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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단상 chapter. 3 - Follow You Follow Me
2 장의 CD로 끝난 줄로 알았던 '파스텔뮤직'의 연작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이 세 번째 이야기가 늦은 봄, 5월에 발매되었습니다. 앞선 두 장의 앨범처럼 얼마나 탁월한 사랑 노래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지만, 더욱 기대하게 하는 점은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소개할까 였습니다. 앞선 앨범들에서 탁월한 실력의 뮤지션들인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와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가 소개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수록곡 목록을 살펴보면 'Casker'나 '파니핑크'처럼 친숙한 이름들도 보이지만, 역시 낯선 이름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Casker'도 'Juno'와 '융진'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한 곡 한 곡, 그리고 한 뮤지션 한 뮤지션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듯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곡은 일렉트로니카 듀오 'Casker'의 'Juno'가 들려주는 연주곡 'Stay with you'입니다. 친숙한 느낌의 비브라폰 연주는 어린 시절 어떤 영화의 오프닝을 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 영화 속에서는 신비하고 낯선, 앨범 자켓처럼 대관람차도 있는, 놀이동산이 등장할 법합니다. 정겨운 비브라폰의 울림은 그 놀이동산에 대한 동경을 불러오고 하프와 윈드차임의 음색은 신비감을 더합니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정겹지 않고, 오히려 쓸쓸함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라도 숨어있는 것일까요? 슬픈 사랑의 추억이 서린, 낯선 놀이동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에도 참여했던 '러블리벗'은 '그 손, 한번만'으로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도 객원보컬의 목소리를 빌렸는데, 이번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보컬 '강현준'이 참여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가수 '성시경'이 떠오르는 목소리인데, 러블리벗이 쓴 곡과 가사도 어쩐지 성시경과 여러 곡을 히트시켰던 '윤종신'의 곡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보컬로 더 잘 알려진 '이진우'는 '스무살'로 찾아왔습니다. '스무살'이라는 제목에서 '이장혁'의 '스무살'이나 '푸른새벽'의 '스무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진우의 '스무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할 만한 하드보일드한 '스무살'이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전형적인 주인공처럼 멜랑콜리한 '스무살'이 아닙니다. '진짜 스무살들'이 공감할 만한 유행에 민감하고 사랑에 고민하는, 보다 진솔한 스무살입니다. 게다가 매력적인 그의 저음과 어우러져 뭇여성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합니다.
가을 낙옆을 밟으며 시를 읊는 신사의 모습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하는 '이별을 걸으며'는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의 곡입니다. '김연우'와 '김동률' 사이 어디 즈음에 있을 법한 음색의 보컬과 역시 '유희열'과 '정재형' 사이에 위치할 법한 진행의 곡이 조우한 느낌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가요의 황금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대한 그리움과 오마주가 느껴집니다. 이 쓸쓸한 독백은 봄의 찬란한 햇살부터 겨울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까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고독함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법합니다.
얼마전 데뷔 EP 'So Sudden'을 발표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Hee Young'은 'Buy Myself A Goodbye'로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줍니다. 자신에게 이별을 사준다는 표현이나, 사랑을 지우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될 모습을 잔디를 태우고 그 위에 씨를 뿌리는 모습에 비유한 그녀의 표현력은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영어 가사이지만, 그녀의 음색이나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이별의 아픔이 전달됩니다. 데뷔 EP와는 다른 접근 방법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곡을 들으면서 Hee Young, 그녀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져만 가네요.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인 '그로칼랭'은 'Lisa'라는 제목의 연주곡으로 첫인사를 합니다. 아마도 프랑스어 그로칼랭(Gros-Calin)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Nu-Jazz를 들려주는 밴드라고 합니다. 힙합 비트와 어우러진 피아노와 트럼펫 연주는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야경을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는 고독함이 느껴집니다. 'Lisa'라는, 어떤 영화 속 어떤 화류계 여인의 가명 정도로 어울릴 제목이 붙여진 점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차가움이나 쓸쓸함과는 역설적으로 '그로칼랭'은 프랑스어로 '열렬한 포옹'을 의마한다고 하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열렬한 포옹'이 그려내는 도시의 차가운 쓸쓸함,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서로에게 낮선 타인들이기만한 도시인들의 사랑에 대한 갈증이 느껴집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듀오 '파니핑크'는 모순적인 제목의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로 chapter 1에 이어 출석을 합니다. 컴필레이션 'Save the Air'에서 댄서블한 트랙 'Love is You'으로 놀라게 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원래의 서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정체를 알 수가 없네요. 밤의 정적 위로 흐르는 슬픔의 심경을 탁월하게 전달합니다. 밤의 차분함은 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그래서 감정을 자극하고 슬픔을 돋구기에 나쁘기도 합니다.
오프닝을 담당했던 'Juno'는 역시 이 앨범에 참여한 '이진우'와 합심하여 '이런 날'로 Casker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봄날 사랑에 빠진 싱숭생숭한 기분은 세 박자(혹은 여섯 박자)로 진행되는데 서양음악의 왈츠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악의 굿거리 장단으로 들리기도 하네요. 그렇기에 이 곡의 뮤지컬 속 독백같은 분위기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모습을 연상되고, 동시에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연심을 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역시 파스텔뮤직의 신예인 '알레그로'는 'Love Today'를 들려줍니다. 가볍고 편안한 모던락 넘버로 미성의 보컬과 탁월한 멜로디는 '언니네 이발관'의 어떤 곡을 듣고 있는 느낌입니다. 충분히 90년 즈음의 모던락을 떠올릴 만큼 복고적이지만, 밴드 사운드에 전자음이 어우러지면서 전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요즘 가요들과 대비되어 오히려 신선하게 들립니다. 남성 보컬이지만 조근조근한 분위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향후 활동을 기대하게 합니다.
'재회'는 '헤르쯔 아날로그'의 연주곡으로 앞선 '이별을 걸으며'와 이어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얼굴을 다시 만나게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스쳐가는 추억과 만감, 그리고 타인처럼 스쳐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그려내는 곡이 아닐까요.
평범하지만 뮤지션의 이름으로는 독특한 이름인 '옆집 남자'는 '봄바람에 부른다'를 들려줍니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수필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성과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어떤 면에서 '윤종신'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찬란한 봄날의 이야기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 일상처럼 소소하면서도 '눈물이 날 만큼의 찬란함'과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이 담겨있습니다. 가사 '너의 봄바람은 날 향해 부는지...'는 이 앨범 'Follow You Follow Me'의 주제를 함축하여 담고 있는 가사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곡 'Stay With Me'는 Casker의 보컬 '융진'의 곡입니다. Juno의 곡에서 'You'가 'Me'로만 바뀐 제목인데, 그 유사성처럼 같은 멜로디를 기반으로 다른 연주를 들려줍니다. 앨범 자켓의 대관람차처럼 결국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서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하지만 'Stay With You'는 다른 비장함과 비밀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그 사랑과 이별의 한 바퀴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우리말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인사말이 똑같이 '안녕'이듯, 이 컴필레이션은 사랑에서 그 '안녕'의 순간들(처음이든, 혹은 끝이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빛바랜 느낌의 앨범 자켓처럼, 이제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을 사랑 이야기들을 오밀조밀 담아낸 컴필레이션이 또 있었던가요? 새로운 얼굴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더불어 또 다른 '사랑의 단상'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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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Michelle Branch'의 "Everything Comes and Goes"
그렇게 기다림이 지쳐갈 때 즈음,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그녀는 다시 찾아옵니다. 바로 그녀가 친구 'Jessica Harp'와 결성한 Country Duo 'the Wreckers'의 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가 바로 그 모습이었죠. 그리고 그녀다운 Pop적 감성이 녹아든 Country로 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2007년 즈음에 the Wreckers는 활동을 중지하고 각자 솔로 앨범 준비에 들어갑니다. 사실상 해산이었죠. Jessica Harp는 2009년에 싱글을 발표했고 Michelle Branch 역시 공식 사이트를 통해 앨범 작업 현황을 알려왔습니다. 2009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앨범에 수록될 두 곡 'Sooner Or Later'와 'This Way'가 그녀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곡들과 그녀의 메시지를 통해 아마도 2009년에 그녀의 세 번째 full-length 앨범의 녹음이 모두 완료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죠.
그리고 앨범 발표는 이듬해인 2010년 초로 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예정일은 미뤄지기 시작했고 2010년 상반기가 다 지나가도록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그녀의 새 앨범은 full-length가 아닌, 6곡이 담긴 Six-pack으로 즉 EP(extended play)로 발매되었습니다. 바로 EP 'Everything Comes and Goes'로, 안타깝게도 당시 국내에는 라이센스는 커녕 수입되지도 않았고 온라인음원으로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2011년이 되어서야 겨우 수입이되어 이렇게라도 들을 수 있다니, 감격이네요.
그녀의 앨범 발표가 미뤄지고, full-length가 아닌 EP로 발표된 점은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네요. 우선 그녀를 발굴했고 그녀가 솔로 뮤지션으로 두 장과 the Wreckers로 한 장, 총 세 장을 앨범을 발표했던 레이블 'Maverick Record'가 2009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점도 들수 있겠습니다. 이 레이블을 설립자이자 뮤지션으로 더 유명한 Modonna가 법정 분쟁을 통해 레이블을 떠났고, 2009년 이 레이블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했던 Alanis Morissette이 떠나면서 Maverick은 Waner Music에 완전히 흡수되었으니까요. 더불어 Alanis를 이어 Maverick을 대표할 만한 기대주였던 Michelle에 대한 대중의 미지근한 반응과 미국 음악시장의 악화도 겹쳐져,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나 합니다.
This Way를 비롯해 앨범에 실리지 못한 곡들은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이고 최근 새 싱글 'Loud Music'를 발표한 그녀에게 건투를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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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 - So Sudden
뉴욕(New York) 브루클린(brooklyn)에서 날아온 사진엽서, 'Hee Young'의 데뷔 EP 'So Sudden'.
'Hee Young', 우리말로는 '희영' 즈음이 될 이름이로, '희영'이라는 이름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름이거나 혹은 누구나 주위에 한 사람 정도는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희영'이라고 발음하지만, 'Hee Young'이라고 쓰여지는 이름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대표 인디 레이블 가운데 하나이자, 해외 인디 레이블의 음반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도 당당히(?) 해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그녀이기에 더욱 그렇겠습니다.
해외 뮤지션면서도 최근에 한국에 거주하면서 각종 국내 페스티벌에 등장하여 국내 뮤지션과의 경계를 무너뜨린 'Lasse Lindh'와 같이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당연히 해외 뮤지션이기에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떤 인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지 지난 겨울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에 수록된 리메이크 곡 "I hate Christmas parties"로 국내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크(chic)한 뉴요커(New Yorker)가 아닌 떠난 사랑에 마음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뉴요커의 모습이었죠. 그리고 뮤지션으로서도 매우 기대되는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가 지나고 그녀의 이름이 흐릿해질 때 즈음, '너무나 갑자기(So Sudden)' 그녀의 데뷔 EP가 발매되었습니다. 좋은 첫인상이 없지만 그녀의 곡이 아닌 리메이크였기에, 첫인상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을 또 '너무나 갑자기' 만나게 될까 조심스레 앨범을 열어봅니다.
첫곡 "Are You Still Waiting?" 꽤나 친숙한 기타 연주로 시작됩니다. 기타코드의 유사성 때문인지 'Russian Red'의 인상적인 "Cigarettes"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교태로운 코러스와 더불어 왠지 해외 뮤지션의 곡이라는 기분이 들게 하네요. 간결하지만 조밀한 진행은 활기찬 뉴욕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할까요? 빨리감기로 뉴욕 어느 거리의 인파와 교통의 흐름을 보고있는 기분입니다. 그 활기찬 거리의 분위기만큼이나 생기넘치면서도 수줍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타이틀 곡 "So Sudden"은 분위기를 달리하여 진지한 이별 노래입니다. 피아노와 기타가 함께하는 멜로디는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봤을 법한, 단풍이 아름다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의 산책을 꿈꾸게 합니다. 하지만 그 산책은 외로운 발걸음입니다. 그 쓸쓸함은 앨범 자켓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그,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그녀의 왼손은 그의 등을 쓰다듬고 있지만, 그의 오른손은 그녀의 등에서 어색하게 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두리로만 그려져 있어서, '환상'이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사를 생각한다면... 네, 그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그렇게도 서글픕니다.
이어지는 "Do You Know"도 쓸쓸함이 그득합니다.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가사는 서글픔보다는 체념이 담겨있고, '-der'와 '-ders'로 맞춘 각운은 씁쓸한(bitter) 화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합니다. "Solid on the Ground"는 단촐한 연주이지만 흥겨운 멜로디가 분위기를 띄우는 곡입니다. 첫 곡에서 'watet molecules', 'evaporating'이나 이 곡에서 'solid'같은 단어의 선택은 Hee Young이 물리학이나 과학 전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하게합니다.
"On the Wall"은 마지막 곡으로 3분이 되지 않는 짧은 구성으로 앨범을 닫는 역할을 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면서 그녀의 정규앨범을 기대하게 합니다. 다음으로는 "Are You Still Waiting?"는 "So Sudden"의 우리말버전이 담겨있는데 바로 한국판을 위한 특별한 선물입니다. 영어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어감이나 감정 표현의 차이 때문에 어색해지기 쉬운데, 두 곡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So Sudden"의 경우에는 일부러 모든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보다는 일부는 영어로 남겨두어 완벽한 감정 전달을 들려줍니다. '바람직한 번역의 예'라고 할까요?
'Hee Young'의 그녀의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담긴, 사진엽서같은 노래들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중복되는 곡을 제외하면 총 5곡의 짧은 EP이지만, 'Hee Young'이라는 이름을 가진 뮤지션이 탁월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뮤지션이라면 'Priscilla Ahn'이 먼저 떠오르겠고, 좀 더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Susie Suh'도 떠올릴테지만, 이제 'Hee Young'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제가 있을지도 모를 그녀의 내한 공연과 정규앨범도 슬며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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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 28
작년(2010년) 1월에 발표된 '옥탑라됴'로 가장 뜨거운 여성 듀오로 올라선 '옥상달빛'이 큰 기대 속에 2011년 4월 첫 정규앨범 '28'을 발표했습니다. '28'이라는 앨범 제목은 84년 생 동갑내기 두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의 올해 나이와도 같은 숫자입니다. 밴드 '10cm'의 발음 '십센치'를 발음할 때 주의가 필요하듯, 28(이십팔)의 발음도 요주의입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은 'Dalmoon'입니다. 'dalmoon'은 옥상달빛의 클럽 주소이기도 한데, 우리말로 '달문'은 '달무리'의 사투리이기도 합니다.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기타연주는, 대지를 촉촉히 적시던 비구름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은은한 달빛을 떠오르게 합니다. 편안한 보사노바 연주와 두 멤버의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입니다.
데뷔 EP '옥탑랴됴'의 첫 곡부터 '안녕'을 고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어쩐일인지 '안부'를 묻습니다. 흥겨운 왈츠의 세박자와 '박세진'이 또렷히 선창하고 '김윤주'가 아련하게 되받는 구조는 친근한 동요를 떠오르게 합니다.
'없는게 메리트'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제목에서부터 EP의 '하드코어 인생아'처럼 '88만원 세대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잔잔한 모던포크 여성 듀오의 입으로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가는 뜬 구름같은...'이라는 충격적인 한 줄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하드코어 인생아'의 임팩트를 기대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없는게 메리트'에서는 오히려 발랄한 멜로디로 88만원 세대의 '찬란한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려했다면 큰 욕심이 아니었을까요? 해학을 담으려했던 '없는게 메리트, 있는게 젊음'이라는 가사는 'A는 B이고 C는 D이다'라고 문법적 해석을 생각한다면 '메리트는 없고 젊음은 있다'라고 들리기까지 합니다. 분위기 환기에는 성공이지만 메시지 전달에는 실패입니다. 이 곡은 정말 '메리트'가 없네요.
평이하고 무난한 사랑노래 '보호해줘'를 지나 '그래야 할 때'는 오히려 이 앨범을 대표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EP에서 김윤주의 보컬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정규앨범에서는 반대로 박세진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경향인데, 이 곡 역시 그렇습니다. '안부'처럼 박세진이 주고 김윤주가 받고 결국 같이 부르는 진행은 지난 EP의 'Another Day'나 '외롭지 않아'처럼 여성 듀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하모니를 들려줍니다. Azure Ray가 떠오르는 건 저 뿐인가요?
앨범 제목은 '28'이지만 앨범에는 같은 제목의 곡은 없고, 대신 3이 줄어든 '25'이 있습니다. EP의 '가장 쉬운 이야기'처럼 친구들과 함께했고 잡담까지 포함된 원테이크(one take) 트랙으로 앨범 제작비 절감을 위한 두 멤버의 눈물겨운 노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장 쉬운 이야기'의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25'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두 멤버가 만났던 25세의 시작을 노래할지도 모르겠지만, '25'을 '28'에 담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이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의 제목을 '25'로 하고 두 멤버가 27세에 발표한 EP '옥탑랴됴'보다 2년 앞서 '진짜 25세때' 발표했다면 좋았을 법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피로를 풀어주는' 모 음료처럼 달달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가장 짧은 곡이지만, 아마도 두 멤버가 88만원 세대에게 전하려고 했던 위로의 메시지가 가장 간결하면서도 또렷하게 담겨있는듯 합니다.
'똥개훈련'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강아지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잔잔하게 추억을 되세기는 시작은 좋지만, 애처로움을 극대화하려는 후렴구는 어쩐지 우습습니다. 순수한 아이의 똥개훈련이 아닌 악랄한 아이의 강아지를 괴롭히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너무 색안경일까요?
'고요한'은 역시 여성 보컬의 장점이 빛나는 곡입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사기스러운 조합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보컬을 더욱 빛나게 하고, 여성 보컬과 만나면 그 장점이 더욱 빛나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들려주는 분위기와 구성은 이 듀오의 본래적인 분위기라기 보다는 빌려온 느낌이 강한데, 개인적으로는 'Alice in Neverland'의 첫 앨범에 수록되었고 '장필순'이 불렀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떠오르네요.
'옥탑라됴2'는 바로 EP에서 두 멤버의 재치가 빛났던 '옥탑라됴'의 후속편입니다. 역시 두 멤버가 주고 받는 입담과 자화자찬이 재밌습니다.(더불어 이 듀오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작처럼 역시 다음 트랙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는 제목 그대로 두 멤버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마지막 '그래야 할때 (string version)'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랙입니다. 앞선 원곡이 어쿠스틱이었기에 'string version'이라 하면 현악 편곡으로 보컬에 현악 연주를 더한 곡을 생각하는게 보통인데, 이 트랙은 제목 그대로 '현악으로만' 진행되는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 듣기 좋은 트랙이지만, 앨범 전체를 생각했을 때는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최근 주목을 받은 후속작 가운데 이렇게나 '소포모어 징크스'가 철저하게 느껴질 만한 앨범이 있었던가요? 기교적인 면에서 여성 듀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지만, 앨범의 구성과 메시지는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개별적으로 들으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앨범의 각 곡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그 접근 방법은 너무나 산만하여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EP '옥탑라됴'의 임팩트가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흐릿합니다. 별점은 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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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al Scenery - Soundscape
오랜 기다림 그리고 새로운 시작 'Sentimental Scenery(센티멘탈 시너리)'의 'Soundscape'.
예상 밖의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첫 정규앨범이 이렇게나 지연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센티멘탈 시너리는 디지털앨범으로 활동하다 파스텔뮤직 합류 이후 2008년 '타루'의 EP를 프로듀싱하고 2009년에는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2'에 참여 및 기존 음원들에 신곡을 추가한 스페셜 앨범 'Harp Song + Sentimental Scene'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했죠. 더불어 광고음악으로도 만나면서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습니다. 하지만 '신곡 가득'한 기대를 채워줄 정규앨범의 소식은 2010년 한 해가 다 지나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4월, 드디어 정규앨범 'Soundscape'이 발표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지난 스페셜 앨범의 연장선 위에 있는, 독특한 일러스트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그래픽 아티스트 'Marumiyan'의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이 그의 일러스트로 멋지게 꾸며졌고, 국내에서는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인 '짙은'의 앨범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페셜 앨범을 소장하고 있다면, 바로 부클릿에서 채색만 다른 일러스트가 실렸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앨범을 여는 'Spring Breeze'는 따뜻한 '봄의 미풍'을 의미하는 제목과는 다르게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시작합니다. 애수에 찬 피아노 연주와 스트링은 청자의 신경을 사로잡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Paris Match'의 'Mizuno Mari'가 보컬로 참여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앨범 부클릿을 살펴보면 11번 트랙인 Moonlight를 재구성(Reconstitution)했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Moonlight'를 위해 녹음한 보컬 트랙을 변조하거나 거꾸로 재생시켰나 봅니다.
'Tune of Stars'는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트랙입니다. 앞선 트랙이 일본의 Mizuno Mari가 참여한데 이어, 이 곡에서는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이며, 얼마전 국내에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EP를 발표한 'Hee Young'이 참여하여, 이 앨범이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EP에서 들려준 매력과는 다른 달콤한 보컬은 이 곡에 잘 녹아들어, Soundscape라는 청각과 시각이 합쳐진 공감각적인 타이틀만큼이나 공감각적인, '별들의 선율'을 의미하는 제목의 이 곡을 반짝반짝 빛나게 합니다.
'Childhood'는 유년기에 대한 동경이 느껴지는 연주곡으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된 흐름은 SS의 뉴에이지 경력을 떠오르게 합니다. 반짝반짝하는 밤하늘을 포착한 앞선 곡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스트링이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센티멘타루(SentimenTaru)'의 재결성인 'Brand New Life'는 '타루'와 함께한 이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타루와 함께하는 SS는 언제나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나 익숙한 타루의 음성은 이 곡이 SS의 앨범이 아닌 그녀의 앨범 수록곡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점입니다.
'Glory Days'는 준수한 SS의 보컬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음악적 풍광'을 의미하며,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적인 타이틀과는 또 다른 처음 4개의 트랙들이 다분이 '시간적인(봄, 유년기,삶, 나날들)' 제목을 달고 있는 곡들이 많은 점은 흥미롭습니다. SS가 표현하고 싶은 Soundscape는 '인생을 담은 파노라마'일까요?
'Heavenly Sky'는 주로 '에피톤 프로젝트'와 호흡을 맞춰오던 '심규선'이 참여했습니다. 'Soundscape'의 발매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 사용되었던 바로 그 곡으로,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통해, 제목처럼 '상쾌한 하늘'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한 임팩트가 느껴지네요.
앨범 제목과 동일한 'Soundscape'에서는 '얼후' 연주가 매력적인 연주곡입니다. 우수에 찬 바이올린 만큼이나 서글픈 선율을 들려주는 얼후는 동양적인 감성을 들려주면서도 피아노, 드럼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째즈의 분의기를 자아냅니다. 동양적인 감수성과 서양적인 화법이 만나는 지점에 Soundscape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금' 같은 악기와 협연하였다면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 지네요.
'Blingbling'은 이미 너무 익숙한 트랙이죠? 바로 광고을 위해 만들어졌던 곡으로 약 2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들어도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 다만 이 앨범이 더 빨리 나왔다면 이 곡이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네요. 2009년에 SS와 타루가 각각 보컬을 담담한 두 가지 버전이 공개되었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타루와 함께한 버전이 수록되었습니다.
'Ashes of Love'는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2'에 수록되기도 했던 곡입니다. 뜨겁게 불타오른 사랑이 지난간 자리에 남은 '사랑의 재', 사랑의 재는 사랑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완전히 불타오르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그 재 속에서 다시 부활한다는 '불사조'처럼 말이죠.
'Lost Paradise'는 제목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잃어버린 천국'을 그려냅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풍경들, 투명한 유리구슬 넘어 보이는 맑게 일그러진 모습들, 희미한 기억속에 드리운 문발을 넘어 햇볕을 등진 그림자들...가까이 있지만 잡을 수 없는 환영들이 스쳐갑니다.
'Moonlight'는 Mizuno Mari가 '제대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시를 읇는듯,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휘둘리지 않는 '차분한 절제의 미덕'이 담긴 Mizuno Mari의 목소리는 고즈넉한 '달빛(Moonlight)'처럼 차가운 빛을 발산합니다. SS를 일본인 뮤지션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곡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 하겠네요.
앨범을 닫는 트랙은 제목 그대로 마지막을 의미하는 'Finale'입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화려한 사운드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곡은 SS가 창조한 'Soundscape'의 절경을 그려냅니다. 지구 한 귀퉁이에서 부는 '봄의 미풍(Spring Breeze)'로 시작하여 우주적인 대폭발, '수퍼노바(Supernova)'로 확장되는 Soundscape의 여행은 아름답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배신하지 않는 12개의 트랙으로 찾아온 'Soundscape'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지향하는 Sentimental Sound의 연장선 위에서 새로운 확장을 보여줌이다. 지난 스페셜 앨범과는 달리, 'Paris Match'로 유명한 일본의 'Mizuno Mari'와 한국계이지만 파스텔뮤직에서도 해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Hee Young', '에피톤 프로젝트'와의 합작으로 검증된 '심규선', 그리고 센티멘탈 시너리와의 궁합이 검증된 '타루'까지 다양한 음색의 객원보컬들을 적극 활용하여,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한미일' 국제적인 스케일로 해외 진출의 가능성도 담아냈습니다.
첫 정규앨범, 아직 20대인 센티멘탈 시너리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데뷔 초기에 한국을 뛰어넘는 사운드로 일본인 뮤지션으로 오해를 샀던 센티멘탈 시너리, 이제 활발한 활동과 함께 그의 재능을 만개하여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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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혼성 듀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네 번째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정말 예상외의 일들이 많았네요. 2004년 12월에 발매된 데뷔앨범 '소의 성공과 2006년의 두 번째 앨범 '입술이 달빛'이 소포모어 징크스를 무색하게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점이나 전작과는 다른 색채를 보여준 점이 그러했죠. 또 2007년에 세 번째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를 발표하면서 '요조'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표한 점도 그러했고 그 덕분에(?) 세 번째 앨범이 가려진 점도 그러했네요. 2008년에는 여행앨범 '일곱날들'을 발표하면서 '거의 1년에 앨범 한 장'이라는 왕성한 창작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지만, 2009년과 2010년을 그냥 넘어간 점도 역시 그러했구요. 당연히 금방 찾아올 새 앨범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겠고, Discography로는 2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지만 간간히 공연 활동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곡들을 보여주었기에, 네 번째 앨범에 대한 기다림은 더욱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선 제목 'CIAOSMOS'는 이탈리아어로 '안녕'을 의미하는 'Ciao'와 우주를 의미하는 'Cosmos'의 합성어로 '안녕으로 가득한 우주'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의 제목 역시 'Ciaosmos'입니다. IDM을 연상시킬 만한 조용한 전자음들과 함께 시작하여 보컬 '은지'의 음성이 은은히 울려퍼지면서, 많은 소규모의 팬들 마음 한 구석에 숨겨놓았던, 데뷔앨범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물씬 피어납니다. 소규모의 '음악적 우주'에 접근합니다. 반갑습니다.
'언젠가 올 우리의 이별들을 위해'로 맺음하는 짧지만 강렬한 가사는 엄청난 몰입에 빠져들게 합니다. 4분에 이르는 긴 인트로라고 할 수 있지만 마치 30초 정도로 느껴질 만큼 빠르게 지나갑니다. 'Dream is Over'는 소규모식의 미니멀리즘이 돋보입니다. 단촐한 악기 구성과 간단히 반복되는 구조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적당히 흥겨운 분위기는 2집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중용은 1집에 가깝게도 들립니다.
'Ladybird'는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의 공연들에 참여한 청자라면 들어보았을 곡입니다. 바로 'Bugs fly again'으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가사가 완성되면서 혐오스러울 수 있는 bugs에서 ladybird로 바뀌었나 봅니다. 전자음(삐)과 자연음(새소리)가 어우러진 배경음은 조용한 이 곡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이어지는 'Life is Noise'는 여러면에서 'Ladybird'와 한 쌍같은 곡입니다. 이어지는 배경음이 그렇고 연주도 그렇습니다. 이 앨범에서 전체적으로 자연음과 소음(noise)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아예 제목에서 '인생은 소음이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Ciaosmos를 대표하는 모토일까요? 콧소리 섞인 민홍의 목소리는 약간 귀를 거슬리며 '코러스'와 '소음' 경계에 위치합니다.
창밖으로 스쳐지나는, 복잡한 도시를 그려낸 '23 Red Ocean' 역시 독특한 샘플링이 인상적입니다. 명상적이고 정중동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물에 사는 돌'은 어느 트랙보다도 소규모의 '회귀'를 느낄 수 있게합니다. 가장 편안한 구성으로 감동을 극대화하는 소규모의 기교가 빛납니다. '서부간선'은 소규모의 앨범들에 감초처럼 껴있는 '민홍 보컬'의 트랙입니다. 지난 앨범들에서 느끼기 힘든 락킹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 괜찮은 것'에서는 '~것'의 열거와 놀림노래 형식의 믹스로 소소한 재미를 들을 수 있습니다. '던져지고 있는 돌'도 공연들에서 들을 수 있던 곡입니다. 쉐이크와 드럼 소리로 시작되는 공연에서 볼 수있는 '소규모다운' 구성으로 무대 위의 소규모가 그리워지게 합니다. 마지막은 연주곡 'Love on'입니다. 안녕으로 가득한 우주이지만 '사랑은 계속되어야한다'는, 평소 소규모의 철학이 담겨있는 곡이 아닐까 하네요.
오랜만에 찾아온 네 번째 앨범 'CIAOSMOS'는 이렇게 10개의 트랙으로 막을 내립니다. 오랜 기다림과 공연들에서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들을 생각한다면 '10'이라는 숫자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짧아서 아쉽지만,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는 영미 인디음악에서나 들을 만한 참신한 시도들은 귀를 즐겁게 합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우주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좀 더 황성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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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tHE AiR : GREEN CONCERT
최근 인디씬의 경향을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컴필레이션 'SAVe tHE AiR : GREEN CONCERT'.
작년 11월 경부터 진행되어온, 환경캠페인 'SAVe tHE AiR : GREEN CONCERT'가 이제 무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방안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이 환경캠페인은 항공사인 '진에어(JinAir)'가 주최하고 '파스텔뮤직'이 주관하는 콘서트 시리즈로 수익금은 유엔 환경단체인 'UNEP'에 전달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좋은 취지이지만 그 내용물이 부실하다면 그 취지가 빛날 수 없겠죠? 일련의 콘서트들을 통해 보여준 화려한 라인업에 버금갈 정도의 멋진 라인업으로 컴필레이션 'SAVe tHE AiR : GREEN CONCERT', 이제부터 살펴봅니다.
지난 한 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 첫 곡 '빨주노초파남보'로 앨범을 시작합니다. 누구나 '무지개'를 떠올릴 제목으로 그 '무지개'만큼 밝은 희망을 세박자의 노래에 담아 들려줍니다. 옥상달빛과 궁합이 좋은 어쿠스틱 기타와 실로폰 등 소박한 악기들과 함께하는 그녀들의 노래는 가사 한 줄 한 줄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간결하고도 감동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자연보호'라는 이 앨범의 주제를 가장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죠.
'어항'은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한희정'의 곡입니다. 무심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음성과는 다르게, '감쪽같이 바뀐 물고기'를 통해 전하는 다소 무거운 가사는 '자연보호'의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합니다. 마지막 가사 '아버지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는 기도문을 떠올르게 할 만큼, 종교적 채색가 짙기에 재밌습니다.
역시 작년 뜨거웠던 '좋아서하는밴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1초 만에 만나는 방법'처럼 바로 1초만에요. 경쾌하고 씩씩한 멜로디와 동요나 자장가를 불러도 딱 좋을 마치 교과서같이 진솔하고 명료한 보컬로 이 밴드의 매력을 뜸뿍 표현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멤버 본인들은 '좋아서 하는 밴드'라지만 '좋아할 수 밖에 없을 밴드'라고 하고 싶네요.
주목받는 남성 듀오 밴드 가운데 하나인 '짙은'은 'Sunshine'을 들려줍니다. 이 곡의 가장 큰 미덕은 '짙은'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음반들(정규앨범과 EP)이 담고 있는, 주로 '우울이 짙은' 노래들과는 다르게, 제목처럼 밝고 희망적이라는 점입니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 캠퍼스 로맨스같은 낭만을 부르는 짙은의 모습도 어색하지 않네요. 앞으로도 이런 밝은 노래들을 자주 불러주었으면 합니다.
보컬리스트에서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요조'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길 고양이 '나영이'를 소개합니다. 환경캠페인과는 조금 떨어진 소재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꽃'이 연상시키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 원하는 고양이 모습은 처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기타 연주에 '이상순'이 참여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네요.
최근 세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 '몽니'는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전화기가 없어도'를 들려줍니다. 요즘에는 '핸드폰'이나 '휴대폰'에 밀려, 일상 생활 속에서도 언어적인 면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도구이자 단어인 '전화기'조차도 범접하기 힘든 시절에 대한 노래입니다. 지금 3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층의 어린 시절, 집마다 있는 한 대씩은 있는 전화기이지만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노래 속의 주인공의 그 시절 전화기는 가끔 친한 친구에 약속 확인 정도를 위해 '용건만 간단히' 사용하던, 어른들의 물건이었구요. 그런 시절의 연애 또한 마찬가지여서 수줍은 이야기는 전화기로 더욱 힘들었을 것이고, 직접 만나지 않으면 닿을 수 없던 그 시절의 기다림과 설렘은, 휴대폰으로 언제든 닿을 수 있는 요즘날과는 달랐겠죠.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격체를 만나지 않고,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점점 피상화 되어가는 요즘 시절에 대한 씁씁함을 반어적으로 담고있지 않나 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파니핑크'는 상당히 매력적인 일렉트로니카 넘버 'Love is You'로 찾아왔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유는 모던락에 가까운 정규앨범과는 많이 다른 이 곡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환골탈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뮤지션의 앨범에 remix로 참여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미 예고된 변화라고 해야겠네요. 이전 파니핑크의 음악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댄서블한 일렉트로니카에 빠져보세요.
뜨거운 주목을 받아온 남성 듀오 '10cm'은 '열대야'를 들려줍니다. 10cm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성인용(?) 가사'를 꼽을 수 있겠는데, 이 곡에서도 역시 농밀한 에로티시즘을 함축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함축적인 가사만큼이나 상당히 교태로운 보컬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네요. 참 '대담'하면서도 '대단'한 듀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흥겨운 연주가 매력인 Irish trad band '바드(Bard)'는 연주곡 '초록 물결 사이로'를 들려줍니다. 푸른 바다 위로 넘실거리는 파도만큼이나 흥겨운 멜로디는 귀에 어쩐지 익숙합니다. 바로 '바드'의 뿌리가 되는 '두번째달'을 좋아했던 청자라면 '바다를 꿈꾸다'가 떠오를 법도 합니다.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음유시인(바드)의 마법이 깃든 연주가 아닐까 합니다.
탁월한 멜로디와 감성으로 청자를 사로 잡아온 '디어 클라우드'는 제목처럼 싱그러움이 가득한 '아침'으로 다가옵니다. 중성적인 음색인 '나인'의 보컬이 이렇게나 로맨틱하게 들릴 수도 있을까요? 맑고 상쾌한 주말의 아침에 듣는다면 더 없이 좋을 트랙입니다.
2007년부터 매년 한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어느 밴드보다 꾸준한 활동을 보여온 '보드카레인'은 애절한 '불편한 진실'을 들려줍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바로, 우리에게는 미합중국의 부통령으로 먼저 알려졌고 지금은 환경운동으로 더욱 유명한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담아 쓴 책의 제목이기 때문이죠.(후에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고 앨 고어도 출현햤죠.) 앞선 10개의 곡이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면 이 곡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얼핏 들으면 '슬픈 사랑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 '보드카레인'이 말하는 '너'는 우리의 소중한 '지구'와 '자연'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이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밴드들 가운데 가장 고참이라고 할 수는 밴드 '허클베리핀'의 'Aurora People'입니다. 절제된 가사에서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지구에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결국 지구를 떠나는 상황이 연상됩니다. 그렇기에 이 밴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앞선 어느 곡들보다도 직설적이고 처절하게 들립니다. '나라는 존재는 없었어 나라는 건 흔적(먼지)일 뿐'이라는 가사는, 지구의 긴 나이에 비교한다면 인간의 인생은 먼지처럼 덧없이 짧다는 인간 존재의 무상함과 그렇기에 인류는 지구와 자연과 후손을 위해 겸손해야한다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와 더불어 최근 인디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뜨거운 밴드들 다수가 신곡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이 앨범을 빛나게 합니다. 켐페인을 위해 모였지만 최근 인디씬의 경향을 보여주는 샘플러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라인업이니까요. 또한 '바드'나 '디어 클라우드'처럼 좀처럼 컬필레이션으로 만날 수 없었던 밴드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소장가치를 더하네요. 자연보호에 대한 인디밴드들의 염원과 더불어 이 밴드들이 꾸준히 활동해주기를 바라는 팬들의 염원 또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좋은 취지에 캠페인이 멋진 밴드들과 함께 꾸준히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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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에 팽배한 매너리즘을 여실히 보여준, 빅뱅(Big Bang)의 네 번째 미니앨범
개인적으로 '빅뱅'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이었습니다. 미니앨범과 정규앨범 모두와 라이브 앨범 몇장 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고, 당연히 네 번째 미니앨범은 기대할 수 밖에 없었죠. 그 기대에는 '빅뱅'이라는 네임밸류도 있겠지만 빅뱅 멤버들의 솔로활동에서 보여준 실망감과 작년부터 느껴지는 YG의 매너리즘 때문에 더 기대할 수 밖에 없었죠.
음악보다도 음악 외적으로 시끄러웠던 G-Dragon의 1집이나 1+1=2 또는 3을 기대했건만 1.X정도 밖에 안되는 GD & TOP 1집과 역시 혼자서는 임팩트 부족을 보여준 '승리'의 미니앨범은 '빅뱅'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 시키기에는 분명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태양'만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듯했죠.
그리고 매너리즘...이 문제는 비단 YG 만의 문제는 아닐법합니다. 국내 3대 기획사라고 할 수 있는 SM, YG, JYP를 포함한 '아이돌'이라는 장르 모두의 문제로 보입니다. YG는 작년 즈음, 2NE1의 미니앨범 이후로 뚜렷하게 느껴졌고, JYP도 우연인지 몰라도 재범 사건이후로 2AM이나 2PM 모두에서 창의력 고갈과 하향세가 느껴졌습니다.(역시 아끼전 2AM, 2PM의 음반도 그때부터는 구입중지) miss A의 경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저렴한 사운드였구요. SM의 경우 보이밴드들에서, 팬이 아닌 일반 국내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든 곡들(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인지?)을 쏟아내는 모습이 역력했구요.
개성 넘치는 5명이 모인 빅뱅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죠. YG에서도 어느 때보다도 막대한 홍보와 앨범 발매전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을 이어 발표하면서 마치 거대한 축제의 서막을 장식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솔로 앨범들이 오히려 예봉을 꺾은 형국이네요. 개개의 솔로 앨범에서 느낀 실망을 만회할 만한 반전과 앞선 미니앨범들처럼 '재기발랄'함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저 '솔로앨범의 연속' 정도네요. 최근에 발매된 'GD & TOP'이나 '승리'의 앨범들에서 연장선 위에 있는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으로 들립니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합해 1+1+1+1+1=5을 뛰어넘는 어떤것을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아쉽게도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빅뱅을 기대려온 팬들은 '어쩌라고', '어쩌란 말이냐?'...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을 법인데, 빅뱅의 본격적인 내리막길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드네요.
*전반적인 아이돌 그룹들의 메너리즘 덕분에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톡톡튀는 그룹들이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의 '카라'나 최근의 '시크릿'처럼요. 영화 '짝패'에서 '이범수'가 했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게 아니고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라고... 어떻게 보면 자체 소속사 생산곡과 외국 작곡가들의 수입곡으로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내는 '소녀시대'을 보유한 SM이 진정한 강자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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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 옥탑랴됴
여성 모던 포크 듀오 '옥상달빛'의 데뷔 EP '옥탑라됴'.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홍대 인디씬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나 '푸른새벽'처럼 혼성 듀오로 인기를 모은 밴드들도 있었지만, 단일 성별의 듀오는 흔하지 않은 구성이었습니다. 1장이라도 발매한 팀들 가운데, 남성 듀오로는 그래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 리플라이', 이제는 만날 수없는 '재주소년'이나 한때 2인조였던 '올드피쉬'가 떠오르지만, 여성 듀오로 인기를 모은 밴드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성은 원래 여성끼리만 있으면 협력이 힘들다'라는 편견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2010년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준 밴드 가운데 그렇게 희귀한 구성의 밴드가 하나있었습니다.
바로 모던 포크 듀오 '옥상달빛'이 그들입니다. 아 밴드, 우선 이름이 특이합니다. 영어이름의 밴드들이 많은 시대에 우리말 이름에, 한국인의 주요 생활공간이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동하고 듣기 어려운 단어인 '옥상'과 '달빛'의 조합이라뇨. 옥탑방에 사는 고학생이 달빛을 받으며 느끼는 운치와 삶의 애환이 모두 담겨있을 법한 느낌입니다. 여성 듀오이기에 두 사람의 보컬에도 관심이 가는데, '말괄량이' 컨셉의 '박세진'과 '새침데기' 컨셉의 '김윤주'가 '옥상달빛'입니다.
앨범 자켓어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공룡의 머리'입니다. '모던 포크 듀오'답지 않게 무시무시한 공룡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한데, 옥상달빛의 클럽을 방문(탐구?)해 보았다면 한 번 즈음은 만났을 공룡이랍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무시무시한 녀석이 아니라 초식을 하는 '용각류' 공룡이에요. 무서워하지 말고, 이제 옥상달빛의 노래들을 들어보자구요.
도입부의 멜로디언 연주가 매력적인 첫 곡은, 청자와 방금 만났기에 뜬금없게 들릴 수 있을, '안녕'입니다. 용기있게 고백하지 못하고 마음만 떠보는 얄미운 친구에게 쿨하게 외치는 '안녕'은 관계의 끝을 선언하는 마지막 인사이겠지만, 또 다른 연애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인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드코어 인생아'는 과격한 제목과는 다르게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이 밴드의 이름처럼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래하는 곡입니다.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을 노래하는 꾸밈없는 가사는 '옥상달빛'의 담백한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좌절 속에서도 인생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메시지는 두 멤버의 음성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옥탑라됴'는 이어지는 '옥상달빛'의 인트로 성격의 트랙입니다. 두 멤버의 코믹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옥탑라됴'는 바로 두 멤버가 진행하는 라디오 형식의 UCC의 제목이기도 하며, 앨범에 수록되면서도 역시 라디오 방송처럼 녹음이 되었습니다. 솔직담백하게 진행되면서도 사연을 보낸 청취자들의 이름과 두 멤버의 능청스러운 반응을 보면 실소를 터질 만큼 재밌습니다.
밴드 이름과 동일한 곡 '옥상달빛'은 이 밴드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앞선 '옥탑라됴'에서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을 가사로 부르는 이 노래는 경쾌한 왈츠 리듬 위로 기쁨과 희망을 노래합니다. 옥상달빛이 청춘에게 보내는 연가라고 할까요?
'Another Day'는 분위기를 바꾸어 쓸쓸함을 그득히 담은, 여성 듀오만의 매력이 가득히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두 여성 멤버가 들려주는 보컬의 하모니는 완숙미가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생활 속에서 마주친 꽃과 새에 비유한 점도 멋집니다.
'외롭지 않아'는 두 멤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어갑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하지만 애써 '외롭지 않아'라고 외치는 모습은 너무나 처량합니다. 마지막 곡은 분위기를 다시 바꾸어 친구들과 함께 부리는 '가장 쉬운 이야기'입니다. 이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는 결국 하드코어 인생이지만,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만하다'고 이야기 하는 듯합니다. 'Good-Bye (Remix)'는 첫 곡 '안녕'의 리믹스로 마지막의 '항상 모른 척 살짝 흔들어 놓고'는 상당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흔하지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라고 하면서 떠오르는 남성 듀오 가운데 '올드피쉬'가 있었는데 옥상달빛은 현재 올드피쉬의 'SODA'씨가 세운 레이블 'MagicStrawBerry sound' 소속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초창기 올드피쉬와 감성적인 고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멤버의 찰떡궁합이 지속되어 멋진 곡들을 오래도록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두루 갖춘 이 특별한 모던 포크 듀오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정말 '기록에 남을 만큼 장수하는 여성 듀오'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정규앨범의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니 기대해 보도록 하죠.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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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엔진(Audioengine N22 + P4) & 뮤질랜드(Musiland) MD11 개봉기 및 사용기
'Audioengine(오디오엔진) 2(이하 A2)'의 맛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PC hi-fi(이하 PC-fi 혹은 Desk-fi)에 대해 알아보다가, 국내 A2 공식 수입업체인 '카보시스'의 홈페이지(http://www.hifiondesk.com/)를 통해 오디오엔진의 신제품, 인티앰프 'N22'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검은 받에 시크하게 생긴 모습은 저를 홀리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A2, 이 녀석은 active speaker이기에 인티앰프가 필요하지도. 사용할 수도 없더군요. N22와 좋은 궁합은 역시 같은 오디오엔진의 P4(이하 P4)인데, N22와 P4의 조합은 A2, 2세트를 상회하는 가격이기에 그냥 입만 다시고 있었죠. 그리고 PC-fi에 대한 관심은 USB DAC에도 눈을 돌리게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눈에 들어온 물건이 'Musiland USB DAC MD11(이하 MD11)'였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몸값도 만만하지 않더군요. 그렇게 윈도우쇼핑만 하던 중, 제 인내심을 시험하는 물건이 올라오더군요. 바로 'Desk-fi 종결자'였습니다. 제가 눈독들이던 N22와 MD11을 포함한 'Audioengine N22 + P4'와 'Musiland USB DAC MD11'에 'OPUS Malena USB cable 1m'를 포함하여 '과연 마진이 남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가격에 '10대 한정'으로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카드 할부'라는 자발적인 '노비문서(?)'를 작성하고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개봉기 열어보기..
제가 많은 스피커를 들어보지 않았기에 A2와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N22 + P4의 조합과 A2를 비교해야겠지만, 이 세트 구성을 한 꺼번에 설치해서 들었기에 'A2 대 N22 + P4 + MD11 + OPUS'라는 1 대 4의 불공평한 게임이 되었네요.
피아노 독주부터 오케스트라 연주와 락밴드의 연주, 팝페라의 고음부터 무거운 저음의 보컬까지 여러 CD를 약 2주 동안 들어보고 내린 생각입니다. A2도 물론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스피커이지만 저음이 과장되는 느낌이 강한데, N22와 P4의 조합은 저음의 명확하지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음이 약하냐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모든 음역의 소리들, 보컬과 각 악기들의 소리를 뭉뚱그리지 않고 뚜렷하게 각 부분이 들리도록 분리시켜 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매우 파워풀해서 방에서는 MD11의 볼륨을 최대 99로 하고 N22의 볼륨을 중간 정도로 하면 PC에서의 미디어 플레이어의 볼륨은 20%을 넘기기가 힘들 정도로 힘이 넘칩니다. MD11은 192KHz 업샘플링을 위해 'Windows 7'에서 역시 이번에 PC-fi를 위해 공동구매로 마련한 정품 'J. River media center 15'로 WASAPI로 세팅하여 듣고 있습니다. 음원이 담고 있는 소리들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려주지만, 그 소리들에 힘과 생동감을 담아서 또렷하게 들려준다고 할까요? 저처럼 하드웨어인 '오디오 기기'보다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CD의 수집 및 감상'과 '라이브 공연의 관람' 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MD11과 N22모두 헤드폰 앰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데, N22로 들어보니 저렴한 축에 속하는 'AKG K158'에서도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네요. MD11과 OPUS Malena의 위력인지, A2에서 음원 재생없이 볼륨을 최대로 했을 때 상당히 거슬리게 들리던 노이즈가 이 조합에서는 볼륨을 최대로 했을 때 A2와 비교하여 50% 미만으로 들리네요.
이 세트를 구입해 놓고도 그 매력을 몰라서 한 번 듣고 넣어두었던 CD들을 다시 꺼내어 들어보니, 전에는 알지 못했던 매력들이 들리기 시작하네요. 더불어 고음질의 음원을 위해 'J. River MC15'로 CD들을 무손실압축인 APE로 다시 추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년전부터 iPod를 사용하면서 mp3로 CD 300여장을 추출해왔는데, 다시 APE로 그만큼 추출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걱정이네요. 책상에 올려놓기에는 P4 정도의 크기가 최대일듯하네요. 모니터를 두고 책상 양측에 늘어선 N22와 P4, 그리고 MD11의 모습이 마치 4천왕처럼 늠름하네요. 각종 케이블들은 우선 RCA 인터케이블만 'Neotech NEI-5003'으로 교체한 상태입니다.
P4는 'Audioengine P4'로 P는 passive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줄여부른다면 AP4로 부르는게 더 정확하겠네요. 하지만 흔히 A2로 부르는 'Audioengine 2'는 active라서 A가 아니라 회사명의 A로 보는게 맞을 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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