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관한 시3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살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2003/03/26 23:04 2003/03/26 23:04

꽃에 관한 시2

낙화

-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2003/03/26 23:03 2003/03/26 23:03

꽃에 관한 시1...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2003/03/26 23:02 2003/03/26 23:02

rain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심한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어
rain

또 다시 내리는 어둠
스치듯 모두들 빠르게 스쳐갔어
rain

그리운 비에 젖은 밤공기
터벅터벅 생각없는 나의 발걸음
rain

웃으려 할만큼 느끼려 할만큼
그만큼 더 공허해지는 이 마음
rain

나의 모든 걸 태워볼까
그러면 후회는 하지 않을까
rain

아닌걸 아닌걸
결국 넌 사라져 버릴텐데
rain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싫지만
나는 사랑할 자격도 없는 걸
rain

그만큼 그런만큼
내 눈에 비도 굵어져 가는걸
rain...


이 비가 내 마음도 씻어주기를...rain...

그대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
2003/03/21 23:00 2003/03/21 23:00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있기를...

또 다시 찾아온 봄...

내 온몸을 감싸듯 어루만지는 따스한 햇살...

가슴 속 깊이 느껴지는 봄 바람의 향기...

그리고 마음 속에 차오르는

그대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

이젠 그리운 이도 기다릴 이도 없지만...

그럼에도 가슴 속을 파고드는

가보지도 못할 먼 데에 대한 그리움...

알지도 못하는 그대를 위한 기다림...

나 언제까지라도 그대를

그리워하고 기다릴테야요...

그대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기를...

이런 내 마음을

그대도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있기를...
2003/03/19 22:59 2003/03/19 22:59

모르지

멍하니 누워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어.
나를 위한 아픔일까?
너에 대한 미안함일까?

너를 아프게 만든 그 나쁜 욕심들
나를 아프게 만들 그 나쁜 욕심들

이별은 모두 정해져 있던 것일까?

모르지...

나는 너를 그리워하며 살아만 하는 것일까?

모르지...
2003/02/19 22:54 2003/02/19 22:54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뭐라고??

잘지내라고...

뭐라고??

부디 행복하라고...

뭐라고??

언제나 너와 함께 하고 싶지만...

뭐라고??

너를 많이 좋아 했었다고...

뭐라고??

이젠 너는 듣지 못하는 말...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젠 소용없는 그 말...
2002/12/27 22:33 2002/12/27 22:33

아침

다시는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던 아침...

그냥 멍하니 앉아 있게하는 우울함...

잿빛 세상과 텅빈 가슴의 허망함...

시련뒤의 좌절...

결국엔 무기력함...

나를 따라다니는 그 모든 것들...


아닌데...아닌데...

아~

텅빈 이 마음을 채워줄 그는 언제쯤 오시려나...

가끔은 그대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그리워집니다...
2002/12/23 22:30 2002/12/23 22:30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래요...

그대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 다시 인연이 된다면...

그때는

너무 늦지 않길...

조금만 더

일찍 만날 수 있기를...
2002/12/09 21:32 2002/12/09 21:32

more than word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무한히 확장되는데 비해

언어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죠.

간단히 색만 갖고 야이기 하더라도

자연에는 수십 수백만의 색깔이 존재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그것을 일일이 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인간의 감정도 다 말로 표현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일까요?

사랑의 감정도 매우 다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감정을 사랑이라는 한 단어에

묶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감정의

아주 작은 일부 밖에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2002/11/06 21:27 2002/11/06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