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La La Land), 두 개의 감상

1.

어젯밤 MBC에서 '라라랜드'를 하길레 또 봄.

처음부터는 아니고 후반부를 봤지만, 두번째로 보니 또 다른 것들이 보이는...엠마 스톤도 좋았지만, 라이언 고슬링도 정말 잘한 캐스팅인듯...

특히 '별 볼일 없는 한 낮'에 찾아간 천문대가 '별 볼일 없는 곳이 었다'는 장면은 두 사람이 일종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의미일듯.

더불어 원래 침울한 느낌이 강한 라이언 고슬링이지만, 이때부터는 영화 내내 '울음을 참고 있는' 느낌이 들었음. 그냥 두 주인공이 펑펑 울었어도 좋았겠지만 그럼 신파가 되었겠지...

마지막 클럽씬에서 오른손으로만 연주하는 멜로디는, 홀로 남은 자신을 의미하는 듯.

기회가 되면 몇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무엇보다 음악이 너무 좋다.

2.


라라랜드 세 번째 감상 소감.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확실히 쓸쓸하고 서글픈 '어른들의 이유' 덕분이 아닐까싶다.

이번에는 남주 세바스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매트릭스'의 네오나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의 입장에서 영화 속 세상을 보기에 두 영화들은 너무나 장황하고 복잡하지만,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한 스토리에 주연 둘이서 다 해먹는 영화이기에 집중하기도 좋았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까지...두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로 보면 청소년기를 지나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남자 아이들 누구나 어린시절 대통령, 과학자, 군인, 경찰, 소방관 등 거창한 이유의 거창한 직업들을 생각하지만 결국 현실에서는 대부분 회사원 아버지가 된다. 째즈를 사랑하는 셉이 '어른들의 이유'로 키이스의 밴드에 들어가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현실에 순응하며 '어른들의 이유'로 담담히 이별까지 받아들이는 장면은, 다분히 이런 남자아이의 성장 과정이 떠오른다.

이룰 수 없는 꿈, 갖을 수 없는 여자, 잡을 수 없는 세상...미아는 셉의 꿈과 현실을 간극에 눈뜨게 하고 그 둘을 박리시키는 성장통이었다고 할까...?

마지막 시퀀스와 마지막 미소는 다시 봐도 찡하다. 정말 몇 번을 봐도 찡할 듯하다.
2018/04/03 15:01 2018/04/03 15:01

나를 찾아줘 (Gone Girl) - 2014. 10. 23.

볼 만한 블록버스터가 없는 영화관에서 큰 기대 없이 선택했지만, 큰 여운을 남긴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데이빗 핀처', 헐리우드에서 작품성으로 나름 인정받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초기 작품들인 '에일리언3'와 '세븐'을 빼면 제대로 본 작품이 없었다. 이 영화도 사실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보았다.

결론적으로는,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149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꽤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Gone Girl'이라는 원래 제목처럼, 소녀처럼 애지중지 자라온 '실종된 부인'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가 전반의 내용이다. 벤 에플랙이 연기한 남편 '닉'이  범인처럼 보이면서도, 범인답지 않은 어리숙함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관객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진행은  베테랑 감독의 관록과 연출력이 빛나는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후반에서 부인 '에이미'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놀라운 반전이 시작된다. 그녀는 꽤 영리한 '사이코패스'였고, 인관 관계를 이용해 먹을 만큼 사악했다. 그리고 그녀의 계산에는 미국 대중매체의 반응과 사법 제도의 허점까지 들어있었다. 실종 사건의 시작부터 해결까지 모두 스스로의 각본 위에서 조종하는 그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은 존재였다.

사실 이 거대한 사건의 발단인 '에이미의 정신적인 문제'는, 의사나 교육학 혹은 심리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녀의 성장 과장은 부모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었고, 그 때문에 그 과정은 왜곡되고 과장되었다. 결국 그녀의 정신적 성장은 비틀어지고 미숙할 수 밖에 없었고, 그녀가 바로 절제를 모르고 자란 'spoiled child'의 미래였다. 딸의 실종 후 기자회견에서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부모의 모습은 다분히 비정상적이다. 에이미가 대중매체를 능숙하게 이용하는 모습은 확실히 부모에게 매운 점으로 보인다.

'이용하기 쉬운 대중매체의 폐해'와 '여론/언론에 휘둘리는 미국 사법 제도의 허점'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도 다룬 소재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폐해와 허점'을 뛰어넘어, 그것들을 이용하는 '인간의 위험성'을 직접 대면하게 한다. 그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답게 사악하고 충격적인 결말은 꽤 진한 여운을 남긴다. 별점은 4.5개.
2014/12/23 15:58 2014/12/23 15:58

인터스텔라(Interstellar) - 2014. 11. 7.

믿고 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새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수개월 앞서 공개된, '가족'과 '우주여행'이라는 테마를 결합한 예고편은 큰 궁금증을 유발했다. 더불어 '우주'라는 다분히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목적에 '가족'이라는 감성적인 접근을 더한 점은,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소설을 원작으로 '조디 포스터'가 출연했던 영화 '콘택트(Contact)'가 떠오르기에 충분했기에, 그 '감상적인 우주'를 클리스토퍼 놀란이 약 20년 가까이 지난 시간만큼 '얼마나 다르게 그려내느냐'가 감상 포인트였다.

물론 '이성적인 과학(우주)'과 '비이성적인(감정적인) 신념(가족)'이라는 두 상반되는 테마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를 잡기란 사실 쉽지는 않은데,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영화 '콘택트'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그 균형을 잡았기 때문이다. '콘택트'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우주'와 그 너머에 '아직 알지 못하는(언젠가는 알게 될) 우주' 사이에서, 'SF(Science fiction)'답게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타협한 영화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콘택트'를 의식했을까? 콘택트에서 주인공 '조디 포스터' 다음으로 비중있는 역할이었던 '매튜 매커너히'가 바로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뚜껑을 연 인터스텔라는 어떨까? 

가까운 미래에 자연재해와 식량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종말을 앞둔 묵시록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를 대신할 '대안'을 찾는 과정을 풀어낸다.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우주 여행'의 시작을 그리는 초반은,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잔잔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주 여행에서는 SF 영화다운 영상 효과로 눈을 즐겁게 하면서 동시에,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속도의 시간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에서는 애틋한 감정의 파문을 일으킨다.

지구의 대체 행성을 찾는 과정에서 모이게 되는 4명이 인물의 성격과 구도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4명의 모습은 '우주 개발'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시간의 상대성' 덕분에 24년에 가까운 시간을 우주선에서 기다리면 관측을 한 '로밀리(데이빗 기아시)'의 모습은 인간의 우주에 대한 '순수한 지적 호기심'과 가깝다. 깜짝 등장하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 '닥터 만'의 '대의를 위한 희생'을 내세우면서도 '사리사욕'을 탐하는 모습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체주의'가 떠오른다.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주는 '미국적인 가족애'는 '강한 애국심'과도 관련이 있고 전통적인 '보수주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쿠퍼'와 함께 마지막까지 생존하지만, '지구로 복귀'가 아닌 연인이 있는 행성을 선택한 '브랜드(앤 헤서웨이)'는 '우주 개발'의 '기본적인 목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낭만주의'나 '진보주의'라고 볼 수 있다.

블랙홀의 중력을 버티는 우주선의 모습이나, 블랙홀을 통해 시간의 틈으로 들어가서 과거의 딸에게 힌트를 주는 '순환하는 우주관'은 조금 황당하지만, 'SF 영화'의 애교로 봐주자. 지금까지 놀란 감독이 보여주었던 '블록버스터다운 기대 이상의 스펙터클'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콘택트'의 '감성적인 우주'에서는 '십수 년 동안 업데이트된 과학적 지식'만큼 한 발자국 정도는 더 나갔다고 본다.

'시간의 상대성' 덕분에 10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자신을 기다릴 가족이 사라진 '쿠퍼'가 떠나는 모습에서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결말'처럼 '새로운 모험'을 향한 '열린 결말'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앤 해서웨이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그녀의 캐스팅 이유는 충분했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지구의 대안'이지만 먼저 도착했던 연인은 이미 숨을 거두었고, 홀로 남겨진 행성에서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그 먹먹함은, 그녀의 깊은 눈이 아니면 또 어떤 여배우가 표현할 수 있었을까? 별점은 3.5개다.
2014/12/09 15:16 2014/12/09 15:16

보이후드(Boyhood) - 2014. 10. 25.

감독이름에 올라간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이름을 보고 눈치챘어야했다. 9년마다 한 편씩 찍어서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삼부작'을 완성한 '장인 정신'이 투철한 감독이라는 점을. 사실 '현대카드 고메위크'로 예약한 런치와 디너 사이에서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고, 상영작들 가운데서 시간도 맞고 상영시간도 꽤 긴 영화가 바로 '보이후드(Boyhood)'였다. 그리고 전문가 평점도 꽤 좋았고, 잔잔한 영화로 보인 점도 선택의 이유였다. '남자의 유년기와 소년기'를 뜻하는 '보이후드'라는 제목은 '소년적 감수성'을 건드렸고, '건전한 남성이라면 한 번 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Coldplay'의 익숙한 노래 'Yellow'로 시작하는 영화는 제목처럼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려낸다. 장르가 드라마이니 만큼 갈등이나 위기가 있기도 하지만, 상식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비교적 잔잔한 영화다. 그 잔잔함으로 총 상영시간 165분을 이끌어가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6살짜리 소년 '메이슨'이 12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놀랍게도 그 12년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배우의 교체가 없다는 점이다. 성인도 아닌 아역 배우는 1년이 다르게 성장하기 마련인데, 배우의 교체가 없다는 점은 무슨 뜻일까? 그렇다. 감독과 배우들이 진짜 가족처럼 모여서 12년 동안 촬영을 했다는 뜻이다. 물론 12년 내내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6세부터 18세까지 1년마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평범하게' 담은 영화는 '비범하게' 보이고, 작가의 '미칠 듯한' 장인 정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소년의 12년은 현실의 시간과도 많이 비슷해서 영화의 엔딩은 작년 정도로 볼 수있다. 그 현실성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중문화의 모습도 현실적이다.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는 2000년대 초의 미국 팝음악의 아이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부르고, 메이슨은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일본의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드래곤볼'을 보고 있다. 또 두 남매는 성장하면서 엄마가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듣고, 더 성장해서는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발매 행사에도 참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게임기는 '닌텐도 게임보이'에서 '닌텐도 Wii'와 'X-box'로 변해가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배경음악도 연도에 비슷한 인기곡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막바지에는 너무나 유명한 'Gotye'의 노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까지도 들을 수 있다. 어른들의 모습에서는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 침공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란 미국 중산층의 몰락도 보여진다. 매년 변하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사회의 모습을 (고증이 아닌 실시간으로) 담아낸 점에서는 미국 중산층을 그려낸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느껴지고, 각본을 쓴 감독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여 각본을 각색했을 지도 궁금해 진다.

소년의 성장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가족의 변천사도 흥미롭다. 6살의 시작부터 주인공 메이슨의 부모는 이혼 상태이고 메이슨과 누나는 엄마와 살고, 아빠는 가끔 만나고 있다. 12년이 지나면서 엄마는 또 두 번 재혼하고 모두 아이 없이 이혼한다. 아빠는 뒤늦게 (메이슨이 13~14세 즈음에) 재혼하고 아이를 낳고 두 번째 결혼을 튼튼하게 유지한다. 이혼 상태로 시작한 영화는, 엄마와 아빠의 재혼을 통해 '미국식 가족'의 정형적인 단편을 보여주려 했을 수도 있겠다. 메이슨의 '첫번째 새아빠'도 '새엄마와 그녀의 가족들(조부모)'도, 혈연과 관계 없이 자녀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대하는 모습은, 우리의 정서에서는 꽤나 놀랍다. 혈연적 유대와는 관계 없이 '법적으로 모인 가족' 속에서의 결속은 꽤 단단하지만, 또 두 번을 더 이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 가족도 유동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혈연'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점에서는 꽤 성숙하지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미숙하기도한 '미국식 가족'의 모습은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자는 단순한 동물'이라고도 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성장 과정을 겪는 대부분의 소년은, 크게 어긋나지 않고 대부분 비슷하.기에 그런 말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비교해보면 다들 비슷한 '단순한 과정'이지만, 그 단순한 과정 속에서 각 소년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와 성숙의 과정은 결코 단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메이슨도 마지막에는 어엿한 청년이 되지만 아직도 세상은 낯설고 어렵다. 아마도 세상 속에서 세상과 맞서 살아가는 모든 소년들도 그럴 것이다. 남자는 성숙하지 않고 그러는 척만 할 뿐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남자는 언제나 소년이고, 모든 소년은 언제나 근본적으로 외롭다. (하지만 그 근본적 외로움과 호기심은 인류의 발전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소년기를 지나온 남자로서도, 또 소년(아들)을 키울 부모로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한 번은 볼 만한 영화가 아닐까? 별점은 4개다
2014/11/11 15:26 2014/11/11 15:26

비긴어게인(Begin Again) - 2014. 9. 28.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가? 아니면 좋은 음악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가? 따로 팔았다면 둘 다 망했을 확률을 큰 영화와 음악이 만나 상승효과를 보여준 음악영화로, 영화 자체를 아주 긴 '뮤직 비디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음반 프로듀서(기획자/제작자)와 뮤지션의 만남으로 풀어나가는 영화는 '영화적/음악적 완성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보았다. 약 10년 전, 음악 자체는 그다지 큰 소질이 없었지만 음악 감상을 좋아했던 나는 주말마다 홍대 근처 인디밴드들이 공연하는 클럽들을 꽤 많이 돌아다녔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밴드나 뮤지션도 생기고, 그러면서 그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들이 공연하는 클럽이나 레이블에 대한 상황들도 조금씩은 알게 되어갔다. 그리고 내가 좋아는 밴드들이 작은 클럽 공연을 시작으로 점점 유명해지면서 음반을 발표하고 전국구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밴드를 발굴하는 일도 참 재밌고 보람차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재능을 발굴하는 영화 속 (과거에 잘 나가던) 프로듀서 '다니엘(마크 러팔로)'의 모습은 자꾸 그 시절을 떠올렸다.

영화 포스터만 보면 프로듀서 댄과 뮤지션의 여친에서 진정한 뮤지션이 되려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러브 스토리(물론 3류)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상실'에 빠진 뮤지션과 프로듀서가 만나서 각자의 상실을 극복해 가는 훈훈한 (가족용 영화같은) 이야기니 오해는 없도록 하자.

키이라 나이틀리의 가창력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을 고려해도 아쉽다. 그녀의 미모가 아니었으면 프로듀서에게 발굴되었을 지는 역시 의문이다. 그렇다고 곡이 꽤 좋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하짐나 키이라 나이틀리와 무난한 곡이 만나서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영화의 '스토리'라는 살이 붙어서 이 음악영화를 완성한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친구나 연인과 즐길 만한 영화는 분명하다. 당연히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 좋겠다. 별점은 3.5개.
2014/11/05 19:19 2014/11/05 19:1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 2014. 7. 3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새로운 프렌차이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제는 "믿고 보는 마블 스튜디오"가 되었기에 개봉일에 심야상영으로 보았습니다. 인구가 적인 지방 도시의 영화관이라 평소에는 관객이 꽤 적은 편인데, 최근에는 '군도', '명량' 같은 국산 대작들과 더불어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개봉하면서 관객이 많네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한 다섯 영웅으로,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대는 '우주판 어벤져스'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상당히 강하다는데, '어벤져스'와의 조인트 이벤트를 염두했는지 캐릭터들의 능력은 '은하의 수호자'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상당히 약화된 느낌입니다. 그 엄청난 강함 때문에 원작에서는 '스타로드(Star Lord)'라고 불리던 주인공도, 영화 속에서는 '자칭 스타로드'가 된 점으로도 약화는 뚜렷합니다. 스타로드와 동료들의 힘은 전체적으로 약화되었지만, 그 스케일만은 '어번져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어벤져스'에 속하는 작품들이 '히어로'라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SF+판타지' 정도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여러 행성과 은하를 무대로 하는 '스타워즈'급의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급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했는데, 여러모로 '스타워즈 시리즈' 가 떠오릅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마블 스튜디오' 로고 대신 스타워즈 로고를 넣는다면, '스타워즈'의 새로운 스핀오프로 착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점은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와 '스타워즈'를 제작한 "루카스 필름(Lucas Film)"을 모두 인수한 "디즈니(Disney)"가 만들어낸 '접점'이라도 생각됩니다. 개성이 뚜렷한 행성들을 배경으로하는 '스케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도 스타워즈를 떠오르게 하는 점이 존재합니다.

나사가 빠진 듯한 유머와 동시에 주인공다운 진중함도 보여주는 '스타로드'는 다분히 '스타워즈'의 '한 솔로'를 떠오르게 합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티격태격하는 동식물인 듀오 수다쟁이 '로켓'과 우직한 '그루트'는 'C3PO'와 'R2D2'의 콤비가 연상되고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드랙스 더 디스트로이어'는 듬직한 '츄바카'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과거를 갖고 있는 '자모라'는 역시 '레아 공주'와 연결됩니다.

'어벤져스'와의 균형을 위한 '캐릭터들의 약화'만큼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결성 과정은 아쉽습니다. 이해관계로 얽혀서 급조된 팀으로 설정되었는데, 다분히 '디즈니답다'고 할 만큼, 더 넓은 연령층이 관람하도록 눈높이를 낮춘 느낌입니다. '골룸', '킹콩'에서 최근의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시저'까지 '크리쳐 전문 배우'인 '앤디 서키스'에 비교될 만한 여배우 '조 샐다나'는 행보는 놀랍습니다. '아바타 4부작'의 '네이리티'와 '스타트렉 시리즈'의 '우후라' 그리고 이제 시작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자모라'까지 'SF & 외계인/우주인 전문 여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녀가 등장하는 세 프렌차이즈 모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라는 재료에 '루카스 필름'이라는 양념을 추가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다채롭고 맛깔나는 요리'가 분명합니다. 다만 '디즈니'라는 '가장 대중적인 그릇'에 담기면서 고급 양념만 추가되지 않고, 눈높이가 낮아진 점은 약간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첫 편의 성공으로, 앞으로 이어질 이 시리즈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벤져스'와의 억지스러운 조인트 이벤트보다는 자체 시리즈로서의 확장이 더욱 기대되는 팬들도 많지 않을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13 15:16 2014/08/13 15:16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 2014. 7. 16.

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의 후속편이 '마블(Marverl) 히어로' 라인업이 빠져있는 7월을 틈타 개봉했습니다. 전작은 아주 오랜만에 갔었던 종로 '서울극장'에 보았기에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리부트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데, 꽤 성공적인 리부트로 평가받은 전작 덕분에 제작이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혹성탈출'이라는, 국내에 수입되면서 원작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이 제목을 처음 붙인 사람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제목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까지는 한국판 제목 '혹성탈출'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혹성' 이나 '탈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너무나 엉뚱할 따름입니다.
 
전작에 이어 주인공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이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중간계 시리즈의 '골룸'과 영화 "킹콩" 속 '킹콩'으로 '괴수 전문 배우' 혹은 '모션 캡쳐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보다도 '앤디 서키스, 그를 위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수 많은 유인원들이 등장하는 만큼 어떤 영화보다 그의 '모션 캡쳐'의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유인원 '시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인 만큼 풍부해진 표정과 내면 연기까지 모션 갭쳐에 관한 그의 연륜과 내공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류 수준의 문명을 이뤘던 오리지널 시리즈의 유인원들과는 다르게,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는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족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영특했던 시저와는 다르게 다른 유인원들의 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보이지는 않고, 전작으로부터 약 1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이룬 수준은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더구나 전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던 시저가 유인원 무리를 이끌고 산속으로 은둔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소수가 살아남은 인류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갈등은 시작됩니다.

인류와 평화를 지키려는 온건파 '시저'와 전쟁을 통해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코바'의 대립은 미국의 남북전쟁(Civil War)를 연상시킵니다. 더구나 시저가 그의 이름(Caesar)처럼 심복 코바에게 배신 당하는 모습은, 결국 유인원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고 '인류의 역사'를 반복하리라고 예상하게 합니다. 코바의 반란을 수습했지만, 이제 시작된 전쟁은 멈출 수 없다는 시저의 마지막 대사는 3부작의 마지막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리고, 유인원들의 지도자로 복귀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시저를 뒤로하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착한 사람 '말콤'의 모습은,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로 떠오르는 유인원과 역사의 뒤로 사라지는 인류를 대비시키는 듯하여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4/08/02 20:22 2014/08/02 20:22

끝까지 간다 - 2014. 6. 2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는 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보는 한국 영화다. 개봉은 이미 한 달 전에 했는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밀려서 이제야 보게됐다.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두 남자 배우 '이선균'과 '조진웅'을 내세운 작품이기에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기대는 했었다. 이선균의 경우, 브라운관(이제는 LCD 혹은 LED라고 해야할까?)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대박'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없었지만 흥행성과 작품성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넓혀나갔기에, 그의 첫 '단독 주연'에 가까운 이 영화가 더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미 영화 '체포왕'으로 꽤 괜찮은 '형사 연기'를 보여주었고 지금까지 비교적 견실한 이미지의 배역들을 연기하면서 '독자적인 캐릭터'가 완성되어가는 그이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 '형사 고건수'도 훌륭하게 소화한다면 현재 충무로의 '독보적인 넘버 1 액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하정우'를 잇는 액션 스타의 탄생을 완성하는 작품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선균'과 '조진웅',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지만, 포스터를 봐도 예고편을 봐도 이선균이 주연이고, 조진웅은 주연과 조연 사이의 '주조연' 혹은 '주연급 조연'으로 봐야 옳겠다. 물론 그의 연기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출연시간(분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여러 영화들에서 조연과 주조연급 위치를 오가며 연기력을 확인시킨 그였고, '끝판왕급 비리경찰'인 '박창민'을 연기하기에는 그만한 배우가 없었으리라. '양아치 기질이 넘쳐나는 민중의 지팡이'로 끼를 보여준 그의 연기에서는, 차후 그가 '최민식'의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간직한 캐릭터'를 잇는 적자가 될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비리)형사 '고건수'가 뺑소니 살인범으로 추락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쩐 장치로 그가 누명을 썼음을 대략적으로라도 짐작하게 한다. 영화 초반의 촛점은 '그의 누명'이 아니라, 피해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꽤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지만, 조명과 소품으로 시체를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런 논란을 피해간다. 그리고 장치들은 그가 쓰는 누명의 '작은 기여 요소'가 된다. 시체를 은폐하는 과정은 쫄깃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니다. 아마도 작년의 '더 테러 라이브' 이후 이렇게나 긴장감을 준 영화는 처음이겠다. 조진웅의 배역 '박창민'을 꽤나 숨길 법한 뉘앙스를 풍겼던 예고편과는 달리, 그의 정체는 빨리 드러나고 이제 두 사람 사이 갈등의 전면전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우연히 엮인 두 비리 형사/경찰의 이야기다. 영화의 발단인 교통사고부터 클라이막스를 마무리하는 일발의 총격까지, 각본을 허술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우연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우연들과 엮여진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충분히 알아챌 복선들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김성훈' 감독은 관객들이 그 허술함을 깨닳고 하품을 하기 전에,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게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와 영상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돌렸고 그 작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업 영화이지만, 대부분의 장면들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편당 1시간짜리 TV 드라마로 만든다면 충분히 10편에서 20편정도까지 끌 수도 있는 이야기를 약 2시간 정도에 훌륭하게 담아냈다. 제목처럼 끝까지 가야할(봐야할) 영화였다. 별점은 4.5개.

*개인적으로는 악인들이 가득했던 영화, '비열한 거리'가 떠올랐다. '고건수'와 '박창민' 두 사람 모두 '죄의 경중'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들이고 결국 모두 '나쁜 놈들'이다. '의리가 사라진 뒷골목(주먹) 세계'를 보여준 '비열한 거리'처럼, 이 영화 속에서도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경찰 조직'에게 정의란 없다. '민중의 지팡이'는 어느덧 '민중을 억압하는 몽둥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악당'이라고 할 만한 '박창민'의 모습에 비추면, 고건수를 비롯해 역시 비리가 만연한 강려계의 형사들은 '잡범'나 '평범한 소시민'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아이러니하다. '공무원'이며 '민중의 지팡이'이기도 한 '경찰' 조직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패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당연하고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공직 사회에 팽배한 부정부패와 국민의 불신이 느껴저 씁쓸했다.

**영화 초반의 폭발물 시연 장면에서 등장한 폭탄이 다시 중요하게 사용되리라는 점은 다들 눈치채셨으리라. 필자는, 박창민이 고건수의 집에 방문하면서 딸에게 준 선물에 그 폭탄을 숨겼고, 영화 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헛물이었다. 하지만 비극적 엔딩이었다면 폭탄이 그 선물 속에 있지 않았을까?
2014/06/27 02:20 2014/06/27 02:20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 Days of Future Past) 2014. 5. 23.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X-Men)'을 훌륭하게 스크린에 남아냈던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의 리부트를 위해 떠나고 만들어진, 3부작을 완결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X-Men : The Last Stand)'은 상업적 성공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브라이언 싱어'가 만들었던 스크린 속의 엑스맨 세계는 그가 떠나면서 무너졌다고 할 수 있죠. 엄청난 혹평의 후폭풍이었는지,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화 판권을 쥐고 있는 '21세기 폭스'도 후속편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꽤나 컸었나 봅니다. 이 시리즈가 2011년 '매튜 본' 감독에 의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X-Men : First Class)'로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 약 5년동안 울버린의 스핀오프 한 편만 제작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엑스맨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진중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휴 잭맨'의 '울버린'으로 '상업적 성공'과 '엑스팬 판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메튜 본 감독의 프리퀄 3부작을 시작하는 '퍼스트 클래스'가 좋은 평가와 함께 성공을 거두면서 엑스맨 시리즈는 새로운 생명과 추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3부작과는 전혀 다른 배우들을 기용하고 윈작 코믹스의 인물 관계를 무너뜨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3부작은 '프리퀄과 '리부트'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성공은 당연히 후속작에 대한 관심을 모았고, '메튜 본'이 하차에 이어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온다는 충격적인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미궁에 빠졌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극장판 엑스맨'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엑스맨을 떠나고 연출했던 '슈퍼맨 리턴즈', '작전명 발키리',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연이어 실패했으니 그의 역량에는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지난 미래의 나날들' 정도가 되는 독특한 재목처럼, 영화는 SF 영화의 단골 소제인 '시간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본인도 '최후의 전쟁'으로 너덜너덜해진 오리지널 3부작에 대한 회한이 컸을까요? 그 '시간 여행'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과 와 메튜 본이 새롭게 만들어낸 '퍼스트 클래스의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돌연변이들이 보여주는 초능력과 액션은 규모는 사실 엑스맨 시리즈 가운데 가장 소박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 여행을 통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영화 속 인물들의 얽힌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뿐만 아니라, 원작 3부작과 새롭게 시작된 3부작, 그리고 울버린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진행되면서 꼬인 설정의 오류들까지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환호하게 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특히 '최후의 전쟁'이라는 시리즈의 어두운 역사를 지워내는 부분에서는 환희와 더불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처절한 회한와 결자해지의 마음까지도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퍼스트 클래스의 후속작으로만 보기에는 확실히 위치가 애매합니다. 기존 3부작의 캐릭터와 배우들로 50년 후의 '미래'를 설정하고, 새로운 3부작과 연결을 시도하는 이 영화는 두 시리즈의 '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차점은 그 자체로 남지 않고, 기존 3부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이제 1편만 남은 '퍼스트 클래스 3부작'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전쟁'은 '다중 우주' 혹은 '평행 우주' 속 다른 우주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최후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21세기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는 기존 3부작의 배우와 캐릭터들로 후속편 제작이 가능해졌고, 두 3부작의 '연속성'이 생기면서 '퍼스트 클래스 3부작'이 끝난 뒤에도 기존 3부작의 캐릭터들 혹은 배우들까지 이용해서 후속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시간 여행자'로 '울버린'이 선택된 이유가 단순히 '인기'때문이 아니라, 이 3부작 교차점에 '울버린 스핀오프'까지 교차시켜서  '스핀오프에 대한 정리'도 꽤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울버린'과 '스트라이커'의 악연까지 영화 속에 담았고, 수상한 결말을 남김으로 울버린 스핀오프도 새롭게 시작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이런 점들이 관객들이 이 영화에 환호하는 이유이자,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게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 3편이 달마다 개봉했습니다. 3월의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4월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그리고 5월의 이 영화까지 마블 히어로들이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지나갔고, 현재 세 영웅의 판권을 각각 다른 영화사(각각 디즈니/마블스튜디오, 소니픽쳐스, 21세기 폭스)가 소유하고 있기에 세 영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비교 불가'의 수준 차이라고 할 정도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 시리즈 최고의 영화이자,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를 통틀어 최고'라고 할 만했습니다. 더불어 브라이언 싱어의 성공적인 복귀로 '매튜 본과 브라이언 싱어'라는 양날개를 얻은 '21세기 폭스'가 판타스틱4의 리부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디즈니/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와 선의의 대결을 펼쳐나가길 기대해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울버린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과거에 도착했듯이) 새로운 현재에서 잠을 깨고 프로페서X와 이야기하는 모습은 다분히 '일장춘몽'이라는 사자성어와 '동양의 선(禪)'이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기존 3부작과 연결을 만든 부분은 좋지만, 기존 3부작의 배우들도 나이가 꽤 있어서 십수년 뒤에는 어쨌든 '리부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배우들이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이어받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살아있는 간달프', '이안 맥켈런'과 '영원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 '패트릭 스튜어트' 두 배우는 연세가 꽤나 있어서 걱정까지 되네요.

2014/06/01 03:36 2014/06/01 03:36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 2014. 4. 25.

'마블 코믹스'가 보유한 수 많은 히어로들의 '원작자'이자 '명예회장'인 '스탠 리(Stan Lee)'의 바람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작된 '마블 코믹스' 히어로들의 영화화 열풍에서, '첫 10년'동안 가장 성공한 히어로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스파이더맨 3부작'이 가장 높은 자리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가 호흡을 맞춘 이 3부작으로, B급 영화의 대표적 감독이었던 샘 레이미는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고 '토비 맥과이어' 역시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하는 동시에 '스파이더맨'일 생각하면 떠오를수 밖에 없는 '피터 파커'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을 배제한 '스파이더맨 리부트' 소식은 수 많은 팬들에게 '혼돈과 공포'였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이야 스파이더맨3까지 이끌고 오면서 그 연출력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팬들의 뇌리에 이미 깊숙히 박힌 '토비 맥과이어=피터 파커'라는 공식 때문에 예상 가능한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더구나 새로운 시리즈의 감독으로 로맨틱 '500일의 썸머'로 막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초보 감독 '마크 웹'이 내정되고, 주인공으로는 토비 맥과이어와는 많이 다른 이미지의 '앤드류 가필드'가 선택되면서 그 혼란은 더 커졌을 법합니다. 당연히 샘 레이미 감독의 오리지널 3부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지만, '히어로 무비'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나이트 3부작'이나 '마블'이 직접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제작한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을 생각한다면, 2000년대의 '두 번째' 10년'에는 오리지널 3부작 시절보다 더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기에 단순한 비교는 '가혹한 차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리부트의 첫 번째 영화로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우려를 뛰어넘는 준수한 영화였습니다. 더구나 원작 코믹스를 충실하게 스크린에 재현하여 오랜 코믹스팬들에게는 호평을 받으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속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는 비로소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화된 개성을 갖추게 된 부분입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역시 좋았지만, 지나치게 고민이 많은 히어로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멀리 'DC 코믹스'의 '배트맨'이 아니더라도, '헐크'나 '울버린'처럼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히어로들은 마블 유니버스에도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코믹스에 충실하게 어리고 촐싹거리는 이미지의 스파이더맨이 더 개성적이고,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충분히 성공적인 리부트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의 강점은 '마크 웹' 감독이 연출을 하면서 도드라진 로맨스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액션 히어로물'이 아닌 '로맨스 히어로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구적 영화'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도 그런 특징들은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고화질 디지털 상영이 보편화 되고 화질의 선명함이 높아지면서 고의성이 있었는 지는 알수 없지만, 액션 장면 특유의 색감은 '소니 픽쳐스'와 같은 계열사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 속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악당들과의 격투 장면은 볼 만하지만, 기대 이상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로맨스 장면들에서의 연출은 역대 어느 히어로 무비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납니다. 영화 촬영 장면들이 담긴 스틸컷에서부터 예견 되었던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과 이어서 피터가 그녀의 묘지를 바라보며 계절이 바뀌는 장면은 순수 로맨스 무비에 넣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통속극의 눈물을 짜내는 '감정의 과잉'을 유도하지 않고, 그 장면과 상황 자체로 아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연출에서 '마크 웹' 감독의 탁월함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후속편이 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과 스핀오프 '시니스터 식스'에 대한 염두 때문인지, 이 영화 한 편만으로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의 짜임새가 부족한 점이나 클라이막스가 빈약한 점은 전작에 비해 아쉽습니다. 마치 '어벤져스'를 앞둔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 사람은 저 뿐이었을까요? 별점은 3.5개 입니다.

* 영화 속 대사들이나 오스코프의 스페셜 프로젝트를 보면 눈치챌 만한 떡밥도 있지만, 원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낌새는 있지만 알아 볼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과 비슷하게 엔딩 크레딧에 이어지는 쿠키 영상이 있지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곧 다가오는 5월에 극장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마크 웹'이 '소니 픽쳐스'의 '스파이더맨 리부트'로 '21세기 폭스'와의 했던 계약을 미루면서, 두 영화사의 타협점으로 그런 쿠키 영상이 실렸다고 합니다.
2014/04/29 00:34 2014/04/29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