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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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그리고하루/into heart
그대가 내게 오지 않으시니
난 다른 사랑에 빠지겠어요
꿈결처럼 그대를 잊고 날아가겠어요
날아가다 뭔가가 눈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또 그대 생각을 하게 될 테니
눈을 감고 날아가겠어요

그럼 난 하늘도 바다도 나무도 풀도 볼 수 없을 테니
빨간 벽돌로 만든 담도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도 볼 수 없을 테니
언젠가 어딘가에 부딪혀 떨어지겠죠
하얀 날개에 선홍색 피가 흐르면
난 날개를 다쳤으니 더 이상 날아갈 수가 없어, 하고
그대에게 돌아갈 이유를 만들겠죠

그대가 내 마음을 가져가시니
난 다른 꿈을 꾸겠어요
둥글고 커다란 유리볼에 치커리와 브로콜리를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포도로 만든 비니거를 뿌려
티파니로 가겠어요
차가운 유리벽 너머로 반짝이는 블루 사파이어를 보며
초록색 샐러드를 먹으며
그대를 까맣게 잊겠어요

그럼 난 그 눈도 입술도 손가락도 다 잊을 테니
그렇게 간절하던 맹세의 말도 다 잊을 테니
언젠가 어디선가 그대 다시 만나도
그대인 줄 모르고 스쳐지나가겠죠
그렇게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다른 사람으로 다르게 만나면
그대와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질 수 있겠죠

그대가 나를 버리시니
난 영원을 약속하겠어요
변하고 변하고 변하여
완전한 무(無)가 되어
그대 마음에 그림자 하나 드리우지 않겠어요

그럼 난 그대에게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가 될 테니
그대에게 영영 잊혀지지도 않겠죠


황경신, '티파니에서 아침을'(황경신의 한뼘스토리 '초콜릿 우체국' 中)
2009/04/06 00:53 2009/04/06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