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뮤직'을 통해 2007년 1집을 발매한 'Donawhale(도나웨일)'은 밴드 이름부터가 독특한 밴드입니다. Dona는 '귀부인'이라는 의미하고, Whale은 바로 '고래'이나 '고래 부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동요 '코끼리 아저씨'에소 코끼리 아저씨에 반해 결혼한 바로 그 고래 아가씨가 결혼해서 '고래 부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이지만) 여성형의 밴드 이름처럼 여성 프런트우먼(유진영)을 내세우고 있기에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스텔뮤직 뮤지션들처럼, 하드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만 생각하면 큰 착오라고 하겠습니다.
첫곡 'Close your eyes'는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로서는 상당한 무게감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정말 파스텔톤의 동화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밴드들과는 달른, '선이 굵은' 음악을 한다는 첫인상입니다. 도시적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과 몽환은 표현하듯, 기타줄 뜯는(?) 소리는 달리는 차창으로 비치는 도시의 네온사인 같습니다. 'Hole'은 첫곡보다 무게감은 조금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의 속도가 더해진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Why don't you fly with me'는 마음의 텅빈 공간(hole)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도나웨일의 공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기도 합니다.
앞선 두 곡이 '무거움'이 었다면, 'Foolstar'에서 마음을 눌러왔던 무게감은 사라지고 애상적인 감정이 흘러넘치기 시작합니다. 울먹이는 듯한 보컬과 멜로디를 차지한 키보드 연주의 변화도 그런 감정의 흐름에 일조하구요. 'fool'과 'star'를 합친 제목은 빌어도 빌어도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별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을지도 모르죠.
'Echo'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에코 이야기'처럼 하나의 진정한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메아리로만 남는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의 선율은 그림 한 폭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량한 걸음걸음의 비애는 눈물이 되고, 떨구는 눈물은 땅으로 흩어져 메아리로 울려퍼집니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차마 흩어지지 못하고 공허한 안개로 주변을 배회합니다. 'Echo'에 이어 역시 동양적 심상을 담고 있는 '비오는 밤'은 연주곡으로 감상에 젓기에 충분합니다. '비'와 '밤'이 어우러지면 누구나 감상에 젓어들겠지만,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그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A spring day'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크래커'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이 곡이 이후에 발매된 도나웨일의 1집을 모습을 대표하는 곡으로 생각했었는데, 앞선 곡들을 보면 큰 오산이었죠. 가볍고 나른한 느낌은 '파스텔뮤직풍'이면서도 이 앨범 속에서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Running'은 앞선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인, 어쿠스틱풍의 트랙입니다. 무섭게 질주할 듯한 첫 인상의 제목과는 다르게 노래는 가벼운 발걸음의 느릿한 완주같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 때문에 Hole과 더불어 기억에 남았던 곡이기도 합니다. Picnic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Picnik'에서도 느릿한 어쿠스틱의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아카시아'는 친근한 꽃이름이, 다시 강렬해진 연주로 인해 낯설게 들리게 하는 트랙입니다. 수미상관을 노린 것인지 이 트랙을 시작으로 강렬함과 무게감은 초반 트랙들과 닿아있습니다. 추억이 담겨있는 낡은 상자에서 찾아낸, 빛바랜 아카시아 꽃잎에서 느껴지는 그 추억의 무게처럼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마지막 두 곡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트랙들입니다.
'Feb'는 '시린 겨울 끝'이라는 가사처럼 겨울의 끝자락 2월(February)을 의미하는 제목의 트랙입니다. 차마 놓을 수 없어, 보낼 수 없어 잡고 있는 끝자락처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You're so beautiful"이라는 단순한 가사가 묘한 중독성으로 입가를 멤돕니다. 마지막 '꽃이피다'는 앞서 언급한 '코끼리와 결혼한 고래'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아도 좋을 트랙입니다. 코끼리와 고래의 사랑, 각각 육지와 바다에 구속되어 사랑하지만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숙명의 쓸쓸함이 이 노래에서 느껴집니다. 그 슬픔은 꿈에서나마 웃음지을 수 있을까요?
여성 프런트의 밴드임에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파스텔뮤직다운 색깔을 놓지 않는 '도나웨일'은 '파스텔뮤직판 네스티요나'라고 부를 만큼 닮은 구석을 보여줍니다. 네스티요나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점과 홍일점 유진영이 네스티요나의 요나처럼 대부분의 작곡과 키보드, 피아노를 담당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도나웨일의 데뷔앨범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상당히 길었던 준비기간은 공연활동을 오랜시간 중단시키면서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불안한 보컬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차가 상당히 큰 곡들 사이의 분위기가 앨범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시키지 못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한 곡씩 보았을 때 상당히 좋은 곡들을 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들려준 유진영의 목소리에서는 불안함이 대폭 감소했기에 조만간 발매 예정인 두 번째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하게됩니다. 별점은 3.5개 입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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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whale(도나웨일) - Dona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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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첫 날 가장 관심가는 밴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공개된 라인업에는 원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순서였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페스티벌 시작 1~2일전에 금요일로 바뀌었더군요. 지산쪽으로 분산이 되었을테고, 첫 날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펜타포트는 한산했습니다.
'고고보이스'의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3인조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의 어쿠스틱 공연을 빼면 참 오랜만에 보는데, 민홍형은 역시 기타를, 은지누나는 베이스를 메고 있었고 그리고 요조와 함께 하던 시절 드럼을 담당했던 진호씨가 올라왔습니다. 두 남자는 원래 그 포지션이었지만, 오래 못본 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온 베이스를 멘 은지누나의 모습 때문에 어떤 다른 음악적 변신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누나는 원래 베이시스트였답니다.) 1집과 2집 사이에서 큰 음악적 변화를 보여주고, 2집의 색은 3집과 또 다른 앨범인 '요조'와의 합작 앨범으로 이어졌는데, 멜로디언이나 키보드대신 베이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했으니까요.
5곡 내외를 들려주었는데 모두 신곡이었습니다. 4집에 수록될 곡들로 펜타포트에서 처음 들려주는 곡들도 있다나요. 4집의 첫인상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식 슈게이징'이었다고 할까요? 1집이 '제 1기', 2집과 3집 그리고 요조 합작이 '제 2기'였다면 '제 3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보컬은 극히 자제하고 신발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는 슈게이징 음악처럼 연주에 상당히 중점을 두었기에, 진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지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소규모다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앞선 분위기가 상당히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라서 '락 페스티벌'과는 거리가 있었던 소규모의 음악이 걱정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쉽게 싱얼롱할 수 있는 소규모만의 특기라고 할 수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그만큼 단순한 가사, 그리고 소박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규모만의 마력으로 관객들을 움직였습니다. 관객들은 앞선 밴드때보다도 뜨거웠고, 더욱 많이 모여들어서 '그래도 펜타포트가 완전 망하지느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약 30분의 공연은 너무 짧게도 지나갔습니다. 단독공연이 기대될 뿐이었죠.
소규모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 뒤쪽으로 가니, 다행히도 소규모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관객석을 유심히 보는지, 저보고 맨 앞에서 열심히 봤다고 하는 은지누나의 말은 참 오랜만이고 즐거웠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규모의 단독 공연 뒷풀이때였나, 그때도 그런말을 들었었거든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종이에 싸인도 받고 기념 촬영도 하고 가더군요.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 때문인지, 12시부터 촬영을 위해 쉬러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진호씨는 정식 멤버로 영입이 되었더군요.
KBS1 TV에서 지난주 금요일(8월 7일부터)부터 총 3부작으로 매주 한 편씩,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 여행을 방영하고 있네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여름 소야곡'이라는 제목인데, 시골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그들의 편안한 옷차림과 말투, 그 모습들이 시골장의 풍경에 녹아들어서, 마치 '시골사람'처럼 보이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세를 몰아서 가열차게 4집을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소규모의 단독 공연, 그리고 4집.
2005년 어느날 공연 뒷풀이에서 받은 사인씨디. 공연사진은 부실하지만 http://loveholic.net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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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Waltz
이제 지금의 나는
그 태양이 떠오른다고 하여도,
그 먹구름 때문에 알아볼 수 없을지 몰라.
그 거친 비바람 아래서
나는 항상 우산을 들고 있을테니,
행여나 빗속을 지나게 된다면 잠시 쉬어가.
네 기쁨의 시작이 될 수 없다 하여도,
네 슬픔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면,
마지막 왈츠를 나와 함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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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 -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
미스티 블루가 지난 5월에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이어, 약속대로 여름을 맞아 약 3개월만에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를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봄 EP가 독특하고 중의적인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 EP도 마찬가지입니다. 'Sentimental Storytell(h)er'는 괄호안에 들은 'h'을 무시한다면 '감성적인 이야기꾼'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h를 괄호 밖으로 빼내면, (문법에는 어긋나지만) 'Sentimental Story tell her', 바로 감성적인 '이야기가 그녀에게 말하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커버의 일러스트는 역시 여전히 독특합니다. 얼핏 본 첫 인상은 어두운 푸른색 계통 때문인지, 마치 현상되기 전의 필름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답게 장식된 모자를 쓴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이고, 그 여자아이는 손으로 모자를 잡고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등장은 '역시 미스티 블루'라고 하겠습니다. 또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때문인지, 여름바다의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첫 곡 'Picnic'은 이 여름 EP가 봄 EP와는 다르면서도 연장선에 있음을 알리는, 모순적인 오프닝 트랙입니다. 도입부의 '알람이 나를 깨우며'는 멜로디는 봄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의 일부분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징글거리는 기타 소리는, 이제는 아득한 데뷔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에서 들을 수 있었던 발랄함을 예고합니다. 사실 제목부터 발랄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빨간 벽돌집 바이엘'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취자들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트랙입니다. 제 어린 시절, 바로 '피아노 학원' 열풍이 불던 그 시절, 피아노 입문생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바이엘이 들은 피아노 가방' 소절이나, 모 피아노의 CM송을 연상시키는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소절이 그렇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두 멤버도 염두해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관람했던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전'에서 본 유명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주택가는 대부분 빨간 벽돌의 이층집 주택들이이기도 했지요) 'Picnic'에서 미심쩍었던 발랄함을 확인시켜줍니다.
'Moderate Breeze'는 우리말로 '산들바람'의 하나인 '건들바람'을 의미합니다. 건들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새파란 바다가 닿아있는,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걷는 상상을 해보세요. 바람에 흔들리는 가사들은 바람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듯한 붓터치로 그려진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알맞은(moderate) 세기의 바람인 건들바람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를 생각하면 ('날씨맑음'만큼이나) 너무 발랄했던 '빨간 벽돌집 바이엘'의 분의기를 환기시킵니다.
'여름, 행운의 지휘'는 여름 EP의 타이틀 곡답게 가장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고민을 던지고, 운명을 이기고, 사랑을 기다리는 진취적 분위기와 소녀같은 설램을 노래한 가사는 데뷔앨범의 '일요일의 오디오'가 생각납니다. 밝은 분위기를 더 빛내주는 브라스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수록곡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을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두 곡 모두 8월을 위한 곡들입니다. 봄 EP가 역시 데뷔앨범 수록곡들인 'Spring Fever'와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의 연장선이라면, 여름 EP는 바로 '일요일 오디오'와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의 연장선이 아닐까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을 EP는 제가 데뷔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곡인, 'Daisy'와 '화요일의 실루엣'의 연장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겨울 EP는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수록곡인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의 연장선이라면 좋겠구요.
'빗방울 연주'는 미스티 블루의 보사노바에 대한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데뷔앨범의 'Cherry'에서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으로 애절한 신파극 'Cherry'를 그려냈던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은 여름의 온도에 힘을 얻어 편안하게 즐길만한 보사노바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내리는 여름날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들으면 참 좋겠습니다.
'Slow days'는 독특한 컴필레이션 앨범 'Siamese Flowers'에 수록된 곡으로, 'Siamese Flowers'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묻혀버리기에는 아까운 곡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되어 반갑기까지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음악치고 날카로운 연주와 강한 보컬을 들려주면서도, 미스티 블루다운 감수성을 들려주는 곡이기에, 또 다른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에 수록된 '여름궁전'과 더불어 정규앨범에서 보았으면 했던 곡이었지요.
마지막 곡 '여름 몽상'은 이번 EP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여름 몽상'이라는 제목으로만 봐서는 '여름궁전'의 후속편일 법하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보컬과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연주, 열기가 식어가고 바람이 점점 서늘해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분위기는 완연히 '미스티 블루표'입니다. 여름이 끝나가면 여름의 열기가 만들어낸 그 몽상들도 끝이 나겠죠.
'봄의 언어' 발매 이후 여름 EP의 알려진 부제는 '여름의 온도'였는데 '여름, 행운의 지휘'로 바뀌었네요. '봄의 언어'가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수록곡과 같은 제목이었는데, 여름 EP도 수록곡 제목으로 맞추려고 그랬을까요? 봄과 여름, 두 조각이 공개됨으로서 큰 퍼즐의 절반이 공개되었습니다. 완성될 그림이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네 장의 EP 후 나올 2집은 더욱더 궁금해집니다. 연작 EP의 베스트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만드려나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곡들이 담기려나요? '여름궁전'이나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그 때 즈음에는 수록되겠죠? 봄보다 더 즐길 만한 여름을 들려준 '미스티 블루', 가을과 겨울이 더욱 기대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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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연못 <7>
얼음궁전에 들어가 잠이 든 이후로
얼어버린 호수와 호수 주변 마을에서
어느 누구도 소녀를 볼 수 없었어.
소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소년 조차도.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었지.
소녀가 신비한 여인을 따라서
북쪽 호수와 북쪽 나라에 사는 사람,
그 어느 누구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얼음궁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말야.
소녀가 모습을 감춘 뒤로는
북쪽 호수에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몰랐어.
눈발은 점점 거새지고 더욱 추워졌지.
북쪽 호수 주변은 어떤 사람도 살 수 없는
녹지 않는 눈으로 뒤덮인 하얀 황무지가 되어갔어.
숲과 호수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던
호수 주변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북쪽보다 따뜻하고 살기 좋은 남쪽으로
먼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지.
소년은 호주와 호수 주변 곳곳에
사라진 소녀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어.
그리고 소년의 가족도 마찬가지로
남쪽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지.
남쪽으로 떠나기 전 날, 다른 날처럼
열음연못 주위에서 소녀를 찾던 소년은,
호수에서 본 적 없었던 하얗고 날카로운 윤곽을 보았어.
하지만 그 윤곽에 가까워질 수록
눈보라와 바람은 더욱 거세서 결코 다가갈 수 없었지.
소년은 취위 속에서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지.
소년은 어렴풋한 꿈을 꾸었어.
소녀가 소년을 원망하는 꿈을 꾸었어.
소녀의 눈물이 많아질 수록
소녀의 울음소리가 커질 수록
눈발은 점점 커졌고, 바람은 점점 세졌지.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소년은 꿈을 기억하지 못했어.
눈보라의 추위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소년은
몇 일이 지나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 눈을 떴어.
소년을 찾던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
소년은 그 하얀 윤곽에 대해 야이기했지만,
어느 누구도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어.
단지 어느 노파가 한 마디를 했을 뿐이야.
"수 백년전, 아마 내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 세대 즈음에
북쪽 산맥 마을에서 한 소년가 사라졌고,
또 누군가가 그런 윤곽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지.
하지만 이제는 확인할 수도 없는 전설일 뿐이야."
소년과 소년의 가족은 마을을 떠났어.
소년은 눈으로 덮인 얼음길을 달리는 마차위에서
예전에는 호수였던, 눈보라치는 얼음연못을 바라보았어.
눈보라는 점점 거세져서 북쪽나라를 삼키고 있었지.
이후로 누구도 소녀과 소년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고,
북쪽나라에는 언제나 눈이 내리는 긴 겨울이 시작되었지.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까?
꽁꽁 얼어버린 호수 한가운데 얼음연못은
그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얼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까?
소녀가 길고 긴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소녀는 어느덧 창백하고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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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
2006년 'Cracker : for a bittersweet love story'를 시작으로 2007년 '12 songs about you', 2008년 'We will be together : Pastel season edition'과 '사랑의 단상 chapter 1' 그리고 2009년 초 '사랑의 단상 chapter 2'까지 양질의 컴필레이션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이 또 새로운 컴필레이션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라는 긴 제목의 컴필레이션을 선보입니다. 사실 '스위트피(Sweetpea ; 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전격 발매 되면서, 소속 뮤지션들의 탈퇴 및 이적으로 상당히 조용했던 '문라이즈(Moonrise)'의 합병, 그리고 합병 이후의 이런 행보는 예상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파스텔뮤직이 문라이즈에게 어떤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왕자 혹은 피터팬을 떠올리는 소년의 감수성을 담은 스위트피의 음악은 소녀적 감수성을 지향하는 파스텔뮤직과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스위트피'에 이어 '캐스커(Casker)'의 영입이 이어지면서(사실 시간적으로 어떤 사건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디씬의 두 전설적 존재를 통한 '더욱 튼튼하고 독보적인 입지'와 더욱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캐스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합니다.(어떻게 생각하면, 스포츠로 말하자면 '악의 축'이네요.)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가 총 5장의 CD 가운데 4장은 이미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 성격이었고 나머지 한 장이 신곡을 수록한 컴필레이션이었듯이, 이번 앨범도 비슷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3장의 CD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도 2장은 문라이즈를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이고 나머지 한 장은 문라이즈의 음원들을 현재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앨범입니다. 5주년 기념 앨범과 다른 점이라면, 리메이크 앨범만 따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공개된 CD 프린팅 이미지가 재미있는데, 소년과 소녀가 함께 왈츠를 추고 있습니다. 소년은 문라이즈, 소녀는 파스텔뮤직이겠죠. 왈츠는 두 레이블의 합병을 의미하고, 봄의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이겠구요.
'아스피린 소년'은 원래 '전자양' 1집의 곡으로 파스텔뮤직의 기대되는 유망주 '이진우'가 부릅니다. 원곡의 어쿠스틱한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진우의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5월에 발매된 '미스티 블루'의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을 피쳐링하면서 들려주었던 저음의 보컬과는 다른 음색이라 의외입니다. '재주소년'이 부르는 '농구공'은 신곡입니다. 문라이즈 소속으로 3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현재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활동하기에 문라이즈의 리메이크를 하는 일이 어색하였을지모 모릅니다. 두 레이블을 이어주는 밴드이기에 더욱 의미 깊기도 합니다. 어쩐지 제목과 어린시절의 설렘을 노래한 가사에서 '이승환'의 '덩크슛'을 생각나게 합니다.
본인의 음반에 국한되지 않고 피쳐링 및 OST 참여를 통해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만능보컬 '타루'는 '스위트피' 2집의 'Kiss Kiss'를 부릅니다. Kiss Kiss 자체가 스위트피가 일본 원곡을 리메이크한 경우이기에 스위트피의 Kiss Kiss에 제한되지 않고 더 자유롭게 리메이크할 수 있었고, 그 적임자는 역시 타루라고 생각됩니다. 원곡이 너무 좋지만, 역시 만능보컬 타루답게 자신의 색깔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더멜로디'시절부터 들려준 좋은 영어 발음은 곡에 대한 집중을 높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감초같은 현악과 어우러진 탁월한 감정 표현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1집을 발표하고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Epitone Project'는 '델리 스파이스' 5집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이진우와 조예진(from 루싸이트 토끼)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곡 가사의 배경이 되는 일본 만화 '아다치 미츠루'의 'H2'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히로'와 그 친구 '히데오'의 삼각관계를 염두하지 않았나 하네요. 여성의 목소리로 듣는 '고백'은 색다르면서 정말 '애니메이션 주제가'같은 느낌이네요.
'짙은'이 리메이크한 '동물원'은 지금은 밴드 '마이언트메리(My Aunt Mary)'로 더 유명한 밴드의 리더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 'Thomas Cook'의 곡입니다. '마이엔트메리'의 느낌이면서도 더 차분한 분위기로, 짙은이 들려주었던 차분하면서도 사려깊은, 그런 짙은 감수성과 닿아있습니다. 짙은이 '파스텔뮤직의 마이언트메리'가 되기를 바라는 레이블의 바람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소식이 없어서, 파스텔뮤직 소속인지도 잊고 있었던 'Cloud Cuckoo Land'도 '스위트피' 2집의 '돌이킬 수 없는'을 다시 부릅니다. 스위트피의 세 번째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던 '캐스커'는 바로 그 세 번째 앨범 수록곡 '떠나가지마'를 들려줍니다. 2007년 말에 발매된 앨범의 리메이크는 의외이기도 합니다.
Sentimental Scenery는 이미 요조가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재주소년 3집의 'Sunday'를 리믹스하여 들려줍니다. 이미 앞서 '고백'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조예진의 '루싸이트 토끼'는 스위트피의 '오, 나의 공주님'를 다시 부릅니다. 다소 엽기적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면서 사랑의 잔인한 진실(?)을 알아가는 가사는 씁쓸합니다. Epitone Project가 다시 한번 이진우와 함께한 '기도'는, 지금은 시류에 편승하듯 여성보컬(Whale)을 영입하여 'W & Whale'로 더 잘알려진 'W'의 곡입니다. '플럭서스뮤직(Fluxus music)'으로 이적하기 전, 전신인 'Where the story ends'로 발표한 데뷔앨범 '안내섬광'의 수록곡으로 부제로 'Hommage to 윤상'이 붙어있는 곡인데, 지금 모습과는 다르게 앞선 두 장의 앨범(특히 안내섬광)에서는 '윤상 스타일'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윤상 스타일을 추구하는 Epitone Project이기에 'W'의 곡을 선택한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선 '고백'에 이어 '기도'에서도 이진우와의 궁합은 좋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인 타루와 Sentimental Scenery의 프로젝트를 강렬히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진우와 Epitone Project의 남성 듀오도 기대해봅니다.
의외의 인물 'Slow 6'가 델리 스파이스 2집의 '종이비행기'를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문라이즈와도 관련이 없어보이는 Slow 6의 등장이라 당혹스럽니다. 그런데 이름을 가리고 들어보면 가창법이 '어른아이'를 연상시킵니다. 미세한 발음이나 호흡이 너무나 흡사해서 이름을 가린다면 '어른아이'가 부른 곡으로 음성 변조로 남성처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법합니다. 요조는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한 'Sunday'에 이어, 다시 재주소년의 1집 수록곡 '귤'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라이브레코딩같은 도입부가 재밌고, 'I am ready'라는 너무 노골적인 발음은 당황스럽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을 너무나 시적으로 그려내는 '재주소년'의 곡을 요조만의 매력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얼굴인 '메리클라이브'는 첫인상부터 '새될 법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전자양 2집 수록곡의 '당분인간'을 부릅니다. 잘난 척하고 우쭐해하는 모습을 비꼬는 듯한 가사와 언어유희가 재밌습니다. 마지막은 '파니핑크'가 담당합니다. 스위트피가 3집에서 'Toy 유희열'과 함께한 '기도'를 다시 부릅니다. 어찌된게 파니핑크는, '사랑의 단상 chapter. 1'에 수록된 'River'에 이어, 정규앨범보다 컴필레이션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타루가 부른 Kiss Kiss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작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어찌보면, 문라이즈에 대한 오마쥬라고 하지만, 사실 '김민규'에 대한 오마쥬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바로 그 자신인 스위트피와 그가 리더인 델리 스파이스의 곡이 14곡 중 절반인 7곡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흔하지 않은 컨셉에 쉽지 않은 시도', 홍보력의 부재로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잊혀질 수 있었던 좋은 곡들에 새로운 색을 입혀 다시 소개하려는 시도는 현존하는 인디레이블 가운데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시도이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모습이 파스텔뮤직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지만 미스티 블루, 한희정, 어른아이 등이 참여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물론 세 팀은 5월에 앨범을 발표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겠지만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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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 그림같은 신화
작가 황경신이 쓴 그림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그림같은 신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꾼은 작가 이윤기일 것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고전으로 생각되는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은 번역자이기도 한 이윤기는, '신화를 읽는 12가지 열쇠'라는 주제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4권까지 펴내기도 했죠.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에세이 형식의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쓰기도 했죠.
'페이퍼'로 유명한 작가 '황경신'이 바로 이 신화에 도전했습니다. 그냥 신화가 아니고 '그림에 깃든 신화의 꿈'이라는 주제로 말이죠. 하지만 그림 작품에 촛점을 맞추지 않고, 화가들의 단골 주제가 되는 신화 속의 인상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에 관련된 그림들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에로스와 프시케'라던지, '비너스의 탄생', '피그말리온'같이 신화에 관심있는 이야기라면 모를 수 없는 이야기죠. 그 '모를 수 없다'는 단서 때문에 신화 서적을 몇권 읽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은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문적인 신화 이야기뿐 이윤기와는 다르게, 이야기 자체의 전달 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작가의 느낌들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신화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하는 접근이기에, 어떤 점에서는 신화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들에게는 더 어려운 접근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건 속의 조연이나 그림을 그린 작가에도 시선을 주어, 단순히 신화에 국한 되지 않고 작품과 작가에까지 알 수 있는,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두가지 코드인 '그리스 로마 신화'와 '크리스트교' 가운데 전자를 폭넓게 이해하는 썩 괜찮은 교양서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짙게 느껴지는, 작가의 페미니즘적인 성향이 싫지 않다면, '페이퍼'에 실린 그녀의 글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 되겠습니다.(사실 이런 점에서 신화에 대한 지식이 많이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랑, 욕망, 슬픔,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각각 네 가지 이야기씩 총 16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신화적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유명한 명화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을 얻고 교양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변함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너스의 탄생'이 가장 인상적이더군요. 비너스(아프로디테)는 바로 사랑의 여신으로 물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랑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다죠. 신화 속에 녹아있는 옛사람들의 삷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재미와 더불어 신화를 읽는 가치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은 보편적인 것이기에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문화 유산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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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1 : Drift in 7월 19일 상상마당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요조 - 꽃(http://loveholic.net/61)
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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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in 7월 18일 클럽 빵
'로로스'의 홍일점 '피카'가 오프닝을 담당했습니다. 로로스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그녀 많은 세계를 들려주었죠. 가사가 거의 다 영어고 한국어 발음도 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목이나 가사는 거의 모르겠더군요.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직업으로 학원 강사(아마도 영어?)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많나 봅니다. 제도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이어서 남성 5인조 '폰부스'가 등장했습니다. 언젠가 온라인 음반샵에서 앨범이 발매된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이들의 곡을 들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빵에서 공연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나 봅니다. 추구하는 장르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펑크로 들리는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관객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세 번째는 '미내리'가 등장했습니다. 미내리의 전신인 밴드 '페인트 박스'를 공중캠프에서 처음 본 때가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그 때와는 보컬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베이시스트는 한때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황규성'군이 담당하고 있고 드러머는 '오!부라더스'의 드러머였고 최근에는 '플라스틱 피플'과 함께하는 '오주연'군이었습니다. 상당히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기한 활동 중단 중인 '그림자궁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이 홍대로 이사오기 전부터 빵과 함께했던(그 시절에는 멤버가 조금 달랐지만) 데미안은 이제 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제가 이 밴드를 처음 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하는 빵 밴드는 데미안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하네요. 오래전부터 느껴온 점이지만, 데미안 멤버들 사이에는 정말 끈끈하고 진득한 뭔가가 있나봅니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데미안이 세 번째고 미내리가 마지막이지만, 지난 번에 두 밴드가 같이 공연했을 때 데미안이 먼저해서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1집 'Onion Taste'를 발매하고 2006년 11월의 고별 공연이 마지막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인데, 그 동안 상당히 많은 곡을 만들었나 봅니다. 'Wolf', 'I becone to you', 'fucking umbrella', 'Vintage Dance' 등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습니다. 'Wolf'의 인상은 강렬했고, 'Vintage Dance'는 제목처럼 댄서블하여 데미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쯤 이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낼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찾는 (특별한 행사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가 아닌) 빵 정규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가고 싶지만, 시간이 될지. 또 라인업이 저랑 맞을지 모르겠네요.
공연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역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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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위로의 복숭아 in 7월 17일 2nd Floor
엄청난 폭우가 내리던 2009년 7월 17일 금요일 홍대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오랜만에 공연 소식을 알린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2nd Floor(http://2floor.co.kr)'라는 카페에서 열린 공연이었고, '옥상달빛'이라는 여성 듀오와 함께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7시부터 입장이고 8시부터 공연 시작이라는데 처음 가보는 곳이라 좀 서둘러 갔습니다. 자세한 약도는 못보고 '상상마당' 근처라고만 알고 찾아보기로 하였죠.
하지만 상상마당 빌딩 근처를 몇 바퀴 돌았지만 '이층집(2nd Floor)'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빗발은 점점 굵어져서 바지는 물론 단화까지 완전히 젖어서 양말까지 물에 빠진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7시가 넘었는데도 이층집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혹시나 해서 상상마당 옆 길을 건너서 롤링홀 쪽으로 향해 보았습니다. 비도 너무 많이 내리고, 못찾으면 그냥 갈 생각이었죠. 그러나, 롤링홀 쪽으로 가는, 주차장 길 오른쪽에 바로 이층집이 보이더군요. 반갑게 들어가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첫 손님이었나 보더군요. '옥상달빛'은 리허설 중이었구요.
공연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넓지 않은 카페의 자리들은 대부분 주인을 찾았습니다. 관객들은 대부분 옥상달빛을 보러온 듯했고, 역시 이 여성 듀오를 보러온 '올드피쉬'의 'Soda'씨도 만났답니다.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이하 복숭아)'는 옥상달빛의 리허설이 다 끝나고 도착했고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간단한 세팅 후 복숭아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Chocolate Queen'과 'Sad stroy girl'이라는 신곡들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가 수년 째 밀고 있는, 오랜만에 들어서 정겨운 '코끼리송'도 역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Holy star'라는 만든지 얼마 안된 곡도 처음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멘트로 아기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멘트 능력치가 감소된 모양이었습니다. 코끼리송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두 곡 '우리의 기억은 저편에 숨어서'와 '멜로우씨잔혹복수극'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엉클(Uncle)'을 할 때는 '옥상달빛'의 템버린 세션을 빌려서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멜로우씨잔혹복수극'이나 '엉클'은 복숭아 혼자서 하면 맛이 안나고, '어배러투모로우'시절처럼 추임새와 템버린이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옥상달빛'의 공연은 갑자기 생긴 '다음주에 결혼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볼 수 없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빵'에서도 공연을 하는 밴드이고 동영상을 보니 상당히 괜찮더라구요. 다음에 꼭 볼 기회가 있겠죠.
사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네요.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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