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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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items
얼음연못 <3>
호수를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는 마을,
그 중간 즈음에서
친구들과의 놀이를 핑계로 자주 만나곤 했어.
몇 번의 계절이 지났을까?
소년의 키는 한 뼘정도 자라났고,
소녀는 조금씩 숙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만큼 북쪽 나라는 추워졌고,
또 그 만큼 소년과 소녀사이에서 사랑이 자라났지.
아주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
북쪽 나라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추위의 겨울이었지.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에게는 좋았어.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서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거든.
호수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눈으로 덮여서
여느 겨울의 얼어붙은 땅과 다름없었어.
소년과 소녀는 호수를 멀리 돌아가지 않고,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만날 수 있었지.
긴 긴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소년과 소녀, 두 사람의 약속에서
점점 소년이 조금씩 늦게 얼굴을 보인
두 사람의 마지막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그 겨울의 다른 날처럼
소년과 소녀는 얼어붙은 호수의 한 가운데에
그 차디찬 추위 속에서도
얼어붙지 않은 작은 연못이 있는,
바로 얼음연못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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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정원.
그곳은 너무나 낡고 오래되어서,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음대로 자라난 이름모를 수풀이 무성하고
언제 마지막으로 사람이 앉았을지 모르게
시간의 먼지가 뽀얗게 쌓인 낡은 벤치와
그안에서 영영 흐르지 않을듯한 시간처럼
시침과 분침이 사라져버린 시계탑이 있는.
그저 고요한 물 소리와 허망한 바람 소리
나무가지 끝에 은은히 퍼지는 새소리와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만은 들을 수 있는.
이제는 그 낡음과 오래됨의 불편함으로
도저히 가꾸고 꾸미기 어려울 만큼 황량한.
그래도, 그래도 찾아와준다면,
오래된 정원, 내 마음의 정원으로.
언제나 그대를 위해 열어놓을게
낡고 오래된 정원, 그 정원의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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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좌안 <1>
'좌안' 1권은 '마리'의 어린시절부터 약 30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큐'와의 추억들 그리고 그동안 스쳐가는 몇몇 남자들(다카히코, 야마베, 하지메, 시즈오)과의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이야기는 파트너가 바뀔 때마다 각양각색이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상당히 개성이 강해서 아마도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비슷한 인물들이 다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좌안이 '왼쪽 눈'을 의미하는 '左眼'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왼쪽 언덕', '左岸'이었다. 표지에 보면 "왼쪽 강가에 있는나, 오른쪽 강가에 있는 너...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라는 문구가 있다. '언덕'이란 강 양쪽의 제방을 의미하나본데, 이 책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라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피안(彼岸)'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마리'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하고는 달라서 재미있다. '냉정과 열정사이'이 와는 달리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시간은 1권을 다 읽은 지금까지는 길지 않다. 사실 재미는 크지 않았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재탕이 되거나, 츠지 히토나리가 공지영과 함께 말아먹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처럼 졸작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을듯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들 중에서 재미로 따지면 세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니까.
자 2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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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루트페스타 in 6월 6일 클럽 빵
'10년 클럽 10년 밴드'라는 모토로 진행 중인 '인디루트페스타(Indie Root Festa)', 6월 6일 홍대 '빵'에서 있었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이날은 총 5팀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는데,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가는 바람에 첫 번째 순서였던 '아톰북'의 공연은 놓치고 두 번째 '흐른'부터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활동 중인 '흐른'은 소속사인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Movement)'의 단골 세션맨들인 '로로스' 삼인방(베이스 ; 석, 드럼 ; 재명, 기타 ; 종민)과 함께였습니다. 1집 발매 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의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완전한 밴드 사운드는 기타 연주와 함께하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아직은 예전 달랑 기타와 노래하던 모습이 더 좋은데, 다른 사람들의 느낌도 궁금하네요. 1집 수록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두 곡, 강한 메시지의 'Global citizen'과 공감되는 가사의 '그렇습니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페퍼톤스'의 마스코트였던 '뎁(deb)'이었습니다. '페퍼톤스'의 EP나 1집과는 다르게 2집에서 그녀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어서 페퍼톤스라는 수식어는 부적절해졌지만, 아직도 뎁과 페퍼톤스는 때어놓을 수 없는 이미지입니다. 역시 작년에 발매된 그녀의 1집 수록곡 위주로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Golden night'도 들을 수 있었고 커버곡(?)으로 '페퍼톤스'의 'Ready, Get set, Go!'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솔로 공연에서 페퍼톤스의 곡을 부르는 일은 처음이었나봅니다.
네 번째는 '올드피쉬'였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는데, 예전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밴드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기타 세션맨이 있음에도 'Soda' 역시 기타를 연주하는 락 밴드 분위기의 공연이었습니다. 3집 발매 직후 여행을 다녀와서, 이번이 3집 발매 후 두 번째 공연이랍니다. 공연을 많이 안해서 앨범이 잘 안나갔다나요. 면과 전혀 관계 없는 신곡 '누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든 곡이라네요.
마지막은 '에브리싱글데이(Every single day)'였습니다. 1997년에 결성하여 1999년에 첫 앨범을 냈다고하니, 오늘 공연한 밴드들 중 '인디루트페스타'의 모토에 부합하는 유일한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록이 느껴지는 무대와 더불어 멘트도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기타리스트가 있었지만 생계문제로 2년전에 나가서 지금은 가수 '지선'의 세션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은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이 도와주었습니다. 밴드하고 10년이 지나면 세상이 달라지듯 많이 달라질 것으로 알았는데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고 하네요. 밴드들도 그렇고 빵도 그렇구요. 재미있게 말했지만 그 속에 뼈가 담겨있는 말들이었습니다.
한국 인디씬 현실의 풍자라고 할까요? 저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보기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어가는데 주변인으로서 보기에도 인디밴드들의 앨범이 좀 더 많이 나오는 점을 빼면, 홍대 클럽이나 인디밴드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보입니다.
새로운 디카 '삼성 VLUU WB1000'과 함께하는 첫 홍대 나들이였지만, 결과물들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직 제가 새로운 디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이 새로운 '눈'의 성능에 조금은 의구심이 드네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빵 입구에서 임진모씨를 비롯한 평론가로 보이는 사람들을 여럿보았다는 점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수확이라고 하겠네요.
사진과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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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hemera - Monolove
2004년에 발표되었고 2008년 파스텔뮤직을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Ephemera'의 세 번째 앨범 'Monolove'는 앨범의 완성도 면에서 분명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앨범입니다. 더구나 정식발매와 함께 이전 앨범 수록곡들 중 2006년 국내에 소개된 베스트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던 트랙들을 보너스로 포함한 2CD 사양으로 발매되었습니다.
'Ephemera', 사전적 의미는 '하루살이' 혹은 '순식간, 덧없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노르웨이의 여성 삼인조 밴드는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혹시 몇몇 CF에 삽입된 그녀들의 음악을 들려준다면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작품 '상실의 시대'의 원래 제목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노르웨이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입니다.
실로폰 소리로 시작되는 'Chaos'는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어 제목처럼 혼란스러운 작은 마녀들의 실험실을 연상시킵니다. 이어지는 'On the surface'는 결국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후회가 담겨있지만 서글프지는 않습니다. 'City light'는 제목처럼 도시의 밤거리를 연상시킵니다. 붉은 신호등은 초록 신호등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지나갑니다. 도시의 불빛 아래서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Leave it at that'은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소녀를 연상시키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정적으로 가득한 카페를 소란스럽게 혹은 즐겁게 뒤집어놓으려는 야심이 느껴진달까요. 'Thank you'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인도해주는 지난 사랑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왠지 서글픈 현악 연주와 더불어 'You left your footprints in the snow'라는 구절이 가슴에 절절히 닿습니다.
자신을 위해 웃어달라고 노래하는 'Put-om-smile'과 용기를 북돋는 조언같은 'Dos and don'ts'를 지나면 신나고 힘찬 발걸음같은 'Paint your sky'가 귀를 즐겁게 합니다. 역시 좌절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될 기사를 들려줍니다.
박수소리와 우쿨레레가 흥겨운 'Dead against plan'에 이어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Monolove'가 흐릅니다. monolove라는 단어는 사전에도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monologue가 독백을 의미하듯 mono가 '홀로, 혼자'를 의미하기에 '혼자하는 사랑', '짝사랑'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고통과 아름다움, 좋음과 나쁨같은 사랑의 모순된 감정들을 노래하는 가사에 공감합니다.
마지막 세 트랙은 '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들입니다. 'Call me home'은 바람들이 주문처럼 들리는 곡이고, 'End'는 사랑의 끝에서도 그대를 믿는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like a tongue stuck on a frozen iron bar'같은 가사는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만큼 공감이 갑니다. 철막대기는 아니더라도 여름날 아주 차가운 하드바에 혀가 붙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식하지 않을까요? 그대와 함께 '영원한 끝(forever end)'을 바라는 마음은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 'long'은 사랑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밴드의 이름처럼 한순간 덧없이 지나가겠지만, 그럼에도 소중하고 공감할 만한 '소녀적 감수성'을 들려주는 앨범 'Monolove', 수록곡 한 곡 한 곡이 유리병에 든 형형색색 여러가지 맛의 알사탕만큼 달콤하고 소중합니다. 더불어 앨범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보너스 CD에 수록된 곡들도 Ephemera답게 흥미롭고 소소한 소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시련을 당한 친구에게 진실된 위로를 노래하는 'Air'는 강력 추천 트랙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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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 - Lightgoldenrodyellow
오랜 기다림 후의 결실, '해오'의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
'데뷔앨범'이지만 사실 '해오'는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올드피쉬'(현재는 Soda 혼자 활동 중인)의 초창기 멤버로 올드피쉬가 가장 좋았던 시기의 음반들, EP '1-3(2004)'과 1집 'Room. Ing(2005)'에 참여하였습니다. 올드피쉬의 1집 제작을 끝으로 해체하였고 소식을 들을 수 없다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지금은 사라진 '밀림닷컴'에서 '옐로우 마요네즈(yellow mayonaise)'라는 이름으로 올린 데모곡을 통해서 였습니다. 음반을 제작해도 될 정도로 많은 곡들이 올라와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음반으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2009년 '해오'라는 낯선 이름의 뮤지션을 온라인 음반샵을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록곡 리스트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이었습니다.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제목은 밀림닷컴에 올라왔던 데모곡과 동일한 제목으로 그 독특함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본명이 '허준혁'인 '해오'는 아마도 성씨 '허'를 영어로 'Heo'로 표기하고 그 발음이 '해오'일 수 있기에, 지금의 '해오'라는 별명을 쓰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앨범 'Lightgoldenrodyellow'의 첫인상은 역시 '시티팝'입니다. 쓸쓸한 도시인의 감성이 절절히 담겨있다고 할까요? 길고 톡특한 제목의 첫 곡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에서부터 그러한 감성은 뚜렷합니다. 특별한 클라이막스 없이 슬로우 템포로 흘러가는 잔잔함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깜빡이며 점멸하는 가로등처럼 편안합니다. 제목은 일탈을 꿈꾸는 도시인의 허황된 꿈이야기 같습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하듯, 금붕어는 민물고기로 바다를 꿈꾼다고 하여도 바다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문명 속에서 지친 도시인이지만 도시라는 문명을 벗어나서는 결코 살 수 없습니다. 바다로간 금붕어는 어떻게 되었길레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요? 혹시나 죽지않고 용궁에서 용왕을 만나 호사를 누리고 있을까요? 일장춘몽(一場春夢)만 같습니다.
기계음처럼 변형된 목소리의 울림이 인상적인 'UFO'에서도 그런 일탈의 꿈은 계속됩니다. 결코 만날 수 없을 UFO가 그 덧없음을 이미 단정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가사 '나 여기 있어'에서 그 만큼의 간절함이 밝은 후광에 휩쌓인 뚜렷한 형체처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한 번 즈음은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법한 제목의 '오후 4시의 이별'은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수필같은 곡입니다. 익숙함의 상실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익숙함이 사라진 시간 또한 어쩐지 익숙합니다. 사랑도 이별도, 도시인에게는 모두 고독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도시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하는 사랑은 '고독의 출구'가 아닌 '고독으로의 입구'이고, 이별은 그 가면을 벗고 익숙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도시의 고독이란 들판을 버리고 도시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원죄일까요?
'작은 새'는 시종일관 무거운 평정을 유지하는 이 앨범에서 몇 안되는 밝은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고, 사랑 이야기로서는 용기 없는 우회적인 고백입니다. 새의 날개를 빌어 꿈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작은 새'로 한정지음으로써 현실에도 타협하는 느낌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작은 존재일뿐이니까요.
담담한 이별을 노래하는 '작별'은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심상이 담겨 있는 트랙입니다. 맑은 날 해질 무렵의 공기처럼 알 수 없는 그리움은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갑니다. '비'에는 애써 쿨한 척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La Bas'는 프랑스어로 '그곳으로'라는 뜻으로, 프랑스어 제목은 익숙한 현실에서 이방인이 된듯한 낯선 기분을 표현한다고 생각됩니다. '기차 기나던 육교'는 한 편의 그림일기같은 트랙입니다. '건네지 못한 이야기'은 '작은 새'에 이어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트랙입니다. 긴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기쁨의 순간들은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눈 덮인 밤'은 보사노바 뮤지션 '소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고요한 밤 소복히 내리는 눈처럼 피아노 연주는 은은합니다. 해오와 소히, 두 사람의 화음은 잊혀진 이야기들을 떠오르게할 것만 같은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곡이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죽어서 나무가 되고 그리움이 되는 상당히 슬픈 이야기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 노래가 됩니다.
'내 작은 방' 역시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던 잔잔함은 현악과 합세하면서 절정에 이르고, 그리움은 단순히 방구석의 지질한 감정이 아닌,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추억의 향연이 됩니다. '푸른 밤, 푸른 잠'은 시티팝다운 마지막 보컬 트랙입니다. 도시인의 하루를 마감하는 밤과 잠이지만 꿈을 통한 또 다른 일탈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소박한 사치인 꿈을 통해서라도 도시인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연주 트랙 '눈 내리다'는 올드피쉬의 EP '1-3'에 히든 트랙으로도 실렸던 곡입니다. '눈 덮인 밤'의 intro로 쓰였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 13트랙으로 55분에 이를 정도로 짧지 않은 앨범이지만, 한 번 듣기 시작하면 건너뛰는 트랙없이 끝까지 듣게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과 탄탄한 완성도에서 그런 매력이 나오지 않나 합니다.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운 없는 해오의 보컬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으로서의 공감대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도시인의 꿈과 고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슴 한 구석에 잔잔한 공명이 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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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LUU WB1000 개봉기
꿈의 디스플레이라는 3.0" AMOLED 디스플레이, 24mm 광각, 5배 Zoom까지 놀라운 사양으로 무장한 '삼성 VLUU WB1000'이 드디어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5월말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여 6월 5일부터 배송이 예정이었지만, 출시가 앞당겨졌는지 6월 4일 오늘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묵직한 종이상자 안에는 WB1000의 본체 패키지와 예약판매 특전 사은품과 추가 구입물들이 들어있었습니다.

패키지 포함물(카메라 케이스), 사은품(삼각대, 4GB 메모리), 추가 구입물(8GB 메모리, 메모리카드 리더기, LCD보호필름)

MP3P 패키지가 생각날 정도로 아담한 크기의 패키지

에어셀 안에 들어있던 카메라 본체, 사용설명서, 유틸리티 디스크

전원 어댑터, USB 케이블(충전겸용), 배터리, 손목걸이, A/V 케이블, 2GB 메모리(패키지 구성품)

WB1000의 매력 중 하나인 미니 대시보드

파란 이미지의 삼성 제품 혹은 VLUU다운, 렌즈 주위의 파란 테두리
지금까지 써왔던 '캐논 PowerShot A700(광각 28mm)'와 '삼성 VLUU WB1000'의 시야를 간단하게 비교해보았습니다.

캐논 PowerShot A700

삼성 VLUU WB1000
제 방 한 쪽 벽에 붙어서 책장이 있는 반대쪽 벽면을 찍은 사진입니다. 광각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리사이징 전의 사진에서 A700는 변두리로 갈수로 수직선이 왜곡되는 현상이 느껴지는데, WB1000은 그런 현상의 확실히 덜 합니다.
2GB, 4GB, 8GB가 한꺼번에 생겨버렸네요. 2006년부터 함께했던 정든 A700은 이제 제 손에서 멀어지겠군요. 반갑다. WB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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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in 5월 31일 상상마당
5월의 마지막 날, 홍대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한희정'의 'EP 앨범 <끈> 발매 쇼케이스 라이브'.
공연은 6시 30분부터 시작이었고 티켓팅은 5시부터였습니다. 티켓팅 순서대로 입장순서가 배정되기 때문에, 저는 5시보다 10분정도 일찍 갔습니다. 상당히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입장번호는 무려 '46번'이었고, 입장은 6시부터였기에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6시부터 입장을 시작하여 6시 30분이 조금 지나자, 오프닝 게스트의 축하 공연 없이 오늘의 주인공 '한희정'이 등장하였습니다. 검은색의 화사한(?) 의상을 입고 EP의 첫 곡 'Acoustic breath'로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어쿠스틱의 상쾌한 느낌은 역시 공연의 첫 곡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미모의 첼리스트가 등장했고 바로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들려주었습니다. '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커버곡으로 유명한 'Good bye to romance', 그리고 무려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한담비 탄생!?) 모두 싱얼롱 할 수 있는, 1집 수록곡으로는 '휴가가 필요해', '우리처음 만난 날',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 '나무' 등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제목 그대로 EP의 마지막 곡인 '끝'이었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앵콜로 제목을 알 수 없는 외국곡과, '드라마', '멜로디로 남아' 등을 들려주어 예상보다 긴 앵콜이었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사인회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해놓은 CD가 발매 연기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공연장에서 판매중이었는데 괜히 예약주문했네요.
더 많은 사진은 http://loveholic.net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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