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두 사람이 있었다.


"여기 있었네.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응."

"어떻게 보냈어?'

"그냥, 친구들도 좀 만나고 가족들이랑도."

"응. 그랬구나."

"잘 보냈겠지?"

"응."

"그래."

"추운데 여기 앉아서 뭐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어."

"뭘?"

"운명."

"운명?"

"인생은 운명이라는 큰 원 안을 도는 것과 같데."

"큰 원?"

"원이라면,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러니 이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보려구. 운명이라는 궤도를 돌아 다시 올 열차를."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운명이 찾아오겠어?"

"그럼?"

"부딪혀야지. 온몸으로."

"난, 이제 욕심부릴 수 없는 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걸."

"응? 어째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모두 날아가 버렸어. 그러니, 이젠 운명을 기다리는 수 밖에."

"그럼, 그건 운명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런가."

"응. 그럴거야."

"아니, 그런 게 내 운명일지도."

"설마. 그래서 좌절한거야?"

"아니. 아직은 아니야."

"다행이네. 나도 앉아서 기다려볼까?"

"너도?"

"응. 혼자 기다리면 심심할 거 아니야?"

"그럴까."

"그런데. 만약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응?"

"내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그땐 어떡하지?"

"난 놓쳐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 왔어. 놓쳤거나 오지 않거나, 그것도 운명이 아닐까?"

내 운명, 그 끝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2006/12/26 10:54 2006/12/26 10:54

encoding of 20061218

12월 18일의 CD들.

'러브홀릭'의 리메이크 앨범 'RE-WIND'. 박기영이 불렀던 '정원', 이소라가 불렀던 '처음 느낌 그대로', 보너스 트랙으로 '인형의 꿈' 등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들을 만한 앨범. 지선의 목소리는 역시 괜찮다. 샀더니만 이벤트 당첨으로 2장이 되어버린 앨범.

'짙은'의 EP 'Rock Doves'. 이렇게나 괜찮은 음악을 들려줄 줄이야. 사놓은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는데(아마 롤링스톤스2 공연갔다가 그날이 EP나온 날이라고 좀 싸게 샀을거다.) 이제서야 처음 들었다. 종종 들어야지.

'마이앤트메리(My Aunt Mary)'의 4집 'Drift'. 타이틀곡 'With'빼고는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끌리는 곡이 없었는데 좀 듣다 보니 좋은 곡들이 들린다. '내게 머물러, '특별한 사람', '148km'가 좋다. 마이앤트메리가 지향하는 팝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앨범.

'FreeTEMPO'의 'Oriental Quaint + Imagery'. LoveAFFAIR'가 너무 좋아서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는데 좀 많이 다르다. 하지만 두세번 들으니 익숙해지면서 이번 앨범 나름의 느낌이 있었다. 한국곡들의 가사가 짜증날 때면 한번씩 들어주고 있다.

'펄스데이'의 데뷔앨범 '1st Birthday'. '차마'의 뮤비가 좀 뜰 때 즈음에는 앨범 발매가 안되었더니 소리소문없이 나와버렸다. 홍보가 안된건지 어쩐건지 뒤늦게 구입. 아쉽게도 '차마'만한 임팩트가 있는 곡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후속곡이라면 '사랑 많은 그녀에게'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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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5 22:53 2006/12/25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