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궁전 in 2월 22일 클럽 빵

네 번째는 '그림자궁전'이었습니다. 무려 다섯 팀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는데, 보통 그림자궁전이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날은 마지막이 아니었네요. 다음 밴드가 어떤 팀이길레 그런지 좀 궁금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회포를 푸느라(?) 그림자궁전을 마지막으로 빵을 나왔습니다.

드러머가 바뀐 후 처음 보는 클럽 공연인데, 오랜만이라 그런 것인지 소리가 더 역동적이고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신곡 '톱니바퀴'를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그림자궁전 신곡의 첫인상은 합격점은 아닙니다만, 지난 곡들과는 뭔가 다른 인상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갈지요.

그리고 그림자궁전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지나칠 뻔 했네요. 쟁쟁한 가수들과 경쟁하기에, 수상은 어렵겠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점만으로도 '쾌거'지만, 그래도 결과는 아무도 모르죠.

2008/02/26 16:51 2008/02/26 16:51

골든팝스 in 2월 22일 클럽 빵

 세 번째 팀 '골든팝스'는 역시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라 그런지 처음 듣는 곡들이 있었습니다. 보컬 '호균'은 큰 키 때문에 모니터링이 힘들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연주하는 불상사(?)를 보여주었습니다.

여성 파워가 강한 팝밴드들 가운데서도 밴드 고유의 색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 '골든팝스'의 데뷔앨범이 궁금해지네요.

2008/02/26 16:18 2008/02/26 16:18

바나나바우 in 2월 22일 클럽 빵

이어지는 '바나나바우'라는 독특한 이름의 밴드. 바우는 보컬 겸 기타리스트가 키우는 개의 이름이고 그 개가 바나나를 많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기타, 키보드, 그리고 드럼의 밴드 구성은 삼인조로는 독특한 편인데, 흥겨운 느낌의 첫인상으로 괜찮은 노래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한 곡 한 곡의 인상이 비슷한 점이랄까요.

 

2008/02/26 00:31 2008/02/26 00:31

나비 in 2월 22일 클럽 빵

정말정말정말 오랜만에 찾은 빵. 정말 얼마만인지? 그림자궁전의 공연도 볼 겸, 더구나 라인업도 좋아서 가게 되었는데 작년 8월 이후 약 6개월만이었습니다. '그림자궁전'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10월에 있었던 '광명음악밸리페스티벌'이었으니 정말 2007년 하반기는 많이 바빴나봅니다.

첫번째는 '나비'였습니다. 요즘 한 달에 한, 두 번 공연한다는 마침 공연하는 날이어서 보게 되었네요. 공연이 아닌 날에도 빵에 자주 있어서 몰랐는데, 그녀의 공연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약 1년 동안, 역시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에서 그 동안 쌓인 내공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여유롭고 자신의 페이스로 이끌어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2008/02/26 00:26 2008/02/26 00:26

황금나침반3 - 호박색 망원경

'더스트 연대기' 삼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호박색 망원경(the Amber Spyglass)'.

책 앞쪽에 라이센스 내용에 관한 부분을 우연히 보다 알게 되었는데 이 삼부작의 원제는 'His dark materials'란다. 원제는 왠지 미스터리나 공포물일 법한 것이 판타지 소설의 제목으로는 '꽝'이라는 생각이 든다.

1편의 '황금나침반'이나 2편의 '마법의 검'처럼 '호박색 망원경'도 제목으로 선정된 아이템이나 상당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섣부른 추측이었다. 앞선 두 아이템의 무게감에 비하면 '호박생 망원경'이 제목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억지로 끼워맞춰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물건의 주인 '메리 말론'은 주인공급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결론에 이르는 중요한 마지막 한 조각을 제공함에는 틀림 없다.

2편 마지막에 기대되었던 장엄한 전투는. 텍스트만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시 만난 '리라'와 '윌'의 모험과 다른 차원의 전혀 다른 지성체 '뮬레파'들과 생활하는 메리의 모습은 나름대로의 재미를 부여한다.

신화와 성경을 빌려 만들어낸 필립 풀먼의 세계는 생각하면 할 수록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한 상상력이라는 감탄이 나올 만하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신'과 '종교'에 대한 조롱 이 3권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수 많은 종교들이 약속한 천국과는 거리가 먼 사후 세계와 죽어가는 늙은이인 '절대자'의 모습은 그 절정이라 하겠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르고 차원의 문을 만들 수 있는 마법의 검이 '더스트'에 일어나는 혼란의 원인이었고 차원이 문이 열릴 때마다 반대 급부가 생기다는 진실은 '등가교환의 법칙'을 떠오르게 했다. 어른이 되면서 알레시오미터를 다룰 수 없게 되는 리라의 모습과 더스트의 이동은, 어른이 되면 상상력 혹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의 세상에서만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세계와 차원의 규칙, 그리고 결국 각자 자신들의 세계에서 이상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결론는 무자비하고 눈 먼 종교에 현혹되어 자신들의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2008/02/25 23:26 2008/02/25 23:26

로로스(Loro's) - P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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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single 'Scent of Orchid' 발표 후 다시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선보이는 '로로스(Loro's)'의 데뷔앨범 'Pax'.

'TuneTable Movement'의 2008년 첫 작품, '로로스'의 'Pax'가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2006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로 발탁된 후, 앨범 계획이 있었지만, sinlge로 축소되고 이후 차일피일 미뤄지던 정규앨범이 결국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는군요. 바람에 흩날리는 쓸쓸한 느낌의 디지팩 이미지는, 60분에 이르는 앨범 'Pax'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서 내용물을 살펴봅시다.

'첫 트랙 intro'는 다분히 (90년대 즈음에 유행했던) 트랙을 거꾸로 돌렸다는 생각이 드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거꾸로 흐르는 소리는, 기억 저편으로 향하는 이 앨범의 입구와도 같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I say’의 ‘로로스’의 서정성을 잘 들려주는 곡입니다. 쓸쓸함을 담은 보컬은 먼지처럼 흩어지는 단어들 같고 그 잔영은 마음 속의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피아노와 첼로, 기타와 드럼의 충돌은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뿜어내는 것만 같습니다.

'방 안에서'는 정중동(靜中動)'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동양적 정서가 녹아있는 곡입니다. 방 안에서 고요함 속에 움직이지 않는 화자이지만, 그의 가슴은 뛰고 그의 눈물은 흐르고 그의 마음은 소용돌이 칩니다. 첼로의 선율은 피아노를 보조하며 가슴 아린 서정성을 더하고 드럼은 가슴 치며 터질 듯한 격정을 표현합니다. 모든 파트가 폭발하는 절정에서 ‘제인’의 보컬은 마음을 위로하는 주문 같습니다.

'비행'은 하늘을 가르는 그 느낌처럼 젊은이의 기상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 하늘을 향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르는 비행, 하지만 그 비행은 실제 비행이 아닌 명상을 통한 ‘마음의 비행’일지도 모릅니다. 보컬 없이 연주만 흐르는 곡으로, 시냇물이 강을 만나고 강이 바다를 만나듯,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느낌은, 일본 밴드 ‘Mono’의 연주에서나 느껴보았을 찬란한 ‘포스트락’의 인상을 강하게 남깁니다. ‘포스트락’은 밴드 ‘로로스’의 지향점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It’s raining Pt.1’은 Pt.2의 ‘intro’ 같은 곡입니다. ‘It’s raining’은 앞선 ‘방 안에서’와 2006년 싱글로 공개되었던 ‘너의 오른쪽 안구에서 난초향이 나’와 더불어 로로스 초기의 서정성이 담겨있는 3대 인기곡이기도 합니다. 곧 쏟아질 법한 비를 머금고 밀려드는 먹구름과 천둥이 쳐도 이상할 것 없는 어두운 하늘, 그리고 잿빛 거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It’s raining Pt.2’는 키보드는 거리의 흐름을 첼로는 마음의 흐름을 그려냅니다. 간간히 들리는 드럼 심벌즈의 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천둥이 연상됩니다. 비가 내리는 거리, 무관심한 사람들 속을 걷는 쓸쓸한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은 듯,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단지 그림자일 뿐이었을까요?

‘Doremi’는 앨범 수록곡들 중 독특한 느낌의 곡으로 홍일점 ‘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인’은 ‘피카’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하면서 월드뮤직 같은 음악들을 많이 들려주어왔고, 이 곡도 그런 분위기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주문과도 같은 독특한 그녀의 보컬과 드럼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어떤 부족의 신비한 주술을 듣는 느낌입니다.

‘바람’, 피아노 연주에 드럼과 기타 연주가 곁들여진 크로스오버 형식의 곡입니다. 4분 정도되는 길이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로로스의 곡으로서는 짧게 느껴지네요.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점에서 크게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그런 자극적(?)이지 않은 점이 이 곡의 미덕이 아닌가 합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Pax’는 라틴어로 ‘평화’를 의미합니다. 기도하는 듯한 남녀 두 보컬과 가사, 오르간처럼 들리는 평온한 연주는 고풍스러운 성당과 평화를 위한 기도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Pax’의 사전적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강국 등의 지배에 의한 국제적 평화’를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교와 함께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로마’를 이야기할 때 듣게 되는 ‘Pax Romana’가 좋은 예가 되고, 현대에서는 ‘Pax Americana’라는 말이 종종 들을 수 있죠. 군사경제적인 폭력인 제국주의와 맞물려 그리스도교가 행한 문화종교적 폭력에 대한 반어일까요? 혹은 로로스가 꿈꾸고 있는 것은 대중음악계의 ‘Pax Lorosana’ 건설일까요?

이어지는 두 곡은 single에 수록되었던 곡들입니다. ‘너의 오른쪽 안구에서 난초향이나’라는 긴 제목의 곡에서 폭발할 듯한 로로스의 서정을 들려줍니다. 각 악기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를 이뤄내는 점이 로로스표 음악의 매력입니다.

‘Habracadabrah’이라는 제목은 주문의 한 구절로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의미가 있답니다. 느슨한 주문 부분과 급격한 연주 부분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주문 외에도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은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흑마술에 대항하는 선한 마술사의 이야기는 아닐까요? 비교적 뚜렷한 기승전결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지막 곡 ‘She didn’t go to the party’은 어두운 방안에서 반짝이는 꼬마전구 같은 곡입니다. 파티에 가지 않은 그녀가 누워서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반짝반짝 꼬마전구가 아니었을까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무슨 꿈을 꾸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로로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음악계에서 상당히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락 밴드의 기본적인 포멧에 키보드와 첼로의 전면으로 내세운 밴드 구성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뉴에이지의 서정성과 크로스오버의 양식에 포스트락과 월드뮤직을 첨가한,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듣는 입장에서 선택이 폭이 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연주는 좋았지만, 보컬의 역량은 조금 아쉽습니다. 공연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아쉬움이 앨범에서는 기술의 힘을 빌려 멋드러지게 나올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은 점은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라이브와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더 멋진 앨범을 기다렸을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좀 더 클 법도 하지만, 앨범 발매의 즐거움을 넘을 수는 없겠죠.  라이브를 듣고 있으면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엄하고 서정적인 '로로스'의 음악들, 이제 더 큰 날개를 달고 널리 퍼져나갈 때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8/02/16 17:14 2008/02/16 17:14

Swinging Popsicle in 1월 26일 백암아트홀

마지막은 'Swinging Popsicle'이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앨범 'Go On'이 참 좋았기에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새 앨범의 수록곡들과 더불어 지난 인기곡들도 들려주었습니다. 중간에는 '타루'가 등장하여 2곡 정도를 우리말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보컬 '미네코'는 'Sad melody'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직접 부르는 열정까지 보여주었습니다. 'Chocolate soul music' 등 귀에 익은 곡들과 더불어 지난 앨범 수록곡인 'Snowism'이라는 곡도 참 좋았습니다.

이들도 정말 공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Swan Dive나 Swinging Popsicle이나 1995년 즈음에 결성하여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데, 그만큼 그들의 호흡과 무대 장악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세 팀 모두 대단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준 공연이었습니다. '5주년 기념 공연 다웠다'고 할까요? 총 3시간이 넘는 공연이었지만 지치기보다는 너무나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멋진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

2008/02/03 01:17 2008/02/03 01:17

Swan Dive in 1월 26일 백암아트홀

두 번째는 혼성 포크팝 듀오 'Swan Dive'였습니다. 이 밴드의 음반은 딱 한 장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 귀에 익은 곡들을 여럿 들을 수 있었습니다. 'June'라는 앨범을 2003년 즈음에 수입반으로 구입한 기억이 있는데, 바로 이번 공연에서 그 음반의 수록곡들을 상당히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정말 음악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호흡을 맞춰온 두 멤버와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참 멋있고 부러웠습니다.

'클래지콰이'의 'Gentle Rain'도 들려주었는데, 예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듣게 되었고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네요. 최근에 나온 음반에도 수록되었더군요.

2008/02/02 15:56 2008/02/02 15:56

캐스커 in 1월 26일 백암아트홀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백암아틀홀'에서 있었던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공연을 본 때가 언제인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 만큼 오랜만이었습니다. 더구나 백암아트홀은 2006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을 한 번 본 후, 이번이 두 번째였구요.

3일의 공연 중 제가 다녀왔던 토요일의 공연이 아마 라인업이 최고가 아니었나합니다. 한국, 미국, 일본의 세 밴드, '캐스커(Casker)', 'Swan Dive', 그리고 'Swinging Popsicle'이라는 엄청난 라인업은 토요일 뿐이었으니까요.

첫번째는 '캐스커'였습니다. 정규 앨범 3장과 참여한 OST나 컴필레이션도 몇 장 같고 있지만,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음반에서의 느낌을 공연에서는 어떻게 살려낼지 참으로 궁금했구요.

우리나라 일렉트로니카 씬을 이끄는 밴드 중 하나로 뽑을 만한 '캐스커',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보컬 융진도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었구요. 더구나 이 날 융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완전한 컨디션이었다면 어땠을지요!

'모든 토요일', '고양이와 나 pt.1 & pt. 2', '달의 뒷면', 'Discoid', '정전기' 등 귀에 익은 곡들을 멋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8/02/02 15:14 2008/02/02 15:14

We Will Be Together : Pastel Season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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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의 첫번째 CD이자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선공개된 'Pastel Season Edition'.

 

파스텔뮤직의 지난 5년을 돌아보는 이 컴필레이션 앨범의 첫번째 CD에는 새로운 5년을 책임질 뮤지션들의 곡들이 담겨있습니다.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발매된 'Cracker'나 '12 Songs about you'도 좋았지만 이번 'Pastel Season Edition'은 국내 뮤지션들로만 채워진, '베스트 라인업'에 가까운 위용을 보여줍니다.

 

'미스티 블루'의 '이란성 쌍둥이 자매'인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첫모습을 보여준 'Cracker'의 수록곡 'May'처럼 월(月)이름인 'December'로 돌아왔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은수'와 비슷하지만 더 건조한 느낌의 보컬은, 차분히 쌓이는 눈처럼 담담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슬프지 않게 노래하는 가사와 잘 어울립니다. 더불어 '벨 에포크'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앨범'으로 결실을 맺길 기대해 봅니다.

 

3집을 통해 사운드의 미숙함을 벗어던지고 세련됨을 보여주면서 'Wanna be Casker'가 되고 있는 듯한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는 '더 멜로디'의 '타루'와 만나 '스웨터'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제목으로는 뭔가 아기자기한 초기의 '허밍 어반 스테레오'같은 음악같으면서도 세련됨을 놓치지 않습니다. 여러 보컬들과 만나는 허밍은 어쩌면 'wanna be M-flo'인지도 모르겠네요.

 

2005년에 EP 'Rock Doves'를 발표하고 영화 OST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이다가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짙은'은 파스텔뮤직에 새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합니다. 모던 락 밴드에서 여성 보컬 파워가 압도적이었던 파스텔뮤직으로서는 호소력 짙은 보컬의 '짙은'을 영입하면서 약점을 보완해가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니카 영역에서 '허밍 어반 스테레오'라는 유망주를 영입해 3번 타자로 키우고 '캐스커(Casker)'라는 기량을 인정받은 4번 타자를 영입한 파스텔뮤직은 'Sentimental Scenary'라는 또 다른 유망주를 5번 타자로 세워 '클린업 트리오'를 완성합니다. 'True Romance'는 피아노와 일렉트로니카의 절묘한 만남 그리고 멋드러진 보컬의 featuring까지 '파스텔뮤직'의 'Next Big Thing'이 될 'Sentimental Scenary'의  잠재력을 100% 들려주고 있습니다. 한국형 IDM으로 디지털 싱글을 통해 입소문으로 알려지던 'Sentimental Scenary'의 풍부한 감성의 일렉트로닉을 CD로 만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티어라이너'의 프로젝트 밴드 'Low-End Project'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전문 프로젝트가 되어가는 느낌이네요. 'Cracker'와 '커피향 설레임'에 이어 이번 컴필레이션까지 말이죠. '보고 싶어서, 안고 싶어서, 만지고 싶어서'라는 긴 제목은 이 프로젝트가 긴 제목 지향 프로젝트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미 발표한 두 곡의 제목이 '연애를 망친 건… 바로 나란 걸 알았다'와 'Love Is Weaken When It Comes Out Of Mouth'였으니까요. 어쩐지 '티어라이너'보다 정규앨범이 기대되는 'Low-End Project'의 이번 참여곡은 이 프로젝트다운 어설프면서도 진지한 첫사랑같은 느낌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타게 기다리던 '미스티 블루(Misty blue)'는 '한쪽 뺨으로 웃는 여자'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곡으로 돌아왔습니다. 보컬 '은수'의 읊조리는 보컬 때문인지 가사가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한 장면처럼 지나갑니다. 이제 '미스티 블루'는 소녀에서 여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여전히 '미스티 블루'답지만 그 속에서 어른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만한 '요조'는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만을 걸고 참여한 첫 곡 '하모니카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녀는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걸까요? '하모니카 소리'에서는 지금까지의 새침했던 그녀와는 다른, 담백해진 그녀를 들려줍니다. 추운 겨울의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목소리입니다.

 

데뷔앨범이 좀 아쉬웠던 'Donawhale'은 '눈 내리는 소리'로 쌓인 아쉬움을 남김 없이 날려버립니다. 고요한 새벽의 눈 내리는 모습과도 같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가슴 한 구석이 시려지고 누군가 그리워지는 기분입니다.

 

파스텔뮤직을 통해 얼마전 새 앨범을 발표한 '큰 형님' '스위트피'는 'Are You Ready?'라는 곡을 내놓았습니다.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지만 '어린왕자'같은 그의 감수성이 느껴집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배다른 형제 'Instant Romantic Floor'의 'Lie'는 나쁘지 않지만 '허밍'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아쉽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멤버간의 궁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그런 언밸런스한 느낌이 이 밴드의 매력일까요?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거물 4번 타자 '캐스커'는 '달의 뒷면'으로 드디어 정식 파스텔뮤직 앨범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캐스커'다운 세련된 도시적 감수성에 융진의 호소력 짙은 보컬도 여전합니다. 3집이 조금 아쉬웠지만, 새로운 레이블과 함께할 이들의 새 앨범은 역시 기대됩니다.

 

파스텔뮤직 소속답지 않은 느낌의 변방 밴드(?) '불싸조'는 이미 발표했던 '지랄이 풍년이네'로 참여했습니다. 거친 락 사운드를 들려주는' 불싸조'이지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일렉트로니카와 닿아있다는 느낌입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여성 목소리의 샘플링도 참 재밌습니다.

 
참여 밴드들 가운데 가장 오래 파스텔뮤직 소속인 '티어라이너(Tearliner)'는 'Regretto'라는 연주곡으로 참여합니다. 그 동안 드라마 음악에 참여하면서 갈고 닦은 내공일까요? 그의 연주음악은 잘 만들어진 크로스오버 곡을 듣는 느낌이네요.

'파니핑크(Fanny Fink)'의 '좋은 사람'은 '캐스커'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원곡이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었는데, 리믹스를 거치면서 '캐스커'다운 전자음들의 강렬함은 '주객전도'를 일으켜 마치 '캐스커'의 곡에 파니핑크의 '묘이'가 featuring으로 참여했다는 착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 만큼 '캐스커'의 센스는 대단합니다. 어둡고 무거운 발걸음은 '캐스커'라는 모퉁이를 돌면서 리드미컬하고 흥겨운 발걸음으로, 바로 180도 기분 변화 같습니다.

'어른아이'의 보컬 '황보라'는 '별이 되어'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어른아이'는 밴드 포맷을 벗어난 그녀의 목소리는 더 짙은 감성과 자유가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마지막 곡을 통해 드러나고 있을 법도 합니다.

이 앨범은 현재 파스텔뮤직을 대표할 만한 밴드의 대거 참여로 파스텔뮤직이 앞서 발매했던 컴필레이션 앨범들에 뒤지지 않는 내용물을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의 지난 5년을 함께 했던 밴드들과 2007년을 통해 새롭게 합류해 또 다른 5년을 꾸려나갈 밴드들이 함께 하면서 그 임팩트는 'Cracker'나 '12 songs about you'를 뛰어넘구요.

더구나 2004년 말부터 파스텔뮤직의 행보를 지켜본 저에게는 그 느낌이 남다릅니다. 홍대 라이브 클럽을 통해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다른 소속이었던 밴드들이 파스텔뮤직에 편입되고, 성장해 나가고, 또 해체되는 현장을 지켜본 증인(?)으로서 더욱 그렇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 5주년 기념 앨범입니다. 튼튼한 종이케이스에 담겨진 5장의 디지팩은 눈을 즐겁고 소장 욕구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된 앨범을 여럿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느낌이 5장에 담긴 수 많은 곡들은 '적당함의 미덕'을 잃은 '과잉'이 아닌가 하네요. 수록곡들이 좋은 곡이지만 나머지 4장의 CD에는 소장 CD들과 겹치는 곡들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Pastel Season Edition' CD만 별도로 구매할 수 없는 점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음반의 상징성'은 대단합니다. 메이저 음반사가 아닌 작은 레이블이 이렇게 방대한 음원 모음집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점은 가뜩이나 어려운 현재의 음반시장에서, 게다가 더더욱 어려울 인디음악 시장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습니다. 우리나라같이 '소수의 취향'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귀를 만족시킬 만한 음원들을 찾기 어려운데, 파스텔뮤직은 그런 부분에서 꾸준한 생명줄과 같은 레이블 중 하나였으니까요. 파스텔뮤직이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이런 앨범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We Will Be Together'은 별점 4개입니다만 'Pastel Season Edition'만은 별점 5개를 주고 싶네요. 음악성과 대중성에서 한 인디 레이블 소속 밴드만을 모아서 이런 라인업의 음반을 냈다는 점은 한국에서 전무후무할 만한 일이 아닐까 하네요.

2008/01/31 21:38 2008/01/31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