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엔진 (Audioengine) D1 개봉기 및 사용기

액티브(active) 스피커 'A2'로 유명하고 스피커 위주로 만들어오던 'Audiogengine(오디오엔진)'에서 작년에는 첫 인티앰프 'N22'를 출시하더니 올해는 첫 DAC 'D1'을 출시했습니다. 적절한 가격에서 최대의 성능을 추구하는 기존의 제품들처럼 Audiogengine의 첫 DAC 'D1'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미 'Musiland'의 DAC MD11을 P4와 N22에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D1은 '그림의 떡'이었는데, 따로 사용하고 있던 A2를 가져오면서 A2와 함께 사용한다는 핑계로 유혹에 넘어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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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박스를 열고 등장한 'Audioengine D1'의 모습입니다. Audioengine 제품답게 박스는 깔끔합니다. 'Premium 24-Bit DAC'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D1'의 'D'는 'DAC'의 'D'라고 생각되네요. D1의 크기를 반영하듯, 본체 박스의 크기는 다른 Audioengine 제품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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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정식 수입된 Audioengine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카보시스 정품' 스티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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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면 다른 제품들처럼 내부 박스가 따로 있습니다. Audioengine 특유의 견고한 포장은 신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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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박스의 모습입니다. 간략한 특징들이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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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박스를 열면, Audioengine 카탈로그와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어있고 그 밑으로 아담한 본체가 보입니다. 본체와 USB 케이블, 그리고 파우치로 매우 단촐한 구성입니다. 다른 Audioengine 제품들은 박스를 열면 본체와 부속품들이 파우치에 들어있는데, D1은 파우치가 별도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D1의 크기와 헤드폰 앰프 기능을 생각했을 때 휴대용 파우치로 생각됩니다.

카탈로그를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 수입되지 않은 DAC D2도 있는데, 이 제품은 케이블로 직접 연결하는 D1과는 달리 wi-fi를 통해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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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11과 크기를 비교했을때, MD11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ODD 보다 큰 사이즈라면, D1은 손바닥 크기로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 정도입니다. 볼륨 다이얼이 플라스틱 제질이었던 N22와는 달리 D1 왼쪽의 볼륨 다이얼은 금속 제질입니다. 밑에 'Power'라고 불이 들어와있는 LED자체가 전원버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전원 상태만 알려주는 LED로만 알았는데 눌러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더군요. 휴대성을 고려했는지 본체도 금속 제질도 되어있어서 아담하지만 단단하면서 야무진 느낌을 줍니다.

input은 전면에 헤드폰의 스테레오 케이블과 후면에 USB 케이블과 광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output은 RCA 케이블로 스피커나 앰프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인티앰프 N22 + 스피커 P4 + DAC MD11 구성에서 DAC를 D1으로 교체하면서 음질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물론 N22+P4+D1의 조합은 같은 Audioengine 제품군이기에 궁합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N22+P4+MD11의 궁합이 워낙 좋았기 때문인지 MD11 대신 D1을 연결했을 때는, 소리의 해상도과 공간감이 줄어들면서 콘서트 홀의 앞쪽 가장 좋은 자리에서 듣다가 맨 뒤쪽에 가서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D1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MD11로 높아져버린 귀를 만족시키기는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D1을 A2와 연결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N22+P4+MD11이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천재성을 뽑내는 괴물같은 바리톤이라면, 가성비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A2 혼자는 묵묵히 소신을 다하는 유능한 테너로 비유할 수 있는데, D1을 만난 A2는 N22+P4+MD11의 조합에서 들었던 해상력과 공간감을 들려줍니다. 물론 중저음이 N22+P4에 비교해서 부족할 뿐이지, 저가형 스피커들과는 비교했을 때는 뛰어납니다.

가격, 성능, 크기 그리고 디자인을 고려했을때, A2+D1의 조합은 PC-fi에서 최상의 조합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노트북과 함께 사용할 계획입니다.
2012/07/29 17:17 2012/07/29 17:17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 2012. 7. 6.

판권 문제로 원년 '어벤저스(Avengers)' 멤버임에도 영화에 등장할 수 없었던 스파이더맨의 리부트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가 함께한 '스파이더맨(the Spider-Man)' 삼부작이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히어로 무비의 대표적인 프렌차이즈로 자리잡았기에, 두 사람이 떠나고 스파이더맨이 처음으로 돌아가 리부트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실패'라는 단어부터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양대 코믹북 출판사인 DC코믹스와 마블(Marvel)코믹스의 영웅들이 영화화되었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리메이크(remake)'가 아닌 '리부트(reboot)'가 유행이 되었는데, 히어로 무비로서 걸작의 반열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the Batman) 시리즈'를 제외하면, 성공한 사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가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관객의 사고를 높여놓았고(물론 비주얼도 엄청 났지만), 올해는 스파이더맨과 같은 소속사인 마블의 히어로 무비판 종합선물세트인 '어벤저스(the Avengers)'가 푸짐한 볼거리와 무난한 스토리로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마블의 대표적은 고뇌하는 영웅 '스파이더맨'은 팀킬까지 당할 상황이 되었죠. 더구나 감독으로 선정된 '마크 웹' 감독은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히어로물의 감독으로서는 의문이었습니다. 토비 맥과이어가 심어놓은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를 재미있는 이름의 신예 '앤드류 가필드'가 벗어날 수 있을까도 마찬가지였구요.

원래 '스파이더맨' 케릭터의 소속사 '마블'이 이미 소니픽쳐스에 영화화 판권을 팔아버려서 본래 '어벤저스'의 멤버임에도 등장할 수 없었던 이 비운의 주인공은 그렇게 어벤저스 4인방이 초토화시킨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시리즈'를 위한 초석인지, 캐스팅에서부터 틴에이지 무비의 성격이 강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보다 스파이더맨의 탄생에 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비교하며 보게 만들지만, 토비 맥과이어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원작에 더 가까운 내용인지,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의 탄생을 삼촌의 죽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비밀까지 첨가하여, 더욱 개연성과 설득력을 더하며, 우연히 버려진 레슬링장(이전 스파이더맨을 떠올리는)에서 스파이더맨 수트의 아이디어를 얻는 모습이나 이전 스파이더맨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거미줄을 개발하는 모습(이것도 원작을 따른듯)처럼 세밀한 묘사는 케릭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피터가 홧김에 놓아준 강도에 의해 삼촌이 희생되는 모습은 이전 스파이더맨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보였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맨이 차도둑에거 거미줄을 연사하는 모습이나, 양손으로 거미줄을 발사하여 새총처럼 날아가는 모습도 원작을 따르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잉 등장하는 게임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네요.)

스파이더맨의 '탄생'에 촛점을 맞추었기에, 필연적인 악당의 비중은 여느 히어로 무비에 비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원래 샘 레이미 감독이 4편의 악당으로 넣으려고 했다가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된 '리자드맨'이기에 의아하기도 하지만, 피터 파커의 주변인물이자 피터 파커가 능력을 얻게되는 과정을 공유하는 '리자드맨'의 등장은 영화의 흐름에 개연성을 더하며 적절해 보입니다. 틴에이지 무비이지만 대책없이 가볍기 보다는 아버지의 의문사, 삼촌의 죽음, 그리고 여자친구인 '그웬 스테이시'의 경찰서장인 아버지의 희생으로 스파이더맨의 고뇌와 이에 따르는 적절한 진중함을 더합니다. (고뇌하는 모습에서는 '배트맨'이 떠오르는데, 배트맨은 기업가로서의 부자이며 각종 과학기술의 힘을 빌린 영웅이기에 마블의 '아이언맨'과 비교되곤 하지만 그림자 속에서 활약하는 고뇌에 찬 영웅이라는 점에서 스파이더맨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보다 뛰어난 점은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가 그려내는 틴에이지 로맨스 장면들에 있습니다. 제작사가 그점을 염두하고 감독을 기용했는지는 알 수 없없지만, '500일의 썸머'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마크 웹 감독은 로맨스 장면을 풋풋하고 아련하고 인상적이게 그려냅니다. 그런 장면만 모아 놓는다면 히어로 무비를 가장한 로맨스 무비라고 생각될 정도로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고 케릭터에 생명과 성격을 불어넣는데에 있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기대보다 준수한 시작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당연히 후속편을 예고하며 끝납니다. 이대로라면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기억 속에서 지울 수도 있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마블 히어로들은 참으로 단순한 이니셜을 보이네요. 의도한 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파이더맨 Peter Parker는 PP, 헐크의 Bruce Banner는 BB군요. 성과 이름의 이니셜이 같지 않더라도 아이언맨의 Tony Stark와 캡틴 아메리카의 Steve Roger도 알파벳에서 이어지는 세 영문 ..RST...중 RS와 ST로 만들어낸 이름이구요. 악당 리자드맨의 본명도 Curt Corners로 CC가 되네요.

2012/07/16 03:20 2012/07/16 03:20

어벤져스 (the Avengers) - 2012. 4. 27.

개봉 수 년 전부터, '아이언맨(Iron man)' 시리즈와 '인크레더블 헐크(Incredible Hulk)'로 떡밥을 시작으로 온 지구인의 기대를 모아 '기대 원기옥'을 만들었던 '마블 코믹스(Marble Comics)'의 초특급 프로젝트 '어벤져스(the Avengers)'가 공개되었죠. 작년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 '토르(Thor)'와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가 개별적인 내용의 영화라기보다는 '어벤져스'를 위한 '맛보기' 성격이 너무 강해서 '기대 원기옥'이 무너지는가 했더니만, 예상을 깨고 꽤나 괜찮은 히어로 무비가 되었습니다.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리부트된 '배트맨 삼부작'의 두 편이 관객들의 눈을 높일 만큼 높여둔 상황이라 '조스 웨던' 감독의 어깨는 꽤 무거웠을 겁니다. 더구나 이미 개별적으로도 인기가 엄청난 캐릭터들을 모은 프로젝트는 그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하지 않았을까요? 중박을 쳐도 '캐릭터빨'로 치부될 소지도 컸고, '과연 2부작이나 3부작이 아닌 한 편으로 스토리나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컸으니까요.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볼거리 가득하고 내용도 부실하지는 않은 수준으로 완성해냈습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외계인의 도시 침공'은 엄청난 스케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보았던 장면의 데자뷰였다고 할까요? 로봇들이 친숙한 영웅으로 바뀌어 몰입감은 더 높았지만요.

마지막 전투보다 더 흥미로웠던 장면은 영웅들의 신경전이었습니다. 한밤에 펼쳐지는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의 결투는 혹시 영화 결말을 위해 우연히 발견한 필살기(?)를 보여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브루스 배너(헐크)'까지 더해져 주연급 영웅 4명이 벌이는 신경전은 액션 영화에서 액션은 아니지만,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적절하게 그려냈습니다. 각 영웅들의 배경이나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에 알고 있던 관객이라면 저처럼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보았을 듯합니다.

유명한 영웅들을 모아서 눈은 즐거웠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웅들의 능력치가 확연히 보인다는 점입니다. 반인반신인 '토르'나 지구인 가운데 최강 '헐크', 그리고 천재이자 억만장자 '아이언맨'의 활약에 비추어 캡틴 아메리카의 능력은 마지막 전투에서 너무 미미해 보였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자리는 토르, 헐크, 아이언맨의 옆이 아니라 '호크 아이'와, '블랙 위도우'의 옆이 어울릴 정도로요. 초반에 어이없이 당하는 호크아이와 나름 그를 구하기 위해 눈물겨웠던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는 또 다른 영화를 위한 떡밥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역시 다른 마블의 영화처럼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등장하는 장면은 어벤져스의 후속작이 지구를 넘어선 우주적인 스케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합니다. 우선 각 영웅들의 독자적인 영화먼저 만나야하겠지만요. 별점은 4개입니다.

*영화 속에서 별 활약(?)은 없는 비행 항공모함을 보니 게임 '마블 얼티밋 히어로즈(Marvel Ultimate Heroes)'가 생각나더라군요. 게임 속에서도 비슷한 비행 기지가 등장하고 게임의 시작부터 공격을 받습니다. 영화 속 영웅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블의 영웅들과 악당들이 등장하니 어벤져스를 좋아하고 더 알고 싶은 분들은 해보세요. 각 영웅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2012/07/07 05:21 2012/07/07 05:21

희영(Hee Young) 단독 공연 '뉴욕, 커피' in 5월 27일 카페 밤삼킨별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싱어-송라이터 '희영(Hee Young)'의 2009년 자체제작으로 발매된 EP 'So Sudden'은 어떤 계기인지 몰라도 파스텔뮤직을 통해 2011년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고, 그녀의 첫 정규앨범(full-length album)은 발로 올해 봄에 발표되었었죠. 제 블로그에도 EP 'So Sudden'과 정규앨범 '4 Luv'를 소개했고,  EP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녀의 공연은 언제쯤 국내에서도 볼 수 있을까?'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바로 5월 한 달 서울 여기저기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침 저는 지방민이 되어서 평일이나 금요일 공연은 엄두를 못내고 있었고 5월은 다 지나가고 있었는데, '석가탄신일'이 이어진 황금연휴의 가운데인 5월 27일 홍대 카페 '밤삼킨별'에서 그녀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밤삼킨별'은 처음 듣는 곳이었지만, 5월이 다 가기전에 그녀가 뉴욕으로 돌아가기전에 공연을 한 번 보겠다는 일념으로 예매하였습니다.
 
보통 홍대 근처 클럽의 공연 시작 시간보다 이른 5시에 시작예정인 공연은 4시 30부터 입장하여 간단힌 도시락이 포함된 공연이었습니다. 4시 30분이 약간 넘어서 도착한 '밤삼킨별'은 아담한 카페로 공연은 2층에서 진행되었습니다. 30명 한정이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아담한 카페였습니다. 하지만 실내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서, 여성들의 수다공간이나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간단한 도시락은 예쁜 컵케잌과 컵과일로 '밤삼킨별'의 컨셉을 알 수 있는 간식이었습니다.

드디어 시계가 5시를 지나고,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희영의 국내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관계자의 소개를 듣고서야 이 날의 공연이 '희영'의 국내 '첫 단독공연'이자 이번 방문의 '마지막 단독공연'이라는 점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녀의 공연일정을 살펴보면 당연히 알 수 있었을 텐데, 홍대 근처 인디공연이 오랜만인지라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었습니다.

키보드 세션과 함께 등장한 그녀는 아담한 체구의 전형적인 동양인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한국말을 너무 잘 한다는 점인데, 사춘기에 건너간 그녀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주로 영어로 노래하고 영어 앨범으로 우리나라에 먼저 소개되었기에 그런 편견이 생겼나봅니다. '뉴욕, 커피'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그녀의 뉴욕 생활과 커피 이야기가 많이 나올 법한 공연이었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원래는 많은 이야기로 진행될 예정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한국에서 단독공연을 한 희영이나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도 모두 긴장한 나머지, 숨죽이며 노래를 듣는 공연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그리고 특히 많이 들었던 곡 'Buy Myself A Good-bye'를 시작으로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1집 수록곡 'Lonely Like Everyone', 'Knew Your City', '4 Luv'과 EP 수록곡 'So Sudden', 'Solid on the Ground', 'Are You Still Waiting?', 그리고 미발표 곡 하나와 카피곡 하나로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알찬 공연으로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단독 공연이기에 팬들은 앵콜을 원했고, 두 곡을 우리말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독 공연이라고 하기에는 좀 짧아서 아쉬웠지만, 앞으로 또 다른 앨범과 더 많은 곡들로 더 큰 무대 위에서 단독공연을 펼칠 그녀를 기다려 봅니다. 아담한 공간이 좋았던 '밤삼킨별'에서 다시 그녀가 노래할 기회가 온다면, 그녀의 뉴욕과 커피에 대한 더 많인 이야기가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공연이 끝나고 간단한 사인회도 있었답니다. 마침 현장에서 팔고 있던 EP 'So Sudden'의 미국판(자체제작)도 구입할 수 있었지요. 더불어 파스텔뮤직 사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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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6:50 2012/06/19 16:50

봄철의 낭만 in 5월 19일 춘천 어린이 회관 야외무대 - part. 2

훈훈한 '9와 숫자들'의 무대를 이어가는 순서는 바로 '오지은'이었습니다. '9와 숫자들'과 다른 소속사이지만, 같은 무대에 오르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번 '봄철의 낭만' 공연에서도 그러했습니다. 밴드 세션은 9를 제외한 숫자들과 함께하여 훈훈한 분위기를 타오르게 하였습니다. 하늘하늘한 의상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먼 곳까지 찾아와준 팬들을 위해, 지금까지 정규앨범 2장과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로 1장을 발표한 '오지은 연대기'의 요약본이라고 할 만한 '오지은 3종 세트'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3종 세트'의 첫 번째는 '강렬한(혹은 처절한) 오지은'이었습니다. '그대'와 '화', 두 곡을 연달아 들려주었는데 바로 제 기억 속 '무대 위 그녀'의 이미지처럼 강렬했습니다. 음악에 심취한 듯한 손동작과 움직임은 그런 강렬함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는 '잔잔한(혹은 얌전한) 오지은'이었습니다. '네가 없었다면'으로 잔잔한 분위기로 바꾼 그녀는 이어서 오랜만에 어쿠스틱 기타를 들었습니다. 데뷔 초기에는 자주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했지만 최근에는 노래에만 주력하는 그녀였는데, 그래서 오랜만에 잡는 기타라 좀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소곳한 통기타 소녀가 빙의한 그녀는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다'와 '익숙한 새벽 3시'를 들려주었습니다. 잔잔한 그녀의 모습 오랜만이지만 나른한 봄날의 소풍에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곡은 제목 때문인지 별이 빛나는 밤에 들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네요.

3종 세트의 마지막은 바로 새로운 숫자들과 합체한 '발랄한 오지은'이었습니다. 그녀의 프로젝트 밴드였던 '오지은과 늑대들'은 현재 해체 상태여서 다시 무대 위에서 보기 어려운 상태인데, 숫자들의 도움으로 '오지은과 늑대들'의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오지은과 숫자들'의 결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 '9와 숫자들'과 함께 '그림자궁전'의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경쾌한 락넘버 두 곡, '사귀지 않을래'와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내게 가르쳐줘'를 들려주었는데,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발랄하고 명랑한 그녀의 모습은 남자팬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보았던 그녀의 모습 가운데 최고의 공연으로 뽑고 싶네요. 길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모든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는 노련미가 느껴졌습니다.

1부의 마지막은 '홍대 소방수'라는 별명을 최근에 얻은 '이영훈'의 무대였습니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았다면 '홍대 소방수'라는 별명에서 쉽게 눈치챌 수도 있겠는데, 뜨거워진 분위기를 차갑게 식히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밴드 구성을 위해 역시 세션 돌려막기가 있었는데, '로로스'의 드러머 '도재명'과 기타리스트 '최종민', 그리고 키보드 '연진'으로 본 공연자보다도 화려한 세션 밴드의 모습이었습니다. '빵'의 공연일정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의 이름이었지만, 제대로 공연을 보는 일은 처음이었는데, 왠지 구수한 음악을 들려줄 것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노래들을 들려줍니다. '하품', '봄의 고백', '그저 그런 오후',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 등, 아마도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는데도 낯설기보다는 공감을 할 만한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긴 공연 일정 때문에 약간의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고 2부의 순서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포스트락 밴드의 무대였고 첫 번째는 '전자양'이었습니다. 인디 음악을 들으면서 이름으로만 들었던 뮤지션이고 공연을 볼 기회도 없었지만, 포스트락을 하는 뮤지션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전자양'의 얼굴도 몰라서 '프렌지'와 '마이티 코알라'의 돌려막기 세션이 올라와서 무슨 팀인가 어리둥절했는데, 나왔던 밴드들과 나올 밴드들을 제외하고 나니, 남는 뮤지션은 전자양 뿐이었습니다. '봄을 낚다' 등 기존의 곡들을 포스트락으로 편곡해서 들려주었다고 생각되는데, 댄서블한 포스트락으로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드디어 세션으로 혹사한 기타리스트 '유정목'의 본래 소속인 '프렌지'의 순서였습니다. '마이티 코알라'을 시작으로 '9와 숫자들', '오지은', 그리고 '전자양'까지 이미 공연의 절반이 넘는 시간동안 기타를 연주한 그에게는 마지막 순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혹사의 후유증이 드디어 나타나는지, 본인 밴드의 곡이 잊어버리는 사태(?)가 결국 발생하였습니다. 이 무대에 서기 얼마전에 모 방송국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인지 '프렌지'에 대한 반응은 더욱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9와 숫자들'과 같은 '튠테이블 무브먼트' 소속이라 같은 무대에 자주 서기에 공연을 몇 번 보았지만 곡의 제목은 모르겠더군요. 그렇지만 프렌지의 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밴드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런던 대공황'은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팀은 멤버들의 군문제를 해결하고 6인조로 활동을 시작한 밴드 '로로스'였습니다. 기존 국내 밴드들에게는 듣기 힘든 스케일과 서정성으로, 이미 여러 페스티벌에 단골 손님이라고 할 수있는데, '봄철의 낭만'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원래 7시 즈음 마칠 예정이었지만 조금씩 지연되면서, 로로스가 세팅을 시작했을 때 이미 해는 서쪽 하늘에서 지고 있었고 어둠이 드리워졌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로로스의 공연이었는데, 신곡들이 많아서 더욱 알차게 느껴진 공연이었습니다. '방안에서', 'Pax', 'Dream 1'같은 앨범 수록곡들 외에도 신곡으로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춤을 추다', 'You'와 같은 신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로로스'다운 스케일이 느껴지는 공연이었지만, 기존 곡들의 완성도에 비교한다면 신곡들은 아직 덜 다듬어졌고 로로스만의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다듬어져서 다음 앨범에서 만날 수 있겠죠? 곡수는 많지 않아도 한 곡 한 곡이 꽤 긴 편이라, 해는 완전히 지고 밤하늘에는 별이 보일 정도로 어두워졌습니다. 춘천 어린이 회관 야외무대에 모였던 관객들 모두 앵콜을 원했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야했습니다.

'봄철의 낭만', 최근 각종 페스티벌이 난무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붐비지 않는 교외에서 제 취향에 맞는 밴드들이 가득한, 정말로 알찬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기획 공연이 이번 봄 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에도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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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16:34 2012/06/12 16:34

봄철의 낭만 in 5월 19일 춘천 어린이 회관 야외무대 - part. 1

최근 몇년 사이에 각종 페스티벌이 난립하기 시작한 5월, 페스티벌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트위터를 통해 그런 고민을 해결해줄 공연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봄철의 낭만"이라는 제목으로, 요즘 이틀이 대세인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단 하루, 오후에만 열리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9와 숫자들', '오지은', '로로스', '연진' 등 제가 좋아하거나 보고싶은 팀들로 이루어진 '종합선물세트'같은 라인업이기에 망설임 없이 예매했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공연장이 서울 홍대 근처의 클럽이 아닌,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춘천 어린이 회관'의 야외무대라는 점이죠. 제가 있는 곳에서는 편도로만 260km 가까이 되는 상당히 먼 거리니까요.

"봄철의 낭만"은 밴드 밴드 '마이티 코알라'를 중심으로 '밝고 건강한 아침을 위하여'(줄여서 '밝건아', 마이티 코알라의 데뷔앨범 제목이기도 합니다.)라는 모임에서 '봄 소풍'을 컨셉으로한 공연입니다. 장소가 춘천이기에 오후2시부터 7시까지로 예정된 공연 티켓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춘천까지 왕복 차편과 점심식사가 포함된 일종의 '여행상품'같은 패키지도 예매가 가능했습니다. 드디어 5월 19일이 되었고 저는 먼 거리를 운전해야하기에, 더구나 교통체증을 예상되는 서울을 우회해서 국도로만 춘천까지 가기로 했기에, 새벽에 일어나서 간단한 식음료를 챙겨 출발했습니다. 국도이기에 무려 5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춘천 어린이 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가평에서 주유를 했는데 다행히 경유는 제가 주로 가는 도시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고, 셀프세차 비용도 저렴하여 (예비세차 500원에 1분30초!) 오랜만에 세차도 하고 비교적 넉넉하게 도착했고,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춘천 어린이 회관의 위치는 춘천에서도 상당히 외각이어었기에 "왜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하나?"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회관 뒤쪽 정원과 그 넘어 펼쳐진 북한강의 풍경은 그런 의문을 한 번에 날려버렸습니다. 혼자 와서 보는 것이 너무나 아까울 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날씨도 너무나 좋아서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먹는 도시락 너무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내려쬐는 햇살은 대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햇살을 그대로 받는 야외무대의 모습은 공연관람의 쉽지 않음을 예상하게 했죠.

첫 순서는 바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보컬 '연진'이었습니다. '라이너스의 담요'나 '연진'의 노래는 많이 들었지만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첫 무대부터 공연을 도와주는 '세션'의 돌려막기가 시작되었는데, 연진은 역시 공연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영훈'을 기타세션으로 함께 했습니다. 'Labor in Vain'과 'Misty' 같이 분위기있는 곡들과 너무나도 유명한 'Picnic', 듀엣곡이지만 혼자 부른 'Gargle'을 들을 수 있었고, 그녀가 EBS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곡으로 '승수'(원래는 '프랭키'나 마이티 코알라의 멤버 '승수'가 곰을 닮아서)와 '쿠키송'을 들려주었습니다. 커버곡으로 'Cheek to cheek'이라는 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발랄한 모습은 '봄 소풍'에 딱 어울리는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녀가 아이폰을 잃어버려 분노했던 점과 그런 그녀를 놀리던 세션 이영훈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마이티 코알라'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클러 빵'에서 공연을 한 번 보았고, 멤버들의 학업 문제로 자주 활동하기 어려웠던 밴드로 아는데, 작년에는 데뷔앨범도 발표하고 공연도 시작했나봅니다. 오래전의 기억으로는 밴드 이름처럼 귀여운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시니컬한 곡도 부르는 밴드더군요. 드러머 '유병덕'은 바로 멤버 변동이 잦았던 '9와 숫자들'의 현재 드러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돌려막기 기타 세션으로 역시 '9와 숫자들'에 합류했고 원래 '프렌지'의 멤버인 '유정목'이 등장하였고 앞으로 쭈욱 등장하게 됩니다. 한 번 보았던 예전 공연에서도 신선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Bob', '에이프릴', '매일매일 누워' 같은 곡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시스트가 메인보컬인 '고속도로'는 시니컬한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 밴드는 바로 제가 먼 춘천까지 갔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9와 숫자들'이었습니다. 작사/작곡 및 보컬을 담당하는 '9'를 비롯하여 '9'와 함께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베이시스트 '꿀버섯', 그리고 앞선 무대에 섰던 두 사람 '마이티 코알라'의 드러머 '유병덕', '프렌지'의 '유정목'의 구성은 작년에 보았던 공연들과 같았습니다. 결성 후 첫 앨범 발표까지 멤버 변동이 잦았는데 이제는 현재의 멤버로 안정을 찾은 모습이네요. '9와 숫자들'이 들려주는 말랑말랑한 감성은 화창한 봄날, 듣는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준비중이라는 EP는 올해는 진짜로 나올 모양인지 신곡들이 많았는데, 1집 수록곡 '말해주세요'를 제외하면 모두 1집 미수록곡 및 신곡이었습니다. 9와 숫자들의 매력은 청승맞은 가사를 세련된 밴드 사운드로 포장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매력에 걸맞게 EP에 수록된다면 타이틀이 될만한 '깍쟁이'를 시작으로, '그대만 보였네'와 컴필레이션 수록곡 '서울 독수리'같은 신곡들과 솔로 '9'의 공연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 '착한 거짓말'과 '북극성'은 밴드 사운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착한 거짓말'은 솔로 기타. 정말 춘천까지 가는 수고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습니다. 다만 공연 팀 수가 많기에 많은 곡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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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http://youtube.com/bluoxetine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12/06/07 16:12 2012/06/07 16:12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과연 국민의 건강에 진정 관심이 있는 것일까?

오늘 뉴스를 보니 일부 국공립 병원에서 시행해오던 "포괄수가제"를 강제적으로 전국에 모든 병원에 확대 시행한다고 하여 말이 많습니다. '의사협회(의협)'은 일방적인 시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반대측에서는 의협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괄수가제에 포함되는 질환은 7개 질병군이며, 제왕절개와 충수돌기염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계는 "정해진 수가 안에서 진료 및 치료를 하려면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충수돌기염 같이 이미 너무 낮은 수가때문에 수술 자체만으로 병원에서 손해를 보기 쉬운 질환을 포괄수가제로 묶는다면, 병원이 자선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존재하는 민간 병원과 그 병원들의 병상점유율이 80%를 넘는 민간에 의존하는 의료 체계인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제한한다는 자체부터가 말이 안되긴 합니다. 의료비로 악명이 높은 미국도 국공립 비율이 50%가 넘습니다.) '건강보험공단(건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정부 및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것을 너희들이 왜 반대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수가 자체가 적정하지도 진료 기준이 교과서적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비교는 "현재 수가를 선진국과 비교하여 GNP 대비 적정한 수가로 올려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모습과는 너무나도 상반됩니다. 교과서대로 진료를 해도 과잉진료라고 삭감을 하고 이미 터무니 없이 낮은 수가를 포괄수가제로 묶는 다는 것은, 진료권 탄압 및 포퓰리즘적인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혹은 의사 그만 두라는 의미일까요?

포괄수가제와는 별도로 '건보'와 '심평원'은 언론사들을 통해 매년 'XX 수술 잘 하는 병원' 등을 발표하고는 합니다. 특정한 수술을 해서 완치하거나 생존율이 높은 병원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수술 잘 하는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잘 못하는 병원에는 삭감을 한다고 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이 의사와 병원들만 압박하여 의료비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XX 수술 잘하는 병원'에는 맹점이 분명있습니다. 수술을 얼마나 잘하는 지는 '수술 성공한 수'를 '수술 시행한 수'로 나눈 퍼센티지(%)로 평가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여기에는 통계의 약점이 존재합니다. 암을 예로 들면, 같은 이름의 암이라도 하더라도 그 한 종류의 암에는 수 많은 등급과 상태(stage와 grade)가 존재하며, 그 등급과 상태에 따라 수술 성공율과 생존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등급이나 상태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연령이나 체력, 기존의 합병된 질환 등에 따라 수무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여 그 성공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병원이나 의사가 조금은 (나쁜 마음을 먹고) 수술 잘 하는 병원이 되고 싶다면, 암의 등급이나 상태가 좋지않거나, 수술하더하도 환자의 기본 상태가 좋지않아서 수술을 하더라도 그 성공율이 높지 않은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만 골라 수술한다면 성공율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합니다. 아예 위험한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수술 시행한 수'에 포함되지도 않으니까요. 건보나 심평원의 평가 기준으로는 30% 확률로 성공하는 경우들을 열심히 수술해서 40% 성공하는 병원보다, 80% 확률로 성공하는 경우들만 수술해도 70% 밖에 성공하지 못하지는 병원이 (어처구니 없게도) 더 'XX 수술 잘하는 병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XX 수술 잘 하는 병원' 선정이나 '포괄수가제'의 시행 목적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건장 증진'보다는 '건강 보험 지출 억제'에 촛점이 맞춰졌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공단의 인력 감축이나 '의약분업'때문에 불필요한 과잉 지출을 막을 생각은 없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가장 손쉬운 '의사와 의료계를 압박'하여 줄이겠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여지가 있습니다.
'수술 잘 하는 병원'도 그렇지만 '포괄수가제'의 시행으로 질병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수술을 하더라도 합병증이 많이 생길 확률이 높은 환자들은 본이 수술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수술받기 더욱 더 어려운 시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수술했다가는 수술 잘 하는 병원이 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포괄수가제'로 받는 수가 안에서 치료를 해야되는 상황에서는 괜히 수술을 했다가 합병중이 생기면 병원의 손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질병이란 시시각각 상태가 변합니다. 충수돌기염은 수술하지 않고 놔두면 충수돌기가 터져서 복강 안에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이 될 수 있고 복막염으로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포괄수가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아직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또 가정을 해봅시다. 충수돌기염은 포괄수가제의 제한을 받지만 복막염은 그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당연히 환자가 젊고 안전한 경우라면 충수돌기염 수술은 대부분 안전하게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가 많고, 많은 나이 때문에 증상 발현이 늦어서 염증이 생긴 충수돌기가 터지기 직전이라면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괜히 위험한 수술을 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합병증과 골치 아픈 의료 소송을 감수하느니, 최대한 항생제 치료 등 내과치료를 하고 만약 터져서, 전혀 다른 질병인 '복막염'이 될 경우에 수술을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XX 수술 잘 하는 병원'이라는 병원의 명성과 '포괄수가제'를 피해서 병원의 제원적인 면에서 이득이 될 테니까요.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국공립 병원이나 자선사업을 하는 병원이 아니고서야 의학적으로도 성공율이 높지 않거나, 병원을 유지하는데에 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경우라면 과연 위험을 감수할 병원이 있을까요?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가 민간 병원의 운영에 지원을 하기보다는 의료비 지출의 감축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으로서 손해보지 않는 길을 선택한 병원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결국 위험이 높은 환자는 기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요즈음처럼 의료 소송이 더욱 많이 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안전한 길을 택하게 되겠지요. 과연 건보와 심평원은 국민 건강 증진에 진정 관심이 있는 것일까요?
또 일부 사람들은 포괄수가제의 강제 시행에 민간보험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괄수가제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감소할 수도 늘어날 수도 있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줋어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에서 민간보험사들의 이익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이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 것은 곧 개인이 건강보험과는 별도로 계약한 보험금(암보험, 실비보험 등등)으으로 운영되는 민간보험사들의 지출이 줄어드는 일이며, 이는 민간보험사들의 이익 증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가정'일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미 FTA'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광우병 문제'같이 "만약에..."라는 최악의 가정을 염두하고 반대했던 경우처럼, 이 경우에도 최악의 가정을 생각하지 않아야 할까 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대형병원과 민간보험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12/05/29 18:17 2012/05/29 18:17

쑈쑈쑈나른쑈 in 5월 12일 bookcafe IDEE

올해부터는 작년까지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지만, 직장 때문에 거주지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수도권에 거주할 때는 말로만 들었던 '지방민(?)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홍대 근처 클럽에서 공연을 볼 시간이 있고, 입장료를 지불할 돈도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공연 자체에 드는 시간과 비용보다 클럽에 가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커서 볼 수 없는 설움이죠. 보통 한 달에 한 번정도 집에 가기에 그때나 클럽을 찾아볼까하고 있었는데, 현재 거주지에서 서울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대전'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얼씨구나! 올 봄의 첫 인디공연은 대전에서 보기로 결정하고 재빨리 예매를 하였습니다.

5월 12일, 기다리던 공연날이 찾아왔고 공연은 비교적 늦은 오후 8시 시작이었지만 주말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일찍 자가 운전으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교통 체증도 없어서 여유롭게 도착하였고, 미리 알아둔 무료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북카페 이데(IDEE)'를 찾아 걸었습니다. 대전을 두 번정도 잠깐 방문한 적이 있지만, 번화가 쪽에는 처음이라서 조금 헤매다가 찾을 수 있었고, 가져간 책과 넷북을 들고 '이데' 근처 공원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데'에 자리잡고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밝은 밖에 비해서 책을 읽기에는 조금 어두워 보였기에 근처 조광이 좋은 카페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연 시간이 1시간 반정도로 다가왔고, 이데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두 사람이 도착해있었습니다. 오늘 공연의 제목은 '쑈쑈쑈나른쑈'로 문화예술 월간지인 '월간 토마토'의 창간 5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였습니다. (잡지는 볼 수 없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페이퍼'나 '클럽 빵'에서 볼 수 있었던 '보일라'와 비슷한 성격의 잡지가 아닐까 합니다.) 홍대에서는 카페에서 공연하는 일이 이제는 흔한 일이기에 1층 북카페 안에서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있나 둘러보았는데, 놀랍게도 공연장소는 바로 그 건물의 옥상이었습니다. (그 건물은 바로 '월간 토마토'의 사옥이었고 북카페 이데는 토마토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가까워지면서 리서헐하는 동안 밖았던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공연을 보기위해온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뭐, 옥상의 공연 공간이 넓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대전이고 해서 공연홍보가 덜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전히 어두워진 8시가 되었을 때, 다행히도 자리에 앉은 사람은 20여명 정도로, 넓지 않은 옥상 공연장을 넉넉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옥상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공연에서는 근처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경찰이 찾아오기도 한다는데, 공연 제목인 '쑈쑈쑈나른쑈'처럼 관객을 나른하게 만드는 소규모의 노래가 민원이 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언제였는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지난 공연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 1월..헉!) 두 사람이 주는 아우라는 기억 속의 마지막 공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음반으로는 나오지 않았고,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헀던 동요앨범의 곡들(룰루랄라, 개나리 본수, 숲...)을 중심으로 컨셉앨범 '일곱날들'의 수록곡(물고기종, 할머니...)과 정규앨범의 몇 곡들(ladybird, 두꺼비)로 공연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언제 발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신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약 1시간20분 가까이 알차게 진행되었지만, 대전 관객들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는지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고, 결국 무려 세 곡의 신청곡을 앵콜로 들려주었습니다.

포근하면서도 조금은 서늘하고 흥겨우면서도 조금은 나른한 '쑈쑈쑈나른쑈'는 아직은 쌀쌀한 봄의 밤을 물들이며 낮잠처럼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주변 주민들에게 소규모의 노래라면 소음이 아니라 흥겨운 자장가(?)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언제 다시 두 사람의 공연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홍대 클럽에서 만나겠죠? 민홍은 '단편숏컷'이라는 매우 독특한 이름의 프로젝트로 앨범을 준비중이고 그 이름으로 공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공연 전에 '월간 토마토'와 인터뷰도 있었는데 내용은 바로 월간 토마토에 실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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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3:17 2012/05/29 03:17

Hee Young(희영) - 4 Luv

EP 'So Sudden' 이후 1년에만 다시부는 봄바람, 'Hee Young(희영)'의 첫 full-length 앨범 "4 Luv"

2011년 뉴욕(Ner York) 브루클린에서 파스텔뮤직을 통해 한국으로 날아온 'Hee Young(희영)'의 EP "So Sudden"은 뉴욕 출신답게 세련되면서도 감성적인 소리로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인디음반의 한계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연하게도 그녀의 EP를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full-length 앨범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했죠. 그리고 해가 바뀌어 EP "So Sudden"으로부터 약 1년이지난 2012년 5월,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그녀의 첫 full-length 앨범 "4 Luv"가 찾아왔습니다. 평소 즐겨찾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그녀의 새 앨범 예약판매를 보고 즐거우면서도 두 가지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앨범 자켓에 떡하니 드러낸 그녀의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4 Luv"는 조금은 노골적인(?) 제목이었습니다. EP에서 간결한 일러스트로만 옆얼굴을 비추었던 점을 생각하면, 또 "So Sudden"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앨범 제목을 정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대담한 변신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녀의 그런 변화는 앨범의 완성도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지만, 아주 조금은 안좋은 방향의 가능성에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첫곡 '4 Luv'는 어쩐지 정겨운 소리를 들려주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4 Luv(for love)'라는 제목만 봐서는 핑크빛 노래가 될 법도 한데, 가사를 보면 '사랑을 위하여'가 아니라 '사랑을 향하여'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기에 그런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Hey, how are you? It's been so long"라고 홀로 나즈막히 되뇌는 듯한 후렴구에서는 그리움과 완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납니다. 하지만 그 탄식은 처절한 비탄라기보다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들판에 누워 잠깐 찾아온 단잠 속에서 꾼 조금 슬픈 꿈처럼, 미풍에 실려오는 포근한 봄의 기운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곡으로 Hee Young, 그녀는 친절하게도 넌지시 청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앨범은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며,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이라고.

'Knew Your City'는 뉴욕(New York)에서 활동하는 그녀의 언어유희가 녹아있는 제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점멸하는 신호등만이 길을 밝혀주는 뉴욕 밤거리의 밤안개를 뚫고 방황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자,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조지아(Geogia)와는 다르게 번잡한 뉴욕의 군중 속에서 느꼈을, 그녀의 '완벽한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노래하는 곡이랄까요? 그런 점에서 "Knew Your City'라는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에게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필연적인 고독에 대해 알라고)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Buy Myself A Goodbye"는 이미 파스텔뮤직에서 작년에 발표했던 "사랑의 단상 chapter. 3 : Follow You Follow Me"에 수록되어 친숙한 곡이네요. 그녀의 노래들이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지만, 이 곡은 그 상처들에 대한 치유의 노래입니다. "풀을 태우고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는 농작물 배제에 비유한 이별의 과정은 매우 참신합니다. 지난 EP에서부터 느꼈던 점이지만, 그녀의 가사 속에는 전원 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인지, '일상생활 속 자연과학'적인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데 바로 이 곡에서 정점이 아닐까 합니다. 가타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오밀조밀 소리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라면, 드럼의 큰 북이 내는 무거운 묵직함은 누군가를 마음 밖으로 밀어냈지만 (가사처럼)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쳤지만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가야할 때 마음에서 전해지는 먹먹함으로 들립니다.

트랙 순서에는 4번과 5번은 우리말 버전이지만, 저는 뒤에 위치한 영어 버전 트랙들을 끌어와서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상처들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과 위트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바로 "Lonely Like Everyone"이 그렇습니다. "everyone, two, three, four"라는 에드립은 순간 당혹감을 주면서도 곧 그녀의 위트에 미소짓게 됩니다. 이어지는 "Big Knot"에서 제목 처럼 큰 매듭(knot)을 만들어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가사는 그녀의 재치를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big knot이나 뒤에 가사에서 등장하는 anchor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연의 끈'과 어떤 점에서 닮아있어 가슴 시리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Fly Lo Fly Hi"는 좋은 곡들이 가득한 이 앨범에서도 특히 귀와 마음을 사로 잡는 곡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기타와 현악의 강물 위로 물안개처럼 퍼지는 아련한 그녀의 목소리는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숨이 막힐 만큼의 그리움과 간절함의 공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구나 '나'와 '그녀'를 대조하는 가사나 "4 Luv"의 탄식의 가사는, (아마도 북미의 정서에서는 보편적인 표현 방법인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랑에 빠졌던 미국 대중음악의 '그녀들'의 화법과 많이 닮아있어, 더욱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제부터 락킹한 두 곡이 이어지는 첫 곡인 "Sally Mason"은 그녀가 읊조리는 이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부터가 궁금해지는 곡입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이 이름의 주인공은 'University of Iowa'의 여성 학장의 이름입니다. Hee Young, 그녀가 왜 이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답답함을 호소할 가상의 누군가를 대신해서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됩니다. "Let Me In"에서는 직접적으로 '너'에게 직접  비참함을 토로합니다. 나긋나긋한 시작과 탄식이 폭발하는 후렴구의 대비는 그녀가 '너'에게 느끼는 일종의 양가감정이 표출되는 것일까요?

기타와 현악이 울창한 숲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Winter Road"는 매우 사색적인 분위기로, 사랑하는 사람과 온종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에 대한 노래가 아닐까합니다. "Call Your Name"은 중복되는 곡들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바로 앞선 곡까지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가득찼다면 이 곡은 다릅니다. 꿈을 꾸는 듯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로 Hee Young과 함께하는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해지네요.  꿈 꾸는 듯한 사랑에서 깨어나지 않려는 간절함이 'anchor'같은 단어 선택에서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꿈을 꾸는 듯 잔잔한 피아노 연주'처럼 가사 속 상황자체가 '자각몽' 속의 일처럼 들려서 듣는 이에게는 서글픔이 더합니다.

앨범 "4  Luv"가 담고 있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10곡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백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탁월한 멜로디, 진솔함이 묻어나는 가사는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담백한 매력의 목소리를 빛나게하고 봄날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어떤 곡에서도 감정 표출에서 과잉되지 않은 목소리나 연주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미덕입니다.

그녀의 노래들은 미국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녀의 음악적 배경에는 사춘기 시절을 보낸 조지아(Georgia)주에서의 시간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조지아주는 바로 미국 컨트리(Country) 음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내슈빌(Nashville)이 주도(미국 주의 수도)인 테네시(Tennesse)주의 바로 동남쪽에 붙어있기에, 컨트리 음악의 영향을 충분히 받았을 법합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 4~5년 동안 제가 가장 즐겨들었던 앨범이 'Michelle Branch'와 그녀의 친구 'Jessica Harp'가 결성한 컨트리 듀오 'the Wreckers'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와 미국을 뒤흔든 컨트리 아이돌 'Taylor Swift'의 두 장의 앨범 "Fearless"와 "Speak Now"였네요.) 그녀의 음악을 컨트리라는 장르라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타와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여러 현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컨트리 음악의 특색은 녹아있습니다.

'Hee Young'은 활동 영역에서 해외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앨범도 영어 앨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했기 때문인지 우리말 버전의 곡이 중간에 들어있습니다. 우리말 버전을 마지막에 넣었던 EP와 다른 점인데, 개인적으로 우리말 버전을 중간에 넣은 점은 이 앫범의 유일한 아쉬움이자 단점입니다. 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그녀의 독백같은 노래를 수입반이 아닌 정식발매반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음반 시장을 생각한다면 행운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노래들로 찾아올지 기대가 되며 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그녀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진 듯하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예스24에서 예약판매로 구입을 했는데, 위드블로그 리뷰에 당첨되어서 CD가 2장이 되었네요. 이미 CD는 잘 받아서 듣는 상황에서 신청한...


2012/05/27 03:53 2012/05/27 03:53

로버트 A 하인라인 - 스타쉽 트루퍼스 & 조 홀드먼 - 영원한 전쟁

최근 2년 가까이는 큰 일이 없음에도 자잘하게 바빠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나마 읽었던 책 가운데 기억나는 책은 SF(science fiction) 소설의 거장들이 쓴 두 권의 책이다. 한 권은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이 썼고 우리나라에는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스타쉽트루퍼스'이고, 다른 한 권은 역시 뛰어난 작가이지만 우리나라의 SF 저변은 약하기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이다. 두 소설 모두 SF 소설답게 우주여행과 외계인과의 조우/전쟁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두 소설이 각각 집필되었던 시대적 배경의 차이만큼이나 매우 편예 첨예하다.

세계 곳곳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2차 세계 대전'에 해군으로 복무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시각이 녹아든 '스타쉽 트루퍼스'는 애국주의적인 입장에서 독자로 하여금 국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우주해병대의 현실적이면서도 멋진 활약에 푹 빠져들었는데, 우주전쟁에 대한 낭만에 빠져든 어린 시절이 있었던 성인 남자라면  충분히 피를 끓게할 매력과 흡인력을 갖고 있다. 더불어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문화현생이 되기도 했던 '스타크래프트(Star craft)'와 스타크래프트에 앞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워게임(war game)인 '워해머 4000K(Warhammer 4000K)'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명분없는 전쟁이자 미국이 처음으로 패배했던 전쟁인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녹아든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은 오해와 탐욕이 만들어내는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전쟁이 투입되기도 전에 준비 과정에서 부터 훈련병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훈련 환경과 위험한 장비들부터 세세히 설명하는 모습은 '스타쉽 트루퍼스'보다 더욱 현실감 있는 묘사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스타쉽 트루퍼스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는 말은 아니다. 스타쉽 트루퍼스도 역시 현실적인 SF를 보여준다.) 하지만 전쟁 자체 보다도 훈련병으로 시작하여 전쟁의 진행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령까지 진급하는 주인공 '만델라'의 눈으로 전쟁을 통해 피폐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훈련과 우주여행, 그리고 전쟁의 과적에서 목숨을 잃는 수많은 동료들의 모습, 전투에서 살아남고  부당하게 늘어난 복무기간까지도 마치며 살아서 지구에 돌아가지만 지구에서는 이미 잊혀져간 사람이 된 퇴역병들의 상황과 그 들이 적응하기에는 사회로부터 너무 멀어져버린 시간은 재입대라는 절망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모습은 일관적으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순정적이게도, 우주여행이라는 시간의 상대적 흐름 덕분에 지구 시간으로 10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그 끈을 놓치않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주인공 '만델라'와 그의 짝 '메리게이'의 모습에서 이해와 사랑이 인류가 스스로 구원하고 구원받는 길임을 이야기한다. (SF 전쟁 소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과 북이 분열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어떤 시각이 옳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두 소설 속에서 외계인의 침략에 굴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처럼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말처럼 아직도 약육강식인 국제사회에서는 힘을 갖추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미비한 SF 저변 덕분인지, 두 책은 아쉽게도 절판이 되어버린 상황으로 중고시장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두 책과 마찬가지로 '행복한책읽기'라는 출판사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여러 해외 SF 소설을 소개했는데, SF 소설이 돈이 되지 않는지 거의 대부분 절판이 된 상태이다.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이제는 구할 수 없어서 아쉽다. 여러 SF 거장들의 책들이 원서가 아닌 우리말로 변역되어 활발하게 소개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2012/05/24 00:37 2012/05/24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