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강의가 일찍 끝나서 기분 좋게 집으로 가던길
역 근처의 서점에 오랜만에 들러보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한달에 두세번은 서점에 가곤 했는데
여름방학 때부터 인터넷 서점을 자주 이용하고 부터는 발길이 뚝 끊겼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아니면 우연의 장난인지 아무튼 서점에 가게 되었다.

2층의 문학코너를 서성거리던 나는 주목을 확 끄는 책을 발견했다.
원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소설을 살까하고 갔었다.
10월이면 영화로도 개봉한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것같아서 였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씨의 새로운 책이 나온 것이다.
결국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를 집어들고는 집으로 향했다.

초판 1쇄의 펴낸날을 보니 내가 구입한 날의 바로 전날이었다.
일본에서는 1997년에 당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여성지에 연재된 결혼 생활에 관한 에세이이다.

이 책은16편의 각기 다른 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있다.
에쿠니 가오리씨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녀 자신도 도시의 주택가이면서 조금은 한적하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곳에 살고있다.
또 그녀도 역시나 목욕을 좋아하는 듯하다.

1964년 생으로 올해로 41세가 된 에쿠니 가오리씨가 결혼한지
2년이 되는 가을에서 3년이 되는 가을까지 쓴 에세이를 1997년에 출간한 것이라니
많이 잡아서 이 책이 결혼 후 한 4년쯤 되었을 때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30대 초반에 결혼한 것이니
에쿠니 가오리씨는 결혼을 비교적 늦게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생각이 참 Cool하다고 할까?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 속의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에쿠니 가오리씨가 참 Cool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렇다.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아직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인생의 큰(혹은 작을 수도 있는) 일부인 결혼이라는 것도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막연히 추측해 본다.

결혼이란 짧으면 1~2년, 길어야 내 삶의 마지막까지 뿐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든다.
너무 가벼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게된다면
에쿠니 가오리씨처럼 Cool하고 의외로 정다운 면도 있는(?) 여자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생각해 보면 나도, 그녀가 불평하는 그녀의 남편처럼, 만사를 귀찮아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자가 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한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일부다.
결혼이란 정말 저런 면에서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멋지다. 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해 온다.
너무 일찍 환상(혹은 망상)을 깨버린 것일까?

역시나 그녀의 글엔 묘한 매력이 있다.
더욱이 솔직 담백한 에세이이기에 그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그녀의 책들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2004/09/20 22:17 2004/09/20 22:17

이수영 - The Color of My Life


올해도 어김없이 이수영의 새 앨범이 찾아왔다.
물론 올 초에 'Classic'이라는 색다른 스페셜앨범으로 팬들을 찾아왔었지만
타이틀이었던 '광화문 연가'를 제외하고는
이수영에게 기대했던 만큼을 보여주는 못한 듯하다.
(물론 판매량면에서는 이수영의 앨범답게 불황에도 상당했지만)
그리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벌써 6이나 되는 숫자를 달고 새 앨범이 찾아왔다.

음반시장의 장기 불황에도 30~40만장의 꾸준함을 보여주던 그녀의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도 이수영의 앨범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Intro부터 화려하다.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거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OST를 듣고 있는 것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intro인 September를 문뜩 '반지의 제왕'이 떠오른 건 나만의 생각인지...)
그 뒤 이어지는 일련의 발라드 곡들
'순간 - Andante - 휠릴리 - 너도 그런지... - 이별후 愛 이별'은
야구에서 강타자들이 포진한 초호화 타선을 연상시킨다.
정말 어떤 곡을 타이틀 곡으로 내새워도 될 만한 곡들이 이어진다.
'이수영식 블록버스터'라고 불러야 할까?

분위기를 조금 환기시키며 이수영의 가창력과 연주의 웅장함에 놀란(?) 귀를
조금 쉬게하는, 휘성의 곡들을 만들어주었던 김도훈와 최갑원의 '겁쟁이'
그 뒤 이어지는 interlude와 그나마 가장 잔잔한(?) 발라드 '꽃'까지...
정말 화려한 소리의 빛들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혼자짓는 미소'부터 느껴지는 이 삐걱거림이란...
제 멋대로의 색깔을 가진
'혼자짓는 미소 - 그는 알았을까.. - You want me - 기억뿐인 곳에서'
특히 전작들에서도 별로 재미보지 못 했던, 댄스풍의 곡을 굳이 넣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의 두 트랙 Silent Eyes와 outro인 Holy Cross Day
이 트랙들도 제목이나 분위기 모두 OST를 연상키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후반부의 흔들림을 생각하면 깔끔한 마무리라고나 할까?

5집까지 프로듀서였던 MGR이 빠지긴 했지만
그녀의 발라드에는 거의 바뀐 것이 없이 여전하다.
프로듀서가 누구라도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여가수에 오른 그녀에게 맞추어져 버릴 듯...

타이틀 곡을 '휠릴리'로 선택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좋은 곡이긴 하지만 그 치나친 화려함은
오히려 앨범을 시작하는 곡으로 어울릴 법하고
이곡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수영 특유의 꺾는 창법은
이젠 좀 구태의연하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는 3집의 '돌아오면' 이나 5집의 '다시', '모르지'같은
편안하면서 담백한 곡들이 없는 것도 좀 아쉬운 부분이다.

'The Color of My Life'
intro부터 꽃까지는 이어지는 전반부의 트랙들이
더하면 더할 수록 밝아지는 빛의 삼원색이었다면
그 뒤의 후반부에 속하는 트랙들은
더하면 더할 수록 어두워지는 색의 삼원색들이라고 할까?

빛의 삼원색들 위에 색의 삼원색들을 계속 칠하면
결국엔 '검정'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하지만 뒷부분의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별4개를 줄 수 밖에 없겠다.
정규앨범 한 장을 한 가수의 베스트 앨범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다니...
삐걱거리는 트랙들은 버리고 듣는 다고 해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조성모'마저도 별 재미 못보는 현 상황에서 이 정도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수는
이제 '이수영' 그녀 뿐인듯 하니까...

덧붙여 매 앨범마다 리팩키지(repackage), 일명 '리팩'으로
팬들의 뒤통수를 쳐 원성을 샀던
이가기획이 이번에도 건 수 하나 크게 냈다. 정말...
이제까지 참으며 이수영의 앨범을 사왔지만
이번 6집 사건은 좀 해도해도 너무 한 듯...
2004/09/17 21:04 2004/09/17 21:04

그 남자 그 여자


'30만 청춘남녀들이 선택한 책'

'김제동, 윤도현, 이소라, 성시경, 정찬이 추천하는 책!'
바로 '그 남자 그 여자'의 광고 문구이다.

지난 달에 서점에서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줄 책을 고르다가
광고 문구에 끌려 쳐보았더니 짧은 글들로 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을 듯하여 선물하였다.
친구가 꽤나 재미있다고 하길레 나도 한 권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서로에게 끌리는 순간 , 서로에게 다가가는 순간, 사랑 속의 행복한 순간, 이별 후...등등
100여 편에 이르는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순간 순간에 대한 남자와 여자,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 작가인 만큼 그 여자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그 남자 이야기는 좀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잘 썼다.
광고 문구 만큼 대단한(?) 책은 아닌 듯 하지만
장점이라면 짧아서 학교 오고가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 짬짬이 쉽게 읽을 수 있다.
한편 한편이 너무 짧은 점이 오히려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한 코너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는데
직접 라디오로 들었다면 더 재미있고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 읽기 좋은 가을에 할 일 없는 솔로들이라면 추천...별은 3.5개...
2004/09/16 21:13 2004/09/16 21:13

Daylight - First Album


올 봄쯤 M.net에서 Daylight을 처음 보았을 때만해도
좀 이쁜 보컬을 가진 그저그런 밴드인줄 알았다.

그런 Daylight에게 관심을 갖게 된건,
영화 '아는 여자'의 OST 수록곡 Daylight의 보컬 '강연경'이 불렀다는
'아는 여자'를 듣고 나서부터다.
가창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튀지 않는, 어쩌면 무난하고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뒤 Daylight의 첫번째 앨범의 'Daylight'과 'Angel Song'를 찾아 들어보았다.
올 초에 나온 앨범이고 '아는 여자'이 곡이 나오기까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 간격이 있었는데
그 동안 보컬의 파워가 좀 상승한 느낌이랄까?
'Daylight'과는 비해 '아는 여자'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몇 일전에 예약판매하던 이수영 6집과 함께 주문한
Daylight의 First Album를 받아 들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상콤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곡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의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 프런트의 밴드중에서
가장 가볍고 편안한 곡들을 들려주는 밴드랄까?
밴드 이름과 같은 첫번째 곡 'Daylight'은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이랄까?
Daylight이 의미하는 그대로 따스하고 나른한 봄날의 햇살같은 곡이다.
두번째 곡 'Angel Song'은 일본곡을 번안해서 부른 것이라는데
강연경의 독특한 보컬이 잘 나타나는 '흥얼흥얼'하는 듯한 곡이다.
세번째곡 'Love Present'은 이 앨범에서 가장 달콤한 곡이다.
말랑말랑한 곡을 들려주지만 밝은 가사의 곡은 이 곡뿐인 듯...
6번째 곡 '요술공주'는 예전에 양파가 불렀던 곡을 다시 불렀다.
작사,작곡자가 누구인지 보니 바로 지금 Daylight의 맴버인 '신동우'이다.
7번째 곡은 이 앨범에서 가사가 가장 맘에 드는 곡으로
모든 것이 어설프고 설레이던 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12개의 트랙중 보컬이 빠진 연주곡 3곡을 빼면 9곡 밖에 되지않는 점이 좀 아쉽다.
하지만 정말 기대이상의 좋은 곡들로 채워져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보물같은 앨범을 찾은 느낌?
Daylight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빨랑 신곡을 들려주었으면...^^)
2004/09/15 21:43 2004/09/15 21:43

MP3와 온라인 스트리밍...그리고...

작년부터 올 초까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악파일 mp3에 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mp3등의 온라인을 떠도는 불법음원 규탄대회부터 올 초 mp3휴대폰 사건까지 음악계와 음반업계를 둘러싼 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최근에 결국 벅스뮤직이 패소함에 따라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 하다.

여기서 모두다 알고 있을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않다.
다만 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어처구니 없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mp3 핸드폰 사건으로 집회를 연 가수들과 그들을 뒤에서 조종했을 음반업계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mp3 핸드폰이 출시되기 이전부터 휴대용 mp3플레이어는 이미 존재했고 mp3 핸드폰수년간 상당한 수의 mp3 플레이어들이 팔려 거의 가정마다 한 대씩은 존재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냐하는 점이다.
이미 mp3 플레이어가 보편화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mp3 휴대폰의 큰 성공은 기대도 하지 않던 상황에서 뒤늦게 mp3 휴대폰을 발매한 L사의 규탄집회를 연 이유는 무엇인지? 정작 mp3업계의 1, 2위 회사를 찾아가서 집회는 하지 않고...?

둘째, 벅스뮤직의 패소와 관련된 합의를 보면 벅스뮤직이 앞으로 음반판매 손실에 대한 음반사들의 손해를 어느정도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온라인 음악판매가 정식화 된다면,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의 판매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상황에서 왜 그들의 손해까지 온라인 음악 구매자들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온라인 음악 판매는 당연히 음원제작에 관련된 사람들, 가수, 작사, 작곡가, 연주자, 기획사 그리고 자금을 조달한 투자자에게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책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도 있고 직접 서점에 가서 살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 서점에서 책이 안팔린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서점의 손해를 부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확립되기까지 아무런 역할도 없었던 그들은 왜 이제서 무임승차하려고 하는 것인지?

셋째, 온라인 스트리밍과 mp3 유료화에 반대하며 '들을 만한 음악이 어디있다고 돈내고 들으라고 하는 것이냐? 쓰레기같은 한국 가요를 누가 사듣는다고..!'라고 외치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 가요는 다 쓰레기란 말인가? 그렇게 말하는 자신들은 과연 가요는 하나도 안듣고 외국의 좋은 음반들은 열심히 구매해서 잘 듣고 있는지? 그럼 스스로 쓰레기로 평한 가요를 듣는 귀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지?
...시궁창?...

벅스뮤직을 옹호하거나 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초가삼간 다 탈 때까지 불 구경하고 있던 눈뜬 장님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며 공짜만을 부르짓으며 노력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빈대들,
시류에 편승하여 얍삽하게 이익을 보려는 기회주의자들,
그들 속에서 돌아가는 어이 없는 상황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얼마전에 오른 음반의 가격과 상당히 높게 책정된 MP3곡 당 가격(700~800원에 이르는)을 보면 결국 피해자는 구매자들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국 성실히(?) 음반을 구매하는 사람들마저 등돌리게 하고 불법의 유혹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2004/09/15 21:16 2004/09/15 21:16

슈퍼스타 감사용 - 2004.9.13



S기획사의 카페에서 하는 '슈퍼스타 감사용' 시사회 선착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개봉전에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마침 학교에서 한 정거장이고 해서 방과후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말이 한 정거 장이지 다리도 건너고 왠만한 3~4정거장 거리였다.ㅡㅡ;;)

그 동안 이범수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없는 지라 그다지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고 추석연휴을 겨냥해서 만들었다니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야구 선수 감사용이라는 실제인물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으나 많은 부분에서는 영화적 상상력이 개입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는 지루해지거나 막히는 부분없이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주인공 감사용은 야구선수이지만 영화의 주인공 치고는 그다지 완벽하거나 화려하거나 비장한 인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정규시간 방송관계로 마저 생중계되지 못하고 끝나는 경기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인 그는 야구장 밖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꿈을 갖고 어머니, 말썽꾼 형, 여동생과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이다. 그런 부분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코믹영화는 아니지만 팬티 사건과 연쇄 작용으로 이어지는 코믹씬은 정말 오랜만에 실컷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마지막 부분을 상당히 차지하는, 19연승의 OB 베어스의 박철순(공유)과 삼미 슈퍼스타즈 감사용(이범수)의 대결은 정말 지금까지의 웃음은 잊고 관객 모두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과연 처음 선발로 등판하는 감사용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상상외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과 가슴 찡하게 하는 경기후 감사용의 대사...

하지만 감사용에게는 언제나 그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결국 가족이 소시민이 '그래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일까?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오랜만에 온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가 아닐까 한다...
2004/09/14 23:24 2004/09/14 23:24

거미 - It's different


'거미'의 새앨범 'It's different'이 발매되었다.
작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비록 판매량은 같은 M-boat 소속의 '휘성'이나 '빅마마'에 비해 많이 저조했지만(거미가 저조했다기 보다는 휘성과 빅마마가 워낙 잘 나간 것이라고 해야 옳겠지만)

'그대 돌아오면' 이나 '거기 그대로'같은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주면서 앞으로 활동에 관심을 모으게 했다.
또 휘성, 빅마마, 세븐과 함께한 'Soul Train'으로 그녀의 네임밸류도 꽤나 올라갔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트로를 제외하고 1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을 살펴보면 역시 눈에 띠는 것은 featuring으로 참여한 YG와 M-boat의 동료들이다.

휘성, Wanted의 하동균, 1TYM의 송백경과 태빈, Jinu, Lexy, Masta Wu, SWI.T의 이은주 등 풍성한 참여자들이 , 발라드풍이 트랙의 주류를 이루었던 1집 'Like Them'과는 달리, 새앨범 트랙의 스펨트럼을 폭 넓게 해주고 있다.
특히 송백경이 참여한 'Dance Dance', 마스타 우가 참여한 'So Much' 그리고 하동균이 참여한 'Love Again'은 게스트 만큼이나 각각의 개성을 보이고 상당히 매력적이다.

6곡이나 되는 featuring 곡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거미에 대한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있다.
더구나 덤으로 '그대 돌아오면'을 너무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역시나 좋아할 만한 '날 그만 잊어요'가 2가지 버전으로 들어 있다.(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가장 좋다.)

정말 버릴 곡이 거의 없는 정말 앨범 타이틀 그대로 이번 앨범은 'It's different'하다.
별4개가 아깝지 않다. 더 주고 싶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거미를 기대하며 아끼련다.

다시 한번 거미의 노래에 빠져들 때가 온 듯하다^^
2004/09/11 20:01 2004/09/11 20:01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1권의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와 2권의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에 이어 3권은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소설가이자 번역자, 특히 그리스 신화 전문 번역자 이윤기 씨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그 3번째 이야기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1권이 2000년에 2권이 2002년에 나오고 한참 동안 소식이 없어 끝인줄 알았는데 참 오랜만에 3권이 나왔다. 정말 책 한번 빨리 빨리도 나온다. 이 만큼 띠엄띠엄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나오는 시리즈도 흔치 않을 듯하다.

그리고 보니 요즘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과 더불어 그리스 신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편에서는 올륌포스 신들의 사랑을 받거나 미움을 산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시나 꽤나 많은 사진이 실려있어고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또 이 시리즈의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 뿐 아니라 관련된 다른 나라의 신화나 우화도 다루고 있다.
잘 나갈 듯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삼천포로 빠져있는 이윤기씨의 입담도 여전하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듯
물론 그리스 신화에 능통한 사람들도 재밌게 읽겠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정도는 아닌 듯 싶다.

그 중간에 쯤에 있는 나는 한 장(章) 한 장 읽어가며 떠오르는 생각을 다음 장에서 이윤기씨가 언급하는 것을 보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를 어느정도 읽다보면 서로 다른 신화 속에서 맴돌고 있는 공통적인 이미지를 잡는 능력이라도 조금은 생기나 보다.

어려서부터 유독 전래동화와 전설과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국민학교 시절 어느날 아버지가 사주신 상당히 두꺼웠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가 그리스 신화의 세계로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책의 번역자는 바로 이윤기씨였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리스 신화에 매력을 느끼고 그 헤어나기 힘든 유혹에 더욱 빠져들고 싶다면 '토마스 벌핀치'가 쓰고 이윤기씨가 번역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추천하고싶다.
2004/09/10 21:40 2004/09/10 21:40

코끼리를 찾아서


중앙일보 Book review에 조경란씨와 다른 작가들의 담화가 실렸다.
'코끼리를 찾아서'를 쓴 작가란다.
제작년쯤부터 국내소설 부분 베스트 셀러 쪽에서 봤던 책인데
이 기회에 읽어 볼까하고 조경란씨의 최근 작품 '악어 이야기'와 다른 책들과 함께 구입했다.
'코끼리를 찾아서'는 중단편 7편이 묶여있는 소설집이었고 그 중 한 편의 제목이기도 했다.

7편의 소설들은 서로 관련성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또 그런 만큼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에서 이야기 되고 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7편 모두 공통적으로 미술과 연관된 소재들이 등장한다.
또 작가는 그림을 그려나가듯 묘사와 설명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대화 부분에서 조차 줄 바꿔쓰기가 최대한 절제되어 생각의 흐름처럼 글의 흐름도 빠르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 서로 얽히고 섥힌 사람들, 초자연적인 존재들 그리고 그 속의 인연...
작가는 모든 것을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모든 것은 관망하는 듯...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평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비밀에 대한 이야기...
너무나 지루한 일상에서 누구나 꿈꿀 법한 반짝 타오르는 일탈같은 이야기...

'코끼리를 찾아서'는 그런 이야기라고 할까?
2004/09/07 21:38 2004/09/07 21:38

PB's live concert




앗싸 가오리~ 이번주는 뜻 밖의 행운이 날아드는 한 주랄까?

지난주던가 설마 당첨될까하고 응모해본 PB's 콘서트 이벤트에 딱 당첨되어버렸다.

튜브뮤직 이벤트에 당첨되어 본지가 참 한참이나 된듯...

예전에 머라이어 케리가 우리나라에 앨범 홍보차 방문했을때 쇼케이스 이벤트에 당첨된 후 처음인 듯도 하고... 그게 벌써 2002년이던가?

피비스 노래를 외울정도로 많이 듣지도 않았고 많이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오랜만에 콘서트 관람 기회, 더구나 공짜 콘서트 기회를 놓칠 수는 없기에 갔다.

컨서트가 열리는 질러홀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질러홀' 이라고 해서 설마 태진미디어와 관련있나 했더니 정말 관련이 있었다...태진미디어의 노래방 사이트가 ziller.co.kr이다...

신인밴드라고 해서 좀 시시해지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보컬 써니양의 무대 매너도 좋았고 다른 멤버분들도 참 재미있었다. 4년전 부터 앨범 녹음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동안 관록이 쌓여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일까?^^

특히 'blur'의 'song2' 와 'Hole'의 'Celebrity skin', 이 두 곡과 함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곡다 예전에 내가 즐겨들었던 곡들이라 그 기분은 더했다.

오랜만에 방방(?) 뛸 수 있었던 즐거운 콘서트였다. 앵콜곡까지 듣고 나오면서 차일피일 미루던 PB's의 첫번째 앨범도 한 장 구매했다. 물론 그 씨디가 싸인씨디였기 때문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MP3로만 몇곡만 몇번 들어보다 다시 한번 쭉 들어보니 4년 동안 녹음했다는 만큼 정말 좋은 곡들로 채워져있다. 대부분의 앨범을 듣다보면 몇몇곡은 마음에 안들어 skip해버리게 되는 곡들이 최소한 한 앨범에 3~4곡은 있게 마련인데 이 앨범은 그 최소한에 들어갈만 하다고 할까?

PB's에게 앞으로 바라고 싶은 건 역시나 우선 장수 밴드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두번째, 세번쨰 좋은 앨범 좋은 곡들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또 앨범도 좀 팔렸으면 좋겠다. 내 욕심 같아서는 한 10만장 팔려주었으면 좋겠지만...^^
2004/09/04 23:49 2004/09/04 23:49