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베르의 신작 '인간', 그가 감독한 영화의 DVD까지 포함되어 팔고 있더군요.

이전 그의 소설 혹은 희곡 '인간'은 2~3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책 중 가장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시작은 사람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결말은 참으로 '엉성' 혹은 '억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결말은 예측하기 쉽지만 결말로 진행되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해 보면, 이 책에 베르베르의 이름이 아닌 어느 무명 작가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면 어떤 반응을 얻었을지... 아마 서점 한 구석에서 먼지가 수북히 쌓일 정도로 대중의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공상과학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보았을 만한 소제를 글로 풀어낸 것까지는 대단했지만, 그 결국 '누구나 생각해 보았음직한 것'의 범위를 뛰어넘지 못했네요. (저도 어린 시절 외계인과 인류 기원의 관계는 이 책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구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는 분명 여러 방면에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관심과 지식은 독자들에게는 '사고의 바다'를 보여주지요. 하지만 그 바다는 그리 깊지 못하네요. 깊어야 무릎이 잠길 정도라고 할까요? 또 책을 내면 낼 수록 그 깊이는 얕아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바닥이 보일까 말까하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올해 읽은 책 중 유일하게 또 단호하게 말리고 싶은 책, 바로 '인간'입니다.
2004/12/29 00:57 2004/12/29 00:57

묵향 19권

아마 19권을 읽다가 묵향 1부(1~4권)을 다시 읽게 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권에서는 묵향이 1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만에 다시 등장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은 다시 1부를 펼쳐보시게 될 듯하네요.

묵향은 또 이상한 곳에 가서 미적거리며 이야기를 조금 끄네요.

그래도 묵향의 재미는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2부에 비하면 확실히 빠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강력한 인물들도 새로 등장하구요. 아르티어스는 이번에도 한 번도 안나오는군요.

읽고 나니 왠지 뒤가 좀 찜찜합니다. 결말이 묵향이 고수들에게 '다구리' 당하여 비극적으로 끝나지는 않을런지, 그런 예감이 드네요.

묵향의 호쾌한 액션은 또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런지...
2004/12/28 12:41 2004/12/28 12:41

달콤 쌉쌀한 LOVE COLLECTION BY 'KAORI EKUNI'

헉...

이름도 긴 '달콤 쌉쌀한 LOVE COLLECTION BY KAORI EKUNI'이 발매 되었네요.

'에쿠니 가오리', 바로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외국 작가입니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를 시작으로, 그 이후에 발매된 '반짝반짝 빛나는',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호텔 선인장',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까지 국내 정식 발매된 그녀의 책은 다 구입해서 읽어 보았지요.

새 책이 나왔나하여 그녀의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웨하스 의자'라는 신작과 함께 '쌉쌀한 LOVE COLLECTION BY KAORI EKUNI'이 발매되었네요.


'반짝반짝 빛나는+호텔선인장+낙하하는 저녁+울 준비는 되어 있다+웨하스 의자' 총 5권에 '도자기 잔 세트'까지...

무엇보다 탐나는 것은 저 박스입니다. 이렇게나 이쁘다니...

하지만 역시 5권 중 4권이나 이미 소장하고 있는지라 또 구입한다는 것은 무리겠네요.

'웨하스 의자'나 사서 읽어야지요...ㅠ.ㅜ
2004/12/26 00:24 2004/12/26 00:24

십이국기

지난 10월에 10권까지 읽고 약 두 달만에 드디어 11권을 읽었다.

12개의 나라, 12명의 기린과 12명의 왕....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전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환타지'가 되겠으나 세계관의 분위기는 중국에 비슷하여 '무협지'에 가깝고 내용은 마법이나 무공보다는 '진정의 민의 실현, 왕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으니 '정치물'이라고 보아야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이국기' 참으로 신선하고 재밌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방대한 소재를 바탕으로 어떤 때는 모험을, 어떤 때는 영웅담을, 어떤 때는 비극을 들려주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어지러운 나라, 경의 새로운 왕이 된 요코와 그녀의 보좌 케이키, 강대국 안의 코우칸과 엔키, 주인을 잃은 대의 타이키 등등...

12국 모두가 소개되지 않았고, 아직 많은 이야기의 실타래가 남아있다.

12권은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
2004/12/23 12:59 2004/12/23 12:59

묵향 19권 발매

묵향, 한동안 잊고 있다가 검색해 보았더니 12월 11일에 19권이 발매되었네요.

16권 이후 거의 1년 6개월 만에 17권 나오고, 18권과 19권은 4개월 간격으로 나오는군요.

이 속도로 꾸준히 나와서 빨리 결말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처음 묵향 읽은게 학원을 다니고 있던 2000년이니 벌써 5년째군요.

그나저나 처음 목표는 15권 완결이었는데 2부에서 너무 끌더니 3부에서도 끌고 20권이 넘어가야 결말이 보이려나요.

코스북에 마일리지가 2만점 좀 넘게 있길레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 몇 권 넣어서 주문해 버렸습니다.

밀린 책들이나 읽으면 기다려야겠네요.
2004/12/20 20:19 2004/12/20 20:19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인간'

Yes24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인간'의 예약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작가가 감독한 영화의 DVD까지 구입할 수 있더군요.
이번 작품은 우주 어딘가의 유리 감옥에 갇혀있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희곡 형식의 글이라네요.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의 후속편을 기다리던 저로서는 매우 아쉽네요. 단편 모음 '나무'의 '작은 신들의 사회'를 보면서 기대를 키웠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작품 '인간'을 안 읽어볼 수 없겠죠?
발매일은 11월 20일이라네요.
2004/11/07 20:56 2004/11/07 20:56

월야환담 채월야



'월야환담 채월야' 전 7권을 읽었습니다. 요즘 환타지 소설을 주로 읽고있는데 월야환담 채월야 전에는 일본작가 '오노 휴우미'의 '십이국기' 시리즈 중 10권까지 읽었죠. 월야환담 시리즈 10권(채월야 7권, 창월야 3권)과 함께 십이국기 11권도 같이 주문했는데 품절이 되었다는 바람에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

월야환담 채월야, 꽤나 독특한 환타지입니다. 작가 홍정훈씨의 총기류나 바이크,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들도 잘 알 수 있지요. 무엇보다 이 소설을 독특하게 하는 것은 현실세계를 무대로 흡혈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흡혈귀를 사냥하며 결국 파멸에 이르는 흡혈귀 사냥꾼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네요. 물론 인간에게는 흡혈귀가 악이겠지만 흡혈귀보다 사악한 사냥꾼들도 있고, 인간과 공존을 노력하는 흡혈귀도 나오니까요.

그리고 안티히어로에 가까운, 점점 파멸에 가까워지는 주인공 한세건, 이 사나이의 최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책을 놓기가 힘들더군요. 온 가족을 흡혈귀에게 살해당하고 홀로 남아 삶의 의미를 찾기위해 무모하게 뛰어든 월야의 세계... 이 비인간적인 투쟁의 과정이 한사나이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흥미진진하면서도 처절하게 풀어나갑니다.

'착한 흡혈귀는 죽은 흡혈귀지...'

한세건 외에도 한세건을 월야의 세계로 이끈 실베스테르나 한세건을 훈련시킨 송덕연, 최악의 흡혈귀 사냥꾼 사혁 등 개성이 뚜렷하다고 할만한 사냥꾼들과 흡혈귀들이 등장하는 점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처절한 환타지라 하고 싶네요. 두번째 시리즈 창월야는 또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됩니다^^
2004/11/07 20:49 2004/11/07 20:49

조경란의 악어이야기



중간고사 때문에 중간에 읽다가 멈춤었던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합작으로 작가 '조경란'의 글과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준코 야마쿠사'의 글을 함께 담고있다.

글은 주로 과거, 작가의 거센 바람불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주로 담고있는 수필이다. 그림은 우리 일상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악어 '제이크'를 보여주고 있다.

글은 작가의 힘들었던 젊은 날과 체험과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경란씨는 조금은 우울하고 또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태어나 염소자리이고 사주에 네 그루의 나무가 있다는 작가 조경란... 방황의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이 왠지 낯설지 않다. 어쩌면 나의 지금의 모습, 나의 방황을 조경란의 글을 통해 다시 보고있다는 생각도 든다.

매우 공감이 갔던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여럿이서 밥을 시켜먹을 때 동행이 내 접시의 음식을 덜어가고 나 또한 덜어줘야 하는 것, 특히 네 명이서 식당에 갔는데 3인분만 시키고 나눠먹자고 할 때 나는 슬퍼진다. 남의 음식은 탐 안 내는 대신 내 접시의 음식은 나만 먹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맛 좀 보자며 내 접시에 포크를 갖다댈 때면 그 포크가 내 손등을 찍으러 오는 것러첨 서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리도 내 마음과 같은지 나도 여럿이서 식당에 가서는 저런 상황에 여러번 빠지곤 했다. 물론 무표정하게 참아내 왔지만...어쩌면 지독하다고 할 수도 있는 개인주의, 그것이 조경란씨나 나같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쓸 수가 없겠다 다양한 소제들의 글이 20여편이 담겨져있고 일러스트도 글의 수와 비등하게 담겨져 있다.

이 수필을 잘 읽기 위해서는 '코끼리를 찾아서'를 비롯한 조경란의 이전 작품들을 읽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코끼리를 찾아서'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그 이전 작품도 읽어보고 이 책을 볼 걸...하는 아쉬움이 든다. 중단편집 '코끼리를 찾아서'의 동명 소설 '코끼리를 찾아서'가 조경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초자연적인 나무의 이야기가 담긴 '동시에'와 미술학원 사람들 이야기 '우리 모두 천사'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다.

글은 어쩌면 '제이크'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악어 '제이크'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찾아서 '삶의 희망'같은 것들을 우리에게 심어준다고 한다.

조경란씨는 제이크를 만났을까?
나는 언제쯤 제이크를 만날 수 있으려나?
2004/10/16 16:47 2004/10/16 16:47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노래 제목 중에 이런 제목이 있다.
'첫사랑은 죽었다.'
매우 짧은 문구(文句)지만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만감이 교차하게 만들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한 영화를 홍보하는 엽서를 보았다.

초록빛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황량한 사막위에 기대고 선 두 남녀...
엽서 한 장만으로도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들었다.
인터넷으로 예고편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시바사키 코우'도 나온단다.
영화 개봉까지 기다릴 수 없어 원작이 된 소설을 보기로 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책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애 소설답게 독창적인 내용이 있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의 학급임원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같은 고교로 진학하고 또 같은 반이되어
연인이 된 두 남녀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정직하게도 많은 복선을 깔아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 '사쿠타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뽑히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보낸 여주인공 '아키'에 관한 사연,
사쿠타로의 할아버지와 그의 첫사랑과 유골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호주와 원주민 에보리니지에 관한 대화들...

소설은 결국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죽은 자는 죽은 것이고, 어쨌든 남겨진 자는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
그 것이 죽은 자가 영원히 사는 길이 아닐까?

소설은 예고편으로 봐서는 영화와는 상당히 많이 다른 듯하다.
일본에서 350만부나 팔렸다는 원작 소설의
일부 설정과 대략적인 줄거리만 빌려오고 많은 부분을 더 극적으로 각색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2월에 발간되었는데
이번 영화 개봉과 함께 이제서야 소설도 뜨기 시작한 듯...

난 중,고등학교 시절에 뭘했나 생각해본다.
생각할 수록 별 생각없이 지낸 듯하여 참으로 후회막심하다..랄까?
그 좋은 시절에 저렇게 멋진 사랑을 못 해보다니...후후...



지리적 가까운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가까우면서도 먼 이야기이다.

수학여행을 호주로 간다거나, 고등학생들의 성(性)에 관한 이야기들

적어도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나와 내 친구들은 꿈도 못 꾸던 것들...



영화에 매우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영화 재미를 반감할까하는 걱정없이 읽을 수 있겠다.

책두께에 비해 읽는 진도도 빨라서 쉽게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2004/09/23 22:09 2004/09/23 22:09

에쿠니 가오리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강의가 일찍 끝나서 기분 좋게 집으로 가던길
역 근처의 서점에 오랜만에 들러보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한달에 두세번은 서점에 가곤 했는데
여름방학 때부터 인터넷 서점을 자주 이용하고 부터는 발길이 뚝 끊겼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아니면 우연의 장난인지 아무튼 서점에 가게 되었다.

2층의 문학코너를 서성거리던 나는 주목을 확 끄는 책을 발견했다.
원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소설을 살까하고 갔었다.
10월이면 영화로도 개봉한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것같아서 였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씨의 새로운 책이 나온 것이다.
결국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를 집어들고는 집으로 향했다.

초판 1쇄의 펴낸날을 보니 내가 구입한 날의 바로 전날이었다.
일본에서는 1997년에 당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여성지에 연재된 결혼 생활에 관한 에세이이다.

이 책은16편의 각기 다른 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있다.
에쿠니 가오리씨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녀 자신도 도시의 주택가이면서 조금은 한적하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곳에 살고있다.
또 그녀도 역시나 목욕을 좋아하는 듯하다.

1964년 생으로 올해로 41세가 된 에쿠니 가오리씨가 결혼한지
2년이 되는 가을에서 3년이 되는 가을까지 쓴 에세이를 1997년에 출간한 것이라니
많이 잡아서 이 책이 결혼 후 한 4년쯤 되었을 때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30대 초반에 결혼한 것이니
에쿠니 가오리씨는 결혼을 비교적 늦게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생각이 참 Cool하다고 할까?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 속의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에쿠니 가오리씨가 참 Cool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렇다.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아직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인생의 큰(혹은 작을 수도 있는) 일부인 결혼이라는 것도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막연히 추측해 본다.

결혼이란 짧으면 1~2년, 길어야 내 삶의 마지막까지 뿐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든다.
너무 가벼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게된다면
에쿠니 가오리씨처럼 Cool하고 의외로 정다운 면도 있는(?) 여자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생각해 보면 나도, 그녀가 불평하는 그녀의 남편처럼, 만사를 귀찮아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자가 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한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일부다.
결혼이란 정말 저런 면에서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멋지다. 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해 온다.
너무 일찍 환상(혹은 망상)을 깨버린 것일까?

역시나 그녀의 글엔 묘한 매력이 있다.
더욱이 솔직 담백한 에세이이기에 그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그녀의 책들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2004/09/20 22:17 2004/09/20 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