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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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분석적이지만 한의학처럼 통합적이지 못하다.

의학은 인간을 기계로, 장기를 그 부속품으로 보고 치료하지만,

한의학은 인간을 유기체로 보고 인체의 모든 장기를 통합적으로 고찰하여 치료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해서 이용해 먹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

의학도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한의학처럼 경험 중심의 의학이었고,

그야말로 다듬에 지지 않은 학문이었을 게다.

음양오행, 사상의학...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주장한 '4대 원소설'과 뭐가 다를까?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의학도 한의학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분명 미개하고 미신적인 요소도 많은 학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경험에 이론과 실험을 통한 검증이 합쳐지면서 끊임없이 발전했고, 그 진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수백년전 저서에 기댄 한의학이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라면,

끊임없이 나아가는 의학은 아직도 진화를 멈추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다.

아직도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구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학과 한의학의 관계도 그렇다.

...

의학이라고 신이 내려줬다거나 외계인이 던져준 외계문명에서 기원한 학문이 아니다.

그 근본은 결국 인류의 경험과 노력의 결정체이다.

시대의 변화와 필요에 얼마나 적응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그 차이를 만들었을 뿐이다.
2014/07/09 23:37 2014/07/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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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에서 도서/영화/TV시리즈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현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포스트묵시록(postapocalypse)'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좀비물'의 인기인데, 1950년대 소설을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비롯한 '좀비 영화'는 역시 최근 소설을 각색한 영화 '월드워Z'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TV시리즈로는 '워킹 데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되고, 2008년에 국내에도 소개된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도 일면에서는 그런 '종말적 재앙 뒤의 세상'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대중문화적 현상에 궤를 같이하는 책이라고 할 수있겠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흥미 위주로 쓰여진 소설이나 영화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정교한 과학적 예측이 첨가된 논픽션이다. 작가는 고고학, 생물학, 화학, 해양학, 토목건축학 등 과학의 각 분야들(그리고 그 세부 분야들)의 전문가들과의 협조로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지를 돌며 인간이 없었던 과거와 인간의 등장 이후, 그리고 인간이 사라진 후의 세상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스미스 요원'은 '네오'에게 '인간은 바이러스와 같다'고 말한다. 지구와 대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숙주에 침투하여 숙주를 이용하고 결국에는 파멸로 몰아가는 지독한 '바이러스'처럼, 인류도 '지구'와 '대자연'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면서 그 혜택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구와 대자연을 파괴하고 결국에는 인류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인류가 유인원에서 벗어나 도구를 사용하고 문명을 개척해나간 역사는 '파괴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 속에서도 '수렵 생활 동안 자행된 인류의 (전격전에 비유되는) 대학살과 그로 인한 대형 포유류의 멸종 가능성'과 '농경 생활에 따라 자행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숲과 목초지의 대파괴'를 언급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 2세기 동안에는 그 파괴가 더욱 가속되었고, 인류 등장 이후 어느 순간보다 더 많은 생물종이 멸종되고 있다.

결국에는 '자연과의 조화와 자연 보호'의 메시지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책이지만, 그 이상의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직도 코끼리나 코풀소, 하마와 같은 대형 포유류들이 건재하는 아프리카 대륙과는 다르게, 현재 아메리카 대륙에서 대형 포유류가 서식하지 않는 이유는 꽤나 충격적이다. 상당히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아메리카로 건너간 인류의 '전격전에 가까운 대량 학살'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인간의 본성은 본래 (역시 다분히 인간 중심의 가치 판단이기는 하지만) 바이러스처럼 '악하고 파괴적'이라는 생각을 들게한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친환경 플라스틱' 혹은 '광분해 플라스틱'이라고 알고 있는 플라스틱들도 자연에서 완전히 분자 수준까지 분해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분해되지만, 현미경으로는 보이는 수준이어서 결국 바다의 미생물들이나 작은 생물들에게 먹이로 오인되어 흡수되고 먹이 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 수록 농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상당히 께름칙할 따름이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희망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비교적 중립적이다. 우리 인간이 없어지면, 인류가 길들였던 몇 종의 동물과 식물들을 제외하면,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비롯해 여러 대륙 곳곳에 아직 상처 없이 남아있는 산과 숲과 들에서 동식물들이 처져서 대부분은 (감정이 있다면 아마도 기쁘게) 다시 번성하리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인류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가까운 바다에도 회복의 희망은 남아있다고 한다. 작가는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분명 '세상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성경을 기초으로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비꼬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루 아침에 인간이 모두 사라지거나 갑자기 대부분의 생물종들이 멸종하지는 않겠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멸종을 늦추고 조화로 나아가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역시 기독교적 세계관 만큼이나 극단적이다. 결국 지구를 소모하는 인간의 수를 줄여야하고, 그 수를 줄여나가는 현실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은 '출산 제한'이다. 한국의 성공적인 '산아 제한 정책'이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한데, 엄마 한 명에 아이 하나로 제한한다면 21세기의 끝자락에는 현재 60억이 넘는 인류를 그 절반 정도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확실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다. 다행히도 산업화된 많은 나라들에서 출산율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는 점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역시 아직도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과연 그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이라는 부하를 지구와 대자연이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인류가 22세기와 23세기, 그리고 더 먼 미래의 시간들을 지구에서 보낼 수 있을까? 결국 화석으로만 기억되는 공룡처럼 되지는 않을까? 인류도 아직까지는 '지구'라는 단 하나의 행성에 의존하는 종족이기에, 소행성 충돌이나 빙하기 같은 자연 재해에는 당해낼 수 없겠지만, 인류의 '멸종 원인'이 어리석게도 '우리 자신'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바로 지금이 지구와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을 위한 작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전문 서적을 읽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고고학/인류학적 사실과 미국과 미국의 대도시들의 자연사, 그리고 최근 인류가 이뤄낸 다방면에서의 과학적 성취까지 전달해주는 점은 흥미롭다. 다만, 꽤 길게 늘어지는 문장들에서 부자연스럽고 매끄럽지 못한 번역은 아쉽다.
2014/07/07 00:48 2014/07/0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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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미나 참석차 방문한 서울 '국립재활원'.

지난 방문 때, 견문을 넓혀주었던 곳.

꽤 오랜만인데, 아마도 약 4년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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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전문병원답게 휠체어 이용자를 배려한, 낮은 세면대와 아래로 기울어진 거울.

어쩌면 '배려'는 아주 먼 곳에 있지 않다. 아주 작은 생각의 변화로도 이런 배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이제 다른 재활병원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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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한 많은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점은 바로 이것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지어지는 긴 '램프', 휠체어 체험 뿐만 아니라 보행 훈련에도 충분한 '체험관'.

'국립재활원'이 '국내 최고'의 재활병원은 아니더라도 '모범'은 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

하지만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모범'이 아닌 '표본'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슬프다.

부족하고 부실한 정부의 장애인 복지 정책과 터무니 없는 건보공단의 '저수가'로는 꿈도 꿀 수 없는 현실.

교과서적인 '모범'을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표본'으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

어쩌면 이 나라의 노인과 장애인 복지에 대한 기본 모토는 '늙고 병들었으면 죽어야지'일지도.

침몰해가는 '대한민국 의료號(호)'에 탈출구는 없어보인다.
2014/06/27 06:10 2014/06/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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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는 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보는 한국 영화다. 개봉은 이미 한 달 전에 했는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밀려서 이제야 보게됐다.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두 남자 배우 '이선균'과 '조진웅'을 내세운 작품이기에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기대는 했었다. 이선균의 경우, 브라운관(이제는 LCD 혹은 LED라고 해야할까?)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대박'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없었지만 흥행성과 작품성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넓혀나갔기에, 그의 첫 '단독 주연'에 가까운 이 영화가 더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미 영화 '체포왕'으로 꽤 괜찮은 '형사 연기'를 보여주었고 지금까지 비교적 견실한 이미지의 배역들을 연기하면서 '독자적인 캐릭터'가 완성되어가는 그이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 '형사 고건수'도 훌륭하게 소화한다면 현재 충무로의 '독보적인 넘버 1 액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하정우'를 잇는 액션 스타의 탄생을 완성하는 작품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선균'과 '조진웅',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지만, 포스터를 봐도 예고편을 봐도 이선균이 주연이고, 조진웅은 주연과 조연 사이의 '주조연' 혹은 '주연급 조연'으로 봐야 옳겠다. 물론 그의 연기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출연시간(분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여러 영화들에서 조연과 주조연급 위치를 오가며 연기력을 확인시킨 그였고, '끝판왕급 비리경찰'인 '박창민'을 연기하기에는 그만한 배우가 없었으리라. '양아치 기질이 넘쳐나는 민중의 지팡이'로 끼를 보여준 그의 연기에서는, 차후 그가 '최민식'의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간직한 캐릭터'를 잇는 적자가 될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비리)형사 '고건수'가 뺑소니 살인범으로 추락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쩐 장치로 그가 누명을 썼음을 대략적으로라도 짐작하게 한다. 영화 초반의 촛점은 '그의 누명'이 아니라, 피해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꽤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지만, 조명과 소품으로 시체를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런 논란을 피해간다. 그리고 장치들은 그가 쓰는 누명의 '작은 기여 요소'가 된다. 시체를 은폐하는 과정은 쫄깃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니다. 아마도 작년의 '더 테러 라이브' 이후 이렇게나 긴장감을 준 영화는 처음이겠다. 조진웅의 배역 '박창민'을 꽤나 숨길 법한 뉘앙스를 풍겼던 예고편과는 달리, 그의 정체는 빨리 드러나고 이제 두 사람 사이 갈등의 전면전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우연히 엮인 두 비리 형사/경찰의 이야기다. 영화의 발단인 교통사고부터 클라이막스를 마무리하는 일발의 총격까지, 각본을 허술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우연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우연들과 엮여진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충분히 알아챌 복선들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김성훈' 감독은 관객들이 그 허술함을 깨닳고 하품을 하기 전에,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게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와 영상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돌렸고 그 작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업 영화이지만, 대부분의 장면들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편당 1시간짜리 TV 드라마로 만든다면 충분히 10편에서 20편정도까지 끌 수도 있는 이야기를 약 2시간 정도에 훌륭하게 담아냈다. 제목처럼 끝까지 가야할(봐야할) 영화였다. 별점은 4.5개.

*개인적으로는 악인들이 가득했던 영화, '비열한 거리'가 떠올랐다. '고건수'와 '박창민' 두 사람 모두 '죄의 경중'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들이고 결국 모두 '나쁜 놈들'이다. '의리가 사라진 뒷골목(주먹) 세계'를 보여준 '비열한 거리'처럼, 이 영화 속에서도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경찰 조직'에게 정의란 없다. '민중의 지팡이'는 어느덧 '민중을 억압하는 몽둥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악당'이라고 할 만한 '박창민'의 모습에 비추면, 고건수를 비롯해 역시 비리가 만연한 강려계의 형사들은 '잡범'나 '평범한 소시민'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아이러니하다. '공무원'이며 '민중의 지팡이'이기도 한 '경찰' 조직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패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당연하고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공직 사회에 팽배한 부정부패와 국민의 불신이 느껴저 씁쓸했다.

**영화 초반의 폭발물 시연 장면에서 등장한 폭탄이 다시 중요하게 사용되리라는 점은 다들 눈치채셨으리라. 필자는, 박창민이 고건수의 집에 방문하면서 딸에게 준 선물에 그 폭탄을 숨겼고, 영화 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헛물이었다. 하지만 비극적 엔딩이었다면 폭탄이 그 선물 속에 있지 않았을까?
2014/06/27 02:20 2014/06/2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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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구입했던 '브라운 브레스(Brown Breath)'의 백팩 "Neo Urbanpack GU", 약 1년 6개월 동안 2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양한 소지품들을 넣을 수 있는 여러 포켓과 넓은 수납 공간 덕분에 데일리백부터 여행용 백팩까지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장기 여행에서는 당연히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가 필요하겠지만, 1박 2일 정도의 짧은 여행은 이 백팩과 보조가방 정도면 충분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나의 단점이 있으니, 가볍게 데일리백으로 쓰기에는 기본적인 크기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노트북과 부피가 꽤 되는 책을 포함하는 외출에는 이만한 백팩이 없겠지만, 가볍게 나가는 외출에는 오히려 너무 큰 크기 때문에 불편했다. 더구나 덥고 습한 여름에는 등쪽이 땀으로 흥건해지기도 쉽기에 아쉬웠다.

그래서 보다 가볍게, 데일리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팩을 장만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격적인 면에서는 20만원 정도인 Neo Urbanpack보다는 저렴하게 10만원 미만으로 알아보았다. 더불어 데일리백으로서뿐만 아니라 보조가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백팩과 브리프케이스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2way 혹은 3way 백팩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대부분 가격이 꽤 비쌌고, Neo Urbanpack의 매력이었던 아기자기한 수납 능력을 만족하는 다용도 백팩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물론 저렴한 브랜드의 가방도 있었지만, 오래 그리고 자주 쓰기에는 만듦새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결국 다시 브라운 브레스의 제품들을 눈길을 돌렸다. 2014년 신상품은 역시 가격이 높지만, 작년 혹은 제작년 상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아울렛 제품으로 알아보았다.

결과적으로 꽤 마음에 드는 제품을 2개 발견했다. 아울렛이지만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이었는데, 마침 '마인드앤카인드'를 잇는 편집샵 '비이커'에서 같은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Neo Urbanpack을 사고 받았던 포인트도 남아있어서, 6만원대에 장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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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표면에는 삼성 계열의 온라인 패션샵들의 인터넷 주소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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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구입한 제품은 카키색 "Varitas MG"다. 'MG'는 "Neo Urbanpack GU"의 'GU'처럼 브라운 브레스에서 제품 뒤에 붙이는 '연식'정도로 보면 되겠다. 예전과 거의 같은 포장 봉투에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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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격은 이랬다. 약 10만원 정도를 저렴하게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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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다양한 포켓이 보였던 Neo Urbanpack과는 다르게 외형은 상당히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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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뿐만 아니라 브리프케이스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이기에, 옆면에 이렇게 튼튼한 손잡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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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있는 면의 반대쪽은 브리프케이스로 사용할 경우 바닥이 되는 면이 기에 이렇게 징이 보인다. 이 징은 백팩의 바닥이 되는 면에도 있다. 2way 백팩으로서 활용성을 고려한 '브라운 브레스'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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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납 공안에는 이렇게 백팩처럼 노트북을 수납하는 공간이 보인다. 더불어 백팩에서는 볼 수 없는 바인더가 보인다. 보통 백팩에서는 볼 수 없는 바인더는 여행용 캐리어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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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납 공간 앞쪽에 있는 보조 수납 공간은 이렇다. 소품을 나눠서 넣을 수 있는 2개로 분리된 그물망과 책이나 서류를 넣을 수 있는 커다란 포켓들은 이 가방의 수납 능력과 활용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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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패치 아래에는 2013년부터 적용된 브라운 브레스의 새로운 로고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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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끈 결합 부분의 고리는 꽤 단단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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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리를 분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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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는 이렇게 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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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끈은 등판쪽 포켓으로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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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Urbanpack과 크기를 비교했다. Varitas는 아직 형태가 잡히지 않은, 납짝한 상태라서 조금 크게 보인다. 하지만 높이는 확실히 작다. 그리고 두께(깊이)를 확인해보면 더욱 작게 느껴진다. 착용감에서도 확실히 등쪽이 가볍다. 올 여름의 외출은 Varitas와 함께 좀 더 가벼운 발걸음이 될 듯하다.
2014/06/13 05:29 2014/06/1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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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잘 나가는 '웨어러블 디바스(wearable device)'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핏비트 플렉스(Fitbit Flex)'를 사용한지도 약 3개월이 되었습니다. 지난 개봉기 & 1개월 사용기(http://bluo.net/1920)에서 담지 못했던 혹은 알지 못했던 Fitbit Flex에 기능들을 짧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Fitbit Flex 기기를 처음 사용하면서 온라인으로 공식 사이트(http://www.fitbit.com)에 등록할 때 당연히 '이메일 주소'도 입력하게 됩니다. Fitbit을 착용한지 1개월이 넘었을 때, 문득 등록했던 이메일을 열어보았고 지난 메일 가운데 발신자 'Fitbit'으로부터 온 'Fitbit 진도 리포트'를 발견했습니다. 열어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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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Fitbit을 그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만보계'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만보계'답게 생각보다 더 스마트한 기기였습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는 하루 단위로만 진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사용자에게 효과적인 동기부여로서 꾸준한 운동을 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리포트에는 '뱃지'라는 부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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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하고 뱃지를 획득할 때마다 이렇게 뱃지가 담긴 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뱃지 역시 운동에 대한 '보상'이자, 새로운 목표를 갖게하는 확실한 동기부여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뱃지는 SNS로도 자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250km의 다음 뱃지가 500km라서 언제 얻을 수 있을지는 좀 막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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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는 '하루 단위', 이메일 리포트로는 '주 단위'로만 확인할 수 있지만, 기기를 등록한 공식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하루/주/월/년 단위까지 걸음 수와 이동 거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눈에 한 달의 운동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꽤나 유용하고,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운동을 하게 합니다. 막대 그래프가 전혀 없는 날은 깜빡하고 착용하지 않은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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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메뉴에서는 이렇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비슷하지만 더 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면 시간을 자동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직접 기기를 조작하거나 입력해야하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또, 간단한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서 세계 각국의 사용자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커뮤니티에서 친구를 만들고 등록하면, 사용자들 사이에 '경쟁'이라는 요소가 더해져서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리라 생각됩니다.

Fitbit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담은 기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담아내고, 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로 막연했던 운동을 더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적절한 동기부여 장치들로 생활 속에 녹아들게 한 점은 이 기기의 매력이자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무선 충전기능'이나 '수면 자동 인식 기능' 등 더 발전된 기술이 녹아든 다음 세대의 Fitbit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2014/06/03 22:47 2014/06/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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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의 '엑스맨(X-Men)'을 훌륭하게 스크린에 남아냈던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의 리부트를 위해 떠나고 만들어진, 3부작을 완결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X-Men : The Last Stand)'은 상업적 성공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브라이언 싱어'가 만들었던 스크린 속의 엑스맨 세계는 그가 떠나면서 무너졌다고 할 수 있죠. 엄청난 혹평의 후폭풍이었는지,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화 판권을 쥐고 있는 '21세기 폭스'도 후속편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꽤나 컸었나 봅니다. 이 시리즈가 2011년 '매튜 본' 감독에 의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X-Men : First Class)'로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 약 5년동안 울버린의 스핀오프 한 편만 제작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엑스맨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진중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휴 잭맨'의 '울버린'으로 '상업적 성공'과 '엑스팬 판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메튜 본 감독의 프리퀄 3부작을 시작하는 '퍼스트 클래스'가 좋은 평가와 함께 성공을 거두면서 엑스맨 시리즈는 새로운 생명과 추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3부작과는 전혀 다른 배우들을 기용하고 윈작 코믹스의 인물 관계를 무너뜨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3부작은 '프리퀄과 '리부트'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성공은 당연히 후속작에 대한 관심을 모았고, '메튜 본'이 하차에 이어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온다는 충격적인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미궁에 빠졌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극장판 엑스맨'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엑스맨을 떠나고 연출했던 '슈퍼맨 리턴즈', '작전명 발키리',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연이어 실패했으니 그의 역량에는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지난 미래의 나날들' 정도가 되는 독특한 재목처럼, 영화는 SF 영화의 단골 소제인 '시간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본인도 '최후의 전쟁'으로 너덜너덜해진 오리지널 3부작에 대한 회한이 컸을까요? 그 '시간 여행'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과 와 메튜 본이 새롭게 만들어낸 '퍼스트 클래스의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돌연변이들이 보여주는 초능력과 액션은 규모는 사실 엑스맨 시리즈 가운데 가장 소박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 여행을 통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영화 속 인물들의 얽힌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뿐만 아니라, 원작 3부작과 새롭게 시작된 3부작, 그리고 울버린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진행되면서 꼬인 설정의 오류들까지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환호하게 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특히 '최후의 전쟁'이라는 시리즈의 어두운 역사를 지워내는 부분에서는 환희와 더불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처절한 회한와 결자해지의 마음까지도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퍼스트 클래스의 후속작으로만 보기에는 확실히 위치가 애매합니다. 기존 3부작의 캐릭터와 배우들로 50년 후의 '미래'를 설정하고, 새로운 3부작과 연결을 시도하는 이 영화는 두 시리즈의 '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차점은 그 자체로 남지 않고, 기존 3부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이제 1편만 남은 '퍼스트 클래스 3부작'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전쟁'은 '다중 우주' 혹은 '평행 우주' 속 다른 우주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최후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21세기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는 기존 3부작의 배우와 캐릭터들로 후속편 제작이 가능해졌고, 두 3부작의 '연속성'이 생기면서 '퍼스트 클래스 3부작'이 끝난 뒤에도 기존 3부작의 캐릭터들 혹은 배우들까지 이용해서 후속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시간 여행자'로 '울버린'이 선택된 이유가 단순히 '인기'때문이 아니라, 이 3부작 교차점에 '울버린 스핀오프'까지 교차시켜서  '스핀오프에 대한 정리'도 꽤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울버린'과 '스트라이커'의 악연까지 영화 속에 담았고, 수상한 결말을 남김으로 울버린 스핀오프도 새롭게 시작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이런 점들이 관객들이 이 영화에 환호하는 이유이자,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게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 3편이 달마다 개봉했습니다. 3월의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4월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그리고 5월의 이 영화까지 마블 히어로들이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지나갔고, 현재 세 영웅의 판권을 각각 다른 영화사(각각 디즈니/마블스튜디오, 소니픽쳐스, 21세기 폭스)가 소유하고 있기에 세 영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비교 불가'의 수준 차이라고 할 정도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 시리즈 최고의 영화이자,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를 통틀어 최고'라고 할 만했습니다. 더불어 브라이언 싱어의 성공적인 복귀로 '매튜 본과 브라이언 싱어'라는 양날개를 얻은 '21세기 폭스'가 판타스틱4의 리부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디즈니/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와 선의의 대결을 펼쳐나가길 기대해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울버린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과거에 도착했듯이) 새로운 현재에서 잠을 깨고 프로페서X와 이야기하는 모습은 다분히 '일장춘몽'이라는 사자성어와 '동양의 선(禪)'이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기존 3부작과 연결을 만든 부분은 좋지만, 기존 3부작의 배우들도 나이가 꽤 있어서 십수년 뒤에는 어쨌든 '리부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배우들이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이어받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살아있는 간달프', '이안 맥켈런'과 '영원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 '패트릭 스튜어트' 두 배우는 연세가 꽤나 있어서 걱정까지 되네요.

2014/06/01 03:36 2014/06/0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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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tango)'를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연상의 이유가 '왜?'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부분은 '탱고'라는 단어가 열정적인 '춤'을 의미하는 동시에 비극이 공존하는 '춤곡'도 의미하는 점에서 왔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 많은 영화들 속에서 탱고가 그런 장면들에 삽입되었기에 발생하는 일종의 '조건 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의 침략과 이주가 이어진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굴곡'으로부터 탱고 속에 스며든 '희노애락'이 듣는이에게 전달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희노애락은 역사를 통틀어 꽤 많은 외세의 침략을 겪은 우리민족의 감정과도 닿아있는 부분입니다. 어찌 되었든, '탱고'는 우리에게 역사적/지리적으로는 꽤 멀지만, 감정적/감상적으로는 또 그다지 멀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홍대 인디밴드들의 키보드 세션으로 더욱 유명한 '오수경'의 2012년 9월 발표한 개인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은 '키보드 세션'이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앨범이었습니다. 여섯 트랙의 EP "시계태엽 오르골"은 연주곡만을 수록하고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독특한 그녀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당연히도 그녀의 다음 앨범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약 1년이 지난 2013년 10월 그녀는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2014년 3월에 앨범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오수경'이라는 이름의 솔로 앨범이 아닌 '살롱 드 오수경'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앨범이었습니다.

"살롱 드 오수경"은 전곡을 작곡한 피아니스트 '오수경'을 중심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장수현', 첼리스트 '박지영', 그리고 청일점 베이시스트 '고종성'으로 구성된  4중주(quartet) 밴드입니다. 우리말로 '오수경(의) 살롱' 정도가 될 밴드 이름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앨범 제목도 밴드 이름과 비슷한 "Salon de Tango", 즉 '탱고 살롱'으로 '장르는 탱고'라고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여성의 목덜미를 보여주는 사진도 흥미롭습니다. 목걸이를 하는 거친 손이 연주자라고 짐작되는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그 마지막 순간의 뒷모습에서 '비장함' 혹은 '비장한 결의'가 느껴집니다. 

첫 트랙 'The Salon is open'은 제목 그대로 앨범 "Salon de Tango"를 시작하는 곡입니다. 앞으로 이 salon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려는지, 피아노 연주는 '영화 상영에 앞선 예고편'처럼 경쾌하며서도 간결합니다. 곳곳에 사용된 꾸밈음은 간결하지만 투박하지 않은, 섬세함을 더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남'은 필연적으로 '사랑 그리고 이별'을 예감하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연애세포을 간지럽히는 봄 바람처럼, 혹은, 그 봄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처럼 나긋나긋합니다. 그 나긋나긋한 멜로디 속에서도, 불협화음처럼 어긋난 끝음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 그리고 도입부의 삐걱거리고, 두드리고, 끍는 소리들도 주목할 만한 장치입니다. 그 효과들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시작처럼 작은 소동이라면 '인연의 발단'일 수도, 혹은 '필연적인 이별의 복선'일 수도 있습니다. '관음증'이라는 제목은 탱고의 이미지 가운데 하나인 농밀한 '에로티시즘(eroticism)'을 상기시킵니다. 영화 "그녀에게"에서 훔쳐보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훔쳐보기'는 '색정적'인 느낌보다는 서글픈 구석이 있습니다.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슬픔과 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고독이 그 서글픔의 발로가 아닐까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의 도입부에서 피아노에서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돌림노래같은 반복은, 두 사람의 '동화(同化)'가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길들여짐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완급의 변화는 그 과정에서 반목과 화해가 반복되는 상황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사랑의 인벤션'은 다음 트랙의 전주라고 할 수 있는 짤막한 피아노 연주입니다. 사랑의 설렘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찬란하게 타오르기 위한 잔잔한 예열' 혹은 '폭풍전야의 고요한 평온함'일 수도 있습니다. '열정적인 사랑'은 제목과는 다르게 활활 타오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는 우아함과 고혹, 비애와 격정까지 모두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찬란하게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이별'은 차갑습니다. 하지만 그 이별의 모습을 '과장된 비극'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담담하고 쓸쓸하면서도 우아한 기품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점은 이 곡의 미덕입니다.

'뫼비우스'는 '만남과 이별', '열정과 냉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랑의 역사'를 의미하리라 생각됩니다. 긴장감있게 몰아치는 연주와 느릿한 연주가 교차되는 구성은 그런 '순환'을 표현합니다. 시작과 끝이 연결되고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끈'처럼, 이별이 남기는 허무함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불빛을 좇는 모습은 인간의 어리석은 본성일까요? '만남'의 철자를 풀어보면 'ㅁㅏㄴㄴㅏㅁ'으로 마지막 철자부터 거꾸로 써도 같은 '만남'이 되는 회문(palindrome)이라는 점이 재밌습니다. 시작과 끝이 같으니, 남이었던 두 사람의 인연이 닿는 만남에 있어서 다시 남이 되어야 하는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종착역일 수도 있겠습니다. 'Goodbye'는 마지막 쓸쓸한 미소와 같은 결말이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불 속에 파묻혀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piano solo 버전의 '관음증'은 혹시 오수경의 솔로 욕심이 담긴 트랙일까요?

밴드의 리더로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작곡한 오수경 그녀이지만, 연주에 있어서는 과욕을 부리지 않은 점은 이 밴드가 만들어지고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보입니다. '탱고'의 대표적인 악기로 '반도네온'이 떠오르는데, 반도네온이 없는 '피아노 4중주' 밴드에서 소리의 중심은 '바이올린'같이 날렵한 음색의 악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도 그런 점을 받아들이고 소리의 중심에서 물러나 조율의 역할을 한 점은, 그녀의 탁월한 작곡 능력 그리고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 실력과 함께, 이 앨범이 연주 앨범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입니다. 이런 그녀의 현명한 선택은 오랜 시간동안 다른 뮤지션들의 키보드 세션을 했던 경험이 묻어나온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살롱 드 오수경'의 리더이자 작곡자로서 그녀를 또렷하게 기억해야 겠습니다. '살롱 드 오수경'의 행보가 이 앨범 한 장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5/10 03:43 2014/05/10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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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가즈키, 제일교포 작가로서 그의 소설 'Go'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영화로도 발표되었기에 전혀 낯선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물론, 그의 소설이 원작이 된 영화도 본 적이 없기에, 이름과 제일교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그의 소설을 처음으로 펴보았다.

'연애소설', 다 읽고 나면 참으로 엉뚱한 제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이 '연애소설'이기는 하지만 이 책 전체를 대표하는 제목으로서는 뭔가 어색하다. 알고 보니 원래 제목은 '對話篇(대화편)'이다. 원제처럼 이 책에 담겨있는 세 가지 이야기는 대부분 '대화'로 진행된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상당히 신기하다. 세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유명 사립대학교 법학부' 출신들의 이야기로 일종의 '도시 전설'처럼 들린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 '연애소설'과 두 번째 '영원의 환'이 그렇다. 모두 '사랑 이야기'이면서, 또 모두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죽음에 관한 호기심'으로 진행된다. '죽음과 맞닿은 호기심', 신화적인 모티브라는 점도 재밌다.  '법학부' 외에도 '레코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백혈병' 등의 소재로 세 이야기들을 느슨하게 연결한 점도 흥미롭다. 

소설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의 투영이라는 말은 역시 사실인가보다. 작가가 '제일교포'이기에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역시 느껴진다. '연애소설'의 '투명인간'이나, '영원의 환'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K'의 정체, 그리고 마지막 '꽃'의 '도리고에 가의 전설'까지, 제일교포로서 그가 성장하면서 경험했을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앞의 두 이야기의 결말이 정말 섬뜩한 '도시 전설'같은 이야기라면, 마지막 '꽃' 제목처럼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롭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간결하고 맛깔나게 풀어나가면서도 그 안에 있어야 할 '중요한 알맹이 혹은 감동'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필력은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될 만큼 사랑 받는 작가'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2014/05/08 02:38 2014/05/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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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무자비한 밤의여왕 (The moon is a harsh mistress)'은 '미스터 SF'라고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스타쉽 트루퍼스', '여름으로 가는 문'에 이어 세 번째인데, 제목은 '여름으로 가는 문'만큼이나 시적이지만 내용은 '스타쉽 트루퍼스'처럼 정치적이다. 다만 '스타쉽 트루퍼스'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면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SF 소설이다. 작품은 범죄자들의 유형지로 시작하여 독자적인 문화와 경제를 구축한 식민지 '달 세계'가 그들을 지배하는 지구의 '세계 연맹'과 '총독부'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SF소설들은 보통 '신화, 전설, 그리고 고전에 대한 오마주나 패러디', '역사적 사건이나 현실의 풍자' 혹은 '미래에 있을 법한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진행된다. 그 사건은 '달 세계의 독립'과도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는 18세기의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대혁명'이다. 실제로 작품 속 여러 고유명사들은 '프랑스 대혁명'에서 차용했고, 미국 독립전쟁에서도 여러 소재들은 가져왔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어찌보면 기승전결은 뚜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진행이지만, 여기에 SF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치밀한 상상력'이 녹아들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총독부를 뒤엎고 독립을 향한 '혁명'에 우연히 참여하게 된 세 사람 '미구엘', '교수', '와이오밍'의 구성은 각각 '프랑스 대혁명' 정신적 이념인 '형제애, 자유, '평등'을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 사회를 조직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젊은 남자의 행동력', '나이든 사람의 지혜', '젊은 여성의 풍요로움(수태 능력)'를 의미하는 모양새다. 이런 3인조의 구성은 후대의 SF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속 '네오, 모피어스, 트리니티'의 '삼위일체(trinity)'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지구 태생이자 온전한 지구인으로 달 세계 혁명의 끈끈한 동지가 되는 왕정주의자 '스튜어트'의 모습에서는 여러모로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한 '라파예트'가 떠오른다.

'달 세계 식민지'는 인간의 달착륙을 목격한 작가에게는 그리 멀지 않은 실현 가능한 상상이었다. 그렇기에 슈퍼컴퓨터 '마이크'의 존재는 이 소설 속에서 가장 SF적인 요소이다. 혁명을 이끄는 세 사람에게는 '신의 권능'과도 같은 슈퍼컴퓨터 '마이크'의 도움으로 독립 혁명을 성공하는데, 약간의 제한이 있지만 달 세계에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마이크'가 그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지구'와의 싸움에 기꺼이 동참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인간의 이성이나 감정을 넘어섰지만 인간에게 우정을 느끼고 '인간들의 놀이'에 동참하는 그의 모습은 '신'에 가까우면서도, 능력에는 확실한 제한이 있다는 점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불완전한 신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500 페이지가 넘는 꽤 많은 분량이지만,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과학적이고 치밀한 상상력과 필력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과학기술적인 SF 요소 외에도 미래 인간 사회에 대한 작가만의 재밌는 장치들도 숨어있는데, 대표적으로, 여자가 부족한 달 세계에서 특별하게 고안된 결혼 형태인 '가계 결혼'이라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지구와는 다른 달 세계 사회까지 세밀하게 글로 풀어나가는 부분에서 그에게 '미스터 SF'라는 별명이 허명이 아님을 깨닿게 한다. 아마 현대 SF 마니아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모티브의 소설일 수도 있지만, 현대 SF의 기반을 확립하고, 우리보다 수 십년 앞서 살면서 우리의 수 십 수 백 년 뒤를 꿈꾸었던 거장의 걸작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달 세계 사람들의 기본 정신이자 혁명의 밑거름이 되는 명언 '탄스타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 TANSTAAFL)'는 현대 사회와 정치에 대한 냉철한 통찰력이 엿보이는 부분으로, 수 십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말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2014/04/30 01:43 2014/04/30 0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