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마음을 묻는다

기억에 마음을 묻는다.

-김종원-


하나 그리고 둘
기억들은 마치 바람처럼
그저 스쳤던 바람처럼
스칠때는 그렇게 절실하더만
지나고나면
한낱 바람이었다.


네 가슴에
내 얼굴을 묻고
네 마음에 내 마음을 묻으려 했지만
넌 내 얼굴은 받아주었지만
끝내
내 마음은 묻지 못하게 했던 너
무슨 이유인가?
날 받아주지 않은 너


이제 날 받아주지 않는 널
생각하며,
우린 이제
이미 모른채 살아가지만,
다 끝난 후라지만
너의 마음에 묻지 못한 내 맘을
너의 기억에라도 한 번 묻어본다.

기억에 마음을 묻는다.
2003/08/06 22:38 2003/08/06 22:38

이별을 묻는 그대에게

이별을 묻는 그대에게

-김종원-

불세출의 대장장이가
평생을 들여 좋은 집을 만들듯이
아낌없이 사랑해라

철새처럼 이리저리 떠돌지말고
한 곳에 집을 짓는 목수가 되어라

하지만 떠난다고 하거든
미련없이 보내주어라
제 아무리 좋은 목수라 할지라도
제가 만든 집을
자기 집이라 우기지는 않는다

사랑했다면
목수처럼 떠나라

집 열쇠는
그의 새로운 사람에게
남겨주고 떠나라
2003/08/06 22:37 2003/08/06 22:37

그리운 이름

그리운 이름

-성낙일-

내 가슴에
그리운 이름 있네

바람처럼 겉돌아
잡지 못할 사람이 있네

소리보다 빠른 빛처럼
불러도 불러도
언제나 내 앞을 질러 달리는

기막힌 이름이 있네
2003/08/06 22:35 2003/08/06 22:35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성낙일-


어두운 마음 가운데
뚜렷한 빛으로 남으시고도
어두운 마음을 그대로 버려 두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내 발이 갈 곳을 정해 놓으시고도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한 걸음 물러서며
오지 말란듯 저리 손짓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수많은 시련을 주시고서도
수많은 아픔을 주시고서도
지치지도 못하게 다시 끌어당기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내 소중한 것들 틈에 파고들어
좀벌레처럼 갉아먹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시고도
미워할 틈도 주지 않으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2003/08/06 22:34 2003/08/06 22:34

오늘도 바람 불고

오늘도 바람 불고

도종환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도 붑니다
견딜 수 없어 싸리꽃 한 무더기 바람에 넘어집니다

어제 피었던 꽃들이 오늘 시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가 있습니까
고요한 뼈 하나로 있습니까

나는 아직 살아서 봄풀 사이에서
햇볕을 쪼이고 있습니다

빛나던 것들도 하나씩 재가 되어서 떨어집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걸 알면서
오늘도 지향 없는 길을 많이 걸었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의 어디쯤 와 있습니까
오늘도 바람 불고
싸리꽃 한 무더기 바람에 넘어집니다
2003/08/06 22:26 2003/08/06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