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우안'의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오래 읽은 마지막 '우안' 2권.
결론은 마리의 이야기 '좌안'이 성장연애소설이었다면, '우안'은 성장, 초능력, 심령, 종교에 미스터리까지 결합된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겠다. 마리와 큐, 두 사람 인얀의 연결고리는 중요하지만 역시 큐의 이야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비오면 생각나는 파전'처럼 큐의 인생에서도 가끔식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할까? 물론 파전보다야 중요한 존재이지만.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의 가족말고 화가 '시즈오'가 중요한 조연으로서 마리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부각되어, 어린시절 마리의 오빠이자 큐의 친구인 '소이치로'만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후반부에는 언급도 없어서 좀 아쉬웠다.
'좌안'에서 거의 편지로만 만날 수 있었던 큐이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역시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의문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큐와 네네의 연이은 교통사고는 과연 우연이었을지, 프랑스의 초능력 연구소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큐의 제자 소노 분도의 과거와 큐가 목숨을 구해준 슈켄사의 이야기 등등...
나약한 여자이지만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였고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가는 마리에 비해, 염동력, 예지력, 공중부양 등 강력한 초능력에 건장한 신체를 가졌지만,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나약한 의지 때문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깨닭음을 원하지만 스스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어쩌면 그의 게으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기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그렇게나 타락할 수 있었는지, '좌안'의 마지막 모습과 '우안' 1권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나 이상했는데, 그렇게나 영특한 그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반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구도자 같았던 그가 알콜중독자가 되는 모습은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아미와 사키를 통해 마리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그래도 해피엔딩. 확실히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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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 - 우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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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 - 흐른
밴드 '로로스'로 더 유명한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 Movement)'의 유일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흐른'의 1집 '흐른'.
홍대 클럽 '빵'을 중심으로 하던 '흐른'은 남성 그리고 밴드가 위주였던 레이블 'TuneTable Movement'에 합류하여 2006년 EP '몽유병'을 발표하고 늦은(?) 나이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어느새 귀국하여 약 2년 반이 지난 2009년 3월 정규 1집 '흐른을 발표했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떨어진 잉크가 퍼지는 듯한 그림의 자켓으로 그녀의 음악활동의 이름인 '흐른'을 표현하고 있는 1집은 그 내용면에서도 일맥상통하여, 전작인 EP '몽유병'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EP와 1집 사이에 있었던 유학을 통해 느낌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첫곡 "Don't feel sorry"는 영어 가사의 곡으로 나름 유학파이자 페미니즘 성향의 그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P '몽유병'에 이어지는 그녀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더불어 EP 수록곡 '몽유병'의 당돌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내 빵을 뜯었나"는 제목에서 유명한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빵'이라는 단어에서는 어떤 '정치적 색'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예상외로 디스코풍의 전자음이 등장하면서, 흐른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누군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네요.
"다가와"는 EP의 '스물일곱'과 마찬가지로 가사에서 흐른의 소박하지만 솔직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연주에서도 그녀다운 편안함이 지배합니다. 봄에 발매되었지만, 가사에서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생각되고, 요즘같은 여름밤에 듣기 좋네요. "어학연수"는 실제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녀가 타지에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Wake Up in the Morning"은 애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사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확신시켜주는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는 마지막 트랙인 "Autumn Mix"와 비교하며 들으면 재밌습니다. Summer Mix가 댄서블한 빠른 템포와 시원한 전자음으로 여름을 노렸다면, Autumn Mix는 느린 템포의 넉넉한 밴드 사운드로 가을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 "산책"과 "Global Citizen"은 삶과 세상에 대한 사색이 짙게 느껴지는 트랙들입니다. "산책"은 버려진 기타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Global Citizen"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순들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종족분쟁의 케냐와 캐냐산 커피, 기아의 잠비아와 옥수수를 먹여 키운 소고기 햄버거라는 잊고있던 자본주의의 모순들은 직시하게 합니다. 적당히 댄서블한 사운드에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직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가사가 익살스러우면서도 아프게 와닿습니다. 앞선 두 곡 "누가 내 빵을 뜯었나"와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와 같이 빠른 템포는 세 곡을 연작 같이 느껴지게 합니다.
이어지는 세 곡은 '빵'에서 솔로 뮤지션으로 공연하는 그녀를 느끼게 해주는 트랙들입니다. 가사에서 사랑과 배려, 그리고 하얀 거짓말이 떠오르는 곡 "할 수 없는 말"은 둘이어서 더욱 외로울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그녀의 울림 때문에 아름다운 트랙입니다. "그렇습니까"는 EP 수록곡 '거짓말'의 연장선 위에 있는 조심스러운 사랑 노래입니다. 아니, 그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솔직하지 못한 '그녀의 노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지만 결론은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는 것인가 봅니다. "Song for the Lonely"은 'Sarah McLachlan'의 'Angel' 조용하지만 굳건한 위로와 지지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세 곡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울림은 아마도 가장 가장 '흐른'다운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숨겨진 야심작이었던 앨범 '흐른'은 그 야심만큼 곡 자체의 탁월함 뿐만아니라, 연주를 담당한 세션들에도 각자의 밴드 활동으로 실력을 입증받은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뮤지션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이라고 치면 '후보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믹싱 및 마스터링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문외한인 저에게도 느껴지는 소리의 질은 아마도 튠테이블 무브먼트를 통해 발매된 음반들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속사 튠테이블 무브먼트와 음반 배포를 담당한 '파고뮤직'의 빈약한 홍보 능력 때문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비단 앨범 '흐른'과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디씬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인디씬에서도 요 몇년 사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메인스트림과 마찬가지로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홍보력이 비중이 점점 커지는 듯하여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홍보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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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플라이(No Reply) 1집 Road 발매 기념 공연 in 7월 11일 SoundHolic
상당히 인기가 있는지 공연 티켓은 현장 판매 없이 예약 판매로 모두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번 공연을 초대로 보게되었는데, 초대이기 때문인지 입장번호가 200번이 넘어가서, 좌석은 약 200개이기에 스탠딩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거의 맨 뒤쪽의 의자에 앉을 수있어서 그나마 덜 불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정된 7시가 조금 지나서 1집의 첫 곡인 '끝나지 않은 노래'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싱글 수록곡 'Boy', 컴필레이션 '강아지 이야기'의 수록곡 '강아지의 꿈', 1집 수록곡 'Road'가 이어졌습니다. 큰 인기를 얻어 싱글로 발매되었던 '고백하는 날'을 부를 때는 게스트 '나루'의 난입이 있었습니다.
그의 게스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1집을 같은 소속사에서 먼저 발매했기에 선배이자, 정욱재의 동네 친구라는 '나루'는 노리플라이 1집에서 함께한 'Violet Suit'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리플라이와 세션들의 퇴장이 있었습니다. 따지자면 그 순간이 1부의 마지막이었다고 할까요? 나루는 '강아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컴필레이션 '고양이 이야기'의 '연극'을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곡들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곡이라네요.
이어서 두 번째 게스트로 '오지은'이 등장했습니다. 오지은은 노리플라이와 같은 유재하 가요제에서 노리플라이의 은상보다 밑인 동상을 차지했었죠. 하지만 노리플라이가 앨범 1장을 낼 동안 2장을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지은은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MR과 함께 그녀의 2집 타이틀 곡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 를 들려주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공연이었는데, 기타를 연주하지 않고 노래만 하는 모습은 그녀의 1집 발매 기념 공연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만 하는 그녀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저질(?) 손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노리플라이가 다시 세션들과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1집에서 오지은과 함께 헀던 '오래전 그 멜로디'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1곡만 같이하는 점은 아쉬웠는지, 오지은 2집 수록곡이자 제목이 너무 긴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지은의 가창력은 좋았지만, MR을 사용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무대 매너는 역시 서툰 노리플라이와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차이 때문에 게스트인 오지은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구요.
오지은이 퇴장하고 본격적인 2부가 시작되었고 그 시작은 지금의 노리플라이를 있게 한 곡 '뒤돌아보다'였습니다. 이어지는 '솔로 타임'은 두 멤버가 각자 솔로로 노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권순관은 그의 키보드와 함께 1집 수록곡인 '흐릿해져'를 멋지게 불렀습니다. 이 곡은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정욱재는 과연 어떤 곡을 부를지 궁금했는데, 그는 밴드의 곡이 아닌 유명곡을 불렀습니다. 바로 'Knockin' on heaven's door'였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곡었고 너무나 유명한 뮤지션들이 커버곡으로 많이 불렀기에 아쉽게도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데뷔앨범의 타이틀 곡인 '그대 걷던 길', 전철을 타면서 느낀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Fantasy Train'이 이어졌고, 공연의 마지막 곡은 앨범에서 가장 화려했던 'World'로 스트링이 없어도 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역시나 앵콜 요청이 있었고 아마도 이 밴드의 최고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컴필레이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을 들려주었습니다. 분위기는 고조되어 모든 관객이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깜짝 게스트로 이 곡을 같이 불렀던 '타루'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타루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야'를 끝으로 공연은 끝났습니다.
상당히 많은 곡들이 지나갔지만 공연시간인 예상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첫 공연은 아니었겠지만,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라는 거창한 제목 때문인지 모두 긴장을 했고, 눈에 보이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아쉬운 점은 그 긴장 때문인지 노래와 더불어 공연의 중요 요소이고, 앨범만 듣지 않고 공연을 찾게되는 요소인 '공연의 여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멘트에서는 많이 부족헀습니다. 그래서 게스트가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구요. 앨범 수록곡들은 탁월했지만, 더 오래 사랑받는 밴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그 곡들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그 여백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 노리플라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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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with 한희정, 타루) in 7월 10일 구로아트밸리
7월 9일~11일까지 구로에 위치한 '구로아트밸리'에서 '2009 구로아트밸리 인디락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있습니다. 왜 거창하냐면 '인디락 페스티벌'이지만 공연 기간은 한 곳에서 딱 3일이고, 게스트를 제외한 정식 참여 밴드는 총 8팀(게스트 포함 10팀)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에서 느껴지는 '성대함'같은 것되는 당연히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3일의 공연 가운데 가운데, 7월 10일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 주제는 '설레임의 상실'로 참여 밴드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두 밴드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이고 게스트로 역시 같은 소속의 '한희정'과 '타루'가 참여했습니다. 특히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는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 가운데 최근 가장 소식이 뜸했던 밴드들로 두 밴드 모두 올해 5월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지만 공연 소속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두 밴드의 오랜만의 공연 소식만으로도 상실된 설레임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시작 예정 시간인 8시가 조금 지나 시작된 공연은 첫 번째 게스트인 '한희정'의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6월의 단독 공연에 이어 7월의 게스트 출연으로, 최근 그녀의 음악 행보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자주 공연을 하는 '한희정'은 공연 첫 곡으로 나쁘지 않은 1집 수록곡 '우리 처음 만난 날'로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푸른새벽 시절에도 만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입담이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점점 능청스러워지는 그녀의 멘트와 무대 매너는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냈습니다. 이어 새 EP '끈'의 수록곡인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연달아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앞선 두 공연에서 첼로를 비롯한 세션들과 함께했던 '러브레터'는 오직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기타연주로만 들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담백하면서도, 울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녀는 방학이 끝나가는 8월에 또 단독 공연이 예정입니다.
이어 두 번째 게스트가 아니라 '미스티 블루'의 보컬 '정은수'가 키보드 세션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사계절 연작 EP 시리즈 가운데 5월에 첫 번째로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의 첫 번째 보컬곡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를 들려주었습니다. '한희정'과 '정은수'가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2006년 5월에 있었던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하네요. 약 3년만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미스티 블루', 이어 1집 수록곡인 '화요일의 실루엣'과 'Daisy'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두 곡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의 곡들입니다.
이번 EP에 참여한 파스텔뮤직의 유망주 '이진우'가 등장하여 EP에 수록된 듀엣곡 '4월의 후유증'과 커버곡으로 'Radiohead'의 'No surprise'를 들려주었습니다. 낮은 톤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사가 잘 안들린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역시 EP 수록곡인 '동경 센티멘탈 클럽'을 들려두었는데, 이 곡은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미스티 블루의 팬클럽 이름을 이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바꾸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외에도 보사노바풍의 반(半)트롯트 'Cherry', 조금 밝은 분위기 '초컬릿', 'Spring fever' 등 1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모든 곡이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앵콜곡으로, 준비되지 않은, 미스티 블루의 곡 중 가장 밝은 곡인 '날씨맑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사계절 EP 연작 가운데 두 번째인 '여름의 온도'가 열심히 작업중에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EP가 나오고 네 번째 EP의 발매가 임박했을 때 즈음에는 정식 단독 공연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게스트 '타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앵콜곡 '날씨맑음'은 그 발랄함 때문인지 타루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죠. 굽이 높은 하이힐까지 신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첫 번째 곡으로 제목 미상의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연인의 다툼을 노래한 곡인데, 지금까지 솔로로서 들려준 곡들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공연 당일의 그녀의 생일이었다고 하며, 능청스러운 멘트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생일은 정말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곡은 그녀의 첫 EP 수록곡인 'Love today'와 'Yesterday'였고 역시 탁월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8월 경에는 그녀의 첫 앨범이 발매되고 쇼케이스도 있을 예정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어른아이'의 무대였습니다. 이제는 원맨 밴드인 '어른아이'는 각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마치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같은 분위기로 이끌어갔습니다. 너무 힘든 일상생활을 노래한 'B Tl B Tl'이 첫 곡이었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sad thing'이 이어졌습니다. '상실'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설레임의 상실'에서 그 상실과 더불어 얼마전 있었던 사고를 떠올리며 공연 셋리스트에 추가되었답니다. 2집 수록곡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 민들레의 심정과 그에 대한 위로를 노래한 '민들레'를 들을 수 있었고, 2집 발매이전에 먼저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동명의 시에서 가사를 가져온 'Annabel Lee'는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1집 수록곡들 많이 들려준 '미스티 블루'와는 다르게 새로 발매된 2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바보같은 사랑'을 노래하는 'Fool'과 오케스트라 편곡이 너무나 힘들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You'와 마지막 곡으로 '서성이네'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앨범처럼 매우 조용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공연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요즈음 그녀가 연습중이라는 커버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약 100분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약 150분(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상당히 긴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스탠딩이 아니었기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소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명은 아쉬웠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는 붉은 조명을 얼굴로 받아 달구어진 강철처럼 '달구어진 얼굴'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전까지 종종 있었던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은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2008년 1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은 마치 '파스텔뮤직 레이블 공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앨범을 발표한 세 팀과 곧 발매 예정인 한 팀(타루), 총 네 팀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파스텔뮤직의 2009년 한 가운데 서있는, 레이블로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합니다. 홍대에서도 이런 푸짐한(?)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얼음연못 <6>
소녀는 또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늘의 해는 오르막을 지나고
내리막으로 내려오고 있었어.
하지만 소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소녀는 조금 춥고 피곤했지.
어느덧 해는 저물어가고
밤의 추위가 찾아오기 시작했어
여인은 소녀에게 말했어.
"오늘은 오지 않으려나보네."
하지만 소녀는 더 기다려보기로 했어.
해는 사라지고 달이 떠올랐어.
하지만 소년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
소녀는 추위에 지쳐갔고
그 모습을 본 여인은 말했어.
"근처에 내 집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으련?"
사실 소녀는 얼음연못 근처에서
어떤 집도 본 일이 없었어.
더구나 호수가 꽁꽁 얼어있을 뿐
따뜻한 계절에는 물이었으니
집이 있을 수가 없었지.
하지만 추위와 배고픔은
소녀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어.
그리고 여인은 말했어.
"내 집에서 쉬다가 다시 나와서 기다리렴."
소녀는 여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지.
소녀가 본 여인의 집은 놀라웠어.
태어나고 호수 근처에서 자라온 소녀였지만,
소녀를 기다리고 있던 집은
소녀가 근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궁전이었지.
겉보기에는 차가운 얼음궁전이었지만
궁전의 내부는 따듯하고 아늑했고
은은한 불빛과 달콤한 향기가 흐르고 있었어.
하지만 궁전의 하인들은 여인과 마찬가지로 창백했지.
소녀는 여인과 함께 성대한 식사를 했어.
소녀는 너무나 배가 고팠기고
음식들은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는
소녀의 인생에가 가장 맛있는 요리들이었어.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소녀는
아무 의심 없이 먹기 시작했어.
소녀는 알고 있었을까?
음식을 먹을 수록 그녀의 피부는 점점
얼음궁전의 여인처럼 창백해져 갔고,
그녀의 눈빛은 몽롱하게 변해갔어.
식사를 마치고 여인은 말했어.
"소년은 오지 않을꺼야. 평생 원망하렴, 아가."
놀랍게도 소녀는 "네, 엄마. 이제 좀 자야겠어요."라고 대답했어.
소녀의 눈은 이미 촛점을 잃었고,
그녀의 피부는 눈처럼 창백했어.
그리고 소녀는 여인의 품에서 눈을 감았어.
소녀가 잤던 어떤 잠보다도 긴,
아주 아주 긴 잠에 빠져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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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첫번째, 그리고 그 날들(박지윤 콘서트) in 2009년 7월 4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7집을 낸 가수가 첫번째 콘서트라니, 조금은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박지윤은 아이돌 가수로서 발라드로 시작해서 댄스가수로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긴 공백기간동안 음악이 아닌 연기 등으로 외도를 했었죠.그녀는 13년이나 되는 그녀의 음악인생에서 처음으로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앨범으로, 앨범 제목부터 '꽃, 다시 첫번째'로 지었습니다. 음악인생에서 다시 태어난 그녀,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첫번째 콘서트도 이루어졌습니다.
뮤직비디오 혹은 단편영화같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첫 콘서트는 이번 앨범의 세 곡 '봄, 여름 그 사이', '4월 16일', '잠꼬대'를 연달아 들려주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지금까지도 댄스가수의 이미지가 강한 그녀였지만, 상당한 라이브 실력이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가수 13년에 당연한 모습일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이번 콘서트에 대한 준비는 가창력 뿐만 아니라 여러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커버곡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레이첼 야마가타'의 'Over and Over'를 들려주었고 예전 인기곡인 '소중한 사랑'과 'Steal aw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발표곡인 '그대 지금'과 '봄눈'이 이어졌습니다.
2년전부터 기타를 연습했다는 그녀, 기타와 함께 두 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한 곡은 영화 'Once'의 수록곡이었고 한 곡은 유명곡인데 제목을 모르겠네요. 다시 예전 인기곡인 '가버려', '아무것도 몰라요'를 능청스럽게 불렀고, 각각 4, 5, 6집의 인기곡인 '성인식', '난 남자야',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는 메들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데미안 라이스'의 'I remember'와 이벤트와 함께한 'All you need is love'가 이어졌습니다.
다시 그녀의 노래들 '그대는 나무같아', '난 사랑에 빠졌죠', '돌아오면 돼'를 들려준 후 마지막은 바래진 곡(?)인 '바래진 기억에'과 마지막 곡으로 앨범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괜찮아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세션들이 모두 퇴장하고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은 한 명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이 흐르고 관객들의 박수와 앵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다시 등장한 그녀는 멋지게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데뷔곡 '하늘색 꿈'과 그녀의 최고의 인기곡 '환상'이었습니다. 환상을 라이브로 들으니 물론 정말 환상적이었구요.
그녀의 가창력 뿐만아니라, 4인조 밴드 세션과 더불어 '피아노 4중주'(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으로 MR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곡들은 이 구성에 맞게 편곡하여 들려주었고 적절한 음향효과까지 사용되어 정말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더불어 배경으로 오프닝과 배경으로 사용된 영상과 조명효과에서도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모양의 음악을 이제서야 시작했다는 그녀, 이 길은 그녀를 대중에서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게 할 수도 있고, 예전만큼의 인기를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많은 가수들이 결국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요즈음, 그녀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음악들을 하고 오랜동안 그 음악들을 팬들과 함께하는 '뮤지션 박지윤'이 되었으면 합니다.
촬영은 금지라서 공연 중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공연장 로비에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몇 장 담았습니다. http://loveholic.ne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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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Transformers : Revenge of the Fallen) - 2009.06.28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개봉한 '트랜스포머'의 두 번째 이야기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감독과 배우들의 방문부터 말이 많았지만 개봉 첫 날 대략 50만이라는 대단한 관객을 모은 2009년 최대 기대작이기에, 일요일 아침 8시 조조상영이었지만 거의 빈자리가 없는 상영관은 역시 '트랜스포머'였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마이클 베이 감독'이라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조합이었지만, 전작은 모든 남성들 마음 속의 '소년'을 깨울 만한 작품이었죠. 더구나 로봇들만 치고 받는 싸움이 아니라, 일본 용자물처럼 남자 주인공과 로봇의 우정을 그려서, 마징가 시리즈부터 선라이즈의 각종 용자물을 보고 자란 중년부터 청소년까지의 남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을 법합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작년 최고의 작품이었던 '다크나이트'가 그 속설을 깨버렸지만, 영화계에서는 그래도 아직도 믿을 만한 말이고, '트랜스포머'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 스케일은 커졌지만 두근거리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요?
전반부의 '옵티머스 프라임'의 3 대 1 전투씬과 몇몇 씬을 제외하면, 수 많은 로봇들이 수 많은 장면에 등장해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인상적인 씬은 없습니다. 외계문명과 고대문명의 조우를 바탕으로한 액션에 코믹의 요소까지 첨가하려던 노력은 오히려 CG 낭비라고 생각되며 내용전개를 황당하고 산만하게 합니다. '샘(샤이아 라보프)'과 '미카엘라(메간 폭스)의 모험'은 우연과 행운으로 가득한 롤플레잉 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차라리 진중하고 비장한 전개가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에 어울릴 법한데 말이죠.
'제트파이어'와 합체한 '옵티머스 프라임'은 가장 멋지고, 흡사 일본의 용자물 '가오가이거'를 연상시킵니다. 그 멋진 모습을 길게 볼 수 없다는 점은 참 아쉽습니다. 황금빛 사막을 배경으로 한 차량과 로봇, 그리고 전투는 역시 '마이클 베이'다운 화면을 보여줍니다.(영화 초반에는 그의 또다른 작품의 포스터도 등장하죠.)
북미에서 개봉 첫 주(수요일~일요일)에 제작비인 2억달러를 달성해버린, 2009년의 '괴물'은 이미 후속편이 예정되어있나 봅니다. 3편에서는 1편의 두근거림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별점은 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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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 - 우안 <1>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작가(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사이'의 발표 10주년을 기념하여 쓴 작품이라고 하지만, '좌안'을 먼저 읽고 난 느낌은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여자 주인공 '데아우치 마리'의 이야기를 다룬 '좌안'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주인공(아오이와 준세이)이 자신의 이야기에서 상대방이 차지하는 비중과는 다르게, 마리에게 큐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답게도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상대방은 큐가 아닌 여러 남자들이었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남자는 마리와 큐에게 모두 중요한 인물인 '소이치로' 정도였다.
하지만 '큐'의 이야기에서 '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큐의 인생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마리의 그림자. 그렇기에 비극이 시작된 것일까? 그렇기에 아마도 두 사람은 서로 결코 만날 수 없는 강의 양쪽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형과도 같았던 소이치로의 죽음으로 큐에게 찾아오는 죽음들은 그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만들고, 더불어 그의 초능력은 그에게 평온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연애소설인 마리의 이야기와는 다른, 조숙한 큐의 철학자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쿠니 가오리보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이 솔직히 더 유려하고 재미있다. 더불어 연애성장소설이었던 '좌안'과는 다르게 초능력과 철학이 곁들여져서, 상당히 깊이 고뇌하는 성장소설이 되었다. 연애가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마리의 이야기에 비하면 큐의 이야기에서 사랑이랑 중심 주제가 아닌듯하다. 사랑도 인생이라는 큰 강의 지류로서 큐의 성장에서 배우고 사색해야할 대상이라고 할까?
좌안 1권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끝난 우안 1권,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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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연못 <5>
소년이 믿을 수 있었을까?
연기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소녀가 만난 신비한 여인이 이야기를.
소년은 소녀가 잠시 졸다가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어.
소녀는 믿을 수 있었을까?
소년이 약속에 늦은 이유가
소년의 마을에 큰 폭설이 내려서라고.
호수 반대편 소녀의 마을은
아침부터 날이 좋았던 그날에.
그 여인의 모습에 매료된 소녀는
마을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말했어.
하지만 어른들과 아이들, 어느 누구도
심지어 가장 나이 많은 노인들도
그런 신비한 모습의 여인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어.
소녀와 소년이 만나기로 한 날,
소년은 언제나 폭설이 내려 늦었어.
그리고 소년이 나타나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어.
그리고 소녀는 소년을 기다리는 동안
언제나 신비한 여인을 만나서
빵과 차를 마실수 있었고,
여인은 소년이 나타날 때 즈음 사라졌어.
북쪽나라는 점점 추워졌고
게다가 계속 되는 폭설 때문에
소년이 사는 마을의 사람들은 하나 둘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기 시작했어.
폭설과 추위 때문에 낚시나 사냥도 할 수 없었고
숲의 나무에서는 열매가 열리지 않았으니까.
또 소녀과 소년이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었어.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만,
소년에게는 소녀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었어.
하지만 그날, 소년의 마을에는
어느때보다도 엄청난 폭설이 내리고 있었어.
그리고 그 때 소녀는 또 그 신비한 여인을 만났어.
여인은 소녀에게 소년을 기다리냐고 물었고,
소녀는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지.
"그래? 과연 그럴까?"
여인은 또 알 수 없는 말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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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연못 <4>
소녀가 집을 나섰을 때,
막 떠올랐던 태양은
어느덧 하늘 한가운데 떠있었어.
하지만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지.
그 때 소년의 마을 쪽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소녀는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그 모습에게로 달려갔지.
하지만 그 모습은 소년이 아니었어.
새하얀 왕관에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역시 새하얀 코트를 걸친,
살결이 너무나 창백한 점을 빼면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어.
그 모습은 소녀가 처음보는 사람이었어.
소녀가 들어본 적도 없는 모습이었어.
그 여인은 소녀에게 말을 걸었어.
"안녕, 이렇게 추운 곳에서 뭐하고 있니?"
소녀는 대답했어.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얼마나 기다렸니, 얼굴도 손도 다 얼었구나."
"아침에 나와서 지금까지요."
"춥겠구나. 이것 좀 먹어보렴."
놀랍게도 빈 손이었던 여인의 손에는
따뜻한 차와 맛있어 보이는 빵이 담긴
반짝반짝 빛나는 접시가 있었어.
소녀는 낯선 사람을 경계했지만
너무나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지.
차와 빵을 다 먹고 마신 소녀를 보며
여인은 만족한듯 웃으며 말했어.
"그 친구가 올 것같니?"
"네. 그럼요."
"그래? 과연 그럴까?"
여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했지.
그때 아주 멀리서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
하얀 입김을 내며 달리는 모습이었어.
바로 그렇게 기다리던 소년이었지.
"꼭 온다니까요."
소녀는 말했어.
여인은 웃으며 대답했어.
"어머, 오는구나. 하지만 많이 늦었네."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구나.
조만간 또 보자구나. 안녕."
여인은 알 수 없는 인사를 하며,
소년의 반대편으로 걸어갔어.
소녀는 인사를 하기 위해 뒤돌아 보았지만,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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