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빅뱅'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이었습니다. 미니앨범과 정규앨범 모두와 라이브 앨범 몇장 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고, 당연히 네 번째 미니앨범은 기대할 수 밖에 없었죠. 그 기대에는 '빅뱅'이라는 네임밸류도 있겠지만 빅뱅 멤버들의 솔로활동에서 보여준 실망감과 작년부터 느껴지는 YG의 매너리즘 때문에 더 기대할 수 밖에 없었죠.
음악보다도 음악 외적으로 시끄러웠던 G-Dragon의 1집이나 1+1=2 또는 3을 기대했건만 1.X정도 밖에 안되는 GD & TOP 1집과 역시 혼자서는 임팩트 부족을 보여준 '승리'의 미니앨범은 '빅뱅'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 시키기에는 분명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태양'만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듯했죠.
그리고 매너리즘...이 문제는 비단 YG 만의 문제는 아닐법합니다. 국내 3대 기획사라고 할 수 있는 SM, YG, JYP를 포함한 '아이돌'이라는 장르 모두의 문제로 보입니다. YG는 작년 즈음, 2NE1의 미니앨범 이후로 뚜렷하게 느껴졌고, JYP도 우연인지 몰라도 재범 사건이후로 2AM이나 2PM 모두에서 창의력 고갈과 하향세가 느껴졌습니다.(역시 아끼전 2AM, 2PM의 음반도 그때부터는 구입중지) miss A의 경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저렴한 사운드였구요. SM의 경우 보이밴드들에서, 팬이 아닌 일반 국내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든 곡들(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인지?)을 쏟아내는 모습이 역력했구요.
개성 넘치는 5명이 모인 빅뱅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죠. YG에서도 어느 때보다도 막대한 홍보와 앨범 발매전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을 이어 발표하면서 마치 거대한 축제의 서막을 장식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솔로 앨범들이 오히려 예봉을 꺾은 형국이네요. 개개의 솔로 앨범에서 느낀 실망을 만회할 만한 반전과 앞선 미니앨범들처럼 '재기발랄'함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저 '솔로앨범의 연속' 정도네요. 최근에 발매된 'GD & TOP'이나 '승리'의 앨범들에서 연장선 위에 있는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으로 들립니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합해 1+1+1+1+1=5을 뛰어넘는 어떤것을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아쉽게도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빅뱅을 기대려온 팬들은 '어쩌라고', '어쩌란 말이냐?'...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을 법인데, 빅뱅의 본격적인 내리막길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드네요.
*전반적인 아이돌 그룹들의 메너리즘 덕분에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톡톡튀는 그룹들이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의 '카라'나 최근의 '시크릿'처럼요. 영화 '짝패'에서 '이범수'가 했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게 아니고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라고... 어떻게 보면 자체 소속사 생산곡과 외국 작곡가들의 수입곡으로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내는 '소녀시대'을 보유한 SM이 진정한 강자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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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에 팽배한 매너리즘을 여실히 보여준, 빅뱅(Big Bang)의 네 번째 미니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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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 옥탑랴됴
여성 모던 포크 듀오 '옥상달빛'의 데뷔 EP '옥탑라됴'.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홍대 인디씬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나 '푸른새벽'처럼 혼성 듀오로 인기를 모은 밴드들도 있었지만, 단일 성별의 듀오는 흔하지 않은 구성이었습니다. 1장이라도 발매한 팀들 가운데, 남성 듀오로는 그래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 리플라이', 이제는 만날 수없는 '재주소년'이나 한때 2인조였던 '올드피쉬'가 떠오르지만, 여성 듀오로 인기를 모은 밴드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성은 원래 여성끼리만 있으면 협력이 힘들다'라는 편견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2010년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준 밴드 가운데 그렇게 희귀한 구성의 밴드가 하나있었습니다.
바로 모던 포크 듀오 '옥상달빛'이 그들입니다. 아 밴드, 우선 이름이 특이합니다. 영어이름의 밴드들이 많은 시대에 우리말 이름에, 한국인의 주요 생활공간이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동하고 듣기 어려운 단어인 '옥상'과 '달빛'의 조합이라뇨. 옥탑방에 사는 고학생이 달빛을 받으며 느끼는 운치와 삶의 애환이 모두 담겨있을 법한 느낌입니다. 여성 듀오이기에 두 사람의 보컬에도 관심이 가는데, '말괄량이' 컨셉의 '박세진'과 '새침데기' 컨셉의 '김윤주'가 '옥상달빛'입니다.
앨범 자켓어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공룡의 머리'입니다. '모던 포크 듀오'답지 않게 무시무시한 공룡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한데, 옥상달빛의 클럽을 방문(탐구?)해 보았다면 한 번 즈음은 만났을 공룡이랍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무시무시한 녀석이 아니라 초식을 하는 '용각류' 공룡이에요. 무서워하지 말고, 이제 옥상달빛의 노래들을 들어보자구요.
도입부의 멜로디언 연주가 매력적인 첫 곡은, 청자와 방금 만났기에 뜬금없게 들릴 수 있을, '안녕'입니다. 용기있게 고백하지 못하고 마음만 떠보는 얄미운 친구에게 쿨하게 외치는 '안녕'은 관계의 끝을 선언하는 마지막 인사이겠지만, 또 다른 연애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인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드코어 인생아'는 과격한 제목과는 다르게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이 밴드의 이름처럼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래하는 곡입니다.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을 노래하는 꾸밈없는 가사는 '옥상달빛'의 담백한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좌절 속에서도 인생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메시지는 두 멤버의 음성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옥탑라됴'는 이어지는 '옥상달빛'의 인트로 성격의 트랙입니다. 두 멤버의 코믹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옥탑라됴'는 바로 두 멤버가 진행하는 라디오 형식의 UCC의 제목이기도 하며, 앨범에 수록되면서도 역시 라디오 방송처럼 녹음이 되었습니다. 솔직담백하게 진행되면서도 사연을 보낸 청취자들의 이름과 두 멤버의 능청스러운 반응을 보면 실소를 터질 만큼 재밌습니다.
밴드 이름과 동일한 곡 '옥상달빛'은 이 밴드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앞선 '옥탑라됴'에서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을 가사로 부르는 이 노래는 경쾌한 왈츠 리듬 위로 기쁨과 희망을 노래합니다. 옥상달빛이 청춘에게 보내는 연가라고 할까요?
'Another Day'는 분위기를 바꾸어 쓸쓸함을 그득히 담은, 여성 듀오만의 매력이 가득히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두 여성 멤버가 들려주는 보컬의 하모니는 완숙미가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생활 속에서 마주친 꽃과 새에 비유한 점도 멋집니다.
'외롭지 않아'는 두 멤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어갑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하지만 애써 '외롭지 않아'라고 외치는 모습은 너무나 처량합니다. 마지막 곡은 분위기를 다시 바꾸어 친구들과 함께 부리는 '가장 쉬운 이야기'입니다. 이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는 결국 하드코어 인생이지만,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만하다'고 이야기 하는 듯합니다. 'Good-Bye (Remix)'는 첫 곡 '안녕'의 리믹스로 마지막의 '항상 모른 척 살짝 흔들어 놓고'는 상당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흔하지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라고 하면서 떠오르는 남성 듀오 가운데 '올드피쉬'가 있었는데 옥상달빛은 현재 올드피쉬의 'SODA'씨가 세운 레이블 'MagicStrawBerry sound' 소속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초창기 올드피쉬와 감성적인 고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멤버의 찰떡궁합이 지속되어 멋진 곡들을 오래도록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두루 갖춘 이 특별한 모던 포크 듀오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정말 '기록에 남을 만큼 장수하는 여성 듀오'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정규앨범의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니 기대해 보도록 하죠.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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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엔진(Audioengine N22 + P4) & 뮤질랜드(Musiland) MD11 개봉기 및 사용기
'Audioengine(오디오엔진) 2(이하 A2)'의 맛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PC hi-fi(이하 PC-fi 혹은 Desk-fi)에 대해 알아보다가, 국내 A2 공식 수입업체인 '카보시스'의 홈페이지(http://www.hifiondesk.com/)를 통해 오디오엔진의 신제품, 인티앰프 'N22'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검은 받에 시크하게 생긴 모습은 저를 홀리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A2, 이 녀석은 active speaker이기에 인티앰프가 필요하지도. 사용할 수도 없더군요. N22와 좋은 궁합은 역시 같은 오디오엔진의 P4(이하 P4)인데, N22와 P4의 조합은 A2, 2세트를 상회하는 가격이기에 그냥 입만 다시고 있었죠. 그리고 PC-fi에 대한 관심은 USB DAC에도 눈을 돌리게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눈에 들어온 물건이 'Musiland USB DAC MD11(이하 MD11)'였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몸값도 만만하지 않더군요. 그렇게 윈도우쇼핑만 하던 중, 제 인내심을 시험하는 물건이 올라오더군요. 바로 'Desk-fi 종결자'였습니다. 제가 눈독들이던 N22와 MD11을 포함한 'Audioengine N22 + P4'와 'Musiland USB DAC MD11'에 'OPUS Malena USB cable 1m'를 포함하여 '과연 마진이 남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가격에 '10대 한정'으로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카드 할부'라는 자발적인 '노비문서(?)'를 작성하고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개봉기 열어보기..
제가 많은 스피커를 들어보지 않았기에 A2와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N22 + P4의 조합과 A2를 비교해야겠지만, 이 세트 구성을 한 꺼번에 설치해서 들었기에 'A2 대 N22 + P4 + MD11 + OPUS'라는 1 대 4의 불공평한 게임이 되었네요.
피아노 독주부터 오케스트라 연주와 락밴드의 연주, 팝페라의 고음부터 무거운 저음의 보컬까지 여러 CD를 약 2주 동안 들어보고 내린 생각입니다. A2도 물론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스피커이지만 저음이 과장되는 느낌이 강한데, N22와 P4의 조합은 저음의 명확하지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음이 약하냐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모든 음역의 소리들, 보컬과 각 악기들의 소리를 뭉뚱그리지 않고 뚜렷하게 각 부분이 들리도록 분리시켜 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매우 파워풀해서 방에서는 MD11의 볼륨을 최대 99로 하고 N22의 볼륨을 중간 정도로 하면 PC에서의 미디어 플레이어의 볼륨은 20%을 넘기기가 힘들 정도로 힘이 넘칩니다. MD11은 192KHz 업샘플링을 위해 'Windows 7'에서 역시 이번에 PC-fi를 위해 공동구매로 마련한 정품 'J. River media center 15'로 WASAPI로 세팅하여 듣고 있습니다. 음원이 담고 있는 소리들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려주지만, 그 소리들에 힘과 생동감을 담아서 또렷하게 들려준다고 할까요? 저처럼 하드웨어인 '오디오 기기'보다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CD의 수집 및 감상'과 '라이브 공연의 관람' 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MD11과 N22모두 헤드폰 앰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데, N22로 들어보니 저렴한 축에 속하는 'AKG K158'에서도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네요. MD11과 OPUS Malena의 위력인지, A2에서 음원 재생없이 볼륨을 최대로 했을 때 상당히 거슬리게 들리던 노이즈가 이 조합에서는 볼륨을 최대로 했을 때 A2와 비교하여 50% 미만으로 들리네요.
이 세트를 구입해 놓고도 그 매력을 몰라서 한 번 듣고 넣어두었던 CD들을 다시 꺼내어 들어보니, 전에는 알지 못했던 매력들이 들리기 시작하네요. 더불어 고음질의 음원을 위해 'J. River MC15'로 CD들을 무손실압축인 APE로 다시 추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년전부터 iPod를 사용하면서 mp3로 CD 300여장을 추출해왔는데, 다시 APE로 그만큼 추출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걱정이네요. 책상에 올려놓기에는 P4 정도의 크기가 최대일듯하네요. 모니터를 두고 책상 양측에 늘어선 N22와 P4, 그리고 MD11의 모습이 마치 4천왕처럼 늠름하네요. 각종 케이블들은 우선 RCA 인터케이블만 'Neotech NEI-5003'으로 교체한 상태입니다.
P4는 'Audioengine P4'로 P는 passive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줄여부른다면 AP4로 부르는게 더 정확하겠네요. 하지만 흔히 A2로 부르는 'Audioengine 2'는 active라서 A가 아니라 회사명의 A로 보는게 맞을 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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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Night Episode in 1월 15일 SSAM
오랜만에 SSAM의 방문이 프렌지의 단독 공연이기에 제가 프렌지의 '열렬한 팬'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사실 저의 관심은 '제사보다 젯밥'에 있었습니다. 바로 스페셜 게스트로 수 년째 활동이 없던 '그림자궁전'이 등장한다는 엄청난 소식이 제 발을 SSAM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밴드의 홍일점 'stellar'를 대신해서 홍대마녀이자 최근 '오지은과 늑대들'로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오지은'이 함께한다는 소식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닝 밴드로 나오는 '화난곰(Angry Bear)'의 존재도 궁금했습니다. 우스운 밴드이름이지만 한국 이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외국인 밴드'이고, 'Angry Bear'라는 영어 이름을 갖고 자칫 폭력적이고 폭발적인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역시 그 예상을 뒤집고 기타팝을 들려주는 밴드라기에 호기심을 자극했구요.
사실 밴드 '프렌지'의 공연은 앨범을 발표하기 전 몇 번 본 적이 있을 뿐이었고 날도 춥기에, 이름하여 '단독공연'인데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 괜한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비웃듯 너무 비좁지도, 넓지도 않은 SSAM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대충 보아도 100명은 가뿐히 넘을 인원이었죠. 예정된 7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예고대로 '화난곰(Angry Bear)'이었습니다. 모든 멤버가 외국인으로 구성되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라는 점 만큼이나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도 궁금했습니다. 더구나 공연의 소개들에 '소프트한 기타팝'을 들려준다기에 더욱 그랬죠. 사실 홍대 인근에서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의 문란한 생활에 대한 소문이 많은데, 무대에 오른 4명의 멤버들은 모두 건실한 외국인 유학생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소프트한 기타팝'은 아니었습니다. 기타팝은 맞지만 제가 기대한 '소프트함'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음악들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단독공연에는 외국인 관객들도 상당히 보였는데,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사람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특히 한 외국인 남성은 오프닝부터 분위기 메이커로서 감초 역할을 보였습니다.
오프닝 게스트의 공연이 지나가고 본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프렌지의 공연인데, 그들은 예상과 달리 차분하게 앉아서 어쿠스틱 셋으로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포스트락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그들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잔잔함을 느낄 수 있었죠. 예상보다 차분했던 1부가 생각보다 짧게 지나가고 그토록 기다리던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그림자궁전'의 스페셜 게스트 무대였습니다. 2009년 5월에 역시 SSAM에서 , 역시 오랜만에 했던 공연이 마지막이었다고 하면 제 기다림이 조금은 설명이 되려나요? 더구나 이번 깜짝 공연이 더욱 특별한 점은 바로 '오지은'이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막이 오르고 오리지널 멤버라고 할 수 있는 기타의 '9'와 베이스의 '용'을 볼 수 있었고 드럼은 세션으로 '유병덕'군이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9의 기타는 익숙한 멜로디를 뿜어내기 시작했죠. 한 차례 예열 후 본격적인 무대는 오지은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광물성여자"를 그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죠. 오지은이 첫 앨범을 준비하면서 공연했던 곳은 '빵'이었고, 그 시절 그림자궁전은 빵의 대표밴드 가운데 한 팀이었는데 지금은 오지은이 그림자궁전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오지은과 늑대들'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최근 활발히 활동도 하고 있어 오지은과 함께하는 그림자궁전을 '오지은과 숫자들'이라고 불러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좋아하고 오랫동안 지켜봐온 두 팀, 그림자궁전과 오지은의 합동무대니 좋을 수 밖에 없겠지만 좋아하는 밴드의 곡들이기 때문인지 아쉬운 점이 귀에 바로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나의 플루토늄'이라고 강렬하게 외치는 광물성여자에 이어 "She's got the hotsausce"에서도 보컬 오지은의 매력이 담겨있었지만 밴드 사운드 면에서 'stellar'가 보컬과 함께 담당하던 기타 연주가 빠지만서 소리의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아쉬움 만큼이나 그녀가 stellar의 새침한 보컬과는 다른, 자신의 매력에 녹여 불러내는 그림자궁전의 곡들은 다시는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이자 선물이었습니다. 자켓을 벗어던진 "Magic Tree"에서는 더욱 농염한 보컬을 들려주었고 다음을 약속할 수 없기에 안타까운 마지막 곡 "I'm nobody"에서는 그녀 역시 기타를 메고 연주도 들려주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목적을 100% 가까이 이루었기에 사실 프렌지의 2부 공연에는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은 10시가 넘어서도 계속되었고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죠. 오랜만에 찾은 SSAM에서 오랜만에 만난 그림자궁전과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추운 밤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림자궁전'로서 혹은 '9와 숫자들'로서 다시 만나기를 바랬는데 마침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공연 리뷰에서 밝혀지는 즐거운 소식이죠.
공연의 영상 일부는 제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bluoxetine)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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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zziquai project - Love Child of the Century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준 2집 이후, 'Clazziquai Project(클래지콰이)'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세 번째 정규 앨범 'Love Child of the Century'.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1집 'Instant Pig'에 이어 큰 기대 속에 발표된 2집 ' Color Your Soul'의 부진은 클래지콰이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나봅니다. 1집과 2집의 간격인 16개월보다 긴, 2년에 가까운 21개월의 간격에서부터 그 절치부심이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던 지난 두 앨범들의 제목과는 달리 세 번째 앨범의 제목 'Love Child of the Century'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뭔가 심오할 법한 느낌입니다. 'DJ 클래지'가 직접 참여한 아트웍에서도 역시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번 앨범 아트웍에서도 역시, 이제 '클래지콰이'의 마스코트라고 돼지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냥 돼지가 아니가 아닌 돼지의 탈을 뒤집어쓴 소년입니다. 앨범 제목에서 언급한 'Child'가 바로 이 아이일까요?
지난 'Color your soul'에 이어 이번에도 오프닝은 '알렉스'나 '호란'과 달리 한국에서 함께 활동하지 '크리스티나'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는 가사는, '세기(century)'를 이야기하는 제목처럼 광오함이 담겨있습니다. 앨범 발매 당시 2007년으로 이미 7년이나 지났지만, '새 천년(New Millenium)'을 맞이하는 바람이 담겨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앨범 타이틀 곡인 'Lover Boy'는 일렉트로니카와 팝이 버무러진 통통튀는 트랙입니다. 사실 심오하고 광오한 의미를 담았을 법한 타이틀과 그 만큼 기대를 저버리는 평범한 이 트랙이 타이틀로 선택된 점은 아쉽습니다. '생의 한가운데'는 클래지콰이의 앨범에서 흔하지 않은 한글 제목으로, 왠지 목가적인 내용이 기대되는데 내용물은 그 예상을 뒤엎는 반전입니다. 강렬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분위기를 환기시키죠.
Session 1을 여는 'All Hail'에 이어지는 'Gentle Giant'은 밝은 분위기의 팝넘버이지만 그 가사를 해석해보면 다분히 정치적인 느낌의 트랙입니다. 우리를 '네버랜드'로부터 지켜주는 'Gentle Giant'를 칭찬하는 듯한 밝은 분위기이지만, 반어적으로 꼬집고 있는 가사는 진실을 왜곡하는 어떤 것들(언론, 정부, 종교 등)에 대한 조롱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위트가 넘치는 Gentle Giant를 잇지 못하고 이어지는 곡들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Last Tango'는 슬픈 이별의 탱고 위로 흐르는 알렉스와 호란의 듀엣이 그나마 빛을 내지만, 진부한 사랑 노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탱고라는 소재는 이미 'Casker' 등 여러 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차용한 장르이기에 신선한 느낌은 부족하고, 그 이상을 들려주지도 못하네요. 스페인어로 '축제'를 의미하는 '피에스타'는 웰빙 열풍에 맞춰 웰빙 라이프를 노래합니다. 하지만 호란의 들려주는 '피에스타'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위 가진자들 만의 웰빙'을 노래할 뿐입니다.
1집의 인기곡 가운데 하나인 'After Love'가 떠오르는 제목의 'Next Love'는 시끄러운 클럽이 아닌 방에서 홀로 즐길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는 트랙으로 앞선 실망을 달래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어가사를 주로 부르는 크리스티나가 한국말도 능수하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하네요. 'Romeo N Juliet'은 대중들에게 인상적이지 못했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한 마디로 이 앨범을 먹여살린 트랙입니다. 1집의 'Gentle Rain'을 뛰어넘는 사랑 노래로서 21세기의 새로운 음원 소비 수단인 '배경음악'에서 모든 클래지콰이의 노래들 가운데 가장 사랑받은 곡이 바로 이 곡이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되어 사랑을 노래하는 알렉스와 호란의 음성은 연인들을 녹일 수 밖에 없을 만큼 탁월하네요. 호란의 나레이션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Flower Children'은 Session 1의 마지막입니다. Flower Children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레이션과 달리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곡의 혼잡한 구성은 제목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Session 2는 멋들어진 프랑스어 나레이션이 흐르는 'Confession'으로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지콰이에게 씌여진 일렉트로니카라는 굴레를 벗고 '가요'로 듣는다면 가장 좋은 트랙들이 이 마지막에 모여있다고 생각됩니다. 'Confession'과 바로 이어지며, 고독한 도시의 밤을 머금은 '금요일의 Blues'는 클래지콰이 대표 보컬은 '호란이 아닌 알렉스'임을 확인시켜주는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클래지콰이다운 아기자기한 사운드에 크리스티나의 매력적인 보컬이 녹아든 'Glory'는 지나치게 과장된 기교로 치장되거나, 혹은 대중의 기호와 동떨어진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은 절제와 중용의 미덕이 담긴 트랙입니다. 1집의 영광(glory)을 되세기며 Glory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 곡에 좀 더 욕심을 냈다면 타이틀로도 손색이없었을 정도로 아쉬움이 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보컬도 탁월하지만, 즐거운 곡에서 분위기를 확실히 띄우기에는 음색적인 면에서 호란에 비해 부족하기에 'Glory'는 호란의 음성이 아쉽습니다.
마지막 트랙마저도 크리스티나의 몫입니다. 보컬 솔로가 돋보이는 마지막 세 트랙에서 각가 세 명의 보컬에게 할애되지 않고 호란이 빠진 점은 의외이기도 합니다. 혹시 이 앨범 발매후 1년이 지나 '이바디'로 다른 활동을 시작하는 호란과의 균열이 미묘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앨범을 맺으며 흐르는 엔딩 크레딧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합니다. 클래지콰이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방에서 듣는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이 녹아들었네요.
좀 더 긴 준비 끝에 발매된 세 번째 정규앨범이지만 역시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하지만 지난 2집에서의 부진의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클럽이 아닌 청취자의 방을 타켓으로한 '한국형 일렉트로니카'을 완성에 있어서는 분명 한 발자국 전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DVD가 포함된 '한정판'으로도 발매되어 3집의 새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전작들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소장하고 감상할 수있던 점은 팬으로서 점수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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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과 늑대들 - 오지은과 늑대들
홍대 마녀 '오지은'의 '지은' 시리즈의 스핀오프? '오지은과 늑대들'
2007년와 2009년에 각각 한 장씩, 두 장의 '지은'을 발표하며 홍대 앞 인디씬에서 상당한 인지도의 뮤지션으로 올라선 '오지은'이 자신의 세 번째 정규앨범이 아닌 '기타팝 프로젝트'로 찾아왔습니다. 2집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면서 밴드에 대한 욕심을 간간히 보여왔던 그녀라 놀랄 일은 아니지만 단순에 앨범까지 들고 나왔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요즘 인디씬에는 복고적이 느낌이 드는 'XXX와(과) XXX' 형식의 이름을 가진 밴드들이 은근히 유행인가 봅니다. 2009년을 휩쓴 '장기하와 얼굴들(장얼)'부터 2010년에 마땅히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준 '9와 숫자들(9숫)'에 이어, 2011년을 앞둔 2010년 12월에는 데뷔앨범을 발표한 '오지은과 늑대들(오늑)'이 등장하였으니까요. 여성 프런트에 남성 세션 4명으로 이루어진, 뭔가 일을 낼 법한 멤버 구성의 '오늑'의 1집, 살펴보죠.
힘차게 앨범을 여는 '넌 나의 귀여운!'은 여러모로 이 앨범의 컨셉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운 면보다 좋은 면이 많고, 나이는 많지만 애 같은 귀여운 남자친구' 예찬론을 펼치는 노래는, 본 곡을 포함하여 모두 오지은이 작사/작곡한 전반부(2~5번) 트랙들의 연애 이야기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근두근한 고백송 '뜨거운 마음'은 진솔한 표현이 돋보입니다. 마음의 변화를 나비의 날개짓에 비유하고, 마음의 크기를 방석, 의자, 소파로 점층적으로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이런 비유들은 9와 숫자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사귀지 않을래'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외칠 법한 제목입니다. 하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사귀기 전에 그에게 바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긴 제목의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 줘'는 미리듣기로 공개될 만큼 탁월한 매력의 트랙입니다. 경쾌한 리듬과 기타리프는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부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락페스티벌의 싱얼롱을 노리고 만든 곡이 아닐까하고 강력하게 의심되기도 하구요. 역시 선공개되었던 '아저씨 미워요'는 제목부터 위험한 트랙입니다. '아이유'의 '오빠팬'이나 '삼촌팬'을 넘어서 '아저씨팬'까지 노리는 야심(?) 담겨있는 가사는 아저씨들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합니다.
'사실은 뭐'는 '차도녀'를 넘어서 '까도녀(까칠한 도시 여자)'에 가까운 오지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사가 은근히 과격한데, 크레딧을 살펴보면 앞선 곡들과 달리 이곡의 작사/작곡은 모두 기타리스트 '정중엽'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 곡을 제외하면 모든 곡의 가사는 오지은이 썼습니다.) 재밌게도 마지막 반전은 이 곡이 '사실은 뭐.. 성인용(?) 트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시 좀 위험해요.
발랄하고 달달한 기타팝은 역시 앨범이 표방하는 컨셉이구요. 그리고 그 발랄함과 달달함은 2장의 '지은(1집과 2집)'에서 찾아볼 수 없던 모습으로, '홍대 마녀'라고 불릴 만큼 극단적이고 과격하거나(華,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진공의 밤) 차분하고 서정적인(wind blows,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등) 표현들과는 다른 표현 방식입니다. 물론 발랄한 곡들(웨딩송, 인생론)이 없지 않았지만 그 곡들조차도 다분히 진솔한 자기고백적인 수준으로 이렇게 '자제력을 상실한 사랑의 찬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틈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오지은'을 보여주는 '지은' 시리즈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앨범의 후반부를 시작한다고 할 수 있는 'Outdated Love Song'은 달달한 기타팝에서 진중한 모던락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작합니다. 앞선 트랙들이 '애정행각'에 대한 노래들이었다면 이제는 그 후폭풍의 시작이죠. 또 오지은만의 밴드가 아님을 다시 주지하듯이 'Outdate Love Song'과 '없었으면 좋았을걸'에서도 멤버들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작곡을 각각 드러머 '신동훈'과 '키보드 '박민수'가 담당했습니다. 작곡자의 영향인지, 'Outdated Love Song'에서는 드럼이 두드러지고, '없었으면 좋았을걸'에서는 키보드의 비중이 큽니다. 가사에서는 비슷하게 사랑에 대한 후회를 담고 있지만, '단호한 후회' 대 '무기력한 후회'로 극명한 대비도 재밌네요.
'만약에 내가 혹시나'는 두 장의 앨범에서 볼 수 있는 '오지은'은 모습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근조근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두 장의 '지은'에서 후반부에 위치한 트랙들의 분위기에 닮아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어쿠스틱이 아닌, 늑대들의 밴드 사운드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이죠.
마지막 두 트랙은 앨범을 정리하는 트랙들이네요. 두 곡의 작곡은 베이시스트 '박순철'이 담당한 편안한 팝넘버입니다. '마음맞이 대청소'가 제목처럼 앞선 트랙들에서 펼쳐진 '사랑과 이별의 모든 감정'에 대한 정리를 담은 트랙이라면, '가자 늑대들은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셀프타이틀 앨범 '오지은과 늑대들'을 정리하는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솔로 '오지은'에 가장 가까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는 '마음맞이 대청소'는 '만약에 내가 혹시나'와 더불어 오지은의 세 번째 앨범에 대한 갈증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습니다. 조금은 오글오글한 가사의 '가자 늑대들'이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곡일지, 혹은 힘찬 시작을 의미하는 곡일지는 지켜봐야겠죠.
'해피로봇 레코드'의 '2010년 깜짝 프로젝트'라고 할 만한 '오지은과 늑대들'은 단순히 오지은의 확장판이 아닌 전혀 다른 색깔로 매력적인 곡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지은이 들려주는 곡들이 무대 위에서 듣기보다는 방에서 조용히 듣기에 좋은 곡들이었다면 '무대 친화적'인 곡들로 무장하여서 그녀의 팬들에게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홍대 라이브클럽과 방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단순히 오지은의 네임벨류에 의지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오지은과 늑대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좀 더 '오지은과 늑대들'만의 색깔로 가득찬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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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파스텔뮤직표 캐롤 앨범 '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전격 발매!
파스텔뮤직은 우리나라 인디레이블 가운데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많은 소속 뮤지션을 보유한 레이블로, 인디대표 레이블이라고 할 만큼 2006년 발매된 'Cracker'를 시작으로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들을 발매해왔습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소속 뮤지션들의 히트곡을 모아서 울궈먹기식의 컴필레이션이 아닌, 향후 발매될 앨범에 수록될 신곡 뿐만 아니라 앨범에 실리지 않은 미발표곡이나 컴필레이션 앨범만을 위한 특별한 신곡들까지 수록하여 샘플러 이상의 가치를 보장 때문입니다. 하지마 레이블 설립 후 수년이 지났음에도, 연말이 되면 레이블 입장에서는 '연말 대목(혹은 수금?)' 등등의 의미로, 혹은 팬 입장에서는 누구나 기대할 만한 그 흔한 '캐롤 앨범' 한 장 발매하지 않는 점은 의문이었습니다. 오래전 친분이 있는 파스텔뮤직 관계자에게 캐롤 앨범 계획에 대해 문의했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식의 답변 뿐이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특정 종교적 의미를 담은 Christmas라는 용어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하여 Holiday라는 단어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고, 여러 고대 문헌상 12월 25일은 원해 태양신의 탄생을 위한 축제일이었지만 크리스트교에서 유일신 사상을 위해 차용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있습니다. 이렇게 최근에는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의미가 여러 이유에서 퇴색되어가는 경향이고, 그와 더불어 예수 탄생을 축하하던 캐롤도 대중가요 정도의 의미가 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연말 연시하면 떠오르는 노래들은 역시 캐롤이 아닌가합니다. 그리고 파스텔뮤직에서 2010년에는 무슨 새로운 결심을 해서 2011년을 준비하려는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캐롤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캐롤 앨범'하면 응당 흥청망청하는 우리 대중문화의 연말연시 이미지와 맞물려 그냥저냥 흥겨운 크리스마스 음악을 떠올리겠지만, 파스텔뮤직표 크리스마스 음악은 파스텔뮤직표 컴필레이션 앨범인 만큼 컨셉부터가 다릅니다. 좀 장황해서 말이 어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가슴으로 이해되는 '여전히 서툴고 외로운 어른들을 위한,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아름다운 겨울동화'를 표방하고 있죠. 우선 앨범을 꾸며주는 일러스트부터 그렇습니다. 눈이 내리는 숲 속에 붉은 리본을 한 여우 한 마리가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홀로 서있습니다. 그만 가엽게도 놀아줄 친구가 없는지 외롭게도 두리번 거리면서요. 그런데 여우가 그냥 여우가 아닙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추운 곳에 서식하는 여우와 다르게 귀가 큰 것이 분명 '사막여우'네요. '눈 내리는 숲 속에 왠 사막여우?'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겠네요. 하지만 거기에 현명한 안배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눈 내리는 숲 속의 사막여우는 바로 '서툴고 외로운 어른들'을 대변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뜨거운 사막에 살던 사막여우가 이렇게나 추운 숲 속에 홀로 있으니 얼마나 어색하고 외롭울까요.
총 16트랙으로 한 장에 CD에 꽉꽉 눌러 담기에 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2CD라는 호화사양으로 발매된 '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간단히 살펴보죠.
첫 트랙, 너무 유명한 캐롤 'The First Noel'은 후속 앨범의 소식이 궁금한 ,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가 들려줍니다. 센티멘탈 시너리의 특기인 서정성과 더불어 탄생의 신비함을 잘 표현하고 있네요. 'I hate Christmas parties'는 1997년에 미국에서 결성된 'Relient K'의 곡으로 원곡 만큼이나 낯선 'Hee Young'이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얼굴인가? 이별 후 홀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며 보내는, 크리스마스의 쓸쓸함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Redribbon Foxes'는 앨범을 꾸며주는 일러스트의 모티브가 된 '붉은 리본을 단 여우'의 쓸쓸한 동화입니다. 원곡은 'A Fine Frenzy'가 2009년 크리스마스 특별앨범을 위해 불렀고 파스텔뮤직의 떠오르는 신예 '심규선'이 다시 부릅니다. 긴장 가득한 기타 선율부터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원곡과 너무나도 똑같이 들려주는 소리들은 감탄스럽습니다. 눈으로 덮인 벌판에 부는 칼바람처럼 쓸쓸한 울림의 허밍은 압권입니다. 다음곡은 1944년에 쓰여졌고 수 많은 버전이 존재하지만,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러서 유명한 곡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로 '캐스커'의 '융진'이 들려줍니다. 최근 새앨범에서 작곡으로도 참여하여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발휘하는 그녀인데, 탁월한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도 잊지 않고 들려주네요. 멋들어지게 불러야할 법한 곡인데, 다정함을 담은 그녀의 목소리도 잘 어울립니다.
'George and Andrew'는 영국 밴드 'The Boy Least Likely To'의 노래입니다. 원래 이 밴드의 크리스마스 앨범 'Christmas Special'에 수록된 곡으로 2010년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이 앨범이 국내에도 소개되었죠. 아담한 실로폰 연주와 함께, 'Wham'의 너무나도 유명한 'Last Christmas'만큼이나 흥겹습니다. 유명한 'Oh Happy Day'는 '어른아이'가 부릅니다. 경쾌한 이 곡이 경쾌함과는 거리가 있는 어른아이의 목소리로 들으니 조용한 기도처럼 경건함이 느껴지네요. 원곡은 18세기 찬송가를 1967년에 편곡하여 현재의 형태를 갖추었다네요.
'왜 내게 묻지 않나요? 사량하냐고'는 제목처럼 독특한 이름의 '수미아라 & 뽄스뚜베르'가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인지 정체도 알 수 없지만 노래 제목만큼 이름도 독특하네요. 이 앨범에서 유일한 우리말 노래이기도 한데 합창으로 들려주는 노래를 들어보면 긴 이름처럼 멤버도 많은가 봅니다. CD 1의 마지막 곡은 스페인어로 'Merry Christmas'를 의미한다는 'Feliz Navidad'입니다. 역시 유명한 캐롤로 1970년에 발표되었고, 보통 흥겹게 불려지는데 '이진우'는 나긋나긋 느끼하면서도 포근하게 들려줍니다. 여성팬들 좀 끌어모으겠어요.
CD 2는 '홍대 여신' '한희정'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곡은 1948년에 쓰여진 컨트리 넘버 'Blue Christmas'로 제목만큼이나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노래합니다. 그대는 white christmas를 보내지만 나는 blue christmas를 보낸다는 비유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그녀의 '리즈시절'인 '푸른새벽' 즈음의 분위기가 다시 발산되는 느낌이네요. 역시 신예인 '헤르쯔 아날로그'는 유명한 '겨울 노래'인 'Winter Wonderland'를 들려줍니다. 1934년에 쓰여진 이 곡은 무려 150명이 넘는 가수들이 앨범을 통해 발표했다네요. 1인 프로젝트로 알고 있는 '헤르쯔 아날로그'인데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 버금가는, 멋진 화음을 들려주니 정체가 궁금해지네요.
또 다른 '홍대 여신' '타루'는 유명한 캐롤이 아닌,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판타지인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에 삽입된 'Sally's Song'을 선택했습니다. 메마르고 거친 그녀의 음성은 당장 영화에 삽입되어도 매우 잘 어울릴 만큼 비참함을 잘 표현하고 있네요. '우물 가서 숭늉 찾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Dreaming of White Christmas (in Summer Days)'는 신예 '트램폴린'이 들려줍니다. (이 곡은 원곡을 찾을 수 없네요.) 매력적인 여성의 보컬과 어우러진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향후 행보와 공연이 상당히 기대되네요.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박준혁'은 'What Child is This'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무려 1865년에 쓰여진 이 곡은, 원작자가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겪은 후 쓴 여러 찬송가들 가운데 하나라네요. 제목만 들으면 '이 아이들은 다 뭐야!', 이런 느낌으로 상당히 염세적인 제목같네요. 역시 오랜만인 '불싸조'는 'Somewhere in My Memory'를 들려줍니다. 낯선 제목이겠지만 몇년 전까지 크리스마스를 달궈주던, 너무나 친근한 영화 '나 홀로 집에'의 메인 타이틀이 바로 이 곡입니다. 역시 '파스텔뮤직의 개구쟁이'라고 할 수 있는 불싸조다운 선택이라고 할까요?
2010년 세 번째 정규앨범이자 마지막 앨범 'Yield'를 파스텔뮤직을 통해 국내에도 발표한 'Arco'도 'I believe in Father Christmas'로 참여했습니다. 역시 Arco다운 간결함이 돋보이는 곡으로 원래 1975년에 발표되었고, Father Christmas는 영국에서 산타클로스를 부르는 말이라고 하네요. 마지막 곡에는 '짙은'을 필두로 파스텔뮤직 식구들이 참여하여 대미를 장식합니다. 바로 'John Lennon'과 'Ono Yoko'의 너무나도 유명한 'Happy X-mas(War is Over)'로 국내외 수 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던 곡이죠. 파스텔뮤직 버전에서는 합창을 통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노래처럼 세상의 모든 분쟁이 끝나고 언제나 크리스마스처럼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수 년을 기다려온 파스텔뮤직표 캐롤 앨범을 둘러보았습니다. 파스텔뮤직의 모든 식구들이 참여하지 않은 점이나 센스 넘치는 자작곡들로 채워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눈 내리는 숲 속의 사막여우'처럼 어색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따뜻한 선물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하네요. 언젠가 이 곡들을 따뜻한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발매 예정인,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는 또 다른 컴필레이션 'SAVe tHE AiR : GREEN CONCERT'를 기대하면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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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엔진(Audioengine) A2 개봉기 및 사용기
최근에 '좋은 음질'에 대한 관심 높아지면서 괜찮은 헤드폰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좋은 음원이 좋은 음질을 보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현재는 노트북으로 음악을 많이 듣는 관계로 mp3로 주로 듣고 있네요. 헤드폰을 알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좋은 물건은 가격도 엄청나서 갑자기 PC용 스피커로 눈을 돌리게 되었네요. Creative 5.1 채널도 써보고 BonoBoss 2.1 채널도 써봤지만 모두 중저가 형이라 이번에는 가격이 좀 되더라도 음질 좋은 스피커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좋다고 알려진 스피커는 가격이 엄청나더군요. 그나마 적당한 가격에 평이 좋은 스피커를 찾았는데 바로 '오디오엔진(Audioengine)'의 'A2'였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도 그렇고 사용 후기도 그렇기 이만한 물건이 없어서 최저가로 장만했네요.
택배 박스를 열면 나오는 제품 박스. 거꾸로 열었네요.
붉은 제품 박스를 열면 윗쪽에 파우치 2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랫쪽에는 스피커가 들어있는 파우치 2개가 있네요. 피아노마감이라 그런지 묵직합니다.
파우치 네 개를 펼쳐 놓은 모습.
두 개에는 각각 좌우 스피커가 들어있고 각종 케이블과 전원선이 하나에 들어있고 마지막 하나에는 어답터가 들어있네요.
노트북과 연결한 모습입니다.
에이징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인위적인 에이징보다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으면 그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에이징되는 것이 올바른 에이징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약 2주 정도 사용해 보았습니다. 사용중인 노트북은 ASUS K40AB 시리즈로 ALTEC lansing 스피커와 SRS를 사용하여 보통 노트북들보다 좋은 음질을 들려주어는데, 역시 A2를 사용하고 나서는 노트북 스피커는 너무 안좋게 들릴 정도로 A2의 음질은 좋더군요. 지금 데스크탑에 사용중인 BonoBoss N303과도 비교할 수 없구요. 음량이 크고, 음질의 해상력이 좋아서 중저음의 넓은 음역에서 음이 찢어지는 소리는 없네요. 가요나 팝음악보다는 연주음악이나 클래식에서 확실히 음질향상이 더 크게 들립니다. 음질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이래서 오디오 장비에 빠져드는 걸까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320kbp로 듣고 있는데 클래식 듣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더 낮은 음질도 들을 만한데 웅장한 영화 OST이 좋게 들리네요. 192kbps로 추출한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음원이나 '싸이월드 BGM'을 통해 듣는 '다크 나이트'의 음원도 좋네요. 풍부한 해상력과 명료한 표현력이라고 할까요? 최근 연주음악은 거의 듣지 않았는데 다시 연주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가격대비 대만족입니다. 이제 가격대비 괜춘한 헤드폰을 알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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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의 사랑 테마송,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River flows in you)'
'Ruvin'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난 '이루마'의 대표곡 'River flows in you'.
2000년대 초반 '이루마'라는 이름은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함께 국내 '뉴에이지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었습니다. 더구나 '뉴에이지'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지지 기반이 부족했던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그는 당시 한국계 영국인(현재는 한국 국적으로 국방의 의무까지 완료)으로 우리말 이름과 깔끔한 외모와 솔직담백한 센스로 '국산 뉴에이지'의 정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국산 뉴에이지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집 'Love Scene(2001)'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고로 꼽을 만큼 탁월했던 2집 'First Love(2001)'와 드라마 '여름동화'에 수록된 'Kiss the Rain'으로 인기를 모은 3집 'From the Yellow Room(2003)'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 발표된 정규앨범 외의 OST(영화 '오아시스', 클레이메이션 '강아지똥') 및 스페셜 앨범('Destiny of Love', 'Nocturnal Light... They scatter')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전성기를 누리게 되죠. 인기에 힘입어서 2집 'First Love'는 연주앨범으로는 특히 드물게도, 인기곡 'Kiss the Rain'을 비롯한 총 3곡의 string version이 추가된 리패키지로 2005년에 재발매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First Love 리패키지는 뉴에이지 음악의 스테디셀러로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판매순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구요.
하지만 4집 'Poemusic(2005)'의 기대 이하의 부진에 이어 군입대에 후에 발표된 5집(2006)과 제대에 맞춰 발표된 6집(2008)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입대 전까지 거의 매년 전국투어로 바쁜 모습이었고,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본 뮤지션으로서도 공연으로 인해 음악적 재충전의 여유에 대한 우려가 느껴졌었죠. 그리고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그의 창의적인 감수성을 무디게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구요. 그런 요소들이 합쳐져 결국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위태로운 '슬럼프'가 찾아온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잊혀진 뮤지션이 되어가던 그가 2009년 말 즈음에 두 장의 EP를 발표합니다. 'Movement on a Theme by Yiruma'이라는 제목의 연작 EP로 디지털 앨범으로만 발표되었고 각각 4곡을 담고 있죠.(첫 번째 디지털 EP는 2010년 발매된 한정판 박스세트인 'Ribbonized'에 수록되어 정식 음반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루마의 심기일전을 엿볼 수 있었는데, 특히 보컬리스트들과의 코라보레이션은 새로웠습니다. 가수들에게 곡을 준 일도 있고, 자신의 앨범에 스스로 노래를 한 적도 있지만 앨범에서 객원보컬이 참여한 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였습니다. 영어 제목은 'River flows in you'로 바로 2집 'First Love'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 곡이죠.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 위에 아름다운 스트링 세션과 '바드(Bard)'의 멤버이기도 한 'Ruvin(루빈)'의 음성으로 되살아난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웠습니다. 특히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홀로 튀지 않고 완전히 곡에 어울려, 여러 물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강을 이루듯, 곡에 녹아든 Ruvin의 음성은 이 곡에 더욱 강력한 호소력과 감동을 더했구요. 흔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은, 신비하고 고결한 분위기의 사랑 노래로 다시 태어난 'River flows in you'는 마음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죠.
이루마의 전성기를 연 앨범 'First Love'의 수록곡 가운데서도 무대 위에서 그가 자주 연주했던 곡을 새롭게 되살려낸 그의 마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과거에 대한 향수였을까요? 아니면 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었을까요? '이루마'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곡들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사랑의 테마송'으로 환생한 'River flows in you'는 반갑기만 합니다.
이 곡은 가수 '팀'의 새로운 앨범에 다르게 편곡되고 새롭게 연주되어 수록되었지만, 보컬곡으로서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만한 감동을 전해주지는 않더군요. 최근 지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루마, 빨리 분쟁에서 자유로워져서 전성기 시절의 감수성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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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3-
마지막으로 Deluxe Edition에 포함된 Bonus CD 수록곡들을 살펴보겠습니다. US version의 Bonus CD에는 미공개 3곡과 acoustic version 2곡(Back to December, Haunted), 그리고 Mine의 Pop mix version의 순서로 총 6 트랙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international version은 미공개 3곡과 acoustic version 2곡은 동일하지만, US version 3곡이 추가되어 총 8 트랙을 담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좋다고 할 수 있겠고 다른 세 곡이 지역화 전략에 따라 다르게 수록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미공개 3곡은 정말 왜 'Speak now'의 정식 수록곡이 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할 만큼, 보석 같은 트랙들입니다. 'Ours'는 흥겨운 컨트리 넘버로, '우리의 사랑'을 노래하는 예쁜 트랙입니다. 예쁜 목소리와 예쁜 연주에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집니다.
이어 'If This was a Movie'는 분위기를 달리하는 팝 넘버로, 싱글로 발표되더라고 성공을 거둘 만큼 매력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이별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을 가득 채우고 넘치는 그리움을 그려내는 일기장 같은 솔직한 가사와 그 그리움을 가득히 담아낸 보컬은 Taylor Swift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앞서 이쁜 발음도 그녀의 매력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이 곡에서도 'Come back, come back, come back to me like'로 시작하는 후렴구가 그렇습니다.
미공개 3곡의 마지막은 'Superman'이라는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미국적인 제목의 트랙입니다. 편안한 모던락 넘버로 슈퍼맨을 짝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가사는 간절하지만 경쾌합니다. 그렇기에 Taylor Swift의 어떤 곡들보다도 싱얼롱하기에 좋은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인 '슈퍼맨'은 미국의 금융위기 이전, 부유했던 미국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단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세 곡이 정식 수록곡이 되지 못한 점을 유추해본다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한 모습을 들려주려는 세 번째 앨범에서 위 세 곡들은 소녀의 모습에 가까운 감수성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탈락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Speak now' 보다는 'Fearless' 앨범에 수록되었으면 더 어울렸을 법하기 때문이죠.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노래하는 'Ours'나 사랑했던 시절로 돌아가자고 애원에 가까운 'It This was a Movie', 그리고 동경 대상에 대한 소녀적 감수성으로 가득한 'Superman' 모두 여인이 아닌, 소녀의 목소리에 가까우니까요. 혹은 이 곡들은 'Fearless' 수록곡들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곡들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너무 좋은 곡들이기에 이렇게 Deluxe Edition으로나마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Back to December'의 acoustic version은 어쿠스틱 기타 등 현악기의 연주가 강조되면서 그녀의 음악적 기반인 컨트리가 부각됩니다. 'Haunted'의 acoustic version은 밴드가 사라지고 오히려 피아노 연주가 강주되면서 piano version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습니다.
이어 US version의 세 곡은 믹싱에 변화를 준 트랙들입니다. 'Mine'과 'Back to December'은 쟁글 거리는 현악이 두드러지면서 컨트리다워졌고, 'The Story of Us'의 경우 정말 미묘하게 믹싱이 변하면서 좀 담백하진 소리를 들려줍니다. 사실 US version에 큰 차이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acoustic version이 더 컨트리에 가까운 변화를 들려주어 더 US version스럽 할까요?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그녀의 지향점이 컨트리가 아닌 팝에 더 가깝기에 US version에서도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나 봅니다.
금발의 미녀에 컨트리 싱어송라이터로 미국인들(주로 백인들)이 사랑할 만한 뮤지션의 조건을 갖춘 그녀는 지난 앨범 'Fearless'의 엄청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곡을 홀로 작사/작곡한 새로운 앨범 'Speak now'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인들의 '좋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어린 나이에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동화같은 가사와. 너무 작위적인 컨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가 아닌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과, 어린 나이에 우연히 시골에서 발탁되어 메이저 음반시장에 데뷔하게 된 신데렐라 같은 배경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컨트리 함량의 높았던 지난 앨범보다 팝, 락의 성향이 두드러진 변화와 지난 앨범보다 어른스럽고 심각해진 가사는 '상업성'의 명목하에 자신의 색을 읽고 도태된 뮤지션들의 선례를 생각할 때 우려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입김이 아닌 모두 그녀의 힘으로 이뤄낸 점을 생각한다면 걱정을 접어두어도 되겠습니다.
Taylor Swift, 현재 그녀에 대한 인기를 생각하면 이변이 없는 한, 세 번째 앨범 'Speak now'도 분명 'Platinum Edition'으로 리패키지되어 발매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앨범처럼 새로운 트랙들에 즐거워하며 리패키지 앨범을 장바구니에 담을 듯합니다. 그녀가 성공에 안주하여 어린 나이에 샛별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버린 여성 팝뮤지션들과 다르게, 오래오래 음악을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고 정진하여 Shania Twain을 뛰어넘는 최고의 여성 컨트리 뮤지션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Taylor Swift에 앞서 여성 컨트리 뮤지션로서 미국을 휩쓴 Shania Twain은 네 개의 정규앨범 모두 미국에서만 천만장 이상이 판매한 엄청난 뮤지션입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Deluxe Edition으로서는 팬심을 더해서 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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