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폴린 -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낯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그의 향기? 트램폴린의 두 번째 정규앨범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2008년에 발매되었고 뒤늦게 접했던 '트램폴린(Trampauline)' 첫 정규앨범 'Trampauline'은 탁월한 멜로디였지만, 들려주는 소리에서는 오르골이 들려주는 자장가만큼이나 심심함이 컸던 신스팝 앨범이었습니다. '트램폴린'은 싱어송라이터 '차효선'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하였지만 첫 앨범의 그런 심심함을 알아차렸는지, 현재는 앨범 작업 및 공연을 도와주는 기타리스트 '김나은'은 영입하여 '여성 듀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김나은은 'I love J.H'의 기타리스트로 앨범을 발표한 경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라는 심기일전에서 드러나듯 간이 덜된 음식처럼 심심했던 소리들은 가볍게 몸을 흔들어도 좋을 만큼 생기를 찾아 돌아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 'This is why are falling for each other'입니다. 이제부터 이 앨범의 살펴봅니다.

아침해가 떠오르게 나른함 속에서 기지개를 펴듯 앨범을 시작하는 'Little Animal'은 경쾌함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가 어쨌건) 제목이 의미하는 '작은 짐승'에서 연상되는 아기 사자의 경쾌한 사바나 탐험기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신디사이저의 소리는 밤하늘을 가득히 수 놓은 별들처럼 빛나고,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거친 노을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낮게 깔리는 차효선의 나레이션은 디즈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밤하늘에 주인공 '심바'가 만나는 아버지 '무파사'의 목소리 만큼이나 무게감을 담고 있습니다. (곡 제목과 마지막 나레이션 때문에 '라이온 킹'이 생각나고 말았습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Anthropology'는 독특하게도 '인류학'을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류에게 축복이라면 제목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Anthropology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가사를 떠나서 무대위에서 차효선이 보여주는 제자리 걸음과 어깨춤을 따라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춤이 어울립니다. 사실 트램폴린의 노래에서 가사는 '의미 전달'의 목적보다는 '운율을 만들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Bike'는 제목만 봐서는 경쾌한 질수가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연주는 왠지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트램폴린의 노래는 전곡이 영어이기에 이 곡도 왠지 분위기있게 들리지만, 사실 이 곡은 손발이 오글오글한 유혹의 노래입니다. 사실 많은 유명 팝송들이 단순 혹은 유치하거나 별 의미없는 가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언어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가요의 수 많은 사랑 노래들도 마찬가지이죠.) 장황한 제목의 'Love Me Like Nothing's Happened Before'는 맑게 개인 아침의 조깅만큼 생쾌하게 시작합니다. 앞선 'Bike'가 손발이 오글오글했다면, 이어지는 장황한 제목의 역시 너무 뻔한 수작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단어의 반복은 뻔함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절실함이 담긴 주문처럼 들립니다.

'A Rose with Thorns'는 지금까지의 트랙들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입니다. 신비로운 윈드차임의 소리나 멜로디를 따라 흐르는 신디사이저의 연주와 서정성을 더하는 기타 연주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Enya'의 노래에서나 들었을 법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가사에서 지난 사랑이 남긴 상처를 '가시 돋힌 장미'에 비유한 점은 참 신선합니다. 그리고 'Rose with Thorns'가 들어간 후렴구를 발음하는 자체가 어떤 운율을 만들어내어 묘한 중독성을 유발하네요. 약자의 의미가 궁금한 'D. B. R'은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가 한 마디씩 주고 받는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눈물을 뽑아낼 신파극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법한 가사이지만 담담하면서도 댄서블한 점은 '트램폴린' 음악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History of Love'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신디사이저의 연주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서정적이고 ('블레이드 러너'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같은 과거 SF 영화 속에서 비추는 미래들을 보는 일처럼)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복고적인 느낌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신디사이저 음악'을 이야기하는데에 빼놓을 수 없는 거장 'Vangelis'의 미래적이고 서사적인 연주들과도 닮은 점이 느껴집니다. 가사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지만, 어쩐지 꽃봉우리가 활짝 피어나는 장면을 고속재생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합니다.

'You are My Sunshine'는 신디팝이라기 보다는 IDM에 가까운 트랙입니다. 잔잔한 노래가 흐른 뒤 따르는 신디사이저 연주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신디사이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우주적인 쓸쓸함은 감정을 압도합니다. 드넓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홀로 유영하는 우주비행사의 적막함과 말로 표현할수 없는 먹먹한 기분이 바로 이런 음악이 아닐까요? ('X3'와 같은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비행을 하다가, 문득 행성도 다른 우주선도 보이지 않는 그저 머나먼 별들만이 반짝이는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먹먹함이 바로 이렇습니다.) 우주비행사와 지구에 남겨진 그의 애인 사이의, 이제 서로 닿을 수 없는 마음과도 같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마지막 곡은 'Be My Mom's Lover'로 어떤 곡보다도 공연을 통해 익숙한 곡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가사는 적당히 댄서블한 리듬을 통해, 슬픔이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 혹은 어떤 깨닳음에 닿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엄마의 애인이 되어 그리고 가족이 되어 변치 않는 사랑을 하자는 의외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애절하고 또 어찌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효선은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던 어조로요.

인디씬에서 흔하지 않은 신스팝 밴드로, 신디사이저라는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트램폴린이지만, 이 여성 듀오가 들려주는 오히려 복고적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20세기 음악들, 80년 대와 90년 대 뿐만 아니라 그전 시대를 빛낸던 장르들(팝, 뉴웨이브, 블루스 등)의 향기를 머금은 신스팝의 작은 잔치가 바로 트램폴린이 지향하는 음악이 아닐까 하네요. 제가 좋아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의 조각들이 트램폴린의 음악에서 들리고 느껴지네요. 그윽히 깊어가는 가을밤, 서늘한 가을 바람처럼 담담하지만 그리움을 머금은 트램폴린의 앨범과 함께하면 어떨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9/12 01:36 2011/09/12 01:36

라이너스의 담요 - Show Me Love

밤으로 가는 Signal Song, '라이너스의 담요' 10년만의 첫 정규앨범 'Show Me Love'.

무렵 10년 만의 첫 정규앨범, 아니 그보다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라이너스의 담요(Linus' blanker)'의 정규앨범이 드디어 발매된 것입니다. (혹자는 지구 멸망이 가까워졌기에 그 징후가 나타났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밴드 '라이너의 담요'는 2001년에  결성되어 2003년 첫 EP 'Semester'에서 들러운 상큼함으로 기대로 모았고 2005년 두 번째 EP 'Labor in Vain'로 그 기대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정규앨범은 깜깜 무소식이었고 2007~2008년 경에는 정규앨범 소식이 들렸지만 그냥 풍문이었는지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드디어 기습적인 발매를 맞이하게 되네요. (2012년이 다시 지구 멸망의 해로 떠오르는데, 역시 지구 멸망의 징조일까요?)

앨범을 들어보면 전반부에는 흥겨운 째즈의 느낌이 강한데, 그런 점을 반영하듯 앨범을 여는 첫 곡의 제목은 'Rag time'입니다. Rag tme의 의미를 찾아보면 '째즈의 한 피아노 연주 스타일'이고 '술집이나 무도회장에서 연주되는 스타일'이라고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시작부터 펍(Pub)이나 바(Bar)의 흥겨운 파티의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앨범 타이틀 'Show Me Love'는 귀여운 팝을 기대하게 했던 '라이너스의 담요'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흥겨우면서도 성숙한 느낌입니다. 흥을 돋구는데 좋은 방법인 브라스까지 등장하면서 펍의 흥겨운 파티나 50~60년 대를 배경으로한 뮤지컬의 한 장면 정도를 연상시키기에도 충분합니다.

'Gargle'은 최근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검정치마'와 함께한 곡으로 복고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다만 조휴일의 목소리는 귀여운 연진의 목소리와 대비되어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가 부르는 곡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Misty'는 고급스러운 째즈바에서 들을 법한 곡으로, 고혹적인 연진의 보컬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보컬리스트로서 욕심까지 느껴진달까요? 앨범 전반부의 복고적인 분위기는 EP 'Semester'의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던 이 밴드에게는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보컬리스트로서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주었던 '연진'을 궤적을 추척해본다면 놀랄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에도 수록된) 두 번째 EP의 타이틀 'Labor in Vain'에서는 나긋나긋한 변신이 있었고, 2006년에 발표된 두 장의 앨범에서도 그런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밴드 'BMX bandits'와 함께한 'Save Our Smiles'는 원테이크로 녹음한 느낌으로 펍에서의 공연 느낌이었고, 역시 영국에서 '버트 바카락'과 함께한 'Me & My Burt'에서도 보컬리스트로서 연진의 욕심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첫 EP의 귀여웠던 'Picnic'도 앨범의 파티 분위기에 맞게 재탄생했습니다. 귀여움은 아직 남아있지만, 에그 쉐이크나 펍의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공연 같은 현장감을 주는 추임새와 배경음 덕분에 흥겨움이 더합니다. 두 번째 EP의 수록곡이기도 한 'Labor in Vain'은 보사노바풍의 곡으로 'Misty'에 이어 보컬리스트 연진의 매력을 발산하는 곡입니다. 'Misty'에서는 우수에 찬 남성(지난 사랑이었던)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아가씨였다면, 이 곡에서는 '사랑은 헛수고'라고 외치는 도도한 도시 아가씨를 떠올리기에 충분하죠.

앨범의 전반부가 늦은 밤 펍이나 바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같은 분위기였다면 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밤을 향하는 음악, (보통 리스너들이 생각하는 혹은 생각할 만한) 더 인디밴드다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앨범 전반을 감싸고 있는 복고적이면서 아날로그적인 소리들은 2006년 발표되었던 '에레나'의 앨범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그런 동질감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이 앨범에 믹싱 엔지니어 및 사운드 수퍼바이저로 참여한 'DJ soulscape'의 존재입니다. 바로 에레나의 앨범에서는 그의 또 다른 음악적 자아인 'Espionne'로서 프로듀서 및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기 때문이죠. (여러모로 유사점이 많은 두 앨범입니다. 여성보컬이라는 점, 두 앨범다 8월에 발매되었다는 점부터 음악적 스타일과 사운드가 들려주는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감성까지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에레나의 앨범에 'Holidaymaker'라는 곡이 있는데 이 앨범에 참여한 조휴일의 영어식이름이 바로 'Holiday'이기도 합니다.)  복고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앨범 CD 및 디지팩의 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데 CD는 LP의 모습으로 프린팅이 되어있고 디지팩은 기타와 트럼펫, 피아노 그리고 마이크를 단순화해서 담고 있습니다.

후반부를 시작하는 '순간의 진실'은 잔잔한 곡이지만 재밌게도 레게 곡입니다. 흥겨울 줄만 알았던 레게가 이렇게 잔잔할 수도 있네요. 잔잔함 속에서도 코러스는 상당히 유쾌하여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백'은 고즈넉한 밤길을 걸으며 풀어내는 절절한 고백의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Music take us to the universe'는 이전까지 '라이너스의 담요'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깜짝 놀랄 만한 일렉트로니카 트랙입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려 욕심일까요? 제목부터 재밌는 '밀고 당기기'가 느껴지는 'Stop liking, start loving'은 서서히 마지막 곡을 향해는 앨범처럼, 잠을 청하는 오르골 연주 만큼이나 감미롭습니다. 마지막은 두 번째 EP에 수록되었던 'Walk'로 밝고 씩씩한 마무리를 들려줍니다.

앨범 'Show Me Love'는 적지 않은 11 트랙을 담고 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 속에 발매된 앨범이기에 너무나 짧게 느껴집니다. 다행히도 한 곡 한 곡, 맛깔나는 곡들로만 채워져있기에 기다림은 어느 정도 보상이 될 법합니다. 인디 뮤지션들도 오래 기다린 앨범인가 봅니다. 크레딧을 보면, '로로스'의 도재명이나 '페퍼톤스'의 이장원처럼 익숙한 이름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꾸준한 공연과 너무 늦지 않은 후속 앨범의 발표만이 오랜 기다림을 채워줄 특효약이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8/31 16:46 2011/08/31 16:46

한강의 기적 - 한강의 기적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한 조금은 시린 성장기 '한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이라니, '눈부신 경제 개발'이나 '새마을 운동'이 떠오르는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참으로 익숙하지만, 밴드의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낯선 이름입니다. 홍대 앞 '클럽 빵'의 공연 일정에서는 2008년 즈음부터 보아왔던 이름이었고, 공연 사진 속 밴드의 보컬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준수한 외모이기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공연을 본 적은 없었네요. 어느 즈음부터 앨범 준비 소식이 들려왔었지만, 많은 인디밴드들의 앨범이 그렇듯이 작업이 지연되면서 '기대 음반'에서 사라졌죠. 조금은 독특한 이름의 '한강의 기적'의 기적을 설명에는 '형제밴드'가 따라오곤 합니다. '한강의 기적'에 '형제'라니, 어떤 형제의 '대박 성공 신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복고'를 전달하기에는 적절한 밴드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첫 곡 '신대방 삼거리로 가는 152번'은 신나는 기타 연주와 함께 시작합니다. 3분이 채 되지않는 비교적 짧은 곡이지만 깊은 여운을 던집는 곡으로, '날 기다리진 않을까? 날 구해주진 않을까?'라고 묻는 가사는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갈 길 잃은 청춘의 현실이 전해집니다. 그런데 '내려야 할 것 닽아 다음 정거장에'는 모 CF에서 '저 지금 내려요'라고 외치던 장면과 겹쳐지면서 웃지못할 상상도 조금은 하게 되네요. 마지막  딱 10곡이 수록된 앨범이지만 대중교통과 관련된 곡들이 여러 곡 보이는데, 서울 '152번 버스'의 노선을 살펴보면 '한강대교'를 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152번을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다가 밴드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해파리'는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실로폰 연주로 시작하기에, 노골적으로 여름 시즌을 노리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사가 재밌는데 잘 음미해보면 가사 속 주인공이 사람인지 해파리인지 혼동됩니다. '울고있는 나'나 '겁많은 해파리'나 거대한 바다 앞에서는 차이가 없게 들립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흥겨운 곡이기에 시원한 해수욕장에서 이 곡이기 울려퍼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상당히 긴 제목의 '그녀가 원하는 건 연예인들이 하는 그런 종류의 키스'는 이 앨범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조금 서글픈 가사와 다르게 브라스가 참여한 연주는 상당히 낭만적(로맨틱)이고 멜로디는 편안합니다. 더불어 가사가 담고 있는 많은 청춘들이 공감할 만한 소위 '낙오자의 감수성'은 공연장에서 '남녀' 모두 함께하는 '눈물의 싱얼롱'이 펼쳐지기에 적절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목만 듣는다면 '그녀'는 '된장녀'처럼 생각되지만, 가사 속에 '그녀'도 사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그'만큼이나 외로운 존재이니까요.

묘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하는 '신촌 로터리'는 익숙하고 활기찬 신촌의 풍경 속에서 서글픈 젊음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작은 기타'와 '나 혼자 몇 마디' 역시 이 앨범을 관통하는 '서글픈 젊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 두 곡은 각각 '정직'과 '진실'을 노래하며 '자아 성찰'을 보여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반면 다른 점이라면 '작은 기타'는 서글픈 가사와는 상반되는 흥겨운 연주로 '해학'적인 면이 있다면, '나 혼자 몇 마디'는 '...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라는 가사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부끄러움'이 떠오를 만큼 시적인 면이 있습니다.

장엄한 스케일이 담겨있을 법한 제목과는 다르게 '한강의 기적'은 그리움이 물씬 느껴지는 '소년의 성장기'입니다. 꿈에서 영화 속 주인공도 되어 대사를 잊는 장면은 상상해보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 주인공의 입장으로는 서글픕니다. 잠깐 잠든 사이에도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은 아직 더 자라야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어느덧 훌쩍자라서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다른 누군가의 스무 살'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인디씬의 선배들인 '이장혁'이나 '푸른새벽'의 '스무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로켓, 글라이더, 고무동력기'와 '양화대교'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두드러진 락 넘버들입니다. '물로켓, 글라이더, 고무동력기'는 어린 시절 익숙한 소품들을 이용하여 성장기를 이어갈 법도 하지만 사실 이 앨범에서 가장 사랑에 집중한 곡입니다. '양화대교'에서 보컬 '주영찬'의 절규와 기타 리프는 왠지 코맹맹이 소리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빌리 코건'의 'Smashing Pumpkins'가 떠오르게 합니다.

마지막 곡은 '시소'입니다. 밴드 '한강의 기적'은 앨범 전반에 걸쳐 익숙한 장소나 소재들을 이용하고 있고, 슬픔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풀어나가는데 이 곡에서도 그러합니다 연주는 '펑크락'풍으로 시작되는데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었지만'의 조금 과장되고 과격한 가사는 재밌고 '펑크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합니다. 신나는 연주와는 다르고 가사는 그 한 소절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최근의 '틴에이지 로맨스'물의 한 장면처럼 세련되면서도, 이제는 '성장 드라마(만화)'의 거장라고 할 수 있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속 한 장면처럼 '여백의 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기른 '수염'과 '머리(카락)'가 나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지 그렇게 변한 두 사람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지, 궁금하네요. 고의로 중의적인 표현을 썼으려나요?

다시 언급하지만, 밴드  '한강의 기적'가 들려주는 앨범 '한강의 기적'은 '소년의 성장기'입니다. 이 성장기는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일상의 단편들과 자기고백과 '젊기에 어쩔 수 없는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란 누군가에게는 눈부신 경제 발전의 감격을 연상시킬 수도 있겠지만, 밴드 '한강의 기적'은 이 땅에 태어나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히 버티고  성장해가는 모든 소년과 청년들, 바로 이 앨범을 듣는 모두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점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포크'와 '락'이라는 서양 음악의 형태를 빌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감수성을 담아낸 앨범 '한강의 기적'은 '가장 현재의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인디적'인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내년 초에 있을 '한국대중음악상'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이름이 '올해의 신인'에 올라가있을 것이라고 슬며시 예상해봅니다. 그야말로 쉽지 않은 현실의 낭만과 재치를 담아낸 놀랄 만한 데뷔 앨범이 얼마나 될까요? 별점은 4.5개입니다.

2011/08/19 04:24 2011/08/19 04:24

네온비/캐러멜 - 다이어터 1권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절찬히 연재 중인 다이어트 만화 '다이어터'.

몇몇 다이어트 만화들이 있어왔지만 '다이어터'만큼 현실적인 만화가 또 있을까? 네오비/캐러멜 듀오의 작품은 역시 다음에서 연재되었던 '병맛의 절정'인 '셔틀맨'부터 보아왔고, 다이어터도 셔틀맨의 조연 '등맛 서찬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런 병맛의 연장선이라고 기대하고 보았지만...

만화는 '운동은 너를 속이지 않는다'는 만화 속 (이제는 어엿한 주인공인) 찬희의 말처럼 가장 현실적인 다이어트 방법인 운동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인 운동에 머물지 않고 작가들의 다이어트 경험이 녹아들어서, 단순히 운동 만이 아닌 적절한 식이 조절과 동기 부여를 통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에도 초점을 맞추어 지금까지 많은 시도만큼이나 실패했던 사람들을 배려하고, 더 나아가 결국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는 운동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뚱뚱하지만 귀여운, 독자나 독자의 누나 혹은 동생일 법한 캐릭터는 친근감을 더하고,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수지나라'는 흥미와 진중함을 적절히 배분하여 재미와 실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치 않는다. 실제로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과정을, 때에 따라 생략 및 간소화 하였지만, 일반인들에게 결국 필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보다도 실제적인 응용이기에 너그러이 봐줄 만하다.

시즌 1 총 32화의 연재분을 300페이지가 넘는 책 한권에 담았는데, 다이어터들에게는  '만화속 세상'에서 '오무라이스 잼잼'과 함께 양대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코알랄라'가 약 절반정도의 연재분을 한 권 속에 담아서 나왔던 점을 생각한다면, 감질맛을 줄였고 그 페이지 수와 분량을 생각했을 때 가격 또한 (요즘 책들 가격의 거품을 생각한다면) 역시 다이어터답게 다이어트했다고 볼 수 있다.

시즌 2가 한참 진행중인데, 작품의 완결까지 네온비/캐러멜 두 작가의 건강을 기원한다. 연재분도 빠지지 않고 보고 있지만 2권도 기대한다. 더불어 네온비 작가의 '기춘씨에게도 봄은 오는가'의 출판도 기대해본다.

* 요즘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들을 꾸준히 챙겨보고 있는데, 재미있는 작품들이 참 많다. '양영순' 작가의 대작 '덴마'와 '허영만' 작가의 대작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부터, 단행본으로도 소장하고 있는 '야미' 작가의 '코알랄라!' 등등... 많은 좋은 작품들이 단행본으로도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1/08/15 22:46 2011/08/15 22:46

메이랜드 - Mayland

달달한 감성 팝 메이랜드(Mayland)의 첫 번째 미니앨범 'Mayland'.

보통 국내 앨범들은 방송이나 공연, 동영상 등을 통해서 찾아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호기심으로 듣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음반 구매를 위해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예약판매 목록을 살펴보다가 호기심에 찾아듣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지금 소개하는 '메이랜드'가 그렇습니다. '메이랜드'의 미니앨범이 예약판매 목록에 있었는데, 배포를 담당하는 회사 '브라우니'이기에 눈이 갔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자회사로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는데, 파스텔뮤직 공식 홈페이지에는 소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유통만 해주는 앨범이었지만, 밴드 이름과 소개글에서 음악이 궁금해 지더군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소개글에서 떠오르는 '메이랜드'는 '프로젝트 그룹'의 이미지입니다. 곰돌군(건반/작곡)과 여민락(기타/작곡), 작곡 능력을 보유한 두 남성(아마도) 멤버가 여성 보컬 '비스윗'을 영입하여 만든 점은,  '이재학'과 '강현민'이 '지선'을 영입하여 결성했던 '러브홀릭'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선의 탈퇴 후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요즘에는 미니앨범이라고 많이 불리지만, EP(extended play)라고 할 수 있는 'Mayland'는 4곡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겠지만, '발단-전개-절정-결말'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Story'는 청아한 보컬로 감성적인 멜로디로 '메이랜드'를 소개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 추억이 담긴 story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유발할 만합니다. '우연한 여행의 첫사랑'은 타이틀 곡으로 제목은 궁금한 story를 압축해서 담고 있습니다. 상황과 감정을 소소하게 풀어나가는 가사는 이 곡에 인디적 감수성을 부여합니다. 절정의 순서인 '시간 참 빠르다'는 이별에서 오는 슬픔의 절정을 노래합니다. 이미 몇 장의 싱글과 솔로 앨범을 발표한 경력이 있는 '비스윗'이기에 절제된 감정 표현은 적절합니다. 하지만 그 절제를 표현하기위해 '다'로 종결어미를 사용한 점은, 이제는 '상투적'인 방법이네요. 마지막 곡은 '사막여우'로 소설'어린 왕자'가 딱 떠오르는 제목입니다. 소설 속의 사막여우처럼 길들이기 어려운 사랑을 이야기하리라 예상할 수 있고, 가사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는 채념과 회상으로 결말을 들려줍니다.

수록곡은 4곡 밖에 되지 않지만, 기대되는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불길한 예감도 듭니다. 작곡가/프로듀서와 보컬이 결성한 프로젝트 혹은 밴드들이 장수하지 못하여서 그렇나 봅니다. 세 장을 정규앨범을 발표한 '러브홀릭'을 제외하고는, 데뷔앨범으로 기대되었던 '데이라이트'의 '강연경'과 '신동우'의 조우도 한 장의 앨범으로 막을 내렸고 비스윗과 어떤 면에서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정석원(015B)'의 프로젝트 '이가희'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인디씬에서도 메이랜드와 비슷한 감성을 들려주었고, 역시 어느 정도 기대했던 '쿠즈키(Cuzky)'나 'the Breathing'도 각기 한 장의 EP 이후 소식을 알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밴드가 들려주려하는 따뜻한 봄날의 감정을 좀 더 오래 들을 수 있길 바라는 욕심입니다.

2011/08/06 15:38 2011/08/06 15:38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블루레이 vs DVD

DVD의 뒤를 이를 차세대 저장장치 전쟁에서 블루레이(Blu-ray) 진영이 HD DVD 진영에 승리를 거두면서 국내에는 이제 블루레이 타이틀만이 발매되고 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지의 제왕 확장판'이 블루레이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미 발매된 극장판의 경우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었는데 이번 확장판은 고민하다가 결국 장만하고 말았습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아직 없는데도 말이죠. 한정판이란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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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블루레이 트릴로지는 DVD 트릴로지의 12 disc를 뛰어넘는, 무려 15 disc로 발매되었습니다. 하지만 15 disc라고 하면 엄청난 용량의 블루레이가 15장이나 되는 줄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 15 disc의 구성은 '블루레이 6 disc + DVD 9 disc'의 구성입니다. 삼부작의 확장판이 DVD 확장판처럼 각각 2장의 블루레이에 담겨 있고 나머지 9장의 DVD에는 부가영상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가영상만 DVD와 비교한다면 3장이 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수록된 영상들의 목록을 보면 DVD 확장판의 부가영상 6장에 새로운 영상이 담긴 3장이 추가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루레이 확장판에서 추가된 3장의 DVD에는 'Cotas Botes 다큐멘터리'가 담겨있습니다. 이 영상은 북미에서만 발매된 '반지의 제왕 확장판 limtied edition'에만 수록되었다고 하는데, 블루레이 확장판이 나오면서 다시 수록되었다네요. 결국 국내에서 limited edition이 수입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고 봐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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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블루레이'의 묵직한 케이스입니다. DVD 확장판처럼 오래된 책같은 외형을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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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바로 '확장판 트릴로지 DVD'입니다. DVD의 경우 확장판이 각각 본 영화가 개봉한지 1년지 지나 순차적으로 발매되었고 '왕의 귀환' 확장판이 나오면서 세 확장판을 수납할 수 있는 아웃케이스가 함께 발매되었었죠. DVD 확장판도 오래된 책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각각 다른 색의 케이스에 담겨있어서 더 인상적이죠. 자세히 보면 블루레이 케이스와 DVD 케이스의 폰트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VD 확장판은 한때 국내 최고의  DVD 제작사였던 (지금의 역사의 뒤로 사라진) '스펙트럼 DVD'를 통해 발매되었죠. 스펙트럼 DVD의 제품들에 뛰어난 패키지들이 많았지만, 반지의 제왕 확장판이 영화 자체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면에서도 국내 DVD 패지키 가운데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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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웃케이스 자체가 그런 무늬지만, 이제 구입한지 약 10년 가까이 되는 케이스라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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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원정대'의 개봉 후 3년 동안 꾸준히 모은 "collector's DVD gift set"에 포함된 석상들입니다. '반지 원정대'에서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아라고나스 석상'이, '두개의 탑'에서는 영화의 중심에 등장하는 '골룸'이, 그리고 '왕의 귀환'에서는 멋진 위용을 보여주었던 '미나스 티리스'가 각각 석상으로 제작되어 국내에 한정 수량 수입되었습니다.

각 gift set에서는 확장판 블루레이에서 볼 수 없는 bonus DVD가 포함되어 가치를 높여줍니다. 1편에는 '반지의 제왕으로의 초대'라는 다큐멘터리 DVD가, 2편에서는 '골룸 DVD'가, 그리고 3편에서는 '심포니 DVD'가 수록되었습니다. 다만 '지의 제왕으로의 초대' DVD는 초기에 심의 문제로 석상에 포함되지 못했었고, 별도로 발매되었다가, 2편의 확장판이 발매되면서 초도 한정으로 증정되었었죠. 저는 3년 동안 초판으로 꾸준히 모아서 모두 모을 수 있었네요.

당연히 영화 본편의 화질은 DVD가 블루레이를 따라갈 수 없겠죠. 플레이스테이션 2를 이용해 52인지 LCD TV를 통해 DVD 확장판을 감상했을 때 확실히 화질이 아쉽더군요. 하지만 패키지나 gift set을 보았을 때 소장가치는 DVD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3년 동안 겨울마다 모았던 추억들을, 한 번에 발매된 블루레이 패키지가 따라갈 수는 없죠.

요즘 블루레이 ODD가 10만원대로 저렴해졌던데, 조만간 PC에 장착해서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야 겠습니다.
2011/08/02 15:23 2011/08/02 15:23

노리플라이(No Reply) - [ , ] comma

'노리플라이(No Reply)'의 잠시 쉼, '[ , ] comma'

수많은 여신들이 지배하는 인디씬에서, 남성 듀오 '노리플라이'는  2009년과 2010년에 발표한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들려준 '외유내강'의 음악으로 여심을 사로잡아왔습니다. 2009년 데뷔앨범 발표 이전부터 지금까지 각종 컴필레이션 앨범과 여러 페스티벌 참여, 수차례의 단독 공연으로 쉼없이 달려온 두 사람이 잠시 '쉼표(comma)'를 찍는 미니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두 멤버 가운데 외모와는 다르게 동생인 '정욱재'의, 대한민국 남자로면 피할 수 없는, '군입대' 때문이죠. 이제 시작될 약 2년의 이별, 그리고 시간 동안의 아쉬움을 달랠 미니앨범의 제목은 '쉼표'를 의미하는 'comma'입니다.

앨범 제목과도 같은 첫곡 'comma'는 보사노바풍의 곡입니다. 이전까지의 곡들는 많이 다른 스타일이라고 할 수있는데, 원래 나른한 느낌이 강했던 보컬 '권순관'의 목소리는 이제야 물을 만난듯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에 발표한 어떤 곡들보다도 자연스럽게 곡에 녹아드네요. 노리플라이로서의 활동 정지 후 권순관만의 솔로활동을 위한 밑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바라만 봐도 좋은데'는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되었던 곡으로, 역시 이전 곡들('고백하는 날'같은)을 생각한다면 '노리플라이'답지 않게도 상당히 노골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다시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합니다. '낡은 배낭을 메고'는 2009년 싱글 '끝나지 않은 노래'에 함께 수록되었던 곡으로 제목 그대로 소박한 여행의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보통 진중한 분위기 위주인 두 정규앨범 수록곡들과는 다르게 가볍고 흥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이고, 역시 앞선 두 트랙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이 앨범의 '소품집같은 느낌'에 일조합니다.

'널 지울 수는 없는지'는 두 번째 앨범 'Dream'의 수록곡 'Gooden Age'와 여러모로 비슷한 곡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유약한 느낌의 보컬이 잔잔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점이 그렇고, 피아노 연주가 합류하여 맑은 느낌을 더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이러지는 마지막 곡 '미안해' 역시 잔잔한 분위기로, 여행과 이별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음악 활동이라는 여행과 그 속에 느낀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팬들에게 이별의 미안함을 전하는 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주중에 혼선된 라디오 방송 같은 잡음이 들리는데 '노리플라이'의 곡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기에 어느덧 마지막 곡에 찾아온 '이별'의 이미지는 선명해집니다. (어떤 곡들이 스쳐가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소소하겠습니다.)

앨범 자켓의 해가 떨어져가는 오후 하늘에 날아가는 비누 방울에서도 '쉼'과 여유가 느껴지네요. 더불어 하늘로 날아가는 비누 방울을, 잡아도 거품으로 사라지기에, 잡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전해집니다. 그럼에서도 세련된 '안녕'이라는 인사는 노리플라이답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약 2년의 공백후 돌아오겠지만, 그들이 활동할 인디씬의 기반이 점점 약해지는 상황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쉼표인 comma가 될지, 아니면 영원한 coma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2011/07/30 23:42 2011/07/30 23:42

김지수 - Kim Ji Soo 1st Mini Album

슈퍼스타K 2로 주목받은 '김지수'의 대담하지만 현명한 행보의 시작.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된다'는 속담(?)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편견을 깨고, '슈퍼스타K'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결과 이상으로 과정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과정이 빛났기에 (1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에서) 최종 우승자 뿐만 아니라 탈락자들도 주목을 받았구요. 최종 우승자 발표 후 출연자들의 행보도 대중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소개하는 '김지수'도 최종 경연까지 살아남지는 못한 '탈락자'이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과는 다르게 소위 말하는 메이저 기획사가 아닌 인디레이블과 계약을 했기에  그 과정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 인디레이블 '파스텔뮤직'과 계약한 점은 어쩌면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싱어송라이터를 지행한 그였기에 인디씬에서 수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제작해온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여러면에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메이저 기획사들과는 달리 뮤지션에게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임에도 고작 1990년 출생인 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발전할 여유를 갖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겠습니다. 더불어 시즌 1의 경연과정에서 언론과 대중이 보여준 엄청난 관심과 다르게 정작 가요계에 정식 데뷔 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진 점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하여 좀 더 자신만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서브레이블인 '쇼파르뮤직'이 발표하는 첫 앨범인 김지수의 미니앨범은 '슈퍼스타K 2'의 종영 후 김지수를 기다린 팬들에 대한 선물이자, 뮤지션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글오글한 제목의 첫곡 '명품노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능글맞은 그를 만날 수 있고, 이어지는 '너무 그리워'에서는 진솔한 가사에 맞게 '뽕끼'가 담긴 노래를 들려줍니다. 'Friday'에서는 좀 더 차분하고 진중한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디지털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리메이크 곡 'Chocolate Drive'에서는 젊음의 진취적인 기상을 전달하여 보컬리스트로서 김지수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인임에도 상당히 '맛깔나게' 부른다고 할까요?

'금방 사랑에 빠지다'는 향후 김지수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하는, 이 미니앨범의 유일한 자작곡입니다. 너무나 솔직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고 찬사를 보내는 가사는 조금은 유치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한 가사는 어떤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젊음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트랙인 '수수께끼'는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인 '요조'와 함께하는 듀엣곡입니다. 아쉽게도 김지수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조는 비교적 자신의 페이스를 보여주지만, 김지수의 보컬은 곡에 맞춰가는 모습으로 내공의 차이가 좀 느껴진다고 할까요?

두 번의 경연 과정에서 엄청난 관심을 보여준 '슈퍼스타K'였지만, 경연 후의 관심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우승자였던 '서인국'과 '허각'의 현위치를 생각한다면 '프로의 냉정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할까요. 사실 끼있고 실력있는 젊은 재능들은 대부분 여러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혹은 각종 가요제 및 인디씬을 통해 데뷔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슈퍼스타K는 그런 기존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비유하자면 슈퍼스타K는 고작 한 지역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진짜 수능은 경연이 끝난 후 데뷔를 통해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한 김지수는 그의 재능과 젊음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좀 더 탄탄한 음악적 바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구요. 이제 진정한 시작일 뿐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그의 행보를 지켜봅시다.

2011/07/19 22:57 2011/07/19 22:57

타루 - 100 Percent Reality

타루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자, '진정한 그녀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100 Percent Reality'.

싱어송라이터이거나, 2인 이상인 밴드일 경우 밴드 내에서 작사/작곡을 모두 자급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뮤지션들이 절대다수인 인디씬의 전통에 비추어볼 때 뮤지션 '타루'의 솔로 활동은 독특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스텔뮤직'에서 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된 '더 멜로디'의 멤버로서는 뛰어난 가창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외에 작사/작곡에서의 활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으로서도 '타루'의 솔로 활동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한 것처럼, 아직 '원석'이라고 할 수 있던 그녀에게서 무리하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끄집어내어기 보다는, 솔로 활동과 그녀의 능력을 발현한 여유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바로 대중가요 제작 시스템처럼 그녀의 보컬로서의 능력을 빛나게 할 수있는, '재능있는 프로듀서'와의 작업이 그것입니다. 인디씬에서는 흔하지 않은 시도로, 타루가 '인디씬의 첫 아이돌'로 기록될 지도 모르는 사건이었고, 그 첫 결과물은 바로 EP 'R.A.I.N.B.O.W'입니다. 파스텔뮤직의 차세대 일렉트로니카 유망주 'Sentimental Scenery'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타루의 첫 EP는 그녀의 발랄함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그녀를 '인디씬의 요정'으로 거듭나게 하기에 충분했죠. '더 멜로디'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멋진 '음색을 내는 악기'에 가까웠다면, 비로소 타루로서의 매력을 뽑내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정규앨범에서도 파스텔뮤직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첫 정규앨범 역시 걸출한 프로듀서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펼쳐냈는데, 새로운 조력자는 바로 EP에서 'Yesterday'를 그녀에게 선사하였던 일본의 'Swinging Popsicle'였습니다. 그리고 Swinging Popsicle의 기존 곡들과 타루를 위한 새로운 곡들이 타루를 통해 재해석된 소리가 그녀의 첫 정규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사에 참여하면서 '원석'의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았죠.

싱어송라이터로서 '진정한 데뷔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100 Percent Reality'는 '여기서 끝내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개의 트랙 가운데, '여기서 끝내자'의 4가지 버전에 '여기서 끝내자'의 선율를 차용한 앨범의 intro를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5 트랙이 '여기서 끝내자'이기 때문이고, 이 앨범의 시발점은 바로 (끝내자는 제목만 생각한다면 아이러니 하게도) '여기서 끝내자'이기 때문입니다. 1집 활동 당시부터 그녀는 공연을 통해 자작곡을 들려주었고, 자작곡이 수록된 어쿠스틱 앨범에 대한 가능성를 비춰왔습니다. 그 자작곡이 바로 그녀의 두 장의 앨범과는 다른 감수성으로, 좀 더 어둡고 '역시 인디적'이며 더불어 '파스텔뮤직'답다고 할 수 있는 '여기서 끝내자'였고, 팬들의 환호는 당연했습니다.

2009년 8월 1집 'TARU'의 발표 후 약 22개월이 지난 2011년 6월 '100 Percent Reality'가 발표되었습니다. 제목처럼 100% 그녀의 자작곡들로 채워진, 또 제목처럼 좀 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여기서 끝내자'로 시작해서 '여기서 끝내자'로 끝나는, '여기서 끝내자'를 위한 앨범이라도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D 케이스에 담겨진 부클릿의 크레딧을 읽어본다면, 수록곡들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합니다. 크레딧의 'Produced by'에는 이 앨범의 주인공 타루와 더불어 익숙한 이름들인 '에피톤 프로젝트'와 'Sentimental Scenery'가 보입니다. 그리고 'Directed by'라는 익숙하지 않은 항목이 다음 줄에 위치하는데, 역시 낯설 수 있는 두 이름(이 글을 쓰는 저에게는 아니지만)이 보입니다. 바로 '정은수'와 '황보라'로, 본명은 낯설겠지만, 각각 'Misty Blue'와 '어른아이'의 여성 보컬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많을 법합니다. 타루와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파스텔뮤직표 음악'을 대표할 만한 이름들이 이 앨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표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습니다.

앨범의 인트로이자, '여기서 끝내자'의 선율을 차용한 'Moment in Love'는 현악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 껏 분위기를 살린 트랙입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OST에 수록된 연주곡 '冷静と情熱のあいだ(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애틋함을 담고 있고, 펼쳐질 이야기들을 맛보기처럼 들려줍니다. 공동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 앨범에서 '여기서 끝내자'에만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트랙도 역시 그의 작품이 아닐까 하네요.

'지금이 아니면'은 '여기서 끝내자'와 가사로는 반대의 상황이지만, 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고 타이틀 곡 수준의 인기를 모을 만한 트랙입니다. 물론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절정에서 심금을 울릴 만한 타루의 보컬과 첼로 연주의 조화입니다. 하지만 곡의 시작부터 배경을 지지해주는 기타 연주에서는 '어른아이'의 숨결을 발견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이어지는 'Love Me'는 디렉터로 참여한 두 여성 뮤지션의 색채 사이에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쓸쓸한 연주는 '어른아이'를 닮아있고 소소한 가사는 'Misty Blue'의 어느 곡일 법도 합니다.

무려 네 가지 버전으로 수록된 '여기서 끝내자'는 당연히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짙은'의 '성용욱'과 함께한  Duet version이나 Solo version에서 피아노 반주위로 흐르는 타루의 탁월한 보컬과 그녀가 직접 쓴 애절한 가사는 단 번에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이 곡의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도 자신의 앨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던 오케스트레이션은 이 곡에서도 소리를 풍성하며, 절정에는 '듣는 즐거움의 희열'까지도 선사합니다. 듀엣으로서 성용욱의 목소리는 개성을 표출하기 보다는 타루의 목소리를 알맞게 보좌해 줍니다. Band version은 아마도 팬들이 실제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소리에 가까운 버전이리라 생각됩니다.

'아이스크림가게, 팬시보이'는 의외로 말랑말랑한 곡에서도 재능을 보이는 프로듀서 'Sentimnetal Scenery'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 새침하고 발랄한 보컬과 가사는 타루가 좋아하고 리메이크까지 하였던 'Misty Blue'의 '날씨맑음'을 닮아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슈'는 약간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역설적으로 Misty Blue의 '동경 센티멘탈 클럽'같은 곡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슈'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타루의 관심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타루, Sentimental Scenery, 정은수, 황보라 모두 추모앨범 '그대 없는 그대 곁에'에 참여했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독백적이면서 기도적인 화법은 역시 Misty Blue의 'Lullaby for Christmas'와의 접점이 들립니다.

뒤따라오는 두 버전의 '여기서 끝내자'를 제외한다면 '내 사람'은 실질적으로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목부터 직설적이지만 아름다운데, 몽환적이면서도 목가적인 보컬과 연주는 전반적으로 갈등과 고민으로 가득찬 이 앨범의 긴장을 이완시킵니다. 너무나 행복한 기운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른아이'의 두 번째 앨범 어딘가에 배치되어도 잘 어울렸을 법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100 Percent Reality'는 타루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발자국을 찍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파스텔뮤직에게는 타루라는 씨앗의 싹을 키우는 자양분으로서 수년간 레이블이 쌓아온 시스템과 노하우를 시험하는 첫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디 뮤지션으로서는 드물게 독특한 과정을 거쳐 두 번째 정규앨범까지 발매하게 된 타루의 행보는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지 못했을 과정이었구요. 이제 싱어송라이터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그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7/09 02:21 2011/07/09 02:21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2011. 6. 24.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맞아서 보게된 영화. 법정물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본 영화.

주인공 '할러'는 대를 이어 범죄자들의 편에서는 변호하는, 그의 운전기사 말처럼 'street lawyer', 우리말로 '양아치 변호사'로,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합법적인 방법도 서슴치 않는다. 그런 변호사가 호적수의 의뢰인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이다.

영어 제목은 'the Lincoln Lawyer'로 우리말 제목이 정확한 해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당히) 성공한 변호사'를 의미하는 제목이 아닐까 한다. 할러는 양아치 변호사이지만 무고한 의뢰인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양심 정도는 갖고 있는 사람으로 그 양심의 문제가 이 영화의 중심이다. 양아치 변호사의 약점을 노리고 찾아온 독한 의뢰인 '루이스 룰레'와의 두뇌 싸움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한 사건 속에 다른 사건을 연관시키는 액자식 구성과 변호인으로서의 의무를 교묘히 이용한 두뇌 싸움은 영화를 매우 흥미롭게 한다. 더불어 적당한 연기와 감정의 호소에 이성적 판단을 못하고 흔들리기 위한 미국식 배심원 제도를 적당히 비꼬는 점도 재미있다. 그리고 그 배심원 제도가 갖을 수 있는 편견에는 인종문제와 빈부격차 문제를 바탕으로 미국 법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두뇌 싸움으로 마지막 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고, 양아치 변호사 답게도 적절한 시기에 몽둥이(?)를 사용할 줄 아는 위트는 법이 할 수 없는 '정의 구현'을 대신하여 통쾌함을 선사한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 보이는 LA의 전경이다. 양아치 변호사와 그와 단골인 폭주족들이 달리는 거리의 전경은 역시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게임 'GTA : San Andreas' 속의 거리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게다가 영화 속에 흐르는 힙합음악은 갱스터물을 떠오르 게하고, 화면 분할 기법을 이용한 오프닝은 GTA의 인트로를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GTA와 적절히 결합한 범죄 스릴러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만 아쉬운 점은 할러의 여동생과 결정적 증인이 만나게 되는 점이 때마침 너무나 '우연적'이라는 점이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제법 잘 짜여진 찰진 법정 스릴러가 아닐까 한다. 별점은 4.5개
2011/07/03 02:14 2011/07/0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