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Lanz - Romantic, the Ultimate Narada Collectio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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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David Lanz

album : Romantic, the Ultimate Narada Collection

disc : 2CD

year : 2002


North America(USA & Canada)의 Newage artist 가운데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20년이 넘는 경력으로 New Age계의 거물급 artist라고 할 수 있는 'David Lanz'의 best album 'Romantic : the Ultimate Narada Collection'.

우리나라나 일본의 Newage artist,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이루마'나 'Yuki Kuramoto', 'Isao Sasaki' 등은 내적 감성과 서정성에 바탕을 둔 연주를 들려주는데에 반해 North America의 New Age artist, 'David Lanz'나 'Steve Barakatt', 'Brian Crain' 등은 그들은 지역문화적 특성(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에 따라 대자연에 대한 동경과 낭만이 담겨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런 차이는 악기 구성에서도 드러나는데, 한국과 일본의 경우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조금씩 현악 정도를 첨가하는데에 반해, North America의 경우 피아노 뿐만 아니라 synth나 guitar, drum 등이 참여하여 다채로운 시도들을 들을 수 있다. 2002년에 발매된 본작 'Romantic : the Ultimate Narada Collection'은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지만 20년이 넘는 David Lanz의 Discography에서 제목 그대로 'Ultimate'하 추려진 27곡을 소개하고 있다. 추후 소개할 그의 'Finding Paradise'와 Brian Crain의 album들과 더불어 아직은 너무나 먼 땅인 North America 대자연의 낭만(romance)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는 안내서라고 하겠다.   'Narada'는 David Lanz가 소속된 label로 그의 성공에 힘입어 North America의 Newage 계열 label 가운데서 대표 label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먼 artist처럼 느껴지겠지만 이 album에 수록된 'Masque of Togaebi'는 우리나라의 '도깨비 설화'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쓴 곡이라고 한다.

2012/10/07 13:27 2012/10/07 13:27

Enya - Only Time : the Collectio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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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Enya

album : Only Time : the Collection

disc : 4CD

year : 2002

이제는 'New Age의 여왕'인 동시에 '우려먹기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Enya'의 2002년 발매된 세 번째 best album 'Only Time : the Collection'.

이미 1997년에 'The best of Enya : Paint the Sky with Stars'가 발매되었고 이듬해인 1998년에 the best of Enya의 'extended edition'이라고 할 수 있는 'A Box of Dreams'가 발매되었다. Only Time에서는 무엇보다도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의 'May it be'가 정식 수록되었고 앨범 'a Day without Rain'도 포함되어 무려 4CD라는 방대한 volume으로 Enya의 모든 discography를 집대성하여 발매되었다. 더구나 고급스러운 velvet case로 소장욕구를 자극하여서,  당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었던 나는 수입반을(물론 2011년 현재까지도 국내에 licence되지 않았다) 7만원 정도에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첫 번째 best album은 고등학생 시절 발매 즉시 구입했고, 두 번째 best album도 수입반(역시 아직까지도 licence되지 않음)으로 소장한 상태였다. 2009년에는 'the very best of Enya'로 네 번째 best album이 발매되었으니, 가히 '우려먹기의 여왕'에 어울리는 처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50 track을 수록한 4CD와 고급스러운 case로collection의 본분에 충실하고, Enya가 들려주는 음악들 특유의 환상적이고 풍부한 깊이의 sound는 적당히 구색을 갖춘 PC-fi에서도 숨겨진 매력을 발산하며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2012/10/05 11:38 2012/10/05 11:38

비스윗(BeSweet) - Bitter Sweet

새로운 소속사와 함께하는 새로운 시작, 여성 싱어송라이터 '비스윗(BeSweet)'의 첫 EP 'Bitter Sweet'.

옛 노래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참신 했던 '메이랜드(Mayland)'의 노래를 다시 듣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객원보컬 '비스윗(BeSweet)'은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그녀의 첫 EP를 발표했습니다. '메이랜드'를 통해 알게된 '비스윗'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파스텔뮤직에서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파스텔뮤직에서도 같은 생각이었나봅니다.

과거 인터넷 개인 방송이 한창이던 시절에 여성 DJ의 목소리가 생각나는 그녀의 음성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인디씬에서는 남성 보컬들처럼 여성 보컬들도 담백하게 부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되는 듯하고 실제로도 그런 보컬들이 인기가 많은데, 비스윗읜 경우에는 비음이 섞여있는 느낌이고 약간의 바이브레이션까지 있어서 '담백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어조와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들이 그녀에게서는 목소리 자체에서도 느껴집니다. '간드러지게' 들릴 수도 있는 점들이 그녀에게는 어떤'간절함'으로 들립니다.

그녀의 특별한 음성에서오는 감정의 전달은 그녀의 첫 EP 'Bitter Sweet'의 첫 곡 '슬프다는 말'에서부터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보통 노래들처럼 두 절과 반복되는 후렴구로 되어있는 이 노래에서, 각 절에 해당하는 가사들에 운율을 넣어 읊조리는 그녀의 음성은 슬픈 멜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대사처럼 들립니다. 고심 끝 이별을 고하는 투명한 슬픔의 음성은, 슬프다는 말을 쏟아내는 수 많은 노래들 사이에서 그녀의 노래를 특별하게 합니다.

조금은시니컬한 어조로 부르는 '오빠가'는 첫곡을 생각한다면 반전같은 곡입니다. 오빠의 뻔한 변명는 어쩐지 주머니가 가벼운 '복학생'이 떠오르고 그런 핑계를 알고도 속아주는 여자친구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가는 '새내기 여대생'이 떠오르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보통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 연애의 끝에 씁쓸해집니다. 연애 시절에도 핑계를 그 끝에도 핑계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오빠의 입장에 씁쓸하고, 알고도 속아주는 여자친구의 사정에 또 씁쓸합니다.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허밍은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감정이 실려서,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너의 곁에'에 뒤에 듣게 될 '잘못'과 더불어 그녀의 첫 정규앨범 'Lost of Spring'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원곡은 조금은 빠른 템포와 신디사이저로 팝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EP에 다시 수록되면서 템포를 늦추고 피아노 반주만 사용하여 그녀의 음성과 감정 표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눈의 하얀색과 핏빛의 붉은색이 명확한 대조를 이루는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제목처럼 '달콤 씁쓸한'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지만 '이미 없는데'는 제목과는 다르게 연주가 상당히 경쾌합니다. 그 유치한 첫사랑에 대한 생각에 달콤(sweet)하지만, 이제는 늦었기에 씁쓸(bitter)합니다. '잘못'은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이제는 '인디씬의 메이저'라고 할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실력(?)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비스윗의 1집이나 파스텔뮤직의 과거 음반들과 비교했을 때, 이 EP를 비롯하여 최근에 발매된 '에피톤 프로젝트'나 'Sentimental Scenery' 음반에서는 메이저 시장의 음반들과 비교할 만큼 향상된 레코딩과 믹싱이 들립니다.

'이미 없는데'의 어쿠스틱 버전이 보너스 트랙이라고 본다면,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 '달빛아래'는 틴로맨스 소설처럼 밝고 경쾌합니다. 제목을 '두근두근'이나 '나만의 선물'이라고 했어도 잘 어울렸을 법합니다. 달콤 씁쓸한 사랑이지만 희망을 놓치지말라는 메시지일까요?  비스윗처럼 달콤 씁쓸한 노래들이 많았던 파스텔뮤직 초기의 밴드 '미스티 블루'가 떠오르는데, 이 곡 '달빛아래'는 그래서 '날씨 맑음'이 떠오르게 합니다. 수 많은 여성 뮤지션들이 소속되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여성 뮤지션이 줄고 '에피톤 프로젝트', 'Sentimetal Scenery', '짙은' 등 남성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는 파스텔뮤직이었는데, 비스윗같이 달콤한 팝락을 들려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을 소개했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다만 그녀에게 아쉬운 점은 비음의 영향인지(아니면 혹시나 사투리의 영향인지) 발음이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혹시나 메이랜드처럼 이 EP가 단발성 이벤트가 될 지,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찾아올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을 통해, 앨범 자켓에서 보이는 육각기둥 원석(석영?)에서 더욱 다듬어진 보석이 되어 찾아오길 기대합니다.

2012/10/04 03:46 2012/10/04 03:46

유류세와 주류세에 관한 불편한 추측들(혹은 진실들)

1.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 모토로 기억한다. 이 모토에 따라 친환경을 강조하는 전기자동차 개발에 대한 뉴스도 나오고 대통령이 직접 시승하던 모습도 기억이 나는데, 집권 말기가 된 현재에 이 전기차에 대한 성과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야심차게 내놓은 국산 전기차는 거의 팔리지 않고, 외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더 뛰어난 성능으로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기사가 들린다.

전기차가 보급되지 않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휘발유차에 비해 비싼 차 가격과 길지 않은 베터리 수명 및 교체 비용 부담이라는 장애가 있겠지만, 또 다른 큰 이유로는 전기차 이용을 위한 국가의 지원과 기반 시설의 부족이 아닐까 한다. 고가의 전기차를 구입할 때 정부의 제정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과 전기차 충전 시설 확충이 미흡하다는 점은 정부가 '사실은' 전기차 이용 증가를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불편한 추측(혹은 진실)이 떠오른다. 바로 전기차 운전자는 부담하지 않는 유류세와 관련된 불편한 추측(혹은 진실)이다.

석유 연료(휘발유와 경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여러가지 각종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차를 구입할 때 내는 수백만원의 세금 뿐만 아니라, 매년 차량 유지를 위해 내는 자동차세와 자동차 보험에 따라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세금 등 여러가지가 있고, 전기차가 보급을 위해서는 이런 세금 혜택을 늘려야하는데 세수 증대를 위하는 정부에게는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운전자가 부담하는 세금 가운데 가장 큰 세수는 바로 주류세가 아닐까 한다. 개인 운전자들은 보통 주류비의 50%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더구나 이 세금은 조세 저항이 적어서 손쉽게 걷을 수 있는 '손 안대고 코 풀수 있는' 세금으로 세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데도 정부가 똥배짱으로 이 세금을 줄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니 전기차가 많이 보급될 수록 이 유류세가 줄어들기에 전기차 보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아니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점점 따기 쉬워지는 '운전 면허증'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도 있다. 부동산의 가치가 폭락하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세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정부는 이 세금 감소분을 자동차 관련 세금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세수를 늘리려면 자동차가 늘어야되고, 자동차가 늘어야 자동차 관련 세금 및 유류세 수입이 늘어날 테니까. 물론 정유사들의 로비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쉬워진 면허 취득에 따라 어처구니 없는 교통 사고가 증가 추세인데도 운전 면허 시험을 오히려 쉽게 한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운전자로서 뿐만 아니라,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을 위해서는 주류세의 대폭 감소를 주장한다. 정부가 주류세에 의존하는 한,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은 머나먼 일로만 보인다.

2.

각종 흉악 범죄들이 날로 늘어가는 요즘,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그랬다.'이다. 왜나하면 술 때문이면 처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왜 '술'이 연관되면 죄의 무게는 가벼워질까? 사회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술'을 권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 때문일까? 아니면, 유류세와 마찬가지로 주류에 붙는 주류세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지는 않았을까하는 추측(혹은 진실)이 떠오른다.

음주 후 범죄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대폭 강화되면 당연히 '술을 권하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돌아설 것이고, 주류의 소비는 줄어들 것이다. 유류세와 마찬가지로 주류세도 조세저항이 낮은 세금으로 정부로서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세금이다. 그렇기에 이 주류세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달콤할 것이다. 비단 술 뿐만 아니라, 한때 '흡연하면 애국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각종 세금이 붙는 담배도 마찬가지다. 과음은 자신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를 유발하여 타인에게도 위험을 초래한다. 담배도 직집 흡연 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의 위험성도 잘 알려져있다. 오히려 마약보다 위험할 수도 있는 술과 담배에 정부가 너그러운 데에는, 그런 세금에 대한 사정을 빼놓을 수 없겠다.

다행히 음주 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예정이라고 하니, 얼마나 높아질 지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3.

그렇다면 이제 유류세와 주류세가 연관되어있는 '음주 운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살인미수와도 같은 '음주운전', 점점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 특히 '생계형 음주 운전'이라는 말도 안되는 구실을 만들어가면서 국경일마다 사면 되는 경우가 많다. 유류세와 주류세, 이 두 세금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을까?

술을 마시며, 도로를 달린다. 즉, 술을 소비하고 기름(석유)를 소비한다. 세금의 측면에서 보자면, 즉, 주류세도 내고 유류세도 된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니, 어찌 애국자가 아닌가? 그리고 음주운전이나 이와 관련된 범죄로 처벌 받더라도 '애국자라서' 쉽게 용서가 된다면 다시 차를 사고(자동차 소비세 및 자동차세) 운전을 하고(유류세) 술을 마실 테니(주류세), 언제나 세수가 부족한 정부로서는 어찌 아니 반가울까?
2012/09/27 18:05 2012/09/27 18:05

에쿠니 가오리 - 나의 작은 새

우리말로 출판될 때마다 한 권씩 사두고 읽지 못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아주 오래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가 출판사를 바꾸어 다시 출간된 '나의 작은 새'다. 출판사 뿐만 아니라 역자도 바뀌고 양장으로 나오면서 삽화도 추가되었다. 그 삽화를 그린 사람은 바로 '권신아' 작가이다.

1999년도에 우리나라에 한 번 출간 되었던 작품이니 '에쿠니 가오리'의 초기 작품이 아닐까 하는데, 그녀의 다른 장편 소설들과는 다른 '어떤 간결함'이 느껴진다. '나'와 그의 집에 찾아온 '하얀 작은 새'와 나의 '여자 친구'가 그려내는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문체 뿐만 아니라 감정의 흐름에서도 그렇게 느껴진다.

주인공과 작은 새의 관계에서는 오래전에 읽었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와 사막 여우가 이야기했던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어린 왕자' 속 길들임과는 조금 다르지만, 서로를 조금씩 질투하는 모습은 이야기 속 '나'와 '작은 새'가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길지 않은 분량으로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중편이나 단편에 가깝니다. 적은 분량을 편집의 힘(?)과 삽화와 양장 커버로 적당한 두께감을 주고 있다는 점은 좀 아쉽니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임은 틀림없다.
2012/09/25 17:23 2012/09/25 17:23

Epitone Project (에피톤 프로젝트) -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의 두 번 째 정규앨범 '낯선도시에서의 하루'.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이제는 파스텔뮤직의 대표 아티스트이라고 할 만한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가 두 버째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스텔뮤직과 계약 이후, 2009년 기존 발표곡들을 모은 스페셜 앨범 '긴 여행의 시작', 2010년 첫 정규앨범 '유실물 보관소'를 발표했고, 2011년에는 'Lucia(심규선)'과 함께 'Lucia with Epitone Project'라는 이름으로 '자기만의 방'을 발표하면서 파스텔뮤직 소속의 어느 뮤지션들보다도 꾸준히 달려오고 있는데, '2012년'도 쉬어가지 않고 '대표 뮤지션'으로 쐬기를 박을 기세인지 두 번째 정규앨범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를 발표했습니다.

수록곡들을 살펴보면서 눈에 띄는 것은 지난 두 장의 앨범과는 다르게 여성 보컬의 곡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여성 보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은, 이제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여성형 페르소나'라고 의심할 만한 '한희정'과의 듀엣곡 뿐입니다. 'Lucia with Epitone Project'로 여성 보컬곡을 모두 소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달라진 '음악적 어조'나 또 다른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 흥미롭게도 스페셜 앨범과 정규앨범 두 장의 앨범 제목들을 살펴보면 '여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목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긴 여행 시작하고(긴 여행의 시작), 잃어버렸던 기억들을 되찿아(유실물 보관소) 낯선 도시에서 경유하는(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일련의 과정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적 여정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그 끝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교통방송처럼 들리는 배경음으로 시작하는 '5122'는 제목의 의미부터 궁금해지는 인트로 곡입니다. 4자리 숫자로된 곡 제목은 'Olafur Arnalds'의 앨범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앨범의 제목을 생각한다면 '낯선 도시'로 떠나는 항공편의 번호나 철도편의 번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단순하게도 총 51분 20초대인 이 앨범의 재생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낯선 도시를 담은 사진들이 담겨있는 아이폰 속 사진첩의 비밀번호일까요?) 우아한 3박자의 춤곡 '미뉴에트'는 곧 도착할 '낯선 도시'에 대한 조금의 설렘과 조금의 두려움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춤곡에 이어지는 '이제, 여기에는'는 리듬감과 -지난 두 앨범을 들었다면 차세정, 그의 곡들에게는 그다지 어울지 않는 단어인- 진취적인 느낌이 전해지는 보컬곡입니다. 이 앨범을 포함한 그의 세 장의 앨범 모두, 첫 두 곡 정도는 이 리듬의 도드라집니다. 공연을 염두한 의도적인 곡 배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연의 오프닝에 배치하기에는 딱 좋은 곡들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가 파스텔뮤직 소속이 되면서 그의 노래들은 계속 들어왔지만 공연을 직접 본 일은 없어 확인할 길은 없네요.)

'시차', 상당히 지리적이며 과학적인 단어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단어인가 봅니다. 애써 담담하고 태연하려는 모습 넘어로 뭍어나는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의 감정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시차'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떠오르게 합니다.

"먼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곳은 새벽인데 그곳은 밤이라 합니다.
이렇듯 우리 사랑에는 시차가 있는가 봅니다.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돗한 그리움뿐,

나는 새벽인데
그대는 밤이라 합니다."

물론 이 시에는 마음의 시차를 이야기하고 노래는 실제적인 '시차'에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지만, 결국 '누구와도 같지 않으니 누구라도 다른 거니까'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은 닮아있지 않나요? 영어의 관용적인 표현인지 영미권 노래들에서 종종 사랑의 변화를 계절에 변화에 빗대어 표현하곤 하는데(이제는 우리나라 노래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그 만큼이나 '시차'의 문제는 생각해 볼 만합니다. 사람의 관계에서 '때가 아니다'라는 말은 '마음의 시차'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앨범에서 유일한 듀엣곡이자 유일하게 여성 보컬을 들을 수 있는 '다음날 아침'은 '한희정'과 함께한 곡입니다. 그녀의 듀엣은 '그대는 어디에'와 '이화동'에 이어 세 번째인데, 앞선 두 곡이 '절정'에 위치한 곡이었다면, 이 곡은 상당히 차분한 '전개' 정도가 되겠습니다. 또, '그대는 어디에'나 '이화동'에서 그녀는 보컬과 코러스를 오가는 피쳐링(featuring)으로 '여성보컬로서의 매력'을 들려주었다면, 이 곡에서는 차세정과 비슷한 비중의 '듀엣(duet)'으로 '한희정으로서'의 진정한 매력을 들려줍니다. 건조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매력은 그녀의 새 앨범을 더욱 기다리게 만듭니다.

'다음날 아침'이라는 제목에서, '그럼 전날은 무슨 날이었나?' 궁금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영화나 소설에서 중대한 사건이 있고 다음날의 시작을 알릴 때 쓰이는 자막이나 문구인 '다음날 아침'에서 따온 제목이 아닐까요? '눈을 떠보면 새로운 아침이..'라는 가사가 있어서, '눈을 뜨면'이 생각나는데 가사의 내용도 적당히 개연성이 있게 들립니다.

일상의 시간 순서로는 어색하지만 '다음날 아침'의 다음 곡은 '새벽녘'입니다. 기억과 추억, 인사와 눈물이 뒤범벅이 된 가사는 '눈을 뜨면'으로 대표할 수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감성을 다시 한 번 들려줍니다. 유희열의 청승과 윤상의 세련미가 만난 음악이 바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매력이 아닐런지요. '초보비행'은 어찌 들으면 소박한 청혼같은 노래입니다. 감성을 울리는 슬픈 노래들이 대다수인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들에서 이런 따뜻한 감성의 노래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가 전하지 못한, 혼자만의 바람과 공허한 혼잣말처럼 들리는 사람은 저 뿐인가요?

'국경을 넘는 기차'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연주곡입니다. 앞선 두 앨범에서는 적지 않은 연주곡이 아쉬웠는데, 이 앨범에서는 intro와 outro를 제외하면 유일한 연주곡이라 오히려 반갑습니다. 듣고 있으면, 철로 위를 조급하게 달리는 기차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풍경들처럼 적당한 속도감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이 전해집니다. 그 여행의 감정 덕분에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곡입니다.

'떠나자'는 이 앨범의 절정이라고 할 수있는 곡입니다. 수록곡 순서대로 콘서트가 진행된다면 이 곡 즈음에서 꽃가루도 날릴 법합니다. 가사를 잘 음미하면 '낯선 도시'의 정체가 조금은 보입니다. 아마도 '낯선 도시'는 처음 가본 진짜 낯선 도시면서, 동시에 이제는 기억 속에 묻어둔, 가사를 빌리자면, '우리 함께했던, 우리 사랑했던 수많은 날'을 보낸 '다정했던 이 도시'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을 열어보면 잠깐 동안만 방문할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바로 '낯선 도시' 아닐까요? '긴 여행'을 떠난 그가 '유실물 보관소'에서 찾은 추억은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였으리라 봅니다.

트럼펫 연주에서 아련한 그리움이 전해지는 '우리의 음악'은 앨범이 결말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가사는 앞선 노래 '떠나자'에서 했던 유추들을 확인시켜 줍니다. 마지막 가사 '오늘처럼'은 바로 추억 속 그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와 같아보입니다. '이제, 여기에서'는 그 낯선 도시에 도착한 설렘이 되겠고, '다음날 아침'은 그 짧은 하루를 보낸 아쉬움이 되겠구요.

잔잔하게 시작해서 점점 스케일을 키워가는 '믿을게'는 앨범과 공연의 피날레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이별에 대한 담담하게 절제된 목소리는 처절한 감정의 표출보다 오히려 더 눈물겨울 때가 많은데, 차세정은 가창력이 출중한 보컬이라고 할 수 없어도 이런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소리내에 울지 않는 울음이나 조용히 흐르는 눈물처럼 감정을 흔들어 놓습니다.

'터미널'은 제목처럼 앨범을 닫는 곡입니다. 하지만 터미널은 모든 여정이 끝나는 동시에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기에  사랑의 여행이 끝나고 이별의 여행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 곡까지 들으면서 꿈 같은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가 왠지 영화 '인셉션'의 림보 속 도시에서의 일상과 겹쳐졌습니다.)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듯, 마지막 '미뉴에트'는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는지 '5122'과 같은 멜로디입니다. 하지만 춤곡이라고 하기에는 쓸쓸한 피아노 연주는 사랑이 남기는 슬픈 그림자 같습니다.

기대 유망주였던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제 음반의 판매량이나 공연의 규모와 흥행에 있어서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습니다. 스페셜 앨범과 첫 정규앨범, 그리고 루시아(심규선)과 함께 작업한 앨범을 거쳐 두 번째 정규앨범까지, 꾸준한 창작력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는 매우 바람직한 음악 활동도 보여주고 있구요.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의 보컬에 더욱 집중하면서 앨범을 관통하는 스토리텔링과 응집력을 들려주었습니다.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에게 찾아올지 기다려집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12/08/23 15:49 2012/08/23 15:49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 1~7권 - 홍정훈

야심차게 설립했던 출판사 '넥스비전 미디어웍스'가 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있었던 작가 '홍정훈'이 정말 오랜만에 발표하는 장편 소설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

여느 때처럼 '예스24'에서 책과 음반을 고르다가 정말 우연히 검색어에 '홍정훈'이라는 작품을 검색하게 되었고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를 발견했다. 이미 커그(www.fancug.com)에 연재되었던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넥스비전'이 망해버리는 바람에 몇 년째 작품이 출판되지 않아서 그 작품이 출판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조금 놀랐다. 이 때가 4월 중순인데 3월부터 발간을 시작하여 이미 3권까지 나와있던 상황으로, 이미 원고는 완성되어있는 상황이라기에 '월야환담 광월야'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우선 1권을 구입했다. 그리고 7월에 7권으로 너무 길지 않게 마지막 권이 출간되었다. (사실 이 작가의 소설들 가운데 다 읽은 것은 '월야환담' 시리즈가 유일한데, 월야환담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기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책이 팔려야 광월야의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1권부터 7까지 모두 구입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전설이 혼합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이이야를 기반으로 하면서 반영웅적이고 유머를 좋아하는 주인공 '킬워드'의 설정은 관심을 끌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반신반인이라고 할 만큼 강한 설정은 당연히 강하지는 않지만 처절한 '한세건'과 비교가 되면서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작가가 거대한 음모를 가진 단체, '빅브라더'나 '프리메이슨'를 애용하는지 내용이 전개될 수록 '월야환담'의 '테트라 아낙스'같은 집단의 존재와 '리리스'와 비슷한 존재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차원이동'이나 '시간이동'물이라고 생각되었는데, 6권까지 읽다보면 'SF 판타지'임을 알 수 있다. 비전형적인 SF 판타지라고 해야할까? 작가가 쓴 해설을 보면 아주 오래전에 구상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하는데, 초반 주인공의 호쾌한 행보에 비해 후반 홍정훈 작가다운 처절함은 너무 몰아붙인다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요즘 자꾸 그리워지는 전형적인 RPG 게임 같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아더왕' 이야기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새로운 해석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리고 3월에 시작하여 7월에 결말을 보여준 깔끔한 출반도 좋았다. 평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작가가 언제나 걸작이나 대작을 쓸 수는 없지 않을까?

6월부터는 라이트노벨에 도전하여 '기신전기 던브링어'라는 SF 판타지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인데, 그 작품도 출판 중단 없이 깔끔한 결말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월야환담을 포함하여 다른 작품들로 꾸준히 만났으면 좋겠다.
2012/08/08 17:19 2012/08/08 17:19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 2012. 7. 19.

히어로 무비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후속편이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삼부작(Batman trilogy)의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 히어로 무비 라인업 가운데 기대 이상의 영상을 보여준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영화 두 편 '어벤져스(the Avangers)'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이 휩쓸고간 극장가에 마지막 일격을 날릴 영화가 'DC 코믹스(DC Comics)'로 부터 날아왔습니다.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내리막길을 가던 배트맨 시리즈의 구원 투수로 '배트맨 비긴즈(the Batman Begins)'의 메가폰을 잡아서 리부트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배트맨 비긴즈'가 영상이나 스토리텔링에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을 잊게 할 만큼 좋은 상업영화였지만, '충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2008년, 배트맨 영화이지만 처음으로 제목에 '배트맨(Batman)'이 들어가지 않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가 공개되었고, 비평가들과 대중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히어로 무비도 걸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다크나이트를 본 모든 사람들은 그 후속편이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크나이트의 성공과 함께 후속편에 대한 수 많은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고, 기대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2011년부터는 캐스팅과 촬영 현장의 모습들이 공개되면서 2012년 7월을 기다리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7월 19일, 드디어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공개되었습니다. '레이첼'을 연기하는 배우까지 바뀔 정도로(개인적으로 '케이티 홈즈'에서 '메기 질할렌'으로 바뀐 점은 이 삼부작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다크나이트'는 전편인 '배트맨 비긴즈'를 보지 않았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을 정리하는 마지막답게 앞선 두 편을 보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되었던 공중납치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블록버스터다운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핵물리학자의 납치, 도둑맞은 웨인의 지문, 크린 에너지 프로젝트, 하수도의 시체 등 떡밥을 뿌리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하는 호기심과 '저 장면은 무슨 의미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증권거래소의 습격을 시작으로 베인'의 고담시에 대한 공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떡밥들은 퍼즐의 조각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죠.

'배트맨 비긴즈'가 '라스 알 굴'의 타락한 '고담시'에 대한 공격이었다면, '다크나이트'는 '조커'의 영웅의 타락을 위한 공격이었습니다. 조커의 공격은 절반은 성공하여 '하비 덴트'는 타락한 악당 '투페이스'가 되어 죽음을 맞이했고, 배트맨은 하비 덴트이 악행을 다신 짊어지고 은둔하였죠. 베인의 공격은 이런 고담시와 배트맨에 대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비 텐트 특별법'으로 범죄자들은 블랙게이트에 수감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고담시는 조금씩 부패하고 있었고 베인은 그런 고담을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등장합니다. 공중납치 장면이나 배트맨의 허리를 꺾는 장면, 그리고 경기장 폭파 장면까지 베인은 숨막힐 만큼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줍니다. 배트맨이 숨기고 싶었던 무기 창고까지 털어버리는 장면에서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죠. (배트맨 정체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기 창고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네요)

강력한 악당 베인과 더불어 배트맨도 시련과 성장의 시간을 갖습니다. 앞선 두 편에서 어떤 악당도 범접할 수 없는 무위를 보여주었던 그이지만 베인을 만나 무참히 패배하고 시련의 시간이 찾아오죠. 절망에 빠졌던 배트맨은 감옥을 탈출하고 다시 날아오르죠. 바로 'Rise'입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Rise'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첫 번째로 하비 덴트의 죄를 뒤집어쓰고 범죄자로 숨어 살았던 배트맨이 베인에 의해 8년만에 다시 고담시에 등장하고, 명예까지 회복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지하감옥을 날아오르듯 탈출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알 수 있죠.

베인 일당에 대한 싸움은 배트맨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믿었던 고담시의 시민들이 함께하는 싸움이되었습니다. 배트맨이 바라던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을 향한 힘찬한 걸음이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베인은 등장도 줄어들고 힘이 빠지는데,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물론 영화의 스토리는 '다크나이트'처럼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아니라, 악당들과 고담시민으로서의 배트맨을 포함한 시민들의 대결에 맞춰져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전반부의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3시간이 조금 안되는 상영시간 안에 모든 내용과 장면을 넣었기 때문일까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베인을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악당 케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에서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들을('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이나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에 믿고 지키려했던 고담의 양심과 정의') 충분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배트맨의 숭고한 희생으로 고담시는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아래는 스포일러있습니다.

*웨인가의 충성스러운 집사 알프레드가 눈물겹게 꿈꿔왔던 브루스 웨인의 모습처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셀리나 카일의 옆모습과 그 맞은 편에 앉아서 알프레드에게 인사를 보내는 브루으 쉐인의 모습은 삼부작을 통틀어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 인셉션의 모호한 엔딩을 생각한다면, 그 장면이 '웨인의 장례식을 마치고 알프레드가 꿈 속에서 본 장면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드네요.

*'캣우먼', 셀리나 카일을 연기한 '앤 헤서웨이'의 새로운 발견이네요. 꼭 매력적인 캣우먼으로 다른 영화에서도 보길 바랍니다.

*'라스 알 굴'의 딸 '탈리아 알굴'에 대한 루머는 2008년 '다크나이트' 개봉 후부터 있었는데 진짜였네요. 그리고 조셉 고든-레빗이 연기한 '존 블레이크'의 비밀은 악당이 아니라면 '로빈'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로빈이었네요.
2012/07/31 17:29 2012/07/31 17:29

오디오엔진 (Audioengine) D1 개봉기 및 사용기

액티브(active) 스피커 'A2'로 유명하고 스피커 위주로 만들어오던 'Audiogengine(오디오엔진)'에서 작년에는 첫 인티앰프 'N22'를 출시하더니 올해는 첫 DAC 'D1'을 출시했습니다. 적절한 가격에서 최대의 성능을 추구하는 기존의 제품들처럼 Audiogengine의 첫 DAC 'D1'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미 'Musiland'의 DAC MD11을 P4와 N22에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D1은 '그림의 떡'이었는데, 따로 사용하고 있던 A2를 가져오면서 A2와 함께 사용한다는 핑계로 유혹에 넘어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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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박스를 열고 등장한 'Audioengine D1'의 모습입니다. Audioengine 제품답게 박스는 깔끔합니다. 'Premium 24-Bit DAC'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D1'의 'D'는 'DAC'의 'D'라고 생각되네요. D1의 크기를 반영하듯, 본체 박스의 크기는 다른 Audioengine 제품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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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정식 수입된 Audioengine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카보시스 정품' 스티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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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면 다른 제품들처럼 내부 박스가 따로 있습니다. Audioengine 특유의 견고한 포장은 신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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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박스의 모습입니다. 간략한 특징들이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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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박스를 열면, Audioengine 카탈로그와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어있고 그 밑으로 아담한 본체가 보입니다. 본체와 USB 케이블, 그리고 파우치로 매우 단촐한 구성입니다. 다른 Audioengine 제품들은 박스를 열면 본체와 부속품들이 파우치에 들어있는데, D1은 파우치가 별도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D1의 크기와 헤드폰 앰프 기능을 생각했을 때 휴대용 파우치로 생각됩니다.

카탈로그를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 수입되지 않은 DAC D2도 있는데, 이 제품은 케이블로 직접 연결하는 D1과는 달리 wi-fi를 통해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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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11과 크기를 비교했을때, MD11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ODD 보다 큰 사이즈라면, D1은 손바닥 크기로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 정도입니다. 볼륨 다이얼이 플라스틱 제질이었던 N22와는 달리 D1 왼쪽의 볼륨 다이얼은 금속 제질입니다. 밑에 'Power'라고 불이 들어와있는 LED자체가 전원버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전원 상태만 알려주는 LED로만 알았는데 눌러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더군요. 휴대성을 고려했는지 본체도 금속 제질도 되어있어서 아담하지만 단단하면서 야무진 느낌을 줍니다.

input은 전면에 헤드폰의 스테레오 케이블과 후면에 USB 케이블과 광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output은 RCA 케이블로 스피커나 앰프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인티앰프 N22 + 스피커 P4 + DAC MD11 구성에서 DAC를 D1으로 교체하면서 음질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물론 N22+P4+D1의 조합은 같은 Audioengine 제품군이기에 궁합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N22+P4+MD11의 궁합이 워낙 좋았기 때문인지 MD11 대신 D1을 연결했을 때는, 소리의 해상도과 공간감이 줄어들면서 콘서트 홀의 앞쪽 가장 좋은 자리에서 듣다가 맨 뒤쪽에 가서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D1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MD11로 높아져버린 귀를 만족시키기는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D1을 A2와 연결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N22+P4+MD11이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천재성을 뽑내는 괴물같은 바리톤이라면, 가성비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A2 혼자는 묵묵히 소신을 다하는 유능한 테너로 비유할 수 있는데, D1을 만난 A2는 N22+P4+MD11의 조합에서 들었던 해상력과 공간감을 들려줍니다. 물론 중저음이 N22+P4에 비교해서 부족할 뿐이지, 저가형 스피커들과는 비교했을 때는 뛰어납니다.

가격, 성능, 크기 그리고 디자인을 고려했을때, A2+D1의 조합은 PC-fi에서 최상의 조합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노트북과 함께 사용할 계획입니다.
2012/07/29 17:17 2012/07/29 17:17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 2012. 7. 6.

판권 문제로 원년 '어벤저스(Avengers)' 멤버임에도 영화에 등장할 수 없었던 스파이더맨의 리부트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가 함께한 '스파이더맨(the Spider-Man)' 삼부작이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히어로 무비의 대표적인 프렌차이즈로 자리잡았기에, 두 사람이 떠나고 스파이더맨이 처음으로 돌아가 리부트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실패'라는 단어부터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양대 코믹북 출판사인 DC코믹스와 마블(Marvel)코믹스의 영웅들이 영화화되었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리메이크(remake)'가 아닌 '리부트(reboot)'가 유행이 되었는데, 히어로 무비로서 걸작의 반열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the Batman) 시리즈'를 제외하면, 성공한 사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가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관객의 사고를 높여놓았고(물론 비주얼도 엄청 났지만), 올해는 스파이더맨과 같은 소속사인 마블의 히어로 무비판 종합선물세트인 '어벤저스(the Avengers)'가 푸짐한 볼거리와 무난한 스토리로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마블의 대표적은 고뇌하는 영웅 '스파이더맨'은 팀킬까지 당할 상황이 되었죠. 더구나 감독으로 선정된 '마크 웹' 감독은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히어로물의 감독으로서는 의문이었습니다. 토비 맥과이어가 심어놓은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를 재미있는 이름의 신예 '앤드류 가필드'가 벗어날 수 있을까도 마찬가지였구요.

원래 '스파이더맨' 케릭터의 소속사 '마블'이 이미 소니픽쳐스에 영화화 판권을 팔아버려서 본래 '어벤저스'의 멤버임에도 등장할 수 없었던 이 비운의 주인공은 그렇게 어벤저스 4인방이 초토화시킨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시리즈'를 위한 초석인지, 캐스팅에서부터 틴에이지 무비의 성격이 강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보다 스파이더맨의 탄생에 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비교하며 보게 만들지만, 토비 맥과이어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원작에 더 가까운 내용인지,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의 탄생을 삼촌의 죽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비밀까지 첨가하여, 더욱 개연성과 설득력을 더하며, 우연히 버려진 레슬링장(이전 스파이더맨을 떠올리는)에서 스파이더맨 수트의 아이디어를 얻는 모습이나 이전 스파이더맨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거미줄을 개발하는 모습(이것도 원작을 따른듯)처럼 세밀한 묘사는 케릭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피터가 홧김에 놓아준 강도에 의해 삼촌이 희생되는 모습은 이전 스파이더맨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보였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맨이 차도둑에거 거미줄을 연사하는 모습이나, 양손으로 거미줄을 발사하여 새총처럼 날아가는 모습도 원작을 따르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잉 등장하는 게임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네요.)

스파이더맨의 '탄생'에 촛점을 맞추었기에, 필연적인 악당의 비중은 여느 히어로 무비에 비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원래 샘 레이미 감독이 4편의 악당으로 넣으려고 했다가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된 '리자드맨'이기에 의아하기도 하지만, 피터 파커의 주변인물이자 피터 파커가 능력을 얻게되는 과정을 공유하는 '리자드맨'의 등장은 영화의 흐름에 개연성을 더하며 적절해 보입니다. 틴에이지 무비이지만 대책없이 가볍기 보다는 아버지의 의문사, 삼촌의 죽음, 그리고 여자친구인 '그웬 스테이시'의 경찰서장인 아버지의 희생으로 스파이더맨의 고뇌와 이에 따르는 적절한 진중함을 더합니다. (고뇌하는 모습에서는 '배트맨'이 떠오르는데, 배트맨은 기업가로서의 부자이며 각종 과학기술의 힘을 빌린 영웅이기에 마블의 '아이언맨'과 비교되곤 하지만 그림자 속에서 활약하는 고뇌에 찬 영웅이라는 점에서 스파이더맨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보다 뛰어난 점은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가 그려내는 틴에이지 로맨스 장면들에 있습니다. 제작사가 그점을 염두하고 감독을 기용했는지는 알 수 없없지만, '500일의 썸머'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마크 웹 감독은 로맨스 장면을 풋풋하고 아련하고 인상적이게 그려냅니다. 그런 장면만 모아 놓는다면 히어로 무비를 가장한 로맨스 무비라고 생각될 정도로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고 케릭터에 생명과 성격을 불어넣는데에 있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기대보다 준수한 시작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당연히 후속편을 예고하며 끝납니다. 이대로라면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기억 속에서 지울 수도 있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마블 히어로들은 참으로 단순한 이니셜을 보이네요. 의도한 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파이더맨 Peter Parker는 PP, 헐크의 Bruce Banner는 BB군요. 성과 이름의 이니셜이 같지 않더라도 아이언맨의 Tony Stark와 캡틴 아메리카의 Steve Roger도 알파벳에서 이어지는 세 영문 ..RST...중 RS와 ST로 만들어낸 이름이구요. 악당 리자드맨의 본명도 Curt Corners로 CC가 되네요.

2012/07/16 03:20 2012/07/16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