에서, 뜨거운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이 지나가는 뜨거웠던 시절에 대한 노래이구요.
'유년에게', 유년에게 보내는 편지들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2002년에 시작된 '재주소년'의 긴 여정, 두 사람이 만들어낸 '소년적 감수성'의 기록도 여기까지이구요.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에게 건투를 빕니다. 앞으로 각자 소년적 감수성을 들려주기를, 그리고 잊을 만하면 가끔 다시 재주소년으로 찾아와 주기를 바랍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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