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유재하 가요제' 수상으로 알려진 '노리플라이(No Reply)'의 데뷔앨범 'Road'.
2008년 3월 앨범에 앞서 싱글 '고백하는 날'을 발표하였지만, 큰 인상을 주기에는 힘든 '무난함'의 인상이 강한 곡이었습니다. 더구나 같은 무대에서 수상을 했던 '오지은'이, 가요제에서는 순위는 더 낮았지만(노리플라이는 은상, 오지은은 Heavenly라는 밴드로 동상) 더 큰 주목을 받으면서, 결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수 많은 밴드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싱글로부터 약 1년후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에서 '타루'와 함께한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탁월한 감각을 들려줌으로서 발매될 데뷔앨범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데뷔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첫 싱글 이후 약 15개월이라는 긴 간격을 두고 발매된 데뷔앨범이기에, 더구나 발매전부터 소속사의 광고가 대단한 편이었기에, 오히려 우려가 되었습니다. 홍대에서 공연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무너져버리는 밴드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죠. 과연 노리플라이도 그렇게 사라지려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맑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끝나지 않은 노래'는 첫 곡으로서 절묘함을 담고 있는 트랙입니다. 우선 제목부터 마지막 곡의 제목으로도 어울릴 법하지만,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시작'을 연상시킵니다. 지금까지의 인디음악들을 뛰어넘겠다는 자신감(혹은 오만함)이 담긴 제목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깔끔한 팝락 사운드는 앨범 전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시야'는 도입부의 두드러지는 베이스와 피아노 연주에서 'coldplay'의 곡을 연상시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트랙입니다. 타이틀 곡 '그대 걷던 길'은 노리플라이의 서정성이 잘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스트링이 참여한 첫 트랙으로, 전반적인 무난함 때문에 타이틀 곡으로 아쉽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내서 다른 트랙을 타이틀 곡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더 좋은 트랙들이 있으니까요.
보컬 '권순관'의 가창법은 몇몇 면에서 '이승환'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는데, 바로 'World'에서 그 인상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가사에서부터 웅장한 스트링과 코러스의 편곡까지 매우 이승환의 곡들을 연상시킵니다. '뒤돌아 보다'는 화려헀던 앞 트랙과는 달리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는 조용한 트랙입니다. 바로 유재하 가요제에서 노리플라이에게 은상을 안겨준 곡이기에, 탁월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렉트로니카와 조우한 'Fantasy Train'은 밴드 노리플라이의, 팝과 락에만 국한되지 않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흐릿해져'는 타이틀 곡보타 더 뛰어난 감성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소중한 기억들이 점점 흐려져가는 안타까움을 보컬의 울림과 적재적소의 스트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그 멜로디'는 본인의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오지은'의 또 다른 모습에 더 눈길이 가는 트랙입니다. 동상이었지만 은상보다 더 떠버린, 같은 소속사(해피로봇) 오지은의 지원사격은 노리플라이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재밌습니다. 째즈를 차용한 라운지는, 노리플라이에게나 오지은에게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되는데, 두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상당히 괜찮은 하모니를 이끌어냅니다. 라이브로 들으면 또 어떨지 가장 기대되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Violet Suit'는 역시 같은 소속사 '나루'가 함께한 트랙입니다. 노리플라이보다 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나루의 영향인지, 앨범 수록곡들 가운데 제목처럼 가장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앨범 제목과 같은 'Road'는 진중해진 보컬이 눈에 띄는 트랙입니다. 그 진중함 덕분에, 조금은 '마이언트메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마지막 '바람은 어둡고'는 앞서 언급한 '흐릿해져'와 함께 타이틀 곡보다 더 뛰어난 곡으로 꼽고 싶습니다.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제목은 어쩐지 낯설지 않습니다. 쓸쓸함한 마음을 흔드는 스산한 바람은 분명 어두우니까요.
앨범은 전체적으로 한 곡 한 곡 건너뛰고 들을 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같은 소속사로 선굵은 인상의 오지은이나 소속은 다르지만 해피로봇을 통해 앨범이 유통되는 '발랄함과 유쾌함의 대명사', '페퍼톤스'를 생각했을 때 밴드 고유의 색은 부족한 느낌입니다..(물론 오지은은 자체제작 1집의 성공으로 해피로봇에 입사했고, 페퍼톤스는 EP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요.) 90년대 거장들의 영향이 느껴지는 '웰메이드 가요'의 무난함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무난함 덕분에 이 앨범만으로는 이 밴드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노리플라이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오래도록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두 세 트랙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무난함을 유지하며 크게 다르지 않은 각 곡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하구요.
하지만 오지은, 한희정, 요조, 타루 등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홍대 앞을 벗어나 더 많은 대중을 향한 활약이 돋보이는 최근 언더그라운드씬에서, 깔끔하고 완성도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노리플라이'의 등장은, 메탈이나 펑크처럼 강한 음악을 즐겨듣지 않는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오랜만에 들을 만한 남성 보컬 밴드의 등장이기에 반갑습니다. '단지 팝(Just Pop)'이지만 그것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승화시켰던 '마이언트메리'처럼 밴드 '노리플라이'만의 고유의 색을 찾아가는 것이 이 밴드에게 남은 과제라고 생각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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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플라이(No Reply) -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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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 - 2009.06.21
대중에게는 '이블데드' 시리즈보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더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신작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
조조할인에, 예스24 할인권을 이용해서 매우 저렴하게 보았습니다. 한국의 대중에게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성공으로 유명해졌지만, 어느 정도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샘 레이미'라는 이름은 액션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이 아닌, B급 호러 영화의 명작 '이블데드' 시리즈의 감독으로 잘 알려있습니다. 그런 그 감독이 다시 B급 공포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영화사 로고부터, 영화 타이틀까지 'B급의 향기'로 시작합니다. 정말 어떻게 보면, 하찮은 계기로 저주를 받게되는 여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적절한 특수효과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마지막 반전은 예측하기 너무나 쉬웠기에, 아마도 B급 영화이기에 그랬겠지만, 엔딩은 조금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화면을 적절히 이용한,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들과 은근히 시원한 여주인공의 액션 장면은 '재미'로서의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영화 '드래그 미 투 헬', 별점은 4개입니다.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을 보니 '샘 레이미(Sam Raimi)'와 성이 같은 이름들이 보이더군요. 시나리오를 같이 쓴 '이반 레이미(Ivan Raimi)'는 아무래도 형제같고, 영화 속에 등장한 두 사람은 부모님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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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격
번개가 치는 날
번개의 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얼마의 간격을 두고 소리가 귀에 닿게 된다.
이 빛과 소리의 간격은
빛과 소리의 전달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그럼
한 사람의 마음이
먼저 그 사람의 행동과 표정으로 나타나고,
그 다음 그 마음이 전해지기까지는
얼만큼의 간격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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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y Boom Live (한희정 단독 공연) in 6월 20일 SoundHolic
장마의 시작이라는 '비오는 토요일', 홍대앞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한희정의 "Dawny Boom Live".
사운드홀릭은 제가 홍대 라이브클럽들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았던 클럽이기도 합니다. 작년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이 마지막이었고 최근에 홍대역 출구 근처에서 그야말로 '홍대 정문 앞'으로 이전 하였더군요. 지난달 쇼케이스 공연 때 티케팅을 시작하는 5시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더니 입장번호가 40번대여서, 이번에는 한 시간 일찍 약 4시경 도착하여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입장번호 5번을 획득, 가장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운드홀릭은 이전하였지만 분위기는 이전 홍대역 앞 분위기 그대로인 느낌이었습니다. 단지 넓어져서 마치 '확장판'같았다고 해야겠네요.
입장은 6시 30분경에, 공연은 거의 7시에 맞춰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루싸이트 토끼'였습니다. 약 5개월만에 하는 공연이라고 하고, 2집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나름 만담 듀오인 루싸이트 토끼는 역시 누군가의 압력(?)으로 만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첫 곡은 '비오는 날'이었는데, 딱 날씨에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밴드의 가장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봄봄봄'과 2집에 수록될 예정인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루싸이트 토끼도 자주 공연했으면 좋겠네요.
지난 쇼케이스 때는 멋진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지만, 이번 단독 공연 때는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모자까지 매치하면서 마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모습같았어요. 산책, 러브레터 등 지난 공연 때와 들었던 곡들을 다시 들려주었어요. 몇 곡이 지나고 갑자기 그녀를 제외한 모든 세션들이 퇴장을 하더군요. 마치 마지막 곡을 하고, 그녀는 그냥 앵콜까지 하고 가려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키보드 쪽에 세팅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바로 그녀의 '절친', '네스티요나'의 '요나'가 등장하였습니다. 언젠가 공연에서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할지도 모른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성사되었지요. 두 사람은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곡은 영화 'Sound of Music'의 수록곡으로 유명한 곡인 'My favorite things'였습니다, 요나의 목소리로 듣는 이곡은 역시 상당히 음침하고, 마치 금지된 탐욕을 바라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비가 되면서 한희정의 목소리는세상에 바라는게 거의 없는듯한 목소리로 들렸어요. 두 번째 곡은 바로 '멜로디로 남아'로 EP에서 같이 불렀던 '김종완'은 상당히 귀가 간지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지만, 거의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이 지나고 막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끝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바로 단지 '1부'가 끝났을 뿐이었죠. 1부, 2부로 나뉘어져있는 공연, 상당히 오랜만이라고 생각되네요. 기억에는 아주 오래전에 예전 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 정도가 생각나구요. 인터미션 동안 스크린에서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배경음악으로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미리듣기 형식으로 들려주었습니다.
2부는 'Acoustic Breath'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역시 싱얼롱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공연의 커버곡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더 넓은 연령대를 겨냥한 그녀의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바로 첫 번째 커버곡은 '심수봉'의 '미워요'였습니다. 구성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중년이 넘어선 그녀는 트로트 가수가 되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쌩뚱맞은 두 번째 커버곡은 어린이 층과 아직 그녀를 모르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노린 '추억의 만화주제가 메들리'였습니다. 바로 '날아라 슈퍼보드', '아이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로 제 나이 주변의 연령층이라면, 특히 국민학교 세대라면(졸업은 초등학교로 했을지라도 입학은 국민학교로) 기억할 만한 만화들이었습니다.
앨범과 EP 수록곡 몇 곡이 지나고 또 하나의 깜짝 커버곡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힙합 듀오 '듀스'의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는 '여름안에서'였습니다. 듀스의 앨범은 2집과 리믹스, 그리고 3집을 CD로 소장하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어쿠스틱 버전은 색다르면서도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팬으로서 그녀와 새로운 '공감의 끈'을 연결한 것같은 기분이었구요. 마지막 곡은 나무였고, 앵콜 시간에는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8월, 방학이 끝나기전에 다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네요. 앵콜의 마지막은 아련한 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려주었습니다.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참 빠르게 지나간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허망해진다는 그녀의 말처럼 공연 내내 즐거웠지만, 참 빠른 시간은 역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본 팬들은 그렇게 허망하지 많은 안을듯합니다. 재밌고 풍성한 공연, 그리고 그녀와의 공감,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얻어가는데 허망하다면 뮤지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콘서트는 음반과는 다르고, 특별하기에 찾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특별한 것은 가끔씩 즐길 수 있어야 그 특별함이 바래지지 않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연 사진과 동영상(앵콜곡 세 곡 포함)은 loveholic.net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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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um Pacemaker(페이스메이커) 개봉기
ipod photo 30Gb가 가득찬 다음 고민하다가 발견한 새로운 개념의 MP3P 'Tonium Pacemaker(페이스메이커)'. 알 수록 '심장 박동 조절 장치'라는 의미처럼 가슴을 뛰게 만든 그 녀석을 드디어 입수하였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두개의 트랙을 동시에 재생시켜 믹스 및 각종 이펙트를 통해 DJing(디제잉)이 가능한 MP3P입니다. 최근에는 동영상 재생기능까지 포함한 MP3P들이 많지만, 이 녀석은 오직 '음악'만을 위한 녀석으로 그런 기능은 없습니다. 하지만 Djing MP3P답게 헤드폰 연결단자 외에 라인아웃이 있어 스피커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두 라인 아웃을 통해 각기 다른 음악을 재생시킬 수도 있고, 헤드폰으로는 믹싱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믹스되는 결과물은 아인아웃을 통해 다르게 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검은 박스 안으로 살짝 보이는...?!
본체 패키지와 스트랩, 그리고 사은품인 티셔츠
깔끔한 디자인의 패키지
슬라이딩으로 나온 분위기있는 검은색 패키지
이번에는 옆으로 슬라이딩
슬쩍 들여다보기
본체, 그리고 그 밑에는 USB케이블 뿐. 번들 이어폰이나 CD는 없다.
손에 쥐기 좋은 사이즈.
그래서 함께 장만한 AKG K512 헤드폰
스피커 대용으로 쓸, 이펙터 내장 앰프 'Micro Cube Red'. 2007년 장만했는데, 그 동안 환율이 올라서 지금 더 비싸다.
더불어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의 조기예매 시작으로 3일권을 예매하면서 7월까지의 지름은 벌써 마감해야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방에서 디제잉으로 뜨거운 밤을 보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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뎁(deb) - Parallel Moons
'페퍼톤스'의 마스코트 '뎁(deb)'의 홀로서기 1집 'Parallel Moons'.
2008년 3월에 발매된 '뎁'의 데뷔앨범은 여러모로 '묘한' 앨범이었습니다. 같은 소속사(카바레 사운드)이고,뎁과 함께 유명해진 '페퍼톤스'의 2집 'New Standard'도 같은 2008년 3월에 1주일 차이로 발매된 점이 그렇습니다. Parallel Moons가 2008년 3월 18일에 발매 되었고, 페퍼톤스 2집이 1주일 뒤인 3월 25일에 발매되었습니다. 또, 페퍼톤스의 EP와 1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뎁의 비중은 2집에서는 크게 줄어서 페퍼톤스 2집과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타이틀부터 독특한 'Parallel Moons', '평행하는 달들'은 평행우주를 떠올리게 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독특함을 보여준 그녀의 개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평행 달들처럼 그녀도 평행우주 다른 편에 존재하는 또다른 그녀와 교신중일지도 모르죠. 그 교신 내용들을 살펴보죠.
첫곡 'Scars into Stars'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인 앨범의 시작을 들려줍니다. 괴기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가사는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었던 그녀의 정신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이상한 서커스가 펼쳐지는 놀이동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Golden Night'는 페퍼톤스의 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팝-락 넘버입니다. 흥겨운 베이스 라인에 키보디와 미디 사운드, 적당한 발랄함과 희망으로 가득찬 느낌은 역시 '페퍼톤스의 뎁'답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페퍼톤스 2집의 'Drama'와 비슷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유쾌함으로 이어지는 'Astro Girl'은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그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astral'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astro는 바로 astral에서 왔을 것이라고,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추측해봅니다. '길거리의 불량소녀 뎁'하면 떠오르는 아코디언도 적재적소에서 빛이 납니다.
'일랑일랑'은 탱고풍으로 역시 아코디언이 멜로디의 주가 되는 트랙입니다. 흥겨운 리듬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애수가 느껴집니다.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탱고, 많은 민속음악들에는 각 민족의 애수가 담겨져있는데, 그래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앞선 '일랑일랑'에서도 느껴지던 점이지만 '도파민'에서는 확연히 '성인 취향'으로 넘어갑니다. '페퍼톤스의 뎁'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당황할 수도 있는 변화입니다. 그리고 절절한 애수는 지속됩니다.
베이스가 인상적인 째즈풍의 '9세계'에서 길거리 소녀는 어느 째즈바의 보컬로 변신해있습니다. '치유서커스'에서는 아슬아슬한 곡예사가 됩니다. 흔들리는 느낌의 오르간 소리는 불안감을 더해줍니다. 제목만큼이나 화려하게 시작하는 '야간개장', 하지만 째즈풍으로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놀이동산의 두근거림을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성인 취향에서 잠시 길거리로 빠져나오는 출구를 찾은 기분입니다.
다시 상쾌한 느낌의 '푸른 달 효과'를 지나 앨범의 후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꽃'이 이어집니다. '얼음성'의 화려함은 '야간개장'과 닮아있습니다. 동양적인 서정성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미로 숲의 산책'은 마지막 곡답게 한적하고 무난하게 진행됩니다.
앨범을 살펴보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묘합니다. 처음 네 곡은 페퍼톤스의 뎁에서 솔로 뮤지션 뎁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반가운 트랙들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트랙들은 혼란에 빠뜨리며, '혹시 이런 음악이 진정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더불어 혼란스러운 트랙 구성은 한 곡 한 곡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합니다. 앨범이라는 테두리 혹은 주제 안에서 모인 곡들이 아닌, 지금까지 뎁의 단독 작업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전반부의 트랙들이 들려주는 그녀의 모습은 작업중이라는 2집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게 합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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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좌안 <2>
주인공 '마리'의 약 30세부터 50세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좌안'의 2권.
1권에서보다 마리의 남성편력은 약해져서 한 사람만이 등장하고, 마리의 딸 사키는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늙어가는 마리와 성장하는 사키는 엄마와 딸로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보여주면서 시대의 변화와 두 사람의 성장과정에서의 차이를 비교하게 한다.
마리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 어린시절에 자살한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친구 큐, 그리고 유일한 마리의 남편 하지메가 결국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해야겠다. 역시 큐와 교차되는 부분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 1권에서보다는 큐의 이야기 '우안'을 궁금하게 만든다.
먼길을 돌아서 연인이 아닌 다시 옆집 친구로 재회한 마리와 큐, 서로 많으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사실은 많이 닮아 있는 삶을 살아왔음을 짐직하게 만드는 결말은, 강 양쪽의 둔덕을 의미하는 제목의 의미 처럼 끝까지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함께 달릴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분신들, 마리의 딸 사키와 큐의 아들 아미에게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
성장, 가족, 연애,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랜만에 재밌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이었다. 이제 우안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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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연못 <3>
호수를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는 마을,
그 중간 즈음에서
친구들과의 놀이를 핑계로 자주 만나곤 했어.
몇 번의 계절이 지났을까?
소년의 키는 한 뼘정도 자라났고,
소녀는 조금씩 숙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만큼 북쪽 나라는 추워졌고,
또 그 만큼 소년과 소녀사이에서 사랑이 자라났지.
아주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
북쪽 나라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추위의 겨울이었지.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에게는 좋았어.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서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거든.
호수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눈으로 덮여서
여느 겨울의 얼어붙은 땅과 다름없었어.
소년과 소녀는 호수를 멀리 돌아가지 않고,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만날 수 있었지.
긴 긴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소년과 소녀, 두 사람의 약속에서
점점 소년이 조금씩 늦게 얼굴을 보인
두 사람의 마지막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그 겨울의 다른 날처럼
소년과 소녀는 얼어붙은 호수의 한 가운데에
그 차디찬 추위 속에서도
얼어붙지 않은 작은 연못이 있는,
바로 얼음연못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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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정원.
그곳은 너무나 낡고 오래되어서,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음대로 자라난 이름모를 수풀이 무성하고
언제 마지막으로 사람이 앉았을지 모르게
시간의 먼지가 뽀얗게 쌓인 낡은 벤치와
그안에서 영영 흐르지 않을듯한 시간처럼
시침과 분침이 사라져버린 시계탑이 있는.
그저 고요한 물 소리와 허망한 바람 소리
나무가지 끝에 은은히 퍼지는 새소리와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만은 들을 수 있는.
이제는 그 낡음과 오래됨의 불편함으로
도저히 가꾸고 꾸미기 어려울 만큼 황량한.
그래도, 그래도 찾아와준다면,
오래된 정원, 내 마음의 정원으로.
언제나 그대를 위해 열어놓을게
낡고 오래된 정원, 그 정원의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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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좌안 <1>
'좌안' 1권은 '마리'의 어린시절부터 약 30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큐'와의 추억들 그리고 그동안 스쳐가는 몇몇 남자들(다카히코, 야마베, 하지메, 시즈오)과의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이야기는 파트너가 바뀔 때마다 각양각색이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상당히 개성이 강해서 아마도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비슷한 인물들이 다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좌안이 '왼쪽 눈'을 의미하는 '左眼'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왼쪽 언덕', '左岸'이었다. 표지에 보면 "왼쪽 강가에 있는나, 오른쪽 강가에 있는 너...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라는 문구가 있다. '언덕'이란 강 양쪽의 제방을 의미하나본데, 이 책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라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피안(彼岸)'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마리'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하고는 달라서 재미있다. '냉정과 열정사이'이 와는 달리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시간은 1권을 다 읽은 지금까지는 길지 않다. 사실 재미는 크지 않았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재탕이 되거나, 츠지 히토나리가 공지영과 함께 말아먹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처럼 졸작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을듯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들 중에서 재미로 따지면 세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니까.
자 2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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