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대가 내게 오지 않으시니
난 다른 사랑에 빠지겠어요
꿈결처럼 그대를 잊고 날아가겠어요
날아가다 뭔가가 눈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또 그대 생각을 하게 될 테니
눈을 감고 날아가겠어요

그럼 난 하늘도 바다도 나무도 풀도 볼 수 없을 테니
빨간 벽돌로 만든 담도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도 볼 수 없을 테니
언젠가 어딘가에 부딪혀 떨어지겠죠
하얀 날개에 선홍색 피가 흐르면
난 날개를 다쳤으니 더 이상 날아갈 수가 없어, 하고
그대에게 돌아갈 이유를 만들겠죠

그대가 내 마음을 가져가시니
난 다른 꿈을 꾸겠어요
둥글고 커다란 유리볼에 치커리와 브로콜리를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포도로 만든 비니거를 뿌려
티파니로 가겠어요
차가운 유리벽 너머로 반짝이는 블루 사파이어를 보며
초록색 샐러드를 먹으며
그대를 까맣게 잊겠어요

그럼 난 그 눈도 입술도 손가락도 다 잊을 테니
그렇게 간절하던 맹세의 말도 다 잊을 테니
언젠가 어디선가 그대 다시 만나도
그대인 줄 모르고 스쳐지나가겠죠
그렇게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다른 사람으로 다르게 만나면
그대와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질 수 있겠죠

그대가 나를 버리시니
난 영원을 약속하겠어요
변하고 변하고 변하여
완전한 무(無)가 되어
그대 마음에 그림자 하나 드리우지 않겠어요

그럼 난 그대에게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가 될 테니
그대에게 영영 잊혀지지도 않겠죠


황경신, '티파니에서 아침을'(황경신의 한뼘스토리 '초콜릿 우체국' 中)
2009/04/06 00:53 2009/04/06 00:53

새장과 새

"오래 전부터 프레베르의 그 시를 좋아했지만
전 늘 제가 새장을 그리고 새를 기다리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사랑의 주체가 나 자신이고, 그것이 잘못되는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새가 되기도 했겠죠.
가둬두고 싶지만 가둘 수 없는, 오래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나이가 된 걸까요.

지금은요, 수백 장의 새장을 그리고, 새를 기다리고, 그런 과정들이
너무 막막하고 힘들게만 느껴져요.
전 그냥 누군가 그려놓은 새장 속으로 날아 들어가서
마음 놓고 노래만 부르면 좋겠어요.
하지만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죠.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 잘라 가질 수는 없다고.
그러니 사랑에서 기쁨만 잘라 가질 수도 없겠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모든 것이 끝없이 되풀이된다면,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의외로 전 잃을 것이 별로 없는지도 몰라요.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었으니까.
잃은 게 있다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멈출 수 없었던,
그 불안했던 마음이겠죠. 그렇게 생각할레요."

작가 '황경신'이  '황인뢰' PD에게 보낸 메일 중일부...

2009/03/01 20:50 2009/03/01 20:50

허니와 클로버 (Honey and Clover)

영화 자체도 괜찮았지만 음악이 더 좋았던 영화. 들으면서 Kanno Yoko와 Steve Conte의 느낌이 났는데 역시나 음악 감독이 Kanno Yoko였네.

'아오이 유우'는 나이가 적지 않은데 그래도 어린 얼굴. 일본의 '문근영'인가?

이미지는 클릭해서 보시면 더 깔끔하게 보입니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지다>

<이 앞머리>
'매력적인 앞머리'랄까

그래 이 앞머리야


<미행의 미행>

<또 다른 어긋남>

<출격 5인전대>

<푸념>
푸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가장 좋아해준다." 고작 그 정도의 조건인데도,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같은 느낌이 들어.


<바다에 서서>

<그 끝에서>

아른한 대학 시절의 이야기.

아, 그러고보면 난 대학 시절도 엉망으로 보냈구나.

"Maybe It wasn't easy. And I just need some rest."
2007/02/02 11:46 2007/02/02 11:46

비상 - 사라 티즈데일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제가 뒤따르는지 확인하세요

사랑으로 저를 일으켜주세요

미풍이 제비를 받쳐 올리듯

태양이 내리쬐든 비바람이 치든

우리가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어떡하죠?



저를 꼭 껴안아주세요

늠름한 바다가 파도를 끌어안 듯

산속에 숨어 있는 당신 집으로

저를 멀리멀리 데려가주세요

평안으로 지붕을 잇고

사랑으로 빗장을 걸도록 해요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또다시 부르면 어떡하죠?

내안의 대공황.

지금, 위로가 필요합니다.
2007/01/11 01:36 2007/01/11 01:36

인생의 어떤 노래 - 앙드레 도텔

살아야 했다구, 알아들었어?

물론 너나 나나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었겠니?

그래도 살아야 할 걸 그랬다구.

뭣 때문이냐구? 아무것 때문에도 아니지

그냥 여기 있기 위해서라도

파도처럼 자갈돌처럼

파도와 함께 자갈돌과 함께

빛과 함께

모든 것과 다 함께


그래도, 그래도 살아야겠지?
2007/01/11 00:25 2007/01/11 00:25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날 사랑하나요?"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시에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미소가 견딜 수 없어서, 시에나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지만 모차르트도 슈베르트도 브람스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 어색하고 슬프고 막연한 침묵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망설이는 사이에 침묵은 점점 깊어져서, 마침내 그들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시에나는 피아노 앞에 가만히 앉아서,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날 사랑하나요?"

니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니나의 마음속에서만 맴돌았다. 수백 번 혹은 수천 번 정도 회오리바람을 그리며 맴돌았다. 그렇게 맴돌기만 한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질문은 언제까지나 홀로 남아버렸다. 꿈에서조차, 니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그저 홀로 남아버린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물어보지 말아야 했다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시에나는 생각했다. '날 사랑하나요?'라는 말을 꺼낸 그 순간, 사랑은 재빨리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공허만 남아 있게 되리라는 걸, 시에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도 참을 수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쪽이래도 상관은 없었다. 어쩌면 제대로 된 대답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질문은 그런 거였다. 질문 그 자체로 완결되어야만 하는데, 또한 완결될 수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는 거였다.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고, 몇 번이나 니나는 생각했다. '날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니나의 마음속에 땅을 파고 뿌리를 내리고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누구의 마음 하나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시들어, 다시 흙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
...

와인을 마신 대니가 소파에서 잠이 든 사이, 시에나와 제이는 정원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그친 하늘은 검은 보랏빛을 띠었다가, 빠른 속도로 암흑 속에 잠긴다.

"시작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생각해볼 사이도 없이, 이미 시작되어버리는 일들이 있어."

낮은 목소리로, 시에나가 말한다.

"그래서 언제나 노력이 필요해."

"무슨 노력이요?"

제이가 묻는다.

"사랑받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

여전히 TV에서는 글렌 굴드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혹은 피아노가 글렌 굴드를 연주하고 있다. 그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지만, 바흐의 골드베르크가 몇 번이고 되풀이 되고 있다.


<'페이퍼' vol. 132, '경신 section'의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中>

2006/12/14 21:08 2006/12/14 21:08

하나와 앨리스(花とアリス)

있잖아... 이거줄게.

서랍 속에... 소중히 넣어 놓은 다음에... 그리고...

어쩌다 그걸 발견하면

내 생각을 해줘...

매일 발견할거야.

안돼 그건...

비록 짧았지만.. 진짜 연인같았어.

워 아이 니

'이와이 슌지'가 그려낸 그리운 시절의 이야기.

'Hey, turn back my time, please.'

2006/12/11 01:45 2006/12/11 01:45

멈춰서서 바라볼 수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랴

…….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시작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가련한 인생이 아니랴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지금 읽고 있는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느 혼자였다'에 인용된 시.

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되었는데, 이 책에서 멋진 시들을 발견했다.
2006/09/03 02:46 2006/09/03 02:46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도종환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쏟아지는 빗발과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견딜 수 없을 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2006/06/11 15:29 2006/06/11 15:29

이 사람의 가족이 되고 싶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지만

왠지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메아리치던 구절...

'이 사람의 가족이 되고 싶다 .'
2004/10/29 18:48 2004/10/29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