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비트 플렉스(Fitbit Flex) 5개월 사용기

'개봉기 및 1개월 사용기' 와 '3개월 사용기'에 이은 이번 'Fitbit Flex(핏비트 플렉스) 5개월 사용기'는 이 스마트 밴드 사용기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1년 사용기'나 flex의 후속 기기가 나온다면 또 다른 사용기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 '3개월 사용기'에서 소개했던 '250km 뱃지'에 이어 500km, 750km, 1000km도 차례로 정복하면서 뱃지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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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50km 뱃지'를 얻을 때까지는 처음 사용하고 약 2개월 가까이 걸렸지만, '500km 뱃지'까지 250km 추가에는 5주가 되지 않는 시간에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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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m를 넘어서면서 꽤 열심히 걸어서, '750km 뱃지'까지 다시 250km 추가에는 2주가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뱃지 갱신 기간을  꽤나 단축했던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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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뱃지인 '1000km 뱃지'까지는 조금 느슨해져서, 3주가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그 다음 뱃지는 지금까지 걸은 만큼 더 걸어야 한다니, '2000km'겠네요.

핏비트 플렉스와 함께 열심히 산책하면서, 처음 착용할 때 74~75kg에 머물렸던 체중은 현재 69kg 정도까지 내려왔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그 운동을 유지하고 습관이 되도록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는 점에 있어서 '핏비트 플렉스'는 확실히 유용합니다. 악천후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을 유지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동기 부여는 '친구' 기능을 이용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더욱 강력하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용기간이 5개월을 넘어가면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산책을 할 때 평지를 걷지 않고 높지 않은 산을 오르는데, Fitbit Flex 제품에는 '고도 측정' 기능이 빠진 점이 아쉽습니다. 일반 평지와는 다르게, '산행 혹은 등산'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좋은 착용감 때문에 일정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밴드의 내구성'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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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인 '트랙커'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충전을 해줘야 하는데, 그 트랙커를 넣고 빼면서 수납하는 밴드 안쪽은 이렇게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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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밴드의 제질도 스크레치에 약하고 내구성도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아주 거칠게 사용하는 환경이 아닌데도 곳곳에 마모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착용하는 사용자라면 사용 환경에 따라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를 주기로 밴드의 교체가 필요하겠습니다. 물론 밴드는 '소모품'으로서 추가로 구입이 가능하지만, 정품은 가격이 저렴한 수준은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물론, 앞으로 거의 1년 주기로 새로운 'Fitbit Flex'가 발매될 수도 있겠습니다.

약 5개월을 사용하면서 몇몇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능이 더욱 개선되고 향상된 후속작을 기대해봅니다. 핏비트 플렉스와 함께 여러분의 다이어트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2014/08/29 22:28 2014/08/29 22:28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 2014. 7. 3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제는 "믿고 보는 마블 스튜디오"가 되었기에 개봉일에 심야상영으로 보았습니다. 인구가 적인 지방 도시의 영화관이라 평소에는 관객이 꽤 적은 편인데, 최근에는 '군도', '명량' 같은 국산 대작들과 더불어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개봉하면서 관객이 많네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한 다섯 영웅으로,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대는 '우주판 어벤져스'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상당히 강하다는데, '어벤져스'와의 조인트 이벤트를 염두했는지 캐릭터들의 능력은 '은하의 수호자'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상당히 약화된 느낌입니다. 그 엄청난 강함 때문에 원작에서는 '스타로드(Star Lord)'라고 불리던 주인공도, 영화 속에서는 '자칭 스타로드'가 된 점으로도 약화는 뚜렷합니다. 스타로드와 동료들의 힘은 전체적으로 약화되었지만, 그 스케일만은 '어번져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어벤져스'에 속하는 작품들이 '히어로'라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SF+판타지' 정도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여러 행성과 은하를 무대로 하는 '스타워즈'급의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급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했는데, 여러모로 '스타워즈 시리즈' 가 떠오릅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마블 스튜디오' 로고 대신 스타워즈 로고를 넣는다면, '스타워즈'의 새로운 스핀오프로 착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점은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와 '스타워즈'를 제작한 "루카스 필름(Lucas Film)"을 모두 인수한 "디즈니(Disney)"가 만들어낸 '접점'이라도 생각됩니다. 개성이 뚜렷한 행성들을 배경으로하는 '스케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도 스타워즈를 떠오르게 하는 점이 존재합니다.

나사가 빠진 듯한 유머와 동시에 주인공다운 진중함도 보여주는 '스타로드'는 다분히 '스타워즈'의 '한 솔로'를 떠오르게 합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티격태격하는 동식물인 듀오 수다쟁이 '로켓'과 우직한 '그루트'는 'C3PO'와 'R2D2'의 콤비가 연상되고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드랙스 더 디스트로이어'는 듬직한 '츄바카'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과거를 갖고 있는 '자모라'는 역시 '레아 공주'와 연결됩니다.

'어벤져스'와의 균형을 위한 '캐릭터들의 약화'만큼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결성 과정은 아쉽습니다. 이해관계로 얽혀서 급조된 팀으로 설정되었는데, 다분히 '디즈니답다'고 할 만큼, 더 넓은 연령층이 관람하도록 눈높이를 낮춘 느낌입니다. '골룸', '킹콩'에서 최근의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시저'까지 '크리쳐 전문 배우'인 '앤디 서키스'에 비교될 만한 여배우 '조 샐다나'는 행보는 놀랍습니다. '아바타 4부작'의 '네이리티'와 '스타트렉 시리즈'의 '우후라' 그리고 이제 시작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자모라'까지 'SF & 외계인/우주인 전문 여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녀가 등장하는 세 프렌차이즈 모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라는 재료에 '루카스 필름'이라는 양념을 추가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다채롭고 맛깔나는 요리'가 분명합니다. 다만 '디즈니'라는 '가장 대중적인 그릇'에 담기면서 고급 양념만 추가되지 않고, 눈높이가 낮아진 점은 약간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첫 편의 성공으로, 앞으로 이어질 이 시리즈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벤져스'와의 억지스러운 조인트 이벤트보다는 자체 시리즈로서의 확장이 더욱 기대되는 팬들도 많지 않을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13 15:16 2014/08/13 15:16

스콧 피츠제럴드와 무라카미 하루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누군가는 헛소리를 하지만,

가까운 일본 출신으로 유럽쪽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을 보면,
유년기나 청년기의 긴 시간을 유럽에서 보냈더라.

아마도 유럽에서 보낸 긴 시간이 유럽에서 통할 만한,
즉 '전형적인 일본 냄새'가 나지 않는 작품이 나오게한 원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은
그저 어떤 국수주의 자의 '뇌내 망상'일 뿐일지도.
그런 망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노벨 문학상'은 영영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

'무라카리 하루키'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스콧 피츠제럴드'이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개츠비'로 익숙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름은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도 자주 언급될 정도이고,
하루키의 작품 세계에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어떤 색 꿈을 꾸는가?
한 언어로 또 다른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
평생을 홀로였던 어떤 사람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칠 수 있을까?
2014/08/13 13:51 2014/08/13 13:51

컨트리(country) 음악 입문을 위한 간단한 안내서 1

최근까지 '백인들의 전유물'에 가까운 음악이었던 'Country(컨트리)'는 비교적 그 특징이 뚜렷하다.

특징적으로, '역사상 가장 음반을 많이 판매한 컨트리 가수(약 1억 3천만)'이자 '컨트리 음악의 대부'라고 할 만한 'Garth Brooks' 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주로 '남녀상열지사'를 노래하는 다른 장르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조국에 대한 사랑(애국)'과 '신에 대한 믿음(신앙)' 그리고 '변치않는 우정'처럼 '고전적인 미덕'들이 노골적으로 녹아있다.

매년 '미국 컨트리 음악의 성지'라고 불리는 Nashville에서 열리는 'CMA(Country Music Awards)'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와 더불어 권위있는 음악 시상식이자, 당연히 '백인들의 음악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상식에서 가장 큰 영광은 바로 'Pinnacle Award'라는 상이다. 이 상이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점은 어찌보면 '공로상'과 비슷하지만, 공로상과는 다르게 '컨트리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에게 그 이름처럼 '정점'에 수여되는데, 매년이 아니라 약 10년에 한 번 정도 수여되는 될 정도로 컨트리 뮤지션들에게는 일'생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상이다. 2013년에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가 수상했는데, 바로 전 수상자가 2005년 Garth Brooks였다.

나의 10대 중후반였던 90년대 후반, 인터넷이 걸음마를 때던 시기여서 외국음악을 접할 방법이 많지 않았고, 그 적은 방법들 가운데는 팝음악 잡지 '월간 GMV(지구촌영상음악)'과 홍콩의 'Channel [V]'가 있었다. 매주 토요일 밤 Channel [V]의 빌보드 차트와 월간 GMV의 빌보드 차트, 그래미 어워드 기사, 연간 음반 판매량 정보를 흥미롭게 봤는데,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Channel [V]에도 소개되지 않는 가수이면서 매년 음반 판매량 상위권이고 빌보드 차트도 순위권이던 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Garth Brooks였다. 지금처럼 'mp3 내려받기(구입)'나 '온라인 스트리밍'은 생각할 수도 없고 '음원의 구입'은 곧 '음반 구입'을 의미하던 90년대 중후반, 발표하는 앨범마다 '1천만장'(거의 대부분 북미에서만)을 팔아치웠고, 다른 장르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미국 컨트리 음악'의 명맥을 지켰던, Garth Brooks도 전성기가 지난 2005년이 되서야 수상했는데, 고작 정규 앨범 4장을 발표한 풋내기 Taylor Swift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Garth Brooks도 넘지 못한 '세계의 벽(세계인의 음악적 취향의 벽)'을 Taylor Swift가 넘어 '컨트리 음악의 세계화'에 공헌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전통 컨트리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변질된 컨트리이기는 하겠지만)

미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미국적인 특징'을 버려야하는, 어쩔 수 없는 진화라고 해야할까? Taylor Swift로 대표되는 최근의 '젊은 컨트리'에서는 '애국'이나 '신앙' 같은 고전적인 색채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젊은 세대 컨트리 음악에도 뚜렷한 공통적 특징들은 남아있다.

high teen romance :

'세계화'되면서 사랑노래가 많아지는 점은 당연한 수순일까? 미국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혹은 학업을 위해 드넓은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서 기인한 특징일까? 아니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분가하던 과거 '베이비붐 세대'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일까? '10대 시절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이 꽤 있다.

geography :

하나의 표준시대에 모든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어림잡아 6개 정도의 표준시간대가 존재하는 광활한 국토에 사는 만큼, 도시 각각의 지리환경적 특징이 뚜렷하고 도시들마다 발달과정에 따라서 그 특징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일까? 비유나 은유의 대상으로 도시나 지명이 자주 사용된다. (예, 바람의 도시 = 시카고)

comparision :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음악적 혹은 언어적(문학적)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가사에서 비교와 대조가 꽤 많이 사용된다. '연적인 그(그녀)'와 '나'를, 도시/지명 혹은 사물/행동 등으로 다양하게 비교하거나 대조시킨다. 특히 앞서도 언급한 도시나 지명 등으로 비교하는 경우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특징이 녹아있는 Taylor Swift의 곡 'White Horse'로 첫 번째 안내를 마친다.


2014/08/06 16:16 2014/08/06 16:16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 스펜서 웰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기원 혹은 조상에 대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류의 기원과 역사'라는 주제는 인간이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해진 후로 '우주의 기원과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호기심의 영역에 있었다. 두 주제는 모두 20세기까지도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 기원에 관해 수 많은 '설'이 존재했고 또 그만큼 많은 반론이 존재했다. 하지만 물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천체물리학도 발전하면서 20세기에 우주의 탄생에 관한 '빅뱅 이론'으로 그 기틀은 갖춰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더 많은 부분들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빅뱅 이론'은 이제 우주 탄생에 관한 정론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인류의 기원도 20세기까지 밝혀진 부분은 많았다.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원하여 지구 곳곳의 대륙으로 퍼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빅뱅 이론'만큼 기초 과학 상식이 되었지만, 어떤 경로로 어떻게 거의 전 지구에 퍼졌는지는 20세기 말까지도 의문점으로 남아있었다. 더구나 인간처럼 뛰어난 지능과 적응력으로 지구 곳곳을 이동한 동물은 이전까지 없었고, 인류의 이동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 문제를 결정하는 '자연환경의 변화' 뿐만 아니라, 농업과 항해술 같은 기술 발달이나 인간 사이의 갈등(대표적으로 전쟁)에도 영향을 받았기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적 사료로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로 기록된 역사'는 최소 수십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에서 만 년이 채 되지않는다. 그러다가, 모든 동식물에 존재하는 게놈, 유전자(gene), 그리고 DNA가 밝혀지면서 이 기원을 추적하는 강력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세기 말까지도 기술적인 측면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 단서들을 대규모로 이용하기에는 제한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되면서, 이 단서를 탐구하는 '유전학'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는 원제 "Deep Ancestry inside the Genograhic Project"처럼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염색체와 DNA 단위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거댄한 범지구적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스펜서 웰스'가 집필한 전작 "The Journey of Man : A Genetic Odyssey(2004)", 국내 번역판 '최초의 남자'의 연장선에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최근 발견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동시에 참여를 호소하는 책이다. 모계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와 부계 유전되는 'Y 염색체'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내용들은, 일반인들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써놓았으나 생물학이나 유전학의 지식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의예과 시절에 배웠던 '유전학' 지식들을 새록새록 되살려냈다.

연구의 최근 발견들은 역시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지만, 그 이동 과정은 예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역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진 연구여서 그럴까? 아프리카 기원에 관한 내용은, 이 책보다 나중에 출간되었지만 먼저 읽었던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과 교차점이 된다. 그리고 이 인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복잡하고 방대한 작업은 단순히 유전학적 지식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단다. 인류의 유전학적 발자취를 돌아보는 일은, 실제로 인류가 지구 위에 남긴 흔적들을 탐구하는 '고고학'과 '인류학'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재밌다. 생각해보면, 전세계에서 모은 염색체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발견한고 추론해낸 '유전학적 연대'는 실제 현장에서 알아낸 '고고학적 연대'와 일치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은 당연하겠다. 실험실의 기초 과학을 벗어난 물리학이 천문학과 만나 천체물리학이 되는 모습과도 비슷한데, 현대의 수 많은 과학기술 학문들은 이제 서로 얽히고설켜서 점점 더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어지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최근 범죄 현장에서 남겨진 머리카락이나 신체 일부 속에 있는 DNA로 범인을 알아내는 방법처럼, 이제 조만간 역사학과 인류학의 고증에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유전학적 검증이 필요한 시대가 열릴 수도 있겠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논쟁도 유전학을 통해 종결되는데,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으로 이주하기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은 유전적으로 우리의 조상들과는 매우 다른 아종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선조가 아닌 셈이다. 인류와의 생존 경쟁에서 뒤쳐져서 멸종했다는데, 정말 적자생존에 의한 자연적인 도태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서론을 시작으로 최근의 연구 내용을 도표와 더불어 업데이트하는 본론, 그리고 연구 참여자, 연구 방법, 연구 윤리, 연구의 한계점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결론은 꽤나 장황하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한 편의 '연구 논문'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 연구와 관련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읽기 쉽게 쓰여졌을 뿐이다. 이 연구는 이 책이 발간된 2007년에도 진행 중이었고 2010년에 종료 예정이라는데, 연구의 최후 결론을 알리는 후속 도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재밌는 점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웹사이트(https://genographic.nationalgeographic.com/)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송비를 제외하고 약 16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DNA test kit'을 구입하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유전학적 기원'을 알 수도 있다. 참여는 이 키트를 이용해 '구상상피세포'를 채취해서 다시 돌려보내면 간단하게 가능하다. 160달러를 지불하고 또한 염색체를 제공하여,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이 '비영리 프로젝트'를 위한 기부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참여자 자신을 포함한 인류의 기원을 알아내는 연구에 참여하는 test kit이기에 정식 명칭은 'DNA Acestry Kit'라고 한다. 이 Kit를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2014년 6월에 올라왔고, "Geno 2.0"이라는 주제가 붙은 점으로 볼 때 2010년에 전 단계의 연구를 종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계로 나아갔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2010년까지 완성된 인류의 '유전자 계보'를 바탕으로, 참여한 일반인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유전학적 족보'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프로젝트의 입장에서는 윤리적이면서도 재정적으로 안정되게 '유전자 풀(gene pool)'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나온 Kit라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인류 모두를 위한 거대한 연구에 참여하는 '킥스타터'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2014/08/05 01:30 2014/08/05 01:30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 2014. 7. 16.

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의 후속편이 '마블(Marverl) 히어로' 라인업이 빠져있는 7월을 틈타 개봉했습니다. 전작은 아주 오랜만에 갔었던 종로 '서울극장'에 보았기에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리부트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데, 꽤 성공적인 리부트로 평가받은 전작 덕분에 제작이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혹성탈출'이라는, 국내에 수입되면서 원작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이 제목을 처음 붙인 사람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제목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까지는 한국판 제목 '혹성탈출'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혹성' 이나 '탈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너무나 엉뚱할 따름입니다.
 
전작에 이어 주인공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이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중간계 시리즈의 '골룸'과 영화 "킹콩" 속 '킹콩'으로 '괴수 전문 배우' 혹은 '모션 캡쳐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보다도 '앤디 서키스, 그를 위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수 많은 유인원들이 등장하는 만큼 어떤 영화보다 그의 '모션 캡쳐'의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유인원 '시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인 만큼 풍부해진 표정과 내면 연기까지 모션 갭쳐에 관한 그의 연륜과 내공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류 수준의 문명을 이뤘던 오리지널 시리즈의 유인원들과는 다르게,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는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족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영특했던 시저와는 다르게 다른 유인원들의 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보이지는 않고, 전작으로부터 약 1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이룬 수준은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더구나 전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던 시저가 유인원 무리를 이끌고 산속으로 은둔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소수가 살아남은 인류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갈등은 시작됩니다.

인류와 평화를 지키려는 온건파 '시저'와 전쟁을 통해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코바'의 대립은 미국의 남북전쟁(Civil War)를 연상시킵니다. 더구나 시저가 그의 이름(Caesar)처럼 심복 코바에게 배신 당하는 모습은, 결국 유인원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고 '인류의 역사'를 반복하리라고 예상하게 합니다. 코바의 반란을 수습했지만, 이제 시작된 전쟁은 멈출 수 없다는 시저의 마지막 대사는 3부작의 마지막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리고, 유인원들의 지도자로 복귀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시저를 뒤로하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착한 사람 '말콤'의 모습은,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로 떠오르는 유인원과 역사의 뒤로 사라지는 인류를 대비시키는 듯하여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02 20:22 2014/08/02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