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Sony) 블루투스 스피커 SRS-BTX300 개봉기 및 사용기

90년대까지 세계 프리미엄 전자제품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소니(Sony)'는 2000년대가 되고 전자제품의 판도가 IT제품로 넘어가면서 한국의 삼성, LG 등 후발주자들에게 밀려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인식한 소니 그룹은 헐리우드의 '소니 픽쳐스'와 거대 음반사였던 'BMG'를 흡수한 '소니 뮤직', 그리고 가장 앞서나가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앞세운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  등 영상/음향을 포함하는 문화 산업 쪽으로 개척해 나아가면서, 소니 전자 그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소니 전자'하면 예전에는 TV/노트북 등에서 알아주는 회사였지만, 최근에는 이런 소니 그룹의 노선을 지향하는지 디지털 카메라/캠코더와 음향기기 쪽에 더 비중을 둔 회사가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고성능에 프리미엄을 더한 제품들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면, 음향기기 쪽에서는 과거 '워크맨'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헤드폰을 비롯한 하이엔드 기기들을 속속 발표하면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죠. 음향기기 쪽에서는 헤드폰 시장에서 기술과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최근에는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이 커지면서 이 기기들과 블루투스(Bluetooth) 스피커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소개하는 'SRS-BTX300'은 국내 발매된 소니의 블루투스 스피커 라인업에서 중상위 급의 제품입니다.

정식발매 가격이 20만원대 후반이고, 인터넷 최저가도 10만원대 후반인 제품이지만, 올레샵에서 배포한 쿠폰과 KT 이용자라면 대부분 남아도는 '별 포인트'를 써서 9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기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저도 음향기기 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제도 이미 받아두었던 쿠폰과 남아도는 별 포인트를 써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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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샵에서 주문하고 약 3일만에 받았습니다. 상당히 큰 상자에 넣어서 배송이 되었는데 제품상자에는 큰 이상이 없네요. 보기보다 상당히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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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위쪽을 열면 구성품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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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구성은 정말 간단합니다. SRS-BTX300 본체, 충전용 어댑터, 사용설명서 및 보증서, 그리고 보관용 케이스가 전부입니다. 디자인도 크기도 안 어울리지만 무려 '휴대용'이기에 케이스가 같이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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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면 실물의 크기가 짐작이 어렵기에, 아이패드(iPad) 3세대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휴대하기에는 큰 편이고 무게도 1.6kg 정도로 묵직합니다. 휴대용으로서 출력과 사용시간, 양쪽을 만족시키기위한 대용량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가 꽤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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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아랫쪽 LED는 전원을 켜면 하얀색으로 있다가, 블루투스가 연결되면 파랑색로 변합니다. 파랑색은 당연히 블루투스(bluetooth)를 연상시키기 위한 선택이었겠죠?

넥서스4(Nexus 4), 아이패드 3세대, AK100 아스텔앤컨, 그리고 HP 넷북까지 대부분의 휴대용 IT기기들을 어렵지 않게 연결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테블릿의 경우에는 '구글(Google)'의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 'NFC 간펴 연결'이라는 앱을 설치하고 NFC기능을 이용해서 더욱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테블릿의 블루투스 기능도 간단하게 켜고 끌수 있으며, 스피커 위쪽의 'N' 문양에 스마트 기기를 접촉하면 스피커가 쉽게 인식이 되더군요. (단, HP 넷북과 연결할 때는 넷북의 특성때문에 연결과정이 조금 복잡했습니다.)

확실히 스마트폰/테블릿의 내장 스피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의 소리를 들려주네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NFC 간편 연결'로 블루투스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가장 최근에 듣던 음악 재생 앱을 자동으로 실행시켜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휴대용 스피커'로서는 휴대용 기기들의 내장 스피커 성능을 훌쩍 뛰어넘는 음질과 음량의 스피커입니다. 하지만 PC-fi 기기들과 비교하면 조악할 수 밖에 없는 음질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PC를 켜지 않고 간편하게 음악을 듣기에는 이보다 좋은 선택이 많지 않을 듯하네요. 더구나 스마트폰/테블릿의 시대에 어울리는 제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점점 고품질 음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인데도, 블루투스와 오디오인 외에 광케이블같은 무손실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2013/11/01 17:58 2013/11/01 17:58

그래비티(Gravity) -2013. 10. 26.

첫 장면부터 '아이맥스(imax)'로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그래비티(Gravity)'.

제대로 등장해서 연기를 하는 배우는 단 두 명, '산드라 블록(라이언 스톤 역)'과 '조지 클루니(매트 코왈스키)'이고 사실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감독과 배우 그리고 기술이 만들어낸 '영상'만으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첫 장면부터 우주공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적막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지상 600km 위에서 펼쳐지는 재난'이라는 매우 특별한 상황을 다루는 영화는, 거의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중력(gravity)' 공간의 재난과는 매우 다른 상황들을 보여주고, 단순히 '시각적인 감상'을 넘어서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이 되어 몰입하게 만듭니다. 공기가 없어서 가장 기본적인 통신 수단인 '소리'가 전달되지도 않고 숨을 쉴 수도 없는 우주공간의 상황은 산드라 블록의 좋은 연기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롱테이크가 합쳐져서 갑갑함, 답답함 그리고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런 압도적인 '시각적 효과'로 단순한 상황을 그려내지만, 근본적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처럼 상당히 깊게 생각할 만한 점들을 담고 있습니다. 마침, 우주의 전파 통신이라는 상황이 '철학적인 문답법'처럼 대부분 문답의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재밌습니다.

인간인 물리적인 인식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인 '우주'이지만, 공기도 중력도 없는 그 낯선 환경을 실제로 맞닥뜨린 인간에는 그저 끝없이 넓기만 한 '감옥'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그 끝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그 안에 홀로 던져진 인간은 한 없이 무력하기에 밀폐된 감옥에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한하지만 감옥과 같아서 탈출해야한다는 모순에서 관객은 탁트인 쾌적함보다는 황량함이 동반된 갑갑함을 느낄 수 밖에 없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탁트인 우주에서는 폐쇄 공포증같은 감정을 느끼다가도, 밀폐된 우주선이나 우주기지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점도 모순적입니다.

각본에도 참여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점은 바로 그런 '모순에서 오는 공포'가 아닐까 합니다. 지구 위의 인간이들이 우주에 대해 느끼는 신비와 경외감을 넘어서, 실제 우주공간에 떨어졌을 때 말초까지 느껴지는 '낯선 공포'는 그 어떤 상황보다도 공포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쿠아론 감독은 '역시 어둡고 밀폐된 영화관 속'과 '스크린으로 한정된 시야'라는 영화속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관객들을 상황을 이용하여 영화 속 감각들을 더 실감나게 전달합니다.

CG인지 실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과 더불어 무중력 공간에서의 물리 법칙들을 스크린 위에 그려낸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은 이제 인간의 감각이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을 확실히 넘어섰나봅니다. 또,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우주의 속성처럼, 영화 전반에 작은 소리로 낮게 깔린 배경음악도 다른 비현실적인 SF 영화들과는 차별점을 확실하게 두고 사실성을 살리면서 관객의 감정 이입에 한 몫 합니다. 신디사이저와 오케스트라가 어우려진 음악은 우주의 아름다운 적막함과 주인공의 갑갑한 감정, 두 마리토끼 모두를 놓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구에 도착한 마지막 장면은 안도감과 더불어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불안감도 느껴졌습니다. 우주에서 떨어져서 물 속에서 빠져나와 땅 위에 올라 중력을 이겨내려는 모습은 어쩐지 일부 진화론적인 주장처럼 '외계에서 기원한 생명의 진화 과정'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더불어 마지막까지 구조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혹성탈출처럼 인류가 아닌 다른 종이 지구를 지배했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도 엄습하더군요. 감독은 어쩌면 아직도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안주며 살고 있는 있는 인류의 한계(혹은 아둔함)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주인공은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탈출'했지만, 미래의 인류는 언젠가 지주에서 우주로 '진정한 탈출'을 해야할 테니까요.

라이언 스톤과 매트 코왈스키, 두 주인공 모두 지구에 아픈 기억을 갖고 있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지구를 '탈출'하고 싶은 이유가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과 한 사람은 그 탈출을 성공(?), 다른 한 사람은 운좋게도 무사하게 실패(?)하는 상당도 재밌습니다. 과연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했다고 봐야할까요?

gravity,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뜻은 우리가 뼛속까지 느껴며 살고 있는 '중력'을 의미하지만, '중대함'과 '엄숙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중력, 중대함, 엄숙함 이 모두를 함축적으로 담은 제목이 'Gravity'가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13/10/27 16:46 2013/10/27 16:46

구글 넥서스4 (Google Nexus 4) 개봉기 및 간단 사용기

2011년 초 '아이폰4'로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하여, 약정기간인 2년을 넘어가니 아이폰4의 기능들이 하나 둘씩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작년에 알 수 없는 고장을 일으켰고, 다행히 보험으로 수리를 해서 잘 사용하고 있었으나 시간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소한 불편함들이 늘어났고, 시대에 뛰떨지게 작은 화면 크기는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더불어 얼마전 iOS7으로 업데이트하면서, iOS7을 지원하는 최하위 기종답게 하드웨어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마트폰 교체하려는 마음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네요.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었고, wibro 및 인터넷 상품(약정)과 묶어서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번호이동은 어려웠고, 기기변경이나 같은 통신사로 신규가입을 해야 폰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에 고민이 좀 있었습니다. 현재 3G 스마트폰은 단종에 가까워지면서 쓸 만한 기종이 거의 없기에 선택의 폭이 거의 없었고, 그렇기에 신규가입도 기본적으로 요금이 비싼 4G LTE로 해야하기 때문이었죠. 사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iPad를 사용하기에 가끔 테더링까지 제대로 쓰는 달에는 1~2Gb 정도는 사용하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제도 사용할 수 없었고, 현재 (각종 할인을 받아) 쓰고 있는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보다 비싸질 수 밖에 없더군요. (현재 3G 데이터 무제한 + 인터넷 + wibro 30Gb를 묶어서 월 6만원 정도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요금제를 유지하고, 자급제 폰을 구입하여 기기변경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선택은 '3G 끝판왕'이라도 불리는 'Nexus 4(넥서스4)'가 되었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자급제 스마트폰들은 저렴하지만 그만큼 기기 사양이 낮은데, 'LG'가 만들고 'Google'이 판매하는 '넥서스4'는 '3G 끝판왕'답게 준수한 사양에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더구나 최근 8Gb 모델이 299,000원, 16Gb 모델이 359,000원으로 가격 인하되었기에 구입하기에 좋은 기회였습니다. 가격을 내린 이유가 후속 기종의 출시에 앞서 재고소진일 확율이 높기에 더 늦으면 구입할 수 없을 수도 있기에 서둘렀죠.

9월 30일 낮에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 주문하였고, 10월 2일에 '출고 및 배송'이 시작된다고 하여서 느긋하게 기다리려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인 10월 1일에 통관이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고 그 다음날인 10월 2일에는 택배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넥서스4는 Made in Korea, 자랑스러운 국내 생산 제품이지만 홍콩에서 배송을 시작하는 일종의 '역수입' 제품입니다. 한국 구글에서 판매하는 제품이기에 관세 등 별도의 통관 비용은 없었고, 배송비도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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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제품이기에 당연히 '우체국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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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 내부에는 더 작은 '넥서스4' 상자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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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서 여는 상자 커버를 밀어서 벗기면 상자 뚜컹은 양쪽으로 이렇게 밀봉이 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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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껑을 열면 드디어 넥서스4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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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외에는 안내서와 동기화/충전 겸용 케이블과 어댑터가 들어있는 간단한 구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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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전원버튼을 눌러서 켜면 먼저 친숙한 Google 로고가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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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Nexus 시리즈의 로고인 'X'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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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선택하면 세팅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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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i를 선택해줍니다. 아이폰4는 5GHz 대역의 wi-fi를 인식하지 못했는데, 넥서스4는 인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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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계정을 연결하면 Gmail, Picsa 등이 동기화 되고 스토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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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와 화면 크기 비교. 약 1인치 정도의 차이인데도 확실히 탁 트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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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세팅할 때 '안드로이드(Android)' 버전은 4.2였습니다. 넥서스4의 기본 세팅을 완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4.3으로 업데이트 하라는 알림이 뜨더군요. 간단히게 '재시작 및 설치'를 누르기만 하면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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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답게 빠르고 손쉬운 업데이트는 제가 넥서스4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곧 발표된다는 4.4 업데이트도 기대되네요. 그리고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하고  사용자들이 마음대로 제거하기 어려운, 리소스를 잡아먹는 각종 어플들이 없다는 점은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불필요한 어플들이 없어서 하드웨어 사양은 조금 떨어지지만 체감 성능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순정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기 때문일까요?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초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이 답답함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터치감과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줍니다. 3.8인치의 아이폰4를 2년 반을 쓰다가 4.7인치의 넥서스4를 보니, 테블릿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탁 트인 시원함이 좋네요. 크기에 비해 가볍고, 가격을 고려한다면 만듦새도 무난합니다. 다만 아랫쪽에 스피커가 위치했던 아이폰4와는 달리, 넥서스4는 스피커가 뒷면에 위치한 점은 아쉽습니다.(다른 점은 몰라도 아이폰4 자체의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는 정말 뛰어났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되네요.)

처음에 아이폰4를 선택한 이유가 iOS의 소프트웨어적인 안정성과 편의성 때문이었는데, 안드로이드도 상당히 발전했네요. 순정 안드로이드와 순정 iOS는 확실히 점점 서로 많이 닮아가는 느낌입니다. iOS7에서 상당히 많이 달라졌는데, 안드로이드의 장점들을 꽤 흡수한 느낌이고 안드로이드도 iOS만큼 깔끔하고 편리해졌네요. 처음 써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지만 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순정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인, 조만간 발표한다는 안드로이드 4.4도 기대해봅니다. 또 스마트폰을 교체하게 된다면 넥서스 시리즈의 후속 기종들을 선택하고 싶네요. 더불어 넥서스7도 탐이나네요.

2013/10/08 22:06 2013/10/08 22:06

Lucia (심규선) - 꽃그늘 (EP)

새로운 봄과 함께 찾아온, 봄노래들 가득한 루시아(심규선)의 두 번째 EP "꽃그늘".

2012년 10월 첫 EP "décalcomanie"를 발표했던 루시아는 겨우내 쉬지 않고 음반 작업을 했는지, 약 6개월 만인 올해 4월 두 번째 EP "꽃그늘"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과 함께 작업한 데뷔 앨범 "자기만의 방"을 시작으로 3년 동안 매년 음반을 발표한 셈이 되는데, 그녀의 '음악적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10트랙 모두 신곡이었던 첫 EP만큼은 아니지만, '디지털 음원으로는 들을 수 없는 보너스 트랙'이 포함된 CD의 8트랙 가운데 기존 발표곡과 연주곡을 제외하면 6곡의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녀의 욕심만큼이나 '완성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곡 '사과꽃'은 EP "꽃그늘"을 시작하는 '서문'과 같은 트랙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 봄날 한적한 공원을 느리게 달리는 자전거 산책이 떠오습니다. 상쾌한 나무그늘 속을 달리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의 따뜻한 설렘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느린 산책처럼 느긋한 선율 위로 흐르는 우아한 노래는 듣는이의 주의를 그녀의 목소리에 온전하게 집중하게 합니다. 음악적 효과를 주는 가사 '봄, 밤, 맘(마음)'은 이 곡의 심상을 압축하는 세 단어입니다. 그리고 '봄'과 '마음(맘)'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봄' 혹은 '봄이기에 어지러운 마음'을 노래하는 이 EP을 관통하는 주재(主材)입니다.

이 EP의 타이틀 '그런 계절'은 '잔인한 계절, 봄'을 노래합니다. 시조를 읊듯 노래를 풀어나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그녀의 감정들을 노랫말로 쓸 때 단어를 하나하나 선택하면서 느꼈을 고민이 느껴집니다.  또 그 선택된 단어들이 그녀의 목소를 통해 노래로 불려질 때, 하나하나 단어를 발음하면서 그녀가 그 단어에 담아낸 감정과 노력도 그려집니다. 공 들인 가사만큼이나 선율도 빼어납니다. 간주 부분에서 3/4박자의 왈츠보다 빠른 6/8박자의 멜로디는 지는 꽃잎의 흩날리는 윤무를 그려냅니다. 확실히 왈츠보다는 '현대무용'으로 표현될 법한 선율인데, 놀랍게도 이 곡을 듣고 얼마 지나 찾아본 뮤직비디오에서도 '현대무용'으로 시각화하고 있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만개(滿開)한 그녀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라 하겠습니다. 어쿠스틱과 현악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점은 편곡자의 탁월한 능력이 빛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편백나무'는 낯선 이름입니다. 편백나무는 영어로는 'Hinoki Cypress'이고 꽃말은 '기도'랍니다. 바로 이 곡은 그녀 자신을 위한 '기도'같은 곡입니다. 어쿠스틱의 가벼운 경쾌함은 지난 EP의 'What Should I Do'가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사랑을 잊고 새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5월의 당신은'은 제목처럼 5월의 나른하고 아련한 아지랑이 같은 감정을 노래합니다.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그대'에 대한 감정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하모니카 연주는 그런 애잔함과 봄의 나른함을 더해줍니다. '담담하게'는 제목과는 다른, '간절한 소망'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실편백나무'와 제목을 바꾸었어도 어울렸을 법합니다.) 이 EP의 어떤 곡들보다도 고백적인 노래인데, CD를 구입할 경우 포함된 두툼한 부클릿의 '서문'을 모두 읽어야 이 곡 뿐만 아니라 이 EP를 통해 '루시아',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온라인 음원의 마지막 트랙은 '그런 계절'의 연주곡입니다. 하지만 CD에는 두 곡의 보너스 트랙이 더 들어있습니다.(그런 의미에서 꼭 CD를 구입합니다.) 한 곡은 '꽃 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의 early demo version으로, 배경음의 빗소리가 '봄비'를 연상시켜서 봄을 노래하는 이 EP에 어색하지 않은 감성을 전해줍니다. 다른 한 곡은 '오스카'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노래같지만, 그 고양이에 그녀의 '그대'와 '그대에 대한 감정'이 이입된 사랑노래입니다. 나긋하게 힘을 빼고 부르는 그녀의 음성은 나른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고양이'도 다분히 봄을 연상시키기에 다분히 '봄 노래'답습니다.

EP "꽃그늘"은 보너스 트랙을 포함한 8개의 트랙 가운데 기존 발표곡과 연주곡을 제외하더라도 6곡의 신곡을 담고 있기에 CD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한 음반입니다. 또, 소책자 형식으로 상당히 공을 들인 부클릿은 그 소장가치를 더합니다. CD에 담겨진 음악 뿐만 아니라, CD를 수납하는 부클릿과 부클릿에 담겨진 내용물들까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반시장이 내리막을 향해가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다소 무모할 수도 있는 시도처럼 보여질 수도 있지만, '파스텔뮤직'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시도이기에 그 고집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성큼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앨범들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어려운 음반시장의 상황 속에서도 10주년을 넘어 한 걸음씩 성장해가는 파스텔뮤직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2013/10/04 02:31 2013/10/04 02:31

엘리시움 (Elysium) - 2013. 9. 3.

'디스트릭트 9(District 9)' 한 편으로 SF 영화 매니아들을 사로잡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 '엘리시움(Elysium)'.

닐 블롬캠프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디스트릭스 9'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SF 영화로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꽤 잘 짜여진 사실성과 개연성으로 전세계 SF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새로운 SF 거장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더구나 결말에서는 후속편을 강하게 암시하였기에, '디스트릭트 10'을 기다리는 SF 매니아들은 상당히 많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 9의 후속편은 없다'고 선언했고, 그의 차기작으로 밝힌 '엘리시움'이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이번 엘리시움의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의 미국 'LA'의 모습은 전작의 배경이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외된 계층이 살아가는 빈민가, 슬럼가의 모습은 매우 닮아있어서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기에도 충분합니다. 이런 열악환 환경을 그려내면서 역시 전작처럼 계층간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 또한 비슷합니다. 다만 전작이 '가난한 난민 외계인과 부유한 지구인'사이에서의 갈등은 한 지구인이 겪는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류 계층사이의 갈등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그려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경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hand-held camera의 시각으로 움직임을 쫓는 장면들이나, SF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첨단 무기와 장비들 역시 엘리시움이 디스트릭트 9과 땔 수 없는 연관성을 느끼게 합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지구인과 외계인의 갈등을 통해 인류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면, 엘리시움에서는 그런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아가 그 격차에 따른 '건강와 의료'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주인공 맥스(맷 데이먼)을 포함해서 영화 속 LA의 빈민들이 엘리시움에 가고 싶은 이유도 바로 생명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 문제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화된 몇몇 나라들에서 빈부 격차에 따라, 생명 유지의 기본이 되는 '의료 서비스'에서도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가 던지는 생명과 희생의 메시지는 그럴싸 하지만, 개연성에서는 부족합니다. 영화 속 복선들로 결말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점도 아쉽습니다. 100여분이라는 조금 부족했는지, 막판에는 성급하게 결말로 달려가는 기분입니다. 엘리시움 내에서의 알력 싸움이나 등장 인물들의 갈등에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점은 뭔가 빠진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샬토 코플리'가 악역으로 등장하면서 변신을 꽤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는 악당 두목보다는 두목의 끈질긴 수하('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타스크림'정도)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액션 스타가 된 '맷 데이먼'은 무난했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조디 포스터'의 비중이나 분량은 '용두사미'가 되어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맥스(Max)와 프레이(Frey)가 어린시절, 프레이가 맥스의 손에 그려준 그림(?)에서 두 사람의 이니셜 F+M은 결국 Female과 male, '모든 인간' 의미한다고 생각되네요. 어린 맥스에게 뿌리를 잊지 말라고 말한 늙은 수녀의 모습은, 그들의 근원인 지구를 천대하며 살아가는 엘리시움의 거주자들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과학기술을 지배의 수단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충고와도 같이 들립니다.

2013/09/05 15:48 2013/09/05 15:48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후기 -해외편-

- the Polyphonic Spree

기타,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기본 밴드 구성에, 브라스와 현악, 그리고 코러스까지 더해져 무려 14명이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만으로도 뭔가 압도적인 느낌의 'the Polyphonic Spree'. 그런데 이 밴드 원래 멤버가 20명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밴드란다. 14명이면 대다니 조촐하게 무대에 올랐다고 해야할까? 멤버 대부분이 거의 비슷한 의상을 입고 그 규모에 맞는 빵빵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교회 성가대' 혹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생각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Hold me now' 이 곡에서 압권이었는데, 상당히 감동적이면서도 선동적인 '떼창'을 부르는 곡이었다.

- Cat Power

안산까지 온 이유들 가운데 하나인 'Cat Power'. 사실 아는 곡은 영화 'My Blueberry Nights'의 OST 수록곡 'the Greatest' 뿐이지만 라인업에 올라온 그녀의 이름을 보는 순간 꼭 라이브를 보고 싶어졌다. 아는 노래들은 없었지만 공연은 좋았다. 1995년에 데뷔했다는데, 그 연륜에서 느끼지는 원숙함과 구성진 보컬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에게 할당된 시간은 너무 짧았고, 꼭 단독공연으로 내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녀와 함께한 대부분이 여성인 투어 밴드도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으로 무대 매너도 너무 좋았다.

- Vampire Weekend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보게된 밴드 'Vampire Weekend'. 밴드 이름만으로는 무시무시한 메탈이나 하드코어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상당히 말큼한 옷차림으로 올라온 이들은 모두 뉴요커로, 뉴욕에서 결성된 밴드란다. 경쾌한 음악에 독특한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랩의 음악적 요소를 더하는 라임처럼, 보컬을 가사 전달과 더불어 좀 더 악기처럼 사용한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는 'Step'이라는 곡이 가장 인상적.

- the XX

빅탑에 오른 Vampire Weekend에 이어 그린스테이지에 오른 'the XX'. 오히려 'Vampire Weekend'라는 이름에 잘 어울릴 만큼 모두 검은 의상으로 맞춰입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멤버 구성도 독특했는데, 보컬/기타를 담당하는 여성 멤버와 보컬/베이스와 디제잉을 하는 두 남성 멤버들로, 그들의 음악처럼 '미니멀'했다. 남녀가 주고 받는 보컬과 음악, 그들의 무대 의상과 조명까지 상당히 잘 짜여진 쇼를 보는 보는 기분이 들었다. 첫 날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을지.

- the Cure

첫 날의 헤드라이너, 1979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아직까지 활동중이니 브릿팝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만한 'the Cure'. 리더 '로버트 스미스'도 여장한 변태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그 시절에는 섹시 스타였단다. 놀라운 점은 오래된 밴드이고 오래된 음악인데도 전혀 '올드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점.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모던락/팝락 정도의 느낌이 나는 곡들을 주구 장창 들려주었다. 30년을 기다렸다는 팬들이나 30년동안 에너지를 유지하는 밴드나, 모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무대였다.

- Prisciilla Ahn

록페스티벌에서 들려주기에는 잔잔한 곡들이지만, 한국계 아티스트로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들려주었기에 꼭 보고 싶었던 그녀. 그녀 역시 이번에 안산까지 오도록 만든 이유였다.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최근 상당히 자주 내한하고 있는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최근에 발표된 3집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을 들려줬고, 한국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단독 공연으로 꼭 다시 보고싶다.

-Steve Vai

거장 기타리스트 Steve Vai. 광기어린 속주같은 건 보지 못했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 만으로 때로는 구슬프게, 또 때로는 매혹적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원숙한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2013/08/23 11:16 2013/08/23 11:16

더 테러 라이브 - 2013. 8. 4.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진행되는 독특한 '테러' 영화 '더 테러 라이브(the Terror Live)'.

현재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고 할 만큼 성장한 '하정우'가 단독 주연으로 등장하고, 스튜디오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이 진행되는 영화이기에 상영시간의 절반 이상에서 그가 연기한 앵커 '윤영화' 모습만을 비춰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지루하거나 느슨하기는 켜녕, 매우 긴박하고 박진감 넘칩니다. 앵커로서의 올바론 이미지와 적당히 불량하면서도 퇴폐적인 이미지가 섞여있는 '하정우'가 아니면 할 수 없을 연기들로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앵커 윤영화가 상대하는 폭파 테러범의 목소리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일상에 지친 우리 가운데 누군가의 목소리이자, 국가에게 정당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폭파 테러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영화는 국가를 위해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테러범이 바라는 고작 '한 마디 사과'이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음에도 '권위'를 내세워 거부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하는 모습은, 선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현실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대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민 개개인의 사소한 과오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로 무마시키려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고, 관객들을 '스톨홀름 신드롬'에 빠저들게 할 만한 충분합니다. 귄위적이고 부폐한 권력자들에 의해 국민 누구라도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피해자인)'폭파 테러범 박노규'가 될 수도 있고 '앵커 박노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윤영화는 재결합하려던 전부인을 잃고 목숨까지 위험하게 되면서, 폭파 테러범대신하여 결말을 내는 '새드 엔딩'이지만, 방송국 건물이 무너지면서 덮치는 건물의 모습을 확인하면 상당히 통쾌합니다. 평소 우리나라의 부폐한 정치판의 물갈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사당에 모여있는 국회의원들을 몰살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원작자 혹은 각본가도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하정우의 뛰어난 영기와 더불어, 한정된 공간에서 긴박하고 팽팽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독의 역량은 최근 국내 영화계에서 최고로 뽑을 만한 완성도의 영화를 만들었고, 장르적으로도 국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13/08/18 02:43 2013/08/18 02:43

설국열차 (Snowpiercer) - 2013. 7. 31.

'박찬욱' 제작에 '봉준호' 감독으로 제작발표부터 기대를 모았던 "설국열차(Snowpiercer)".

한국을 대표할 만한 두 감독이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뭉쳤고, 영화 '괴물'에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속 부녀 '송강호', '고아성'과 이제는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어떤 영화에선가 보았을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에드 해리스' 등 준수한 캐스팅이 공개될 수록 영화 '설국열차'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인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영화이기에 봉준호 감독이 그려내는 미래는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오랜만에 개봉 당일 심야 상영으로 보는 영화가 되었네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서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이어지며 상승하는 신분 구조는 '설국열차'가 '국가' 혹은 '인류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점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머리칸에 도착했을 때, 설국열차를 만든 '설국열차'의 '지도자'이자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윌포드'가 주인공 '커티스'를 회유하여 설국열차의 새로운 지도자로 만드려는 장면은,  혁명이 성공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지배구조를 비꼬고 있습니다. 더불어 윌포드가 말하는 꼬리칸의 폭동에 대한 진실과 반전은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역시 많이 아쉽습니다.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가면서 점점 볼거리를 늘려갈 법했지만, 머리칸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드디어 만난 윌포드는 이미 복선으로 예상이 가능했을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공허합니다. 열차가 폭파하고, 설원에 홀로 남겨진 두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99.9% 죽음 밖에 답이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북극곰을 '희망'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 관점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오만에 대한 비웃음으로 보입니다. CW-7에 의해 찾아온 멸망인 인간 세계과 인류 대부분의 멸망일 뿐이지, 모든 생명체의 멸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도 북극곰처럼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들이 존재하니까요. 더불어 지구를 파괴하는 인류가 이렇게라도 사라짐으로서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에게는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은 무분별하고 무자비하게 지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바이러스'일 뿐이니까요.

400억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하는데, 제작비 대부분을 배우들의 출연료 등의 인건비로 사용했는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상영시간을 늘려서라도 설국열차에 대해 더 상세하게 묘사하고 볼거리를 늘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3개입니다.
2013/08/08 03:32 2013/08/08 03:32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 2013. 6. 22.

'워너(Warner bros.)'와 'DC' 연합은, 이미 '마블(Marvel)'의 '엑스맨(X-men)'을 멋지게 스크린으로 옮겼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영입하여, 히어로 무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맨(Superman)'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1년 앞선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로 성공적으로 리부트된 배트맨 시리즈와는 달리, 2006년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암흑기를 벗어나나 싶었던 슈퍼맨 시리즈는 또 다시 후속편에 대한 소문만 수년동안 이어지는 암흑기를 이어가게 됩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포기하고 '슈퍼맨 리턴즈'를 선택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선택은, 결국 '엑스맨 : 최후의 전쟁(X-Men : The Last stand)'가 여러 면에서 시리즈가 쌓은 명성에 먹칠하는 영화로 탄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양대 코믹스의 영화를 말아먹는 결과를 초래했죠.)

소문만 무성하던 후속작은 영화 '300'과 '왓치맨(Watchmen)'으로 감각적인 액션과 영상을 보여주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을 영입하면서 또 다시 '리부트'를 선택했습니다. 제목은 슈퍼맨 시리즈 처음으로 제목에 '슈퍼맨'이 들어가지 않는 '맨 오브 스틸'이 되었고, '다크 나이트(Dark Knight)' 삼부작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리부트하는 동시에 '히어로 무비는 오락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걸작 반열에 올려놓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개봉 전부터 여러모로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영화가 되었죠.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도 '300' 이후로는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한 '왓치맨'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기에, 그가 만드는 새로운 슈퍼맨은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뚜껑을 연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처럼 새로운 시리즈로 리부트하면서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함일텐데, 제작자로 참여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히어로 무비에서도 영웅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보편적인 내용이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지구인과 외계인, 클락 켄트와 칼-엘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이와 관련하여 영화 내내 청년 클락 켄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은 드라마에도 꽤 신경썼음을 알 수 있게합니다. 슈퍼맨의 두 아버지, 각각 클락 켄트의 양아버지 '조나단 켄트'와 칼-엘의 친아버지 '조-엘'로 등장하는 '케빈 코스트너'와 '러셀 크로'의 연기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특히 조나단 켄트의 마지막 모습은 짧은 분량이지만, 뜨거운 부성애가 느껴질 만큼 케빈 코스트너의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액션도 상당히 볼 만합니다. 영화 '300'처럼 정지화면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의 타격에 벽을 뚫고 날라가는 등, 다소 과정된 액션은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어벤져스'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도시 전투 장면들처럼 3인칭 시점에서 다수의 아군과 적들이 충돌하는 액션 자체의 화려함을 보여준다면, '맨 오브 스틸'의 액션들은 근접 격투 위주로 흘러가면서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보여준 과장된 액션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주연 '헨리 카빌'은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슈퍼맨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강인한 액션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생각되네요.

전반적으로 무난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몇몇 가지는 좀 아쉽습니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 행성 출신의 강력한 적 '조드 장군'을 등장시켜서 앞으로 어떤 어떤 적을 등장시킬지 우려가 됩니다. 슈퍼맨 역시 너무나 강력함을 보여주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슈퍼맨의 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렉스 루터'같은 '지구인'은 적수나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더불어 조드 장군의 오른팔로 등장하는 '피오라(안체 트라우)'가 주연급 조연으로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배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모와 동시에 너무나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어서,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어야하지만 약간 허무하게 끝나는 조드 장군과의 마지막 전투가 더욱 시시하게 보이는 점입니다.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도 지적인 미녀이지만 '슈퍼맨의 그녀'로서는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히어로들 가운데 하나인 '슈퍼맨'을 비교적 현실적이고 완성도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속편은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잭 스나이더 감독을 비롯한 교체 없는 캐스팅으로 후속편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3/08/03 18:30 2013/08/03 18:30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후기 -국내편-

얼리버드로 예매해서 수개월을 기대린 끝에 드디어 7월 26일! 금요일이라 휴가까지 내고 달려간 '안산 대부도'. 홈페이지에서 알려준 주차장 주소를 찍고 갔는데 전혀 다른 곳이 나와서 당황했고, 이정표보고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로 갔더니 차량은 못들어간다고해서 당황했다. 다행히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 어처구니 없게도, 무료인 공영주차장이 유료인 전용주차장보다 가까웠다. 그래서 3만원은 절약! 근데 티켓팅하고도 10분가까이 걸어들어가야 해서 난감했고, 비는 그쳤지만 페스티벌 부지의 절반정도는 질척질척한 진흙탕에 가까워서 또 난감했다.

첫 날은 뜨거운 햇살덕에 힘들었다면, 두 째날부터는 비가 내려서 그마나 말랐던 땅이 더욱 질척해졌다. 바다 근처라서 더욱 습하기까지 해서 날씨는 여러모로 너무 아쉬웠다.

- 디아블로 & 램넌츠오브더폴른

빅탑 스테이지와 그린스테이지에서 연달에 벌어진 하드코어/메탈 계열 밴드들의 공연. 슬램도 벌어지고 메탈매니아들에게는 신나는 자리였을 듯. 첫 날이고 평일 낮시간이라 아직 관객은 적었지만, 분위기를 달구기에는 좋은 라인업이었다.

- 참깨와 솜사탕

어느덧 최근 1~2년사이에 빅밴드로 성장한 '데이브레이크'의 피해자 '참깨와 솜사탕'. 데이브레이크와 겹치는 바람에, 더구나 가장 작은 뉴텐트 스테이지라서 관객은 적었지만, 적당히 달달한 노래들로 굳세게 공연을 마쳤다. 아무래도 참솜은 록페스티벌보다는 GMF나 BML같은 무대에서 더 좋을 듯하다.

- 아시안 체어 샷

두 째날의 첫 밴드였던 '아시안 체어 샷'. 음악보다도 그 뒤에 있었던 기괴한 영상이 더 인상적이었다. 음악은 오프닝으로서 흥을 돋구기에는 충분했다.

- 불싸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불싸조. 큰 무대에 올랐다는 점보다도 아직도 해체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신기했다. 역시 이 밴드의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맛이고, 록페스티벌에서 들으니 더 꿀맛이었다. 음원으로 들었을 때는 그 맛이 안난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 9와 숫자들

이렇게 큰 무대에서는 처음 만나는 '9와 숫자들'. 시간이 짧았던지라 인기곡 위주로 꾸려갔고,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뜨겁게 싱얼롱할 곡이 없다는 점. 오히려 '그림자궁전' 시절의 곡이 싱얼롱하기에는 더 좋기에, 그림자궁전이 한 5년정도만 더 늦게 활동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한희정

확실히 2집의 수록곡들이 록페스티벌에는 그나마 잘 어울렸달까. 페스티벌을 위한 그녀의 신의 한수? 밴드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한 의상도 인상적. 얼마전에 보았던 '뮤즈 인시티'와 비슷한 셋리스트였다. '흙'은 참 묘하게 중독적이다.

- Nell & Pia

두 밴드가 같은 날 다른 무대에 섰는데, 공연시간이 10분 정도 겹친 일은 대단히 아쉬운 점이었다. 두 밴드 모두 '괴수인디진'에 들어가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는 올랐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전의 앨범들이 더 좋았기에 '애증의 밴드'가 되어버린 두 팀이다. 피아가 하드코어/메탈계열의 밴드답게 남성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면, Nell은 여성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 이진우

좀 으슥한 곡에 있었던 뉴텐트 스테이지에 오른 또 다른 피해자 '이진우'.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1집만큼이나 공연은 안정적이었다. 역시 봄이나 가을 페스티벌에서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

- 두번째달

음반은 수 없이 들었지만, 정작 공연은 보지 못했던 '두번째달'을 드디어 보았다. 사실 '록'과는 거리가 있는 밴드인지라 기대보다도 걱정이 앞섰는데, 신나는 곡들로 뜨거운 분위기를 식히는 '소방수'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얼음연못'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 앨범을 준비중이라는데, 작년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던 (팬들이 밴드에게 묻고 싶은 말)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와 가수 '혜이니'와 함께한 곡도 들려주었다. 빨리 나와라 2집.

- 페퍼톤스

수 년 혹은 십수 년후,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오를 국내 밴드를 꼽으라면 빼먹어서는 안될 밴드로 성장한 '페퍼톤스'. 인기는 꾸준히 좋았지만, 록밴드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4집은 '신의 한수'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도 들려주었지만, 싱얼롱하기 좋은 '행운을 빌어요'와 '21세기의 어떤 날'은 앞으로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빠질 수 없는 곡들이겠다. 당연히도 싱얼롱으로 화답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만 신재평의 티셔츠에도 적혀있던 'Bikini'를 듣지 못한 점은 좀 아쉬웠다.

기타 잠깐 본 밴드들은 생략한다.
2013/07/29 19:17 2013/07/29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