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작가 '공지영'의 최근작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고 상당히 실망한 후로,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받아보았을 때 다시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수필같은 산문집에 거의 실망한 일이 거의 없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정체가 궁금하고, 또 조금은 부럽기도한 'J'에게 부치는 그녀의 이야기들과 멋진 시구들... 수필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편안함이 있다고 할까? 결국 나는 작가 '공지영'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수필'이 작가와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어느 한적한 찻집에서의 '대화'라면, '소설'은 가면을 쓴 작가를 찾아서 그 작가가 그런 가면을 쓴 이유를 이리저리 궁리해야만 하는 '가면무도회'라고 할까?

빗방울처럼 혼자였던 그녀의 삶... 하지만 혼자 내리는 빗방울은 결코 없듯이 수많은 빗방울들과 비를 이루며, 가족, 친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그녀의 이야기.

그러다가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가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J는 누구일까? 남편일까? 아니면 그녀는 천주교 신자이니 'Jesus'의 J일까? 둘 다 아닌 듯한데...
2006/09/16 22:11 2006/09/16 22:11

월야환담 창월야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 헌터들의 끊없는 싸움...'블레이드', '언더월드', '반헬싱', 그리고 그 영화들을 혼합하고 독창적인 내용을 더한 '월야환담'

'월야환담'의 1부라고 할 수 있는 '채월야' 전 7권을 읽은 게 2004년인데 2부 '창월야'의 마지막인 10권을 어제서야 읽었다. 9권은 읽은 지, 한참지나서 내용이 좀 앞선 내용이 가물가물 했지만 다행히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더불어 시리즈를 모두 모았다는 뿌듯함까지..

결국 '해피 엔딩 비슷하게 끝나겠지' 했지만, 막상 좀 좋게 끝나니 아쉽다. 파격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름대로 방대한 세계를 구축한 '월야환담' 시리즈는 여기서 끝일까? 외전으로 '팬텀'이나 '아르곤'의 과거를 외전 형식으로 만들어도 재밌을 듯하고, '릴리스'의 아버지인 '볼코프 레보스키'의 과거를 풀어나가도 재밌을 듯한데...아니만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쥔 '서린'의 이야기를...

어쨌던 결국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 헌터들이 아웅다웅(?) 살고 있으니, '월야환담'의 세계는 언젠가 다시 되지 않을까?

좀 어지러운 면도 있지만 작가 홍정훈씨 정말 박진감 넘치고 짜임새 있게 잘 쓰는 듯...

'룬의 아이들' 시리즈를 모아볼까 하는데 소장가치 있으려나?
2006/09/06 01:16 2006/09/06 01:16

전경린 -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앞부분을 미적미적 읽다가 지난주에 큰 마음 먹고 확 읽어버린 '전경린' 작가의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주인공 '혜규' 뿐만 아니라, 혜규의 가족들, '어머니', '혜도', '혜진', '혜미' 그리고 친척과 친구들, '인채', '예경', '순이'... 모두 서로 다른 모습의 '그것'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두 '사랑'이라 부른다.

고향으로 돌아온 혜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혜규로부터의 '위로'와 '포용'... '죽을 만큼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살아간다'...


"영혼이라는 말은 그 속에 존재의 복수를 함유한 단어일 거야. 사랑이 없다면 우린 모두 저마다 혼자인 이교도들이야. 소통이 안돼, 저마다 다른 것을 믿고, 다른 사람의 신념을 사이비라고 일축하지. 난 내가 믿는 것을 세상에 단 한 사람, 혜규 너와 함께 믿고 싶어. 우리가 한 영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이 삶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그래서 천국의 문 앞에서 되돌아오고 되돌아오는 구름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안개와 눈과 비처럼, 늘 우리 곁을 이렇게 서성이며 감고 도는 것이라 해도, 우리가 하나의 영혼으로 이 세상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신과 믿고 싶어."

혜규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믿는 것을 나도 믿어요. 정말 믿어요."


죽도록 슬프지만, 그럼에도 공허를 채울 수 있는 삶의 특별한 어떤 것, 희망, 그 긍정의 힘... 나도 믿고 싶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이 읽고 싶어졌다.
2006/08/29 23:05 2006/08/29 23:05

츠지 히토나리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냉정과 열정사이 Blu'가 준세이의 10년 전 약속에 대한 기다림이었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준고의 기약 없는 7년의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딴 소리 하자면, 왠지 두 작가가 써 내려간 이 소설이 '냉정과 열정사이'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이자 이벤트성이 짙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 사람은 나 뿐일까? 조만간 두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한국어판 출판을 담당하는 소담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한국 남성 작가의 공동 집필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헤어짐 후에 홍이 좋아하던 '윤동주'의 시를 이해해가는 준고의 모습은 왠지 약간은 억지스럽다고 할까? 바로 내가 이 책이 '이벤트성'이라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시'란 감정의 약속이자 언어의 마술같은 것이어서,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국어로 쓰인 시를 접하는 것이 아닌 외국어로 접하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고 다른 문화의 외국인이 그 외국어로 번역된 시를 읽는 다면 변역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이나 어감의 변질이 거의 반드시 동반될 수 밖에 없기에 이해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왠지 이 소설에 대한 딴지글이 되어 버렸는데, 그럼에도 읽을 만하다. 준고의 우유부단한 모습은 준세이의 그것과 닮아있고 그래서 결국 두 사람사이의 끊어진 시간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그것을 이어내고 만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들에서 보여지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또 다른 전형이라고 할까?

홍이 좋아했던 것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해해가는 과정들에서 끊어진 시간의 연결고리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 준세이가 명화 복원이라는 작업을 통해 시간을 되살리며 했다면, 준고는 이 작품을 통해 그것을 해냈다. 준고와 홍의 단절, 그보다 더 골이 깊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앙금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 순간의 연속 속에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있다고 때닫기도 전에 한순간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은 영원이다. 영원이 순간이듯이
2006/03/25 20:40 2006/03/25 20:40

판타지 삼매경

예스24에서 2주전에 주문한 '월야환담 창월야'의 8권과 9권을 지난주에 받아 어제 읽기를 마쳤습니다. 7권을 읽은 후 상당히 오랜만에 읽어서 좀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행히 기억을 끈을 연결하여 읽었답니다.

전작 '월야환담 채월야'가 7권으로 완결된 데에 비해 창월야는 9권까지 왔는데도 끝날 기미가 조금 밖에 보이지 않네요. 채월야에 비해 상당히 거대해진 스케일은 앞으로 2~3권은 가야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세건, 서린, 실베스테르와 단죄자들, 이사카와 볼코프의 연합, 테트라 아낙스, 반 테트라 아낙스 연합(펜텀, 아르곤 등), 앙리유이와 석세서들 등 다양한 집단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최후에 과연 누가 웃을지...

어제 예스24를 확인해보니 지난주에 '묵향' 21권이 출시되었네요. 이렇게 어긋나다니 정말... 어쨌든 재빨리 주문했으니 빨리 받아보았으면 좋겠네요.

21권부터는 출판사가 바뀌었네요. 그래서 책표지도 바뀌었습니다. 결말이 얼마 남지않은 마당에서 바뀌다니 좀 아쉽습니다. 아마 원래 20권까지 계획되있던 책이 늘어지면서 출판사와의 재계약이 실패하기라도 했나봅니다.

외전으로 '아르티어스 애가' 곧 나온다고 하네요. 후속작이 궁금했었는데 결국 '아르티어스'로 울궈먹으려나요. 이러다가 나중에는 '카렐'의 이야기도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2006/03/19 23:40 2006/03/19 23:40

나니아 연대기 : 마지막 전투

장대한(?)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이야기 '마지막 전투'.

사악한 원숭이 시프트의 음모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완결편답게 시작부터 음울하다.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되고 결국에는 최악으로 치닫는 우리의 주인공들... 우리 세계의 아이들도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등장한다. 또 지난 모든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주인공들의 죽음과 나니아의 멸망, 하지만 모든 것이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따른 현실은 이상적 본질의 모방일 뿐이라고 작가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우리 인류는 언제쯤 우리의 '진짜 나니아'를 찾을 수 있을까?
2006/01/23 00:40 2006/01/23 00:40

나니아 연대기 : 은의자

'나니아 연대기'의 여섯번째 이야기 '은의자'.

이제 4남매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지난 '새벽 출정호의 항해'에 등장하여 유치한 아이에서 괜찮은 아이로 성장한 '유스터스'와 그의 친구이자 돼먹지 못한 아이 '질'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어긋나는 이들의 임무,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아슬란 발바닥 안'이라고 모두 아슬란의 뜻대로 되어간다. 눈치 있는 독자라면 중간에 등장하는 복선으로 진행을 어느 정도 눈치는 챌 수 있겠다. 실종된 왕자의 이야기는 예전에 들어본 듯한데 정확히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니아 연대기다운 흥미롭고 빠른 전개는 상당히 어려운 임무임에도 독자에게까지 중압감을 주기보다는 내용의 흐름에 몰두할 수 있게한다.

이제 이 연대기의 총 7편 가운데 한 편이 남았다. 다음에 다시 나니아로 오게되면 그때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2006/01/21 09:26 2006/01/21 09:26

나니아 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

'나니아 연대기'의 5번째 이야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이제 피터와 수잔은 나이가 들어 나니아로 올 수 없게 되고 아직 어린 에드먼드와 루시 만이 나니아로 가게 된다. 하지만 남매의 친척 유스터스도 같이 가게 된다. 그리고 나니아의 아직 어린 캐스피언 왕까지 포함해 4남매를 잊는 에드먼드, 루시, 유스터스, 캐스피언의 제 2기 사인조가 탄생!

'새벽 출정호'는 전작 '캐스피언 왕자'에서 캐스피언이 왕으로 등극하면서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 출정을 시작한다. 끝없는 바다의 항해는 그리스의 고전이자 꾀주머니 '오디세우스(로마명 : 율리시즈)'가 트로이 전쟁 이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 까지의 과정을 담은 '오딧세이'를 연상시킨다. 또 소설 중 에드먼드의 말에서 이 고전을 참고했다고 실토한다.

아쉽게도 제 2기 사인조도 마지막이다. 에드먼드와 루시도 다음번에는 나이가 들어 나니아에 올 수 없다고 한다.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항해라는 큰 틀 안에 여러 섬에서 일어나는 여러 신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독자를 확 끌어들일 만한 구심점이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다. 또 그래서 읽는 데 조금 오래 걸렸다.

소설에서 표현된 환상적인 내용들이 스크린에서는 어떻게 표현될 지, 아직 먼 이야기지만, 궁금하다.
2006/01/16 20:35 2006/01/16 20:35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나니아 연대기'의 네번째 이야기 '캐스피언 왕자'.

우리 세계의 시간으로 약 1년 후 나니아를 다시 찾은 네 남매의 이야기로, 아마도 이미 영화화된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후속편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한다. '말과 소년'은 나이든 남매가 등장하여 문제가 없겠지만 '캐스피언 왕자'는 미리 만들지 않으면 출연 배우들이 다 자랄 수 있기에...

역시나 이번의 적인 '텔마르' 사람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인종적 편견이 보여진다. 그리고 확연히 구분되는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 구분도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보다 뚜렸하게 보인다.

'바쿠스'('디오니소스'의 로마식 이름)와 '실레노스' 그리고 바쿠스의 여성 추종자들(광신도들)이 벌이는 축제가 스크린에서는 어떻게 표현될 지 사뭇 기대가된다. 신화에 따르자면 상당히 음탕한 축제인데 소설에서 그 축제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신화대로 보여준다면 등급이 상당히 올라가겠지만...

움직이는 수 많은 나무들은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의 한 장면이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다음 이야기로~!
2006/01/07 22:48 2006/01/07 22:48

나니아 연대기 : 말과 소년

나니아 연대기의 세번째 이야기 '말과 소년'. 앞서 읽은 두 이야기가 '나니아'만을 다루고 있는 본편이라면 세번째 이야기 '말과 소년'은 확장편의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겠다. 내용 자체도 주인공도 '나니아'의 국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무대도 나니아의 이웃 나라인 '아첸랜드'와 사막을 두고 떨어져있는 '칼로르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왕자와 꼭 닮은 거지(소년)은 어릴 적 TV 속 인형극으로 보았던 '거지 왕자'를 떠오르게 했고 신탁에 의해 소년이 결국 돌아와 왕이 된다는 이야기는, 살은 크게 다르지만,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소년의 모험담이자 성장소설로 영화화된다면 상당히 재밌을 내용이지만, 영국인의 오만함이 담겨있는 조금은 불쾌하기도 한 소설이다. 야만국가이자 적국으로 묘사되는 칼로르멘의 모습은 노골적으로 아랍국가와 인도를 섞어놓은 듯하고 정의의 편으로 묘사되는 아첸랜드는 영주와 기사도가 존재하는 중세 유럽의 국가의 모습이다. 유일신 아슬란과 비교했을 때 갈로르멘의 신들도 은근히 멸시되기도 한다. (부시의 아랍국가에 대한 '악의 축'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까? 나니아의 모습은 국왕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모든 국민이 평등한 고대 그리스의 모습과 유사하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폭력적인 순간을 건너뛰는 것도 여전하다.

이제 네번째 이야기로~!!
2006/01/05 19:47 2006/01/05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