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al Scenery -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껍질을 깨고 일어나, 잠든 겨울을 깨우는 'Sentimental Scenery(센티멘탈 시너리)'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Harp Song & Sentimentalism"과 "Soundscape"로 서정적인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었던 '센티멘탈 시너리'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스페셜 앨범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첫 두 앨범 사이에 2년 정도의 간격이 있었기에 Soundscape 이후 약 10개월만에 발매된 이 앨범은 센트멘탈 시너리의 음악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겨울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따근따근하게 배송된 앨범을 받아들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독특한 일러스트입니다. 지난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그래픽 아티스트인 Marumiyan'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화사했던 지난 두 앨범과는 다르게, 하얀 바탕 위로 그려진 섬세한 소묘와도 같은 검은 풍경은, '겨울'을 떠올리면서도 현실이 아닌 희미한 꿈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낯섬과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제목이 우리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즈음이 될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일 수도 있겠네요.

연주곡으로만 채워진 이 앨범을 여는 'November'는 제목에서부터 겨울의 시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Olafur Arnald'의 곡이 떠오리기도 하는 피아노 연주와 서정적인 현악은 짧지만 겨울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합니다. 센티멘탈 시너리를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겠지만 다른 예명으로 뉴에이지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한다면,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징조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November'가 뉴에이지였다면 이어지는 'View'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포스트 락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피아노,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 기타 및 드럼 등 다채로운 악기로 꾸려가는 사운드는 북유럽 겨울의 숲을 담은 사진에서나 봤을 법한, 광활한 설원과 그 설원에 맞닿아 펼쳐진 눈 덮인 침엽수림의 광경(View)을 보는듯 합니다. 유명한 곡인 'First Noel'은 첫 곡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되는 트랙으로 파스텔뮤직의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lonely Christmas & happ new year'로 이미 소개가 되었었죠.

'Beautiful Dream'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상당히 진취적인 인상을 주는 곡입니다. 피아노 연주와 밴드 연주가 어우러진 소리는 기존 센티멘털 시너리의 곡들과 그나마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지만, 'Steve Barakatt'과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있는 '크로스오버'적인 시도에 더욱 가깝습니다. 이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밝은 곡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꿈'은 로맨틱한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꿈'에 이어지는 곡은 공교롭게도 '무의식'을 뜻하는 'Unconscious'입니다. 배경음악으로 흐를 법한 어느 째즈곡처럼 조용하지만 오밀조밀하고 흐르는 진행은 수면주기 가운데 REM 수면기에 볼 수 있는 안구의 빠른 움직임(Rapid Eye Movement)처엄 느껴집니다.

'These Moments'부터 'Snowy Field'까지 일련의 곡들은 어느 영화 속 장면들의 배열같은 느낌을 줍니다. 멜로영화의 가장 중요한 한 장면 뒤로 흐를 법한 'These Moment'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날 헤어진 옛연인은 수 년이지나, 그 길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여 걸으며 스쳐가지는 그 순간, 그날의 벚꽃 대신 눈이 내리고 담담한 애절함으로 두 사람을 감싸고, 찬란했던 시간들은 두 사람만의  기억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애절함은 아롱아롱 눈물이 되고 또 다른 두 사람만의 기억이 됩니다. 언제쯤 '이 순간들'은 끝이 날까요? 또 언제쯤 '이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까요? 듣고 있노라면 감상적이면서도 정적인 상상과 의문을 갖게 됩니다.

장면을 바꾸어 '9 Hours'는 막연히 떠나는 '9시간의 운전'과 같은 곡입니다. 지평선과 맞닿아 한없이 이어지는 길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적막한 풍경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White Out'은 기억을 찾아 무작정 떠난 여행의 끝에서 반겨주는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과 같은 적막한 기쁨이라면, 'Snowy Field'는 그 눈발이 지나간 후 펼쳐진 설원의 신비함을 맑고 투명하게 그려냅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반어적으로 시작의 이미지와 닿아있는 제목의 'Genesis'입니다. 6분이 넘는 곡으로  'View'처럼 포스트 락의 색채가 짙은 곡인데, 피아노와 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어우려저 만들어내는 소리는, 밤하늘을 수놓은 수 많은 별들과 그 별들이 펼쳐져있는 우주를 보는듯한, 찬란하고 장엄한 풍광을 만나게 합니다. 또 이 앨범은 이 곡으로 끝이지만 아직 젊은 센티멘탈 시너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행보를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을 위한 이미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제목 그대로 세상 다른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미쳐 펼쳐내지 못했던 매력 혹은 마력이 담긴 앨범이자 센티멘탈 시너리가 추구하는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지금까지 들려주지 못했던 곡들을 담은 소품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Sentimental Scenery라는 껍질에 가려져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들이 이제 그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징조일까요?  그리고 저에게는 끝과 새로운 시작이 교차하는 겨울의 끝을 함께했던 앨범이기에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당연히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다른 장르로도 왕성한 그의 활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2012/05/18 03:42 2012/05/18 03:42

잊고 있었던 '인디 인 더 시티 3(Indie in the city 3)'의 공연후기

내가 언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보았던 적이 있던가? 2011년 11월 29일과 30일, 무려 이틀 연속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고도 공부 때문에 후기를 미루고 미루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벌써 거의 6개월 전의 일이네. 뭐, 정식으로 말하자면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은 아니었고, '예술의 전당' 건물에 딸린 '푸치니 바(Puccini Bar)'에서의 공연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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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ccini'는 아시다시피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이고, 귀에 익은 작곡가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근래까지 생존(1858~1924년)했던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런 작곡가의 이름을 딴 푸치니 바는 와인과 가벼운 요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평소 독서, 음반, 영화 예매등 나의 문화 지출에소 큰 소비처인 '예스24'의 이벤트 당첨으로 예술의 전당 기획 공연 '인디 인 더 시티(Indie in the city)'의 세 번째 공연을 이틀동안 관람할 기회를 얻었고, 이틀 모두 찾아갔다.

 첫 날은 여성 듀오, '트램폴린'의 공연이었다. 트램폴린의 공연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역시나 이번 공연에서도 차효선의 독특한 댄스를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좁은 무대와는 다르게 더욱 자유로운 그녀의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그 곡을 들을 수 있어 좋았던 공연이었다.

다음 날은 혼성 듀오, '야야'였다. 두 밴드는 파스텔뮤직의 신인으로 트램폴린은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앨범이 2집이었고, 야야의 드러머 '시야'는 '네스티요나'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니, 둘 다 '중고신인'이라고 해야하나? 데뷔앨범에서 들려준 '시대극'같은 음악에 공연이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여성 보컬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귀폭'같은 무대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흥겨운 집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락 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밴드였다고 할까?

6개월이 지났고 봄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공연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각종 페스티벌의 난무로 어느 공연을 가야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요즘, 그런 단촐한 공연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2012/05/13 23:01 2012/05/13 23:01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최악의 "2012 태안 튤립 꽃 축제"

화창한 5월의 주말, 수년 전부터 꽃 축제로 소문이 자자한 충남 태안 안면도의 "2012 태안 튤립 꽃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가정의 달이라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여, 서둘러 아침 일찍 출발을 하였고 9시가 조금 넘어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9시 15분 경) 이미 주차장에는 상당한 수의 차가 보이고 있었죠.

주차장 근처에는 야시장을 보는 듯한 각종 요식업자들의 천막으로 눈을 찌뿌리게 하였지만, 그래도 봄 나들이라는 기분으로 생각보다는 비싼 '성인 입장료 9000원'을 지불하고 입장을 했죠. 입장하면서 펼치진 광경은 역시 기대대로 노랗고 붉은 튤립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입구 근처의 튤립들은 4월 22일부터 시작한 이 축제를 생각했을 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상태였고 사진 속에 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형형색색으로 갖가지 모양과 색을 갖은 튤립들을 돌아보면서 '참 엉망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튤립의 각종 품종을 전시한 곳에는 잘려나갔는지 꽃을 거의 볼 수 없는 품종들도 있었고 성한 품종들도 원형탈모처럼 곳곳이 시들어버린 품종이 많았습니다. 또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무성의한 관리로 인한 소실에 눈이 찌뿌려졌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던 축제이기에 지평선을 가득 메울 법한 튤립의 벌판을 기대했지만, 그 규모에 있어서도 서울 시내에서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9000원의 본전이 절로 생각날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둘러보아도 1시간 남짓이면 둘러볼 수 있는 규모는 같은 가격이만 2시간은 눈이 즐거운 영화와 비교할 수 밖에 없었고,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꽤 떨어진 충남 태안에 오기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차비 혹은 연료값)을 생각한다면 왜 9000원이나 되는 입장료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넓지도 않은 공간을 튤립으로 채우지 못해서 한쪽에는 유채꽃이 들어서 있었고, 공룡전시관 같은 쌩뚱맞은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나친 홍보비로 실제 행사는 부실해 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축제를 연 영농조합이 단지 '영리'를 위해 연 축제가 아닐까 하는 정황은 이 뿐만 아닙니다. 이 축제가 끝나고 6월 말부터는 같은 자리에서 백합 축제가 열리고 9월에는 또 다른 꽃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평소 꽃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묻고 싶습니다. 진짜 튤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튤립의 꽃이 시들면 그 자리를 엎고 다른 꽃을 옮겨심어서 축제를 열까요? 진정 튤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땅에서 일년을 바쳐 식물을 기르고 가꿔서 축제를 열어야하는 것 아닌지요? 그리고 정당한 입장료를 받는 '축제'라면 행사 마지막까지 꽃들의 수준을 완벽하게 유지하거나, 혹은 완벽하게 유지할 수 없다면 행사를 그렇게 유지할 수 있는 기간으로 한정해야하지 않았을까요? 문외한이 보기에 이건 '축제'가 아닌 그저 '허접한 튤립 품종 전시회'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벌이는 축제들의 고질병이라고 보이는 행사와 관련된 적절한 연계 상품(?)의 부제도 아쉬웠습니다. 출구를 나오면서 화분들을 팔고 있었지만, 튤립과는 상관없이 허브와 같은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는 화분들이 었고, 튤립 한 송이나 튤립으로 만든 이차 가공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이 축제가 급조된 행사임을 방증하는 또 다른 증거가 아닐까요?

지방자치제를 시행하면서 지자체들은 어처구니 없는 축제들을 남발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꾸려지는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데, 이 축제는 관광객 유치라는 실적에 눈이 먼 지자체와 영리에 눈이먼 조합의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합니다.

2012/05/07 13:37 2012/05/07 13:37

2000km의 고독

굽이굽이 굽어진 산줄기, 겹겹이 겹쳐진 병풍

한 폭의 수묵화 속 나그네가 되어야 찾을 수 있는

맑고 시원한 바람과 넘실대는 푸른 물결

파아란 바다길을 따라 달려야 만날 수 있는

머나먼 길, 1000km 혹은 2000km의 끝,

그 기나긴 고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내 사람, 그리고 내 사랑아...
2012/03/15 02:18 2012/03/15 02:18

여행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상대성

시간은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는 똑같이 흐르지만, 때로는 객관적으로 같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에서도 그렇다.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가면 주관적인 시간은 빠르게 흐를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를 것이다.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얼마전 울산과 경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이 고속도로이기는 하지만, 왕복 700km가 넘는 자가 운전 여행으로는 쉽지 않은 경로였다. 인천에서 울산, 남한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여행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여정이었다. 새벽에 출발하여 오랜 운전에 대한 피로감이었을까? 가는 날은 시간의 상대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울산 정자항에 둘러 대게를 사고 경주에서 1박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100km가 넘는 2차선의 고속도로는 규정속도가 110km/h이지만 구간에 따라서는 추월을 위해 120km/h이상까지도 달릴 수 밖에 없었다. 2차선 구간을 지나 4차선 혹은 5차선이나 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시간의 상대성은 그렇게 다가왔다. 2차선을 110km/h로 달리다가 4차선 위를 90~100km/h로 달리고 있을 때, 체감 속도는 4차선 위에서 1.5배에서 2배 가까이 느리게 느껴졌다. 고작 10~20km/h 정도의 차이였고,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늘어났을 뿐인데 내가 느낀 주관적인 시간은 어느 때보다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조금 느리게 흐르는 필름처럼.

고속도로 주행의 지루함일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나는 불편한 2차선 보다는 운전하기 편한 4차선을 선호한다. 단순한 시간적인 변화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상대성의 상대성이랄까? 천천히 흐르던 고속도로 위의 풍경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2012/02/08 00:36 2012/02/08 00:36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불쾌한 앨범 'Yiruma & Piano'

오랜시간 이전 소속사와 법정 공방을 하던 대한민국 대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얼마전 법정 공방을 끝내고 새 소속사 소니뮤직과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소속사와 시작과 함께 신곡을 수록한 베스트 앨범 '더 베스트 : 10년의 회상'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를 데뷔앨범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소속사는 그의 새로운 출발에 찬 물을 끼얹는 듯,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고 새 소속사의 앨범이 나온지 몇일 지나지 않아 이런 비슷한 성격의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네요.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이점은 우리나라 음반 시장의 매니지먼트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2005년 가수 '이수영'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해에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하고 7집을 발표했는데, 새 앨범 발표보다 바로 하루 앞서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그녀의 이전 소속사는 4.5집, 5.5집, 6.5집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사골 우려먹듯 우려먹었고 불과 몇개월 앞서 발매되었던 6.5집이 이미 베스트 앨범 성격의 앨범이었기에 어처구니가 없었죠.

이번 이루마의 베스트도 그렇습니다. 2010년 4월 이미 이루마의 이전 소속사는 그의 기존 정규앨범을 6 CD짜리 박스세트로 발매한 (기존 팬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경력이 있기에, 이 베스트 앨범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이루마 팬들의 주머니를 끌어오기 위한 한 수였는지, 박스세트에 수록되지 않아 아쉬웠던 두 번째 디지털 싱글이 수록되어있는 점이 유일한 소장가치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팬이라면 이 앨범보다는 새로운 소속사와 함께한 앨범을 우선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불쾌한 앨범보다는 말이죠.(저는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을 한정판/초판 한 세트와 일반판 한 세트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박스세트까지 앨범당 3장을 갖고 있네요.)

이루마의 팬으로서, 음반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음반 수집인으로서 이 앨범에 다시 분노합니다.

2011/11/23 21:55 2011/11/23 21:55

이바디 - Voyage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이바디'의 첫 앨범 'Story of Us'는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아닌 '이바디'의 '호란'을 귓가에 새기기에 충분한 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EP 'Songs for Ophilia'는 흔하지 않은 컨셉 앨범으로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비운의 여주인공 '오필리어'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흥미로운 앨범이었습니다. 최근까지도 가장 자주 들었던 앨범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두 번째 정규앨범의 소식은 너무나 멀었습니다. 디지털 싱글이나 컴필레이션 참여는 종종 들렸지만 말이죠. 그렇게 첫 정규앨범 이후 무려 3년 6개월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앨범 제목은 'Voyage'로 앨범 제목으로는 매우 자주 쓰이는 제목입니다. 특히 뉴에이지나 째즈 등 연주음악 계열이나 팝페라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음악들의 앨범 제목으로 자주 쓰이는데 영어나 프랑스어로 모두 '여행'을 뜻하는 제목처럼, 저에게는 여유로운 여행이나 외유같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네요.

앨범 제목과 같은 첫 곡 'Voyage'의 잔잔함은 1집을 이어가면서도 1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밌게도 가사는 첫 곡이 아닌 마지막 곡인 것 마냥 느슨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바디 음악활동의 정리(슬프게도 해체가 될 수도 있는) 혹은 변화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아빠를 닮은 소녀'는 본인의 이야기일 법하지만 타인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곡입니다. 2집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따스함이 진하게 담겨있는 곡으로, 제목의 소녀는 바로 화자의 '할머니'입니다. '아빠를 닮았은'는 역설적인 표현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를) 닮았네'가 아닌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가 닮았네'라고 가사를 바꾸어 불렀던 제 어린 시절의 장난이 생각나는 정겨운 제목이기도 합니다. 할머니 이야기이기에 눈물을 뺄 심산일 수도 있겠지만 이 곡은 역시 잔잔하면서도 여유롭게 '노인'이 아닌 '그녀'로서 '흰 머리 소녀'를 그려냅니다. EP에서도 느껴졌던 이런 시선은 '이바디'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독창성이 아닐까 합니다. '세월의 기다림을 듣고 있는'이라는 대목에서는 할머니에게 가까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하기에 조금은 서글퍼 지네요.

이바디 음악의 매력은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와 깊은 울림인데 'Eve'가 바로, 저에게는 그런 서정미를 담고 있는 킬링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호소가 아닌, 미묘한 감정의 전달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더욱 크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나비처럼'은 역시 여유로움을 담아내는 곡이고 '루나캣'은 평소 호란의 성격처럼 호쾌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곡입니다.

제목처럼 앨범 수록곡의 구성은 한 테마 혹은 응집력보다는 이바디가 1집과 EP 이후 활동해온 행적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살짝 보여주는 앨범처럼 들립니다. 북OST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 수록되었던 'morning call'이나 컴필레이션 수록곡 '두근두근', 디지털 싱글 수록곡 '산책', 마지막으로 EP에 수록되었던 '탄야'와 'Curtain call'까지, 앨범 수록곡 10곡 가운데 절반인 5곡이 이전 발표곡들의 다른 버전이기에 아쉽습니다.

한 곡 한 곡 이바디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앨범 'Voyage'이지만 정규앨범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소품집' 정도가 될 법한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디지털 싱글로만 들을 수 있었던 곡들도 소장할 수 있기에 참으로 반갑지만 오랜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절반 같은 두 번째 정규앨범이라고 하겠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11/11/16 18:36 2011/11/16 18:36

앞으로가 기대되는 블루스택 앱 플레이어(Bluestacks App Player) 그리고 apk 설치법

오늘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온 '블로터닷넷'의 기사(http://www.bloter.net/archives/79197)를 통해 블루스택 앱 플레이어(Bluestack App Player)를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virtualbox를 이용해서 '안드로이드(Android)'를 설치해서 사용해보고 있고, 아직 PC에서 구동하기에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어 불만이었기에 다운로드 링크(http://www.bluestacks.com/download.html)를 따라서 설치까지 해보았습니다. 약 100Mb가 넘는 설치 파일을 받아서 설치한 다음 실행하면 익숙한 안드로이드 로봇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로고가 함께 있는 가젯을 우측 상단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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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Windows)에서 안드로이드 앱(App)을 실행시켜주는 이 어플리케이션을 의미하듯 안드로이드 로봇이 마이소프트 로고 위에 서있는 모습의 가젯이죠. 아직은 알파(alpha) 버전으로 윈도우7(Windows 7)에서만 실행이 됩니다. 가젯을 클릭하면,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이라면 익숙한 'Alchemy'를 비롯한 몇개의 앱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클릭하면 전체 화면으로 바뀌면서 실행해볼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당연하겠지만 virtualbox를 통한 가상화보다 가볍고 빠른 실행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제가 이 글을 쓸 이유가 없겠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블루스택 클라우드 커넥트 앱(Bluestacks Cloud Connect App)을 다운받고 핀번호를 입력하여 연동시키면 폰에서 받은 앱들을 PC에 설치한 블루스택 앱 플레이어에서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아이폰(iPhone) 사용자입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멈출 수 없죠.

그렇죠. 웹서핑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앱 백업 파일인 .apk 확장자의 파일을 실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apk를 다운로드 합니다. 그리고 윈도우 탐색기에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마우스 오른쪽 클릭하여 맨 위에 보이는 '열기'합니다. 당연히 apk를 실행하는 프로그램이 없기에 '이 파일을 열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 팝업창이 뜨면서 '원하는 작업을 선택하십시오'라고 합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아랫쪽에 '설치된 프로그램 목록에서 프로그램 선택'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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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윈도우에 설치된 프로그램 목록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찾을 수는 없습니다. 오른쪽 아래 '찾아보기'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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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탐색창이 뜨고 블루스택 앱 플레이어가 설치된 기본폴더인 'C:\Program Files(x86)\BlueStacks\'로 들어가 'HD-ApkHandler'를 선택합니다. 그러면 약간 (긴) 로딩이 있은 뒤 apk가 실행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행했던 apk 파일은 virtualbox를 이용한 시도보다 매우 만족스럽게 구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젯을 통해 펼쳐지는 안드로이드 메뉴에도 스마트폰과 같은 아이콘으로 추가가 되네요. 하지만 아직 알파 버전이기에 다른 apk 파일들이 완벽하게 구동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습니다. 정식 버전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적절한 가격에 판매가 된다면 정식 버전을 구매하고 싶네요. 더불어 윈도우 기반에서 실행이 된다면 앞으로 발매될 윈도우 테블릿에서도 안드로이드 앱이 구동될 방법이 생기기에 윈도우 진영에게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되네요.

2011/10/12 19:15 2011/10/12 19:15

Lucia with Epitone Project - 자기만의 방

오랜 준비 끝에 모습을 드러낸 파스텔뮤직의 야심작, 'Lucia with Epitone Project'의 '자기만의 방'.

2010년 10월과 11월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으로 앨범을 예고했었던 '심규선'이 해가 바뀐 2011년 9월 드디어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약 11개월의 시간이 흘러 앨범을 발표하는 그녀의 이름은 'Lucia(그녀의 세례명)'로 바뀌었고, 'Lucia with Epitone Project'로서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한 '자기만의 방'이 그 결과물입니다. 이번 앨범 발표에 앞서 올해 5월에 공개된 디지털 싱글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까지 세 싱글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면서 앨범에서는 어떤 곡들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었는데 꽤 오랜 기다림이 되었군요.

고독으로 가듣찬 입김같은 허밍을 들려주는 '첫 번째, 방'으로 앨범은 시작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꼭 '한희정'의 허밍과 비슷하게 들리더군요.) 첫 곡은 싱글로 공개되었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입니다. 가요에는 주로 짧은(단편적이면서도 간결한) 제목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이 곡의 제목이 상당히 장황하고 마치 외국어를 번역해 놓은 제목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제목을 처음보았을 때 일본의 '나카미시 미카'의 '연분홍빛 춤출 무렵' 같은 곡이 생각나더군요. '꽃처럼 한 철'이라는 비유가 참으로 멋들어진데, 째즈풍으로 편곡된 연주는 윈드차임의 신비함과 어우러져 어련한 봄날의 싱숭생숭함과 기다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기다리는 사랑', 혹은 '사랑의 기다림'을 알린다고 할까요. 무려 Lucia의 자작곡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디'는 디지털 싱글 '두 번째, 방'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정규앨범에서는 Album version으로 재녹음되었습니다. 재녹음되면서 과도한 애드립이 줄어들면서 보컬이 싱글에서보다 부드럽게 곡에 융화되었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의 장기인 현악을 적절히 이용한 감성 발라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보컬이 악기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본인의 앨범과는 다르게 이 앨범에서는 Lucia의 목소리가 곡의 중심에서 들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앨범 타이틀 곡으로도 손색이 없어서, 앨범 공개에 앞서 선공개되었던 '안녕, 안녕'이나 타이틀로 내세운 '어떤 날도, 어떤 말도'와 함께' 트리플 타이틀 전략이 아닐까 하네요. 이어지는 '고양이 왈츠'는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으로 공개되었던 곡입니다. (첫 세 곡이 연속으로 싱글곡들이네요.) 가벼운 왈츠의 세박자와 함께 봄날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앨범 공개 일주일 전에 선공개되었던 '안녕, 안녕'입니다.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가사이지만 연주는 상당히 밝고 경쾌합니다. 시작부터 경쾌한 피아노 연주는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데,  빠르게 스쳐지나며 '안녕'하는 '스무살의 어딘 가'을 표현하고 있나봅니다. 연주과 가사의 다른 분위기만큼 '웃음지은 눈물' 그려내기에 적절한 기교가 또 있을까요.

'Sue'는 Lucia의 자작곡으로 이 앨범에서 뇌리에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기도 합니다. 제목 다음에는 'inspired by Fingersmith'라고 적혀있는데 'Fingersmith'는 2002년에 발표된 'Sarah Waters'의 소설이자 이 소설을 바탕으로 2005년에 영국 'BBC'에서 제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었지만, Lucia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를 이해할 수 없지만, 너 없이 살 수 없다'고 외치는 후렴구는, 바로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음에도 빠지게 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호소가 아닐까 하네요.

첫 트랙 '첫 번째, 방'이 1분이 되지 않는 트랙이었지만, 앨범의 후반을 여는 '두 번째, 방'은 2분이 넘는 연주곡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서정적인 선율은 이어지는 '어떤 날도, 어떤 말도'의 인트로인 동시에 에피톤 프로젝트가 참여했다는 발자국 같은 트랙이 아닐까 합니다. 두 트랙은 디지털 싱글의 제목이기도 한데, 디지털 싱글 수록곡들과는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싱글 '두 번째, 방'에 수록되었던 '부디'는 앨범의 전반부인 '첫 번째, 방'에 가있으니까요.

'어떤 날도, 어떤 말도'는 이 앨범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한 전개로 앞선 '부디'나 '안녕, 안녕'보다 부족한 임팩트는 아쉽습니다. 다만 간주에 등장하는, 트럼펫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가을의 공기만큼 아련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플루겔혼' 연주는 인상적입니다.  째즈풍의 '버라이어티'는 Lucia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이 물씬 느껴지는 곡입니다. 다분히 뮤지컬 삽입곡 같은 전개와 브라스와 현악을 배치하여 반짝이는 화려함을 들려주는데, '임상아'의 '뮤지컬'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고양이 왈츠 Acoustic'은 제목 그대로 고양이 왈츠의 어쿠스틱 버전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사랑에 대한 설렘이 느껴진다면 어쿠스틱에서는 설렘보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더 크게 들리네요. '어른이 되는 레시피'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기에 Lucia의 자작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을 뒤엎고 차세정의 곡입니다. 앞선 '고양이 왈츠'에 이어 어쿠스틱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고양이 왈츠가 제목처럼 왈츠의 세박자로 느긋하게 흘러간다면 오밀조밀한 연주로 속도와 긴장감을 조성하여 귀를 사로잡습니다.

'웃음'은 이 앨범에서 Lucia의 뒤에 숨어있었던(?) 차세정이 모습을 드러내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Lucia와 차세정의 듀엣곡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에피톤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나는 곡이기도 하면서 다른 점들도 들립니다. 역시 현악의 연주는 '에피톤 프로젝트답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앨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비극적인 씁쓸함'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웃음'은 해맑은 미소가 아닌 허탈한 쓴웃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앨범의 문을 닫는 앨범 제목과 동일한 '자기만의 방'은 Lucia가 제일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버라이어티'와 마찬가지로 째즈와 뮤지컬이 어우러진 분위기는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적 목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이 붙었겠죠.

보컬리스트와 프로듀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Lucia with Epitone Project'의 앨범은 요조(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타루(with Sentimental Scenery, Swinging Popsicle)에 이은 파스텔뮤직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인디씬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런 조합의 시도는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인 가창력과 더불어 (홍대에서 듣기 쉽지 않은) 또박또박 아나운서같은 명료한 발음이 돋보이는 보컬리스트 Lucia와 보컬리스트들과의 협업에서 재능을 보인 물이오른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조합은 지난 조합들보다도 탁월한 출발을 들려줍니다. Lucia와 에피톤 프로젝트, 두 사람이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죠. 별점은 4개입니다.
2011/10/06 21:14 2011/10/06 21:14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든 경우, 파리돼지앵 '순정마초'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2년마다 홀수년에 열리는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올해로서 3회째를 맞았습니다.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강변북로 가요제'와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로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의 북단과 남단을 따라 달리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로 서울을 포함안 수도권을 무대로 했다면, 올해는 전국으로 무대를 넓혀서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긴 고속도로인 '서해안고속도로'(342km)에서 열렸습니다. (참고로 가장 긴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로 426km입니다. 2013년에도 열린다면 '여름의 휴가'라는 상징에 맞게 234km의 영동고속도로에서 열리지 않을까 하네요.) 2009년의 듀엣 가요제와 비슷하게 기존의 가수들을 섭외하여 팀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음원이 공개되면서 모든 곡들이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장식하는 '무한도전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2009년에는 어떤 곡들보다도 '박명수'와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함께한 '냉면'이 거의 압도적인 인기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서는 모든 곡들이 사랑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고 최근에 많이 듣는 곡은 바로 '정재형'과 '정형돈'이 함께한 '파리돼지앵'의 '순정마초'입니다. 누구라도 의미를 알아챌 수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인 정재형의 별명 파리지앵과 정형돈의 별명 돼지를 결합한, 팀이름은 조금 우습지만 이 팀이 들려주는 노래은 어떤 팀들보다도 진지합니다. 대한민국 간판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무한도전'의 이벤트답게 적당히 가볍고 신나는 가요제를 만드는 것이 격년으로 열리는 가요제의 목표가 아닐까 하는데, '파리돼지앵'이 들려주는 '순정마초'는 도입부부터 상당히 진지합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시작하는 웅장한 연주는 가요제에 참가한 다른 곡들과는 다른 스케일이고 청자를 압도할 만한 위력입니다. 처음 '순정마초'의 연주를 들었을 때, '역시 클래식을 전공하는 정재형다운 스케일이구나'라는 생각과 '가요계에서 정재형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스케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애절한 탱고의 선율을 연주하는 '반도네온'이라는 생소한 악기까지 동원하여 오페라의 한 소절을 보는 듯한 웅장함을 들려주는 '순정마초'의 연주는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격'이라고 할 만하겠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달라집니다. '순정마초'라는 '순정'과 '마초'가 합펴진 제목 자체부터 어쩐지 우스운데 '달밤의 미스터 리옴므파탈'이라던지 '사랑의 파괴자'라는 단어는 그럴싸하게 진지하면서도 우습습니다. 그리고 '레베카'를 '내 백합'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그 절정을 달립니다. 병맛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순정마초가 들려주는 웅장함 때문에 '병신같지만 어쩐지 멋있어'라는 기분입니다.

최근 예능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윤종신'에 이어 가수출신의 '예능늦둥이'의 기질이 보이는 정재형은 '베이시스' 시절부터 좋아하는 곡들이 많았고 솔로 앨범을 통해 저는 확실하게' 꼭 앨범을 사야하는 뮤지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8년 (가수로서) 세 번째 정규앨범 '에 이어 2009년의 소품집 '정재형의 Promenade, 느리게 걷다'를 발표하였고 2010년에는 첫 피아노 연주 앨범 Le Petit Piano'를 발표하였습니다. 2011년이 다 가기전에 새로운 정규앨범을 기대해도 될까요?
2011/09/18 23:07 2011/09/18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