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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스윗 - 계절의 空 (계절의 공)
2010년에 첫 EP '랄라스윗'을, 2011년에 첫 정규앨범 'bittersweet'을 발표했던 듀오 '랄라스윗'은 2014년 두 번째 정규앨범 '너의 세계'에 이어 2015년 10월에 두 번째 EP '계절의 空'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 음반 구입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조금 늦게 이 앨범을 발견했네요. 한자 '空(공)'은 우리말로 '공허(emptiness)'나 '덧없음(vanity)'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겨울을 앞둔 10월 말에 발매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밤의 노래'를 시작으로 총 4곡을 담고 있는 EP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계절의 쓸쓸함과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첫곡 '밤의 노래'는 여름이 자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고즈넉하게 깊어가는 밤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후 다가오는 허무한 쓸쓸함을 노래합니다. 불꽃놀이가 더 밝고 화려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밤은 더 어두울 수록 좋고, 그래서 모든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 느껴지는 허무의 깊이는 더 깊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여성 듀오'다운 보사노바 스타일의 '시간열차'는 잡을 수 없는 시간과 청춘에 대한 노래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쌀쌀한 가을의 변화 사이에서 유독 그런 쓸쓸한 감정들이 심해지는데, 쉼 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열차에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
마지막 곡은 외국곡을 번안한 'Cynthia'입니다. 원곡은 스웨덴 뮤지션의 곡 'Sincere'이고, 이 원곡을 일본의 여가수 '하라다 토모요'가 'Cynthia'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여성 뮤지션이라는 점과 문화적 친근성 때문일까요? 랄라스윗의 리메이크는 원곡보다는 일본 리메이크곡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Sincere'가 리메이크하면서 'Cynthia'가 된 이유는 비슷한 발음 때문이겠죠?
달, 겨울, 그리고 밤...보통 노래에 등장하는 '달'은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가 되거나, 기원이나 기도를 들어주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노래에서는 '달'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화자가 되어 노래합니다. 의인화된 달이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는 겨울의 밤은 자연의 섭리를 시(詩)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히 배치된 피아노 연주와 현악 연주는 쓸쓸함과 애절함을 더 짙게 합니다. 사실 마지막 한 곡 만으로도 이 음반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좋은 곡입니다. 더 좋은 곡들이 가득한, 랄라스윗의 세 번째 정규앨범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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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소란한 보통날
이번에 읽은 '소란한 보통날'은 '장미 비파 레몬'보다도 앞선 1996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고작 4년 차이지만 꽤나 '옛날 생각'의 느낌이 짙다. 이유는 '1990년대'나 '20세기'가 주는 '시간적 차이의 무게감'일 수도 있겠지만, '소란한 보통날'의 주인공이 19세 정도로 어린 나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소설은 작품 속 화자 '고토코(셋째)'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매들 '소요(첫째)', '사마코(둘째)', '리쓰(막내)' 그리고 네 남매의 부모가 풀어나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1996년에 발표된 점을 생각하면, 적어도 90년대 초반이나 그 이전일 수도 있을 만큼, 이야기 속 네 남매의 생활은 '디지털'이나 '스마트'라는 단어와는 멀다. 더구나 짬짬히 등장하는 '네 남매의 더 어렸던 시절'에 대한 회상은 '진짜 옛날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아마도 8,90년 대를 기억하는 지금의 30, 40대의 유년기나 청소년기와 겹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으리라.
보통 가족의 이야기지만, '소란한'이 붙은 만큼 마냥 평범하지 많은 않은 네 남매의 이야기라서 꽤 재미있다. 작가는 네 남매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을 담고 있는데, 첫째 소요를 통해 '이혼'과 둘째 사마코를 통해서는 '독특한 연애'와 더불어 '미혼모', '입양' 등 이전 세대에게는 낮선 소재들을 담고 있다. 그나마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고토코'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지 않은 상태이고 막내 '리쓰'는 '은둔형 외톨'이나 '왕따'는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성적인 청소년들'이다.
이제는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그리고 기억 속에서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점이 좋았고, '나도 형제자매가 더 많았다면 즐겁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또,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일본 사회의 성숙함에 다시 놀랐다. 90년대 초중반이 배경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의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첫째 '소요'의 이혼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 '쿨'하다. 미국 소설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이고 게다가 약 20년 전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혼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우리 사회보다도 더 성숙한 분위기다.
소설 속에서 느껴지는 '일본 사회의 성숙함'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서구화를 겪었기 때문이겠지만, 결코 우리가 따라 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선진국민으로서의 여유와 질서 그리고 존중'이 느껴지기에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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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의 창조론 사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한 우려와 반대'는 일각 '창조론'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둘 다 깊게 파고 들면 한 뿌리에서 만나게 된다. '한 종을 이루는 염색체와 유전자는 불변이어여 한다'는 사고가 그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생물학이나 유전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뿌리가 망상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유전자는 이 시간에도 변하고 있다. 어떤 유전자 변이는 염색체 스스로 교정하지만, 어떤 변이는 스스로 교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나무의 한 가지에서 자란 과일이라도 과일 하나를 이루는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유전자 단위에서는 단 하나의 차이점이라도 발견될 수 밖에 없다.
인류를 비롯한 지금까지 생존한 많은 동물들은 이렇게도 유전자적으로 다양하고 불안정한 식물들을 먹고 살았지만, 아직 멸종하지 않았고 이렇게 번성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진화론의 맥락에서 본다면 'GMO'도 진화의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GMO를 견뎌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사실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온 풍랑들 가운데 조금 더 파고가 높은 파도일 뿐이다. 그 파도를 견디지 못하면 침몰하고 그 바닥에는 멸종이 기다리겠지만, 인간은 또 언제나 그래왔듯이 견뎌낼 것이다.
사실, 범지구적인 혹은 생태학적인 시각으로 보면, '인류 자체'가 지구와 생태계에게는 'GMO'에 가깝다. 지구와 생태계가 잘 버텨내야 할 텐데, 이 'GMO(Global Murder Organization)'가 아직은 하나 뿐인 숙주를 매우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는가?
peace or pi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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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the Cosmos) - 브라이언 그린
타이슨의 오리진이 '천체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천체'의 탄생과 소멸에 조명을 맞춘 책이었다면, 우주의 구조는 천체보다는 우주를 이루는 근본적인 구조들, 원자보다 작은 단위의 '입자들'과 그 입자들 사이의 '힘', 그리고 '시공간'의 의미에 집중한 책이다.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이미 앞선 저서 "엘러건트 유니버스"가 베스트 셀러에 오른 스타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본문 내용 가운데 종종 "엘러건트 유니버스"가 언급되는 점으로 보아서는, 그 책을 읽었더라면 우주의 구조를 조금은 더 쉽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읽지 않았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다. 가장 최근인 2012년에 브라이언 그린은 "멀티 유니버스(the Hidden Reality)"라는 책을 발표했는데, 목차를 살펴보면 역시 우주의 근본적인 구조에 관한, 비슷한 내용이다. '과학'은 점점 새로운 발견이 추가되면서 항상 업데이트되는 학문이기에,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업데이트 버전이 "우주의 구조"이고 두 번째 업데이트 버전이 "멀티 유니버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마 2020년이 되지 전에 세 번째 업데이트 버전도 나오지 않을까?
유명한 과학자이자 탁월한 저자로서, 평범한 일반인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지만 그래도 역시 만만하지는 않은 내용이다. 천체물리학과는 다르게 미시적인 구조의 우주와 시공간에 대한 내용은 '과학 상식' 수준의 짧은 지식에는 꽤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양자역학, 양자론이나 끈이론은 '이것이 정말 과학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부분도 있다. 쉽게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일반상대성 이론 부분이나 뒷 부분은 꽤나 복잡하고 심오해서 한 번 더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저자는 지금은 완공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초대형 입자가속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힉스입자 등 그 입자가속기의 성과가 종종 들려오기도 하고 고장으로 오래 가동하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는데, 얼마나 새로운 발견들이 있었나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멀티 유니버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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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는 국내에게 꽤나 유명하고 인기있는 일본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꽤나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그녀의 대표작 '냉정과 열정 사이' 외에는 '재밌다'고 할 만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나마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제외하면 재밌게 읽은 소설들은 대부분 단편집들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장미 비파 레몬'도 큰 기대는 없이 읽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아니, 상당히 재미있다. 그녀의 장편 소설로서 '재미'는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로서는 드물게,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하나씩 들쳐보고, 새롭게 연결되는 고리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드 위기의 주부들 +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한국식 막장 드라마'를 적당히 버무렸다고 할까? '위기의 부부 관계'라는 긴장감 넘치는 배경 속에서 그 '위태로운 관계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점이 매력적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주요 등장인물로 '네 부부'가 등장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부는 한 쌍이고 그 아이도 단 한 명이라는 점은 꽤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국은 2010년 전후로 '저출산'이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10여년에서 20년 정도 시차를 두고 일본에 이어 한국에 나타나는 다른 문화 사회현상들(커피, 와인, 미식 등)처럼, 저출산도 일본은 이미 최소 20년 전에 '겪기 시작한 혹은 겪어왔던' 문제로 소설 속에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점이다. 한국은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저런 '극심한 저출산'에 익숙해 질 수 있을까? 몇몇 부분에서는 확실의 우리나라보다는 여러 부분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있는 일본의 문화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비할 이유가 있어보인다.
중간에 삼천포로 빠졌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도 '장편 소설'로는 '그녀의 작품 세계의 필수 교양서'라고 할 수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 다음으로 추천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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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 CHAT-SHIRE
그 이후 지금까지, 그녀의 '성장'은 아쉽게도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아이돌'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실력파 뮤지션이 되었고, 수 많은 메스컴이 주목하고 수 많은 국민들이 그녀의 이름을 하는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바로, 본명인 '이지은'보다 예명이 더 친숙한 '아이유(IU)'입니다.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는 다분히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싱어(가수)'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정규 2집부터는 꾸준히 자작곡을 들려주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곡의 작사니 작곡에 참여한 새 미니앨범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었죠. '아이돌'로서의 그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풋풋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생각하면 언제나 아쉬웠으니까요.
공식적으로는 '네 번째'가 되는 미니앨범의 제목은 'CHAT-SHIRE'입니다. 톡특한 제목인데,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네티즌들의 추측에 의하면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체셔캣(Cheshire cat)'을 의미한다는데, 앨범의 아트웍이나 사진 컨셉트 그리고 수록곡의 가사까지 고려한다면 꽤나 신뢰할 만합니다. 다만 "왜 변형하여 사용했을까?"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첫 곡 '새 신발'의 제목에서부터 딱 떠올랐던 곡은 정규 3집의 '분홍신'입니다.(가사에도 역시 '분홍신'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소녀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너무 '성숙함'을 정규 3집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 기교를 아끼면서도 상쾌하고 편안하게 부르는 창법이나 그녀가 직접 쓴 시원하고 자유로운 가사는 분명 지난 앨범과는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다분히 '아이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내놓은 앨범의 첫 곡이기에 '새 신발'은 적절한 배치입니다. 다만 자작곡이 아니라는 점이 '옥의 티'네요.
모든 가사를 그녀가 직접 쓴 만큼, 가사가 꽤 고백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Zeze'는 꽤나 은유적인 표현들이 가득하고 또 꽤나 '야하다'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사실 이번 미니앨범의 수록곡들은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이보이는데, 이 곡이 '은유'로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녀와 연애를 하다가 더 어린 여자에게 떠난 누군가를 저격하는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맞다면 그 누군가는 꽤나 뜨끔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스물셋'은 타이틀로 Zeze만큼이나 논란이 될 수 있는 곡입니다. 컨셉트부터 은유가 가득한 이 앨범에서 비교적 솔직한 곡인데, 경쾌한 진행 위로 풀어내는 그 솔직함이 주는 후련함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연예인'과 '행복하고 싶은 23세 여성'으로서 갈등도 담아냈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변덕스러운 '메스컴과 여론'의 태도를 당당하고 꼬집는 점입니다. 조금 위험해보이는 솔직함이지만, 이제는 이런 변덕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성공한 그녀의 당당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의 노래'로 뽑을 수 있을 만큼, 가사나 곡 모두 '아이돌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작사/작곡 모두 그녀가 해낸, 온전한 '그녀의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총 3곡인데, '푸르던'은 그 시작입니다. 잔잔한 기타 연주 위로 흐르는 여린 그녀의 음성은 딱 그녀의 첫인상을 떠오르게 합니다. 적절한 비유와 서정성은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가 아닐까요? '푸르던'이라는 과거형의 제목부터 가사로 이어지는, 잡을 수 없는 지난 시간에 대한 '잔잔한 아쉬움'은 꽤나 좋습니다. 다만 이 곡을 반드시 기억하게 할 만한 어떤 '임팩트'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는 점은 아쉽습니다.
음원깡패 '자이언티(Zion.T)'와 함께한 'Red Queen'은 제목에서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릅니다. 스윙째즈풍 연주와 자이언티의 음성은 담배연기 자욱한 바(bar)를 연상시킵니다. 가사는 역시 다분히 은유적인데, 그 가사의 주인공은 남이 아닌 '그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자전적인 느낌입니다.
'무릎'도 온전한 '그녀의 곡'으로 가슴시린 발라드입니다. 이번에는 기타가 아닌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는데, '푸르던'보다 절정이 뚜렷한 곡의 흐름으로 자작곡 가운데서는 가장 사랑받을 만한 곡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지금의 외로움을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하는 모습에서는 '신인같은 풋풋함'과 '8년차 뮤지션의 노련함'이 교차합니다. '누구'의 무릎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무릎에서라도 잠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 자작곡 '안경'도 다분히 은유적이며, 제목 자체는 중이적이기도 합니다. 가사까지 살펴보면 '그녀에 대한 타인들의 삐뚤어진 시선'인 '색안경'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안경'이기도 합니다. 안경 없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스물셋'의 당당함과도 이어지지만, 꽤 적극적인 '스물셋'과는 다르게 이 곡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들립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으로서는 이제 크게 한 걸음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자작곡들로 성공했던 Taylor Swift와는 다르게 꽤나 먼 길을 돌아왔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앨범의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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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제럴드
결론적으로는 소설로 읽기를 잘했다. '자막의 오역' 혹은 번역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언어의 뉘앙스'의 차이 때문일까? 원작 소설은 영화와 완전히 같지 않다. 영화 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이나 인물들도 소설에서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결말에서는 꽤 차이가 있다.
전체적은 줄거리는 영화와 거의 동일하다. 지독하게 순수한 마음의 남자가 겪었던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화려한 영상의 영화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점을 소설은 담고 있다. 서부에서 동부로 이주한 젊은 세대들의 방황과 갈등은 '서부 개척 시대'는 다른 미국의 근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 속 화려한 영상만큼이나 유려한 문체는, 영화가 화려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조금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타락한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랑을 열망했던 '제이 개츠비', 그래서 그는 위대했다. 그의 죽음으로 맺는 결말은, 낭만과 순수가 사라져가는 시대의 모습과 겹치면 짙은 여운과 공허를 남겼다.
* '위대한 개츠비'가 갈망했던 '데이지'는 영화보다 더욱 속물스러운 인물이다. 수 많은 속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그녀는 가히 '속물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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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곳에서 - '센티멘탈 시너리'의 두 번째 정규앨범 미리보기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과 더불어 '파스텔뮤직의 향후 10년을 이끌어나갈 뮤지션'으로 뽑았던 센티멘탈 시너리였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그 기대만큼,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예상했던 '10년' 가운데 절반이 지났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10년'에 대한 예상은 반만 맞았을까? 2015년 3월, 3년을 기다린 답장이 그로부터 날아왔다. 바로 정규 2집의 발매에 앞서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지금 여기, 이곳에서'다.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ter 5"에 수록된 '추억을 걷다'는 팬들의 사연으로 꾸려진 앨범이기에 예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집 맛보기인 '지금 여기, 이곳에서'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점은 '예상했던 변화'를 직접 맞딱뜨리는 상황이 되었다. 눈치가 빠르다면, 영화 '청춘의 증언'의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꾸민 점이나, 'Lucia(심규선)'가 featuring이 아닌 duet으로 참여한 점만으로도 알아챌 수도 있었겠다. 놀랍게도, '지금 여기,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 시적인 가사, 그리고 센티멘탈 시너리와 Lucia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까지, '발라드'는 기대하지 않은 변화의 방향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변화이기도 하다. 사실, 다른 이름의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경력이나 연주곡 위주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를 생각한다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그의 재능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성숙함이 느껴지는 작사 능력이나 좀 더 다듬어진 보컬 능력은, 3년이라는 공백이 '헛된 세월'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하는 놀라운 부분이다.
이 한 곡만으로 정규 2집을 예상한다면, 앞선 두 장의 일렉트로니카 앨범과는 전혀 다른 색채가 예상된다. 투명한 피아노 선율을 내세운 점에서는 오히려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의 방향성을 이어가는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Lucia' 이후로 '걸출한 신인의 데뷔'에 목말라있던 파스텔뮤직에게 센티멘탈 시너리의 새 앨범이 '제 2의 데뷔'로 그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 지 지켜보도록 하자.
https://youtu.be/lyTpCyJSh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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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세계화, 그 망상과 단상
그 실패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망상도 크게 한 몫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피자'지만, 최근까지우리가 즐겨먹던 피자는 아메리칸 스타일에 가까웠다. 201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서 '나폴리 피자' 등 진짜 이탈리안 스타일에 가까운 피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인식 속의 피자'는 미국식이다. 중식당에서 먹는 중화요리의 대표적인 메뉴 '짜장면'도 본토와는 전혀 다르게, 한국식으로 계량된 요리이다. 일식당에서 회를 먹을 때도, 한국식으로 초장에 찍어먹는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심지어, 우리가 흔히 '인도 요리'라고 알고 있는 카레도 한국인이 먹는 방식은 일본식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런데 그런 망상이 팽배한 상황은, '역지사지'가 결여된 지독하고 멍청한 '이기주의'라고 볼 수도 있겠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고추장/고춧가루를 버려야 한식이 살 수 있다고 본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자극적인 '매운맛'은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멕시코/중국 등과 겹치는 포지션이다. 매운맛은 통증에 가깝고, 매력을 담고 있는 다른 미묘한 맛들을 쉽게 가린다.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에는 한반도에 고추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그 자체도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우리 문화와 생활양식의 영향을 받는, 고정되지 않은 개념이다. 차라리 '선(禪)'과 접목된 '사찰음식'이나, 고추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로 사용한 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과 시장에 대한 '접근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식의 작은 가능성은 최근의 소규모 집밥 열풍에 있다고 본다.
함께 먹는 '탕/찌개/전골류'는 세계 시장의 주요 타켓이 되는, 개인주의적인 '서양인'의 식습관과는 상충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일식처럼 1인분씩 정갈하게 담겨나오는 소규모 집밥들의 모습은,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일식'처럼 깔끔하면서도 한식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왁자지껼하게 정이 느껴지는 한 그릇에 담아 떠먹는 식탁이 아름답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식 편견일 수있다. 상품성으로 본다면 아직까지 '한국'의 이미지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접목시키는 편이 더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맛 뿐만 아니라, 그 맛을 담아내는 방법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망상은, 세계화에 성공한 음식들을 살펴본다면, 사실상 연구 및 개발을 게을리하고 날로 먹으려는 심보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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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 - 레이 브래드버리
19세기 말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1898년)"이라는, '화성'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담은 소설로 화성을 신화 속에서 현실로 가져왔고, SF 장르의 단골 소재로 가져오게 했다. 이후 20세기에는 꽤 많은 작가들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내놓았다. 2012년에 헐리우드 영화로 국내에 알려진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도 20세기 초에 발표된, 가상의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도 제목처럼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화성 연대기"는 SF 소설들과는 분명 다르다.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등의 SF 거장들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정교하게 예측한 편이라면, 레이 브래드버리가 이 작품 속에서 그린 '미래의 모습(작품 속 설정 년도로는 21세기의 현재)'에서는 과학적 고찰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SF보다는 환상문학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일리가 있는 부분이다. '연대기'라는 제목처럼 이 소설은 기승전결로 끝나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느슨한 연관성을 갖는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그리고 '화성'이라는 배경을 지구 위에 있는 '미지의 지역'으로 슬쩍 바꾼다면, '기묘한 이야기'나 '환상특급'에 더 어울릴 만한 단편들이 많다.
사실, 작가는 과학적으로 고뇌보다는 '시대적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지의 세계 '화성'을 배경으로 이용해서 현실을 풍자하려 했을 수도 있겠다. "무진기행" 속 가상의 도시 '무진'처럼, 그의 이야기가 펼쳐질 '환상/비현실'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택된 '화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확실히 '화성 연대기' 속 배경과 이야기들은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화성'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아릅답다. 눈물 겹도록 아름다우면서도 비장한 마지막 단편 "백만 년짜리 소풍"이 가장 먼저 쓰여진, 이 연대기가 쓰여지게 한 계기라는데, '대홍수와 방주' 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어으리라 생각되는 이 한 편만으로도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함께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과 풍자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약 반 세기 전에 예측한 화성 여행이나 지구의 상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언제나 그가 예측한 '가장 비참한 결과'에 빠질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과학적 고찰은 허술하지만, 인류와 현실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인식이 그의 작품의 걸작 반열에 올렸다고 본다. '화성 연대기'에 꽤나 연관성을 갖고 있는 그의 다른 대표적들도 궁금해지는, 책 읽기 좋은 봄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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