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m Cara



한번은 누구나 꿈꾸던 그런 날을 꿈꾸었다.

언젠가는 들려주리라...


우리는 그만큼 쓸쓸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서로에게 이교도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위대한 안배 속에 어떤 외침들이 있었는지.


삶은 저만치 멀고 죽음은 이만큼 가까우니,

언젠가는 보여주리라...


사막의 순례자가 그 끝에서 보았을 영롱함과,

그 봄날에 꿈꾸었던 가장 찬란했던 꿈들과,

가슴에 담아두어야했던 그 많은 이야기들을.

2006/12/03 22:38 2006/12/03 22:38

nothing but everything

현실의 무게
이상의 허상

언어의 가벼움
마음의 뜨거움

그의 오해와
그녀의 무관심

눈물의 희극과
웃음의 비극

2006/11/30 18:56 2006/11/30 18:56

오늘도 피가 났다.

내가 지금까지 흘린 피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지금 내 온몸의 피보다는 많으리라...

그 피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 않아서

오랜시간 동안 조금씩만 빠져나가서

나는 아직 살 수 있다.

피가 조금씩 빠져나가듯.

내 기억도 차차 조금씩 사려져서

한꺼번에 모든 것이 지워지지 않아서

나는 아직 살아있다.


한번쯤은 모든 기억을 송두리째 읽어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2006/11/26 16:31 2006/11/26 16:31

반어(反語) 3

'그 국가는 국민 수준에 맞는 리더를 갖는다.'

- 독일의 한 정치학자의 말


'그 종교는 신도 수준에 맞는 신을 갖는다.'

- 모 종교의 '단군상 훼손' 만행을 보면서 내가 하고픈 말

그래 너희들이 믿는 신은 그 수준 밖에 안되지.
2006/11/09 20:59 2006/11/09 20:59

가을 아래서

흐르는 구름은 어디로 향하나요?
정처없는 마음은 어디에 머무나요?

가을, 투명한 하늘의 푸르름 아래서
한없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습니다.

내가 피고, 그 사이 그대가 지고
다시 그대가 피고, 또 내가 지고

모든 시작에 결국 끝이 따른다면
끝이 없을 그 끝에서 찾아와줄레요?



시리도록 눈부셨던 하늘 아래서 느꼈던 가을...
2006/11/05 17:50 2006/11/05 17:50

빙하(氷夏)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8월 5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10/24 19:38 2006/10/24 19:38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태양 아래 늘어진 그림자가
하나가 되어버린 그날 이후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봄날 새들의 즐거운 지저귐이
구슬픈 노래로 바뀐 그날 이후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결국 저 문을 닫고 돌아서서
인고(忍苦)의 겨울이 시작된 그날 이후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2006/10/18 19:37 2006/10/18 19:37

지하철의 분위기

얼마전에 5호선을 오랜만에 타면서 생각난 것이 있다.

바로 '지하철의 분위기'.

사실 1호선은 거의 '지상'을 달리니 지하철에 넣는 것은 억지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내가 많이 타는 1호선과 2호선, 그리고 한때 자주 이용했던 5호선.

각각의 분위기가 있다고 할까?

통근시간의 1호선은 아저씨들로 가득하고, 낮 시간의 1호선은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꾸벅꾸벅 조는, '동네의 분위기'.

2호선은 지나는 곳이 홍대, 연대, 이대 등 대학가와 연관이 많은 만큼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는 2호선 지하철의 색깔인 녹색처럼 '젊음의 생기'.

여의도, 충정로, 광화문, 종로 등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을 지나는 5호선은 그 빌딩에서 일할 법한, 잘 차려입은 셀러리맨들이 주를 이루는 '정장의 분위기'.

대충 이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나는 구간이 한정되어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2006/09/28 00:39 2006/09/28 00:39

언제나 또 어디서나

사랑은 어떻게 찾아오는가.

시나브로 마음 한 구석으로 녹아드는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로 생겨나는가?

...


이제 죽은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그럼에도 내 병든 심장은 아직 뛰고있으니...

언제나 또 어디서나...

...

그것이 차가운 밤을 가르는 여명처럼 찾아온다 해도,

혹은 그것이 눈앞을 아른하게 하는 섬광처럼 지나간다 해도,

언제나 또 어디서나...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7월 1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09/27 19:32 2006/09/27 19:32

마음이 머무는 곳

흩어지는 바람이 머무는 곳 어디입니까?

정처없는 마음이 머무는 곳 어디입니까?


그대의 아련한 향기를 좇아

이른 봄 가지 끝 마지막 눈처럼

거친 파도 해변 위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사라집니다.


그대 마음 머무는 곳, 나 아니지만

내 마음 머무는 곳, 언제나 그대여서...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5월 13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09/27 19:30 2006/09/27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