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 산 고양이

KBS 1TV 'TV 문화지대'라는 프로그램 중 송선미씨가 진행하는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에 자우림의 김윤아씨가 나온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김윤아씨가 한 일본작가의 짧은 소설을 낭독했었는데, 그 소설이 '백만 번 산 고양이'었습니다.
오늘 다음 카페에서 그 글을 보고 퍼와봤어요. 그림도 같이 있더군요. 쌀쌀한 야심한 밤에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백만 번 산 고양이 전문보기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습니다.
뱃사공은 온 세계의 바다와 온 세계의 항구로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날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헤엄칠 줄을 몰랐습니다.
뱃사공이 서둘러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고양이는 바닷물에 푹 젖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뱃사공은 젖은 걸레 같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리고 머나 먼 항구 마을의 공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는 싫었습니다.
마술사는 날마다 고양이를 상자 속에 집어놓고 톱으로 쓱싹쓱싹 상자의 반을 잘랐습니다.
어느 날 마술사는 실수로 고양이를 정말 반으로 쓱싹쓱싹 자르고 말았습니다.
마술사는 반으로 잘린 고양이를 두 손에 들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마술사는 서커스단의 천막뒤쪽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다녔습니다.
도둑은 개가 있는 집에만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에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훔친 다이아몬드와 고양이를 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면서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좁다란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고양이를 껴안고 조그만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양이는 온종일 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꼬박꼬박 졸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양이는 나이가 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쪼글쪼글한 할머니는 쪼글쪼글하게 죽은 고양이를 껴안고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정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습니다.
울 때는 고양이의 등에다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덜렁거리는 고양이를 안고 여자 아이는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뜰 나무 아래에다 묻었습니다.
고양이는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쨌든 고양이는 멋진 얼룩 고양이였으므로,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런 쥐를 갖다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진귀한 개다래나무를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얼룩무늬를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으로 다가가,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라고 말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너 아직 한 번도 죽어 보지 못했지?"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그르르,
공중 돌기를 세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아기고양이를 많이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난, 백만 번이나....."
라고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아기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아기고양이들이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녀석들, 아주 훌륭한 도둑고양이가 되었군."
이라고 고양이는 만족스럽게 말했습니다.
"네에"
라고 하얀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야옹야옹 부드럽게 울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한층 부드럽게 야옹야옹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이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너도 언젠가는 울게 되겠지.
내가 지금 다시 환생 할 수 없듯이.
하지만 저 고양이는 행복했겠지.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물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너도.
언젠가는
더 환생하지 못할거야.
2004/10/26 22:43 2004/10/26 22:43

꿈 길...

눈을 뜨면 사라져버릴 그 빛 무리들

언젠가 생각했었어.

눈 뜰 수 없는 아침이 오길 바란다고.

그러나 아침은 내 두 눈을 깨워내.


기억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아침,

모두가 모두에게 무관심한 얼굴들...

어디에 있니? 어디에 있는거니?


아직도 난 꿈 길을 걷네...

오늘도 난 그렇게 꿈 길을 걷네...

멈추어 뒤돌아 볼 수 없는 그 길을 걷네...
2004/10/25 21:24 2004/10/25 21:24

보스턴의 '트로피 옆에서'(서정주의 '국화 옆에서'패러디)

3연패뒤 4연승의 드라마를 위해
1차전 쉴링은
그렇게 쳐맞았나 보다.

감격의 트로피 들어 올리기 위해
2차전 타선은
또 그렇게 침묵했나 보다.

아찔한 대량실점에 분을 삭이던
3차전 불펜의 불쇼 끝에서
4차전 5차전 역전승을 이끈
MVP라 불리는 오티즈야.

6차전 부상투혼 보일려고
7차전 만루홈런 날릴려고
쉴링과 데이먼 부진했나 보다.
2004/10/22 23:16 2004/10/22 23:16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는 뜻은 모두 알 듯...

천고마비(天苦馬悲)...

난 이렇게 부르고 싶다.

하늘은 괴롭고 말은 슬프다...'




작년 일기를 보니 이런게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비관적이었다.
2004/10/17 22:54 2004/10/17 22:54

안녕, 언젠가(from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안녕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이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2004/10/17 22:04 2004/10/17 22:04

자고 일어나보니

자고 일어나서 블로그에 와보니

방문자가 이렇게나 늘어있다@@

어떻게된 영문인지 몰라도

대략..... 놀랐다!!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2004/10/17 12:35 2004/10/17 12:35

사랑은...



정인 - 사랑은

사랑은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사랑은 그 사람의 장점을 보고
그 장점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점까지 사랑하는 뜻 같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입니다.
누구나 사랑할 때면 고독이 말없이 다가옵니다.
당신은 아십니까?
사랑할 수록 더욱 외로워진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세상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줄
내 옆의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랑에 서툴지만
세월이 가면 그 모습, 가슴 속에 살리라.
눈빛만 마주하고 어쩔 줄 모르지만
세월이 가면 그 모습, 가슴 속에 안으리라.
첫 사랑, 우리는 언제나 서툴지만
순백의 마음 아픔 위에 피는 꽃은
영원히 별이 되리.
지금 우리는 사랑에 서툴지만
세월이 가면 그 사랑, 가슴에 꽃이 되리라.

-그림, 구스타브 클림트 'fulfilment' 글, '디지털 미술관' 중에서...
2004/10/12 22:04 2004/10/12 22:04

즐기자

지옥같던 중간고사가 지난주에 끝났다.
결과야 어땠던간에 아무튼 좀 후련하다.

밥상에서도 가을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먹는 배추국이 참 맛있다.

10월15일 금요일 신촌 퀸 라이브 홀에서 '메리고라운드'의 공연이 있다.
단독공연은 아니지만 가봐야겠다.
여성밴드 4팀이 나온단다.
만원에 4팀이나 볼 수 있다면 정말 남는 장사일듯^^
2004/10/12 21:05 2004/10/12 21:05

새로운 한 주

추석연휴를 낀 2주간의 시험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새로운 한 주 시작...

2주가 늦잠자고 그러다가 다시 5시45분에 일어나서 학교 오려니 너무 힘들다...
눈은 스르르 감기고...ㅡ,.ㅡ
빨리 집에 가고파~
2004/10/11 10:18 2004/10/11 10:18

그 어떤 구속도 없이...


<샤갈전에서 찍은 유일한 사진 한장>

물고기가 그물을 빠져나가듯
나를 속박하고 있는 이 육체을 뛰어넘어
끝없이 자유로울 그 곳으로 날아올라
'그 어떤 구속도 없이 새처럼 노래하리라'

끊임없이 떠도는 그 영혼
비바람에 깎이고 닳아 결국에는 흩어진다 하여도
그 노래는 남아, 시들지 않는 태양처럼
온 세상 끊임없이 울려퍼지리라.
2004/09/19 22:23 2004/09/19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