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 꽃, 다시 첫번째

6년 만에 돌아온 그녀, 박지윤의 일곱 번째 앨범 '꽃, 다시 첫번째'

저와 동갑이고 제 10대의 아이돌이었던 그녀, 제 나이를 생각하니 상당히 많네요. 그 동안 무얼하며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앨범의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다시 첫번째'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겠죠?

잡음과 함께 조근조근 들려오는 목소리의 '안녕'은 이어지는 '봄, 여름 그 사이'의 intro 성격의 트랙입니다. '봄, 여름 그 사이', 박지윤의 자작곡으로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제목처럼 봄과 여름의 사이, 아마도 만물이 살아숨쉬는 오뉴월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조로운 단어들의 나열로 감정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경쾌한 기타와는 담담히 읊조리는 목소리와는 달리 바이올린만이 그 서글픈 감정을 은은히 들려줍니다. 마지막 '안녕'은 너무나 태연합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용린이 작사 작곡한 '바래진 기억에'는 앞선 '봄, 여름 그 사이'의 철저한 감정의 절제와는 상반되는 곡입니다. 현악 세션은 '타이틀곡의 기본'이고, '과잉'까지 치닿지 않는 감정 표현은 인디씬에서 나온 곡다운 '미덕'입니다.

'4월 16일'은 밴드 'Nell'의 보컬 '김종완'이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요. 잔인하다는 4월, 그 중간의 16일이 이 곡의 제목입니다. Nell의 감수성서첨 가사는 매우 쓸쓸합니다. 하지만, '쿵작짝'의 세 박자로 진행되는 멜로디는 이런 가사와 곡의 심상과는 다르게 나아갑니다. 가사 및 목소리는 슬픈 빛을 내지만 멜로디는 너무나 찬란한 밝은 빛을 낸다고 할까요? 세박자로 진행되는 멜로디는 바로 '봄'과 어울리는 '왈츠'을 떠올리게 합니다. 왈츠의 기쁨 속에서 그 슬픔은 더욱 빛이나게 됩니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 찬란한 슬픔의 봄, 잔인한 4월에 느껴지는 아픈 이별의 감정들을 이보다 더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을런지요.

'그대는 나무같아'는 박지윤의 자작곡으로 화창한 날의 산책같은 잔잔한 분위기입니다. 박지윤의 자작곡들은 모두 잔잔하며 묘사적인 분위기로 한 장의 사진을 연상시킵니다.이어지는 '잠꼬대'는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작사로 참여한 곡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는 랩으로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느낌입니다. 맑은 정신으로 차마 할 수 없었던 말들, 술에 취한 진심들은 아프기만 합니다. '봄눈'은 옛 연인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상황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작사 작곡은 '루시드 폴'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어쿠스틱 기타 연주만 노래와 함께 한다고 해도 잔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될 법합니다.

'돌아오면 돼'는 기승전결이 뚜렸한, 가장 '가요다운' 곡입니다. 이 곡의 작곡가 '비'와 'GOD'를 위해 여러 곡을 작곡한 경력이 있네요. 마지막 곡 '괜찮아요'는 첫 곡과 마찬가지로 박지윤의 자작곡이고 이별 노래입니다. 첫 트랙이 '안녕'이었는데 '괜찮아요'와는, 마치 '마지막(이별) 두 마디'처럼 닿아있는 느낌입니다.

실력파 뮤지션들과 조우하여 상당한 수준의 곡들을 여럿 들려주고, 자작곡의 비율 및 그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박지윤의 discography에서 전환점이 될 만한 앨범입니다. intro 성격의 '안녕'과 히든 트랙을 제외하면 8곡 밖에 되는 않는 점은 온라인 음원이 아닌 CD를 구입하는 팬들에게는 이 앨범이 반가우면서도 분명 아쉬운 점이 될 것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4/26 19:41 2009/04/26 19:41

12 Songs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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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이번 컴필레이션은 파스텔뮤직의 공식적인 소개로는 2006년 초에 발매된 'Cracker : compilation for a bittersweet love story(이하 Cracker)'의 연장선 위에 있는 음반이랍니다. 엄연히 따지면 '공식적인 후속작'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기획의도나 내용물에서는 충분히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Cracker'와 마찬가지로 한 작가의 일러스트들과 함께한 음반이라는 점이과 사랑 이야기를 모았다는 점이 그 공통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앨범의 북클릿을 보면 함께한 작가 'Lemarr'의 그림이 낯설지 않은데, 바로 '파니핑크(Fanny Fink)'의 앨범에도 참여했더군요.


디지팩을 보면 연기가 자욱한 고층 빌딩 위로 거대한 남녀가 입맞춤을 하고 있고 그 뒤로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날고 있습니다. 이런 과장된 표현이 그 순간의 환희를 명료하게 느끼게 합니다. 디지팩 안쪽에 붙어있는 북클릿은 각 곡마다, 한 쪽면에는 일러스트를, 다른 면에는 가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먼저 그려졌는지 아니면 곡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꽤나 괜찮은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구요.


앨범의 문을 여는 첫 곡, '루싸이트 토끼'의 '봄봄봄'은 '눈을 감고 느끼는 따뜻한 봄의 햇살'같은 곡입니다. '루싸이트 토끼'는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파니핑크' 등과 더불어 '정통 파스텔풍(?)여성 삼인조 밴드로, 차분한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져 수줍은 고백과 봄의 나른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All Right'은 '박준혁'이라는 파스텔뮤직의 신예 뮤지션의 곡으로, Cracker에 참여했고 지금은 해체한 '푸른새벽'의 멤버였던, '한희정'이 참여했다는 점에 더 눈이 갑니다. 제목처럼 헤어짐이 지나가고 회복된 마음을 'All Right'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두 남녀 보컬이 들려주는 노래는 제목처럼 밝으지만, 그래서 좀 슬프게 들립니다. 빠쁜 건반 연주는 잊기위해 빠쁘게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 느낌입니다.


'꽃'은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곡으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이하 소규모)'의 이름이 featuring이 아닌 with로 붙어있는 만큼 이 밴드의 색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요조'의 새침한 보컬이 돋보이지만, 곡 자체는 '소규모'의 2집 '입술이 달빛'을 닮아있습니다. 가사에서 '너'를 표현하는 꽃, 바람, 봄 등은 단지 '너'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변할 너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시간이 흐르면 꽃이 지고, 바람이 그치고, 계절이 바뀌는 세상의 이치처럼요. 'MINHONG'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던 '소규모'의 리더 '김민홍'이 '요조'를 만나 '외도'에서 '확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할까요.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10월에 1집 발매 예정입니다.


'My Girl You Blush'로 참여한 'moi Caprice'는 덴마크 밴드입니다.. 보컬의 음성때문에 첫인상은 영국 'Suede'의 '브렛 앤더슨'이 떠올랐고, 댄서블한 복고풍도 'Suede'를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사도 재밌는데, 술이라도 마시고 고백하라는 독려의 가사는, 역시 댄서블한 음악을 들려주는, 'W(더블유)'의 곡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앞서 featuring으로도 참여한 '한희정'의 목소리는 그녀의 곡 '우리 처음 만난 날'에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의 기쁨을 노래한 이 곡은 '푸른새벽'의 우울함과 대비해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잘 음미하면 '우리 처음 만난 날'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그 날을 회상하는 노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앨범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네요.


'Sail on Heaven’s Seas'는 'Ben & Jason'이라는 남성 듀오의 곡입니다. 이 달콤한 곡은 우리에게 친근한 '데미언 라이스'나 '앨리엇 스미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가사는 어떤 비극을 노래하고 있는데, 화자의 경험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느낌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처럼 음침한 목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되지만, 이 듀오가 이미 해체했다고 하니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쉽네요.

‘모노리드’라는 신예 4인조 밴드가 부른 ‘스파티필름’은 예상외로 화초의 이름입니다. 가사는 숨어서 ‘미녀’를 지켜보는 ‘야수’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자조적인 곡의 분위기나 보컬의 느낌이 인기밴드 ‘넬’과 비슷합니다.


‘The Saviour’는 가성도, 진짜 목소리도 너무나 멋진 남자 ‘Maximilian Hecker’의 곡입니다. 가사에서 ‘Saviour’라는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구원자’를 잃은 절망감을 노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차분합니다. ‘소란’보다 ‘정적’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처럼, 체념하고 초탈한 마음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제목의 ‘Saviour’나 가사의 ‘Father’때문에 마지막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Yellow Train’은 오해를 살 수 있는 이름 ‘빅뱅’의 곡으로 ‘봄봄봄’을 들려준 ‘루싸이트 토끼’의 보컬 ‘조예진’이 참여했습니다. '노란 열차'를 타고 떠나는 아른한 봄여행같은 느낌으로, '조예진'의 목소리는 '봄봄봄'과는 또다른 느낌입니다.
 

긴 제목의 ‘For Once in Your Life Try to Fight for Something’은 앞서 한 곡을 들려주었던 ‘moi Caprice’의 곡입니다. 앞선 곡보다 차분한 이 곡은 '다가가지 못하고 바람보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치 다른 곡처럼 느껴지는 곡 마지막의 에필로그(?)도 인상적인데, 아마 '화자'는 '그녀'에게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손’은 ‘어른아이’의 곡으로 이 밴드의 여느 곡들보다 밝고 따듯한 느낌입니다. 맞잡은 손은 놓았지만, 그 온기는 남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고 할까요? 보컬도 좋지만 코러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물론 동일 인물이 불렀지만 코러스를 듣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소규모아카시아밴드'로 참여한 이 앨범의 마지막 곡 '너'와는 '꽃'과 비교하면 다른 느낌입니다. '꽃'이 소규모의 2집처럼 전통가요 노선이라면, '너'는 즐거움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했던 1집에 가깝습니다. 요즈음 1집 시절의 '소규모'가 그리워지는 참인데, '너'가 올해 말에 발매 예정인 3집의 수록곡이고 3집의 방향을 보여주는 곡이라면 기대해도 좋겠네요. 2집에서 시도했던 전통가요와 만남을 시도한 '소규모'는 '요조'가 합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은 ‘12 Songs about You’이지만,  CD플레이어에 넣으면 나타나는 트랙의 수는 13개입니다. 히든 트랙이 한 곡 있다는 얘기죠. 13의 부정적 느낌 때문에 ‘13 Songs about You’라고 조금 이상하게 들려 숨겨놓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정규 트랙에 참여한 밴드의 곡으로 역시 상당히 좋습니다.


컴필레이션이지만 Skip을 눌러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곡들이 많습니다. ‘Cracker’가 짤막한 ‘에피소드’같은 노래들을 담고 있다면, ‘12 Songs about You’는
 ‘Cracker’의 수록곡들이 이후에 나온 파스텔뮤직 소속 여러 뮤지션들의 정규음반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 컴필레이션도 앞으로 발매될 음반들의 'Sampler'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조 with 소규모', '소규모', '한희정' 등 기대되는 파스텔뮤직 음반들에 대한 기다림을 이 앨범으로 달래봅니다. '무슨 Sampler를 돈 주고 사나?'라는 의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수록곡 뿐만 아니라 디지팩과 북클릿의 디자인에도 세심함을 보여주는 이 앨범은 인디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소장가치가 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수록곡들의 강한 응집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그냥 듣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

2007/10/02 19:33 2007/10/0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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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오랜만에 추출 재개!

일음 청취 재개를 알리는 'Nakashima Mika'의 2집 'Love'. 박효신이 번안해서 불렀던 '눈의 꽃'의 원곡, '바다'가 리메이크했었고 '건담 seed'에도 삽입되었던 'Find the way' 등 좋은 곡들이 많다. 하지만 십대 취향보다는 성인 취향이라고 생각되는 곡들이 꽤있다. 역시 일본은 다른가?

'올드피쉬'의 두번째 정규앨범 'Acoustic Movement'. 많은 인디앨범들이 그렇지만 이 앨범 또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작년에 한참 작업 중이던 자료가 담겨있는 HDD가 말썽을 일으키는 사고가 있었다. 역시 올드피쉬답지만, 1집에 비해서는 좀 아쉬운 느낌이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네스티요나(Nastyona)'의 1집 '아홉가지 기분'. 트랙은 13개인데 '아홉가지 기분'이라는 쌩뚱맞은 제목일 수도 있지만, 보컬이 들어있는 트랙은 딱 9개다. 2007년 상반기 주목해야할 앨범 중 하나.

마지막은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의 세번째 정규앨범 'Baby Love'. 예스24에 이 앨범의 평을 짧게 남겼었는데 '이주의 리뷰'에 선정되는 쾌거가 있었기에 그 글로 대신한다.

1집은 그 이전에 발매된 EP short cake나 다른 한정수량의 EP들의 모음집에 가까웠고, 2집은 확연한 1집의 연장선상에서 '1집의 후편'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2집과 3집을 이어주는 EP Monochrome에서 허밍어반스테레오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바로 '세련됨'이었습니다. 단순히 멜로디나 모티브의 세련됨 뿐만 아니라 사운드적인 면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구요.
 
드디어 3집이 공개되었고, 그 세련됨을 잘 들려주고 있습니다. 1,2집과 비교했을 때, 이제는 메이저 음반사의 앨범과 비교했을 때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적인 면에서도 좋아졌고, 곡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객원보컬 외에도 '최강희'를 비롯한 화려한 피쳐링도 듣는 맛을 더해줍니다.

more..

2007/05/02 23:36 2007/05/02 23:36

허민 - Vanilla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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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년에 발표된 '허민'의 데뷔 앨범 'Vanilla Shake'.

'허민'이라고 하면 낫선 이름이겠지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라면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름일 겁니다. 바로 '허민'이 2003년 15회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타이틀이 있는 그녀을 알기에 앞서 2004년 홍대 '사운드홀릭'에서 '바닐라 쉐이크'라는 밴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밴드의 이름과 동일한 그녀의 데뷔 앨범,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깝다는 기분에 짧게 소개해 봅니다.

'어처구니가 없네',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송 느낌의 키보드 연주로 시작하는 경쾌한 곡입니다. 따뜻한 느낌의 키보드 연주와  발랄한 노래의 교차가, '슬픔'을 주로 노래하는 요즘 노래들 치고는 좀 언밸런스한 느낌도 있지만, '풋풋한 젊음'이 느껴져 좋습니다.

'Shake Song', 흥거운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곡으로 그루비(groovy)한 느낌은 2004년에 보았던 그녀의 밴드, '바닐라 쉐이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강남역 6번 출구 앞', 역시 영롱한 키보드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느린 템포의 곡입니다. 강남역에서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강남역 6번 출구'를 제목으로 하고 있기에 반응이 좋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허민 스타일'을 들려주는 곡이기 때문인지, 아무튼 타이틀 곡이기도 합니다. 흐른 날, 분위기 있는 찻집의 창 밖으로 슬로우모션 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거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아침이 좋아', 보컬과 피아노의 간결한 진행으로 싱그러운 아침의 느낌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Complex', 요즘은 좀처럼 듣기 힘든 전자음과 시작되는 흥겨운 곡입니다. 조금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그 전자음에서 어쩐지 90년대 가요의 느낌이 나네요. 가창력에 비중이 상당이 높은 요즘 가요보다는, 좋은 곡과 연주나 코러스에서 느껴지는 재치가 90년대 가요의 느낌으로, 특히 '윤상'의 곡에서나 들을 법한 것들입니다. 맑은 보컬과 키보드(혹은 피아노) 연주로 승부하는 '허민'의 노래들이 대부분 90년대 가요의 느낌인데, 이곡은 특히 그렇네요. '윤상'의 Best album을 통해 다시 듣게된 그의 노래는 시간이 갈 수록 빛이 나더군요. '나이듦'에 대한 조금은 진지하면서도 발랄한 고찰이 담겨있는 가사에도 공감이 갑니다.

'보석같은', 키보드 혹은 피아노가 중심이 된 '어처구니가 없네', '강남역 6번 출구'나 '아침이 좋아'가 '허민 스타일'의 곡이라면 이 곡도 그런 부류라고 하겠습니다. 그녀의 앨범을 이루고 있는 '스타일의 두 축' 중 한 축이 '허민 스타일'이라면 다른 한 축은 '밴드 바닐라 쉐이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구요. 후자에 속하는 곡은 앞서 이야기 했던 'Shake Song'이나 마지막 곡 '알면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 트랙 리스트만 봐도 두 버전으로 들어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어떤 곡인지 알려주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록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보컬과 피아노의 콤비와 잔잔히 바탕에 깔리는 오케스트라, 최소 투입의 최대 효과를 보여주는 '대중음악의 3대 사기'의 멋진 조합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간간히 들어간 코러스는 가사의 간절함을 더 해줍니다.

'I'm Lost', 낮게 깔리면서 '군중 속의 고독'을 노래하는 '허민'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뒤에 나올 '알면서도'보다도 마지막 곡으로 더 어울릴 법한 느낌입니다.

'알면서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위기와 연주에서 밴드 '바닐라 쉐이크' 느낌의 곡입니다. 사실 '허민'과 '바닐라 쉐이크', 같은 주체들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구분하고 싶네요. 보컬의 비중이 줄어둘고 그 비중을 연주가 차지했다는 점이 '바닐라 쉐이크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허민'과 밴드 '바닐라 쉐이크'의 공연을 각각 보지 않은 청자들에게 이해가 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앨범은 발매했지만 활발한 활동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그녀. 이 점은 비단 그녀의 고민만이 아닌 언더그라운드씬에서 태어나 메인스트림의 문을 두드리는 수 많은 밴드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하여 꺼지지 않은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곡들도 있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 혹은 느낌에서는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즐겨들을 만한 매력이 있는 앨범이고,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에 별점은 4개입니다.

2007/03/19 21:56 2007/03/19 21:56

대형 사이트들과의 조우

사실 저의 근황같은 이야기지만,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써 보았습니다. 제목이 '대형 사이트들과의 조우'인데, 정말 대형사이트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싸이월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 여름즈음에 '싸이월드 뮤직'에서 '탐음매니아'라는 것을 뽑고 있었고, 또 다른 시기에 '싸이월드'의 새로운 서비스 '싸이월드 스테이지'에서 '스테이지 매니아'라는 것을 뽑고 있었습니다. 사실 '탐음매니아'는 큰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예전에 '싸이월드 뮤직'에 올렸던 리뷰 중 하나가 '주간 Best'로 선정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싸이월드 뮤직' 측에서 '탐음매니아'에 도전해보라고 쪽지가 왔고 결국 지원했지요. '스테이지 매니아'의 경우에는 우연히 선발한다는 배너를 보게 되었고 '인디문화'를 알리는 일이라고 하기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9월 말에 두 개 다 덜컥 되었네요. '스테이지 매니아'는 '1기'이고 '탐음매니아'는 '2기'가 되었습니다. 둘 다 분기별로 선정해서 저는 2006년의 마지막 분기인 '10~12월'에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테이지'나 '뮤직' 모두 리뷰를 올리는데, '스테이지'에는 공연 리뷰를, '뮤직'에는 당연히 음반 리뷰를 올리고 있어요.

'싸이월드 스테이지(http://stage.cyworld.com)'와 '싸이월드 뮤직(http://music.cyworld.com)'에서 종종 저의 글들을 볼 수 있으실 거에요. '뮤직'에 올라가는 리뷰들은 여기의 글들과 차이가 없겠지만,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공연 리뷰들은 여기서는 밴드별로 잘라서 올리는 글들을 하나로 합쳐야하고 '소개되는 밴드를 잘 알지 못한다'는 가정 아래 써야하기에 좀 더 추가되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사이트'들'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이트 이야기를 하나 더 할게요. 정말 오랜만에 '예스24 이주의 리뷰'에 '하도'의 '우리의 6구역' 리뷰가 선정되네요. 올해 4월에 '러브홀릭'의 'Nice Dream'이 선정된 후로 정말 오랜만입니다. 2005년에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적었는지 6, 7, 8월에 연속으로 되었는데 올해는 많이 써도 선정되기가 힘드네요. '예스24'에서 선정된 리뷰들을 위해 '예스24 이주의 리뷰'라는 태그를 추가하였어요.

하지만 첫번째 선정되었던 리뷰는 얼떨결에 선정된 것이기에 어떤 리뷰인지 알 수가 없네요. '에스24'에도 '이주의 리뷰'의 리뷰가 완전히 자리잡기 전이라 기록이 남아있지 않구요.

* 생각해보면 나름대로의 수익모델이랍니다. 싸이월드 활동으로 한 달에 도토리 100개씩, 두 가지를 하고 있어 200개가 들어오고 예스24는 한번 선정되면 3만원 상품권이...
2006/11/07 22:21 2006/11/07 22:21

하도 - 우리의 6구역


올해 7월부터 한 달에 하나씩, 꾸준히 결과물들을 발표하고 있는 'TuneTable Movement'의 9월에 발표된 세번째 결과물인 '하도'의 데뷔 앨범 '우리의 6구역'. 올 초에 있었던 작업실 사건을 시작으로 말 많고 탈 많았던 'TubeTable Movement'의 '2006년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문제작'이란 '하도'의 음악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녹음을 꽤 오래전에 해두고도 9월이나 되서야 나왔기에, 첫 결과물을 발표하기까지 'TuneTable Movement'의 '굴곡 많았던 행군'을 대변하는 앨범이라는 의미입니다.

남녀의 키스를 담고 있는 booklet의 표지와 달리 내부는 '하도'의 이미지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하도'의 열성 여성팬들에게는 팬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총 14곡을 담고 있는 앨범의 수록곡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차', 작년 single로 발표되었던 곡으로, 이름 모를 역에 새벽녘에 들어오는 첫차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시작합니다. 앨범의 첫곡이고 제목이 '첫차'이지만 아픈 밤을 지나 돌아가는 화자에게는 서글픈 '막차'나 다름 없습니다.

'길고 지루한 사랑을 꿈꾸다', 낭만적인 제목의 곡입니다. 솔로인 라이브와는 다르게 드럼과 베이스와 함께하면서 좀 더 풍성해지고 포근해진 느낌입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의 노래일까요? 가사에서 '아침'이라고 하고 있지만 '아마도 길고 지루한 사랑을 꿈꾸며 잠든'이라는 후렴구 때문에 모두가 꿈나라에 있는 밤을 떠올리게 됩니다. 

'무한의 인파 속에서',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조금은 바쁜 기타 연주 위로 유유히 흐르는 첼로 연주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제목의 '사람의 파도, 인파'가 첼로의 선율이라면, 그 인파 속에서 뒷모습을 쫓는 화자의 바쁜 발걸음은 기타 연주라고 하고 싶네요. 같은 꽃이 피어나도 다른 이름을 부른다는 가사처럼, 모두 '사랑'을 하지만 그 의미는 개개인에게는 다를 수 있나봅니다.

'4월 맑음', 제목부터 상큼한 느낌의 곡으로 가사나 연주나 역시 그렇습니다. 앞선 3곡이 좀 우중충한 곡들이라면, 이 곡은 제목처럼 맑고 행복한 느낌의 곡이죠. 연주는 실황녹음한 느낌이 나는데 아니라고 하네요.

'영하나비', 겨울잠에서 잘못 깨어난 나비의 노래입니다. 때를 잘못 만난 신세 한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비는 추운 겨울에 깨었으니 잘못하면 얼어죽을 수도 있겠지만 곡은 흥겹게 흘러갑니다. 실로폰, 트라이앵글 같이 친근한 악기와 동요 '나비야'의 인용은 '나비'가 그리는 따뜻한 봄의 느낌입니다. 마지막에 가사가 완성된 문장이 아닌 점과 '나비야'의 끊김은, 결국 '나비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도가', '하도'의 조금은 우스운 '자기소개서'같은 곡입니다. 도입부에 목소리가 조금 상기된 느낌이 아쉽습니다. 가사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운명을 믿는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격정적인 곡이 아닌가 합니다. 도입부 기타 연주부터 빠른데다가, 보컬은 아슬아슬하게 고음을 오릅니다. 비교적 강한 느낌의 드럼도 긴장감을 더해 주고요. 공연에서 종종 보컬의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곡인데, 앨범에서는 무난하게 흘러가네요.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남녀가 지목하는 상대가 엇갈리듯, 엇갈린 운명의 수레바퀴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너는 가끔 생각이 너무 많다', 보컬이 없는 연주곡으로 쉬어가는 느낌의 곡입니다.

'괜챠니스틱', 앨범에서 가장 재밌는 곡입니다. 재밌는 가사와 효과음들에 귀 기울여 보세요. 배경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 '하도'가 녹음한 일인다역으로 생각됩니다. 제목처럼 '그까이꺼 대충~'만든 곡일지도 모릅니다.

'별가루 샤워', 늘어지는 느낌의 기타 연주와 보컬의 이펙트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보컬이 이펙트는 정말 하늘에 뿌려지는, 셀 수 없이 많은 별가루의 느낌입니다. 평범해질 수 있는 곡을 범상하지 않게 한 '재치'가 뛰어났다고 할까요?

'우주비행사의 편지', 의지할 곳 없는 우주에서 불의의 사고로 조난을 당한 우주비행사의 노래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득히 멀어지는 푸른 점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치는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키보드의 울림의 아득해지는 느낌을 더합니다.

'화양연화', 첫곡 '첫차'와 함께 single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왕가위 감독'의 동명의 영화에서 빌려온 제목처럼 시리게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single에 들어갔던 버전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기타 소리가 더 크고 맑아진 느낌입니다.

'동경소년', 역시 single 수록곡으로 연주곡이지만 의미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끝부분을 자세히 들어보면 의미있는 목소리가 잠깐 들립니다.

'잘자요 좋은 꿈', 밤의 인사처럼 앨범의 마지막 곡입니다. 요즘 마지막 곡은 'Good Night'이 대세인가 봅니다. 코러스로 '그림자궁전'의 홍일점 'stellar'로 추측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짧고 깔끔한 마지막입니다.

녹음 후 한참이 지나서야 음반으로 나왔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하도'의 목이 최상이 아닌 상황에서 녹음한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느낌 때문인지, 앨범의 컨셉으로 잡은 '옆집 가수'의 이미지는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공연을 통해 '하도'의 팬이 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합니다. 반대로 앨범을 듣고 공연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만큼, '하도'는 녹음과 발매 사이의 간격을 허비하지 않고 뮤지션으로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한 성장은 앨범에 실리지 않은, 실릴 수 없었던 좋은 신곡들과 'stellar'와의 프로젝트 'interstellar'로 엿볼 수 있고 홍대 클럽에서 새롭게 찾아올 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대 클럽 '빵'에서 연상되었다는 가상의 공간, '우리의 6구역'. '하도'는 이 앨범을 통해 6구역에 사는, '소년적 감수성을 소유한 주인공'의 울고 웃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 가상의 인물은 '하도' 자신의 투영일 수도 있고, '하도'의 노래를 듣는 여러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소개된 '우리의 6구역' 전 곡은 '하도'의 싸이월드 클럽(http://gkeh.cyworld.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6/11/02 23:42 2006/11/02 23:42

러브홀릭 - Nice Dream



2003년 봄, 데뷔 앨범 'Florist'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러브홀릭(Loveholic)'의 세번째 앨범 'Nice Dream'이 발매되었습니다. 발라드와 댄스가 양분하던 가요계에 정말 '혜성처럼' 나타난 러브홀릭은 대중에게 인기와 비평가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Rock'의 가능성을 조금이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러브홀릭도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두번째 앨범 'Invisible things'에서 '자아도취' 혹은 '지리멸렬'한 내용물들로 크나큰 절망을 안겨주었던 터라, 3집을 예약구매하는 마우스 클릭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공개된 미리듣기 5곡(일요일 맑음, 차라의 숲, 화분, One Love, 그대만 있다면)을 듣고 난 느낌은 제목 그대로 'Nice Dream'이었습니다. 그리고 Full-Length의 앨범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에도 충분했구요. 오직 남은 바람은 '미공개 곡들도 이정도만 되었으면...'이었습니다.

적당히 경쾌하고 밝으면서 첫곡으로 무난한 '일요일 맑음'과 1집 수록곡 '러브홀릭'이 떠오르면서도 더 세련된 '차라의 숲'은 앨범의 상쾌한 시작을 알리며 좋은 예감이 들게 합니다.

차분하게 시작되는 도입부가 인상적인 '화분'은 클라이막스 부분은 2집의 'Sky'의 느낌이 조금은 나지만 'Sky'와는 다른 절제의 미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나의 태양은 지고'는 아마도 이 앨범에서 '락'의 느낌이 가장 강한 곡입니다. 지선의 보컬에서도 기타 연주에서도 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One Love'는 드라마 '봄의 왈츠' OST에도 수록된 곡으로, 절제된 연주가 애틋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사실 예약판매가 시작할 때 부터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 보너스 트랙도 아닌 정식 수록곡에 올라와 있어 앨범 전체의 구성을 흐뜨리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나름대로 괜찮네요.

'TV'는 1집의 '기분이 좋아'와 '놀러와'의 중간 즈음인 분위기의 곡입니다. 상당히 좋았던 미리듣기 5곡들 보다 오히려 '러브홀릭'다우면서도 알콩달콩한, 밴드의 홍일점 '지선'의 보컬이 빛난다고 해야겠는데, '지금 달려가 네게로 가~'로 시작되는 후렴구 부분이나 적절하고 깔끔하게 들어간 코러스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바로 '러브홀릭'다운 센스가 느껴지는 곡이고 '러브홀릭'에게 바라던 음악이 들려지는 곡이라고 극찬하고 싶네요.

이어지는 'Leave Me'는 1집에서 보여줬던 '러브홀릭식 발라드'라고 할만 했던 '슬픈 영화'나 'Sad Story'와는 다르면서도, 곡 구석구석에 배치된 요소들에서 애절함이 절절히 느껴지는 곡입니다. 도입주의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와 합류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이펙트,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피아노 연주, 2절에서 잠시 들리는 스트링까지... 정말 맛깔스럽게 곡을 만들어낸 편곡과 프로듀싱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렴구에서 안개처럼 흩어지는 여운을 만들어내는 애절한 지선의 보컬과 일렉트릭 기타의 이펙트에서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가요?

'달의 축제'의 도입부 기타 리프는 귀에 익은 기분이 드는 곡으로 상당히 '트렌디'한 느낌입니다. 영어 후렴구나 관악기가 참여한 연주 부분에서 그 느낌이 상당히 강한데, 역시나 상당히 귀를 즐겁게 할 만한 곡입니다.

'신기루'는 'Leave Me'와 짝을 이루는 분위기의 곡으로 후렴구는 1집의 'Sad Story'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Leave Me'이 눈물까지도 참아내는 절제의 곡이라면, '신기루'는 그 눈물이 승화하는 곡이라고 하고 싶네요.

'그대만 있다면'은 밴드 음악에 클라이막스에서 스트링을 사용한, 요즘 가요계의 횡행하는 뻔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그다지 뻔하지 만은 않은 곡으로 '차라의 숲'에 이어 후속곡이 되지 않을까하는 곡입니다. 사실 미리듣기 5곡만 들었을 때는 '대단히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Full-Length가 공개된 상황에서는 '좋다. 중간이 이상이구나'라는 느낌이 드네요.

'Run'과 '녹색 소파'는 모두 2분 40초 대의 곡들입니다. 비트박스와 시작되는 'Run'은 제목처럼 경쾌함이 느껴지는 곡이고 '녹색 소파'는 갑자기 아이리쉬 휘슬과 함께 초록 벌판으로 날아간 러브홀릭이 들려주는, 남성 보컬의 곡입니다. 러브홀릭의 아주 오래 음악을 하거나 두 남성 멤버가 따로 앨범을 낸다면 했을 법한 느낌입니다.

마지막 곡 '인어, 세상을 걷다'는 상당히 가볍고도 경쾌한 곡입니다. 그 경쾌함이 어떤 행복으로 충만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특히 흥겨운 관악기 연주에서 최고조에 달하고, 아쉬움의 눈물이 기쁨이 되게 합니다. 적절한 코러스와 효과음은 육지의 끝이면서도, 또 다른 시작인 바다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3집은 이렇게 아쉽게 또 마지막 곡까지 지나가 버렸지만 앞으로 찾아올 앨범들은 더욱 기대됩니다.

이제 지난 앨범의 절망적인 악몽은 잊어도 되겠습니다. '러브홀릭'표 '팝-락'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도, 데뷔 앨범 'Florist'에서 느꼈던 센세이션을 뛰어넘을 만한 완성도와 어느 한 구석, 빠지는 곳 없는 완숙한 다양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러브홀릭'의 '역작'이 될 앨범이 아닌가합니다. 별은 4.5개입니다.
2006/04/15 19:39 2006/04/15 19:39

이루마 - First Love [Repackage]



2001년 11월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나온지 4년째가 되어가는 앨범의 리뷰를 이제야 써봅니다.

지금의 이루마를 한국 최고의 뉴에이지 스타로 만든 앨범이자, 이루마 discography 최고의 앨범 'First Love'의 Repackage가 지난 5월 기존의 15곡에 3곡을 추가하여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2002년 즈음에 First Love를 구입하였기에 이번 repackage는 넘어갈까 했지만, 이미 이루마의 국내 발매 앨범은 모두 소장하고 있고 이루마 앨범의 초판은 디지팩 같은 특별한 케이스로 되어있고 초판 소장에 대한 혜택(?)이 있기에 결국 repackage도 장만했습니다.

명작(名作)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앨범 'First Love'에는 주옥같은 곡들이 실려있습니다. 그만큼 이루마의 앨범들 가운데서도 가장 꾸준히 또 많이 팔리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저는 너무 많이 들어서 첫소절만 들으면 뒤의 흐름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질 정도랍니다.

첫곡 'I'는 기존의 piano solo version과 cello로 함께한 version(I...)에 현악 4중주와 함께한 string version이 repackage로 발매되면서 추가되어 총 3곡이 실려있습니다. piano solo가 계속 잔잔히 진행되는 반면 string version에서는 감정의 격정이 느껴집니다.

'May Be', '5월이 오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나요? 두 단어를 붙여서 읽으면 'maybe', '어쩌면'이 됩니다. 예전부터 중의적 표현을 노린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곡입니다. 제목처럼 오월의 분위기를 이루마식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Love Me', 모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의 아이스크림 이름이기도 합니다. booklet을 보면 역시 아이스크림에서 착안한 제목이라네요. 제목만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First Love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는 곡입니다. 제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River Flows In You', 제목처럼 듣고 있으면 마음 한 가운데를 유유히 흘러가는 강이 느껴집니다. 그 강은 맑고 깨끗하네요.

'It's Your Day', 앨범에서 경쾌하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오늘의 당신의 날, 즐거운 하루 되기를', 이런 느낌입니다.

'When The Love Falls', 드라마 '겨울연가' 배경음악으로 더 유명한 곡이죠. '사랑이 저물 때'라는 제목만큼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프랑스 원곡을 피아노 연주에 맞게 편곡한 곡이랍니다. 추가 수록된 string version, 지난해 드라마 콘서트 투어에서 현악 4중주와 함께 했던 연주가 반응이 좋아 레코딩으로 옮겼나 봅니다. 추가 3곡 모두 콘서트에서 현악 4중주와 함께 했었죠. 격정이 더해지면서 쓸쓸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네요.

'Time Forgets...', 잊고 잊혀진다는 것, 바람에 흔들리다 결국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의 궤적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Till I Find You', 제목처럼 만남, 그 전의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한 곡이라고 할까요? 햇살 좋은 가을날 고즈넉한 길을 걷는 분위기의 곡입니다.

추가 수록곡 'Kiss the Rain'의 string version, 원래 이루마의 3집 'From The Yellow Room'에 수록된 곡으로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됐었죠. 곡으로만 따지만 아마 Kiss the Rain이 이루마의 최고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네요. piano solo 곡도 좋지만 지난해 투어에서 여러번 들었던 터라, string version이 더 좋네요. 현악 4중주가 어우러져 애절함이 더 하네요.

모든 곡을 소개하지 못했지만, 소개에 빠진 곡들도 상당히 들을 만한, 대단한 짜임새를 갖춘 앨범입니다. 뒤에 나온 앨범들보다 화려함을 떨어지지만 아기자기 하고 소박한, 이루마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구요. 제가 들어본 뉴에이지 앨범 중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추가로, 이번 repackage는 디지팩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전판이 일반 CD 케이스에 담겨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깔끔하고 괜찮네요. 전판을 소장하지 않은 분들은 물론이고 소장하고 있더라도 string version으로 수록된 추가 3곡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해 보이네요. 물론 기획사 Stomp Music도 그 점을 노렸겠죠.
2005/08/13 14:54 2005/08/13 14:54

푸른새벽 - Submarine Sickness + Waveless



2년이 넘는 긴 침묵 끝에 발매된 두 장의 EP 'Submarine Sickness', 'Waveless'.

사실 제가 '푸른새벽'을 알게 된 때는 올해 1월입니다. 처음 '스무살'을 듣고 단번에 빠져들어 1집을 구입해 버렸지요. 그리고 올해 3월과 5월 홍대 클럽에서 있었던 세 번의 공연(파스텔 레이블 공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연 그리고 단독 공연)을 통해 신곡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곡들을 통해 정말, 올해 발매된다는 새 앨범에 대한 기대는 언제터질 지 모르는 폭탄과 같았죠.

그리고 6월, 드디어 푸른새벽이 새 앨범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2집이 아닌 EP를, 그것도 한 장이 아닌 두 장으로, 합하면 앨범 한 장의 수록곡이 충분히 될 만한 수의 곡들을 선보였습니다. 더구나 멤버 dawny(한희정)씨의 말에 의하면 올 겨울 즈음에 나올 2집에는 아마도 EP와는 겹치는 곡이 없이, 전혀 다른 곡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하니, 팬들에게는 더 없이 기쁜 2005년이 될 듯합니다.

각각 6곡과 5곡이 수록된 두 EP는, 괜한 겉 멋으로 2CD로 발매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Submarine Sickness'는 1집에 비해 dawny씨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화려해졌다'고 할 만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면 'Waveless'는 기존 푸른새벽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시도와 연주가 주를 이루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Submarine Sickness의 1번, '호접지몽'은 그야말로 이번 EP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투명한 피아노와 '푸른새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타의 선율 위로 dawny씨의 매력적인 보컬이 흐르는 멋진 곡이죠. 지난 공연들에서 공개되어 상당히 귀에 익은 곡이기도 합니다. 파스텔 뮤직 홈페이지에서 미리 공개된 만큼,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겠죠.

2번 '친절한 나의 길'도 공연을 통해 귀에 익은 곡입니다. 흐름의 빠름과 느림이 교차되면서 적절한 완급 조절이 특징이네요. '쓰어따아따아'하는 의미를 모를 마지막 가사가 인정입니다.

3번 'calm do not plan' 낮잠을 자고 싶을 만큼 잔잔하게 흐르고, 이어지는 4번 '낯선 시간 속으로'는 역시 dawny씨 보컬의 매력이 두드러지며 뒤따르는 공허한 기타의 울림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5번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 6곡 중 가장 다정한 느낌의 곡이고 6번 'Last arpeggios'는 쓸쓸함이 가슴깊이 메아리 치는, 마지막 분위기가 나는 곡입니다.

Waveless의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1번 '서'는 1분이 조금 넘는 짧지만 전혀 색다른 분위기의 힘이 느껴지는 연주곡입니다. 현악기와 타악기의 강렬함이 가장 무도회를 생각나게 하네요.

2번 '별의 목소리 1'은 독특하면서도 푸른새벽다움도 느껴지는, sorro씨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8분이 넘는 곡입니다. '푸른새벽의 탈을 쓴 일렉트로니카'라고 할까요? 3번 '별의 목소리 2'에서 역시 sorro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푸른새벽다운 분위기의 쓸쓸함, 공허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sorro씨의 목소리라서 그것들이 한층 더 하네요.

4번 '피아노', 다시 dawny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가사가 바로 음이름인 2분이 안되는 짧은 곡입니다. 마지막 '빵'은 작년에 발매된 'Winter songs for nostalgia'라는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1집의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곡입니다.

2장의 EP는 각각 푸른새벽의 진보와 변화 대변하고, 나아가서 겨울에 나올 2집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합니다. 2집에서는 이번 EP 수록곡들과는 다른 곡들이 실어진다는데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과연 어떤 곡들로 팬들을 즐겁게 하려는지!! 별점은 4.5개입니다.
2005/07/15 22:50 2005/07/15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