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블루 -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

2006년 1월에 발표된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이후, 제목처럼 잠들어 약 40개월만에 동면에서 깨어난 '미스티 블루(Misty Blue)'.

약 40개월만이지만, '미스티 블루'가 완전히 동면만 한 것은 아닙니다. 소속사인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들을 통해 '여름궁전', 'Slow days', '한 쪽 뺨으로 웃는 여자'같이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습니다. 또 'MBC 베스트극장'의 '동쪽 마녀의 첫번째 남자'의 배경음악에도 참여했구요. 그 동안 밴드에도 변화가 생겨서  원래 3인조 였지만, 기타리스트가 탈퇴하고 2인조를 유지하고 있지요. 미스티 블루의 멜로디메이커 '최경훈'은 2008년에 '벨 에포크(Belle Epoque)'라는 미스티 블루의 쌍둥이 여동생쯤 되는 팀을 결성해 앨범도 발표했지요.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라는 긴 제목은 지난 앨범, EP와 마찬가지로 여전합니다. 너무나 이쁜 앨범 커버 역시 '김지윤' 작가의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어요. 또 얼굴을 가리고 있지요. 언제나 소녀는 부끄러움이 가득합니다. 'controller'가 아니고 'Con.Troller'입니다. 'con'은 사전을 찾아보면 '반대하여'라는 뜻을 갖고 있네요. 'troller'는 사전에 없지만 'troll'은 '명랑하게 노래하다'라는 뜻이 있구요. '명랑한 노래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스티 블루의 노래 가운데 명랑한 노래는 별로 없었잖아요. 이제, 가장 중요한 수록곡을 둘러보죠.

intro라고 할 수 있는 '04:07:02'는 알쏭달쏭의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시간일지도 모르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컷의 번호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거리 넘어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갑자기 클로즈 업되고 또각거리는 구두는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갑니다.

'봄'과 떼어놓기 힘든 '왈츠',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는 똑딱 똑딱 돌아가는 시계가 아니라 '쿵작짝 쿵작짝' 느리게 흐르는 시계입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는 꼭 '햇살 좋은 날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잎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오프닝 테마같은 느낌입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이 곡의 제목이겠구요.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보컬 '은수'의 노래는 감정기복이 없기에 허전함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가장 잔인한 '4월','4월의 후유증'은 큰 일교차때문에 감기 걸리기 쉬운 4월처럼 변덕스럽습니다. 투명한 느낌의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는 '미스티 블루표'라고 알려줍니다. '이진우'라는 남자 보컬이 참여했는데 그 건조함은 촉촉하지 않은 은수의 목소리가 생기 넘치게 들리게 할 정도입니다. 건조한 명사와 동사의 나열은 결코 문장이 될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될 수 없어요. 진실한 관계나 추억이 될 수 없지요. 4월의 후유증은 어쩌면 4월의 그 건조함을 닮아서 건조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증상일지도 모르겠네요.

'봄'과 '4월', 역시 계절과 달력에 민감한 미스티 블루랍니다.

'여름궁전'이나 '화요일의 실루엣'처럼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제목, '하늘 그네'는 그리움에 대해 노래합니다. 기타 초보처럼 막 치는 느낌의 기타 연주로 시작하여 차오르는 감정처럼 풍성해지는 연주가 이 곡의 심상을 대변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보컬의 기교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미스티 블루의 감정 표현법'일지도 모르죠.  몸도 마음도 이만큼 커져서, 진심보다는 이해타산이 앞서서 마음보다는 머리가 앞서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겠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지면 결국 땅으로 돌아오는 그네처럼, 좇아도 좇아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처럼 기억은 언제나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추억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도쿄(Tokyo)'가 아니에요. 하지만 '동경 센티멘탈 클럽'은 일본 순정 만화 제목같습니다. 그리고 순정 만화처럼 미스티 블루다운 '파스텔톤 소녀의 감수성'을 노래합니다. 소녀들의 비밀스런 대화같은 곡입니다.

독특한 제목의 '향기 알리섬'은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활기차고 밝습니다. '향기 알리섬'은 사실 꽃의 이름이고 꽃말이 '뛰어난 아름다움'이기에 그렇게나 밝은가 봅니다. 가사에 나오는 'Shirley Valentine'은 영화의 제목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지난 EP에서 노래한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을 이제는 배웠나봅니다. 미스티 블루 속의 소녀도 이제는 어엿한 숙녀가 되려나봅니다.

앨범의 부제인 '봄의 언어'는 아쉽게도 마지막 곡입니다. 계절이 변하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봄이 지나면 봄의 언어는 쓸 수 없겠죠. 봄의 언어는 끝나지만 이 EP의 제목 '1/4 Sentimental Con.Troller'에는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이번 EP는 큰 퍼즐의 1/4일뿐이고 나머지 3/4도 만나볼 수 있답니다. 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4장의 연작 EP가 계획되어 '봄의 언어'가 첫번째 작품으로 앞으로 세 장의 EP가 남았다는 즐거운 이야기죠.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고, 꼭 줄줄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컴필레이션에만 수록되었던 곡들도 수록되길 바랬었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습니다. 혹시 '여름궁전'은 다음 EP에는 수록되려나요? 다음 EP들의 제목도 '언어 시리즈(여름의 언어...)'는 아니겠죠? 개인적으로는 '여름의 우울'을 예상해봅니다. 그럼 여름 EP에서 만나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5/14 01:05 2009/05/14 01:05

Swinging Popsicle - Go on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에서 날아온 삼인조 'Swinging Popsicle'의 'Go on'.

Swinging Popsicle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평소 자주 들르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 어떤 곡을 듣게 된 후였습니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약간은 어설픈 느낌의 영어 보컬이 어우러져 흥겨운 배경음악은 바로 제 귀를 사로 잡았죠. 그 곡의 제목은 사운드와 너무 잘 어울리는 'Chocolate Soul Music'이었습니다.
 
'Swinging Popsicle'은 보컬에 '미네코 후지시마', 기타에 '오사무 시마다', 베이스에 '히로노부 히라타'로 라인업을 이룬 삼인조 밴드입니다. 1995년에 신문광고를 통해서 서로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고 하니, 10년이 넘은 장수 밴드인 셈이죠. 가사는 노래를 부르는 '미네코'가 주로 쓰고 작곡은 거의 전부 '시마다'와 '히라타'가 각각 하는 듯한데, 이런 분업은 (아쉽게도 얼마전에 보컬 '지선'이 탈퇴한) '러브홀릭'을 떠올리게 합니다. 러브홀릭도 작곡을 각각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하는 '강현민'과 '이재학'이 나뉘어 했으니까요. 10년 넘게 한 밴드에 함께했지만, '시마다'와 '히라타' 두 사람이 작곡한 곡들에는 각자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개성에 따라 앨범 'Go on'의 트랙들을 두 가지 분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시마다의 곡들은 주로 일렉트로니카와 접목한 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히라타의 곡들은 밴드 사운드에 기반한 팝-락에 가깝습니다.

이 밴드의 기존 인기곡들과는 다르게, 청량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앨범을 시작하는 'Rainbounds'는 앨범의 타이틀 곡인 'Chocolate Soul Music'과 더불어 시마다가 지향하는 방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クラッシュ'은 역시 시마다의 곡으로 일렉트로니카와 거리가 있지만, 히라타의 곡들과는 다른 느낌의 곡입니다.

반면 세 번째 트랙'Stay By My Side'는 히라타가 지향하는 방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안정적인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편안하고 서정적인 팝을 들려줍니다. 사랑스러운 가사 역시 '팝다움'이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를 통해 미리 공개되었던 '哀しい調べ(Sad Melody)'는 제목처럼 앨범에서 가장 슬픈 곡이고, 이어지는 'フレンザゲイン'은 가볍고 경쾌한 연주와는 달리, 방향을 알 수 없는 청춘의 단편을 가사에 담고 있는 곡입니다. 두 곡 역시 그의 스타일이 녹아있습니다.

스타일리쉬한 'Chocolate Soul Music'은 데뷔 10년이 넘는 밴드의 곡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신선함을 자랑합니다. 댄서블한 사운드는 시부야계의 곡들과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구요. 아기자기하고 깜짝한 사운드의 'Nothing's Gonna Changes My World'는 시마다의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마다의 두 곡이 지나고 다시 히라타의 두 곡이 이어지는데, '?像とノイズ'은 누렇게 변할 정도로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찾은 추억의 흑백사진 같은 이미지로 들립니다.  'I Will Ж My Will'은 흩날리는 가을 바람처럼 쓸쓸함으로 충만한 곡입니다. 감정을 흔드는 바이올린 연주와 코러스는 담담하고 메마른 보컬에 처량함을 더해줍니다. 후렴구에는 애끊는 감정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Chocolate Soul Music'이 사마다의 타이틀 곡이었다면, 저는 이곡의 히라타의 타이틀 곡이라고 하고 싶네요.

마지막은 시마다의 두 곡으로 마치게됩니다. '雨音~I wish you were here~'는 '빗소리'라는 제목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의 전자음으로 시작합니다. 비 갠 뒤 화장한 날씨처럼 밝은 목소리지만, 가사는 혼자 걷는 비 속에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 'Go on'은 제목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긴, 7분여에 이르는 트랙입니다.

서로 다른 음악색을 지향하는 시마다와 히라타이지만 두  사람의 곡들은 이 한 장의 앨범 안에서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Swinging Popsicle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조화의 중심에는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노래하는 '미네코'의 탁월한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으라 생각됩니다. 밴드 결성 10년이 넘었지만, 세월에 마모되지 않고 진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Swinging Popsicle, 앞으로도 기대해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5/10 03:45 2009/05/10 03:45

네스티요나(Nastyona) - Another Secret

EP부터 1집이 나오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2집까지는 약 1년 반만으로 단축한 네스티요나(Nastyona)의 새앨범 'Another Secret'.

2007년 발매된 데뷔앨범 '아홉 가지 기분'은 분명 그 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였지만 대중의 관심이나 한국대중음악상 등의 수상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인디씬에서 '네스티요나'만큼 확신한 밴드만의 색을 갖고 꾸준히 활동하는 밴드가 드물다는 점입니다. 전작 '아홉 가지 기분'이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주었기에, 기대보다 빨리 발매된 2집은 의문이 앞섰습니다. 인디씬의 밴드가 어느 정도 유명한 소속사를 잡고 빠르게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 밴드만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까요.

첫 곡은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intro 'Another Secret'입니다.전작과 마찬가지로 intro이지만 약 2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네스티요나'만의 색깔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밴드 사운드와 피아노(키보드)가 어우러진 '네스티요나표 사운드'의 적절한 맛보기입니다.

천연덕스러운 '요나'의 보컬이 반가운 'Rumor'는 어께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댄서블한 베이스 연주가 두드러지는 트랙입니다. 가사는 세상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도는 나만 모르는 나의 이야기'같은 가사는 작금의 사태, 연예인들과 관련된 각종 소문과 잇단 연예인들의 자살을 생각하게합니다. 그럼에도 베이스와 드럼, 리듬파트의 활약으로 노래는 흥겹기만 합니다. '아하이아하'를 외치는 요나의 보컬은 너무나 육감적이구요. 모두가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 바로 Rumor겠죠.

'폭설'은 타이틀 곡답게 요나의 주무기, 멜로디를 만들어가는 키보드 연주가 두드러지는 트랙입니다. '폭설', 제목 그대로 많은 눈을 의미하겠지만, 한 번 꼬아서 생각하면 '폭설'의 '설'자가 '눈 설(雪)'이 아닌 '말씀 설(說)'로 중의적인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씀 설'이라면 '난폭한 말, 폭언'과 같은 의미이고 가사가 상당히 역설적으로 들립니다. '그토록 보고 싶던 니가 내게 내려와'는 마지막 말들에 대한 상처를 역설적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폭설'로 부드러워졌던 분위기는 강하게 몰아부치는 '티격'으로 긴장감이 가득 차오릅니다. '티격'의 사전적 의미처럼 보컬과 악기들이 다툴 기세로 몰아부치면서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네스티요나 사운드의 중심이 되는 베이스와 드럼이 이 곡에서 더욱 두드러져서 농밀한 긴장감을 연출합니다. '너도 나처럼'은 앨범 타이틀처럼 비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느슨했던 압박의 농도는 곡이 진행되면서 점점 짙어집니다. 무거운 베이스 연주는 압박을 주도합니다. 'I do'는 그루비하고 트랜디하면서도 네스티요나다운 어두움은 여전합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Boy Meets Girl'은 연주곡 성격의 트랙으로 제목처럼 네스티요나답지 쾌활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요나의 목소리에는 소년들을 기다리는 마녀처럼 음흉한 구석이 있습니다.

'불가능한 작전'은 밴드 'Marilyn Manson'의 앨범 'Mechanical Animals'를 떠오르게 하는 트랙입니다. 퇴폐적인 보컬과 흥겨운 리듬 라인을 동시에 갖춘 면에서 말이죠. 'My September'는 의문스러운 키보드 연주로 시작하는 한 편의 스릴러물 같습니다. 흐느끼면서도 섬뜩한 '야옹'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역시 섬뜩한 가사로 끝나며 반전을 완성시킵니다. '내 곁에 있어줘'는 투명한 기타 연주와 함께하는, 퇴폐와 음침을 겉어낸 '네스티요나표 발라드'입니다.

이어지는 세 트랙은 밤의 이미지입니다. '묘아(Another Vesion)'는 원래 컴필레이션 '고양이 이야기'에 실렸던 곡으로 믹싱이 달라졌나 봅니다. 원래 버전이 '안개 속의 신비한 고양이'같은 느낌이라면 이번 버전은 '어둠 속의 거친 도둑 고양이'같은 느낌입니다. '불면증'은 잠을 방해하는, 머릿 속을 행진하는듯한 리듬라인이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별, 열일곱의 너에게'는 보컬이 들어가는 마지막 곡답게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너에게'라고 했지만 가사는 어쩐지 요나가 과거의 열일곱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같습니다. 드럼을 대신한 퍼커션이 서글픈 마음을 토닥여줍니다.

'폭설(piano version)'은 '폭설'을 피아노로만 연주한 outro 성격의 트랙입니다. 연주는 잔잔하면서도 가슴 한 켠을 울립니다.

전작의 자켓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그림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자켓는 물방울이 수면으로 떨어지는 그림입니다. 'Another Secret', '또 다른 비밀'이라는 제목처럼 확연히 전작 '아홉 가지 기분'의 연장선 위에 있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전작에 실리지 못한 곡을 모은 앨범이 아닌 '소포모어 징크스'의 우려는 불식시킬 완성도의 트랙들이 즐비합니다. 네스티요나처럼 밴드만의 색을 유지하는 밴드도 드물지만 높은 퀼리티의 음악을 유지하는 밴드는 더욱 드뭅니다. 이 정도면  지난 앨범에 이어 '연타석 만루홈런'이라고 하고 싶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연타석 만루홈런에도 패색이 짙은 게임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밴드들이 대중의 관심과 합당한 대우를 받기에 한국의 음악시장은 너무 피폐해져 있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5/04 17:30 2009/05/04 17:30

오지은 - 지은 (2집)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지은'으로 데뷔했지만, 거대 기획사에 밀려 '오지은'으로 활동하는 그녀의 두 번 째 앨범 '지은'.

앨범 타이틀이 1집과 마찬가지로 '지은'입니다. 이것도 그녀만의 identity라고 해야할까요? 앨범 자켓도 역시 본인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난 '지은'과는 다르게 이번 '지은'은 컬러에 화사한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뇌쇄적인 느낌까지 듭니다. 그렇기에 같은 '지은'이지만 다른 '지은'입니다. 앨범 수록곡들의 방향에 대한 '복선'이랄까요? 야심차게(?) 전작과 같은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2집을 살펴보죠.

'그대'는 앨범의 첫 곡이지만 마지막 곡이라고 해도 어울릴 분위기의 곡입니다. '그대'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그대'의 반복에서는 그리움과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 절절함 때문에 가사에는 표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 곡이 기쁜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슬픈 이별의 노래로 들립니다. 1집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에서 선보였던 곡으로 그 연장선에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기에 1집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역시 어필할 법합니다. '말주변'과 '요령'이 없는 '그대'가 그녀에게 한 '그런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진공의 밤'의 두드러지는 베이스와 드럼 연주의 어둡고 무거운, 퇴폐적인 분위기는 '오지은'이 아닌 '네스티요나'에게서나 들을 법한 곡입니다. 숨막히는 스릴러 영화같은 분위기는 그녀의 또 다른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약', '자빠트리면' 이런 묘한 상상을 하게 하는 단어들은 이 곡을 더 위험하게 합니다.

긴 제목의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는 경쾌한 분위기의 모던락 넘버입니다. 전작의 '부끄러워'에 연장선에 있는 분위기로 제목만으로는 다음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 니고'와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실제로도 두 곡은 많이 다른 분위기이지만 가사를 살펴봐도 역시나 한 쌍 같습니다. '요즘 가끔 드는 생각'과 '잊으려했던 진실'은 바로 다음 곡을 연상시킵니다. 영화 '순정만화'의 수록곡 '이게 바로  사랑일까'까지 생각한다면 '사랑'에 관한 3색의 3부작이라고 하고 싶네요.

앨범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섬뜩한 사랑의 진실에 대해 노래합니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다는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발상을 뒤지는 충격적인 가사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가사와 더불어 짙은 호소력의 목소리는 이 곡의 흡인력을 절정에 다르게 합니다.

"세상에 유일하게 영원한 건 영원이란 단어밖에 없다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기 힘든 진실은 이 곡의 '잔인한 미덕'입니다. 풍성한 연주는 귀를 더욱 즐겁게 합니다. 무대에서 이 곡을 통해 본격적인 락커로서 보여줄 그녀의 모습이 기대가 되네요.

'인생론'과 '웨딩송'은 그녀의 어떤 인터뷰처럼 정말 멋대로 만들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곡입니다. '인생론'의 코믹스러운 보컬과 솔직한 가사는 앞선 트랙들에서 쌓아놓은 그녀의 분위기를 와르르 무너뜨립니다. '웨딩송'은 그 바톤을 이어받아 듣는 사람이 얼굴 빨개질 정도로 솔직한 가사를 들려줍니다. 또 그런 점들은 두 곡을 J-pop처럼 느껴지게도 합니다. 전작의 '그냥 그런 거에요'에 연장선에 있는 분위기의 '당신을 향한 나의 작은 사랑은'을 듣고 있으면 그 여유로움에 빠져듭니다. 수평선 넘어 노을이 펼쳐진 해변에 서서 우크렐레 선율에 맞춰 '훌라 춤'이라도 느릿느릿 춰야할 분위기입니다.

앨범의 '화려한 그래서 낮선(?) 전반부'와는 다른 분위기의 '익숙한 후반부'를 시작하는, '푸름'은 엄숙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합니다. 곡 전체를 지배하는 엄숙한 분위기는 다른 트랙들과는 이질적이며, 피아노와 현악은 흑백영화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제가사는 꼭 한 편의 시조를 듣고 있는 기분입니다. 제목은 '푸름'이지만 듣고 있으면 '주름'이 생길 법도 합니다. '잊었지 뭐야'는 몽롱한 기억같은 몽환적인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후반부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고 이 곡도 마찬가지로, 이별 후에 깨닳음에 대해 노래합니다. 곡 분위기는 마지막 곡 같지만 아직 네 곡이나 더 남아 있습니다.

'익숙한 새벽 3시'는 이별의 후유증을 노래합니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막연한 누군가가 무작정 그리운 새벽 3시의 감정들은, 아픈 이별들 겪어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법합니다. '두려워'는 기억에 대한 두려움을 노래합니다. 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기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기억의 상처 때문에 사람은 복잡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는 더 복잡한가 봅니다. 앨범 전반부가 서로 다른 개성의 곡들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면, 잔잔한 후반부는 이 곡에서 클라이막스를 들려줍니다.

'차가운 여름밤'은 앨범의 공식적인 마지막 곡으로 전작의 '작은 방'같은 분위기입니다. 보컬과 연주를 한 번에 녹음했는지, 라이브를 같은 거친 느낌이 앞의 12트랙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7분에 이르는 긴 트랙인데도 결코 길지 않게 느껴집니다. 보너스 트랙 '작은 자유'는 앞선 사랑 이야기들의 잔잔한 에필로그같은 곡입니다. 아픔, 두려움, 고통 모두 사라지고 모난 마음이 둥근 조약돌이 되어 평온을 바라는 마음은, 아직 너무 멀리있지만 더 큰 사랑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분한 기타 연주는 그 평온함을 더 견고하게 합니다. 마지막 허밍에서 마음의 평온과 여유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소속사가 생기고 좀 더 넉넉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앨범이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지난 앨범에 비해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지난 '지은'의 성공 덕분인지 이번 '지은'에서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뭔가 목표 의식에 사로잡혀 결과물이 조금 아쉬웠던 전작과는 달리, 어깨에 힘은 빠졌지만 좀 더 자신있는 목소리는, 좀 더 '지은답게' 들립니다. 더 멋진 지은이 되어 돌아온 '지은',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5/01 15:03 2009/05/01 15:03

박지윤 - 꽃, 다시 첫번째

6년 만에 돌아온 그녀, 박지윤의 일곱 번째 앨범 '꽃, 다시 첫번째'

저와 동갑이고 제 10대의 아이돌이었던 그녀, 제 나이를 생각하니 상당히 많네요. 그 동안 무얼하며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앨범의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다시 첫번째'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겠죠?

잡음과 함께 조근조근 들려오는 목소리의 '안녕'은 이어지는 '봄, 여름 그 사이'의 intro 성격의 트랙입니다. '봄, 여름 그 사이', 박지윤의 자작곡으로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제목처럼 봄과 여름의 사이, 아마도 만물이 살아숨쉬는 오뉴월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조로운 단어들의 나열로 감정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경쾌한 기타와는 담담히 읊조리는 목소리와는 달리 바이올린만이 그 서글픈 감정을 은은히 들려줍니다. 마지막 '안녕'은 너무나 태연합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용린이 작사 작곡한 '바래진 기억에'는 앞선 '봄, 여름 그 사이'의 철저한 감정의 절제와는 상반되는 곡입니다. 현악 세션은 '타이틀곡의 기본'이고, '과잉'까지 치닿지 않는 감정 표현은 인디씬에서 나온 곡다운 '미덕'입니다.

'4월 16일'은 밴드 'Nell'의 보컬 '김종완'이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요. 잔인하다는 4월, 그 중간의 16일이 이 곡의 제목입니다. Nell의 감수성서첨 가사는 매우 쓸쓸합니다. 하지만, '쿵작짝'의 세 박자로 진행되는 멜로디는 이런 가사와 곡의 심상과는 다르게 나아갑니다. 가사 및 목소리는 슬픈 빛을 내지만 멜로디는 너무나 찬란한 밝은 빛을 낸다고 할까요? 세박자로 진행되는 멜로디는 바로 '봄'과 어울리는 '왈츠'을 떠올리게 합니다. 왈츠의 기쁨 속에서 그 슬픔은 더욱 빛이나게 됩니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 찬란한 슬픔의 봄, 잔인한 4월에 느껴지는 아픈 이별의 감정들을 이보다 더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을런지요.

'그대는 나무같아'는 박지윤의 자작곡으로 화창한 날의 산책같은 잔잔한 분위기입니다. 박지윤의 자작곡들은 모두 잔잔하며 묘사적인 분위기로 한 장의 사진을 연상시킵니다.이어지는 '잠꼬대'는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작사로 참여한 곡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는 랩으로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느낌입니다. 맑은 정신으로 차마 할 수 없었던 말들, 술에 취한 진심들은 아프기만 합니다. '봄눈'은 옛 연인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상황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작사 작곡은 '루시드 폴'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어쿠스틱 기타 연주만 노래와 함께 한다고 해도 잔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될 법합니다.

'돌아오면 돼'는 기승전결이 뚜렸한, 가장 '가요다운' 곡입니다. 이 곡의 작곡가 '비'와 'GOD'를 위해 여러 곡을 작곡한 경력이 있네요. 마지막 곡 '괜찮아요'는 첫 곡과 마찬가지로 박지윤의 자작곡이고 이별 노래입니다. 첫 트랙이 '안녕'이었는데 '괜찮아요'와는, 마치 '마지막(이별) 두 마디'처럼 닿아있는 느낌입니다.

실력파 뮤지션들과 조우하여 상당한 수준의 곡들을 여럿 들려주고, 자작곡의 비율 및 그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박지윤의 discography에서 전환점이 될 만한 앨범입니다. intro 성격의 '안녕'과 히든 트랙을 제외하면 8곡 밖에 되는 않는 점은 온라인 음원이 아닌 CD를 구입하는 팬들에게는 이 앨범이 반가우면서도 분명 아쉬운 점이 될 것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4/26 19:41 2009/04/26 19:41

Epitone Project - 긴 여행의 시작

파스텔뮤직의 신예이자 차세대 병기(?)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 '긴 여행의 시작'.

파스텔뮤직은 2007년 말에 발매된 5주년 기념 앨범 'We will be together'를 통해 'Sentimental Scenery(이하 SS)알렸다면, 2008년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을 통해 'Epitone Project(에피톤 프로젝트 ; 이하 에피톤)'의 합류를 알렸습니다. '사랑의 단상'의 리뷰에서와 마찬가지로 SS와 에피톤을 동시에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두 뮤지션이 바로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5년을 이끌어나갈 주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느낌의 피아노와 퍼커션 연주와 시작하는 '긴 여행의 시작'은 제목 그대로 '앨범'이라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입니다. 도입부가 길어서 연주곡이겠거니 하고 듣다가 보컬이 등장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여행의 준비와 마음가짐을 노래하는 가사는 나름대로 비장합니다. 자, 여행의 준비는 되셨나요?

이 앨범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눈을 뜨면'은 '토이(유희열)'를 연상시키는 트랙입니다. 거의 모두 '다'로 끝나는 어체는 이별 앞에 담담하려는, '입술 꼭 다문 굳은 의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베어나는 슬픔을 들려주는 감수성은, 감정이 분출하다 못해 과잉하는 2000년대가 아닌, 분명 90년대의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뉴웨이브를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차마 뜰 수 없어 꼭 감은 눈'과 '눈물에 젖어가는 베갯잇'은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읽었던 연애소설의 향수로 이끕니다.

그리고 '눈'과 '모습'을 통해 이별의 모순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눈을 뜨면 네 모습 사라질까봐
두 번 다시 넬 볼 수 없게 될까봐
희미하게 내 이름 부르는 너의 목소리
끝이 날까 무서워서 나 눈을 계속 감아"

꿈 속에서는 꿈이 깰까 눈을 뜨지 못하고 '너'의 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그리움에 사무쳤기에 꿈에서라도 나타난 것일까요? 가장 보고 싶은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사라질까봐 볼 수 없다는 상황의 모순은 어찌해야 할까요? 점점 멀어지는 모습, 언제까지라도 담아두고 싶은 모습이지만, 사라져가는 그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눈물로 흐려지는 눈을 감아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찌해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는 연주곡으로 앞선 두 트랙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에피톤의 다양한 색깔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어지는 '그대는 어디에'는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한희정'의 참여로 더욱 빛나는 트랙입니다. 이별을 고하는 가사

"눈물은 보이지 말길
그저 웃으며 작게 안녕이라고
멋있게 영화처럼 담담히
우리도 그렇게 끝내자"

는 정말 '영화처럼', 영화 '봄날은 간다'를 떠오르게 합니다. 가사는 '눈을 뜨면'과 시리즈물(?) 정도되는 느낌으로 '눈을 뜨면'의 앞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한희정의 목소리는 synth와 어우러져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회상을 꿈결처럼 그려냅니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는 '가장 좋았던 순간'을 한 장의 사진 처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따뜻한 '봄날', 만개(滿開)한 '벚꽃'길을 가장 사랑하는 '너'와 함께 걷는 모습은 아마도 지상의 낙원이겠죠. 하지만, 역시 아마도 추억이라는 앨범 속의 사진 한 장이 되겠지만요. '잡음'은 제목 그대로 잡음으로 시작합니다. 연달아 등장하는 피아노와 비트박스는 '혼돈'을 연상시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기억과 감정의 혼돈'이라고 해야할까요?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역시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을 통해 이미 발표된 트랙입니다. 아른한 타루의 코러스를 듣고 있으면 궁금해집니다. 이 노래의 주인공들은 또 왜 헤어져야 했을까요? 걱정하는 마음, 그 마지막 배려는 정말 배려일까요? 아니면 자신을 위한 위로일까요? '희망고문',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또 다른 트랙으로,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은 절망보다 아픔을 생각하게 합니다.

'꿈에 네가 보인다'는 그 세련된 도시적 느낌이 어느 곡보다도 '윤상'을 떠올리게 하는 트랙입니다. 피아노와 synth와 전자음들의 청명한, 감성적 조화는 '뮤지션 에피톤'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해보게 합니다. '간격은 허물어졌다'는 피아노 연주만으로 진행되는 뉴에이지풍의 트랙입니다. 이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밝고 희망적인, 한 편의 동화가 생각날 법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앞선 트랙의 맑은 느낌의 피아노 연주와는 달리 '편린일지라도,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긴 제목의 연주곡은 무거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기억들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 험하고 고독하기만 합니다. 그 여행 끝에 기다리는 것은 과연 어떤 기억들일지요? 마지막 '환절기'는 '간격은 허물어졌다'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만 함께합니다. 마지막 트랙답게 느껴지는 평온함, 긴 여행 끝에 결국 마음의 평화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없듯, 사람 마음의 변화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였을까요?

피아노같은 멜로디가 강한 건반악기를 기초로 한 소리와 절제가 담겨있는 서정성의 조화는 분명 요즘의 감수성보다는 '토이'와 '윤상'이 활발히 활동했던 90년대의 감수성을 닮아있습니다. 그리고 90년 대에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그 시절 감수성을 기억하는 저에게는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하지만 에피톤은 그 시절의 향수에만 머물지 않고, 에피톤만의 감수성을 구축해 가야할 것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보는 듯한 앨범 '긴 여행의 시작',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4/05 22:27 2009/04/05 22:27

Sentimental Scenery - Harp Song & Sentimentalism

'파스텔뮤직'의 새시대를 이끌어갈 'Sentimental Scenery(이하 SS)'의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발표하는 첫 앨범 'Harp Song & Sentimentalism'.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SS'가 'Harp Song & Sentimentalism'를 발표했습니다. 제목처럼 모음집 성격의 앨범입니다. 'Harp Song'은 파스텔뮤직을 통해 발매한 첫 싱글이었고, 'Sentimentalism'은 국내에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되었던 그의 1집 앨범이었으니까요. 어찌보면 'Humming Urban Stereo(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1집 'Very Very Nice! & Short Cake'와 비슷한 컨셉이네요. 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곡들이 위주인 허밍과 달리 SS의 곡들은 진중함이 강합니다.

첫곡 'Harp Song'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앨범 발매전 싱글로 선공개된 곡으로 제목처럼 하프 연주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맑게 울리는 하프 소리는 생동감을, 키보드는 진취적 느낌을 더하고 멋진 SS의 보컬은 자신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Miss you'는 SS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타루'의 미니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타루 버전과 비교하면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타루 버전의 가사로 따라부르는 엉뚱한 재미도 있구요. 타루 버전과 더불어 '커플 배경음악'

'Rebirth'는 온라인 싱글 'Birth'를 재편곡한 곡으로 뉴웨이브를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인상적입 트랙입니다. 역시나 제목만큼이나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앞의 두 곡이 빠진다면 이 곡이 오프닝이 되지 않을까요? 'Harp Song' 파트가 끝나고  'Sentimentalism' 파트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까요? 앞선 두 트랙이 일렉트로니카에 가깝다면, Rebirth는 일렉트로니카에서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니까요.

'Oriental Snow'은 동양적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인 트랙으로, 개인적으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SS식 해석(?)'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비트는 조화는 SS가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 아닌, 뉴에이지 음악을 바탕으로 한 크로스오버 뮤지션에 가깝다는 생각을 다시 들게 하네요. 은빛 눈발이 날리는 멋진 야경을 상상해 보세요.

'Where Does Love Go'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의 '시원한 질주'와 효과음이 재밌는 트랙입니다. SS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알듯말듯 행방을 알 수 없이 빠르게도 지나쳐가는 사랑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그 답은 아무도 알 수 없겠죠. 모든 사람의 사랑이 다 다르듯, 모든 사랑은 다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 않을런지. 그렇기에 이 곡은 '꺄우뚱'으로 가득합니다.

'L.N.F'는 앞선 트랙과 더불어 크로스오버의 향기가 짙은 이 앨범에서, 그나마 일렉트로니카에 충실한 트랙이 아닐까 합니다.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Love aNd Farewell'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시작과 끝이 땔 수 없듯이, L.N.F도 그러하니까요.

'Close to Me'는,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True Romance'만큼이나, 준수한 SS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역시 어쿠스틱 기타 연주 위로 펼쳐지는 노래를 들으면, 언젠가 에그쉐이크를 흔들며 노래하는 SS의 어쿠스틱 공연을 볼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네요.

'Sentimental Scene'는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있는 트랙입니다. 도입부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90년대 갱스터 음악을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피아노 연주는 제목만큼이나 감성적이고 서정적입니다. 제목부터 SS의 타이틀 곡(?)이니 당연한 것일까요? SS의 음악적 방향을 이 한 곡으로 엿보는 기분입니다. 이 곡에 가득한 낭만적인 기운은, 당초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제목을 'Sentimentalism'이 아니라 'Romancitism'으로 지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한탄(?)까지 듭니다.

'Solitude'는 앞선 SS의 주제가(?)때문에 상대적으로 귀에 덜 들어오지만 역시 좋은 트랙입니다. 클라이막스의 몰아치는 느낌은 제목처럼 고독을 표현하기에 적절하지 않나합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고독한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있기에, 그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에 고독이라는 고통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Lunar Eclipse'도 이 앨범의 킬링 트랙 중 하나입니다. 동양적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진해행되는 '월식(月蝕)'의 현장으로 이동합니다. 달이 완전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을까요? 가려진 달은 가려진 소망만큼이나 울쩍한 감상에 빠져들게 합니다.

'AM 11:11', 이 트랙 또한 매력 작렬의 트랙입니다. 오전 11시 11분, 평일이라면 도심 한 가운데는 한산할 시간이겠지만, 주말이라면 참으로 낭만적(?)인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늦잠에서 눈을 깰 시간 아닐까요? 잠자리에서 나와 브런치를 준비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 즐거워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 그렇겠죠?

'Time after Time', 앨범에서 가장 'sentimental'한, 완전한 어쿠스틱 트랙입니다. 매일 낮과 매일 밤을 그리워 한다는 가사는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와닿습니다.

마지막은 'Falling in Love'로 제목부터 강한 여운이 남습니다. 여기까지 SS의 음악을 여행하면서 SS와 사랑에 빠지지 않으셨는지? SS의 행보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행보를 정리하는 의미의 스페셜 앨범이지만 속은 꽉차있습니다.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컴필레이션에서 SS의 'True Romance'를 들었을 때의 첫인상은 이렜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5년을 이끌어나갈 하나의 기둥'. 별점은 5개입니다.

2009/03/19 23:00 2009/03/19 23:00

캐스커(Casker) - Polyester Heart

파스텔뮤직으로의 이적 후 정식으로 인사하는 '캐스커(Casker)'의 2년만의 정규 앨범 'Polyester Heart'.

사실 '캐스커'가 '파스텔뮤직'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주로 말랑말랑하고 정말 파스텔 톤의 음악을 추구하는 파스텔뮤직에 한국 일렉트로니카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있는 '캐스커'가 합류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거든요. 물론 파스텔뮤직에도 'Humming Urban Stereo'같은 비슷한 계열의 뮤지션이 있었지만, Humming Urban Stereo가 들려주는 말랑말랑함은 파스텔뮤직의 이미지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캐스커의 음악들은 좀더 성인의 취향(?)에 가깝고 좀더 세련된 이미지이니까요.

하지만 몇몇 컴필레이션 및 프로듀싱, 피쳐링 등으로 파스텔뮤직의 앨범들에 참여하면서 의외로 파스텔뮤직과 '코드의 일치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렇게 'Polyester Heart'로 등장했습니다.

'점멸하는 등'과 '흐느낌'의 intro '역광'에 이어지는 '빛의 시간'은 오랜 갈증을 날려버릴 만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흩날리는 듯한 융진의 보컬은 서로 융화되지 못하고 서로를 산란시킨 두 사람의 빛을 안타깝게 들려줍니다.

'You'가 캐스커다운 도시적 느낌의 세련됨이 살아있는 트랙이라면 이어지는 '칫솔'은 많이 다른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칫솔'은 따뜻함과 사랑이 담겨있는 목소리를 통해 아스라한 추억들을 더욱 안타깝게 들려줍니다. '칫솔'이라는 정말 평범한 소재를 통해 소중했던 기억들을, 차마 다시 펼쳐보지 못하는 일기장처럼, 달콤쓸쓸하게 노래합니다.

'2월'은 '겨울의 끝'이듯, '사랑의 끝'에 노래합니다. 담담함으로 시작되어 점점 격양되어가는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짧은 동요를 부르듯 툭툭 던지는 보컬이 독특하며, 이어지는 '비밀'과 더불어 '의사소통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무려 '하동균'이 참여한 '너를 삭제'는 다분히 대중성을 노린 트랙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하동균의 참여는 그다미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캐스커의 음악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든 사람은 저뿐인가요? 잔이 깨지는 효과음으로 시작되는 싱글로 선공개 되었던, '틈'은 '관계의 균열', 그 '틈'에 대해 노래합니다. '이명'은 캐스커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라틴풍의 연주곡입니다.

'만약에, 혹시'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니카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캐스커표 발라드' 트랙입니다. '만약에'와 '혹시'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느껴지는 두 단어는 가사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을 통해 이야기하는 가사에 두 단어는 어디에 들어가더라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랑에 대한 소망과 기다림의 자세는 평온하지만 너무나 깊게 느껴집니다.

'빙빙'은 재밌는 제목만큼이나 -결국 어느 부분에서는 슬픔과 어둠이 느껴지는 다른 트랙들과 다르게-모든 면에서 이 앨범 수록곡들 중 유일하게 밝은 트랙입니다. 'Adrenaline'은 제목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음악에 몸을 맏기고 가볍게 몸을 흔들만 한 트랙이구요.

'너와 나'는 '전주곡'을 의미하는 'prelude'라는 부제처럼 'Polyester Heart'를 위한 prologue입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Polyester Heart'의 어조는 '칫솔'의 어조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이 재밌습니다. '칫솔'의 어조가 '추억만은 아름답도록'이라면, 이 곡은 몰아부치는 '분노의 역류'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트라우마를 받아들이는 5단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중 앞의 두 단계라고 할까요?(칫솔은 '타협과 우울'의 어느 즈음이겠구요.)

이어지는 'hidden track'은 앞선 Polyester Heart의 'epilogue'격으로 본곡의 종반부에 이어지는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차분한 융진의 어조와 간결해진 사운드는 5단계 중 '우울과 수용'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합니다.

홀로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준 1집 '철갑혹성', 보컬 '융진'이 합류하며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된 2집 'Skylab', 좀 더 세련되졌지만 아쉬웠던 3집 'Between'까지, 캐스커의 음악들은 언제나, 3집의 타이틀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해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캐스커의 탐구들은 4집 'Polyester Heart'에서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본인의 음악보다도 프로듀싱과 피쳐링으로 더 바빠보이는 '파스텔뮤직의 플레잉 코치(?)' '캐스커(이준오)'와 역시 피쳐링의 꾸준히 소식을 전하는 '융진', 두 사람의 끈끈한 파트너쉽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좋은 음악들 꾸준히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3/14 02:50 2009/03/14 02:50

이바디(Ibadi) - Songs for Ophelia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보컬로 더 유명한 '호란'이 참여한 '이바디(Ibadi)'는 1집 'Story of Us'로 어쿠스틱 음악의 충분한 가능성과 보컬리스트로서 호란의 탁월한 재능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클래지콰이 활동을 병행하는 호란이기에 이바디가 새로운 앨범을 이렇게나 빨리 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정작 이바디는 부지런히 EP를 준비했네요.타이틀은 'Songs for Ophelia'로 바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어'를 모티프로 한 'conceptual album'이랍니다.

첫곡 'love letter'는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곡입니다. 반신반의하게 만드는 love letter와 함께 사랑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세상을 보는 눈을 흐리고 연인들을 날아가게 합니다.

이어지는 'Secret Waltz'는 '호란'과 '이승열'의 듀엣곡으로 사랑의 절정에서 연인들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서로 조금씩 다른 가사를 부르지만, 그럼에도 어우러지는 하모니는 타이틀로 손색이 없습니다.

'The day after'는 절정의 내리막이 시작되는 분위기의 곡으로 도입부부터 오필리어의 수심과 불안이 느껴집니다. 불안함에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 하지만 아직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기에 곡의 분위기는 아직 밝습니다.

'탄야'로 들어서면서 희망은 사라지고 수심은 깊어져만 갑니다. 기타반주만 함께하는 오필리어의 노래는 처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어지는 '오필리어'는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정성을 기울였을 법한 곡으로, 정적인 서정과 함께 시작됩니다. 사랑의 슬픔과 기쁨 모두 함께 품안에 안고가는 마지막 오필리어의 모습, 죽음에 입맞추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세상 누구보다 쓸쓸합니다.

마지막 'Curtain Call'은 클래지콰이의 앨범에서나 들어볼 법한 곡입니다. 오필리어의 비극, 인생의 비극에 대해 관조하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정말 기획의도(?)처럼 한 편의 사랑 이야기, 혹은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들을 수 있는 상당히 잘 만든 EP입니다. 한편으로는 호란의 욕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곡의 작사를 직접하였다는데, 클래지과이에서 펼칠 수 없었던 호란의 야망(?) 혹은 로망(?)이 펼쳐진 앨범이 바로 이 EP가 아닐까요? 특히 'Secret Waltz'와 '오필리어'는 상당히 오래 즐겨듣게 될듯하네요.  호란과 이바디의 꾸준한 활동 기대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3/08 03:42 2009/03/08 03:42

사랑의 단상 chapter. 2 - This is not a love song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의 두번째 이야기(chaper 2), 'This is not a love song'

작년에 발매한 독특한 컨셉의 '사랑의 단상'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뮤지션들이 주축이 되어 멋진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2007년부터 가요계에 불고 있는 '미니앨범 열풍'에 편승하여 9곡을 수록한 미니앨범과 앨범의 중간 정도의 볼륨으로 버릴 곡이 하나도 없을 만한 소위 'well-made 컴필레이션' 이었죠. 해가 바뀐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그 두번째 이야기가 공개되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2009년 파스텔뮤직의 기대주', 'Sentimental Scenery'의 'Compassion'으로 시작됩니다. 투명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하는 그의 연주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활동한 그의 경력을 상기하게 합니다. '동정심, 연민'을 의미하는 제목과 희망적인 선율에서 단순히 '슬픈 사랑 노래'가 아닌 다른 분위기가 기다리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 하네요. 클래식한 감수성과 일렉트로니카의 조화는 Sentimental Scenery를 흔히 일본의 'Daishi Dance'와 비교하게 합니다. 하지만 뉴에이지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에서는 캐나다의 'Steve Barakatt'와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네요. (피아노와 현악, 밴드 사운드의 cross-over는 Steve Barakatt의 'All about us(2002)'같은 앨범에서 편한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은 이 앨범의 발매 전, 선공개되었던 곡들입니다.

'chapter 1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Epitone Project'는 '한희정'과 함께 '그대는 어디에'를 들려줍니다. 두 사람의 화음은 사랑이 지나간 후에 찾아오는 것들에 대해 소소하면서도 절절하게 와닿도록 합니다. Epitone project는 chapter 1에서는 주인공이었지만 chapter 2에서는 아닌가 봅니다. 참여곡은 '단지' '그대는 어디에' 한 곡이네요.

이어지는 'After love'는 이 앨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Sentimental Scenery라고 각인시킵니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가사와 분명 이별 노래지만 오히려 밝은 느낌의 분위기는 'chapter 1'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임을 확인시킵니다.

'달'은 작년 오디션을 통해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짙은'의 곡입니다.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의 보컬과 파스텔뮤직 소속의 뮤지션답지 않은(?) 강렬한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그것을 받아 들이고, 그렇게 떠나는 것...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짙은은 그 미덕을 너무도 절절히 불러내고 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그 시작과 끝, 그 전부가 아마도 '사랑'이 그 끝 후에 찾아오는 감정들도 결국에 받아들여야 하나 봅니다. 그것이 정말 사랑했고 살아있다는 증거을 테니까요.

'그대 목소리'는 'Lovelybut'이라는 처음 듣는 뮤지션 혹은 밴드의 곡입니다. 따스한 기타연주와 함께하는 편안한 보컬은 겨울밤에 듣기에 좋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보도록 하죠.

진성과 가성으로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독일 청년 'Maximilian Hacker'는 '놀랍게도' 이 앨범만을 위한 오리지널 곡(?)으로 참여했습니다. chaper 2가 공개되기전 선공개된 'Love Box'가 바로 그 곡입니다. Haker, 그의 목소리는 여느 노래를 간절한 기도로 만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습니다.

주인공 Sentimental Scenery는 'Ashes of Love'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집니다. '사랑의 재'라는 제목만으로는, 사랑의 지나간 자리에 남았을 쓸쓸함을 토로할 것만 같지만, 사실 곡의 분위기는 희망적입니다. 자신의 몸을 불사른 재에서 찬란히 다시 태어난다는 '불사조'처럼, 언젠가 다시 태어날 '사랑', 그래서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데뷔앨범으로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루싸이트 토끼'는 '기다리는 하루'로 참여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을 법한 짝사랑, 기다림의 지루함만큼 노래는 감정의 기복없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마무리는 '한희정'의 '멜로디로 남아'입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기타 반주 위에서도 그녀의 음성은 찬란합니다. 사랑노래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노래들, 인간이 멸종될 때까지 되풀이 될 화두 '사랑', 아마도 인류의 영원한 멜로디로 남지 않을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2/05 05:04 2009/02/05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