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에

두 사람이 있었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어머."

"아차... 죄송합니다."

"아... 괜찮아요."

"어? 잠시만요."

"네?"

"잠깐 이것 좀 보세요."

"네? 어머, 저네요."

"네. 우연히 만나다니, 영광인데요."

"영광까지야. 저도 잠시만요."

"아... 네."

"이거 혹시, 그쪽 아니세요?"

"어. 맞는 거 같은데요."

"그렇군요."

"제가 실례도 했고 하니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

"제가 짬이 별로 없어서, 저기 자판기 커피도 괜찮아요."

"좀 추운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아요."





"날은 쌀쌀한데 눈은 안오네요."

"그러게요."

"저기."

"네?"

"눈이 녹으면 뭐가 되는지 아세요?"

"글쎄요. 물이 되는 거 아닌가요?"

"봄이 온데요."

"아. 그렇겠네요."

"그렇죠?"

"어쨌든 멋진 날이네요."

"네?"

"오늘 날이 좋다구요."

"네. 그렇네요."
2007/01/24 00:34 2007/01/24 00:34

허전

지난 1년 동안 내 열쇠고리에는 6개의 열쇠가 달려있었다.

2개는 학교 사물함 열쇠.

2개는 자취방 열쇠.

2개는 집 열쇠.

어제 사물함 열쇠 2개를 반납했고,

자취방 열쇠도 그 방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제 열쇠는 달랑 2개남은, 갑자기 너무 가벼워진 열쇠고리.

왠지 허전하다.

나의 일부를 상실한 것처럼.

열쇠고리의 열쇠들처럼,

나도 나의 한 부분들을 이제 떼어낼 순간이 가까워지는 것일까?

모든 열쇠가 떨어져나간 그 순간에,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있을까?

그 순간의 나는 지금의 내가 나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일까?

너무 허전하다.
2007/01/23 02:02 2007/01/23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