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ard와 Deluxe Edition의 비교해 보면 보너스 트랙뿐만 아니라 앨범 북클릿 표지의 다른점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Standard Edition에서 Taylor Swift는 보라색 드레스를 휘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Deluxe Edition에서는 붉은색 드레스를 휘날리고 있죠. 요즘 많은 팝 앨범에서 두 버전의 북클릿 색상의 차이를 두는 일은 일반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붉은색와 보라색을 선택한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Speak now' 역시 컨트리 버전을 수록한 'US version'과 팝 버전을 수록한 'International version'으로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매되었습니다. 10여년 앞서 이런 전략은 취한 컨트리 뮤지션 'Shania Twain'의 경우 2002년 앨범 'Up!'을 위해 같은 곡들을 무려 3가지 버전으로 녹음한 일이 있었습니다. 세 버전은 Country version, Pop version, 그리고 internatioal version(Pop-mix)으로 각각 색상을 달리한 디스크인 Green disc, Red disc, Blue disc에 담겼죠. 그리고 북미에서는 Green과 Red disc를 함께 담아 발매하고, 기타 지역에서는 Red와 Blue disc를 함께 담아 발매하였습니다. Shania Twain의 골수팬이라면 타지역에서 발매된 다른 버전을 수입반으로라도 구입할 법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도 모르겠지만, Shania Twain과 Taylor Swift, 두 뮤지션의 앨범 배포는 'Universal Music'에서 담당하고 있기에, 영악한 판매 전략의 일환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붉은색 드레스의 그녀가 더 아름답게 보여서 더 값비싼 Deluxe Edition을 사고 싶어지게 하니까요.
전세계 투어로 쉴 틈 없는 상황에서도 곡을 써서 만들어진 'Speak now'는 그녀의 이전 앨범과 다르게 공동작업 없이 모두 혼자 작사/작곡하여 완성된, 그녀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100% 확인하게 될 앨범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Speak now'의 내용물을 해부해보겠습니다.
첫 트랙은 첫 싱글로 발표된 'Mine'입니다. 1989년 생으로 막 십대를 벗어나, 고작 21세 밖에 되지 않은 그녀의 나이를 반영하듯, 우연히 만나 첫 눈이 반하는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곡입니다. 옷차림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와 '그'가 하는 이야기를 직접화법으로 노래하는 점과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가사는 전작 Fearless의 첫 싱글 'Love Story'와 그대로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Love Story'가 귀여움으로 승부했다면, 이 곡에서는 상쾌함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Do You Believe it?'이라고 외칠 때 가슴을 가득채우는 흥분이 이 곡의 백미입니다. 'Love story'와 영화 '발렌타인 데이' OST에 수록된 'Today was a fairytale'와 더불어 '마법 같은 사랑 3부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불꽃이 튄다'는 뜻이 'Sparks Fly'는 제목에서부터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적당히 비음을 섞어 (판소리의 추임새처럼) 강조음을 넣는 보컬과 더욱 신나게 쟁글거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타연주에서 그녀의 컨트리 지향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쏟아지는 빗소리를 사랑하나 봅니다. 전작의 수록곡 'Fearless'에서는 가장 좋은 드레스를 입고 폭풍우 속에서 춤을 추겠다는 그녀가, 이곡에서는 퍼붓는 빗속에서 만나 키스를 해달라고 당돌하게 외칩니다. 분명 그녀는 꽤나 적극적입니다.
이별 후 우연히 만난 옛 연인에 대해 노래하는 'Back to December'는 두 번째 싱글로 발표된 트랙입니다. 흥겨운 컨트리 팝(Mine)으로 귀를 사로잡고 슬픈 팝발라드(Back to December)로 눈물을 사로잡는 전략은 전작 'Fearless'에서 원투펀치인 첫 번째와 두 번째 싱글, 'Love Story'와 'White Horse'로 구사한 전략과 닮아있습니다. 'Love story'는 이쁘고 입에 붙는 영어 발음(It's love Sto-ry, baby just say yeah!)이 매력이기도 했는데, 이 곡도 후렴구(So this is me swallowin' my pride, standin' in front of you Sayin' I'm sorry for....)로 입에 붙는 가사를 들려주네요. 영화 '발렌타인 데이'로 인연이 되서 잠깐 연인이었던 '테일러 로트너'에 대한 노래라는 이야기가 있네요.
앨범 제목과 같은 제목의 트랙 'Speak now'는 Taylor Swift의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인 컨트리 넘버입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것만 같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대담하게 결혼식장에서 신랑을 가로채는 파렴치한(?)이 됩니다. 보통 영화 속에서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신부와 달아나는데, 그 반대라서 재밌습니다. 부클릿을 보면 그 상황을 재치있게 담아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북클릿에 등장하는 재밌는 조연들은 그녀를 돕는 세션들입니다.)
흥미로운 제목의 트랙 'Dear John'은 락발라드 넘버입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디어존(Dear John)'과 같은 제목이라 영화와 연관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Dear John letter'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별를 고하는 편지라고 하며, 'John'이라는 이름이 흔하여서 'Dear John'으로 이별 편지가 시작하기 때문이랍니다. 슬픔을 비가 내리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가사는 'Forever & Always'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사랑을 체스게임에 비교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the Wreckers'의 'Tennesse'에서는 카드 게임에 비교하고 있는데,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가 봅니다. 7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슬픔을 풀어내는 그녀의 호소력은 지루함이 떠오를 수 없게 합니다. '존 메이어'와 관련된 노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그녀의 솔직대담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겠습니다.
기타가 쟁글거리는 전형적인 컨트리 느낌의 트랙 'Mean'은 우리나라식으로 '악플러'들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너희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은 꿈쩍도 안한다는 자신감을 노래하죠.
시원하게 질주하는 느낌의 트랙 'The Story of Us'는 색다른 시각의 이별 노래입니다. 이별 후의 아픔과 슬픔을 노래하지 않고, 이별 직전의 위태로운 분위기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도시녀 Taylor는 사랑에 매달리지 않고 호탕하게 외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The End)'라고.
담백한 그녀의 목소리와 코러스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트랙 'Never Grow Up'은 조금은 쓸쓸한 자장가 같은 포크 넘버입니다. 아직 어린 동생에게 부르는 듯한 느낌의 노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쓸쓸하기만한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어른이 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고의 팝스타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그녀에게도,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일까요?
대담한 그녀지만 때로운 수줍은 구석도 있나봅니다. 'Enchanted'는 제목처럼 마법 같은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녀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Better than revenge'는 펑키한 락 넘버로 Taylor Swift에게서 'Avril Lavigne'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나쁘지 않지만 Avril의 세 번째 앨범처럼 망가지려 한다면 말리고 싶어지네요. 소문에 의하면 '조 조나스'와 관련된 노래하고 하죠.
신비한 분위기의 'Innocent'는 가사를 살펴보면 분명 큰 실례를 저지른 'Kanye West'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32세나 되었는데 아직도 덜 자랐다고 비꼬고 있네요. 'Haunted' 역시 그녀의 락에 대한 욕심이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Last Kiss'는 쓸쓸함과 처연함이 느껴지는 이별 노래이고 'Long Live'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수 많은 이야기들의 해피엔딩 같이 승리의 기쁨과 행복의 환희가 넘치는 트랙입니다. 자신의 투어를 함께한 밴드를 위한 곡이라네요.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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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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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1-
2009년을 휩쓴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의 2010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 번째 정규앨범 'Speak now'.
2009년 두 번째 정규앨범 'Fearless'로 팝시장을 휩쓴 컨트리 요정 Taylor Swift가 2010년이 지나기전 새로운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앨범 활동과 라이브투어,영화 출연에 각종 시상식 참석까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컨트리라는 장르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는 인기장르로 볼 수 있지만, 북미 지역 외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없는 현실입니다. 컨트리 장르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뮤지션은 'Shania Twain' 정도로 1997년에 발표된 그녀의 메가히트 앨범 'Come on over'과 싱글 'Your're still the one' 덕분이었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컨트리 앨범 톱 10'에 무려 6개(Shania Twain은 2개)의 앨범을 올려놓으며 미국의 국민 가수라고 할 수 있는 'Garth Brooks'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인 상황을 고려하면, 세계 팝 시장에서 컨트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그녀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다르게 하는 전락, 즉 같은 곡이라도 컨트리 버전을 수록하여 미국과 캐나다 정도에서만 발매되는 'US version'과 팝 버전을 수록하여 기타 지역을 노린 'international version'으로 '지역 맞춤 전략'을 사용하였기에 가능한 성공이었습니다.
앨범 'Come on over'는 전세계적으로 3900만장이나 팔리면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컨트리 앨범인 동시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여성 뮤지션의 앨범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뒤를 Whitney Houston, Celine Dion, Alanis Morissette, Mariah Carey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따르고 있으니 미국인들의 그녀에 대한 사랑과 그녀가 세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Shania Twain이라는 이름이 잠시 스쳐간 이후 '컨트리'는 우리나라에서 다시 '잊혀진 장르' 신세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멀어진 '컨트리'를 다시 듣게 된 일은 2006년, 평소 관심있던 싱어송라이터 'Michelle Branch'가 여성 컨트리 듀오를 결성했다는 소식 덕분이었습니다. 락을 들려주던 그녀가 컨트리를 한다는 점은 의아했지만, 두 장의 정규앨범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그녀가 친구 'Jessica Harp'와 결성한 여성 듀오가 들려주는 컨트리 음악은 무척이나 궁금했죠. 여성 컨트리 듀오 'the Wreckers'의 2006년 데뷔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는 컨트리와 팝이 적절하게 혼합된 노래들로 그 기대를 충족시켰습니다. 음반시장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사정에서 2006년 당시 라이센스로 구할 수 없어, 수입반으로 구입한 앨범은 매우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다른 두 사람의 음성으로 2008년까지 저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드디어 2009년 'Taylor Swift'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2년 가까이 들었던 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가 지겨워지고, the Wreckers의 후속 앨범소식이 없어 잠시 가요로 외도를 하고있던 중, 발견한 10대 소녀의 뮤직비디오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리따운 금발의 소녀가 '너는 로미오, 나는 줄리엣, 이건 사랑이야기'이라고 당돌하게 외치는 뮤직비디오는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바로 'Taylor Swift'의 'Love Story'였습니다. 가사처럼 첫눈에 반해버린 발견이었죠.
'Love story'에 이은 'White Horse'의 마법에 빠져들면서 결국 앨범 'Fearless'를 구입하고 말았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3월, 보너스 트랙으로 2006년에 발표된 데뷔앨범 'Taylor Swift'의 인기곡 3곡을 포함한 총 16 트랙의 international version으로 발매되어 더욱 좋았죠. 'Love story', 'White Horse', 'Fearless' 등 그냥 건너뛸 수 없는 '트랙들로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라는 다분히 상술섞인 홍보 문구가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었음을 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을 즐겁게 해주던 그녀는 팝시장의 논리에 의해, 기존 앨범 구매자들을 분통터지게 만드는, '리패키지 앨범'으로 배신을 하고 맙니다.
일정 판매량이 넘으면 신곡을 추가하여 리페키지 앨범으로 발매하는 최근 팝 앨범들의 경향에 따라 'Fearless'는 2009년 11월신곡이 무려 6곡이나 추가된 'Platinum Edition'으로 재발매되었습니다. 보통 리패키지 앨범까지 소장하는 일은 낭비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었지만, Platinum Edition에 수록된 'Forevere & Always(piano version)'를 듣고는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Platinum Edition에는 international version에 수록된 보너스 트랙 3곡이 없는 점이 위안이 되었으니까요. 그렇고 Platinum Edition이 발매된 후 약 1년의 시간이 흘러, 예상보다 빠르게 세 번째 정규앨범 'Speak Now'의 발매소식이 들려옵니다. 리페지키 앨범과 더불어 요즘 팝시장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Standard Edition'과 보너스 트랙이 듬뿍 추가된 'Deluxe Edition'으로 나누어서 예약판매가 시작되었구요. 저는 당연히 그녀를 더 많은 들을 수 있는 Deluxe Edition으로 손이 갈 수 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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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잔혹한 희정씨' in 11월 19일 V-hall
11월 11일에 있었던 팬미팅에 이어서 1주간격으로 다시 '한희정'을 단독공연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이름하여 '잔혹한 희정씨'였는데, EP '잔혹한 여행'에서 착안한 제목이었습니다. '허니정'이라고 그녀의 애칭을 대놓고 이용한 포스터에서는 밴드 '불싸조'의 냄새가 풀풀 느껴졌어요. 오랜만에 방문한 V-hall 입구에서 티켓을 받았고 42번이었습니다. 입장시작 약 30분 즈음 전에 도착했는데도, 줄을 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서 의아했지만, 역시 그녀의 공연인지라 입장시작이 가까워지니 긴 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빠른 입장 순서는 아니었지만 운좋게도 세 번째 쭐, 사진을 찍기에 마음이 편한 맨 가장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잔혹한 희정씨'를 위해 준비된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났습니다. 얼굴이 부분부분이라 알아보기 쉽지 않았지만 '줄리아 로버츠',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주이 디샤넬' 등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반짝이는 은색의 가발과 얼룩말 무늬의 레깅스 차림으로 마치 10대 아이돌같은 느낌으로 등장했습니다. 첫 곡은 끈이 었습니다. 사랑과 이별을 컨셉으로 했고 '잔혹함'을 표방하고 있기에 우선 '사랑의 시작'이 있어야하겠지요. 아련한 사랑으로 가득했던 지난 EP '끈' 수록곡 '끈'에 이어 역시 같은 EP에 수록되었고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인 '러브레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책', '솜사탕 손에 핀 아이'로 이어지는 흐름는 그녀의 지난 공연들과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잔혹한 희정씨'는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는 멘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지난주 팬미팅에서 너무 위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자제하는지, 아니면 아이돌같은 옷차림처럼 조신한 척하는지, 또 아니면 '소통의 부재'라는 잔혹함을 선사하려는지 모르겠지만요. 새 EP의 수록곡을 드디어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는데 바로 '입맞춤, 입술의 춤'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분위기의 이 곡은 '사랑의 위기'를 감지하게 했습니다. 이어지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은 처음 만난 날에 대한 그리움에 빗대어 현재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었죠. 그리고 드디어 '잔혹한 여행'이 들려왔습니다.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노래로서 본격적으로 '잔혹한 희정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죠.
주구장창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이번 공연의 컨셉이었는지 중간중간 어떤 남자(아마도 '잔혹한 희정씨'의 컨셉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멘트를 대신하고 공연 중간에 스크린이 내려와 또 영상들을 보여주었는데, 제가 오프닝에 예상했던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나탈리 포트만'은 바로 영화 '클로저', '스칼렛 요한슨'과 '페넬로페 크루즈'는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한국 개봉 제목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주이 디샤넬'은 영화 '500일의 썸머'로 모두 제가 알고 있던 영화들이었죠. 고전영화로 생각되는 영화도 있었는데 '러브 스토리'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그녀가 보여준 독특한 의상 컨셉은 아마 영화 '클로저'에 등장한 '나탈리 포트만'의 컨셉이 아니었을까요?
'오늘만'와 '어느 가을'은 처량한 쓸쓸함으로 이별을 상기시켰고, '브로콜리의 위한 고백'과 '우습지만 믿어야 할'은 시련을 당한 자신에 대한 조소처럼 들려씁니다. '잔혹한 희정씨'로 멘트도 게스트 공연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팬서비스는 있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공연이라면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커버곡이었는데 의외의 커버곡들로 즐겁게 했습니다. 첫 곡은 바로 '2NE1'의 '아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의상읜 '2NE1'과도 닮아있었죠. 아이돌의 곡이지만 '잔혹한 희정씨'에서 시련의 당한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곡이었죠. 두 번째 곡은 무려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습니다. 그녀가 부르니 재밌고 우스웠지만, 진지하 가사를 들여다보면 역시 이별 후의 아쉽고 아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커버곡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잔혹한 희정씨'는 '드라마'로 이어졌습니다.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혹여나 '잔혹한 희정씨'의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의혹이 들었죠. 이어진 곡은 '멜로디로 남아'였습니다. 역시 이별 후의 빈 옆자리에 대한 쓸쓸함을 그려내고 있죠. '잃어버린 날들'은 컨셉에 비추어 볼 때 여자 주인공이 연애 시간을 '잃어버린 날들'로 규정하고, 잔혹하게 변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곡들 가운데서도 매서운 쓸쓸함이 느껴지는 '반추'와 '나무'가 이어져서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잔혹한 그녀가 느끼는 통쾌한 복수 후에 찾아오는 허망함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분위기가 반전하여 'Acoustic Breath'가 이어졌죠. 복수 후 역설적으로 목소리를 언제나 들려주겠다고 노래는 그녀는 바로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마지막에 걸맞게 '끝'이었습니다. 비장하고 잔혹한 암시를 내포하는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함께 공연의 막은 내렸고, 그녀의 아름다운 연주곡 '연착'은 이번 공연의 엔딩크레딧 곡이었습니다.
스크린이 내린 후 팬들은 응당 '앵콜'을 외쳤지만, 그녀는 '잔혹한 희정씨'라는 이번 공연의 컨셉처럼 팬들의 바람을 잔혹하게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곡을 들려준 공연이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잔혹한 희정씨는 남자 주인공을 묻어버리지 않았을까요? 공연 포스터에서 희정씨나 내리치고 있는 기타가 삽이나 곡괭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나 잔혹하지 않나요? 다음에는 잔혹하지 않은, 친절한 희정씨를 만났으면 더욱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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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zziquai project - Pinch Your Soul
2집 'Color Your Soul'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리믹스 앨범 'Pinch Your Soul'.
1집 'Instant Pig'의 리믹스 앨범인 'Zbam'이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같은 느낌이었다면, 2집 'Color Your Soul'에 이어 발매된 'Pinch Your Soul'은 클래지콰이에게 리믹스 앨범이 단순히 정규앨범에 힘입어(묻어가는 성격의) '이벤트성 음반'이 아님을 알리는 동시에 '1 정규앨범 + 1 리믹스 앨범'의 공식을 확립하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앨범 제목부터가 재밌습니다. 2집 'Color Your Soul'이 우리말로 '너의 영혼을 채색하라' 정도가 된다면, 'Pinch Your Soul'은 '너의 영혼을 꼬집어라'로 익살스러운 느낌을 갖게하면서, 동시에 리믹스 앨범다운 느낌으로 앨범의 성격을 알리고 있습니다.
첫 트랙 "Color Your Soul (Pinch Your Mix)"는 이 앨범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트랙입니다. 시크한 느낌이 강했던 원곡을 '꼬집는' 리믹스를 통해 좀 더 경쾌하고 댄서블하게 바꾸어놨습니다. 불필요한 어깨의 힘을 빼고, 좀 더 즐기도록 말이죠. 이어지는 "Love Mode"는 당시부터 한국 최고의 힙합 그룹으로 떠오른 '에픽하이(Epik High)'의 리더 '타블로'가 참여하여 더 눈길이 가는 트랙입니다. 이 리믹스 앨범을 팔기위한 '상술의 눈초리'는 지울 수 없지만, 분명 팬들에게는 이 앨범을 구입하게 만드는 '킬링트랙'이라고 할 만합니다. 타이틀 곡으로서는 2집보다 나아서, 이 곡을 2집에 수록하여 정규앨범에 더 힘을 실어주어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Date Line(bon voyage remix)'는 리믹스 앞에 붙은 'bon voyage'의 의미를 알아야 이해할 만한 트랙입니다. 'voyage'는 영어로 '항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bon voyage'는 프랑스어로 '좋은 여행 되세요(Good Journey)'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원곡이 화창한 날 넓지 않지만 잘 정리된 도로변의 거리를 산보하는 느낌이라면, 리믹스 버전은 voyage가 의미하는 '항해'처럼 뱃놀이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보내는 느낌입니다. 곡 가운데 들리는 프랑스어는 뱃놀이에 '프랑스 어딘가'라는 낭만을 더해줍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 "Fill This Night (paradox remix)"와 "Come Alive (distort remix)"는 전자음의 강화가 두드러지지만, 사운드의 밀도와 비트는 '댄서블'하기에는 부족합니다. "I'll give you everything (buoyant remix)"는 '부력이 있는, 경쾌한'을 의미하는 buoyant처럼 반짝반짝한 사운드 때문에 떠오르는 분위기와 켱쾌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트랙입니다. 하지만 이 트랙이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원곡의 보컬과는 다르게 'J(제이)'와 'Booby Kim(바비킴)'이 다시 부르고 있기때문입니다. 여성 보컬리스트로서 가녀린 음색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J'와, 역시 한국인으로서는 독특한(소울풀한) 음색의 '바비킴', 두 사람의 확연한 음색 대비는 귀를 즐겁게 합니다.
"Speechless (Vanilla soul remix)"는 말랑말랑 전자음들을 통해 '바닐라'처럼 달콤해진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Cry Out Loud (black sunshine remix)"는 노래 속 화자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한 'black sunshine'이라고 명명된 리믹스가 재밌습니다. 강렬한 명암대비가 느껴지는 리믹스 제목처럼, 리믹스로는 특이하게도 원곡보다 전자음을 배제하여 보컬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음각과 양각으로 흑백의 명암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판화' 같다고 할까요? "Chi Chi (original remix)"는 이 앨범까지 클래지콰이의 음악들을 따라왔다면 한 번 즈음은 들었을 법한 멜로디와 전자음들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마지막 트랙 "이별"은 국악의 연주에 시조같은 가사를 입힌, 이번 앨범의 성격에는 벗어나는 다분히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1집을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아쉬운 2집의 리믹스 앨범이기에, 역시 아쉬움은 큽니다. Love Mode나 "I'll give you everything'의 리믹스 트랙이 이 앨범을 지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2집에 실려 정규앨범에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국 판매량으로 보면 2집이나 이 앨범이나 '공멸'하게 되지 않았나 하네요. 하지만 'Zbam'과 더불어 단지 '보너스 CD'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리믹스 앨범의 위상을 개별적인 앨범으로 높인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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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NX100 하프케이스 개봉기
네이버 'NX클럽'에서 진행된 NX10과 NX100 케이스 공동구매를 통해 NX100 하프케이스(속사케이스)를 장만했습니다. 정품이 89900원으로 9만원에 가까운 가격인데, NX클럽에서 진행된 공동구매는 정말 저렴하게도 배송비 포함해서 정품의 1/4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죠.
'토마(TOMA)'라는 회사의 작품으로, OEM으로 삼성에 납품도 한다나요? 원래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의 하프케이스 및 슈트케이스로 유명한 국내 회사라고 합니다. NX10의 경우 이 회사에서 슈트케이스도 발매를 했는데, NX100은 우선 하프케이스만 화이트, 블랙, 브라운의 세 가지 색상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검은색(블랙) 바디의 NX100를 소장하고 있어서 같은 색보다는 고풍스러운 멋이 나라고 브라운으로 장만했습니다. 이제 하프케이스로 NX100의 바디가 조금이나마 보호가 되겠군요. 빨리 NX100용 슈트케이스도 발매되었으면 좋겠네요.
브라운 하프케이스가 블랙 바디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바디 하단에 삼각대 고정부분에 하프케이스에 포함된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어서 좋아요. 100원짜리 동전을 드라이버 대신하서 간편하게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열심히 출사라도 다녀야겠어요.
뒤에 보이는 노트북은 지금 블로깅에 사용하고 있는 'ASUS K40AB VX032V'입니다. 2009년 11월에 출시되자 마자 사서 아직 잘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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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 세븐틴
월간지 '페이퍼'에 연재된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소설인데, 나는 마침 페이퍼에 실린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라는 제목을 글을 인상깊게 읽었었고, 이후 그 글이 이 소설 '세븐틴'에 실렸다고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다만 페이퍼에 실린 단편들을 모아놓은 소설집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페이퍼에 연재된 글을 모아서 완성한 '한 편의 소설'이라는 점은 알지 못했다.
'니나'와 '시에나', 10세 이상 차이나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두 여자 주변의 남자들 '제이', '대니', 그리고 '비오'가 등장하면서 서로 얽히고 섥혀있는 관계도를 그려나간다. 어떻게 그런 우연과 기연이 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섯 사람의 관계는 복잡한데,그들의 관계구도보다 흥미로운 점은 각 장(소설 속에서는 니나와 시에나의 피아노 레슨에 빗대어 Lesson이라고 표기한다)이 클래식 음악과 관련되어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니나와 시에나는 피아노 레슨을 통해 만났고, 시에나와 비오가 바이올린으로 연결되어있고, 시에나가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유도 있겠다. 물론 황경신 작가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중고등학교 시절에 음악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던던 클래식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점은 흥미롭다. 차이코프스키 죽음의 비화라던지,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이유, 베토벤이 되고 싶었던 슈베르트 등 '클래식'하면 모두 알만한 유명 작곡가들이 이야기부터, 나와 같은 클래식 문외한이라면 한 번 정도 들어보았을 유명 연주자들인 '하이페츠'나 '글렌 굴드'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런 이름들은 궁금즘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음반들 찾아보게 만드니, 클래식 견문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남자 독자로서 솔직히 시에나의 사랑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쉽지않고, 그만큼 책장을 넘기기도 쉽지는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어른들이 사랑이야기, 어른이 되어가는 17세의 니나와 어른이 되었지만 혼란스러운 30대의 시에나가 풀어나가는 '세븐틴'은 살면서 겪는 일련의 연애 이야기들을 함축한 축소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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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zziquai project - Color Your Soul
데뷔앨범 'Instant Pig'의 성공에 따라 큰 기대 속에 발매된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앨범 'Color Your Soul'.
2004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 'Instant Pig'는 '클래지콰이'에게 대중의 관심을 모아준 앨범이었고, 그 인기는 수록곡들이 CF에 사용되면서 표면적으로도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판매량이나 대중의 인기보다는 음악성에 중점을 둔 시상식인 '2005년 제 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가수(밴드)'와 '최우수 팝'까지 안겨주니, '대중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리믹스 앨범 'ZBAM'도 1집과 2집을 잇는 1.5집으로서 상당한 완성도와 기대되는 신곡들을 들려주었구요.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중의 눈을 한 수준 높여놓은 그들이었기에, 대중은 더 높은 수준을 원할 수 밖에 없었죠. 앨범 아트웍에서는 1집에 이어 전형적인 돼지가 등장하여 -멧돼지의 그림자와 등장했던 리믹스 앨범과는 다른, 변종이 아닌- 1집의 혈통을 잇는 '적자'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intro "Beautiful Woman"에 이어지는 "Salesman"은 크리스티나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으로 앨범의 전반적인 성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1집보다 더 높아진 보컬의존도와 더 짙어진 팝적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더욱 댄서블한 "Fill the night"과 1집 중반부의 트랙들을 연상시키는, 비교적 강렬한 비트의 "Cry out loud"가 이어지고 'I will give you everything'에서는 나긋나긋한 보컬로 인해 말랑말랑한 팝적 감각이 절정에 달합니다. 'Come alive'는 2집 수록곡 가운데 가장 일렉트로니카적인 트랙으로 타이틀 곡 "날짜 변경선"은 팝적 성향이 절정에 달한 라운지풍의 트랙입니다.
같은 플럭서스 뮤직 소속의 이승열이 객원보컬로 참여한 "Be my love"는 인기 드라마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은 트랙으로 'Color your soul'의 후반부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입니다. 후반부의 다른 점은 전반부보다 더 보컬 의존적이며, 대체적으로 가볍고, 일부 트랙에서는 상당히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곡들이 어쿠스틱으로 편곡해도 어색하지 않을 법하네요.
'삼인삼색(三人三色)'의 시작인 "춤"은 호란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으로 클래지콰이를 '대한민국 대표 일렉트로니카 밴드'라고 부르기에 무색할 만큼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후에 "이바디"로 만나게 되는 호란을 엿볼 수 있죠.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Color your soul"은 "춤"에서 코러스에 가까웠던 알렉스가 호란과 역할을 바꾼 트랙으로 제목처럼 Soul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춤"과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인 "Speechless"는 호란과는 또 다른 매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크리스티나를 만날 수 있고 전작의 "After Love"에 비견할 만한 트랙입니다.
비교적 나긋하고, 조금은 느끼한 알렉스의 보컬과 함께하는 "Sunshine"은 전작의 "Gentle Rain"을 생각나게 하는 흥겨움과 발랄함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그 흥겨움과는 역설적으로 이별을 노래했던 "Gentle Rain"과는 다르게, "Sunshine"은 가사까지도 제목처럼 찬란합니다. 여름의 연가로 손색이 없죠. "Step Ahead"는 이어지는 "다시..."의 Intro 성격의 짧은 연주 트랙입니다. "다시..."는 여러모로 전작의 'flower'를 떠올리게하는 트랙입니다. 개성이 강한 두 보컬인 알렉스와 호란이 서로의 개성을 줄이고, 차분하게 하모니에 집중한 점이 그렇고, 흔한 싸구려 발라드처럼 눈물에 호소하지 않고 차분차분, 또박또박, 하지만 안타깝게 읊조리는 가사가 그렇습니다. 이별의 슬픔을 넘어,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구요.
분명 'Color your soul'은 전작 Instant Pig에 견줄 만큼 클래지콰이의 다양한 음악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이 대중에게 안겨준 '충격'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아쉬운 앨범입니다. 영화에서 본편을 능가하는 후속편이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귀를 "일렉트로니카/라운지"라는 또 다른 세계로 한 단계 높이고, 또 그 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그들이기에 아쉬움은 짙습니다. 그럼에도 각곡의 퀄리티나 앨범 전체의 완성도는 대중가요의 평균을 뛰어넘는, 흔히 말하는 'Well-made'라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클래지콰이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버릴 수 없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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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드 - Bard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 밴드 '두번째 달'의 또 다른 반쪽 '바드(Bard)'의 첫 앨범 'Bard'.
2005년 등장한 '두번째 달'의 데뷔앨범은 척박한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가볍게 소비되고 가볍게 잊혀지는 선정적인 댄스음악 일변도의 음악시장에서, 두번째 달이 들려준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한 연주 위주의 퓨전음악은 2000년에 불기 시작한 웰빙열풍과도 부합하여서 의식주의 웰빙 뿐만아니라 듣고 느끼는 정식적인 웰빙에도 부합하고 있었죠. 이 새로운 밴드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을 차지한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중과 비평가, 모두 이런 앨범을 기다려왔을 테니까요.
드라마 '아일랜드'의 OST에 '서쪽하늘에'로 참여하여 데뷔앨범 발표하고, 드라마 '궁'의 OST에 참여하면서 밴드의 앞날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밴드의 두 번째 정규앨범 발표는 진짜 '두번째 달'이 떠올라야만 가능한 일인지, 소식이 없었죠. 그렇게 '두번째 달'이라는 이름이 흐려져가는 2007년 말,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인 'Alice in Neverland'가 첫 앨범을 발표합니다. 6명의 두번째 달 한국인 멤버 가운데 4명(최진경, 조윤정, 박진우, 백선열)이 참여한 Alice in Neverland은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 밴드답게 연주를 중심으로한 음악을 들려주며 두번째 달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었습니다. 하지만 Alice in Neverland는 두번째 달과는 다르게 민속음악은 색채는 흩어지고 서정성에 중심을 둔 뉴에이지와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음악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Alice in Neverland의 음악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활발한 공연 활동과 2009년에는 두 번째 앨범까지 발표하면서 두번째 달을 계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머지 2명의 한국인 멤버(박혜리, 김현보)가 추축이 된 밴드의 소속이 들렸습니다. 밴드의 이름은 음유시인을 뜻하는 '바드(Bard)'이고, '두번째 달 Irish trad Project'로서 아일랜드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하는 들려주는 밴드였습니다. 바드의 음악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그들의 음반은 소량 생산되어 그들의 공연에서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동선은 그들의 공연과 어긋나서, '두번째 달의 또 다른 반쪽'의 고연도 음원도 접할 기회가 없었죠. 저와 바드는 인연이 아니라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2010년 5월 드디어 바드의 첫 앨범 '바드'가 정식발매되었습니다.
첫 곡 '아침이 오면'은 아일랜드 민속음악을 표방하는 밴드답게 아이리쉬 휘슬이 청명함으로 시작하는 곡입니다. 아이리쉬 휘슬은 싱그러운 아침을 느낌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흥겨운 멜로디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아침의 공기를 그려나갑니다.
'Bird Song'은 우리나라의 단소와 비슷한 음색이 매력적인 아이리쉬 플룻으로 시작하는 곡입니다. 사연이 담긴 듯한, 도입부의 아이리쉬 플룻의 연주는 우리민족의 정서와도 닿아있습니다. 하지만 도입부를 지나면 곡은 흥겨워집니다. 일찍 일어난 새 한 마리가 공중을 배회하다가 뒤늦에 일어난 온갖 새들과 어우러져 벌어지는 잔치를 표현하고 있을까요?
두 곡의 연주곡이 지나가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 '듣고 있을까'가 이어집니다. '루빈(Ruvin)'으로 더 잘 알려진 멤버 '김정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듣고 있을까?'라고 묻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길 위에 자란 숲'은 이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트랙으로 홍일점 '박혜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곡입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도 역시 그리움이 담겨있습니다. 방랑자들의 노래와 선율에 맞추어 길위에 펼쳐지는 눈물과 웃음, 그리움의 이야기숲이 자라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어지는 곡들, 'London Lasses'와 'Donny Brook Fair'는 아일랜드 전통음악들입니다. '런던 아가씨들'을 의미하는 'London Lasses'는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농촌총각의 눈에 그려지는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도시처녀들을 그리내고 있을 법합니다. 'Donny Brook Fair'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Donny brook이라는 거리에서 열리는 축제의 이름이며, 아일랜드 정통 춤곡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축제를 가득 채운 춤사위처럼, 흥겨운 곡입니다. 바드의 자작곡 '맛있는 아일랜드'는 역시 흥겨운 연주곡입니다. 맥주가 맛있는 아일랜드의 펍(pub)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파티같은 느낌입니다.
'목소리'는 다시 루빈의 목소리가 들리는 곡입니다. 하지만 노래 속의 목소리는 화자의 목소리가 아닌, 화자를 부르는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세박자에서 마지막 박자를 지긋히 누르는 루빈의 노래와 바람과 파도가 들어가는 가사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구령에 맞추어 노를 젓는 선원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기에 육지에 있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선원들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She moved through the fair'는 아일랜드 민요로 느릿느릿하면서 주술이 깃들었을 법한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곡 'Ships are sailing'과 'Toss the feather'는 흥겨운 아일랜드 전통 춤곡들입니다.
마지막 트랙 '꿈꾸는 섬 Eire'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아이리쉬 휘슬이 울려퍼지면서 귀에 익은 멜로디가 펼쳐집니다. 바로 '두번째 달'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이는 '서쪽하늘에'의 멜로디입니다. '서쪽하늘에'의 작곡자가 바로 바드에 참여한 박혜리이기에 가능했나봅니다.(두번째 달의 멤버 박진우가 Alice in Neverland에 참여하였기에 '얼음연못'이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일처럼요.) 하지만 장엄하고 화려한 '서쪽하늘에'와는 다르게 아이리쉬 휘슬이 들려주는 멜로디는 단촐하면서도 쓸쓸해한 느낌입니다. 민속음악을 지향하는 '바드(Bard)스러워졌다'고 할까요? 두번째 달에서 갈라져나온 두 밴드가 두번째 달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점이 기쁘면서도 '온전한 두번째 달'로 만날 수 없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오랜 기다름 끝에 발매된 바드의 첫 번째 앨범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일랜드의 전통악기 소리들이 들려주는 연주는 왠지 친근감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민족의 역사처럼 오랜 시간동안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아일랜드인들이기에, 그들의 전통음악이 들려주는 그리움과 흥겨움의 정서가 우리의 '한'과 '흥'을 닮아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앨범에 자작곡이 비중이 적다는 점입니다. 처음 듣는 청자에게는 수록된 아일랜드 전통음악들의 각 곡이 서로 다른 인상을 주기 어렵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집니다. 꾸준한 활동으로 좋은 공연들과 더 좋은 음반들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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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zziquai project - Zbam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앨범이자, 첫 번째 리믹스(Remix) 앨범인 'Zbam'.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이 CD를 대신하기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음반 판매량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장르적인 면에서는 '음악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한민국에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Instant Pig'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클래지콰이'의 또 다른 성과는 바로 '리믹스 앨범'에 있습니다.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 리믹스 음악은 리페키지 앨범에서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는 정도로, 그저 오리지널 음원의 부수적인 산물로서, '덤'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리믹스 트랙'들만을 담아 '리믹스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지콰이(의 DJ클래지)'는 달랐습니다. 전작 'Instant Pig'에 리믹스 트랙이 수록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리믹스 앨범
'Zbam'을 정규 앨범 리패키지(repackage)의 보너스 CD가 아닌, 독립적인 앨범으로 발매한 것입니다. 이후 정규 앨범 한 장에 리믹스앨범 한 장을 발매하는 공식(?)은 세 번째 정규 앨범까지 지속됩니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은 발매되었고, 아마도 지속되겠지요.) 'Instant Pig'가 일렉트로니카/라운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남녀 보컬을 비롯하여 팝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하여 많이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면, 'Zbam'은 그 짙은 팝적 요소에 아쉬워했을 매니아들을 위해 말랑말랑함을 최소화하고 댄서블함과 일렉트로니카 본연에 좀 더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Oh Yes(Drum Bon Remix)'는 1집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정식 데뷔 전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곡으로 각종 샘플링이 1집을 통해 익숙한 트랙입니다. 'Futuristic(House Remix)'은 원곡도 댄서블한 트랙이었지만 날카로운 느낌이었다면, 리믹스를 통해 한층더 매끄러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Come to Me(Mellotron Remix)'는 영어제목 그대로 '내게로 와'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사운드 외에 변화는 없습니다. 'She Loves You'는 크리스티나가 보컬을 담당한 신곡으로 가사의 시작이 동요같은 느낌입니다. 'Stepping Out(Step Remix)'는 제목 그대로 원곡에 비해 스텝을 밝듯이 강한 비트로 무장하고 돌아온 트랙입니다. 'You never know(Soft Remix)'는 원곡과 비교했을 때, 오리혀 부드러운 어쿠스틱 음악의 느낌이 강해진, 기존까지 알고 있던 '리믹스(보통 전자음이 강화되고 댄서블해지는)'와는 거리가 있게 리믹스된 트랙입니다.
'Snatcher'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세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들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Snatcher'는 신곡으로 Rap까지 들려주는 '호란'의 기교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호란의 보컬과 Rap이 교차되고 블링블링한 전자음이 어우러져 중독성을 만들어냅니다. 'Coming at Me to Disco(Rocking Mix)'는 모 컴필레이션을 통해 공개되었던 곡을 리믹스한 트랙으로 믹스 제목 그대로 Rocking한 사운드가 감질맛나고, 이를 통해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면모를 들려줍니다. 'After Love(Female Version)'은 전작에서 '알렉스'가 불렀던 곡을 호란이 새롭게 부른 트랙입니다. 호란의 보컬로서의 탁월한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고, 이후 'Ibadi'로 어쿠스틱 밴드를 시작하는 그녀의 욕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Skyscraper'은 보컬이 없는 연주곡으로 탁월한 보컬들에 가려져 '클래지콰이'의 실질적인 주체임에도 대중의 주목에서 벗어나있는 DJ클래지의 울분을 풀어주는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리믹스 앨범을 별개로 발매한 점은 클래지콰이의 '대담'이라고 한다면, 리믹스 앨범이지만 전작의 리믹스 트랙들만 수록하지 않고 신곡들(몇곡은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곡들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처음인)을 절반 가량 수록하여 리믹스에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도 관심도를 높인 점은 클래지콰이의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리믹스 앨범을 발매하여, '리믹스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리믹스 앨범을 정착시키는 점은 'Instant Pig'가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점과 더불어 클래지콰이가 음반시장에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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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프니 메이어 - 브레이킹던 (Breaking Dawn)
'트와일라잇 사가(Twilight Saga)'의 마지막 이야기 '브레이킹던(Breaking Dawn)'.
순순히 벨라와 에드워드 윈윈전략이 성공하는 듯하지만, 틴에이지 로맨스 소설답게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가 마지막의 핵심.
'지난 이클립스(Eclipse)'의 마지막에 제이콥의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제이콥의 시각에서 많은 부분이 진행되는 점은 정말 획기적이라고 할까? 에드워드나 앨리스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의 또 다른 매력인 늑대인간, 제이콥의 시각은 이야기의 진행 뿐만 아니라 트와일라잇 세계관의 정립에도 도움이 된다.
벨라의 새로운 삶, 컬렌가의 새로운 가족들, 그리고 뱀파이어의 역사에서 새로운 시작까지...여러 의미에서 '새로운 새벽(Breaking Dawn)'이 시작된다. 뱀파이어와 어울리지 않게 동화처럼,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식의 결말은 아쉽지만 뭐, '10대를 위한 잔혹동화'로 해두자.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새로 등장한 엄청난 수의 뱀파이어들과 그들의 특수한 능력인데, 벨라의 특수능력보다 엄청난 '벤저민'의 능력이다. 무려 공기, 물, 불, 그리고 대지를 조종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 영화 '라스트 에어벤더'로 더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아앙의 전설'의 주인공 '아앙'이 떠오르기도 한다. 같은 뱀파이어인 '월야환담'의 '아르곤'과 '아그니'를 합친 것보다도 강하려나? 영화 속에 등장한다면 '엑스맨'의 '스톰', '아이스맨', '파이로'를 더한 것보다도 다양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결말은 그런 스펙터클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개봉할 영화에서는 내용이 좀 수정되어서 화려함을 보여줄 수 있으면 대박일텐데...
스테프니 메이어, 그녀가 만든 방대한 세계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날리 없다. '브리 태너'를 시작으로 발표될 매력적인 외전들이 더욱 기대된더.(벤저민의 이야기는 꼭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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