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거짓말

두 사람이 있었다.


"사랑이 지나가면, 무엇이 남을까?"

"거짓말, 그리고 추억?"

"거짓말?"

"응. 거짓말."

"추억은 당연하겠지만, 거짓말은 왜?"

"이별이 찾아오면 사랑하는 동안 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이 되어버리잖아."

"아."

"사랑한다는 말조차."

"정말 거짓말만 남겠네."

"사람들은 영원히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영원할 수 없잖아."

"응."

"영원은 커녕, 이별하는 순간에 끝나지."

"이별 전에 끝날지도 모르지. 그 전에 마음은 떠날테니까."

"아, 그런가?"

"어쨌든 참 허망한 거네. 사랑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사랑은 사랑이 아닌게 되버릴 지도 몰라."

"음. 마치, 손을 대면 녹아버리는 눈처럼?"

"응. 손을 대면 눈은 눈이 아닌 물이 되어 흘러버리듯, 그걸 입에 담으면 사랑은 다른 것이 되어 달아날지도 모르지."

"눈을 바라보듯, 사랑도 마음에 간직해야만 한다는 거네."

"뭐, 그렇지."

"말의 덧없음이란."

"그러니 사랑할 수록 말을 아껴야하지 않을까?."

"아낀다고?"

"지킬 수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는 걸까? 사랑 앞에선."

"그럼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전할 수 있겠어? 사랑한다고."

"글쎄, 그래도 거짓말이 되는 것보다는 아름답지 않겠어?"

"아예 이별이 찾아오지 않게 하면 되잖아."

"그게 가능할까?"

"역시 불가능하려나."

"사람 역시 말만큼이나 불완전한 존재인데."

"역시 시작과 끝은 떼어놓을 수 없는 거라고?"

"응. 하지만 난 믿고 싶어."

"응?"

"이 세상 어딘가에는 끝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이별이 찾아와도 끝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응. 나도 믿고 싶어."

당신과 함께라면, 끝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2007/01/05 09:20 2007/01/05 09:20

어른아이 - B Tl B Tl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긴 산통을 겪은 후에 발매된, 삼인조 '어른아이'의 데뷔 앨범 'B Tl B Tl'.

밴드 이름이로는 많이 생소할 '어른아이'입니다. 홍대 클럽 '빵' 등에서 조용히 활동해왔고, 밴드가 들려주는 음악 자체도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는 음악은 아니기에 한번 듣고 '괜찮았다' 정도로 스칠 수 있었겠구요. 오래전부터 음반 작업을 한다고 들은 듯한데, 11월 말이 되어서야 발매되었으니 그 작업이 상당히 힘들었나봅니다.  

빗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첫곡 'B Tl B Tl'은 곡으로 주로 우울하면서도 차분한 음악을 들려주는 '어른아이'의 색깔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첫곡으로 나쁘지 않지만 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첫곡에 '강렬한 인상'(어른아이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이 중요한데, 그런 강렬함을 주기에는 너무 차분하고 쳐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Star', 첫곡으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곡입니다. 우울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밝은 느낌도 나는 점이 첫곡으로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도입부의 라디오를 통해듣는 느낌이 나는 보컬과 연주가 조금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겨울이라는 생각도 들게하네요.

'꿈의 계단', 'Star'에서 시작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도 더 몽롱한 느낌입니다. 꿈길을 달리는 듯한 기타 연주와 나즈막히 속삭이는 보컬이 '꿈의 계단'을 걷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Make Up', 역시나 몽롱한 곡입니다. '꿈의 계단'의 '꿈 속의 몽롱함'아라면 'Make Up'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있을 법한 몽롱함'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초반 낮게 깔리던 보컬이 드럼 연주와 함께 높아지면서 느릿느릿한 행진을 떠오르게 합니다. 차분한 발걸음이랄까요.

'아니다', 개인적으로 뒤에 나올 '상실'과 함께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제목처럼 보컬과 가사에서 '쓸쓸한 실망'이 뭍어납니다. 처절하지 않고 냉정과 달관이 느껴지기에 그 실망이 더 무섭기만 합니다. '띠띠띠', '따따따' 같은 무의미한 가사들에서도 그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Sad Thing', "I saw you, you in me"와 "it's so sad, sad thing'을 주구장창 외치는 곡입니다.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에 수록되어 익숙한 곡이기도 하구요.

'가까우리?', street noise라는 거리의 소리들과 소음들을 담고 있는 interude같은 트랙입니다. 현대인이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을 전달하려고 한 것일까요? 이어지는 트랙 '상실'과 언관이 있어보입니다.

'상실', 쭈욱 이어져오던 몽롱함을 벗어나 현실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수록곡들 중 가장 긴, 뭔가 제대로된 내용을 가사를 갖춘 곡이기도 하구요. 가사에 등장하는 '나'와 '그녀'는 동일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라진 '따뜻한 마음'과 '그날의 온기', '삶의 의미' 혹은 '봄'을 상실한 담담한 상실감이 느껴집니다.

'Lethe', 그리스신화 등장하는 '망각의 강'의 이름입니다. 죽은 자는 이 강의 물을 마시고 이승의 기억을 모두 잊는다고 하네요. 연주곡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망각'으로 빠져들게 하는 느낌이네요.

'It's raing', 제목에서부터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빗소리가 들리는 첫곡 'B Tl B Tl'과 짝을 이루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목과는 달리 'B Tl B Tl'에서도 들을 수 있는 빗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도 비가 내리고 있었나 봅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곡들이 쭉 이어지는 흔하지 않은 앨범입니다. 우울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강한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 이 앨범은 그렇지 않네요. 건너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잡아두는 신비한 호소력이 있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적인 한 방'은 찾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점이 있지도 않은, 고르게 분포한 그 무난함이 그 신비함의 핵심 중 하나가 아닐까하네요.

인상적이지 않지만, '파스텔뮤직' 소속의 많은 밴드들 중 '미스티 블루(Misty Blue)' 등과 더불어 '파스텔뮤직'다운 음악적 색깔을 들려주는 밴드 '어른아이'의 데뷔앨범 'B Tl B Tl'. 고요하고 긴 겨울의 밤, 조용한 방 안에서 그 만큼이나 조용한 어른아이의 음악과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12월 초에 썼습니다. 조금 살을 붙여서 이제야 완성해서 올리네요.
2007/01/04 23:25 2007/01/04 23:25

시간에 기대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에 한 명만 만날 수 있다기에
고개를 숙였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할 수는 없다하기에
눈물을 흘렸어.

어째서 전해지지 않는 걸까?
그 간절한  마음들은

어떻게 알아챌 수 없는 걸까?
그 애타는 눈빛들은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는다기에
놓치고 말았어.

유유히 떠나가는 마음은
한번도 되돌릴 수는 없다하기에
멀어져 버렸어.

결국엔 찾아낼 수 없는 걸까?
영원으로 가는 길은

다시는 만날 수는 없는 걸까?
영혼의 짝, 그 운명은



잡아도 멈출 수는 없는 걸까?
깨질 듯한 시간들은

어째서 멈춰지지 않는 걸까?
터질 듯한 눈물들은
2007/01/04 09:42 2007/01/04 09:42

예루살렘

두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라. 북극의 연인들처럼."

"뭐? 북극의 연인들?"

"응. 북극의 연인들처럼."

"왜 하필이면 북극의?"

"너무나 추운 북극에서는 서로 체온을 나누지 않으면 살 수 없지 않을까?"

"그럼 헤어지면 죽게 되는 건가?"

"아마 얼어죽겠지".

"무서운데."

"좀 그런가?"

"그럼 난 이렇게 말하겠어."

"어떻게?"

"사랑하라. 어느 사막의 이교도들처럼."

"사막의 이교도들? 그게 더 이상해."

"잘 들어봐. 어느 사막을 건너는 이교도들의 이야기야."

"듣고 있어."

"서로 다른 종교를 섬기는 두 수행자가 있었어. 그 둘은 모두 각자의 성지를 향해 여행하고 있었지."

"그래서 이교도들이구나."

"응. 두 수행자의 성지들은 모두 한 사막을 건너야해. 그런데 그 사막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건너기 힘들지."

"왜?"

"사막의 모래폭풍, 낮의 열기, 밤의 추위 그리고 짐승들. 그 사막에서는 모든 게 위험이니까."

"그래서 두 사람이 힘을 합해야겠네."

"그렇지. 두 평화로운 수행자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막을 건너지."

"평화로운?"

"서로 반목하는 종교의 수행자들이라면 서로 의지할 수 있겠어? 과거의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처럼 다툼이 있겠지."

"그렇겠네. 그럼 둘 다 사막을 지나지 못하는구나."

"응. 그 긴 여행동안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또 서로에게 이교도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교감하고."

"그러다 사랑에 빠진다?"

"꼭 사랑이 아니라도, 이해와 교감이 중요한 거지."

"그럼 사막을 다 건너면?"

"그들은 다시 각자의 성지를 찾아 떠나겠지."

"그럼 이별인 건가."

"슬픈 이야기가 되나?"

"응."

"그렇지만 그들의 성지가 같을 수도 있겠지."

"마치 '예루살렘'처럼?"

"응. 서로 다른 종교지만 성지는 같을 수도 있지."

"그럼 같았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좋겠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사막을 건너며 함께 했던 시간이 아닐까?"

"이별도 있겠지만 사랑했던 시간이 중요하다?"

"응. 이해와 교감이 있었던 시간, 그 시간이 '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좀 슬프지만, 그럴 거같아."

"인간의 모두 서로에게 이교도인 거야."

"왜?"

"모두 다른 세계관과 사고방식과 취향을 갖고 있으니깐. 어떻게 보면, 그것도 하나의 '종교'지."

"그래서 그 이교도들처럼 사랑하라?"

"응. 이교도들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이교도이겠지만 결국 같은 성지를 향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2007/01/03 09:20 2007/01/03 09:20

일 더하기 일

두 사람이 있었다.


"일 더하기 일은 얼마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2."

"아니."

"그럼 넌센스?

"넌센스도 아니야."

"그럼?"

"두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말이야. 예를 들어 우정이나 사랑에서."

"2가 되면 본전이고 3정도면 괜찮은 우정이나 사랑이겠지."

"그렇겠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는 걸."

"응."

"차마 2도 되지 못하는 사랑도 많아보여."

"뭐 현실은 그렇지."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2도 못되고 1이 된다고 사랑이 아닐까?"

"서로 소모하기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과연 가치가 있는 걸까?"

"가치?"

"관계를 유지해나갈 만한 가치."

"사랑에 가치를 따지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

"그럼?"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물론 그렇겠지만."

"인정하지?"

"하지만 나를 비움으로써 더 채운다고 해야하나?"

"응?"

"서로 공유하고 희생하고...그러면서 서로 더 발전해나가는 거. 그런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그것도 맞는 말이네."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소모만 한다면 그건 사랑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그렇게 서로 소모하다 관계가 끝나게 되는 거겠네."

"아마도 그렇겠지. 서로에게 지치겠지."

"그래서 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는 거구나."

"아무나 역사 속의 위대한 연인들처럼 10이나 100, 1000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럼 위인전에라도 나오겠지."

"그렇겠네. 평범한 사람들은 3만 되어도 성공한게 아닐까?"

"그럼, 우리는 3이 될 수 있을까?"

"글쎄, 그건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있을까와 비슷한 질문인 걸."

"뭐?"

그때의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2007/01/02 11:19 2007/01/02 11:19

첫 변화

늦잠을 잤다. 세수를 했다.

코피다. 가습기를 틀어놓고 잤는데도.

평소처럼 오른쪽 콧구멍에 손을 가졌갔다.

이런 왼쪽이다.



어렸을 때는 왼쪽에서 코피가 났지만, 무슨 일인지 몇년전부터는 오른쪽에서만 났다.

쌍코피가 났던 한두번은 빼고.

가습기를 틀어놓고 자면 코피가 거의 안나는데 무슨일인지.

아마 가습기가 없었다면 난 일년 12개월 중 3개월 정도는 코피를 달고 살았을 것이다.

건조한 공기는 내 코에게 피를 부른다.



왼쪽에서 코피가 나는 게 얼마만인지.

2007년의 첫 아침.

새해의 첫 변화는 그렇게 찾아왔다.

주로 숨쉬는 콧구멍이 20~30분마다 교대로 바뀐다고 하는데,

몇년만에 바뀐 코피나는 콧구멍의 교대도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07/01/01 22:55 2007/01/01 22:55

언어의 마법

언어(言語)란 참으로 불완전하다. 특히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더욱 그렇다. 일상에 쏟아내는 무수한 말들, 그런 말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상황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무관심하고 거짓되고 상처가 되는 말들이 많을까? 남의 말보다 내 자신의 말을 못 믿기에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불완전한 언어를 경계하지만, 우습게도 말을 듣는 것은 몇 시간이라도 할 자신이 있다. 물론 따분한 강의나 설명은 아니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을.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소박함 꿈이기도 하다.

역시 언어란 참 불완전하다. 그런데 그런 점이 언어의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칭찬 한 마디가 곰을 구르게 한다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랫말에 대한 이야기다.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는 노랫말, 가사(歌辭)는 노래가 표현하는 '감정의 흐름' 중 한 면을 잘라내어 펼쳐놓은 것이라고 할까? 그 단면을 불완전한 언어로 표현하기에 가사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듣는이의 상상이 발휘될 수있다.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경험들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한 상상력으로 가사는 듣는이의 마음 속에서 한 단면이 아닌 '완전한 흐름'으로 되 살아난다. '언어의 불완전함', 그 빈틈이 듣는이로 하려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좀 다른 샛길로 빠져서, 노래를 이루는 가사 뿐만 아니라 선율 혹은 멜로디도, '흐름의 재구성'의 한 재료가 될 것이다. 가사가 '흐름의 한 단면'이라면 선율은 그 '흐름의 뼈대'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수 많은 단면 중 '가장 중요한 단면(가사)'와 '전체적인 뼈대(선율)'로 노래의 재구성은 이루어진다.

물론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에 따라 재구성되는 그 흐름은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다 엄선된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진 가사일수록 노래를 만든 사람이 전하려는 흐름과 듣는이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되는 흐름이 많이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런 가사가 더 좋은 가사들 중 하나가 아닐까?

딴 이야기가 좀 길었다. 비단 노래 뿐만 아니고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언어의 불완전함', 그래서 언어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많이 듣고 싶다. 그리고 좀 욕심부려서, 좋은 글들을 쓰고 싶다. 나아가, '불완전함의 재구성', 더 멋진 나만의 재구성을 위해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 더 아름답게 상상하고 싶다.
2006/12/31 23:27 2006/12/31 23:27

바다의 끝에서

두 사람이 있었다.


"와, 바다야! 정말 오랜만이야!"

"응. 나도 정말 오랜만이네. 겨울바다는"

"와아~"

"신발 조심하라구."

"벌써 조금 젖었어."

"어떤 사람은 여기를 '바다의 끝'이라고 했어."

"바다의 끝?"

"응. 아마 바다의 입장에서는 육지와 만나는 이곳이 끝이겠지."






"난, 언제나 타오르던 사랑이 결국 차갑게 식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만 해왔어."

"그럼, 사랑이 타오르게 하지마."

"타오르지 않게?"

"그런 차가운 사랑도 있지 않을까?"

"차가운 사랑이라. 어떤 걸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타오르게 할 연료가 바닥나면... 그땐 죽는 거야."

"죽는 건, 너무 과격하잖아."

"그게 진짜였다면. 그렇다면 해볼 만 하지 않겠어?"

"그럴까?"





"있잖아."

"응? 잘 안들려!"

"있잖아, 내 '끝'이 되어줘. 날아가지 않을게."

"끝이란 없어. 단지 시작만이 있는거야!"

"시작만? 응."

"날아가든 날아가지 않은 상관없어. 그게 운명이라면."

"응. 운명이라면."

"넌, 나에겐 모든 시작인 걸!"

"응. 나에게 너도."

"(널 만나서 너무 기쁘고 널 알아서 너무 슬퍼.)"

"뭐라고? 잘 안들려."

"아니야."

"그럼 우린 바다의 끝에서 시작인 거네!"

"응. 바다의 끝에서."

당신을 만나서 가장 기뻤고 당신을 알아서 가장 슬펐습니다.
2006/12/30 12:15 2006/12/30 12:15

어배러투모로우 in 12월 24일 클럽 빵

이어지는 팀은 '저학년 포크'를 들려준다는 '어배러투모로우'로, '교주의 포스'가 느껴지는 '호라', 왠지 피곤해보였던 '복숭아', 언제나 빵 무대의 어둠의 자리에 서게 되는 '민', 이렇게 세 사람이었습니다.

'악사의 연주'와 '놀이동산 왈츠'로 시작했고 준비한 수첩을 관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했습니다.(저는 못 받아서 좀 아쉬웠요.) 신곡 '스커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날은 추워지는데, 점점 짧아지기만 하는 '여성들의 스커트'에 대한 노래라네요. '버스 메이트', '복학생'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에서는 상당히 많은 인원이 난입하여 단체 발차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앵콜곡은 '아저씨'만큼이나 사람이 많을 수록 반응이 좋아지는 '고기반찬'이었구요.

2006/12/30 01:02 2006/12/30 01:02

타바코쥬스 in 12월 24일 클럽 빵

이어서 '빵'에서 두번째 보게되는 '타바코쥬스'.

사람이 많고 왁자지껄하니 왠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밴드랄까요. 오른쪽의 기타리스트는 이 날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군요.


2006/12/30 00:20 2006/12/3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