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Be Together : Pastel Season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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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의 첫번째 CD이자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선공개된 'Pastel Season Edition'.

 

파스텔뮤직의 지난 5년을 돌아보는 이 컴필레이션 앨범의 첫번째 CD에는 새로운 5년을 책임질 뮤지션들의 곡들이 담겨있습니다.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발매된 'Cracker'나 '12 Songs about you'도 좋았지만 이번 'Pastel Season Edition'은 국내 뮤지션들로만 채워진, '베스트 라인업'에 가까운 위용을 보여줍니다.

 

'미스티 블루'의 '이란성 쌍둥이 자매'인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첫모습을 보여준 'Cracker'의 수록곡 'May'처럼 월(月)이름인 'December'로 돌아왔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은수'와 비슷하지만 더 건조한 느낌의 보컬은, 차분히 쌓이는 눈처럼 담담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슬프지 않게 노래하는 가사와 잘 어울립니다. 더불어 '벨 에포크'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앨범'으로 결실을 맺길 기대해 봅니다.

 

3집을 통해 사운드의 미숙함을 벗어던지고 세련됨을 보여주면서 'Wanna be Casker'가 되고 있는 듯한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는 '더 멜로디'의 '타루'와 만나 '스웨터'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제목으로는 뭔가 아기자기한 초기의 '허밍 어반 스테레오'같은 음악같으면서도 세련됨을 놓치지 않습니다. 여러 보컬들과 만나는 허밍은 어쩌면 'wanna be M-flo'인지도 모르겠네요.

 

2005년에 EP 'Rock Doves'를 발표하고 영화 OST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이다가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짙은'은 파스텔뮤직에 새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합니다. 모던 락 밴드에서 여성 보컬 파워가 압도적이었던 파스텔뮤직으로서는 호소력 짙은 보컬의 '짙은'을 영입하면서 약점을 보완해가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니카 영역에서 '허밍 어반 스테레오'라는 유망주를 영입해 3번 타자로 키우고 '캐스커(Casker)'라는 기량을 인정받은 4번 타자를 영입한 파스텔뮤직은 'Sentimental Scenary'라는 또 다른 유망주를 5번 타자로 세워 '클린업 트리오'를 완성합니다. 'True Romance'는 피아노와 일렉트로니카의 절묘한 만남 그리고 멋드러진 보컬의 featuring까지 '파스텔뮤직'의 'Next Big Thing'이 될 'Sentimental Scenary'의  잠재력을 100% 들려주고 있습니다. 한국형 IDM으로 디지털 싱글을 통해 입소문으로 알려지던 'Sentimental Scenary'의 풍부한 감성의 일렉트로닉을 CD로 만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티어라이너'의 프로젝트 밴드 'Low-End Project'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전문 프로젝트가 되어가는 느낌이네요. 'Cracker'와 '커피향 설레임'에 이어 이번 컴필레이션까지 말이죠. '보고 싶어서, 안고 싶어서, 만지고 싶어서'라는 긴 제목은 이 프로젝트가 긴 제목 지향 프로젝트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미 발표한 두 곡의 제목이 '연애를 망친 건… 바로 나란 걸 알았다'와 'Love Is Weaken When It Comes Out Of Mouth'였으니까요. 어쩐지 '티어라이너'보다 정규앨범이 기대되는 'Low-End Project'의 이번 참여곡은 이 프로젝트다운 어설프면서도 진지한 첫사랑같은 느낌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타게 기다리던 '미스티 블루(Misty blue)'는 '한쪽 뺨으로 웃는 여자'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곡으로 돌아왔습니다. 보컬 '은수'의 읊조리는 보컬 때문인지 가사가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한 장면처럼 지나갑니다. 이제 '미스티 블루'는 소녀에서 여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여전히 '미스티 블루'답지만 그 속에서 어른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만한 '요조'는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만을 걸고 참여한 첫 곡 '하모니카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녀는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걸까요? '하모니카 소리'에서는 지금까지의 새침했던 그녀와는 다른, 담백해진 그녀를 들려줍니다. 추운 겨울의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목소리입니다.

 

데뷔앨범이 좀 아쉬웠던 'Donawhale'은 '눈 내리는 소리'로 쌓인 아쉬움을 남김 없이 날려버립니다. 고요한 새벽의 눈 내리는 모습과도 같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가슴 한 구석이 시려지고 누군가 그리워지는 기분입니다.

 

파스텔뮤직을 통해 얼마전 새 앨범을 발표한 '큰 형님' '스위트피'는 'Are You Ready?'라는 곡을 내놓았습니다.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지만 '어린왕자'같은 그의 감수성이 느껴집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배다른 형제 'Instant Romantic Floor'의 'Lie'는 나쁘지 않지만 '허밍'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아쉽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멤버간의 궁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그런 언밸런스한 느낌이 이 밴드의 매력일까요?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거물 4번 타자 '캐스커'는 '달의 뒷면'으로 드디어 정식 파스텔뮤직 앨범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캐스커'다운 세련된 도시적 감수성에 융진의 호소력 짙은 보컬도 여전합니다. 3집이 조금 아쉬웠지만, 새로운 레이블과 함께할 이들의 새 앨범은 역시 기대됩니다.

 

파스텔뮤직 소속답지 않은 느낌의 변방 밴드(?) '불싸조'는 이미 발표했던 '지랄이 풍년이네'로 참여했습니다. 거친 락 사운드를 들려주는' 불싸조'이지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일렉트로니카와 닿아있다는 느낌입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여성 목소리의 샘플링도 참 재밌습니다.

 
참여 밴드들 가운데 가장 오래 파스텔뮤직 소속인 '티어라이너(Tearliner)'는 'Regretto'라는 연주곡으로 참여합니다. 그 동안 드라마 음악에 참여하면서 갈고 닦은 내공일까요? 그의 연주음악은 잘 만들어진 크로스오버 곡을 듣는 느낌이네요.

'파니핑크(Fanny Fink)'의 '좋은 사람'은 '캐스커'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원곡이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었는데, 리믹스를 거치면서 '캐스커'다운 전자음들의 강렬함은 '주객전도'를 일으켜 마치 '캐스커'의 곡에 파니핑크의 '묘이'가 featuring으로 참여했다는 착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 만큼 '캐스커'의 센스는 대단합니다. 어둡고 무거운 발걸음은 '캐스커'라는 모퉁이를 돌면서 리드미컬하고 흥겨운 발걸음으로, 바로 180도 기분 변화 같습니다.

'어른아이'의 보컬 '황보라'는 '별이 되어'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어른아이'는 밴드 포맷을 벗어난 그녀의 목소리는 더 짙은 감성과 자유가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마지막 곡을 통해 드러나고 있을 법도 합니다.

이 앨범은 현재 파스텔뮤직을 대표할 만한 밴드의 대거 참여로 파스텔뮤직이 앞서 발매했던 컴필레이션 앨범들에 뒤지지 않는 내용물을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의 지난 5년을 함께 했던 밴드들과 2007년을 통해 새롭게 합류해 또 다른 5년을 꾸려나갈 밴드들이 함께 하면서 그 임팩트는 'Cracker'나 '12 songs about you'를 뛰어넘구요.

더구나 2004년 말부터 파스텔뮤직의 행보를 지켜본 저에게는 그 느낌이 남다릅니다. 홍대 라이브 클럽을 통해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다른 소속이었던 밴드들이 파스텔뮤직에 편입되고, 성장해 나가고, 또 해체되는 현장을 지켜본 증인(?)으로서 더욱 그렇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 5주년 기념 앨범입니다. 튼튼한 종이케이스에 담겨진 5장의 디지팩은 눈을 즐겁고 소장 욕구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된 앨범을 여럿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느낌이 5장에 담긴 수 많은 곡들은 '적당함의 미덕'을 잃은 '과잉'이 아닌가 하네요. 수록곡들이 좋은 곡이지만 나머지 4장의 CD에는 소장 CD들과 겹치는 곡들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Pastel Season Edition' CD만 별도로 구매할 수 없는 점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음반의 상징성'은 대단합니다. 메이저 음반사가 아닌 작은 레이블이 이렇게 방대한 음원 모음집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점은 가뜩이나 어려운 현재의 음반시장에서, 게다가 더더욱 어려울 인디음악 시장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습니다. 우리나라같이 '소수의 취향'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귀를 만족시킬 만한 음원들을 찾기 어려운데, 파스텔뮤직은 그런 부분에서 꾸준한 생명줄과 같은 레이블 중 하나였으니까요. 파스텔뮤직이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이런 앨범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We Will Be Together'은 별점 4개입니다만 'Pastel Season Edition'만은 별점 5개를 주고 싶네요. 음악성과 대중성에서 한 인디 레이블 소속 밴드만을 모아서 이런 라인업의 음반을 냈다는 점은 한국에서 전무후무할 만한 일이 아닐까 하네요.

2008/01/31 21:38 2008/01/31 21:38

Mondialito - Che Mon Amour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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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French Pop' 듀오 'Modialito'의 네 번째 앨범 'Che Mon Amoureux'.

'Che Mon Amoureux'는 우리말로 '사랑의 단상'으로 번역되는데, 프랑스 작가 '롤랑 바르트'의 작품과 같은 제목입니다. 이 앨범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 소개된 음반은 딱 세 장인데 그럼 한 장은 아직 소개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된 'note of dawn + avant la pluie'가 우리나라에는 특별히 'note of dawn'과 'avant la pluie'의 합본으로 발매되었기 때문이죠.

연주와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Toshiya'와 보컬을 담당하는 'Junko'의 '사랑의 단상'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이 앨범에는 8곡을 수록하며, 사랑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희미해져가는 기억의 터널 끝자락에서, 기억을 더듬어 되돌아가며 시작됩니다.

'Tunnel'은, 터널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달려가는 물체를 볼 때의 모습에서 착상한 곡으로, 희미한 점이 되어 빛 무리 속으로 사라져가는 사랑을 노래합니다.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의 가사인데, 곡은 희망차고 밝은 느낌이네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기에 나쁜 기억은 돌이킬 수 없는 망각으로 천천히 흐려지고, 또 인간은 '추억의 동물'이기에 좋은 기억만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나 봅니다.

'Sous Les Branches'은 먼 기억이 되기 전 사랑의 끝자락을 잡은, '기다림'을 노래합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슬프지만, 눈물을 머금은 미소처럼 영롱합니다. 은은하게 울리는 벨은 그 끝에 걸린 눈물 방울의 쓸쓸한 떨림만 같습니다.

'Voile De Larmes'은 '눈물의 면사포'라는 의미로, 사랑의 한 종착역(혹은 반환점)을 이용해 다른 종착역을 이야기합니다. 바로 '면사포'라는 큰 반환점 앞에 '눈물'을 붙여 전혀 다른 반환점인 '이별'을 의미할 테니까요. 새로운 아침이지만 싸늘한 기운이 느껴질 뿐입니다. 그 순간에는 하루 하루가 또 다른 시련을 의미할까요?

'En Chantant'은 -어린 시절 연주해보았을 법한- 담백한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으로, '기쁨의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지금의 기쁨이 아닌,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피아노 연주처럼, 지난 기쁨의 끝자락 같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종소리와 에그쉐이크가 그 기쁜 시절에 푸근함을 양념합니다.

'Nuage'는 '구름'을 의미하는데, 제법 친근하며 낭만적인 제목이지만, 그 속을 알 수 없고 또 구속 없이 유유히 흐르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완전히 알 수 없고 또 완전히 구속할 수 없기에 두 사람에겐 오해와 갈등이 생기나 봅니다. 두 사람의 구름은 어디로 향해 흐르나요? 새침한 Junko의 보컬과 보사노바의 리듬은, 우리를 분위기있는 파리의 어느 멋진 바로 옮겨놓고, 어느듯 Modialito가 들려주는 French Pop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Brouillard Mouvant'는 '움직이는 안개'라는 뜻으로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인연에 대해 노래하는데, 쓸쓸하지만 슬프기보다는 도도한 느낌입니다. 프랑스어로 부르던 노래의 마지막 소절의 영어 가사 'You fade, fade and fade'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네요. 또각거리는 당당한 걸음으로 도시의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 곡 즈음에서 한 순간 한 순간 거슬러가던 흐름은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는 느낌입니다.

'Mes Cheveux', '나의 머리카락'이라는 제목인데 오히려 안개같은 곡입니다. 슬프면서도 가라앉는 느낌의 보컬과 흩어지는 코러스가 그렇고 단조롭고 쓸쓸한 기타 연주도 그렇습니다. 붉게 펼쳐진 저녁 노을 아래로 아스라이 흩어지는 물안개 같은 덧없음을 노래하는 듯만 합니다. 가사는 묶인 머리카락이 풀리는 모습에 비유해여 인연이 멀어짐을 노래합니다.

'Notre Histo'는 '우리의 이야기'로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되었던 'Notre ?chec(우리의 실패)'가 떠오르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제목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쓰여진 '가장 찬란했던 시간'보다는, 그 시간이 허망하게 사라지던 순간에 초점은 맞줘져 있네요.

앨범 'Mondialito'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발전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Junko의 보컬은 더욱 발젼하여 감성 표현력은 발전했고, 곡 한 곡에서 그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습니다. 더욱 세련되고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는 점도 물론이구요. 처음에는 낯설었던 느낌은 들으면 들을 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가사를 살펴보면 슬픈 감정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곡은 가사만큼 쓸쓸하거나 서글프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눈물을 머금은 미소'같다고 할까요? 그 점이 French Pop의 매력일까?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글이 생각났습니다.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안녕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이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바로 Mondialito와 같은 일본인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글입니다. 이별이 찾아오겠지만 그럼에서도 사랑한 기억만을 간직하고 싶다는 이글의 심상은, 이별에도 아름다웠던 순간을 놓치않는 '사랑의 단상'들과 닮지 않았나요? Mondialito의 '사랑의 단상'은 여기서 끝이지만,  여러분의 과거의 이야기였거나 혹은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끝나지 않은, 끝나지 않을 '사랑의 단상'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2/28 11:52 2007/12/28 11:52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 - Alice in Nev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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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 중의 기대작 '두번째 달'의 새 앨범 'Alice in Neverland'.

타이틀 'Alice in Neverland'부터 재밌습니다. 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를 표방했던 두번째 달이기에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Alice'와 피터팬의 'Neverland'가 만난 퓨전입니다. 또 두번째 달 1집의 수록곡 중 'The boy from Wonderland'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상한 나라(Wonderland)'의 'Alice'가 '피터팬(the boy)'이 사는 'Neverland'에 있다는 제목은, 그 대척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표지를 보면, 외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달리는 모습은 Ethnic Fusion답게 민속적 색이 짙었던 1집과도 대비됩니다. 앨범 제목에 따른 그림일 수도 있지만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첫곡 '집으로 가는 길'은 백파이프(?)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아이리쉬 풍의 곡입니다. 긴 여행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집에 가까워질 수록, 익숙한 고향의 경치 속에서그 걸음은 가벼워지고 빨라져 어깨까지 덩실거리는 춤사위가 됩니다. 자, '두번째 달'의 세계로 다시 찾아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더불어 '프로도'의 고향 '샤이어'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이미 병자(?)입니다.

'Outlook over the ocean'은 거장 'Vangelis'의 신디사이저 음악들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의 입니다. 그런 새로운 느낌 속에서도 '두번째 달' 특유의 민속 음악적 색을 녹여놓았습니다. 1집의 '바다를 꿈꾸다'와도 비교해 볼 수 있겠는데 '바다를 꿈꾸다'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바다의 기상이 느껴지는 곡이었다면, 이 곡에서는 신비롭고 고요하면서도 생명으로 가득찬 바다가 그려집니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봄이다'는 뉴에이지 음악의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우아한 현악의 참여로 상상의 나래에서 영화같은 한 장면이 그려질 만큼 -이병우 음악감독의 작품같은- 영화음악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봄(spring)처럼 통통튀는 왈츠 리듬은 '봄이다'라는 제목처럼 더욱 생기있고 따뜻하게 하네요.

'인형사'는 뜨거운 아라비아의 신비로운 밤을 느끼게 합니다. 인형사가 연주하는 현악기의 신비한 주술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의 발걸음은 타악기로 표현되는 듯합니다.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는 1집 수록곡 '어름연못'의 다른 버전 쯤 되는 곡으로 더욱 다채롭고 화려하게 연주됩니다. 원곡이 '어름연못'이 어름연못에 담긴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는 강한 뉴에이지의 느낌이었다면, 점점 화려해지는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러서 장엄하고 화려한 서커스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커스에서 장엄하게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외눈박이 소녀의 슬픈 운명처럼 말이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에서 가져온 제목인가봅니다. '장필순'의 음성으로 바람과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 아래 파도만이 함께하는 쓸쓸한 바다의 모습을 먼 훗날의 회상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을 사용한 것처럼 여운을 남기는 엔딩 테마로 사용해도 좋을 법한 보컬곡이네요.

'신수동 우리집'은 제목으로만 보아서는 상당히 푸근한 느낌일 법하지만, 장엄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곡입니다. 앨범 표지가 외발 자전거를 타고 구름 속을 나는 그림인데 바로 이 곡이 그 그림을 위한 곡이 아닐까하네요. 흰 구름 속을 뚫고 맞이하는 새파란 하늘의 상쾌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신수동 우리집이라는 현실적 공간은 환상의 세계로 탈바꿈합니다. 새롭게 편곡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하사이시 조'의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캐스커'가 참여한 '내게 말하기'에서 전자음과 아코디언 등 캐스커의 음악을 들어본 이라면 귀에 익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비장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은 '화자의 내면'을 항햐는 발걸음 같습니다. 그 발걸음에 수 많은 기억들과 상념들이 스쳐가지만 흐릇하고 몽롱하기만 합니다.

'잊혀지지 않습니다'는 1집의 '얼음연못'을 이을 애절한 '킬링 트랙'입니다. 얼음연못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설원의 바람'같은 애절함은 아니지만, 눈물이 방울방울 쏟아나는 쓸쓸한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조화, 그 우아한 쓸쓸함에서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비의 집'에서는 라운지 음악들에서 자주 애용되는 탱고 리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비의 우아한 춤은 위험하기만 합니다.

'타악기 농장'에서는 다시 장소를 아라비아의 어지럽고 뜨거운 열기 속으로 옮깁니다. 10분에 가까운 긴 곡으로, 무더위 속에 나른한 시장 속에서 타악기에 장단은 행진하는 낙타떼의 발걸음 같습니다.

무거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귀향', 역시 영화 속 한 장면과 어울릴 법한 엔딩 테마입니다. 다소 서글픈 초반부를 지나면 희망적으로 떠오르는 곡의 진행과 마지막 절정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네요. Neverland에서 머물던 Alice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피터팬의 손을 잡고 떠오르는 즐거운 상상, 그리고 날아오르는 그림자. 구름을 뚫고 밤하늘을 가로질러 별빛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하수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

'Eridanus'는 그리스 신화 속 '강의 신'이자 별자리 이름이기도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신비로운 신화 속의 도시를 탐험하는 느낌은 모 놀이동산의 '신밧드의 모험'을 연상시킵니다. 물론 더 밝고 더 찬란하고 더 신비롭습니다.

두 개의 파트로 이어지는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제목처럼, Neverland의 친구들이 느끼는 앨리스가 떠나는 뒷 모습과 그 빈 자리의 쓸쓸함을 그려내는 것만 같습니다. 점점 빠르고 긴박해지는 두 번째 파트는 Neverland를 떠난 뒤, 또 다른 어딘가에서 모험을 맞이하는 Alice의 모습 같습니다. 마치 토끼를 따라 토끼굴 속 미로를 지나는 그녀의 모습처럼 말이죠.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번쨰 달'에게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인가 봅니다. '두번째 달'이 1집에서 추구했던 '민속 음악'적 색채는 조금 옅어졌지만, 더욱 화려해졌고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서정성은 짙어졌습니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큰 성공을 이룬 1집에서도 쉽게 즐겨듣기 어려운 트랙들(특히 후반부의 몇 곡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길 만한 트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귀를 즐겁게 합니다.

또 1집의 수록곡 한 곡 한 곡이 강렬한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Alice in Neverland'의  한 곡 한 곡은 이미지와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으로 다시 듣게 되더라도 어색함이 없을 법합니다. 어쩌면 '두번째 달'은 이 앨범의 청자들 모두 자신만의 Neverland를 찾길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2007년의 끝자락에 찾아온 '연주음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Alice in Neverland. 별점은 4.5개입니다. 이 앨범을 듣는 여러분 모두 스스로의 Neverland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2007/12/20 19:44 2007/12/20 19:44

루싸이트 토끼 - twinkle twinkle

흔하지 않은 여성 이인조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

작년부터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에서 혹은 소속 밴드의 단독 공연 게스트로 모습을 보여왔던, '유망주' '루싸이트 토끼'의 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우선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기타와 운전을 담당한다는 리더 '김영태'와 보컬과 요리를 담당한다는 '조예진'으로 이루어진 이 86년생 동갑내기로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보컬 '조예진'은 이미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3집과 '해파리 소년'의 2집에도 객원으로 참여하여 조금씩 이름을 알린 상태죠.

여러 공연을 통해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의 곡들과 라이브 실력을 들려주었던 '루싸이트 토끼'는 데뷔앨범을 통해서 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를 잇는 '유망주'라고 불러도 아까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86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을 살펴봅시다.

첫 곡 '수요일'의 깔끔한 연주와 사운드는 새천년이 시작된 후 인기가 급상승한 라운지 음악을 연상시킵니다. 쿨한 느낌의 보컬은 그런 분위기에 힘을 더하구요. 하지만 이어지는 'In My Tin Case'에서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소녀의 목소리로 경쾌한 팝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런 첫 두 곡의 대비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될 수 있는 수록곡들의 경향을 대표합니다.

첫 번째 큰 경향은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라운지'입니다. '수요일'을 시작으로 '12월', '미래도시', '디스코' 등으로 이런 분위기가 연결됩니다. '수요일'은 경쾌하고 가벼운 사운드와는 달리, 부제(Piano Lesson)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아노 선생에 대한 소녀의 마음을 노래하는 가사의 '부조화'는 흥미롭습니다. 가사 때문에 잘못하면 치기 어린 느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차가운 어조로 부르는 보컬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하니까요.

또 다른 큰 경향은 'In My Tin Case', '꿈, 여름', '꿈에서 놀아줘', '봄봄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소녀적 감수성의 팝입니다. 보사노바 풍의 연주와 풋풋하고 새침한 보컬은,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같은 가사는 그리운 학창시절의 기억으로 이끕니다.

이 앨범의 '추천 트랙' 가운데 하나인 '12월'에서는 차창으로 비치는 네온사인같이 쿨한 도시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들뜬 크리스마스의 밤거리를 홀로 유유히 스쳐가는 어떤 이의 뒷모습 같습니다. '미래도시'는 제목처럼 미래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니카 트랙입니다. 아직 소녀티가 남아있는 이 밴드의 두 멤버를 생각한다면 놀랍기도 합니다.

'꿈, 여름'과 '꿈에서 놀아줘', 두 곡 모두 제목처럼 꿈에 대한 노래입니다. '꿈, 여름'은 꿈같이 아득한 여름날 해변의 기억을 노래하고 있고, '꿈에서 놀아줘'는 기다리다 지친 서운함을 꿈에서라도 달래어달라는 투정을 귀엽게 노래합니다.

역시 '추천 트랙'인 '비오는 날'은 보사노바 풍으로 비처럼 깔끔한 연주에 따뜻한 느낌의 보컬이 더해져 '루싸이트 토끼만 매력'을 들려줍니다. 비오는 날의 테마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곡도 가사도 좋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은 밴드의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목에 '토끼'가 들어갑니다. '북치는 토끼'는 모 건전지 광고의 토끼 완구에서 모티프를 얻은 곡으로, 유쾌한 겉모습과는 다른 서글픈 내면을 처절하게 노래합니다. 귀여움 속 이면의 루싸이트 토끼식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이어지는 '토끼와 자라'는 용궁의 용왕을 위해 토끼간을 구하러 육지로 떠난다는 자라의 전래동화에서 빌려온 제목으로, 인간관계에서 전래동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 재치가 기발하네요.

최근 가요계에 부는 복고바람에 편승하는 제목의 '디스코'는 강한 비트와 속삭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아마도 '미래도시'와 더불어 가장 의외의 트랙이 아닌가 하네요. 두 트랙은 '캐스커'나 '클래지콰이'에게나 기대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니까요.

마지막은 나른한 기분이 들게하는 '봄봄봄'으로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12 Songs about You'로 소개된 곡입니다. 차분하고 나른한 분위기는 파스텔톤의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네요.

다양한 분위기를 들려주는 트랙들의 배치는 다소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컬 조예진의 신인답지 않은, 선굵은 목소리는 이 앨범의 무게 중심이되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맛을 느끼게합니다. 또한 메이저 음반사들의 음반들과 비교해도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뮤지션 겸 프로듀서 '방승철'의 저력도 느낄 수 있구요.

'파스텔뮤직' 밴드다운 파스텔톤의 팝과 한국식 라운지 음악, 이 앨범을 이끌어가는 두 가지 분위기의 밀도있는 조화로 한 트랙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응집력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 팝밴드의 계열을 이으면서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새로 영입한 '캐스커'를 비롯한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아, 두 흐름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반짝' 한 번이 아닌, '반짝 반짝'입니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CF에 배경음악으로 일반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로 파스텔뮤직의 가요계를 향한 '파스텔 인베이젼(Pastel Invasion)'은 조용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 침공에 이제 '루싸이트 토끼'의 이름도 포함되어야겠습니다. 최근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인디밴드의 1집 중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가장 고무적인 앨범이 아닌가 하네요. 앨범 타이틀처럼 빛나는 앨범이 되길 바라며, 또 최근에 별점 4개를 준 앨범들의 별을 깎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앨범의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2/10 15:21 2007/12/10 15:21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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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세번째 정규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2집 이후 약 14개월만에 3집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1집과 2집의 간격이 21개월 정도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3집은 빨리 나온 편이죠. 더구나  '요조'와 함께한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예고된 상황에서, 8월의 한 공연에서 3집 발매를 언급했을 때는 '소규모의 충격'이었습니다. 오른손으로 'My name is Yozoh(프로젝트 앨범)'를 스트레이트로 내밀면서 슬그머니 왼손 훅으로 3집을 날리는 격이랄까요.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 발매 후 약간의 간격을 두고 3집이 발매될 예정이었는데 결국에는 11월 27일 동시 발매가 되네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짧지 않은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요조와 함께 한 앨범의 제목이 My name is Yozoh로 우리 말로 하면 내 이름은 요조입니다 혹은 나는 요조입니다라고 할 수 있으니, 두 앨범이 모두 자기 소개 형식의 제목입니다.

 

첫곡 '기다림'은 '민홍'과 '은지', 두 멤버의 편안한 듀엣이 귀에 잡히는 곡입니다. '롤링 폴링'이라는 큰 의미 없어 보이는 가사에서도 편안함과 '동심'이 느껴집니다. 이런 점은 2집부터 보여준 모든 세대가 즐길 만한 노래를 만드려는 의지의 연속이라 생각됩니다. 보컬, 연주, 가사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은 이 밴드의 이름에 왜 '소규모'가 들어있는지 다시 느끼게 합네요.

 

'너에게 반한 날'에서도 편안함은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에서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수록되었던 '희정'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네요. 한희정의 곡이 '아련한 환희'같았다면 이 곡은 '나른한 포근함'같습니다. 이 차이는 두 보컬의 차이이자 지향점의 차이도 아닐까 하네요.

 

'소녀 어른이 되다'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민홍의 보컬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의 정서는 이어지는 '너'에서도 계속됩니다. 햇살, 빗물, 바람, 사람...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느껴지는 너에 대한 그리움은 수 많은 가요의 '감정의 방출'보다 이런 '울먹이는 미소'에서 더욱 짙게 느껴집니다.

 

'나무'는 특별할 것 없지만 독특한 곡입니다. 중고교시절 음악교과서에 실렸을 법한 가곡처럼 느끼는 이는 저 뿐일까요? 가사의 탁월함, 그리고 보컬과 연주에서 가요적 장치들이 배제된 점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하네요.

 

'My favorite song'은 여러 점에서 1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어 가사도 그렇고 흩어지는 듯한 은지의 보컬과 뒤따르는 민홍의 코러스도 그렇습니다. 이어지는 Show show show는 수록곡 가운데 가장 신나는 곡입니다. 공연에서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하구요. 요조와의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될 듯도 했는데 보이지 않더니 결국 3집에서 듣게 되네요.

 

My favorite song의 한국어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본다면 느린 날이 마지막 곡이 됩니다. 기타 연주 위로 들리는 은지의 보컬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로 노를 저어 흘러가는 조각배를 연상하게 합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여유는 살며시 눈을 감게 합니다.  영화 시월애에서 IL MARE를 향하는 조각배를 떠올린 사람이 또 있을까요?

 

사실 서늘했던 1집이나 흥겨웠던 2집에 비해 이번 3집은 좀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한 번 듣고 귀를 사로잡을 만한 트랙이 2~3곡 정도 밖에 되지 않구요. 하지만 두 번째 듣고 세 번째 듣고 들으면서 다가오는 건, 심심함보다는 딱 맞는 옷 같은 편안함입니다. 1집과 2집에 이어 느껴지는 그 편안함이 바로 소규모다움이 아닌가 합니다. 바로 이번 3집에서 그 편안함은 완성에 가까워졌고, 그래서 그들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가봅니다. 소규모가 부르면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다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정말 단순한 제목이지만, 바로 이 앨범을 정의하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가 만들었고 소규모가 불렀고, 소규모를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아직 앨범을 받아보지 않았지만 8인의 작가들과 함께했다는 북클릿도 기대해봅니다. 일러스트, 사진 등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한 북클릿은 어떤 모습일런지요. 유명 작가가 참여한 2집보다 더 멋들어진 작품이 되지 않을런지요.

호평과 혹평의 논란이 많은 앨범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골수팬들은 편안함에 반가워할 수 있겠지만, 처음 소규모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이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도 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1/25 22:46 2007/11/25 22:46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My name is Yoz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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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광고매체의 트렌드였던 커다란 사탕을 문 얼굴과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만화같은 말풍선. 독특한 앨범커버의 주인공 '요조'를 아시나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Go Go Chan'를 불렀던 여가수라면 아시려나요?

바로 그 여가수, 바로 '요조(Yozoh)'의 앨범이 정식발매 되었습니다. 이미 인디씬의 인기밴드 중 하나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동작업한 앨범 'My name is Yozoh'가 바로 요조의 데뷔앨범이구요. 직접 방청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인기 가능성을 엿보고, 얼마후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마이네임이즈요조'를 보았던 때가 벌써 1년이나 되었네요. 이만 각설하고 앨범커버처럼 상큼한 노래를 들려주는 수록곡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첫곡 'My Name is Yozoh'는 제목만 봐서는 요조숙녀의 자기소개서가 되겠지만,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라는 소개처럼 요조의 엉뚱함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은 동요에서 차용한 느낌이지만 '원하는 걸 줄게'는 엉뚱하게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빨간 휴지, 파란 휴지'의 귀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 애정공세(?)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램프의 요정과도 닿아있습니다.

이런 엉뚱함은 ‘슈팅스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도 만나고 ‘강 위에서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코믹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런 독특함은 멤버 소개가 곁들여진 곡' 그런지 카'에서도 드러납니다. 만화 속 캐릭터같은 소개는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함께한 작업물이기에 소규모의 영향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소규모의 영향이 농후하게 보이는 트랙들도 포진하고 있는데 '사랑의 롤러코스터'와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는 요조의 꺾기는 능청스러운 트로트같습니다. 물론 그 점에서 요조만의 재치는 놓치지 않았지만요. 사랑을 힘겨운 오름과 순식간의 내림이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재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법하네요.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소개되었던 '꽃'은 노골적으로 '소규모' 2집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입니다. 그럼에도 요조의 목소리로 듣는 그 느낌은 소규모의 2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낮잠’에서 무게 중심은 거의 소규모 쪽으로 기울어져, 소규모의 보컬 ‘은지’가 불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소규모다운' 곡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느낌이 인상적인데 그 제목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량하게 꾸벅꾸벅 낮잠으로 빠져드는 전반부와 행복한 꿈을 노래하는 후반부는 마치 '일장춘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단아한 기타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바꼭질'도 그런 소규모의 입김이 크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2집의 '두꺼비'처럼 어린 시절의 놀이를 차용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즐거운 '두꺼비'와는 달리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절충선 위에 있는 곡들은 이 공동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합니다. ‘Love’가 그 대표로 소규모와 조우한 요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타일의 단촐한 연주 위에 흐르는 요조의 상큼한 목소리는 소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공연을 배제한 앨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구요.

'바나나 파티'는 요조가 'May'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Banana Shake'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함께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듯 비슷한 제목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길지 않은 가사에서부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라이브와 음원의 괴리감은 아쉽습니다. 'My Name is Yozoh'나 '슈팅스타'는 자체로도 흥겨운 곡이지만, 공연을 통한 체험이 더해졌을 때 그 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곡입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그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니까요. 'Shooting star'나 'My Name is Yozoh'를 공연과 비교하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구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영 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한 점도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동작업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팬들에게는 소규모의 '음악적 확장'이 되겠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상큼한 여가수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서늘한 쓸쓸함'을 노래하는 여러 파스텔뮤직의 앨범들과는 달리 '따뜻한 유쾌함'을 마음에 선물한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믹싱을 마친 버전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난 뒤에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스터링 후의 음원에서는 걱정들이 가벼워졌네요. 앨범을 통해 이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보여주길 바라며,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1/24 18:36 2007/11/24 18:36

미스티 블루(Misty Blue) -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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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발표된 앨범들 가운데 기억해야할 앨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여성 보컬을 앞세운 3인조의 전형적인 '한국형 모던락 밴드 구성'을 갖춘  '미스티 블루'는 2005년 6월 데뷔 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를 통해 조용히 등장합니다. 2005년은 이 밴드의 소속 레이블인 '파스텔뮤직'이 다른 레이블 소속 뮤지션의 영입과 새로운 뮤지션의 발굴로 인디씬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보여준 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5년에 '카바레사운드' 소속이었던 '푸른새벽'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앨범을 발표했고,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이거나 새로 영입된 '허밍어반스테레오', '올드피쉬', '티어라이너', '불싸조', '해파리소년', 'Love & Pop' 등 거의 한 달에 한 장 꼴로 수 많은 밴드들의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스텔뮤직의 행보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을 영입한 이듬해 초까지 이어집니다.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는 '파스텔뮤직'이 인디씬의 '악의 축'으로 떠오른 시기에, '미스티 블루'의 등장은 그야말로 조용했습니다. 같은 레이블 소속으로, 이미 인기밴드 반열에 오른 '푸른새벽'이나 떠오르는 신예 '허밍어반스테레오'가 더 많은 주목을 끌었고, 조만간 파스텔뮤직이 영입할 '소규모아카시아밴드'도 대단했구요. 하지만 '지나친 확장'으로 레이블만의 색을 잃어가는 듯한 파스텔뮤직에게 '미스티 블루'의 데뷔 앨범은 '파스텔뮤직다움'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였습니다. '파스텔뮤직다움'을 확실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겠지만, '쓸쓸함, 그리움, 설렘의 감정을 진하지 않은 파스텔톤으로 표현한 소녀적 감수성'정도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컴퓨터나 MP3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라디오가 음악생활의 주요 수단이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Radio Days', 초컬릿을 건네는 순간의 설렘을 회상하는 '초컬릿'에서 그런 소녀적이고 그리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노와 드럼의 째즈풍 연주와 함께하는 'cherry'에서는 슬픔이 묻어나지만, 화자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그 슬픔은 애절함이기보다는 아련함입니다.

이어지는 'Daisy'는 '화요일의 실루엣', '위로' 등과 함께 이 앨범에서 손에 꼽을 트랙으로 '미스티 블루'다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분홍과 하늘빛의 감정들, 바로 미스티 블루의 색이 아닐까요? 나른하고 조금은 무덤덤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녀의 고양이'는 가사를 통해 또 목소리를 통해 보컬 '은수'의 표현 방식을 확고히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곡들에는 계절이나 시간 감각이 명확한 편인데, 앞선 'Daisy'처럼 이어지는 세 곡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봄의 시작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Spring Fever'에서는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듬해 발매된 EP에 수록된 '날씨맑음'과 괘를 같이 하고, 미스티 블루로서는  흔하지 않은 발랄한 느낌의 '일요일 오디오'에서는 어느 여름 일요일의 설렘이 느껴집니다.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인 '화요일의 실루엣'에서 그 감각은 앞선 두 곡에 비해 명확하진 않지만, 어느 쓸쓸한 가을의 오후일 듯하네요. 낭송하는 듯한,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한 화법에서 보컬의 매력이 듬뿍 느껴집니다. 감정의 덧없음을 표현한 가사도 일품이구요.

희망차고 경쾌한 '마음을 기울이면'은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귀를 사로잡은 트랙으로 밝은 보컬과 마음에 속삭이는 듯한 코러스의 교차가 인상적입니다. '거품'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마음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과 그로 인한 괴로움을,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에서는 사춘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일 법한 모습을 미스티 블루만의 팝적 감수성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푸른 그림자'는 '화요일의 실루엣'만큼이나 쓸쓸함의 그림자가 짙은 곡으로, 제목이나 가사의 '회색 빛 날개'처럼 '미스티 블루식 화법'의 특징 중 하나인 회화적 화법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트랙인 '위로'는 대미를 장식하는, 가사와 연주에서 완벽하게 '미스티 블루다운' 곡입니다. '슬퍼도 슬픈게 아냐, 기뻐도 기쁜게 아냐, 울어도 우는게 아냐, 웃어도 웃는게 아냐'라는 후렴구는 그야말로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과 화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가사입니다.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소녀다움이 '파스텔뮤직의 색'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을 '파스텔뮤직 감수성'의 '중심이자 표준'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 감수성은 풋풋하면서도 오묘한 소녀의 감수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 미스티 블루가 이 앨범을 통해 들려주는 노래들은 '농도 100%의 팝'이라고 하겠습니다.

2005년 6월에 발매되어, 처음 손에 들었을 때는 내용물인 수록곡들보다는 이쁜 일러스트가 담긴 디지팩이 더 끌리는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알 수 없는 은근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이제서야 리뷰를 작성합니다. 2006년에 EP를 발표한 뒤 긴 휴식기에 들어간 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여 간간히 근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꽃피는 봄이 오면, 반가운 앨범 소식을 들고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농도 100%의 팝, 별점은 4.5개입니다.
2007/11/10 21:26 2007/11/10 21:26

라이브 클럽 빵 컴필레이션 3 'History of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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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에 위치한 '복합 대안 문화공간', '빵'을 아시나요?

썡뚱맞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바로 '빵'에서 발매한 '빵 컴필레이션 3 : History of Bbang'입니다. 빵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1994년 이대 후문 근처에서 시작하여 2004년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긴 복합 대안 문화공간입니다. 왜 '복합'이자 '대안'이냐면, 보통 밴드들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른 라이브 클럽들과는 전시회 및 인디영화상영회도 빈번하게 열리는 곳이 바로 '빵 '이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는데, 제가 빵을 알게 된 때가 그리고 이 블로그 bluo.net을 시작한 때가 바로 2004년 말이기에 '2004년'은 저에게 참으로 의미깊은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빵에세 제작한 세번째 컴필레이션인 이번 앨범은, 인디씬에서 발매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인, 두 장의 CD에 총 31곡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발매된 '강아지 & 고양이 이야기'와 '12 songs about you'같은 상당한 수준의 컴필레이션들처럼 특정 컨셉에 맞춰지기보다는 순수히 '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또한 독특합니다. 그렇기에 밴드들의 소속 레이블을 초월하여 만들어진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었구요.

31곡이라는 어마어마한 곡수때문에 이 글에서 모두 소개하기는 힘들겠습니다. 빵을 많이 방문했지만,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가운데 한번도 못 본 뮤지션들도 몇몇 있을 정도니까요. 제가 관심있는 밴드의 곡 위주로 소개하겠지만, 그렇다고 소개되지 않은 곡들의 완성도나 떨어지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남미음악을 들려주는 '소히'의 '물음표 그리고'는 얼마전에 소개했던 '미안해'와 더불어 2집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녀의 1집이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의 괴리로 인해 많은 실망을 주었던 터라, 그 이후 보여준 그 간극을 줄여가는 모습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년 말에 1집을 발매했던 '어른아이'는 '감기'로 참여했습니다. 제목 옆에 써있는 'since 2000'으로 봐서는 그 즈음에 만들어진 상당히 오랜된 곡인가 봅니다.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의 밴드 사운드는 라이브나 1집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Body Pops'는 '골든팝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곡입니다. 올해 발매된 EP를 통해, 그들의 방향이자 밴드 이름을 통해도 들어나는 복고풍의 팝을 들려주었던 터라, 'Body Pops'에서 들려주는 변모는 놀랍기까지 합니다. 단순한 비트와 짧은 가사의 반복이 제목처럼 몸을 흔들만한 디스코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이미 한국을 초월한 위용의 골든팝스였지만 이 곡을 통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혹은 이 곡이 '골든팝스'의 곡이라기보다는 밴드의 프로젝트 '바디팝스'의 곡이라고 불러야하는 건 아닐까요?

'슈퍼밴드'라고 할 수 있는 '로로스'는 '성장통'으로 참여했습니다. '로로스' 특유의 심금을 울릴 만한 서정성은 여전하지만 보컬의 녹음 상태는 좀 아쉽습니다. 이제 앨범 발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압도적인 클럽 공연에서의 모습처럼, 과연 앨범을 통해 그들의 포텐셜을 폭발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플라스틱 피플'의 'Morning After(alterante version)'은 제목 그대로 'Morning After'의 다른 버전입니다. 원곡은 작년에 발매된 2집 'Folk, Ya!'에 수록되어있고, '플라스틱 피플'다운 쿵짝거리는 포크곡으로 밴드의 리더 '김민규'가 불렀습니다. 하지만 alternate version에서는 같은 곡의 다른 버전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집니다. 낮게 깔리는 윤주미의 보컬과 일렉기타의 배치는 잘 만들어진 Rock number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제인'의 솔로 프로젝트 '피카'는 'Open Your Eyes'라는 곡을 부릅니다. 클럽 공연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기대 이상의 트랙으로, 살짝 몽환적이면서도 뭔가 탁 트인 기분이 들게 하네요.

긴 휴식을 마치고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는 '페일슈'는 'Wait'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진솔한 보컬의 음색과 희망찬 스트링에서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올드팝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제는 빵에서 볼 수 없는 '빅데이커민'은 'She's My High'라는 곡을 남겼습니다. 저 단 한번으로 공연으로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던 이 밴드의 곡은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보컬도 여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멜로디 라인도 좋네요.

'Mellville st.'는 영국을 다녀온 후 더 진지해지고 차분해진 '흐른'의 노래입니다. 모두가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거리 속에서 이방인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날따라 하늘은 새파랗게 맑았지만 도시는 모두 잿빛처럼 느껴지지 않았을지요.

'뜨거운 감자'라고 불릴 만한 '어베러투모로우'는 역시 독특한 제목의 '관심법'을 들려줍니다. 독특한 제목이지만 가사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멤버 '호라'가 '추남조합장'이라는 이름으로 모 가요제에서 불렀던 '버스메이트'만큼이나 '현대인의 고독'이 느껴집니다. 관심법이라는 능력이 있으면 참으로 좋을 법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좋지만도 않겠죠?

이 긴 여행의 마지막은 빵의 대표 밴드로 성장한 '그림자궁전'의 'I'm nobody'입니다. 올해 발매된 1집의 수록곡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림자궁전의 최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곡입니다. 가사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오감(눈, 귀, 코, 손끝 등)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대'라는 존재를 잃은 절망감 혹은 존재의 허무함을 'Nobody'라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구요.

음반의 제목처럼 특별한 컨셉을 갖고 제작한 음반이 아니기에, '한 앨범'으로서의 응집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목처럼 '빵'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앨범으로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겠구요. 최근 빵에서 공연하는 주요밴드의 '도감' 및 빵의 최신 경향을 한꺼번에 훓어볼 수 있는 푸짐한 '샘플러'로서도 손색이 없구요.

거침과 세렴됨, 아마추어와 프로, 정지와 흐름... 그 중간 즈음에 '빵'이 있고 '빵 밴드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이 있고 이 앨범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제목은 'history'이지만, 빵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빵을 알고, 빵을 기억하고,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장 소장하면 좋을 앨범, 별점은 3.5개입니다. 이번 주말에 '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빵 공식 다음 카페(http://cafe.daum.net/cafebbang/)
빵 사이월드 클럽(http://cafebbang.cyworld.com/)
2007/11/09 21:15 2007/11/09 21:15

네스티요나(Nastyona) - 아홉 가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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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발표한 EP 'Bye Bye My Sweety Honey'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밴드 '네스티요나(nastyona)'. 당시 이 EP로 당시 권위가 있다고 할만한 모 음반몰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을 만큼 이 밴드의 장래는 밝아보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정규앨범이라는 꽃을 곧바로 피우지 못하고, 멤버의 이탈과 활동 중단 등의 진통을 겪으면서 점점 리스너들의 기억에서 흐려져 갔습니다.

하지만 2007년 초부터 홍대 클럽가 반가운 이름을 보이면서 드디어 데뷔앨범 '아홉 가지 기분'을 발표합니다. 오랜 공백 끝에, 더구나 레이블을 옮기고 발표한 데뷔앨범을 열어보았을 때의 기분은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씬에 주력하는 이른바 '지각있는 몇몇 레이블'을 제외하고는, 언더그라운드 출신의 밴들이 대형 음반사를 통해 앨범이 발매되면 밴드 대부분이 고유의 색을 읽고 상업성이라는 미명 아래 그렇고 그런 밴드가 되어버려 왔으니까요.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을까요?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아홉 가지 기분'이라는 제목의 첫 곡은 intro 느낌의 연주곡으로 피아노과 현악이 어우러진 도입부는, 영화음악의 한 부분을 생각나게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에서 멋진 음악을 들려준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품들을 생각나더군요. '왜 아홉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13트랙이 담긴 이 앨범에서 가사를 가진 곡은 딱 '아홉 곡'이더군요.

이어지는 초반의 세 트랙은 이른바 '몰아치는 느낌'의 곡들인데, 제목부터 '그 기분'을 알 만하게 합니다. 첫 트랙 '아홉 가지 기분'이 서장에 불과했고, 본편의 시작을 알리는 '돌이킬 수 없는'의 힘찬 리듬은 '행진'을 연상시킵니다. 절망을 향한 위태롭고도 흥겨운 행진이라고 할까요? 이어지는 '바늘'은 '몰아침의 절정'에 있는 트랙으로, 한 소절 한 소절 주문을 외우는 듣한 보컬이나 바늘로 인형을 찔러 저주를 내린다는 가사는 다분히 주술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무대 위에서 마녀를 영상시킬 만한 밴드의 프런트 우먼 '요나'의 외모처럼 말이죠. 길고 절망적인 냄새를 풍기는 제목의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이야기'는 어두운 가사와는 다르게 두 박자의 리듬이 '폴카'나 '탭 댄스'를 연상시키는 아이러니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앞선 트랙들이 다분히 파괴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네번째 트랙 'Empty'부터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일렉트로니카를 연상시키는 연주와 후렴에서 요나의  담백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Empty'는 가사에서 제목처럼 공허가 느껴집니다. 일렉트로니카 혹은 트립합으로의 시도를 옅볼 수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밤'은 어쿠스틱풍의 곡으로, 파스텔뮤직 소속 어느 밴드의 곡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분위기는 '네스티요나'라고 하기에는 담백합니다. 하지만 요나의 여린 보컬과 함께하는 그 매력은 짙습니다. 어쿠스틱 스타일로 공연하는 네스티요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하네요.

'Tete'는 두번째 연주곡으로 '아홉 가지 기분'의 화려함과는 다른, 소박한 슬픔을 들려줍니다. 피아노 솔로에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슬픈 세레나데'를 연상시키고 앞선 '사라지지 않는 밤'과 이어지면서 앨범이 끝난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어지는 두 트랙에서 차분함은 역시 이어지지만 그 분위기는 또 달라, 크리스트교의 입장이라면 '이단적'이라고 하겠습니다. 'Judith'는 '클림트'의 그림으로도 유명한 여인, 바로 '유디트'를 영어로 써놓은 이름입니다. 속삭이면서 기도하는 듯한 보컬은, 바로 유디트의 이미지처럼, 경건하면서도 에로틱하다고 할까요. '쓸쓸하고 잔혹한 사랑의 노래'의 분위기라고 하겠습니다. '요단강' 또한 유디트와 마찬가지로 성경에서 볼 수있는 이름입니다. 일종으 '천국으로 건너가는 관문'으로 그리스 신화 속의 저승으로 인도하는 '스틱스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노래 속 화자에게는 '천국을 향한 길'이라기보다는 '괴로운 현실을 위한 탈출구'처럼 느껴집니다.

'To my grandfather'는 연주곡으로 EP 수록곡들을 잘 알고 있다면 재밌을 수도 있는 제목입니다. EP 수록곡 제목에서 Mom(mother), father, brother가 등장했었죠. 물론 그 곡들과는 전혀 다르고, 오직 피아노 솔로만으로 연주되는 뉴에이지풍의 트랙으로 자장가의 느낌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은 전혀 다른 시도와 분위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두 트랙으로 앞으로 이 밴드의 행보를 옅보게 하는 트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속에서'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밝은 곡이자, 역시 유일한 듀엣곡입니다. 이질적인 분위기가 거북하기도 하지만 제목과 재생시간에 주목합시다. 결국 그런 행복도 꿈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짧은 기분이겠죠. '잠들 때까지'는 째즈풍의 라운지로 제목처럼 몽롱하고 아늑한 느낌입니다. 나쁜 기억들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평온한 잠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포옹'은 심연같은 느낌의 마지막 트랙입니다. 요나가 들려주는 절망과 슬픔 등 나쁜 기분들, 그녀는 그 기분들과 결국 포옹하였나 봅니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겠죠.

이 앨범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파괴와 절망을 향한 비극의 찬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앨범 천체적으로 비극처럼 어둡고 쓸쓸한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장르의 곡들을 한 앨범 속에 적절하게 융화시켜 네스티요나만의 '한 흐름'으로 승화시켰기에 그 비극은 찬란합니다.

EP 시절에 보여준 거친 '네스티요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좀 부드러워지고 대중에 가까워진 이런 모습에 아쉬움이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EP에서의 거친 질감을 세련되게 다듬고, 거의 요나 중심이었던 힘의 배분도 밴드 전체로 나누고  영어가사를 탈피한 모습들을 환영하고 싶습니다. 바로 마지막 트랙의 제목처럼 더 많은 사람들과 포옹하기 위한 변화가 아니었을까요? 2007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앨범 '아홉 가지 기분', 별점은 4.5개입니다.

2007/10/21 03:26 2007/10/21 03:26

12 Songs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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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이번 컴필레이션은 파스텔뮤직의 공식적인 소개로는 2006년 초에 발매된 'Cracker : compilation for a bittersweet love story(이하 Cracker)'의 연장선 위에 있는 음반이랍니다. 엄연히 따지면 '공식적인 후속작'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기획의도나 내용물에서는 충분히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Cracker'와 마찬가지로 한 작가의 일러스트들과 함께한 음반이라는 점이과 사랑 이야기를 모았다는 점이 그 공통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앨범의 북클릿을 보면 함께한 작가 'Lemarr'의 그림이 낯설지 않은데, 바로 '파니핑크(Fanny Fink)'의 앨범에도 참여했더군요.


디지팩을 보면 연기가 자욱한 고층 빌딩 위로 거대한 남녀가 입맞춤을 하고 있고 그 뒤로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날고 있습니다. 이런 과장된 표현이 그 순간의 환희를 명료하게 느끼게 합니다. 디지팩 안쪽에 붙어있는 북클릿은 각 곡마다, 한 쪽면에는 일러스트를, 다른 면에는 가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먼저 그려졌는지 아니면 곡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꽤나 괜찮은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구요.


앨범의 문을 여는 첫 곡, '루싸이트 토끼'의 '봄봄봄'은 '눈을 감고 느끼는 따뜻한 봄의 햇살'같은 곡입니다. '루싸이트 토끼'는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파니핑크' 등과 더불어 '정통 파스텔풍(?)여성 삼인조 밴드로, 차분한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져 수줍은 고백과 봄의 나른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All Right'은 '박준혁'이라는 파스텔뮤직의 신예 뮤지션의 곡으로, Cracker에 참여했고 지금은 해체한 '푸른새벽'의 멤버였던, '한희정'이 참여했다는 점에 더 눈이 갑니다. 제목처럼 헤어짐이 지나가고 회복된 마음을 'All Right'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두 남녀 보컬이 들려주는 노래는 제목처럼 밝으지만, 그래서 좀 슬프게 들립니다. 빠쁜 건반 연주는 잊기위해 빠쁘게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 느낌입니다.


'꽃'은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곡으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이하 소규모)'의 이름이 featuring이 아닌 with로 붙어있는 만큼 이 밴드의 색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요조'의 새침한 보컬이 돋보이지만, 곡 자체는 '소규모'의 2집 '입술이 달빛'을 닮아있습니다. 가사에서 '너'를 표현하는 꽃, 바람, 봄 등은 단지 '너'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변할 너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시간이 흐르면 꽃이 지고, 바람이 그치고, 계절이 바뀌는 세상의 이치처럼요. 'MINHONG'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던 '소규모'의 리더 '김민홍'이 '요조'를 만나 '외도'에서 '확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할까요.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10월에 1집 발매 예정입니다.


'My Girl You Blush'로 참여한 'moi Caprice'는 덴마크 밴드입니다.. 보컬의 음성때문에 첫인상은 영국 'Suede'의 '브렛 앤더슨'이 떠올랐고, 댄서블한 복고풍도 'Suede'를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사도 재밌는데, 술이라도 마시고 고백하라는 독려의 가사는, 역시 댄서블한 음악을 들려주는, 'W(더블유)'의 곡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앞서 featuring으로도 참여한 '한희정'의 목소리는 그녀의 곡 '우리 처음 만난 날'에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의 기쁨을 노래한 이 곡은 '푸른새벽'의 우울함과 대비해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잘 음미하면 '우리 처음 만난 날'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그 날을 회상하는 노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앨범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네요.


'Sail on Heaven’s Seas'는 'Ben & Jason'이라는 남성 듀오의 곡입니다. 이 달콤한 곡은 우리에게 친근한 '데미언 라이스'나 '앨리엇 스미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가사는 어떤 비극을 노래하고 있는데, 화자의 경험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느낌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처럼 음침한 목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되지만, 이 듀오가 이미 해체했다고 하니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쉽네요.

‘모노리드’라는 신예 4인조 밴드가 부른 ‘스파티필름’은 예상외로 화초의 이름입니다. 가사는 숨어서 ‘미녀’를 지켜보는 ‘야수’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자조적인 곡의 분위기나 보컬의 느낌이 인기밴드 ‘넬’과 비슷합니다.


‘The Saviour’는 가성도, 진짜 목소리도 너무나 멋진 남자 ‘Maximilian Hecker’의 곡입니다. 가사에서 ‘Saviour’라는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구원자’를 잃은 절망감을 노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차분합니다. ‘소란’보다 ‘정적’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처럼, 체념하고 초탈한 마음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제목의 ‘Saviour’나 가사의 ‘Father’때문에 마지막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Yellow Train’은 오해를 살 수 있는 이름 ‘빅뱅’의 곡으로 ‘봄봄봄’을 들려준 ‘루싸이트 토끼’의 보컬 ‘조예진’이 참여했습니다. '노란 열차'를 타고 떠나는 아른한 봄여행같은 느낌으로, '조예진'의 목소리는 '봄봄봄'과는 또다른 느낌입니다.
 

긴 제목의 ‘For Once in Your Life Try to Fight for Something’은 앞서 한 곡을 들려주었던 ‘moi Caprice’의 곡입니다. 앞선 곡보다 차분한 이 곡은 '다가가지 못하고 바람보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치 다른 곡처럼 느껴지는 곡 마지막의 에필로그(?)도 인상적인데, 아마 '화자'는 '그녀'에게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손’은 ‘어른아이’의 곡으로 이 밴드의 여느 곡들보다 밝고 따듯한 느낌입니다. 맞잡은 손은 놓았지만, 그 온기는 남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고 할까요? 보컬도 좋지만 코러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물론 동일 인물이 불렀지만 코러스를 듣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소규모아카시아밴드'로 참여한 이 앨범의 마지막 곡 '너'와는 '꽃'과 비교하면 다른 느낌입니다. '꽃'이 소규모의 2집처럼 전통가요 노선이라면, '너'는 즐거움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했던 1집에 가깝습니다. 요즈음 1집 시절의 '소규모'가 그리워지는 참인데, '너'가 올해 말에 발매 예정인 3집의 수록곡이고 3집의 방향을 보여주는 곡이라면 기대해도 좋겠네요. 2집에서 시도했던 전통가요와 만남을 시도한 '소규모'는 '요조'가 합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은 ‘12 Songs about You’이지만,  CD플레이어에 넣으면 나타나는 트랙의 수는 13개입니다. 히든 트랙이 한 곡 있다는 얘기죠. 13의 부정적 느낌 때문에 ‘13 Songs about You’라고 조금 이상하게 들려 숨겨놓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정규 트랙에 참여한 밴드의 곡으로 역시 상당히 좋습니다.


컴필레이션이지만 Skip을 눌러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곡들이 많습니다. ‘Cracker’가 짤막한 ‘에피소드’같은 노래들을 담고 있다면, ‘12 Songs about You’는
 ‘Cracker’의 수록곡들이 이후에 나온 파스텔뮤직 소속 여러 뮤지션들의 정규음반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 컴필레이션도 앞으로 발매될 음반들의 'Sampler'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조 with 소규모', '소규모', '한희정' 등 기대되는 파스텔뮤직 음반들에 대한 기다림을 이 앨범으로 달래봅니다. '무슨 Sampler를 돈 주고 사나?'라는 의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수록곡 뿐만 아니라 디지팩과 북클릿의 디자인에도 세심함을 보여주는 이 앨범은 인디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소장가치가 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수록곡들의 강한 응집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그냥 듣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

2007/10/02 19:33 2007/10/02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