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 2004.9.28



이번달에 본 3번째 영화...

이벤트 등등에 응모해 이번달에는 다 공짜로 보게 되었다.

(방학때는 할인이 되는 심야상영과 조조할인에 '올인'했었다.)

이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요즘 화려한 볼거리에 목 말라있던 나는,

최민식씨가 나온다는 거 외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

(요즘 한국영화가 휴먼 드라마쪽 영화만 나오는 듯하여 좀 시큰둥한 상태다.)



이야기는 배고픈 음악인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누가 배고픈 '락'을 한다고 하루에 오이 세 개만 먹었다고 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많은 진짜 Artist들도 배고프게 살고 있다.)

성격에 안맞는 복지회관 주부반 강사일, 매년 떨어지는 관현악단 오디션에 힘들게 살아가시는 어머니, 봄이 오면 결혼을 한다는 옛 애인까지...

주인공 이현우(최민식 역) 주변에는 그를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일들 밖에 없던 어느날.

잡지에서 본 '유서깊은 도계중학교 관악부 교사 모집 광고'를 보고 떠나 버린다.

그가 맡게된 도계중학교 관악부는 과거에는 각종 대회에서 많은 트로피를 타왔지만

최근에는 인원도 적어지고 대회 성적도 부실해 해체 위기에 놓여있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이렇게 힘든 관악부를 이끌고 여차저차해서 대회 우승하는 장면으로 끝나겠구나'라고 대충 짐작하실 것이다.


예상대로 나름대로의 사정때문에 관악부를 계속하기가 힘든 아이들을 다시 참가시키면서 관악부를 이끌어가는 내용의 흐름을 보여준다.

학생들과 가까워지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이들 입장에서 음악을 이해시키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위대한 스승은 아니더라도, 좋은 스승이란 바로 저런 스승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비오는 탄광에서 관악부 연주 장면은 정말 가슴 찡하게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관악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감동적일 수 있던 영화에

남녀상열지사까지 버무리려고 할애한 것은 약간은 무리로 보이는 점이다.

한 학생이 해변에서 우연히 여인에게 선생님의 자작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해주는 장면은 꽤나 괜찮았지만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않다.

요즘 한국영화들 처럼, 이 영화도 화려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결말에서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거나 눈물 바다가 되는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산골 중학교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재밌게 보여주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보고 나올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또 진지하면서도 나름대로 코믹한 보습도 보여준 최민식씨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꽃잎 흩날리는 봄의 어느날, 옛 애인의 집 앞 벤치에 앉아 그녀와 즐겁게 통화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

아마 그것이 꽃피는 봄이 오면 그가 가장하고 싶고 싶었던 일이었을 듯 싶다.

별 4개...
2004/09/30 21:56 2004/09/30 21:56

M.C the Max! - 1집


좀 오래된 앨범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2년 10월에 발매된 M.C the Max!의 1집이다.

M.C the Max!의 맴버들은 원래 Moonchild라는 4인조 밴드 소속이었다.

Moonchild라는 이름으로 앨범도 2개나 냈었고 1집때만 해도 꽤나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무슨일인지 맴버한명이 빠지고 나머지 3명이 새로운 밴드명을 걸고 나왔다.

M.C the Max!에서 M.C가 바로 Moonchild의 약자라고 한다.

이름으로 봐서는 꽤나 강한 음악을 할 듯도 하지만 주업은 '발라드/락발라드'다.



M.C the Max!의 1집은 발매후 반년동안 8만장 조금 안되게 팔렸다.



정말 좋은 곡들이 수두룩한 상당히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되는데

그에 비해 판매량은 정말 초라했다고 생각된다.

2장의 CD에 들어간 19개 트랙 중에는 발라드풍이 아닌 곡들도 반가까이 있지만

발라드풍의 곡들만 뽑아 듣는다면 정말 주옥(?)같은 발라드 곡들이 수두룩하다.



intro와 함께 앨범을 여는, X-Japan의 Tears를 리메이크한, '잠시만 안녕'은

원곡이 워낙 좋았으니 좋았다 치더라도

'사랑하고 싶었어', '내 마지막 숨소리', '天의 안부', '사랑하는 날', 'One Love'

이 5곡은 가슴을 아려오게 할 만한 주옥같은 발라드 곡들이다.

한곡 더 껴주자면 신성우의 '서시'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곡도 들을 만하다.



잘나가다 분위기 깨는 곡들때문에 밴드의 정체성의 의문이 가기도 했지만

작년 12월에 발매된 2번째 앨범으로 락발라드 밴드로 장체성을 공고히 하는 듯했고

2집은 판매량 면에서도 1집의 2배정도를 팔아서

새로운 앨범을 기대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점점 가을이 완연해지면서 바람이 스산해져 간다.

이럴때 마음이 쓸쓸한 분들은

이런 괜찮은 발라드 앨범하나 장만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더구나 위 추천곡들은 노래방에도 다 있어서

미치도록 쓸쓸한 날

동병상련의 동무와 맥주 한 캔씩 들고 노래방에서가

청승맞게 불러볼 수도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을쏜가...
2004/09/28 21:59 2004/09/28 21:59

연인 - 2004.9.24


'연인'을 극장에서 관람할 분이라면 읽는 것을 참아주시길...

내용은 버리고 아름다운 영상만 구경하실 분이라면 괜찮지만..^^;;;



오랜만에 역근처의 XXX9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중국 무협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인 장예모 감독의 전작 '영웅'에서

심히 실망을 한 경험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다.



'영웅'은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하품하면서 본 영화였다.

영웅은 너무나도 화려한 색채를 제외하면 그 다지 볼 거리가 없는 영화였다.

격투 장면은 아름답기는 하였지만

아직 동양에 신비감을 갖고있는 코쟁이들에게나 통하지

무협영화는 줄줄 꽤고 있을 많은 한국인에게는 소문난 집에 먹을 것없는 격이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매트릭스' 시리즈가 오히려 더 무협영화 답다고 생각될 정도니...



'연인'도 역시 화려한 색채가 눈을 자극한다.

시선을 자극하는 쪽빛과 녹색의 옷, 노랑과 빨강의 단풍, 하얗고 노란 수풀의 들, 껍질이 벗겨진 듯해 하얀 나무들이 가득한 숲, 연두빛의 대나무 숲, 그리고 설원의 풍경까지...

눈치빠른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 할만한 반전들이 숨어있지다

(장쯔이가 장님이 아니었다던지, 유덕화가 비도문의 첩자였더던지...)

매트릭스의 bullet time과 slow motion은 화려한 색채에 겯들여져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젠 아무에 가까운, 격투 씬을 멋지게한다.

요즘 액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 혹은 '레골라스'를 향한 '오마주'라 보여지는 화살 씬은 금성무에 의해 재현된다.

(역시나 여성 관람객들은 화살 씬에서 탄성을..^^;;)



의외의 부분이지만 이 영화의 특징이라 하자면

보통 무협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해 주인공 등에게 단검에 도륙당하는 '잡졸'들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다.

주제에 대나무를 타고 다니면서 추격을 하지않나 수많은 대나무 미사일을 쏘아대지않나...

정예라지만 고수에게는 잡졸이나 다름없는 황군정예들이 그렇게나 무예가 출중하다니...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잡졸은 원래 무림인이었는데 부귀영화와 주색에 홀려 관군에 들어간 것이라고...



어이없게도 대나무 창 공격으로 장쯔이와 금성무를 다 잡아놓고 고작 검으로 하는 일이

대나무를 잘라 다시 대나무 창을 만드는 일이라니...정말 코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죽어서 불쌍하다고 생각할 때쯤 분위기 깨며 자꾸 다시 살아나는 장쯔이,

마지막에 무공은 모두 엿바꾸어 먹은 듯 무협 영화 답지않게 무조건 치고받는 금성무와 유덕화...



몇몇 관객 뒤통수치는 결정적 장면들이 있긴하지만

장예모 감독이 이 영화를 무협 영화에 질린 아시아권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시장에서 재미를 좀 본 장예모 감독이 이번에도 서양인들의 '동양 신비주의'를 노린 영화가 아닐런지..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지쳤다, 이연걸은 약하다...모 영화의 카피처럼 무협은 이제 한물갔다.



역시나 화려했던 색채와 그나마 괜찮았던 액션 덕에 별은 3.5개 정도?...
2004/09/25 22:02 2004/09/25 22:02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노래 제목 중에 이런 제목이 있다.
'첫사랑은 죽었다.'
매우 짧은 문구(文句)지만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만감이 교차하게 만들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한 영화를 홍보하는 엽서를 보았다.

초록빛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황량한 사막위에 기대고 선 두 남녀...
엽서 한 장만으로도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들었다.
인터넷으로 예고편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시바사키 코우'도 나온단다.
영화 개봉까지 기다릴 수 없어 원작이 된 소설을 보기로 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책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애 소설답게 독창적인 내용이 있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의 학급임원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같은 고교로 진학하고 또 같은 반이되어
연인이 된 두 남녀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정직하게도 많은 복선을 깔아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 '사쿠타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뽑히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보낸 여주인공 '아키'에 관한 사연,
사쿠타로의 할아버지와 그의 첫사랑과 유골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호주와 원주민 에보리니지에 관한 대화들...

소설은 결국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죽은 자는 죽은 것이고, 어쨌든 남겨진 자는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
그 것이 죽은 자가 영원히 사는 길이 아닐까?

소설은 예고편으로 봐서는 영화와는 상당히 많이 다른 듯하다.
일본에서 350만부나 팔렸다는 원작 소설의
일부 설정과 대략적인 줄거리만 빌려오고 많은 부분을 더 극적으로 각색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2월에 발간되었는데
이번 영화 개봉과 함께 이제서야 소설도 뜨기 시작한 듯...

난 중,고등학교 시절에 뭘했나 생각해본다.
생각할 수록 별 생각없이 지낸 듯하여 참으로 후회막심하다..랄까?
그 좋은 시절에 저렇게 멋진 사랑을 못 해보다니...후후...



지리적 가까운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가까우면서도 먼 이야기이다.

수학여행을 호주로 간다거나, 고등학생들의 성(性)에 관한 이야기들

적어도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나와 내 친구들은 꿈도 못 꾸던 것들...



영화에 매우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영화 재미를 반감할까하는 걱정없이 읽을 수 있겠다.

책두께에 비해 읽는 진도도 빨라서 쉽게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2004/09/23 22:09 2004/09/23 22:09

에쿠니 가오리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강의가 일찍 끝나서 기분 좋게 집으로 가던길
역 근처의 서점에 오랜만에 들러보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한달에 두세번은 서점에 가곤 했는데
여름방학 때부터 인터넷 서점을 자주 이용하고 부터는 발길이 뚝 끊겼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아니면 우연의 장난인지 아무튼 서점에 가게 되었다.

2층의 문학코너를 서성거리던 나는 주목을 확 끄는 책을 발견했다.
원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소설을 살까하고 갔었다.
10월이면 영화로도 개봉한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것같아서 였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씨의 새로운 책이 나온 것이다.
결국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를 집어들고는 집으로 향했다.

초판 1쇄의 펴낸날을 보니 내가 구입한 날의 바로 전날이었다.
일본에서는 1997년에 당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여성지에 연재된 결혼 생활에 관한 에세이이다.

이 책은16편의 각기 다른 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있다.
에쿠니 가오리씨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녀 자신도 도시의 주택가이면서 조금은 한적하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곳에 살고있다.
또 그녀도 역시나 목욕을 좋아하는 듯하다.

1964년 생으로 올해로 41세가 된 에쿠니 가오리씨가 결혼한지
2년이 되는 가을에서 3년이 되는 가을까지 쓴 에세이를 1997년에 출간한 것이라니
많이 잡아서 이 책이 결혼 후 한 4년쯤 되었을 때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30대 초반에 결혼한 것이니
에쿠니 가오리씨는 결혼을 비교적 늦게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생각이 참 Cool하다고 할까?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 속의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에쿠니 가오리씨가 참 Cool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렇다.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아직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인생의 큰(혹은 작을 수도 있는) 일부인 결혼이라는 것도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막연히 추측해 본다.

결혼이란 짧으면 1~2년, 길어야 내 삶의 마지막까지 뿐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든다.
너무 가벼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게된다면
에쿠니 가오리씨처럼 Cool하고 의외로 정다운 면도 있는(?) 여자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생각해 보면 나도, 그녀가 불평하는 그녀의 남편처럼, 만사를 귀찮아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자가 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한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일부다.
결혼이란 정말 저런 면에서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멋지다. 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해 온다.
너무 일찍 환상(혹은 망상)을 깨버린 것일까?

역시나 그녀의 글엔 묘한 매력이 있다.
더욱이 솔직 담백한 에세이이기에 그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그녀의 책들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2004/09/20 22:17 2004/09/20 22:17

그 어떤 구속도 없이...


<샤갈전에서 찍은 유일한 사진 한장>

물고기가 그물을 빠져나가듯
나를 속박하고 있는 이 육체을 뛰어넘어
끝없이 자유로울 그 곳으로 날아올라
'그 어떤 구속도 없이 새처럼 노래하리라'

끊임없이 떠도는 그 영혼
비바람에 깎이고 닳아 결국에는 흩어진다 하여도
그 노래는 남아, 시들지 않는 태양처럼
온 세상 끊임없이 울려퍼지리라.
2004/09/19 22:23 2004/09/19 22:23

이수영 - The Color of My Life


올해도 어김없이 이수영의 새 앨범이 찾아왔다.
물론 올 초에 'Classic'이라는 색다른 스페셜앨범으로 팬들을 찾아왔었지만
타이틀이었던 '광화문 연가'를 제외하고는
이수영에게 기대했던 만큼을 보여주는 못한 듯하다.
(물론 판매량면에서는 이수영의 앨범답게 불황에도 상당했지만)
그리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벌써 6이나 되는 숫자를 달고 새 앨범이 찾아왔다.

음반시장의 장기 불황에도 30~40만장의 꾸준함을 보여주던 그녀의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도 이수영의 앨범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Intro부터 화려하다.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거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OST를 듣고 있는 것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intro인 September를 문뜩 '반지의 제왕'이 떠오른 건 나만의 생각인지...)
그 뒤 이어지는 일련의 발라드 곡들
'순간 - Andante - 휠릴리 - 너도 그런지... - 이별후 愛 이별'은
야구에서 강타자들이 포진한 초호화 타선을 연상시킨다.
정말 어떤 곡을 타이틀 곡으로 내새워도 될 만한 곡들이 이어진다.
'이수영식 블록버스터'라고 불러야 할까?

분위기를 조금 환기시키며 이수영의 가창력과 연주의 웅장함에 놀란(?) 귀를
조금 쉬게하는, 휘성의 곡들을 만들어주었던 김도훈와 최갑원의 '겁쟁이'
그 뒤 이어지는 interlude와 그나마 가장 잔잔한(?) 발라드 '꽃'까지...
정말 화려한 소리의 빛들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혼자짓는 미소'부터 느껴지는 이 삐걱거림이란...
제 멋대로의 색깔을 가진
'혼자짓는 미소 - 그는 알았을까.. - You want me - 기억뿐인 곳에서'
특히 전작들에서도 별로 재미보지 못 했던, 댄스풍의 곡을 굳이 넣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의 두 트랙 Silent Eyes와 outro인 Holy Cross Day
이 트랙들도 제목이나 분위기 모두 OST를 연상키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후반부의 흔들림을 생각하면 깔끔한 마무리라고나 할까?

5집까지 프로듀서였던 MGR이 빠지긴 했지만
그녀의 발라드에는 거의 바뀐 것이 없이 여전하다.
프로듀서가 누구라도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여가수에 오른 그녀에게 맞추어져 버릴 듯...

타이틀 곡을 '휠릴리'로 선택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좋은 곡이긴 하지만 그 치나친 화려함은
오히려 앨범을 시작하는 곡으로 어울릴 법하고
이곡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수영 특유의 꺾는 창법은
이젠 좀 구태의연하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는 3집의 '돌아오면' 이나 5집의 '다시', '모르지'같은
편안하면서 담백한 곡들이 없는 것도 좀 아쉬운 부분이다.

'The Color of My Life'
intro부터 꽃까지는 이어지는 전반부의 트랙들이
더하면 더할 수록 밝아지는 빛의 삼원색이었다면
그 뒤의 후반부에 속하는 트랙들은
더하면 더할 수록 어두워지는 색의 삼원색들이라고 할까?

빛의 삼원색들 위에 색의 삼원색들을 계속 칠하면
결국엔 '검정'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하지만 뒷부분의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별4개를 줄 수 밖에 없겠다.
정규앨범 한 장을 한 가수의 베스트 앨범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다니...
삐걱거리는 트랙들은 버리고 듣는 다고 해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조성모'마저도 별 재미 못보는 현 상황에서 이 정도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수는
이제 '이수영' 그녀 뿐인듯 하니까...

덧붙여 매 앨범마다 리팩키지(repackage), 일명 '리팩'으로
팬들의 뒤통수를 쳐 원성을 샀던
이가기획이 이번에도 건 수 하나 크게 냈다. 정말...
이제까지 참으며 이수영의 앨범을 사왔지만
이번 6집 사건은 좀 해도해도 너무 한 듯...
2004/09/17 21:04 2004/09/17 21:04

그 남자 그 여자


'30만 청춘남녀들이 선택한 책'

'김제동, 윤도현, 이소라, 성시경, 정찬이 추천하는 책!'
바로 '그 남자 그 여자'의 광고 문구이다.

지난 달에 서점에서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줄 책을 고르다가
광고 문구에 끌려 쳐보았더니 짧은 글들로 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을 듯하여 선물하였다.
친구가 꽤나 재미있다고 하길레 나도 한 권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서로에게 끌리는 순간 , 서로에게 다가가는 순간, 사랑 속의 행복한 순간, 이별 후...등등
100여 편에 이르는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순간 순간에 대한 남자와 여자,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 작가인 만큼 그 여자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그 남자 이야기는 좀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잘 썼다.
광고 문구 만큼 대단한(?) 책은 아닌 듯 하지만
장점이라면 짧아서 학교 오고가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 짬짬이 쉽게 읽을 수 있다.
한편 한편이 너무 짧은 점이 오히려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한 코너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는데
직접 라디오로 들었다면 더 재미있고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 읽기 좋은 가을에 할 일 없는 솔로들이라면 추천...별은 3.5개...
2004/09/16 21:13 2004/09/16 21:13

Daylight - First Album


올 봄쯤 M.net에서 Daylight을 처음 보았을 때만해도
좀 이쁜 보컬을 가진 그저그런 밴드인줄 알았다.

그런 Daylight에게 관심을 갖게 된건,
영화 '아는 여자'의 OST 수록곡 Daylight의 보컬 '강연경'이 불렀다는
'아는 여자'를 듣고 나서부터다.
가창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튀지 않는, 어쩌면 무난하고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뒤 Daylight의 첫번째 앨범의 'Daylight'과 'Angel Song'를 찾아 들어보았다.
올 초에 나온 앨범이고 '아는 여자'이 곡이 나오기까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 간격이 있었는데
그 동안 보컬의 파워가 좀 상승한 느낌이랄까?
'Daylight'과는 비해 '아는 여자'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몇 일전에 예약판매하던 이수영 6집과 함께 주문한
Daylight의 First Album를 받아 들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상콤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곡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의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 프런트의 밴드중에서
가장 가볍고 편안한 곡들을 들려주는 밴드랄까?
밴드 이름과 같은 첫번째 곡 'Daylight'은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이랄까?
Daylight이 의미하는 그대로 따스하고 나른한 봄날의 햇살같은 곡이다.
두번째 곡 'Angel Song'은 일본곡을 번안해서 부른 것이라는데
강연경의 독특한 보컬이 잘 나타나는 '흥얼흥얼'하는 듯한 곡이다.
세번째곡 'Love Present'은 이 앨범에서 가장 달콤한 곡이다.
말랑말랑한 곡을 들려주지만 밝은 가사의 곡은 이 곡뿐인 듯...
6번째 곡 '요술공주'는 예전에 양파가 불렀던 곡을 다시 불렀다.
작사,작곡자가 누구인지 보니 바로 지금 Daylight의 맴버인 '신동우'이다.
7번째 곡은 이 앨범에서 가사가 가장 맘에 드는 곡으로
모든 것이 어설프고 설레이던 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12개의 트랙중 보컬이 빠진 연주곡 3곡을 빼면 9곡 밖에 되지않는 점이 좀 아쉽다.
하지만 정말 기대이상의 좋은 곡들로 채워져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보물같은 앨범을 찾은 느낌?
Daylight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빨랑 신곡을 들려주었으면...^^)
2004/09/15 21:43 2004/09/15 21:43

MP3와 온라인 스트리밍...그리고...

작년부터 올 초까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악파일 mp3에 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mp3등의 온라인을 떠도는 불법음원 규탄대회부터 올 초 mp3휴대폰 사건까지 음악계와 음반업계를 둘러싼 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최근에 결국 벅스뮤직이 패소함에 따라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 하다.

여기서 모두다 알고 있을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않다.
다만 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어처구니 없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mp3 핸드폰 사건으로 집회를 연 가수들과 그들을 뒤에서 조종했을 음반업계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mp3 핸드폰이 출시되기 이전부터 휴대용 mp3플레이어는 이미 존재했고 mp3 핸드폰수년간 상당한 수의 mp3 플레이어들이 팔려 거의 가정마다 한 대씩은 존재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냐하는 점이다.
이미 mp3 플레이어가 보편화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mp3 휴대폰의 큰 성공은 기대도 하지 않던 상황에서 뒤늦게 mp3 휴대폰을 발매한 L사의 규탄집회를 연 이유는 무엇인지? 정작 mp3업계의 1, 2위 회사를 찾아가서 집회는 하지 않고...?

둘째, 벅스뮤직의 패소와 관련된 합의를 보면 벅스뮤직이 앞으로 음반판매 손실에 대한 음반사들의 손해를 어느정도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온라인 음악판매가 정식화 된다면,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의 판매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상황에서 왜 그들의 손해까지 온라인 음악 구매자들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온라인 음악 판매는 당연히 음원제작에 관련된 사람들, 가수, 작사, 작곡가, 연주자, 기획사 그리고 자금을 조달한 투자자에게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책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도 있고 직접 서점에 가서 살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 서점에서 책이 안팔린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서점의 손해를 부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확립되기까지 아무런 역할도 없었던 그들은 왜 이제서 무임승차하려고 하는 것인지?

셋째, 온라인 스트리밍과 mp3 유료화에 반대하며 '들을 만한 음악이 어디있다고 돈내고 들으라고 하는 것이냐? 쓰레기같은 한국 가요를 누가 사듣는다고..!'라고 외치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 가요는 다 쓰레기란 말인가? 그렇게 말하는 자신들은 과연 가요는 하나도 안듣고 외국의 좋은 음반들은 열심히 구매해서 잘 듣고 있는지? 그럼 스스로 쓰레기로 평한 가요를 듣는 귀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지?
...시궁창?...

벅스뮤직을 옹호하거나 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초가삼간 다 탈 때까지 불 구경하고 있던 눈뜬 장님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며 공짜만을 부르짓으며 노력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빈대들,
시류에 편승하여 얍삽하게 이익을 보려는 기회주의자들,
그들 속에서 돌아가는 어이 없는 상황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얼마전에 오른 음반의 가격과 상당히 높게 책정된 MP3곡 당 가격(700~800원에 이르는)을 보면 결국 피해자는 구매자들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국 성실히(?) 음반을 구매하는 사람들마저 등돌리게 하고 불법의 유혹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2004/09/15 21:16 2004/09/15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