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 커리어를 시작한 어떤 가수는 시간이 지나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도 하고, 어떤 싱어송라이터는 파격적으로 댄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제 소개할 싱어송라이터 해오(Heo, 허준혁)는 그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2009년 발표했던 첫 정규앨범 "Lightgoldenrodyellow"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의 새 앨범 "Structure"을 발표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 자켓부터 그런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데, 해오의 지난 활동 이력을 되돌아본다면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올드피쉬(Oldfish)'의 멤버로서 본격적으로 인디씬에 뛰어든 그의 경력에서, '일렉트로닉'은 항상 함께 해온 장르였다.
솔로 뮤지션 '해오'로 활동하기 전, '올드피쉬'시절부터 그가 EP까지 발표했던 또 다른 이름 'yellowmayonaise'까지 포괄적으로 정리했던 그의 데뷔앨범은 '일렉트로닉을 살포시 머금은 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데뷔앨범이 발표된 2009년과 두 번째 앨범이 나온 2014년 사이의 5년을 살펴보면, 지난 앨범처럼 새 앨범 'Structure'도 어느 정도 '정리'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인다. 데뷔앨범이 나온 2009년에 그는 다른 이름으로 EP 하나를 발표했다. 바로 'DJ Gon'과 한 프로젝트 '스타쉽스(Starsheeps)'로 발표한 "Luna"이다. (이 프로젝트에 그는 기타리스트 'Mayo'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는데, 'yellowmaynaise'에서 가져온 별명으로 생각된다.) 이 EP는 그가 2009년 이전부터 일렉트로닉 씬에 대한 관심과 활발한 교류를 알려주는 점이다. 앨범 발매일을 보면 해오 1집의 발매일이 2009년 1월 15일이고 EP "Luna"의 발매일이 2009년 2월 16일로 고작 1개월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실제로 2009년에 그는 인디씬에서는 싱어송라이터 '해오'로, 클럽씬에서는 기타리스트 'Mayo'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스타쉽스의 작업이나 그가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TV Yellow' 활동은 EDM과의 접점으로 볼 수 있는데, 새 앨범 "Structure"는 EDM뿐만 아니라 IDM과 포스트록까지 아우르는 소리들을 담고 있다. '일렉트로닉'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한 장르로 볼 수 있는데, 앨범 "Stucture"도 그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트랙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함은 '난잡함'이 아니라 어떤 응집력을 갖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면 제목처럼 어떤 Stucture를 완성해가는 앨범이다.
'기초적인 소리'를 의미하는 듯한 제목의 intro인 'Sound of A'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기본인 전자음들로 풀어나간다. 이어지는 'Luna'는 앞서 언급했던 프로젝트 '스타쉽스'의 EP "Luna"에 수록되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춤추기 좋은 EDM이었던 스타쉽스 버전과는 다르게, 느린 템포로 진행되면서 마치 '디스토피아적이고 황량한 꿈'처럼 들린다. '달' 혹은 '달의 여신'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달의 기운을 받았는지, 굉장히 섹시하게 들리는 해오의 보컬은 상당히 농밀한 섹시함을 숨기고 있다. 'Word of Silence'는 제목과는 다르게 다소 소란스러운데, 몽환적인 여성 보컬과 타격감이 살아있는 드럼 연주가 두드러지는 트랙이다.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앨범 자켓처럼 어두운 분위기인데, 반어적으로 제목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는 'Good day'도 제목과는 다르게 어둡고도 몽환적이다. 'Reckless'는 아무래도 'Moby'의 곡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트랙이다. 음성변조부터 군더더기 없고 경쾌한 진행 등 여러 점에서 그렇다.
지난 앨범과의 접점을 억지로라도 찾으라면 'All the things are passing by', 이 곡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전자음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기타 반주로 이끌어가는 점에서, 일렉트로닉 성향이 짙은 이번 앨범보다는 지난 앨범에 가깝게 들린다. 제목과 가사에서는 인생에 대한 소탈한 깨닮음이 느껴지는데, 1집도 그렇겠지만, 이 앨범이 발매되기까지도 순탄하지 않았음을 예상하게 한다. 'Ride the Wave'는 보컬을 거의 알아들 을 수 없기에, 연주 위주로 진행되는 드림팝 넘버라고 할 수 있겠는데, 높낮이 변화하며 반복되는 파도같이 부드러운 완급조절로 4분이 넘는 시간을 흡인력있게 이끌어 간다. 이어지는 'Hard to Keep'은 러닝 타임이 11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온라인 음원으로는 한 곡으로 판매되었지만, CD에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수록되었다. 파트 1이 '차가운 일렉트로니카'라면, 파트 2의 전반부는 그의 기타와 록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파트2 후반부의 크로스오버를 지나면 파트 3는 앞의 두 파트가 만난 '정반합'의 경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매우 긴 곡이지만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도 한 곡으로서 일관성을 잃지 않아서, 11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곡처럼 들리면서 동시에 한 곡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 점은 비단 이 곡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이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리들이 모여서 구조(structure)를 완성해간다. outro 'in sight of light'는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의 긴 터널' 같았던 이 앨범을 갈무리하는 트랙이다. 제목처럼 다소 밝은 분위기인데, 마치 어떤 소리들을 거꾸로 재생할 때처럼 독특하게 들린다.
공감할 만한 감성적 가사와 어렵지 않은 멜로디를 들려주었던 그의 첫 정규앨범은 비교적 대중성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일렉트로닉으로 가득한 두 번째 앨범에서는 그 대중성과는 멀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지난 앨범 "Lightgoldenrodyellow"가 '탁월한 감성'을 들려준 앨범이었던 반면, 이번 앨범은 대중성은 줄었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했다는 그의 이력을 고려한다면,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ambient와 같은 장르를 들려주지 않을까?"라고 재밌는 상상해본다. 별점은 4.5개.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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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 - Stru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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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m - Days are gone
형제자매로 구성된 밴드를 나열하라고 한다면, 나이가 지긋한 누군가는 'Capenters'와 'Bee Gees'를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Hanson'이나 'the Moffatts', 'the Corrs', 혹은 'Jonas Brothers'같이 비교적 젊은 세대의 밴드를 떠올릴 수 있겠다. 이제 형제자매 밴드 리스트에 새로운 이름을 추가해야 겠다. 바로 'Haim'이다.
Haim은 국내에는 아직도 낮선 이름이지만, 첫 정규앨범이 발표하기 전인 2012년 말부터 영국 BBC의 컨테스트 'Sound of 2013'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기대를 모은 밴드이다. 독특한 점은 앞서 나열한 밴드들이 모두 형제 혹은 남매 밴드였지만, 이 밴드는 '자매 밴드'라는 점이다. (영국이 아닌) 캘리포니아 출신의 세 자매 Este Arielle Haim(1986), Danielle Sari Haim(1989), 그리고 Alana Mychal Haim(1991)로 구성된 이 밴드는 여느 형제자매 밴드들처럼 성(family name)을 밴드 이름으로 사용했다. 모두 20대 밖에 안되는 세 자매의 밴드라고, 보통 여자 아이돌처럼 말랑말랑하거나 달콤한 음악을 한다고 하면 큰 오산이다. 꾸미지 않은 생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마치 8,90년대 남성 락스타들처럼) 기른 세 자매의 헤어스타일은 이들의 음악이 아이돌 밴드와는 거리가 있음을 환기시킨다. 또, 어린 시절부터 가족밴드 및 걸 그룹 활동을 하면서 음악과 함께 자란 세 자매는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를 줄 안다고 한다. Haim에서는 주로 베이스를 연주하는 Este는 기타도 연주할 수 있고, 메인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는 Danielle는 드럼 세션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주로 키보드를 연주하는 Alana도 기타와 퍼커션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00년 대부터, 급부상한 밴드들이 장르파괴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제는 장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구분이 무의미해고 있는데, 이 밴드의 음악 역시 그렇다. 1970년대 활동한 soft rock 밴드 'Fleetwood Mac'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세 자매의 주장에 따르면 R&B/Hip-hop가 혼합된 folk rock 정도로 들릴 수도 있다. 혹자는 Glam rock 등 Hard rock과 Garage rock을 들려준다고도 평하기도 한다. 이처럼 듣는 이에 따라서 규정하는 장르가 다양할 만큼 Haim이 여러 장르의 밴드들의 영향을 받은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확실히 복고적인 요소를 들려주고 있지만, 복고를 바탕으로 그를 뛰어넘는 '새로움'을 들려주는 점이 이 밴드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
여성 3인조 밴드의 음악으로서는 상당히 파워풀하고 연주와 강렬한 훅을 갖추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밴드의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여성 밴드로서 의외의 진정성을 넘어선 '어떤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힌트는 이 세 자매의 큰 언니인 Este의 경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ste의 경력을 살펴보면 2010년 UCLA에서 ethnomusicology(민족음악학) 학위로 졸업했다고 한다. 민족음악학은 그 이름처럼 기본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의 '민속 음악'을 비교하는 학문인데, Haim의 음악에서도 그런 '민속음악'적인 요소들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민속 음악'적 요소는 Haim의 데뷔 앨범 "Days are gone"의 첫 곡 'Falling'에서부터 보인다. 이 곡은 세 번째 싱글로 발표되었던 곡으로, 이 앨범의 두 번째 곡이자 첫 번째 싱글이었던 'Forever'와 더불어 'Haim'을 각인시킨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의 후렴구는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볼 만하다.
"into the fire feeling higher than the truth
I can feel the heat but I'm not burning
fear and desire feed the tired, hugry tooth
feel like I'm falling
I can hear them calling for me"
듣기에 따라서는 굉징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으로 들리는 후렴구이다. 이 부분을 부르는 Danielle의 음성은 톤을 높여 부르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 혹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모습이 떠오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Forever에서도 마찬가지로 '종교적'인 분위기의 후렴구를 갖고 있다. 가사를 옮겨보면 이렇다.
"go get out get out of my memory
no not tonight I don't have the enery
go get out get out of my memory
no not tonight..."
일정한 톤으로 단어와 구를 반복하는 이 부분은 마치 어떤 '주문'처럼 들린다. 종교적 의식과 연관시키자면 무속 신앙의 '퇴마 의식'떠올릴 수도 있겠다.
네 번째 싱글이기도 한 'the Wire'에서도 민속음악적 요소들을 들을 수 있다.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가사의 끝을 꺾거나 적절하게 들어가는 추임새는, 흑인 음악에서 기원한 하는 blues와 hip-hop에서 들을 수도 있지만, Danielle와 Este가 주고 받으며 부르는 형식이나 구성진 연주는 우리 전통음악의 '타령'처럼 들리기도 한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Let Me Go'의 경우 시작부터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초반부에서 Danielle가 읊조리듯 풀어내는 가사와 제창으로 부르는 'Let Me Go', 이어지는 Este의 노래에서 'Let Me Go'의 끝을 구슬프게 꺾어올려 부르는 부분과 돌림노래처럼 부르는 부분, 그리고 노래 전반에 걸쳐 두드러지는 타악기 연주가 긴장을 고조하는 점은, 마치 망자의 영혼을 달래는 일종의 '장송곡'처럼 들리게 한다.
더불어 세 자매가 들려주는 화음은 여성 밴드만의 매력을 더 한다. (Este의 꽥꽥거리는 느낌의 목소리나 힘이 부족한 Alana의 목소리는 Rock 밴드의 메인 보컬로서는 어울리지 않아서, 중저음의 Danielle가 메인 보컬) Danielle의 메인 보컬 위로 두 사람이 쌓아가는 목소리는 남성으로만 구성된 밴드들에서는 들을 수 없는 화음을 만들어내고, 이 화음은 복고의 느낌과 더불어 남성 중심의 rock과는 다른 신선함을 부여한다.
Haim 데뷔앨범 'Days are gone'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사실은 세 자매의 치기어린 앨범이라고 할 수 없는 굉장한 앨범이라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세 자매는 점점 말랑해져만 가는 남성 중심의 rock 음악 저변에 주목할 만한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장르의 적절한 차용, 그리고 정통적 밴드 사운드와 미니멀리즘을 적절하게 배치한 노련한 완급조절은 이 앨범이 20대 자매들로 구성된 밴드의 첫 앨범이라고 믿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어쩌면 신인이기에 이런 시도들을 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2013년 최고의 신인이라고 할 만하다. 별점은 4.5개, 반 개는 다음 앨범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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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이애경
사실 전혀 모르는 작가이고 요즘 거의 관심 없는 장르의 책이지만, 정말 우연히 구입하여 일게 되었다. 제목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허세스러웠다고 할까.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책의 '영리한 구성'을 빼놓을 수 없겠다. 텍스트만으로는 책 반 권도 나오지 않을 분량이지만, 작가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을 이용하여 한 권을 채우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이지만 읽기에는 그다지 가볍지 않을 수도 있는 내용들을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담아서, 사이사이 주위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작가의 고집이었는지 아니면 편집부의 전력이었는지 알수 없지만, 분명 '사진 + 텍스트'의 구성은 '미니홈피(싸이월드)'의 '일기장'과 '사진첩'이나 블로그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런 반 쯤은 개인적이고 반 쯤은 공개된 새로운 도구에 익숙한 지금의 2,30대에게 이런 구성은 충분히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만하다. 역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거쳐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는 나에게도, 주로 여성 사용자들이 사진과 함께 올렸던 (허세도 적당히 들어간) 감성적인 문장과 문단들이 떠올랐다.
글의 내용들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20대의 연예에 대한 회한과 30대의 다짐, 그리고 노처녀의 허세'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예민한 관찰력과 감성적인 표현력으로 써내려가 감수성이 더해진 글들은 공감의 요소를 만들어낸다. 최근 '웰빙(well-being)'에 이어 '힐링(healing)'이 유행하면서 힐링을 강조하는 감성 에세이들이 많이보인다. 이 책도 그런 시류에 편승하여 쉽게 써져서 쉽게 소비되는 소비재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시집 열풍이 '미니홈피와 블로그 세대'에 적합게 변형되고 포장된, '새로운 에세이의 사조'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이애경 작가의 글에는 신문의 가쉽란처럼 가볍게 읽고 잊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알맹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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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룡 (unisexsaurus) - Love is in the Ear (EP)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디레이블'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레이블은 두세 곳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무섭게 떠오르는 레이블이 있으니, 바로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MSB Sound)'입니다. 이제는 레이블 대표 뮤지션이라고 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옥상달빛'이 바로 MSB 소속이고, 파스텔뮤직 소속이었던 '요조'와 '루싸이트 토끼'나 인디씬에서 인지도가 있는 '카프카'와 '이영훈' 등을 영입하면서 몸집을 불려가는, '인디씬의 신흥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메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인디음악을 어느 정도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레이블이지만, 아직도 소속 뮤지션들은 낯설게 들립니다. 저도 MSB는 레이블의 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소개하는 '남녀공룡'은 작년 말에야 알게 된 뮤지션입니다. 바로 2013년 시작된 MSB의 컴필레이션 프로젝트 '내가 너의 작곡가 vol.1'에 참여한 팀이 이름 가운데 '남녀공룡'이 있었고, '요조'와 함께했다는 호기심에 처음으로 듣게 된 그의 곡이 바로 'This means Goodbye'였습니다. 요조의 차분한 음성과 우주적인 느낌의 사운드로 담담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별을 노래하는 이 곡은 묘한 중독성으로 이 컴필레이션에 함께 수록된 다른 어떤 곡보다도 귀를 사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남녀공룡'에 대한 궁금증에, 2012년에 발매되었던 그의 첫 EP 'Love is in the Ear'를 들어 보았습니다.
서정적인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오프닝 'Sincerely'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Dear J'는 일렉트로닉과 팝이 바탕이 된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고 제목도 그 'J'에게 보내는 곡인데, 앞선 오프닝이 보통 영문 편지에서 끝맺음 말로 쓰는 'sincerely'라는 점은 재밌습니다. 'Moonlight'는 제목처럼 신비로운 달빛같이 몽환적인 트랙입니다. 제목은 '달빛', 혹은 '월광(月光)'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달을 의미하는 'luna'에서 파생되어 '광기'를 의미하는 단어 'lunatic'이 떠오를 만큼 어떤 광기가 느껴집니다.
'Blueberry Dream'이라는 제목처럼, 상큼하고 달달하게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쓰여진 영어 가사와 라운지풍의 연주는 여러보로 일본 시부야계/라운지 음악을 떠오르게 합니다. 특히 나른한 음성은 'Paris Match'의 보컬 '미즈노 마리'의 음성을 떠오르기도 합니다. 'Last Lullaby'는 제목처럼 앨범을 끝맺는 마지막 곡으로서 '마지막'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풍의 트랙입니다. 언제가 찾아올 이별을 기다리며, 혹은 그 이별에 순간에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감정들이 전해집니다. 이 곡이 그려내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이별의 이미지는 요조와 함께한 'This means Goodbye'와도 닿아있습니다.
앨범 내내 여성의 음성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노래하지만, 남녀공룡은 남성이라는 점이 재밌습니다. 보코더로 음성을 변조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미성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은 '남녀공룡'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의 이름과 독특한 음성적 선택에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남녀공룡이라는 난해한 이름과는 다르게 EP 'Love is in the Ear'는 난해하지 않고 듣기 편안한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줍니다. 언제 정규 1집 혹은 후속 음반이 나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더 많은 그의 노래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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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는 문 - 로버트 A. 하인라인
SF 장르의 거장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여름으로 가는 문(1957)'은 고양이가 그려진 표지부터 시작해서 SF답지 않은 제목에 의아했던 작품이다. 혹시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제목이 바뀌었나 했지만, 원래의 영문 제목도 'the Door into Summer'로 다를 바 없다. '스타쉽 트루퍼스(1959)'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가이기에 이 작품은 어떤 미래(혹은 과가의 작가가 꿈꾼 우리의 현재)를 그리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0쪽이 넘는 장편이지만, 활자가 커서일까? 아니면 작품이 너무 지지하지 않아서일까? 오랜만에 쉽게 쉽게 읽어나간 작품이었다. SF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독특한 작품이다. 시간 여행을 위한 왕복 티켓이라고 할 수 있는 '냉동 수면'과 '타임머신'이라는 SF적인 재료로 쓰여진 이야기지만, 시간 여행이나 시간 여행으로 인한 사건 그 자체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의 위한 중요한 '양념' 정도로 쓰일 뿐이다. 놀랍게도 SF 거장이 이 작품은 로맨스 소설에 가까웠다. 사실 정통 로맨스라기 보다는, 고결한 사랑을 이룩하기 위한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SF의 거장'에게 '전형적인 SF 작품'를 기대한 'SF 독자'라면 이 정도도 대단한 로맨스라고 할 만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청소년 성문제와 관련되어 다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로리콘'적인 요소도 있는 작품인데, 이 작품이 발표된 1950년대 미국은 요즘 이슈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베이비붐' 시대이기에 그 당시 사회적 통념으로도 어떠했을 지도 궁금하다. '시간을 초월한 로맨스'라는 점에서, 후대의 '조 홀드먼'이 '영원한 전쟁(1975)'에서 보여준 '시공을 초월한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듯하다.(영원한 전쟁 속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하여 이뤄낸 사랑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소설 속 사랑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이었다.)
미국적 위트도 녹아있는 이 작품은 분명 정치적, 군사적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고전 SF 작품들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역시 미국인답게 장황한 설명은 그다지 길지 않은 이야기를 크게 부풀린 기분도 들기는 하지만, SF 형식을 빌린 기행문같은 '여름으로 가는 문'은 다른 장르의 소설 못지 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제목 '여름으로 가는 문'은 본문 속에서 언급되기도 하지만, 다분히 중의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댄과 그의 고양이가 찼었던 진짜 여름의 날들은 결국 시간 여행을 통해 '찾은 아름다운 사랑의 날'이 아니었을까?
*주인공 댄은 애완동물은 '고양이'로 등장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평행우주에 관한 반전적인 부분이 등장하는데 혹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염두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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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리즈먼 : 이단의 역사
독보적인 세계 최강국 '미합중국(미국)'와 전세계를 둘러싼 음모론을 들여다보면, 자주 발견되는 단체의 이름이 보이곤 한다. 바로 수 많은 비밀과 음모를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이름의 '프리메이슨'이다. 그와 함께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이 '템플 기사단'이나 '일루미나티'다. '그레이엄 헨콕'과 '로버트 보발'이 함께 쓴 '탤리즈먼 : 이단의 역사'는 오랜 시간 전세계를 둘러싼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되는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템플 기사단'을 다루는 책이다. 그레이엄 헨콕은 '신의 지문' 시리즈로 더 잘 알려진 저자이기도 하다.
제목인 '탤리즈먼'은 '종교적 염원 혹은 신념이 깃들어 현세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물건'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민속 신앙 속의 '부적'이나 '장승'도 탤리즈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긴박했던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대로 운을 띄운 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문명시대까지 조명한다. 그리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승자'로서 문명의 암흑기였던 서양의 중세를 강력하게 지배해온 ' 정통 기독교의 입장'에서 기독교의 역사만큼 혹은 더 오래 존재해온 이단 종파와 이교적 사상과 철학에 관해 긴 호흡을 유지하며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보다 더 순수하고 이상적으로 종교다우면서도 훨씬 '이성적인'이 이단과 이교의 사상이 많은 사람이 '기독교'과 '성경'에 품었을 의문들을, 이성적으로 더 잘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과 이교를 숭배했던 사람들이 훨씬 더 속세에 의연한 종교인다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통 기독교에 의해 박해받았던 이단 종파의 수행자들의 모습이 도교의 '도사'들이나 불교의 '승려'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고대 헤르메스 주의와 유대교 신비주의 등과 자유롭게 사상을 공유하면 '철학적 사조'에 가까웠던 순수 기독교는 다분히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정통이하고 자부하는 한 종파'에 의해 현재에 이른다. 성서 직해주의적인 소위 '정통 기독교'는 로마의 황제들에 의해 받았던 박해처럼 그들의 입장에서 이단이었던 종파들과 이교를 '로마의 황제들처럼' 배척하고 박해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헤르메스 주의에 기반을 둔 이 이단 혹은 이교의 뿌리는 사라지지 않고 마니교, 카타리파 등 시대에 따라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헤르메스주의적 사조'는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그 반격들은 번번히 실패했고 비밀결사로 이어지는데, 그 시작이 바로 '템플 기사단'이라도 한다. 역시 이단으로 몰려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비밀결사로 이어졌고 '장미십자회'와 '프리메이슨'으로 이어졌다. ('일루미나티'는 프리메이슨의 비의적이고 열성적 계파 정도로 볼 수 있다.)
프리메이슨은 아직도 비밀결사 조직이기 때문에 그 조직의 목적이나 목표는 구성원이 아니면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근대화에 있어서 프리메이슨의 역사적 공헌과 헌신을 생각한다면, 음모론에서 이야기하는 프리메이슨의 모습은 다소 악의적으로 보인다. 20세기 이후 점차 지지 기반이 약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세한 승자의 입장에 있는 기독교에 의해 악의적 왜곡이 의심되기도 한다.
종교와 비밀결사에 관한 내용을 방대한 고증과 적절한 추리로 풀어내는 이 책은, 600쪽이 넘는 달하는 분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다만 인물사전처럼 수 많은 이름들, 특히 프랑스식 낯설고 긴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여 기억력을 시험한다. 그리고 다분히 원서를 직역한 듯한 번역체는 몰입을 방해하는 또 다른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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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 Stay in Memory (기억에 머무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뉴에이지(New Age)' 장르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미 뉴에이지 음악이 폭넓게 자리 잡은 미국과 일본의 여러 아티스트들이 소개되었고, 한국인 아티스트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열풍 속에서 데뷔한 '이루마'는 이제 한국 뉴에이지 음악을 대표할 만한 아티스트로 성장했습니다. 거의 매년 전국 투어를 성황리에 마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던 그는 2006년 돌연 군입대를 합니다. 어린 시절 영국으로 건너가서 공부했고 영국 국적을 취득하여 이중 국적이었던 그의 입대 소식을 들었을 때,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이로서 앞으로 그의 활동에 국적 논란과 군입대 논란은 분명 사라지겠다는 점에서 안도했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예민한 감수성을 요구하는 작곡에 어떤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2008년 10월,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바로 발표한 6번째 정규앨범으로 무뎌지지 않은 감수성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앨범과 함께 다시 입대 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리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후속 앨범의 소식은 오랫동안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데뷔 때부터 함께 했던 지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3년의 시간이 흐른 2011년 11월 이루마는 다시 그의 이름을 건 앨범을 발표합니다. 바로 그의 첫 공식 베스트 앨범인 "The Best - Reminiscent 10th Anniversary"입니다. 이루마, 그가 직접 선곡하고 다시 녹음한 기존 발표곡들과 미발표곡, 신곡을 더해 총 17곡을 담은 이 베스트 앨범은, 법적 분쟁을 끝내고 새로운 소속사 '소니뮤직'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었습니다. 이 베스트 앨범은 제목처럼 지난 10년 동안의 그의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는 동시에 그만큼의 시간 동안의 변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새롭게 녹음된 곡들은 원곡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마치 콘서트에서 직접 들었던 그의 연주처럼 자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새 소속사가 바꿔고 처음으로 발표하는 일곱 번째 정규앨범 "Stay in Memory"에서는 그런 변화들을 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앨범들에서도 물론 그의 곡들은 듣기 좋았지만 정해진 틀에 맞춰있는 느낌이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그런 틀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던 그의 지난 대표곡들과는 달리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아기자기하기보다는 틀을 벗어난 자유와 여유는 긴 인고의 시간을 지나 찾아오는 감회와 세월이 녹아들었기 때문일까요?
'Nocturne no.1 in C'는 "Summer Nocturne"처럼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하는 여름날의 풍경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노을을 타고 불어오는 밤바람에 살짝 열린 창문의 커튼은 살포시 흔들리고 긴 하루도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Stay in Memory'는 '기억에 머무르다'라는 제목처럼 그리움이 담겨있습니다. 비교적 이루마다운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인상적인데, 그리움과 더불어 얼핏 회한이 어려있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어지는 'I Could See You'에서도 그런 그리움의 감정은 이어집니다.
'Nocturne no.2 in Eb'는 아늑하고 따뜻한 가족이 모습이 그려지는 곡입니다. 마치 이제는 결혼하고 가족을 이룬 그의 모습처럼 말이죠. 'Impromptu'는 '즉흥곡'을 의미합니다. 원래 슬픈 내용으로 썼던 곡을 바탕으로 즉흥으로 연주했다는데, 비오는 밤 빗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빠져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의 도전 정신이 엿보였던 스페셜 앨범에 실렸던 'Happy Couple, Sad Couple 'n Happy Again'은 '이제서야' 피아노 버전으로 이번 앨범에서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이 곡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던 곡었지만, 피아노 버전으로는 어떤 앨범에도 수록된 적이 없었습니다. 보통 너무 긴 제목 때문에 '해피커플'이라고 줄여서 불리는 이 곡은 긴 영문 제목처럼 행복했던 커플이 시련을 커져 다시 행복을 찾게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Falling in Love'는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인 순간은 그려냅니다. 그 사랑은 격렬하기 보다는 평온하고 환희로 충분한 분위기로 들립니다.
'Nocturne no.3 in A minor'는 단조의 야상곡이기 때문인지, 슬픔과 탄식이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소중한 것 혹은 사람을 읽은 밤의 감정을 그려냈으리라 생각되네요. 'Silver line'은 구름을 뚫고 나온 한 줄기 빛을 뜻하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듣고 있으면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린 뒤 활짝 개인 하늘의 무지개처럼 밝고 희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마치 최근 몇 년간 마음 고생을 하고 이제는 평온을 맞이한 자신의 현재 모습을 담고 있을 법합니다.
'Nocturne no.4 in Db'는 이 앨범의 마지막 야상곡으로, 세상 만물이 모두 깊이 잠든 평온한 밤의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그 깊은 밤에는 슬픔도 눈물도 없는, 모두에게 아늑하고 편안한 밤이겠죠? 'The Days that'll never come'은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라는 의미처럼 좋았던 시절에 대한 슬픈 그리움이 담겨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그의 곡들처럼 잔잔 슬픔의 잔물결이 아닌, 감정의 격류와 소용돌이가 느껴지는데, 그만큼 그는 지난 시간들 애타게 갈구하고 있나봅니다. 'Painted'는 우리말로 '그린', '색칠한' 혹은 '허식적인', '공허한'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입니다. 제목처럼 지금까지 그가 그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화려했던 순간을 지나 공허를 만나고, 마지막으로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려낸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종종 자신을 "뉴에이지가 아닌 세미클래식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왔습니다. 종교적 오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의 최종적인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었다고 생각됩니다. 긴 인고의 시간을 지나고 발표된 이 앨범은, 지난 앨범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변화를 들려줍니다. 피아노로 들려주는 손끝의 표현은 마치 스스로의 구속을 깨고 나와 득도나 해탈한 사람처럼 정해진 형식 구애되지 않는 자유로움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은 그의 음악들이 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처럼 들리게 합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그의 음악 인생에서 앨범 "Stay in Memory"는 새로운 이정표로 기억되지 않을런지요.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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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버스 여행 : 뚜벅이들을 위한 맞춤 여행법
누구나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멀리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상황과 시간은 여의치 않고, 그렇게 먼 곳으로 가기에는 휴가가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곳이 제주도가 아닐까? 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한라산과 푸른 바다의 픙경은, 비록 그곳이 꿈꾸던 낯선 곳은 아닐지라도 일상에 찌든 마음에 위로와 상쾌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렌트카를 타고 도시와는 다르게 탁트인 도로에서 맑은 공기를 즐기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고,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을 빌려서 일주도로를 따라 수일에 걸쳐 섬을 한 바퀴도는 낭만은 분명 다른 관광지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제주도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이것은 아마 제주도 여행 계획에 있어서 첫 단추에 불과하다. 아직 여러가지 고민 사항들이 남아있고, 특히 '어디서 자고,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고 무엇을 즐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마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자 걱정일 것이다.
처음으로 배를 타고 건너갔던 10여년 전 학생시절의 제주도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제주도는 과거와는 다르게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훨씬 많아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가 되었지만, 제주공항에 내리면서 보이는 풍광은 그 시절 목포발 배편으로 점점 가까워지던 섬의 모습만큼 설렘을 주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이 풍부해진 만큼 제주도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 언론 기사 등의 정보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 만큼 신뢰하기 어려운 광고성 글도 많아지면서 그 많은 정보(information) 가운데 내게 필요한 자료(data)를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제주 버스 여행 : 뚜벅이들을 위한 맞춤 여행법'은 그 고민에 대해 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할 지도 모르지만, 간편하고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제목처럼 '버스 여행'을 기본으로 하기에, 제주도의 북쪽에 위치한 제주시에서 출발하는 버스 노선에 따라 권역별로 나누어 안내하고 있다. 버스의 동선을 따라 가볼만 한 관광지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모아서 설명하지만, 제주공항에서 제주여행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의 동선도 대부분 비슷하기에 버스 여행이 아니더라도 알찬 정보들이 많다. 어느덧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려, 버스 여행이나 자전거 일주는 엄두도 나지 않는 나에게도 꽤 알찬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부부로 결혼 후 2년동안 제주에 살면서 구석구석 누빈 경험으로 썼다고 하는데, 이미 몇 차례의 제주 여행에서 직접 경험했던 '좋았던 곳들'은 역시 이 책에도 여러 곳 소개되어 있기에 꽤 신뢰를 갖고 읽게 되었다. 또, 오랜 제주 여행의 경험이 묻어나는 내용들을 보면서, 이 책이 단순히 업체들과 뒷거래를 통한 광고성 혹은 그저 책을 팔기위한 상업성이 아닌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송악산 올레길, '카페 숑',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그리고 월정리 해변 카페 거리는 가볼만 곳이었다. 더불어 게스트하우스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특색의 게스트하우스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곳들을 거쳐가는 여행도 하고 싶어졌다.
다만 쉬운 점도 있어서,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기까지의 시간과 '지금의 여행'이주는 '시차'의 문제이다. 책이 출간된 때가 올해(2013년) 5월인데 벌써 책 내용과 다른 점이 있는 부분이다. '흑돼지돈까스'의 맛이 궁금해서 찾아간 두모악 근처의 카페 '오름'은 주방장의 사정으로 이제 식사 메뉴는 주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맛깔스러운 정식을 소개한 한 집은 최근에 사나운 인심으로 더 유명했다. 제주 여행 안내서로서 스테디 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일년에 한 두 차례 판올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카페 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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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세탁소 - From, Paris (EP)
'스웨덴세탁소', '언니네 이발관'처럼 밴드의 이름으로는 독특한 이름입니다. 전혀 다른 나라이지만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통한 돈'세탁'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인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 LA의 이민자 성공담에 한 번 정도는 등장할 만한 '세탁소'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로 밴드 이름으로 이런 이름을 선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스웨덴세탁소'는 곡을 쓰고 노래하는 '최인영'과 주로 기타 치고 코러스를 부르는 '왕세윤'이 결성한 여성 듀오입니다. '스웨덴'이 들어간 밴드 이름에 첫 EP 제목은 "From, Paris"라서, 어쩐지 유럽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유럽풍(?)의 음악을 들려줄 법한 느낌이 듭니다.
첫곡 '입맛이 없어요'가 들려주는 첫인상은 '여성해방'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처럼 조금 거칩니다. 인디씬에서 시니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몇몇 여성 솔로 뮤지션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첫곡의 거친 인상을 지나면 이어지는 곡들은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줍니다. 타이틀인 'From, Paris'는 여성 보컬 특유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파리에 두고온, 고백하지 못한 남자친구의 연애 소식을 풀어낸 노래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여러 여성 듀오들이 지향하는 '달콤씁쓸함'이 역시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의미하듯 '파리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소재로한 점은 소소하면서도 참신합니다. 'As for Me'는 역시 최근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한 곡씩은 불러보는 분위기있는 보사노바풍의 곡입니다. 'Paradise'는 제목처럼 천국같이 행복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합니다.
'동행'은 어떤 곡보다도 이 여성 듀오의 진솔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보컬 최인영은 앞선 곡들에서 곡마다 다른 톤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다른 어떤 곡보다도 애교나 기교가 빠진 담백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더불어 왕세윤과 함께 쌓은 코러스는 여성 듀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Happy birthday waltz'는 제목처럼 생일축하 왈츠곡입니다. 왈츠의 느린 세 박자는 듣는이들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들을 전달하기에 좋은 선택입니다. 마지막 곡 '우리가 있던 시간'에서도 여성 듀오 '스웨덴세탁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여성 듀오 특유의 듣기 좋은 보컬/코러스는 당연하고, 두 사람이 쌓아낸 아름다운 화음은 다른 여성 듀오와 차별되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EP를 관통하는 소재는 '사람이 머무는 혹은 머물던 자리'라고 생각되는데, 그 빈 자리에 대한 슬픔과 후회의 감정을 너무 과잉되지도 않고 너무 무덤덤하지도 않은, 적절하고 절절한 감정 표현은 이 듀오의 활동을 기대하게 합니다.
'스웨덴세탁소'의 첫 EP "From, Paris". 밴드 이름이나 앨범 제목처럼 유럽의 정취를 물씬 느껴지는 앨범은 아니더라도, '상상 속의 유럽'같은 낭만과 여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는 앨범이 아닐까요? 인디씬의 '여성 듀오 붐'의 후발 주자로 등장해서 그 '붐'이 잠잠해진 요즘, 다른 여성 듀오들보다 더 빛나는 별이 될 '스웨덴세탁소'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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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넥서스7 (Google Nexus 7) 개봉기 및 간단 사용기
'아이폰4(iPhone 4) + 아이패드(iPad) 3세대'의 조합으로 스마트폰/태블릿을 사용하다가 아이폰4를 넥서스4(Nexus 4)로 교체하니, 올해 2013년형으로 새롭게 출시한 '넥서스7(Nexus 7) 2세대'에도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iCloud'을 통해 아이폰4로 찍은 사진을 아이패드로 확인하고 편집할 수 있었던 장점이 없어졌고, 사진 관리 앱으로 애용하던 'Picstory'도 iOS로만 출시되어 안드로이드(Android)에서는 이용할 수 없기에 고민이 되더군요. 그렇다고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넥서스에 마땅한 대안이 될 앱도 있지는 않았지만, 'NFC 안드로이드 빔(Android beam)' 기능을 보니 iCloud의 사진공유 기능보다도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어보였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넥서스7을 장만하기로 했답니다.
세팅이 끝난 첫 화면입니다. 넉넉한 7인치 화면에 4.7인치인 넥서스4보다 더 많은 기본 아이콘이 배치되있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넥서스4와 넥서스7이 인치당 픽셀수(ppi)가 각각 320ppi와 323ppi로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이는 아이콘의 크기는 같아 보입니다. 9.7인치인 아이패드 3세대와 비교했을 때, 실제 화면 크기는 절반 정도지만 ppi가 더 높기에 확실히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2.7인치의 차이지만 높은 선명도 때문인지 예상보다 보기에 답답하지 않네요.
스마트폰 관련 전파인증 문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만 주문할 수 있었던 넥서스4와는 다르게 넥서스7은 아이패드처럼 수 많은 온라인 판매 업체들에서 가격비교를 하고 구입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넥서스4를 16Gb 모델로 구입했기에 넥서스7은 이보다 넉넉한 32Gb 모델로 결정했고 구글 플레이의 공식 가격인 369,000원보다는 당연히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문할 수 있었네요.
넥서스4와는 다르게 해외배송이 아닌 국내배송이기에 빠르게 도착한 넥서스7.
당연히 넥서스4 상자보다는 모든 면에서 크지만, 많이 큰 편도 아닙니다. 넥서스4에는 Nexus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넥서스7에는 Google을 내세우고 있네요.
넥서스4와 비슷하게 밀봉된 상자를 열면 딱 맞게 들어간 넥서스7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추가 구성품으로는 역시 넥서스4와 마찬가지로 안내서, 동기화/충전 겸용 케이블, 그리고 어댑터가 들어있습니다.
부팅 및 세팅 과정은 당연히 넥서스4와 거의 같습니다.
세팅이 끝난 첫 화면입니다. 넉넉한 7인치 화면에 4.7인치인 넥서스4보다 더 많은 기본 아이콘이 배치되있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넥서스4와 넥서스7이 인치당 픽셀수(ppi)가 각각 320ppi와 323ppi로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이는 아이콘의 크기는 같아 보입니다. 9.7인치인 아이패드 3세대와 비교했을 때, 실제 화면 크기는 절반 정도지만 ppi가 더 높기에 확실히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2.7인치의 차이지만 높은 선명도 때문인지 예상보다 보기에 답답하지 않네요.
좁은 베젤 덕분에 휴대성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한 손으로 들고 이용하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아이패드와는 다르게, 한 손으로 잡아도 떨어뜨릴 위험은 거의 없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직 안드로이드 진영에 테블릿 전용 앱이 부족한 점은 아쉽습니다. 아이패드가 크기와 앱 지원 측면에서 실내용 및 교육용 태블릿으로서 장점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강화되리라고 생각되고, 넥서스7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장한 휴대용 태블릿으로서 웹서핑/동영상 감상 및 간단한 문서 작업/사진 편집 정도가 적합해 보입니다.
넥서스7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위아래로 배치된 내장스피커입니다. mp3 포맷을 개발한 'Fraunhofer'에서 개발한 스테레오 스피커와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을 탑재했다는데, 넥서스4의 아쉬운 내장스피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물론 PC-fi나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마트폰/태블릿 가운데서는 수준급이라고 생각되네요.
넥서스4와 넥서스7 모두 비교적 저렴한 젤리 케이스를 씌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N샵에 입점한 스마트코(http://http://shop.naver.com/smartco)에서 구입했는데, 자체 제작한 케이스 및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이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품질도 가격 대비 만족할 만한 편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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