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엔진(Audioengine) A2 개봉기 및 사용기

최근에 '좋은 음질'에 대한 관심 높아지면서 괜찮은 헤드폰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좋은 음원이 좋은 음질을 보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현재는 노트북으로 음악을 많이 듣는 관계로 mp3로 주로 듣고 있네요. 헤드폰을 알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좋은 물건은 가격도 엄청나서 갑자기 PC용 스피커로 눈을 돌리게 되었네요. Creative 5.1 채널도 써보고 BonoBoss 2.1 채널도 써봤지만 모두 중저가 형이라 이번에는 가격이 좀 되더라도 음질 좋은 스피커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좋다고 알려진 스피커는 가격이 엄청나더군요. 그나마 적당한 가격에 평이 좋은 스피커를 찾았는데 바로 '오디오엔진(Audioengine)'의 'A2'였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도 그렇고 사용 후기도 그렇기 이만한 물건이 없어서 최저가로 장만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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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박스 모서리에 있는 '정품인증 봉인'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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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박스를 열면 나오는 제품 박스. 거꾸로 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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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제품 박스를 열면 윗쪽에 파우치 2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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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쪽에는 스피커가 들어있는 파우치 2개가 있네요. 피아노마감이라 그런지 묵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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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네 개를 펼쳐 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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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에는 각각 좌우 스피커가 들어있고 각종 케이블과 전원선이 하나에 들어있고 마지막 하나에는 어답터가 들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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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과 연결한 모습입니다.

에이징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인위적인 에이징보다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으면 그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에이징되는 것이 올바른 에이징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약 2주 정도 사용해 보았습니다. 사용중인 노트북은 ASUS K40AB 시리즈로 ALTEC lansing 스피커와 SRS를 사용하여 보통 노트북들보다 좋은 음질을 들려주어는데, 역시 A2를 사용하고 나서는 노트북 스피커는 너무 안좋게 들릴 정도로 A2의 음질은 좋더군요. 지금 데스크탑에 사용중인 BonoBoss N303과도 비교할 수 없구요. 음량이 크고, 음질의 해상력이 좋아서 중저음의 넓은 음역에서 음이 찢어지는 소리는 없네요. 가요나 팝음악보다는 연주음악이나 클래식에서 확실히 음질향상이 더 크게 들립니다. 음질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이래서 오디오 장비에 빠져드는 걸까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320kbp로 듣고 있는데 클래식 듣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더 낮은 음질도 들을 만한데 웅장한 영화 OST이 좋게 들리네요. 192kbps로 추출한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음원이나 '싸이월드 BGM'을 통해 듣는 '다크 나이트'의 음원도 좋네요. 풍부한 해상력과 명료한 표현력이라고 할까요? 최근 연주음악은 거의 듣지 않았는데 다시 연주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가격대비 대만족입니다. 이제 가격대비 괜춘한 헤드폰을 알아봐야겠어요.

2010/12/29 01:20 2010/12/29 01:20

이루마의 사랑 테마송,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River flows in you)'

'Ruvin'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난 '이루마'의 대표곡 'River flows in you'.

2000년대 초반 '이루마'라는 이름은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함께 국내 '뉴에이지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었습니다. 더구나 '뉴에이지'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지지 기반이 부족했던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그는 당시 한국계 영국인(현재는 한국 국적으로 국방의 의무까지 완료)으로 우리말 이름과 깔끔한 외모와 솔직담백한 센스로 '국산 뉴에이지'의 정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국산 뉴에이지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집 'Love Scene(2001)'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고로 꼽을 만큼 탁월했던 2집 'First Love(2001)'와 드라마 '여름동화'에 수록된 'Kiss the Rain'으로 인기를 모은 3집 'From the Yellow Room(2003)'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 발표된 정규앨범 외의 OST(영화 '오아시스', 클레이메이션 '강아지똥') 및 스페셜 앨범('Destiny of Love', 'Nocturnal Light... They scatter')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전성기를 누리게 되죠. 인기에 힘입어서 2집 'First Love'는 연주앨범으로는 특히 드물게도, 인기곡 'Kiss the Rain'을 비롯한 총 3곡의 string version이 추가된 리패키지로 2005년에 재발매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First Love 리패키지는 뉴에이지 음악의 스테디셀러로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판매순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구요.

하지만 4집 'Poemusic(2005)'의 기대 이하의 부진에 이어 군입대에 후에 발표된 5집(2006)과 제대에 맞춰 발표된 6집(2008)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입대 전까지 거의 매년 전국투어로 바쁜 모습이었고,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본 뮤지션으로서도 공연으로 인해 음악적 재충전의 여유에 대한 우려가 느껴졌었죠. 그리고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그의 창의적인 감수성을 무디게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구요. 그런 요소들이 합쳐져 결국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위태로운 '슬럼프'가 찾아온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잊혀진 뮤지션이 되어가던 그가 2009년 말 즈음에 두 장의 EP를 발표합니다. 'Movement on a Theme by Yiruma'이라는 제목의 연작 EP로 디지털 앨범으로만 발표되었고 각각 4곡을 담고 있죠.(첫 번째 디지털 EP는 2010년 발매된 한정판 박스세트인 'Ribbonized'에 수록되어 정식 음반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루마의 심기일전을 엿볼 수 있었는데, 특히 보컬리스트들과의 코라보레이션은 새로웠습니다. 가수들에게 곡을 준 일도 있고, 자신의 앨범에 스스로 노래를 한 적도 있지만 앨범에서 객원보컬이 참여한 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였습니다. 영어 제목은 'River flows in you'로 바로 2집 'First Love'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 곡이죠.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 위에 아름다운 스트링 세션과 '바드(Bard)'의 멤버이기도 한 'Ruvin(루빈)'의 음성으로 되살아난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웠습니다. 특히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홀로 튀지 않고 완전히 곡에 어울려, 여러 물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강을 이루듯, 곡에 녹아든 Ruvin의 음성은 이 곡에 더욱 강력한 호소력과 감동을 더했구요. 흔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은, 신비하고 고결한 분위기의 사랑 노래로 다시 태어난 'River flows in you'는 마음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죠.

이루마의 전성기를 연 앨범 'First Love'의 수록곡 가운데서도 무대 위에서 그가 자주 연주했던 곡을 새롭게 되살려낸 그의 마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과거에 대한 향수였을까요? 아니면 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었을까요? '이루마'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곡들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사랑의 테마송'으로 환생한 'River flows in you'는 반갑기만 합니다.

이 곡은 가수 '팀'의 새로운 앨범에 다르게 편곡되고 새롭게 연주되어 수록되었지만, 보컬곡으로서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만한 감동을 전해주지는 않더군요. 최근 지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루마, 빨리 분쟁에서 자유로워져서 전성기 시절의 감수성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0/12/28 02:35 2010/12/28 02:35

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3-

마지막으로 Deluxe Edition에 포함된 Bonus CD 수록곡들을 살펴보겠습니다.  US version의 Bonus CD에는 미공개 3곡과 acoustic version 2곡(Back to December, Haunted), 그리고 Mine의 Pop mix version의 순서로 총 6 트랙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international version은 미공개 3곡과 acoustic version 2곡은 동일하지만, US version 3곡이 추가되어 총 8 트랙을 담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좋다고 할 수 있겠고 다른 세 곡이 지역화 전략에 따라 다르게 수록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미공개 3곡은 정말 왜 'Speak now'의 정식 수록곡이 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할 만큼, 보석 같은 트랙들입니다. 'Ours'는 흥겨운 컨트리 넘버로, '우리의 사랑'을 노래하는 예쁜 트랙입니다. 예쁜 목소리와 예쁜 연주에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집니다.

이어 'If This was a Movie'는 분위기를 달리하는 팝 넘버로, 싱글로 발표되더라고 성공을 거둘 만큼 매력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이별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을 가득 채우고 넘치는 그리움을 그려내는 일기장 같은 솔직한 가사와 그 그리움을 가득히 담아낸 보컬은 Taylor Swift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앞서 이쁜 발음도 그녀의 매력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이 곡에서도 'Come back, come back, come back to me like'로 시작하는 후렴구가 그렇습니다.

미공개 3곡의 마지막은 'Superman'이라는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미국적인 제목의 트랙입니다. 편안한 모던락 넘버로 슈퍼맨을 짝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가사는 간절하지만 경쾌합니다. 그렇기에 Taylor Swift의 어떤 곡들보다도 싱얼롱하기에 좋은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인 '슈퍼맨'은 미국의 금융위기 이전, 부유했던 미국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단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세 곡이 정식 수록곡이 되지 못한 점을 유추해본다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한 모습을 들려주려는 세 번째 앨범에서 위 세 곡들은 소녀의 모습에 가까운 감수성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탈락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Speak now' 보다는 'Fearless' 앨범에 수록되었으면 더 어울렸을 법하기 때문이죠.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노래하는 'Ours'나 사랑했던 시절로 돌아가자고 애원에 가까운 'It This was a Movie', 그리고 동경 대상에 대한 소녀적 감수성으로 가득한 'Superman' 모두 여인이 아닌, 소녀의 목소리에 가까우니까요. 혹은 이 곡들은 'Fearless' 수록곡들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곡들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너무 좋은 곡들이기에 이렇게 Deluxe Edition으로나마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Back to December'의 acoustic version은 어쿠스틱 기타 등 현악기의 연주가 강조되면서 그녀의 음악적 기반인 컨트리가 부각됩니다. 'Haunted'의 acoustic version은 밴드가 사라지고 오히려 피아노 연주가 강주되면서 piano version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습니다.

이어 US version의 세 곡은 믹싱에 변화를 준 트랙들입니다. 'Mine'과 'Back to December'은 쟁글 거리는 현악이 두드러지면서 컨트리다워졌고, 'The Story of Us'의 경우 정말 미묘하게 믹싱이 변하면서 좀 담백하진 소리를 들려줍니다. 사실 US version에 큰 차이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acoustic version이 더 컨트리에 가까운 변화를 들려주어 더 US version스럽 할까요?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그녀의 지향점이 컨트리가 아닌 팝에 더 가깝기에 US version에서도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나 봅니다.

금발의 미녀에 컨트리 싱어송라이터로 미국인들(주로 백인들)이 사랑할 만한 뮤지션의 조건을 갖춘 그녀는 지난 앨범 'Fearless'의 엄청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곡을 홀로 작사/작곡한 새로운 앨범 'Speak now'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인들의 '좋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어린 나이에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동화같은 가사와. 너무 작위적인 컨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가 아닌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과, 어린 나이에 우연히 시골에서 발탁되어 메이저 음반시장에 데뷔하게 된 신데렐라 같은 배경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컨트리 함량의 높았던 지난 앨범보다 팝, 락의 성향이 두드러진 변화와 지난 앨범보다 어른스럽고 심각해진 가사는 '상업성'의 명목하에 자신의 색을 읽고 도태된 뮤지션들의 선례를 생각할 때  우려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입김이 아닌 모두 그녀의 힘으로 이뤄낸 점을 생각한다면 걱정을 접어두어도 되겠습니다.

Taylor Swift, 현재 그녀에 대한 인기를 생각하면 이변이 없는 한, 세 번째 앨범 'Speak now'도 분명 'Platinum Edition'으로 리패키지되어 발매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앨범처럼 새로운 트랙들에 즐거워하며 리패키지 앨범을 장바구니에 담을 듯합니다. 그녀가 성공에 안주하여 어린 나이에 샛별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버린 여성 팝뮤지션들과 다르게, 오래오래 음악을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고 정진하여 Shania Twain을 뛰어넘는 최고의 여성 컨트리 뮤지션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Taylor Swift에 앞서 여성 컨트리 뮤지션로서 미국을 휩쓴 Shania Twain은 네 개의 정규앨범 모두 미국에서만 천만장 이상이 판매한 엄청난 뮤지션입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Deluxe Edition으로서는 팬심을 더해서 5개입니다.)

2010/12/24 01:19 2010/12/24 01:19

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2-

Standard와 Deluxe Edition의 비교해 보면 보너스 트랙뿐만 아니라 앨범 북클릿 표지의 다른점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Standard Edition에서 Taylor Swift는 보라색 드레스를 휘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Deluxe Edition에서는 붉은색 드레스를 휘날리고 있죠. 요즘 많은 팝 앨범에서 두 버전의 북클릿 색상의 차이를 두는 일은 일반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붉은색와 보라색을 선택한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Speak now' 역시 컨트리 버전을 수록한 'US version'과 팝 버전을 수록한 'International version'으로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매되었습니다. 10여년 앞서 이런 전략은 취한 컨트리 뮤지션  'Shania Twain'의 경우 2002년 앨범 'Up!'을 위해 같은 곡들을 무려 3가지 버전으로 녹음한 일이 있었습니다. 세 버전은 Country version, Pop version, 그리고 internatioal version(Pop-mix)으로 각각 색상을 달리한 디스크인 Green disc, Red disc, Blue disc에 담겼죠. 그리고 북미에서는 Green과 Red disc를 함께 담아 발매하고, 기타 지역에서는 Red와 Blue disc를 함께 담아 발매하였습니다. Shania Twain의 골수팬이라면 타지역에서 발매된 다른 버전을 수입반으로라도 구입할 법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도 모르겠지만, Shania Twain과 Taylor Swift, 두 뮤지션의 앨범 배포는 'Universal Music'에서 담당하고 있기에, 영악한 판매 전략의 일환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붉은색 드레스의 그녀가 더 아름답게 보여서 더 값비싼 Deluxe Edition을 사고 싶어지게 하니까요.

전세계 투어로 쉴 틈 없는 상황에서도 곡을 써서 만들어진 'Speak now'는 그녀의 이전 앨범과 다르게 공동작업 없이 모두 혼자 작사/작곡하여 완성된, 그녀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100% 확인하게 될 앨범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Speak now'의 내용물을 해부해보겠습니다.

첫 트랙은 첫 싱글로 발표된 'Mine'입니다. 1989년 생으로 막 십대를 벗어나, 고작 21세 밖에 되지 않은 그녀의 나이를 반영하듯, 우연히 만나 첫 눈이 반하는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곡입니다. 옷차림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와 '그'가 하는 이야기를 직접화법으로 노래하는 점과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가사는 전작 Fearless의 첫 싱글 'Love Story'와 그대로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Love Story'가 귀여움으로 승부했다면, 이 곡에서는 상쾌함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Do You Believe it?'이라고 외칠 때 가슴을 가득채우는 흥분이 이 곡의 백미입니다. 'Love story'와 영화 '발렌타인 데이' OST에 수록된 'Today was a fairytale'와 더불어 '마법 같은 사랑 3부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불꽃이 튄다'는 뜻이 'Sparks Fly'는 제목에서부터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적당히 비음을 섞어 (판소리의 추임새처럼) 강조음을 넣는 보컬과 더욱 신나게 쟁글거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타연주에서 그녀의 컨트리 지향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쏟아지는 빗소리를 사랑하나 봅니다. 전작의 수록곡 'Fearless'에서는 가장 좋은 드레스를 입고 폭풍우 속에서 춤을 추겠다는 그녀가, 이곡에서는 퍼붓는 빗속에서 만나 키스를 해달라고 당돌하게 외칩니다. 분명 그녀는 꽤나 적극적입니다.

이별 후 우연히 만난 옛 연인에 대해 노래하는 'Back to December'는 두 번째 싱글로 발표된 트랙입니다. 흥겨운 컨트리 팝(Mine)으로 귀를 사로잡고 슬픈 팝발라드(Back to December)로 눈물을 사로잡는 전략은 전작 'Fearless'에서 원투펀치인 첫 번째와 두 번째 싱글, 'Love Story'와 'White Horse'로 구사한 전략과 닮아있습니다. 'Love story'는 이쁘고 입에 붙는 영어 발음(It's love Sto-ry, baby just say yeah!)이 매력이기도 했는데, 이 곡도 후렴구(So this is me swallowin' my pride, standin' in front of you Sayin' I'm sorry for....)로 입에 붙는 가사를 들려주네요. 영화 '발렌타인 데이'로 인연이 되서 잠깐 연인이었던 '테일러 로트너'에 대한 노래라는 이야기가 있네요.

앨범 제목과 같은 제목의 트랙 'Speak now'는 Taylor Swift의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인 컨트리 넘버입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것만 같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대담하게 결혼식장에서 신랑을 가로채는 파렴치한(?)이 됩니다. 보통 영화 속에서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신부와 달아나는데, 그 반대라서 재밌습니다. 부클릿을 보면 그 상황을 재치있게 담아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북클릿에 등장하는 재밌는 조연들은 그녀를 돕는 세션들입니다.)

흥미로운 제목의 트랙 'Dear John'은 락발라드 넘버입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디어존(Dear John)'과 같은 제목이라 영화와 연관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Dear John letter'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별를 고하는 편지라고 하며, 'John'이라는 이름이 흔하여서 'Dear John'으로 이별 편지가 시작하기 때문이랍니다. 슬픔을 비가 내리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가사는 'Forever & Always'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사랑을 체스게임에 비교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the Wreckers'의 'Tennesse'에서는 카드 게임에 비교하고 있는데,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가 봅니다.  7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슬픔을 풀어내는 그녀의 호소력은 지루함이 떠오를 수 없게 합니다. '존 메이어'와 관련된 노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그녀의 솔직대담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겠습니다.

기타가 쟁글거리는 전형적인 컨트리 느낌의 트랙 'Mean'은 우리나라식으로 '악플러'들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너희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은 꿈쩍도 안한다는 자신감을 노래하죠.

시원하게 질주하는 느낌의 트랙 'The Story of Us'는 색다른 시각의 이별 노래입니다. 이별 후의 아픔과 슬픔을 노래하지 않고, 이별 직전의 위태로운 분위기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도시녀 Taylor는 사랑에 매달리지 않고 호탕하게 외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The End)'라고.

담백한 그녀의 목소리와 코러스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트랙 'Never Grow Up'은 조금은 쓸쓸한 자장가 같은 포크 넘버입니다. 아직 어린 동생에게 부르는 듯한 느낌의 노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쓸쓸하기만한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어른이 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고의 팝스타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그녀에게도,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일까요?

대담한 그녀지만 때로운 수줍은 구석도 있나봅니다. 'Enchanted'는 제목처럼 마법 같은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녀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Better than revenge'는 펑키한 락 넘버로 Taylor Swift에게서 'Avril Lavigne'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나쁘지 않지만 Avril의 세 번째 앨범처럼 망가지려 한다면 말리고 싶어지네요. 소문에 의하면 '조 조나스'와 관련된 노래하고 하죠.

신비한 분위기의 'Innocent'는 가사를 살펴보면 분명 큰 실례를 저지른 'Kanye West'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32세나 되었는데 아직도 덜 자랐다고 비꼬고 있네요. 'Haunted' 역시 그녀의 락에 대한 욕심이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Last Kiss'는 쓸쓸함과 처연함이 느껴지는 이별 노래이고 'Long Live'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수 많은 이야기들의 해피엔딩 같이 승리의 기쁨과 행복의 환희가 넘치는 트랙입니다. 자신의 투어를 함께한 밴드를 위한 곡이라네요.

2010/12/21 13:15 2010/12/21 13:15

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1-

2009년을 휩쓴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의 2010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 번째 정규앨범 'Speak now'.

2009년 두 번째 정규앨범 'Fearless'로 팝시장을 휩쓴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가 2010년이 지나기전 새로운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앨범 활동과 라이브투어,영화 출연에 각종 시상식 참석까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컨트리라는 장르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는 인기장르로 볼 수 있지만, 북미 지역 외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없는 현실입니다. 컨트리 장르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뮤지션은 'Shania Twain' 정도로 1997년에 발표된 그녀의 메가히트 앨범 'Come on over'과 싱글 'Your're still the one' 덕분이었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컨트리 앨범 톱 10'에 무려 6개(Shania Twain은 2개)의 앨범을 올려놓으며 미국의 국민 가수라고 할 수 있는 'Garth Brooks'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인 상황을 고려하면, 세계 팝 시장에서 컨트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그녀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다르게 하는 전락, 즉 같은 곡이라도 컨트리 버전을 수록하여 미국과 캐나다 정도에서만 발매되는 'US version'과 팝 버전을 수록하여 기타 지역을 노린 'international version'으로 '지역 맞춤 전략'을 사용하였기에 가능한 성공이었습니다.

앨범 'Come on over'는 전세계적으로 3900만장이나 팔리면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컨트리 앨범인 동시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여성 뮤지션의 앨범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뒤를 Whitney Houston, Celine Dion, Alanis Morissette, Mariah Carey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따르고 있으니 미국인들의 그녀에 대한 사랑과 그녀가 세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Shania Twain이라는 이름이 잠시 스쳐간 이후 '컨트리'는 우리나라에서 다시 '잊혀진 장르' 신세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멀어진 '컨트리'를 다시 듣게 된 일은 2006년, 평소 관심있던 싱어송라이터 'Michelle Branch'가 여성 컨트리 듀오를 결성했다는 소식 덕분이었습니다. 락을 들려주던 그녀가 컨트리를 한다는 점은 의아했지만, 두 장의 정규앨범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그녀가 친구 'Jessica Harp'와 결성한 여성 듀오가 들려주는 컨트리 음악은 무척이나 궁금했죠. 여성 컨트리 듀오 'the Wreckers'의 2006년 데뷔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는 컨트리와 팝이 적절하게 혼합된 노래들로 그 기대를 충족시켰습니다. 음반시장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사정에서 2006년 당시 라이센스로 구할 수 없어, 수입반으로 구입한 앨범은 매우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다른 두 사람의 음성으로 2008년까지 저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드디어 2009년 'Taylor Swift'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2년 가까이 들었던 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가 지겨워지고, the Wreckers의 후속 앨범소식이 없어 잠시 가요로 외도를 하고있던 중, 발견한 10대 소녀의 뮤직비디오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리따운 금발의 소녀가 '너는 로미오, 나는 줄리엣, 이건 사랑이야기'이라고 당돌하게 외치는 뮤직비디오는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바로 'Taylor Swift'의 'Love Story'였습니다. 가사처럼 첫눈에 반해버린 발견이었죠.

'Love story'에 이은 'White Horse'의 마법에 빠져들면서 결국 앨범 'Fearless'를 구입하고 말았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3월, 보너스 트랙으로 2006년에 발표된 데뷔앨범 'Taylor Swift'의 인기곡 3곡을 포함한 총 16 트랙의 international version으로 발매되어 더욱 좋았죠. 'Love story', 'White Horse', 'Fearless' 등 그냥 건너뛸 수 없는 '트랙들로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라는 다분히 상술섞인 홍보 문구가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었음을 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을 즐겁게 해주던 그녀는 팝시장의 논리에 의해, 기존 앨범 구매자들을 분통터지게 만드는, '리패키지 앨범'으로 배신을 하고 맙니다.

일정 판매량이 넘으면 신곡을 추가하여 리페키지 앨범으로 발매하는 최근 팝 앨범들의 경향에 따라 'Fearless'는 2009년 11월신곡이 무려 6곡이나 추가된 'Platinum Edition'으로 재발매되었습니다. 보통 리패키지 앨범까지 소장하는 일은 낭비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었지만, Platinum Edition에 수록된 'Forevere & Always(piano version)'를 듣고는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Platinum Edition에는 international version에 수록된 보너스 트랙 3곡이 없는 점이 위안이 되었으니까요. 그렇고 Platinum Edition이 발매된 후 약 1년의 시간이 흘러, 예상보다 빠르게 세 번째 정규앨범 'Speak Now'의 발매소식이 들려옵니다. 리페지키 앨범과 더불어 요즘 팝시장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Standard Edition'과 보너스 트랙이 듬뿍 추가된 'Deluxe Edition'으로 나누어서 예약판매가 시작되었구요. 저는 당연히 그녀를 더 많은 들을 수 있는 Deluxe Edition으로 손이 갈 수 밖에 없었죠.

2010/12/16 14:52 2010/12/16 14:52

한희정 '잔혹한 희정씨' in 11월 19일 V-hall

11월 11일에 있었던 팬미팅에 이어서 1주간격으로 다시 '한희정'을 단독공연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이름하여 '잔혹한 희정씨'였는데, EP '잔혹한 여행'에서 착안한 제목이었습니다. '허니정'이라고 그녀의 애칭을 대놓고 이용한 포스터에서는 밴드 '불싸조'의 냄새가 풀풀 느껴졌어요.  오랜만에 방문한 V-hall 입구에서 티켓을 받았고 42번이었습니다. 입장시작 약 30분 즈음 전에 도착했는데도, 줄을 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서 의아했지만, 역시 그녀의 공연인지라 입장시작이 가까워지니 긴 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빠른 입장 순서는 아니었지만 운좋게도 세 번째 쭐, 사진을 찍기에 마음이 편한 맨 가장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잔혹한 희정씨'를 위해 준비된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났습니다. 얼굴이 부분부분이라 알아보기 쉽지 않았지만 '줄리아 로버츠',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주이 디샤넬' 등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반짝이는 은색의 가발과 얼룩말 무늬의 레깅스 차림으로 마치 10대 아이돌같은 느낌으로 등장했습니다. 첫 곡은 끈이 었습니다. 사랑과 이별을 컨셉으로 했고 '잔혹함'을 표방하고 있기에 우선 '사랑의 시작'이 있어야하겠지요. 아련한 사랑으로 가득했던 지난 EP '끈' 수록곡 '끈'에 이어 역시 같은 EP에 수록되었고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인 '러브레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책', '솜사탕 손에 핀 아이'로 이어지는 흐름는 그녀의 지난 공연들과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잔혹한 희정씨'는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는 멘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지난주 팬미팅에서 너무 위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자제하는지, 아니면 아이돌같은 옷차림처럼 조신한 척하는지, 또 아니면 '소통의 부재'라는 잔혹함을 선사하려는지 모르겠지만요. 새 EP의 수록곡을 드디어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는데 바로 '입맞춤, 입술의 춤'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분위기의 이 곡은 '사랑의 위기'를 감지하게 했습니다. 이어지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은 처음 만난 날에 대한 그리움에 빗대어 현재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었죠. 그리고 드디어 '잔혹한 여행'이 들려왔습니다.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노래로서 본격적으로 '잔혹한 희정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죠.

주구장창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이번 공연의 컨셉이었는지 중간중간 어떤 남자(아마도 '잔혹한 희정씨'의 컨셉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멘트를 대신하고 공연 중간에 스크린이 내려와 또 영상들을 보여주었는데, 제가 오프닝에 예상했던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나탈리 포트만'은 바로 영화 '클로저', '스칼렛 요한슨'과 '페넬로페 크루즈'는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한국 개봉 제목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주이 디샤넬'은 영화 '500일의 썸머'로 모두 제가 알고 있던 영화들이었죠. 고전영화로 생각되는 영화도 있었는데 '러브 스토리'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그녀가 보여준 독특한 의상 컨셉은 아마 영화 '클로저'에 등장한 '나탈리 포트만'의 컨셉이 아니었을까요?

'오늘만'와 '어느 가을'은 처량한 쓸쓸함으로 이별을 상기시켰고, '브로콜리의 위한 고백'과 '우습지만 믿어야 할'은 시련을 당한 자신에 대한 조소처럼 들려씁니다. '잔혹한 희정씨'로 멘트도 게스트 공연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팬서비스는 있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공연이라면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커버곡이었는데 의외의 커버곡들로 즐겁게 했습니다. 첫 곡은 바로 '2NE1'의 '아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의상읜 '2NE1'과도 닮아있었죠. 아이돌의 곡이지만 '잔혹한 희정씨'에서 시련의 당한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곡이었죠. 두 번째 곡은 무려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습니다. 그녀가 부르니 재밌고 우스웠지만, 진지하 가사를 들여다보면 역시 이별 후의  아쉽고 아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커버곡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잔혹한 희정씨'는 '드라마'로 이어졌습니다.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혹여나 '잔혹한 희정씨'의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의혹이 들었죠. 이어진 곡은 '멜로디로 남아'였습니다. 역시 이별 후의 빈 옆자리에 대한 쓸쓸함을 그려내고 있죠. '잃어버린 날들'은 컨셉에 비추어 볼 때 여자 주인공이 연애 시간을 '잃어버린 날들'로 규정하고, 잔혹하게 변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곡들 가운데서도 매서운 쓸쓸함이 느껴지는 '반추'와 '나무'가 이어져서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잔혹한 그녀가 느끼는 통쾌한 복수 후에 찾아오는 허망함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분위기가 반전하여 'Acoustic Breath'가 이어졌죠. 복수 후 역설적으로 목소리를 언제나 들려주겠다고 노래는 그녀는 바로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마지막에 걸맞게 '끝'이었습니다. 비장하고 잔혹한 암시를 내포하는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함께 공연의 막은 내렸고, 그녀의 아름다운 연주곡 '연착'은 이번 공연의 엔딩크레딧 곡이었습니다.

스크린이 내린 후 팬들은 응당 '앵콜'을 외쳤지만, 그녀는 '잔혹한 희정씨'라는 이번 공연의 컨셉처럼 팬들의 바람을 잔혹하게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곡을 들려준 공연이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잔혹한 희정씨는 남자 주인공을 묻어버리지 않았을까요? 공연 포스터에서 희정씨나 내리치고 있는 기타가 삽이나 곡괭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나 잔혹하지 않나요? 다음에는 잔혹하지 않은, 친절한 희정씨를 만났으면 더욱 좋겠죠?

2010/12/15 02:57 2010/12/15 02:57

Clazziquai project - Pinch Your Soul

2집 'Color Your Soul'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리믹스 앨범 'Pinch Your Soul'.

1집 'Instant Pig'의 리믹스 앨범인 'Zbam'이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같은 느낌이었다면, 2집 'Color Your Soul'에 이어 발매된 'Pinch Your Soul'은 클래지콰이에게 리믹스 앨범이 단순히 정규앨범에 힘입어(묻어가는 성격의) '이벤트성 음반'이 아님을 알리는 동시에 '1 정규앨범 + 1 리믹스 앨범'의 공식을 확립하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앨범 제목부터가 재밌습니다. 2집 'Color Your Soul'이 우리말로 '너의 영혼을 채색하라' 정도가 된다면, 'Pinch Your Soul'은 '너의 영혼을 꼬집어라'로 익살스러운 느낌을 갖게하면서, 동시에 리믹스 앨범다운 느낌으로 앨범의 성격을 알리고 있습니다.

첫 트랙 "Color Your Soul (Pinch Your Mix)"는 이 앨범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트랙입니다. 시크한 느낌이 강했던 원곡을 '꼬집는' 리믹스를 통해 좀 더 경쾌하고 댄서블하게 바꾸어놨습니다. 불필요한 어깨의 힘을 빼고, 좀 더 즐기도록 말이죠. 이어지는 "Love Mode"는 당시부터 한국 최고의 힙합 그룹으로 떠오른 '에픽하이(Epik High)'의 리더 '타블로'가 참여하여 더 눈길이 가는 트랙입니다. 이 리믹스 앨범을 팔기위한 '상술의 눈초리'는 지울 수 없지만, 분명 팬들에게는 이 앨범을 구입하게 만드는 '킬링트랙'이라고 할 만합니다. 타이틀 곡으로서는 2집보다 나아서, 이 곡을 2집에 수록하여 정규앨범에 더 힘을 실어주어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Date Line(bon voyage remix)'는 리믹스 앞에 붙은 'bon voyage'의 의미를 알아야 이해할 만한 트랙입니다. 'voyage'는 영어로 '항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bon voyage'는 프랑스어로 '좋은 여행 되세요(Good Journey)'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원곡이 화창한 날 넓지 않지만 잘 정리된 도로변의 거리를 산보하는 느낌이라면, 리믹스 버전은 voyage가 의미하는 '항해'처럼 뱃놀이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보내는 느낌입니다. 곡 가운데 들리는 프랑스어는 뱃놀이에 '프랑스 어딘가'라는 낭만을 더해줍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  "Fill This Night (paradox remix)"와 "Come Alive (distort remix)"는 전자음의 강화가 두드러지지만, 사운드의 밀도와 비트는 '댄서블'하기에는 부족합니다. "I'll give you everything (buoyant remix)"는 '부력이 있는, 경쾌한'을 의미하는 buoyant처럼 반짝반짝한 사운드 때문에 떠오르는 분위기와 켱쾌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트랙입니다. 하지만 이 트랙이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원곡의 보컬과는 다르게 'J(제이)'와 'Booby Kim(바비킴)'이 다시 부르고 있기때문입니다. 여성 보컬리스트로서 가녀린 음색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J'와, 역시 한국인으로서는 독특한(소울풀한) 음색의 '바비킴', 두 사람의 확연한 음색 대비는 귀를 즐겁게 합니다.

"Speechless (Vanilla soul remix)"는 말랑말랑 전자음들을 통해 '바닐라'처럼 달콤해진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Cry Out Loud (black sunshine remix)"는 노래 속 화자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한 'black sunshine'이라고 명명된 리믹스가 재밌습니다. 강렬한 명암대비가 느껴지는 리믹스 제목처럼, 리믹스로는 특이하게도 원곡보다 전자음을 배제하여 보컬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음각과 양각으로 흑백의 명암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판화' 같다고 할까요?  "Chi Chi (original remix)"는 이 앨범까지 클래지콰이의 음악들을 따라왔다면 한 번 즈음은 들었을 법한 멜로디와 전자음들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마지막 트랙 "이별"은 국악의 연주에 시조같은 가사를 입힌, 이번 앨범의 성격에는 벗어나는 다분히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1집을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아쉬운 2집의 리믹스 앨범이기에, 역시 아쉬움은 큽니다. Love Mode나 "I'll give you everything'의 리믹스 트랙이 이 앨범을 지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2집에 실려 정규앨범에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국 판매량으로 보면 2집이나 이 앨범이나 '공멸'하게 되지 않았나 하네요. 하지만 'Zbam'과 더불어 단지 '보너스 CD'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리믹스 앨범의 위상을 개별적인 앨범으로 높인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2010/12/14 02:36 2010/12/14 02:36

삼성 NX100 하프케이스 개봉기

네이버 'NX클럽'에서 진행된 NX10과 NX100 케이스 공동구매를 통해 NX100 하프케이스(속사케이스)를 장만했습니다. 정품이 89900원으로 9만원에 가까운 가격인데, NX클럽에서 진행된 공동구매는 정말 저렴하게도 배송비 포함해서 정품의 1/4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죠.

'토마(TOMA)'라는 회사의 작품으로, OEM으로 삼성에 납품도 한다나요? 원래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의 하프케이스 및 슈트케이스로 유명한 국내 회사라고 합니다. NX10의 경우 이 회사에서 슈트케이스도 발매를 했는데, NX100은 우선 하프케이스만 화이트, 블랙, 브라운의 세 가지 색상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검은색(블랙) 바디의 NX100를 소장하고 있어서 같은 색보다는 고풍스러운 멋이 나라고 브라운으로 장만했습니다. 이제 하프케이스로 NX100의 바디가 조금이나마 보호가 되겠군요. 빨리 NX100용 슈트케이스도 발매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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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하프케이스가 블랙 바디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바디 하단에 삼각대 고정부분에 하프케이스에 포함된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어서 좋아요. 100원짜리 동전을 드라이버 대신하서 간편하게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열심히 출사라도 다녀야겠어요.

뒤에 보이는 노트북은 지금 블로깅에 사용하고 있는 'ASUS K40AB VX032V'입니다. 2009년 11월에 출시되자 마자 사서 아직 잘 쓰고 있어요.


2010/12/13 21:48 2010/12/13 21:48

황경신 - 세븐틴

오래전에 읽었는데, 최근 '황경신'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하여 뒤늦게 쓰는 '세븐틴'의 독후감.

월간지 '페이퍼'에 연재된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소설인데, 나는 마침 페이퍼에 실린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라는 제목을 글을 인상깊게 읽었었고, 이후 그 글이 이 소설 '세븐틴'에 실렸다고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다만 페이퍼에 실린 단편들을 모아놓은 소설집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페이퍼에 연재된 글을 모아서 완성한 '한 편의 소설'이라는 점은 알지 못했다.

'니나'와 '시에나', 10세 이상 차이나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두 여자 주변의 남자들 '제이', '대니', 그리고 '비오'가 등장하면서 서로 얽히고 섥혀있는 관계도를 그려나간다. 어떻게 그런 우연과 기연이 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섯 사람의 관계는 복잡한데,그들의 관계구도보다 흥미로운 점은 각 장(소설 속에서는 니나와 시에나의 피아노 레슨에 빗대어 Lesson이라고 표기한다)이 클래식 음악과 관련되어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니나와 시에나는 피아노 레슨을 통해 만났고, 시에나와 비오가 바이올린으로 연결되어있고, 시에나가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유도 있겠다. 물론 황경신 작가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중고등학교 시절에 음악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던던 클래식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점은 흥미롭다. 차이코프스키 죽음의 비화라던지,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이유, 베토벤이 되고 싶었던 슈베르트 등 '클래식'하면 모두 알만한 유명 작곡가들이 이야기부터, 나와 같은 클래식 문외한이라면 한 번 정도 들어보았을 유명 연주자들인 '하이페츠'나 '글렌 굴드'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런 이름들은 궁금즘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음반들 찾아보게 만드니,   클래식 견문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남자 독자로서 솔직히 시에나의 사랑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쉽지않고, 그만큼 책장을 넘기기도 쉽지는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어른들이 사랑이야기, 어른이 되어가는 17세의 니나와 어른이 되었지만 혼란스러운 30대의 시에나가 풀어나가는 '세븐틴'은 살면서 겪는 일련의 연애 이야기들을 함축한 축소판일지도 모르겠다.
2010/12/13 12:17 2010/12/13 12:17

Clazziquai project - Color Your Soul

데뷔앨범 'Instant Pig'의 성공에 따라 큰 기대 속에 발매된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앨범 'Color Your Soul'.

2004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 'Instant Pig'는 '클래지콰이'에게 대중의 관심을 모아준 앨범이었고, 그 인기는 수록곡들이 CF에 사용되면서 표면적으로도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판매량이나 대중의 인기보다는 음악성에 중점을 둔 시상식인 '2005년 제 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가수(밴드)'와 '최우수 팝'까지 안겨주니, '대중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리믹스 앨범 'ZBAM'도 1집과 2집을 잇는 1.5집으로서 상당한 완성도와 기대되는 신곡들을 들려주었구요.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중의 눈을 한 수준 높여놓은 그들이었기에, 대중은 더 높은 수준을 원할 수 밖에 없었죠. 앨범 아트웍에서는 1집에 이어 전형적인 돼지가 등장하여 -멧돼지의 그림자와 등장했던 리믹스 앨범과는 다른, 변종이 아닌- 1집의 혈통을 잇는 '적자'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intro "Beautiful Woman"에 이어지는 "Salesman"은 크리스티나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으로 앨범의 전반적인 성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1집보다 더 높아진 보컬의존도와 더 짙어진 팝적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더욱 댄서블한 "Fill the night"과 1집 중반부의 트랙들을 연상시키는, 비교적 강렬한 비트의 "Cry out loud"가 이어지고 'I will give you everything'에서는 나긋나긋한 보컬로 인해 말랑말랑한 팝적 감각이 절정에 달합니다. 'Come alive'는 2집 수록곡 가운데 가장 일렉트로니카적인 트랙으로 타이틀 곡 "날짜 변경선"은 팝적 성향이 절정에 달한 라운지풍의 트랙입니다.

같은 플럭서스 뮤직 소속의 이승열이 객원보컬로 참여한 "Be my love"는 인기 드라마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은 트랙으로 'Color your soul'의 후반부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입니다. 후반부의 다른 점은 전반부보다 더 보컬 의존적이며, 대체적으로 가볍고, 일부 트랙에서는 상당히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곡들이 어쿠스틱으로 편곡해도 어색하지 않을 법하네요.

'삼인삼색(三人三色)'의 시작인 "춤"은 호란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으로 클래지콰이를 '대한민국 대표 일렉트로니카 밴드'라고 부르기에 무색할 만큼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후에 "이바디"로 만나게 되는 호란을 엿볼 수 있죠.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Color your soul"은 "춤"에서 코러스에 가까웠던 알렉스가 호란과 역할을 바꾼 트랙으로 제목처럼 Soul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춤"과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인 "Speechless"는 호란과는 또 다른 매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크리스티나를 만날 수 있고 전작의 "After Love"에 비견할 만한 트랙입니다.

비교적 나긋하고, 조금은 느끼한 알렉스의 보컬과 함께하는 "Sunshine"은 전작의 "Gentle Rain"을 생각나게 하는 흥겨움과 발랄함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그 흥겨움과는 역설적으로 이별을 노래했던 "Gentle Rain"과는 다르게, "Sunshine"은 가사까지도 제목처럼 찬란합니다. 여름의 연가로 손색이 없죠. "Step Ahead"는 이어지는 "다시..."의 Intro 성격의 짧은 연주 트랙입니다. "다시..."는 여러모로 전작의 'flower'를 떠올리게하는 트랙입니다. 개성이 강한 두 보컬인 알렉스와 호란이 서로의 개성을 줄이고, 차분하게 하모니에 집중한 점이 그렇고, 흔한 싸구려 발라드처럼 눈물에 호소하지 않고 차분차분, 또박또박, 하지만 안타깝게 읊조리는 가사가 그렇습니다. 이별의 슬픔을 넘어,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구요.

분명 'Color your soul'은 전작 Instant Pig에 견줄 만큼 클래지콰이의 다양한 음악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이 대중에게 안겨준 '충격'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아쉬운 앨범입니다. 영화에서 본편을 능가하는 후속편이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귀를 "일렉트로니카/라운지"라는 또 다른 세계로 한 단계 높이고, 또 그 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그들이기에 아쉬움은 짙습니다. 그럼에도 각곡의 퀄리티나 앨범 전체의 완성도는 대중가요의 평균을 뛰어넘는, 흔히 말하는 'Well-made'라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클래지콰이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버릴 수 없는 것이구요.

2010/12/12 13:53 2010/12/12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