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블루 -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세 번째'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2009/11/23 23:10 2009/11/23 23:10

루싸이트 토끼 - a little sparkle

여성 뮤지션이 유난히 많은 '파스텔뮤직'의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 2집 'a little sparkle'.

2007년 12월에 발매된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은 그 녹록하지 않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11월과 12월은 유명 뮤지션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발매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루싸이트 토끼의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내부에서도 기대작들 사이에 끼인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앨범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달 앞선 같은해 11월에  두 장의 기대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3집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와 '요조'와 함께한 앨범 "My name is Yozoh"이, 같은 12월에는 '스위트피(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이듬해 1월에는 '인디씬의 블럭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앨범 "We will be together"이 연이어 발매되었기 때문이죠. 축구판에서 빅클럽에서 영입된 스타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처럼 말이죠.

하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는 루싸이트 토끼의 선전은 파스텔뮤직으로서도 중요한 기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당시 파스텔뮤직의 대표주자들은 대부분 자체 발굴한 유망주가 아닌, 타 클럽(타 레이블)에서 성공을 거두고 영입된 스타들이었으니까요. '스위트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푸른새벽(그리고 한희정)',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은 '파스텔뮤직판 갈락티코'의 구성원들은 한 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스텔뮤직에 영입되었으니까요. 물론 '루싸이트 토끼'에 앞서 '더 멜로디'가 엄청난 기대를 모았고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장의 정규앨범을 마지막으로 장렬하게 '산화'해버리고 말았습니다.('바이에른 뮌헨'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처럼.) 그렇기에 자제 발굴 유망주들이 당당한 주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후보를 전전하다가 사라지는 일처럼, 괜찮은 음악에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여타 '순수 파스텔뮤직산 1집 앨범들'처럼 2집은 '기약없는 약속'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하지만, 루싸이트 토끼는 당당한 스타팅 멤버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교체 선수로 얼굴을 보이면서 입지를 확보하고 이제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 가운데  장르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음악색을 보인 루싸이트 토끼의 1집은, 음악적 온도에서도 파스텔톤의 스카이블루(서늘함과 시원함)와 역시 파스텔톤의 핑크(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적절히 배합된, 천상 파스텔뮤직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집에서는 그 균형잡힌 색채가 어떤 변화를 혹은 진화를 들려줄지 궁금했었죠. 최근 드디어 '타루'와 '요조'를 비롯한 파스텔뮤직 자체 발굴 유망주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Senstimental Scenery와 에피톤 프로젝트는 분명 인디씬에서는 '유망주의 나이'이지만 '초특급'인, '초특급 유망주'이기에 갈락티코 2기로 하죠. '호날두'와 '카카'처럼.) 그럼 이제 '파스텔뮤직의 대런 플레쳐(?)'가 될 수 있을지, 루싸이트 토끼의 두 번째 이야기를 살펴보죠.

앨범으로 들어가기 전에, 앨범 제목부터 살펴봅시다. 'a little sparkle'이라는 제목은 단어의 선택이나 의미면에서 상당한 고뇌가 느껴집니다. 1집의 제목이 'twinkle twinkle'이었던 점을 생각하고, 두 제목을 붙이면, 'twinkle twinkle little sparkle'은 Rap의 한 소절처럼 라임이 맞아들어갑니다. 그리고 1집은 '반짝 반짝'이고 2집은 '작은 불꽃(섬광)' 정도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적으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첫 곡 '생일'은 1집에 이어 나이에 비해 노숙한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앞으로 맞이 할 생일보다 지난간 생일이 저점 많아져도, 첫눈에 반했던 그 예쁜 손이 점점 변해도 같이 있어줄게'는,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생일에 나올 말이라기 보다는 청혼하면서 나올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재주소년'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히 사춘기의 풋풋하고 예민한 감성을 노래하는데에 반해, 공연에서 '여성판 재주소년'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이 밴드는 더 어린 연배임에도 더 노숙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설렘이 아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에, 그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합니다.

'바보마녀의 하루'는 만화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보사노바풍의 트랙입니다.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연상되는 가사는, 슬며시 미소짓게 만들면서, 그래도 두 사람의 본래 나이는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손 꼭 잡고'는 이미 여러차례 공연을 통해 소개된 트랙입니다. 어쿠스틱으로만 들을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단촐한 곡으로만 들렸었는데, 앨범에서 들으니 그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현악 편곡으로 두드러지는 '강약약 중강약약'의 3박자(혹은 빠른 6박자)는 왈츠의 강점을, 살려 꼭 잡은 손의 따뜻함과 설렘을 온전하게 전합니다. 하지만 방정맞지 않은 조예진의 음성은 '내숭 뒤에 숨겨진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부족함 없이 그려냅니다. '봄봄봄'을 이어가는 이 곡은,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싸구려 가요들과는 다르게, '파릇한 새내기'의 소녀적 감성을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해야겠어요. 19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앞선 세 트랙이 포근한 핑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서늘한 스카이블루의 분위기가 '나에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집 비운의 타이틀'인 '12월'의 맥은 간결한 사운드에서, '수요일'의 맥은 쓸쓸한 독백으로 가득찬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Driving'은 가사에 등장하는 '도시의 밤'처럼, '12월'의 차가운 도시적 감수성을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곡 마지막 음의 불협화음도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B.I.S.H'는 제목의 의미부터가 궁금해지는 트랙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bish'는 속어로 '실수' 혹은 '잘못'을 뜻합니다. 철자 사이에 위치한 점은 그 뜻과 더불어 숨겨진 뜻이 있음을 암시하지 않을까요? 곡 전반을 아우르는 처절함은, 1집의 토끼 시리즈 '북치는 토끼'와 '토끼와 자라'처럼 잔혹동화의 이미지를 이어갑니다.

'Letter to Arctic', 즉 '북극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하프물범'은 딱 모 포털 사이트의 웹툰 '그린 스마일'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아기 '하프물범'이고, 배경은 '북극'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맞다면 두 사람도 그 웹툰을 보고 이 곡을 쓰게 되었겠죠? 부분별한 수렵으로 물범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더 먼거리를 헤엄쳐야하는 북극곰이 익사하고 있는 북극의 이야기들...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쓰고 있고 잘 보존하여 돌려주어야할 '행성 지구(Planet Earth)'를 우리는 너무 방만하게 이용하고 있지않나요? 그냥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날이 다른 지구 모든 생명체에게 '해방의 날'이 아닐까요? 망설임과 설렘의 추억을 노래하는 '잊혀진 이야기'는 반어법의 제목과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의 제목을 보면, 12월에 발매되어 철지난 타이틀이 되어버린 비운의 타이틀 '12월'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2집은 10월에 발매된다는 강점을 살려, 작정하고 겨울 시즌을 노린 트랙들임을 알 수있습니다. 'Christmas Carol'은 그 단순명확한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득찬, 흥겨운 트랙으로, 내내 기타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멤버 김선영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부제로 '제1탄 크리스마스 트리의 신비한 힘'이 달려있어 제2탄을 찾아보지만 이어지는 'Christmas Next Day'에서도, 앨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3집에 대한 복선일까요? 그렇다면 '제2탄'은 혹시 '산타클로스의 새까만 음모(혹은 음흉한 속셈)'이 되려나요? Christmas Carol의 다음이기에 'Christmas eve'가 아닌 'Christmas Next Day'가 된 트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하고 실패한 뒤의 착찹함을 노래합니다. 24일에 잠들에서 26일에 일어나는 '회피기동'을 실행한 '솔로부대의 허탈감'을 노래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어떤 솔로의 노래(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패러디로, 수많은 버전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음)'를 해주면 어땠을까요? 솔로부대를 '사병(이것도 패러디)'으로 거느릴 기회였는데.


"어떤 솔로의 노래" 보기



마지막 트랙 '손'은 앨범 타이틀 '손 꼭 잡고'의 '또 다른 부분'이자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꼭 잡고'난 뒤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그 두 마음이 통한 뒤 펼쳐질 이야기들이 '손'에 담겨있습니다. '루싸이트 토끼의 범주'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연주는 진취적이며, 어쩐지 '피터팬'이 '웬디'에게 처음 손을 내밀며 '네버랜드'로 날아가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시에 피터팬에게 작별을 고하게 '현실(Londun)'으로 돌아와 어른이 된 웬디가 그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도요. 대반전처럼요. (그리고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Sweetest loser'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루싸이트 토끼의 2집 'a little sparkle'을 살펴보았습니다. 1집과 마찬가지로 난잡하지 않은 다양함 속에서 역시 밴드 본연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돌파(=화려한 연주실력)'나 '강력한 골 결정력(=강렬한 임팩트=앨범 판매를 위한 한 방)'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탄탄한 실력과 쏠쏠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이 다른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과는 차별화된 루싸이트 토끼의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하네요. 이제 감독님(사장님)이 한 번 더 밀어주셨으니 '포텐 폭발'할 때입니다. 루싸이트 토끼! 별점은 4개입니다.

2009/10/22 00:36 2009/10/22 00:36

4minute - For Muzik

'Tell me'로 전국민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원더걸스'가 해외활동으로 조용한 상황에서도, '2NE1', '소녀시대', '카라'를 비롯하여 '애프터스쿨'까지 가희 걸그룹 전성시대라고 할 수있는 요즈음, 상대적으로 (아니 상당히)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4minute(포미닛)'은 그 혼란 속에서도 첫싱글 'Hot Issue'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합니다.

'원더걸스'의 전멤버 '현아'를 이용해 '전멤버 마켓팅'은 어느 정도 유효하기도 했겠지만, 사실 상당히 짜증나는 마켓팅이었습니다. 그리고 '2NE1'과 '애프터스쿨'의 사이에 있을 법한 의상과 마찬가지로 아류 정도로 들리는 싱글 'Hot Issue'때문에 '아류 걸그룹' 정도로 생각되어 큰 관심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Hot Issue는 4minute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미흡했기에,  4분 안에 모든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겠다는 당찬 의지가 담겨있는 그룹의 이름은, 단지 4분 후에 잊혀질 그룹의 이름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정규앨범보다는 미니앨범을 발표하여 반응을 살피는, 현 가요계의 미니앨범 열풍에 편승하여 발표된 미니앨범 'For Musik'은 4minute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호의적으로 돌릴 만큼 놀랄만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앨범의 intro라고 할 수 있는 'For Muzik'은 걸그룹의 곡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유로댄스와 디제잉으로 치장한 클럽음악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Muzik에서도 유로댄스와 디제잉의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디제잉에서 사용되는 각종 FX와 오토튠의 사용으로 클럽음악으로 가볍게 몸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Hot Issue'에서도 클럽사운드의 경향이 이어지지만 보컬과 랩이 더 두드러지며, 일렉트릭 사운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첫 싱글이었음에도 앨범 수록곡들 가운데 완성도는 가장 떨어지게 느껴지네요.

'What a girl wants'는 너무나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한, Backstreet Boys, N-sync, Briteny Spears로 대변되는 Jive Record의 댄스팝을 생각나게 하는 점이 너무 좋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토튠이 난무하는 곡들이 많은데, 그 시절에 사용되었던 정도로 오토튠을 절제하고, 댄스 장르에서는 후크송이 대세인 상황에서 경쾌한 멜로디로 진행되기에, 불과 10년 전이지만,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게 합니다. 90년 대말에 등장한 SES나 Baby Vox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소녀 취향의 귀여운 가사도 여기에 일조합니다.

'웃겨'는 다시 클럽사운드에 충실하면서도, 경쾌하고 쉬운 가사와 재밌는 후렴구 덕분에 상당한 중독성을 발산하는 트랙입니다. 유로댄스 사운드를 기반으로하는 '안 줄래'는 What a girl wants와 맥을 같이 하는 전형적인 댄스팝 트랙입니다. 'Hot Issue (신사동호랭이 Remix)'는 remix를 통해 원곡의 둔탁한 느낌은 감소하고 유로댄스 사운드의 강화로 좀 더 클럽음악다운 사운드롤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멤버들의 연령대가 1990년에서 1994년까지 최근 걸그룹 가운데서도, 거의 최소 평균 연령을 보여주는 '최연소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걸그룹의 사운드는 범상치 않습니다. 작정하고 클럽음악을 만들려고 했는지 어린 연령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가볍지 않고 상당히 무게감 있는 일렉트릭 사운드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어떤 걸그룹보다도, 성별을 떠나 현재의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도,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에서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도 클럽음악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더불어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보컬 능력과 이런 사운드를 이끌어낸 프로듀서의 역량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많은 댄스 걸그룹들이 빠지기 쉬운, 섣불리 어설프게 발라드에 도전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 점도 미덕입니다. 그야말로 '댄스'라는 장르의 흥겨움과 기본에 충실한, 대중가요로서는 상당히 오래 제 플레이리스트에 머물 만한 앨범입니다. 4minute의 For Muzik,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8/29 02:18 2009/08/29 02:18

허민 - Blossom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허민'의 세 번째 앨범 'Blossom'.

2006년 발매된 '허민'의 데뷔앨범 'Vanilla Shake'는 1990년대 가요적 화법을 통해 아야기하는 그녀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앨범이었습니다. 여성 보컬이라는 잇점과 피아노라는 그녀의 악기에 스트링을 적절히 사용하여 정말 잘 만들어진 가요들을 들려주었구요. 하지만 2007년 발매된 그녀의 두 번째 앨범 '피아노로 그린 일기'는 그런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기보다는 실망이 큰 앨범이었습니다.

1집의 장점이었던 1990년대 가요적 화법은 약해졌고, 정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다운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1집에서 만들어놓은 그녀의 음악세계와 달랐고, 그녀가 활동했던 밴드 (1집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Vanilla Shake'와도 달랐습니다. 그리고 앨범 수록곡들 내에서 일관성의 부족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은 정규앨범의 이름보다는 '소품집'이라고 불렀어야 옳았을 법했습니다. 물론 1집의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의 화법을 잇는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같은, 좋은 트랙이 있었지만 2집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보통 1집 리뷰를 쓴 뮤지션들은 계속 리뷰를 이어가게 되는데 허민만큼은 2집을 건너뛰었죠.) 그리고 연주곡들을 제외한다면 보컬곡이 많지 않았던 점도 음반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에서 들려주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그녀의 능력에 다시 관심이 가더군요. 화려하거나 뛰어난 가창력을 들려주지는 않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정말 '오랜된 연인에 듣고 싶은' 목소리의 색과과 그 안의 울림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1집과 2집 사이의 간격, 약 20개월 만큼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세 번째 앨범의 제목인 'Blossom'은 '꽃', 특히 '활짝 핀 꽃'을 의미하고, 청춘 혹은 전성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앨범 제목에서 그녀의 욕심 혹은 포부가 느껴지지 않나요? 조금은 대담하게도 느껴지는 제목의 앨범 'Blossom'을 살펴보죠.

'My Little Cat'은 오르골 느낌나는 키보드와 실로폰 소리가 어우러져 오프닝으로 알리는 시그널 송 느낌의 트랙입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아련한 하모니카 소리와 여성 보컬의 잇점을 최대한 살린,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기분 좋은 꿈처럼 펼쳐집니다. 이어지는, 제목이나 뮤직비디오 속 모습에서 다분히 애니메이션 토토로가 떠오르는 '고양이버스'는 타이틀 곡으로 가장 대중적인 색깔의 트랙입니다. 1990년 가요에서 들었을 법한 멜로디의 흥겨움에서 충분히 대중적이지만 그녀의 화법은 언더그라운드 음악만의 매력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교가 없어도 담백한 허민의 목소리에서 오히려 진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희망찬 가사에서 앨범 제목 'Blossom'처럼 '인생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청춘에 대한 예찬이 느껴집니다.

'봄이 오면'은 앞선 두 곡과는 달리, 다분히 1990년대 가요의 화법을 들려준 1집의 연장선 상에 있는 트랙입니다.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고, 고즈넉이 풀어나가는 가사가 그렇습니다. '연인이 되어볼까'는 기타 연주와 함께하는 허민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트랙입니다. 목소리와 더불어 그녀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의 비중을 상당히 줄었기에 그렇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섹소폰과 함께하는 어쿠스틱 무대가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제목에서부터 알콩달콩함이 느껴지는 '100일쏭'은 그녀가 부른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과 비교하며 들으면 재밌는 트랙입니다. '100일쏭'은 제목 그대로 연애 초기의 설레임과 수줍은 바람을 담은 가사에 적당히 애교가 곁들여진 그녀의 목소리로 노래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에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정 오래된 연인에게 이야기하듯,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깃들어 있었고 마치 '그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 법한 통찰력이 느껴졌습니다. 100일쏭의 그녀는 오래된 여인에게 하고픈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은 그녀의 밴드 'Vanilla Shake'의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었던 곡으로 드디어 앨범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로 뮤지션 '허민'과는 다르게 밴드 Vanilla Shake는 상당히 그루브한 곡들을 들려주었는데 이 곡에서도 그 경향이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사랑은 했는지' 역시 밴드 시절 그녀가 들려주었던 곡으로, 다분히 1집의 연장선 상에 있는 트랙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커다란 공백 위를 흐르며 마음의 공명을 만들어 냅니다. 개인적으로 1집의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 2집의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을 잇는 '허민표 발라드'라고 부르고 싶네요.

"I'm lost"는 1집 수록곡으로 새롭게 편곡되어 3집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1집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여유로워지면서도 좀 더 감성 표현에 능숙해진 그녀의 목소리에서 '관록'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보너스 트랙 '바다에게'는 첫 곡 My little Cat처럼 봄의 이미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봄의 기운은 혹시 이번 3집이 원래는 봄에 나왔어야할 앨범이 아니었나 하네요. 어떤 사정으로 연기된 것은 아닐까요?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서 봄바다, 해변으로 몰려오는 파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너무나 아쉬웠던 2집과는 달리 이번 3집에서는 1집보더 폭넓은 음악적 색을 보여주면서도 '허민' 고유의 매력을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TV 프로그램 출연을 시작으로 음악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활동을 시작한 그녀, 좀 더 활발한 활동으로 그녀의 음악이 좀 더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8/29 00:38 2009/08/29 00:38

잘 어울리는 옷을 찾은 느낌, 2NE1의 1st Mini Album

'빅뱅'이 부른 곡에 거의 피쳐링 수준의 비중을 보인 'Lollipop'은 논외로 하더라도, 'Fire'는 '2NE1'에 대한 기대를 생각했을 때 많이 아쉬운 곡이었습니다. 상당히 혼잡한 곡의 구성도 그렇지만, 마치 어설프게 번안해 놓은 번안곡의 가사처럼 말 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도, 공감할 수 없는 가사는 끔찍했죠.

하지만 '1st Mini Album'을 발표하면서 타이틀 곡으로 미리 공개된 "I don't care"에서는 180도 달라진 2NE1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I don't care는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레게 리듬만큼, 모든 점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트랙으로 확실히 전달되는 가사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젠 상관 없어!'라고 외치며 쿨한 모습을 보이려다가 남자 울리는 'bad girl'이 될 거라고 삼천포로 빠지는 부분입니다. 리더 'CL'을 위해 억지로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사 전개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으로, 사실 가사 전달 보다는 순간적인 느낌에 의존하는 '인스턴트 음악' 정도로 만들 생각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곡이 아깝습니다.

지난 2NE1에 대한 혹평에서 언급했던 '소녀시대'와 비교한다면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소녀시대가 귀엽고 공감할 만한 가사와 강한 중독성의 'Gee'로 '국민 걸그룹' 수준의 인기를 누리다가, 후속 앨범의 '소원을 말해봐'가 마치 Fire처럼 어슬픈 번역서처럼 별 내용(을 알수) 없는 가사로 롱런하지 못하고 반짝 인기에 그친데 반해서, 2NE1은 그와 반대로 I don't care로 확실한 비상을 보여주었으니까요.

"In the Club"은 제목처럼 가벼운 클럽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으로 그다지 빠르지 않은 템포 때문에 현란한사이키 속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가는, 남녀의 진한 댄스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I don't care에 이어서 이별에 관한 가사이지만, 전곡이 '쿨하게 끝내자'는 느낌이었다면, 이 곡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도 'one night stand'를 즐기겠다는 당참을 들려줍니다. 오히려 bad girl이 되겠다는 CL의 랩의 이 곡에 들어갔어야 어울렸을 법하네요.

역시 가벼운 클럽 사운드를 이어가는 "Let's go party"는 도입부가 재밌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일어, 프랑스어가 들리는데 모두 마지막 '우리 파티가자', 바로 Let's go party를 여러 외국어로 말하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I don't care의 자포자기와 In the club의 복수에 이어 진정한 '클럽걸'로 태어난 진화된 여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곡은 'One night stand를 위한 유혹곡'처럼도 들립니다.

"Pretty Boy"는 2NE1의 데뷔곡 Fire의 강렬한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진화된 모습을 들려줍니다. 타이틀 곡임에도 보컬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I don't care와 Let'sgo party, 그리고 메인보컬 박봄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In the club와는 다르게, Pretty Boy에서는 박봄, 다라, 민지, CL 모두 개개인에게 잘 어울리는 위치에서 최고의 팀웍을 보여줍니다. 다른 걸밴드와 차별화되면서도 2NE1만의 매력이 확실하게 녹아있는 트랙이라고 하고 싶네요.

"Stay together"는 같이 머물자는 '연애와 화해'라는 곡입니다. 주인공이 원하는 '그'가 I don't care하는 '그'인지 Let's go party해서 In the club에서 만난 Pretty Boy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바로 앞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Pretty Boy때문에, (끌리지 않는 Fire와 Lollipop을 제외하고라도) 가벼운 발라드 느낌까지 드는 이곡은, 사실 이 앨범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곡입니다. 지금까지 당당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사랑에 애걸하는 모습이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대한민국에 출현했던 어떤 걸그룹들과는 다른,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고 대중적 지지도 확보한 2NE1이기에 다음 앨범은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같은 소속사 YG의 빅뱅과 G-dragon이 지속적으로 표절 논란이 이어지면서 불미스럽고 향후 상당히 위태로운 방향에 우려가되는데 2NE1만은 그런 논란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Fire가 어설프고 몸에 작아서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면, 드디어 몸에 잘 맞고 게다가 잘 어울리는 옷을 찾은 2NE1입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2009/08/28 20:33 2009/08/28 20:33

타루 - TARU

'더멜로디' 출신의, 무지개빛 보컬 '타루(Taru)'의 1집 'TARU' 전격 발매!

깔끔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더멜로디'였지만, '더멜로디'는 별로 정감이 가지 않는 밴드였고 그 시절의 타루에게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않았습니다. 밴드의 목소리자 얼굴이라고 할 수도 있을 타루는 '프론트 우먼'으로서 보다는 단지 악기와 비슷한 '보컬리스트로'서 존재하는 분위기였고, 무대를 이끌어나갈 역량도 부족한 모습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더멜로디의 음악도 이쁘지만 향기 없는 꽃같은 느낌이었구요. 하지만 더멜로디의 해체 이후 '타루'라는 솔로 뮤지션으로 다시 출발하여 2008년에 발표된 미니앨범 'R.A.I.N.B.O.W'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미니앨범에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Sentimental Scenery'가 작곡 및 프로듀싱에 참여하였고, 이후 이동통신사인 LGT의 전용폰 CF 삽입곡(Bling Bling)과 거대 게임기업 EA의 모바일 게임 주제가(시간의 날개) 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고 타루는 보컬로서 역량을 오르막은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정규 1집은 그 '환상의 짝궁'이라고 할 수 있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일본의 인디밴드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니앨범의 수록되었던 곡 'Yesterday'가 바로 타루를 위해 Swinging Popsicle이 선사한 곡이었고, 더 시간을 되돌린다면, 2008년 초에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과 함께 그들의 곡을 우리말로 부르기도 했었기에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의 조우는 낯설지 않습니다.

첫곡 'Night Flying'은 Swinging Popsicle의 곡답게 신나는 기타연주로 문을 여는 트랙입니다. 가벼운 팝락 사운드드의 활주로 위로 이륙을 시작하는 '타루호'에 승선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야간비행'을 뜻하는 제목 때문에, 훗날 타루가 라디오 DJ를 하게 된다면 시그널 송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귀에 익은 사운드로 시작하는 '세탁기'는 바로 Swinging Popsicle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Snowism'의 번안곡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인연의 얼룩을 세탁기로 세탁하는 모습처럼 말끔히 지우자는 가사는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가 썼다고 하네요. 미니앨범에서 타루가 좋아하는 곡인 '미스티 블루'의 '날씨맑음'을 리메이크해 불렀던 점을 생각한다면, 타루와 미스티 블루의 돈독한 관계를 유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앨범 발표와 함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된 '연애의 방식'은 노래하는 타루만큼 발랄하고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여러 드라마의 OST로도 목소리를 들려준 그녀이기에, 이 곡이 청춘연애물의 삽입곡으로도 잘 어울릴 만합니다. 제목이 '연애의 방식'이기에 서로 다른 연애의 방식 때문에 겪는 갈등들을 이해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제목부터 눈에 익은 'Sad Melody' 역시 Swiniging Popsicle이 불렀던 곡입니다.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의 보컬 '미네코'가 우리말로 번안한 가사로 들려준 일이 있었는데,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같은 가사라고 생각되네요. 원곡이 상당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편곡이 달라지면서 그 무거움은 덜해졌습니다. 하지만 타루만의 색깔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모 핸드폰 CF의 모토가 생각나는 'Talk & Play'는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인 '나루'가 참여한 트랙입니다. 흥겨운 펑키 사운드, 시원한 타루의 보컬, 그리고 당찬 가사에서는 상당히 대중가요의 색이 짙게 느껴집니다. 스트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기타팝 'Just Go'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의 색이 짙은 트랙입니다. Night Flying이 에니메이션의 오프닝 송이라면, 이 곡은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엔딩송으로도 어울리겠습니다. 그 만큼 만화적 감수성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Night Flying에 이어 달리는 트랙인 '쥐色 귀, 녹色 눈'은, 오해하기 쉬운 제목만의 발음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그에 못지 않게 비판적인 가사를 노래합니다. 심오한 제목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을 다르게 표현한 제목일지도 모르죠.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참여한 '내일이 오면'은 화려하면서도 복고적인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에서 입을 맞추었던 그들이기에 호흡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달짝지근하지만 달콤하지만은 않은 가사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운 키덜트들과 저물어가는 20대의 어딘가에 서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법합니다. 이어지는 'Daydream'은 요즘 대세인 오토튠을 적절하게 이용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백일몽' 혹은 '헛된 공상'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행복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 헛된 기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Slow star'는 Swinging Popsicle이 불렀던 일본 게임 주제가로, 발을 구르며 흥얼거릴 만큼 흥겨움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진한 쓸쓸함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Don't Let Me Down'이어 'Yesterday'의 새로운 버전으로 앨범은 끝납니다. 보너스트랙이자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Sentimetal Scenery와 함께한 '시간의 날개'는 이미 온라인 싱글로 공개된 곡이지만 반갑습니다. 제목처럼 상쾌하게 날아오르는 타루의 시원한 목소리가 빛나는 트랙이죠.

홍대 인디씬을 넘어서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사운드와 목소리를 들려주는 타루 1집은, 그래서 '상당히 대중적'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타루를 모르는 사람들도 흥겹게 즐길 만한 트랙들로 가득하구요.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그녀의 가창력도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정규 1집으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타루만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보입니다. 같은 소속의 요조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판으로 1집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좀 더 자신의 색을 보여주었던 점을 생각했기에, 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았습니다. 물론 모든 뮤지션이 싱어송라이터가 될 이유는 없지만, 앨범 'TARU'는 목표가 되는 도약점이 아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R.A.I.N.B.O.W'에 잇는 또 다른 발판처럼 보입니다. 짙은 Swining Popsicle의 색은 역시 같은 소속의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최경훈이 다른 보컬과 함께 'Belle Epoque'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이 Swinging Popsicle의 Belle Epoque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요.

아직 타루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던지는 1집이라고 하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8/27 16:40 2009/08/27 16:40

캐스커(Casker) - 향

'캐스커(Casker)'는 이준오와 융진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니카 밴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융진을 만나기 전부터 음악에 몸담아온 이준오의 음악적 이름이기도 합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묘사되는 '캐스커'의 음악은, 본격적으로 보컬(융진)과 함께한 두번째 앨범 'Skylab'부터 확연히 그런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Skylab'은 지금까지 총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캐스커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구요. 최근의 경향은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기 보다는 '기계심장을 가진 아날로그 음악'이라고 바꾸어야 할 정도로 서정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캐스커의 음악적 흐름 속에서 '향'이라는 디지털 싱글이 발표되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업자 '카브리엘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코코 샤넬(Coco Avant Chanel)'을 국내 개봉과 함께 공동 프로모션 성격의 곡으로, 팬들에게는 팬서비스같은 트랙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곡의 완성도가 단지 '프로모션을 위해 급조된 곡'이라던지 '팬서비스' 수준으로 보기에는 만만치 않습니다.

'캐스커표 기계음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탱고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무곡에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이 융합되어 발전했다는 탱고의 기원처럼, 고달픈 운명을 걸어온 민족들의 민속음악처럼, 비애가 담긴 선율은 차가운 기계음악을 너무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그리고 향수에 빠져들게 하는 아코디언 연주가 더해져 최고의 서정미를 뽑내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세션의 이름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에서 키보드, 피아노, 아코디언 등 건반악기를 담당하는 '최진경'의 이름이 보입니다. 사실 캐스커와 마찬가지로 탱고를 지독히 사랑하는 'Alice in Neverland'의 또다른 멤버 '조윤정'이 바이올린 세션으로 캐스커의 앨범과 공연에서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밴드의 교감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Alice in Neverland의 앨범에서도 캐스커와 이준오의 이름을 볼 수 있으니까요.

캐스커의 음악에서는 꾸준히 '이별이 남기는 마음의 혼돈'을 전하는 트랙들이 많았죠. 가사는 없었지만 앨범 'Skylab'의 'Fragile day'에서 형용하기 힘든 세상에 혼자라는 감정을 세심히 그려내는듯 했고, 본격적으로 '관계'에 대해서 노래한 앨범 'Between'에서는 보사노바를 차용한 '정전기'로 인연에 대한 '비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관계'에 대해 더욱 고찰했던 최근의 앨범 'Polyester heart'에서는 '빛의 시간'을 통해 빛 속에서 산란하는 듯한 공허함을 들려주었고, '만약에 혹시'에서는 잔잔한 수면에 비친 아스라한 저녁 노을같이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그려냈습니다. 이 곡들 모두, 흔한 대중가요처럼 '이별의 슬픔을 토해내기'보다는 이별이 남기는 감정들을 정갈하지만, 금속성의 빛깔이 아닌 사람 살냄새나는 음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트랙들 가운데 '빛의 시간'을 제외하면,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에그 쉐이커 등 그야말로 '어쿠스틱 음악'을 위한 악기들의 소리가 풍부했기에  어쿠스틱 음악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캐스커의 음악을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부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구요. 너무 돌아왔는데, '향'도 아코디언과 기타 연주를 통해 아날로그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오르골 소리를 연상시키는 실로폰 느낌의 소리가 아련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그리고 그 완성도는, 슬프게도 네 번째 앨범의 어느 트랙보다도 빼어날 정도이구요.

가사도 음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바보다, 느리다, 더디다, 모자르다'같은 랩에서 라임같은 반복과 '무너져 내린', '다시 한번'의 반복은 가사와 그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장을 '다'로 마치는 단정적인 어법은 초라해지는 모습 앞에 의연해지려는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 음악'이 아니라 '피멍든(혹은 찢어진)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비애가 담겨있습니다.

단지 한 곡일 뿐이지만, 지난 캐스커의 행보와 캐스커가 들려주는 소리의 경향을 생각하게 하는 놓치지 아까운 곡 '향'입니다. 또 그렇기에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으로 10월에 예정되어있는 캐스커의 공연이 더욱 기대됩니다.
2009/08/20 15:50 2009/08/20 15:50

Donawhale(도나웨일) - Donawhale

'파스텔뮤직'을 통해 2007년 1집을 발매한 'Donawhale(도나웨일)'은 밴드 이름부터가 독특한 밴드입니다. Dona는 '귀부인'이라는 의미하고, Whale은 바로 '고래'이나 '고래 부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동요 '코끼리 아저씨'에소 코끼리 아저씨에 반해 결혼한 바로 그 고래 아가씨가 결혼해서 '고래 부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이지만) 여성형의 밴드 이름처럼 여성 프런트우먼(유진영)을 내세우고 있기에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스텔뮤직 뮤지션들처럼, 하드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만 생각하면 큰 착오라고 하겠습니다.

첫곡 'Close your eyes'는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로서는 상당한 무게감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정말 파스텔톤의 동화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밴드들과는 달른, '선이 굵은' 음악을 한다는 첫인상입니다. 도시적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과 몽환은 표현하듯, 기타줄 뜯는(?) 소리는 달리는 차창으로 비치는 도시의 네온사인 같습니다. 'Hole'은 첫곡보다 무게감은 조금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의 속도가 더해진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Why don't you fly with me'는 마음의 텅빈 공간(hole)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도나웨일의 공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기도 합니다.

앞선 두 곡이 '무거움'이 었다면, 'Foolstar'에서 마음을 눌러왔던 무게감은 사라지고 애상적인 감정이 흘러넘치기 시작합니다. 울먹이는 듯한 보컬과 멜로디를 차지한 키보드 연주의 변화도 그런 감정의 흐름에 일조하구요. 'fool'과 'star'를 합친 제목은 빌어도 빌어도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별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을지도 모르죠.

'Echo'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에코 이야기'처럼  하나의 진정한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메아리로만 남는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의 선율은 그림 한 폭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량한 걸음걸음의 비애는 눈물이 되고, 떨구는 눈물은 땅으로 흩어져 메아리로 울려퍼집니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차마 흩어지지 못하고 공허한 안개로 주변을 배회합니다. 'Echo'에 이어 역시 동양적 심상을 담고 있는 '비오는 밤'은 연주곡으로 감상에 젓기에 충분합니다. '비'와 '밤'이 어우러지면 누구나 감상에 젓어들겠지만,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그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A spring day'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크래커'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이 곡이 이후에 발매된 도나웨일의 1집을 모습을 대표하는 곡으로 생각했었는데, 앞선 곡들을 보면 큰 오산이었죠. 가볍고 나른한 느낌은 '파스텔뮤직풍'이면서도 이 앨범 속에서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Running'은 앞선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인, 어쿠스틱풍의 트랙입니다. 무섭게 질주할 듯한 첫 인상의 제목과는 다르게 노래는 가벼운 발걸음의 느릿한 완주같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 때문에 Hole과 더불어 기억에 남았던 곡이기도 합니다. Picnic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Picnik'에서도 느릿한 어쿠스틱의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아카시아'는 친근한 꽃이름이, 다시 강렬해진 연주로 인해 낯설게 들리게 하는 트랙입니다. 수미상관을 노린 것인지 이 트랙을 시작으로 강렬함과 무게감은 초반 트랙들과 닿아있습니다. 추억이 담겨있는 낡은 상자에서 찾아낸, 빛바랜 아카시아 꽃잎에서 느껴지는 그 추억의 무게처럼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마지막 두 곡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트랙들입니다.

'Feb'는 '시린 겨울 끝'이라는 가사처럼 겨울의 끝자락 2월(February)을 의미하는 제목의 트랙입니다. 차마 놓을 수 없어, 보낼 수 없어 잡고 있는 끝자락처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You're so beautiful"이라는 단순한 가사가 묘한 중독성으로 입가를 멤돕니다. 마지막 '꽃이피다'는 앞서 언급한 '코끼리와 결혼한 고래'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아도 좋을 트랙입니다. 코끼리와 고래의 사랑, 각각 육지와 바다에 구속되어 사랑하지만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숙명의 쓸쓸함이 이 노래에서 느껴집니다. 그 슬픔은 꿈에서나마 웃음지을 수 있을까요?

여성 프런트의 밴드임에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파스텔뮤직다운 색깔을 놓지 않는 '도나웨일'은 '파스텔뮤직판 네스티요나'라고 부를 만큼 닮은 구석을 보여줍니다. 네스티요나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점과 홍일점 유진영이 네스티요나의 요나처럼 대부분의 작곡과 키보드, 피아노를 담당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도나웨일의 데뷔앨범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상당히 길었던 준비기간은 공연활동을 오랜시간 중단시키면서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불안한 보컬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차가 상당히 큰 곡들 사이의 분위기가 앨범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시키지 못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한 곡씩 보았을 때 상당히 좋은 곡들을 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들려준 유진영의 목소리에서는 불안함이 대폭 감소했기에 조만간 발매 예정인 두 번째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하게됩니다. 별점은 3.5개 입니다.

2009/08/12 23:38 2009/08/12 23:38

미스티 블루 -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

농도 100% 팝,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두 번째 이야기,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

미스티 블루가 지난 5월에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이어, 약속대로 여름을 맞아 약 3개월만에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를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봄 EP가 독특하고 중의적인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 EP도 마찬가지입니다. 'Sentimental Storytell(h)er'는 괄호안에 들은 'h'을 무시한다면 '감성적인 이야기꾼'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h를 괄호 밖으로 빼내면, (문법에는 어긋나지만) 'Sentimental Story tell her', 바로 감성적인 '이야기가 그녀에게 말하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커버의 일러스트는 역시 여전히 독특합니다. 얼핏 본 첫 인상은 어두운 푸른색 계통 때문인지, 마치 현상되기 전의 필름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답게 장식된 모자를 쓴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이고, 그 여자아이는 손으로 모자를 잡고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등장은 '역시 미스티 블루'라고 하겠습니다. 또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때문인지, 여름바다의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첫 곡 'Picnic'은 이 여름 EP가 봄 EP와는 다르면서도 연장선에 있음을 알리는, 모순적인 오프닝 트랙입니다. 도입부의 '알람이 나를 깨우며'는 멜로디는 봄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의 일부분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징글거리는 기타 소리는, 이제는 아득한 데뷔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에서 들을 수 있었던 발랄함을 예고합니다. 사실 제목부터 발랄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빨간 벽돌집 바이엘'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취자들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트랙입니다. 제 어린 시절, 바로 '피아노 학원' 열풍이 불던 그 시절, 피아노 입문생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바이엘이 들은 피아노 가방' 소절이나, 모 피아노의 CM송을 연상시키는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소절이 그렇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두 멤버도 염두해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관람했던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전'에서 본 유명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주택가는 대부분 빨간 벽돌의 이층집 주택들이이기도 했지요) 'Picnic'에서 미심쩍었던 발랄함을 확인시켜줍니다.

'Moderate Breeze'는 우리말로 '산들바람'의 하나인 '건들바람'을 의미합니다. 건들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새파란 바다가 닿아있는,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걷는 상상을 해보세요. 바람에 흔들리는 가사들은 바람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듯한 붓터치로 그려진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알맞은(moderate) 세기의 바람인 건들바람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를 생각하면 ('날씨맑음'만큼이나) 너무 발랄했던 '빨간 벽돌집 바이엘'의 분의기를 환기시킵니다.

'여름, 행운의 지휘'는 여름 EP의 타이틀 곡답게 가장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고민을 던지고, 운명을 이기고, 사랑을 기다리는 진취적 분위기와 소녀같은 설램을 노래한 가사는 데뷔앨범의 '일요일의 오디오'가 생각납니다. 밝은 분위기를 더 빛내주는 브라스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수록곡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을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두 곡 모두 8월을 위한 곡들입니다. 봄 EP가 역시 데뷔앨범 수록곡들인 'Spring Fever'와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의 연장선이라면, 여름 EP는 바로 '일요일 오디오'와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의 연장선이 아닐까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을 EP는 제가 데뷔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곡인, 'Daisy'와 '화요일의 실루엣'의 연장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겨울 EP는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수록곡인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의 연장선이라면 좋겠구요.

'빗방울 연주'는 미스티 블루의 보사노바에 대한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데뷔앨범의 'Cherry'에서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으로 애절한 신파극 'Cherry'를 그려냈던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은 여름의 온도에 힘을 얻어 편안하게 즐길만한 보사노바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내리는 여름날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들으면 참 좋겠습니다.

'Slow days'는 독특한 컴필레이션 앨범 'Siamese Flowers'에 수록된 곡으로, 'Siamese Flowers'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묻혀버리기에는 아까운 곡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되어 반갑기까지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음악치고 날카로운 연주와 강한 보컬을 들려주면서도, 미스티 블루다운 감수성을 들려주는 곡이기에, 또 다른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에 수록된 '여름궁전'과 더불어 정규앨범에서 보았으면 했던 곡이었지요.

마지막 곡 '여름 몽상'은 이번 EP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여름 몽상'이라는 제목으로만 봐서는 '여름궁전'의 후속편일 법하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보컬과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연주, 열기가 식어가고 바람이 점점 서늘해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분위기는 완연히 '미스티 블루표'입니다. 여름이 끝나가면 여름의 열기가 만들어낸 그 몽상들도 끝이 나겠죠.
 
'봄의 언어' 발매 이후 여름 EP의 알려진 부제는 '여름의 온도'였는데 '여름, 행운의 지휘'로 바뀌었네요. '봄의 언어'가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수록곡과 같은 제목이었는데, 여름 EP도 수록곡 제목으로 맞추려고 그랬을까요? 봄과 여름, 두 조각이 공개됨으로서 큰 퍼즐의 절반이 공개되었습니다. 완성될 그림이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네 장의 EP 후 나올 2집은 더욱더 궁금해집니다. 연작 EP의 베스트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만드려나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곡들이 담기려나요? '여름궁전'이나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그 때 즈음에는 수록되겠죠? 봄보다 더 즐길 만한 여름을 들려준 '미스티 블루', 가을과 겨울이 더욱 기대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8/05 00:07 2009/08/05 00:07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

'파스텔뮤직'의 7주년 기념이 될 만한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

2006년 'Cracker : for a bittersweet love story'를 시작으로 2007년 '12 songs about you', 2008년 'We will be together : Pastel season edition'과 '사랑의 단상 chapter 1' 그리고 2009년 초 '사랑의 단상 chapter 2'까지 양질의 컴필레이션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이 또 새로운 컴필레이션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 Hommage to Moonrise, Pastelmusic Presents'라는 긴 제목의 컴필레이션을 선보입니다. 사실 '스위트피(Sweetpea ; 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전격 발매 되면서, 소속 뮤지션들의 탈퇴 및 이적으로 상당히 조용했던 '문라이즈(Moonrise)'의 합병, 그리고 합병 이후의 이런 행보는 예상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파스텔뮤직이 문라이즈에게 어떤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왕자 혹은 피터팬을 떠올리는 소년의 감수성을 담은 스위트피의 음악은 소녀적 감수성을 지향하는 파스텔뮤직과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스위트피'에 이어 '캐스커(Casker)'의 영입이 이어지면서(사실 시간적으로 어떤 사건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디씬의 두 전설적 존재를 통한 '더욱 튼튼하고 독보적인 입지'와 더욱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캐스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합니다.(어떻게 생각하면, 스포츠로 말하자면  '악의 축'이네요.)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가 총 5장의 CD 가운데 4장은 이미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 성격이었고 나머지 한 장이 신곡을 수록한 컴필레이션이었듯이, 이번 앨범도 비슷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3장의 CD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도 2장은 문라이즈를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베스트 앨범'이고 나머지 한 장은 문라이즈의 음원들을 현재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앨범입니다. 5주년 기념 앨범과 다른 점이라면, 리메이크 앨범만 따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공개된 CD 프린팅 이미지가 재미있는데, 소년과 소녀가 함께 왈츠를 추고 있습니다. 소년은 문라이즈, 소녀는 파스텔뮤직이겠죠. 왈츠는 두 레이블의 합병을 의미하고, 봄의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이겠구요.

'아스피린 소년'은 원래 '전자양' 1집의 곡으로 파스텔뮤직의 기대되는 유망주 '이진우'가 부릅니다. 원곡의 어쿠스틱한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진우의 매력이 담겨있습니다. 5월에 발매된 '미스티 블루'의 EP 수록곡 '4월의 후유증'을 피쳐링하면서 들려주었던 저음의 보컬과는 다른 음색이라 의외입니다. '재주소년'이 부르는 '농구공'은 신곡입니다. 문라이즈 소속으로 3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현재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활동하기에 문라이즈의 리메이크를 하는 일이 어색하였을지모 모릅니다. 두 레이블을 이어주는 밴드이기에 더욱 의미 깊기도 합니다. 어쩐지 제목과 어린시절의 설렘을 노래한 가사에서 '이승환'의 '덩크슛'을 생각나게 합니다.

본인의 음반에 국한되지 않고 피쳐링 및 OST 참여를 통해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만능보컬 '타루'는 '스위트피' 2집의 'Kiss Kiss'를 부릅니다. Kiss Kiss 자체가 스위트피가 일본 원곡을 리메이크한 경우이기에 스위트피의 Kiss Kiss에 제한되지 않고 더 자유롭게 리메이크할 수 있었고, 그 적임자는 역시 타루라고 생각됩니다. 원곡이 너무 좋지만, 역시 만능보컬 타루답게 자신의 색깔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더멜로디'시절부터 들려준 좋은 영어 발음은 곡에 대한 집중을 높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감초같은 현악과 어우러진 탁월한 감정 표현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1집을 발표하고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Epitone Project'는 '델리 스파이스' 5집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이진우와 조예진(from 루싸이트 토끼)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곡 가사의 배경이 되는 일본 만화 '아다치 미츠루'의 'H2'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히로'와 그 친구 '히데오'의 삼각관계를 염두하지 않았나 하네요. 여성의 목소리로 듣는 '고백'은 색다르면서 정말 '애니메이션 주제가'같은 느낌이네요.
 
'짙은'이 리메이크한 '동물원'은 지금은 밴드 '마이언트메리(My Aunt Mary)'로 더 유명한 밴드의 리더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 'Thomas Cook'의 곡입니다. '마이엔트메리'의 느낌이면서도 더 차분한 분위기로, 짙은이 들려주었던 차분하면서도 사려깊은, 그런 짙은 감수성과 닿아있습니다. 짙은이 '파스텔뮤직의 마이언트메리'가 되기를 바라는 레이블의 바람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소식이 없어서, 파스텔뮤직 소속인지도 잊고 있었던 'Cloud Cuckoo Land'도 '스위트피' 2집의 '돌이킬 수 없는'을 다시 부릅니다. 스위트피의 세 번째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던 '캐스커'는 바로 그 세 번째 앨범 수록곡 '떠나가지마'를 들려줍니다. 2007년 말에 발매된 앨범의 리메이크는 의외이기도 합니다.

Sentimental Scenery는 이미 요조가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재주소년 3집의 'Sunday'를 리믹스하여 들려줍니다. 이미 앞서 '고백'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조예진의 '루싸이트 토끼'는 스위트피의 '오, 나의 공주님'를 다시 부릅니다. 다소 엽기적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면서 사랑의 잔인한 진실(?)을 알아가는 가사는 씁쓸합니다. Epitone Project가 다시 한번 이진우와 함께한 '기도'는, 지금은 시류에 편승하듯 여성보컬(Whale)을 영입하여 'W & Whale'로 더 잘알려진 'W'의 곡입니다. '플럭서스뮤직(Fluxus music)'으로 이적하기 전, 전신인 'Where the story ends'로  발표한 데뷔앨범 '안내섬광'의 수록곡으로 부제로 'Hommage to 윤상'이 붙어있는 곡인데, 지금 모습과는 다르게 앞선 두 장의 앨범(특히 안내섬광)에서는 '윤상 스타일'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윤상 스타일을 추구하는 Epitone Project이기에 'W'의 곡을 선택한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선 '고백'에 이어 '기도'에서도 이진우와의 궁합은 좋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인 타루와 Sentimental Scenery의 프로젝트를 강렬히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진우와 Epitone Project의 남성 듀오도 기대해봅니다.

의외의 인물 'Slow 6'가 델리 스파이스 2집의 '종이비행기'를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문라이즈와도 관련이 없어보이는 Slow 6의 등장이라 당혹스럽니다. 그런데 이름을 가리고 들어보면 가창법이 '어른아이'를 연상시킵니다. 미세한 발음이나 호흡이 너무나 흡사해서 이름을 가린다면 '어른아이'가 부른 곡으로 음성 변조로 남성처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법합니다. 요조는 자신의 1집에서 리메이크한 'Sunday'에 이어, 다시 재주소년의 1집 수록곡  '귤'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라이브레코딩같은 도입부가 재밌고, 'I am ready'라는 너무 노골적인 발음은 당황스럽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을 너무나 시적으로 그려내는 '재주소년'의 곡을 요조만의 매력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얼굴인 '메리클라이브'는 첫인상부터 '새될 법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전자양 2집 수록곡의 '당분인간'을 부릅니다. 잘난 척하고 우쭐해하는 모습을 비꼬는 듯한 가사와 언어유희가 재밌습니다. 마지막은 '파니핑크'가 담당합니다. 스위트피가 3집에서 'Toy 유희열'과 함께한 '기도'를 다시 부릅니다. 어찌된게 파니핑크는, '사랑의 단상 chapter. 1'에 수록된 'River'에 이어, 정규앨범보다 컴필레이션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타루가 부른 Kiss Kiss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작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어찌보면, 문라이즈에 대한 오마쥬라고 하지만, 사실 '김민규'에 대한 오마쥬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바로 그 자신인 스위트피와 그가 리더인 델리 스파이스의 곡이  14곡 중 절반인 7곡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흔하지 않은 컨셉에 쉽지 않은 시도', 홍보력의 부재로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잊혀질 수 있었던 좋은 곡들에 새로운 색을 입혀 다시 소개하려는 시도는 현존하는 인디레이블 가운데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시도이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모습이 파스텔뮤직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지만 미스티 블루, 한희정, 어른아이 등이 참여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물론 세 팀은 5월에 앨범을 발표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겠지만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7/27 21:04 2009/07/27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